핀칸티에리(Fincantieri)의 2025년 부문별 상각전영업이익률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조선이 6%대, 오프쇼어가 5.3%, 장비시스템이 8.2%인데, 수중이 17.6%입니다. 전사 7.4%의 두 배가 넘습니다. 그리고 그 수중 부문의 매출이 그해 88.2% 늘었고, 회사는 2026년 7월에 6억 유로를 들여 수중 기업 네 곳을 더 사들였습니다.
1. 왜 지금 핀칸티에리인가
해양방산 히어로즈 ①편은 상선을 짓는 야드에서 잠수함까지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두 종류의 배를 같은 자리에서 만드는데 그 능력을 재는 단위가 달랐고, 도크가 아니라 사람의 시간이 방산의 속도를 정한다는 것이 그 편의 결론이었습니다.
이 편도 두 종류의 배를 짓는 회사를 봅니다. 다만 조합이 다릅니다. 핀칸티에리는 크루즈선과 군함을 함께 짓습니다. 한쪽은 수천 명이 몇 주씩 지내는 떠다니는 호텔이고 다른 쪽은 전투를 위한 배인데, 목적이 반대에 가까운 두 물건이 한 회사의 야드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 회사에는 앞선 편과 다른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앞날이 대단히 멀리까지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총 수주잔고가 739억 유로이고 인도 예정이 2039년까지 이어집니다. 보통 회사가 몇 분기 뒤를 가늠하는 동안 이 회사는 십수 년 뒤에 무슨 배를 어느 선사에 넘길지 알고 있는 셈입니다.
이 편이 붙잡을 구조가 그것입니다. 크루즈선이 이 회사를 키웠는데 그 사업이 남기는 몫은 얇고, 그래서 회사가 다른 쪽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습니다. 그 다른 쪽이 방산이고 그 가운데서도 수중입니다.
이 편에서 답을 찾아볼 질문은 셋입니다. 크루즈선을 짓는 일이 왜 그렇게 어려운가. 그 어려움이 왜 얇은 마진으로 이어지는가. 그리고 회사가 무엇으로 그 구조를 벗어나려 하는가.
1959년 이탈리아 정부의 산업 재편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지금도 국가가 주요 주주로 있습니다. 이 편에서 답을 찾아볼 질문은 셋입니다. 크루즈선과 군함이 왜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가. 십수 년치 잔고는 어떻게 쌓이는가. 그리고 그 잔고가 남기는 몫은 왜 얇은가.
📌 기본 정보 티커: 밀라노 FCT | 설립: 1959년 이탈리아 정부의 산업 재편으로 출범, 이탈리아 국가지주회사가 주요 주주 | 사업 구성(2025년 기준): 조선 66.3%, 오프쇼어·특수선, 장비·시스템·인프라, 수중 네 부문 | 규모: 2025년 매출 91억 9,400만 유로, 상각전영업이익 6억 8,100만 유로(마진 7.4%), 총 수주잔고 739억 유로(2026년 6월 말), 인도 예정 2039년까지 | 주요 제품: 크루즈선과 군함(조선), 해양·특수 선박(오프쇼어), 기자재와 인테리어(장비·시스템), 어뢰와 소나 등 수중 방어 체계(수중) | 회계연도: 12월 31일 종료로 역년과 일치 | 한 줄 정체성: 크루즈선과 군함을 함께 짓는 이탈리아 국영 조선사로서, 십수 년 뒤 인도할 배까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핀칸티에리의 사업은 넷으로 나뉩니다. 조선과 오프쇼어·특수선, 장비·시스템·인프라, 그리고 수중입니다. 2025년 기준으로 조선이 65억 9,200만 유로로 66.3%를 차지해 압도적입니다.
조선 부문 안에 두 종류의 배가 있습니다. 핀칸티에리 크루즈선과 군함입니다. 크루즈선은 세계 몇 곳만 만들 수 있는 제품이고 군함은 이탈리아 해군과 해외 해군에 납품하는데, 회사는 이 둘을 한 부문으로 묶어 세고 있습니다.
둘째가 오프쇼어·특수선입니다. 해상 풍력 설치선이나 특수 목적선을 만드는 노르웨이 계열 사업으로, 2025년 매출 13억 5,600만 유로에 이익률 5.3%로 네 부문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셋째가 장비·시스템·인프라로 13억 2,000만 유로인데 선박에 들어가는 기자재와 인테리어를 만듭니다. 이 회사가 짓는 배에 넣기도 하고 다른 조선소에 팔기도 하는 구조입니다.
넷째가 수중입니다. 2025년 매출이 6억 6,700만 유로로 전년 대비 88.2% 늘었고 상각전영업이익률이 17.6%로 네 부문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회사가 2025년에 레오나르도의 수중 무기 사업을 인수해 만든 부문이고, 어뢰와 소나 같은 잠수함 방어 체계를 만듭니다. 네 부문 가운데 가장 작은데 성장은 가장 빠릅니다. 배를 짓는 회사가 그 배를 지키는 장비까지 갖게 된 셈입니다.
값이 정해지는 방식은 두 갈래입니다. 크루즈선은 선사와 척당 계약을 맺는데 사양이 매번 다르고 한 척에 수억 유로가 듭니다. 군함은 정부나 해군이 발주하고 사업마다 조건이 다르며 후속함까지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되는데, 앞은 사업 계획이 정하고 뒤는 국방 예산이 정하므로 두 시장이 따로 움직입니다.
매출이 잡히는 방식도 알아둬야 합니다. 배 한 척의 값이 인도 시점에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진행률에 따라 매출이 나뉘어 인식됩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한 해 매출은 그해 계약한 배가 아니라 몇 년 전에 딴 배들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는 그 시차가 특히 깁니다. 잔고가 매출의 8배이고 인도가 2039년까지 이어지므로, 지금 맺는 계약은 십수 년 뒤의 매출입니다. 3절에서 왜 그렇게 되는지를 봅니다.
수익성은 부문마다 크게 다릅니다. 2025년 기준으로 수중이 상각전영업이익률 17.6%로 가장 높고 장비·시스템·인프라가 8.2%, 오프쇼어·특수선이 5.3%입니다. 전사는 7.4%인데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조선이 그 아래에 있어 전체를 끌어내립니다. 그리고 이 격차는 사업의 성격에서 나옵니다 — 배는 사양이 매번 달라 원가를 낮추기 어렵고, 어뢰와 소나 같은 방어 체계는 기술이 값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부문 사이에 이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장비·시스템·인프라 부문이 만드는 기자재와 인테리어는 이 회사가 짓는 배에 들어가기도 하고 다른 조선소에 팔리기도 합니다. 자기 제품에 넣을 것을 만들면서 밖에도 파는 구조인데, 그래서 이 부문의 실적은 이 회사의 건조 물량과 시장 전체의 사정을 함께 따라갑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크루즈선은 왜 만들기 어려운가 크루즈선을 배로 보면 오해하기 쉽습니다. 화물선이 짐을 싣고 옮기는 물건이라면 크루즈선은 사람이 몇 주씩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배를 짓는 일보다 건물을 짓는 일에 가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한 척에 객실이 수천 개 들어가고 극장과 수영장과 식당이 함께 놓입니다. 그 각각에 배관과 전선과 공조가 연결돼야 하고, 흔들리는 배 위에서도 사람이 편안해야 하며, 소음과 진동이 객실까지 오면 안 됩니다. 여기에 안전 규정이 겹칩니다. 수천 명이 타는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사고를 당하면 대피할 곳이 없으므로, 화재 구역을 나누고 침수에 견디는 구조를 만들고 대피 경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 규정 하나하나가 설계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크루즈선을 지을 수 있는 조선소가 세계에 몇 곳뿐입니다. 그리고 배마다 선사의 요구가 달라 같은 설계를 반복해 쓰기 어렵습니다. 이 회사가 이 시장에서 자리를 지켜온 이유이면서, 동시에 이익률이 높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해양방산 히어로즈 ①편이 상선과 잠수함의 차이를 다뤘다면 이 편은 크루즈선과 군함이라는 또 다른 조합을 봅니다. 다만 이 회사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려면 그 조합이 왜 생겼는지만이 아니라 회사가 왜 거기서 벗어나려 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크루즈선이 어떤 물건인지(①), 군함과 무엇이 겹치는지(②), 왜 주문이 그렇게 멀리까지 잡히는지(③), 그 계약이 값을 어떻게 정하는지(④), 그래서 마진이 왜 얇은지(⑤), 그리고 회사가 무엇으로 그 구조를 벗어나려 하는지(⑥)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① 핀칸티에리 크루즈선은 떠다니는 건물입니다
크루즈선의 특징은 배의 기능보다 안에 담기는 것이 훨씬 복잡하다는 데 있습니다. 물 위에 떠서 움직이는 부분은 다른 배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 위에 올라가는 것이 도시 하나에 가깝습니다.
규모부터 다릅니다. 대형 크루즈선 한 척에 승객과 승무원을 합쳐 수천 명이 탑니다. 그 사람들이 쓸 물과 전기를 만들어야 하고, 나오는 오수를 처리해야 하며, 음식을 저장하고 조리해야 합니다. 배 안에 발전소와 정수장과 하수처리장이 함께 들어가는 셈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상업 공간이 얹힙니다. 극장과 수영장, 상점과 식당이 층마다 배치되고 각각에 필요한 설비가 다릅니다. 수영장 물이 배가 흔들릴 때 넘치지 않아야 하고, 극장의 음향이 옆 객실로 새지 않아야 하며, 주방의 열과 냄새가 통로로 나오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이 배를 짓는 일의 상당 부분이 의장 공정입니다. 선체를 만드는 것보다 그 안을 채우는 데 훨씬 많은 시간과 사람이 들고, 그 작업이 좁은 공간에서 순서를 지켜 진행돼야 합니다. 회사가 마린 인테리어를 별도 사업으로 갖고 있는 것도 그 비중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규정이 겹칩니다. 수천 명이 타는 배는 국제 안전 협약을 따라야 하는데, 화재 구역을 나누고 침수에 견디는 구조를 만들고 대피 경로를 확보하는 일이 설계 단계부터 반영됩니다. 그 규정이 바뀌면 이미 짓고 있는 배도 손봐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 쉽게 비유하면 — 호텔과 요새를 같은 공장에서 호텔을 짓는 일과 요새를 짓는 일은 전혀 달라 보입니다. 앞은 손님이 편안하게 지내도록 만들고 뒤는 공격을 견디도록 만듭니다. 목적이 반대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둘 다 큰 건물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기초를 놓고 뼈대를 세우고 배관과 전선을 넣고 마감하는 순서가 같고, 그 일을 할 사람과 장비도 같습니다. 다른 것은 그 뼈대 위에 무엇을 얹느냐입니다. 크루즈선과 군함의 관계가 이와 비슷합니다. 하나는 사람이 편안하도록 만들고 다른 하나는 살아남도록 만드는데, 둘 다 거대한 강철 구조물을 정밀하게 만들어 그 안을 채우는 일입니다. 그래서 같은 야드와 같은 인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요새를 짓는 사람이 호텔의 인테리어까지 잘하지는 않습니다. 겹치는 것은 뼈대까지이고 그 위는 전혀 다른 기술입니다. 이 회사가 두 사업을 함께 갖는 것이 이점이면서 동시에 두 종류의 전문성을 모두 유지해야 하는 부담인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 배들은 점점 커져왔습니다. 승객이 많을수록 한 사람당 드는 운항 비용이 줄어 선사에 유리하기 때문인데, 그러면 지을 수 있는 조선소는 더 줄어듭니다. 도크의 길이와 크레인 용량이 한계를 정하고, 그 설비를 갖춘 곳이 세계에 몇 곳뿐이기 때문입니다.
② 군함과 겹치는 부분
크루즈선과 군함이 한 회사에서 나오는 이유는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가 규모입니다. 둘 다 길이가 수백 미터에 이르는 큰 배이고, 그런 배를 지을 수 있는 도크와 크레인은 아무 데나 있지 않습니다.
둘째가 복잡성입니다. 두 배 모두 안에 들어가는 계통이 많고 그것들이 서로 얽혀 있습니다. 크루즈선에 객실과 상업 시설이 빼곡하다면 군함에는 무기와 탐지 장비와 전투 지휘 계통이 들어갑니다. 성격은 다르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것을 정확히 넣는 일」이라는 점이 같습니다.
셋째가 안전 규정입니다. 크루즈선은 수천 명의 목숨이 걸려 있어 화재와 침수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고, 군함은 전투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므로 구획을 나누고 손상을 막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두 요구가 다른 이유에서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설계 원칙에 닿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가 두 사업을 함께 갖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겹치는 것은 뼈대까지입니다. 크루즈선의 인테리어를 잘 만드는 능력과 군함의 전투 체계를 통합하는 능력은 전혀 다르고, 둘 다 유지하려면 각각의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③ 핀칸티에리 수주잔고가 왜 십수 년 뒤까지 잡히는가
여기가 이 편의 갈림길입니다. 이 회사의 총 수주잔고는 739억 유로이고 인도가 2039년까지 이어집니다. 보통 제조업에서 보기 어려운 길이인데, 이유가 셋 있습니다.
첫째, 배를 짓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대형 크루즈선 한 척을 짓는 데 몇 년이 들고, 그 전에 설계와 자재 확보 기간이 붙습니다. 계약부터 인도까지 3년 안팎이 기본이고 군함은 더 깁니다.
둘째, 도크가 한정돼 있습니다. 큰 배를 지을 수 있는 자리는 정해져 있고 한 척이 그 자리를 몇 년 차지합니다. 그래서 새 주문을 받으면 앞의 배들이 나간 뒤로 순서가 밀리고, 주문이 쌓일수록 그 대기 기간이 길어집니다.
셋째, 선사가 미리 계약합니다. 크루즈 선사는 몇 년 뒤의 사업 계획에 맞춰 배를 주문하는데, 지금 주문하지 않으면 그때 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들 수 있는 조선소가 몇 곳뿐이라 자리를 미리 잡아두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회사 발표에 나타납니다. 2025년 수주가 203억 유로로 전년 대비 32.4% 늘었고 매출 대비 2.2배였습니다. 그해에 판 것의 두 배가 새로 팔린 셈이고, 그만큼 잔고가 더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대기 구조가 값에도 작용합니다. 자리가 몇 년 뒤까지 차 있으면 새 주문을 받을 때 값을 올릴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지금 맺는 계약부터이고, 이미 잔고에 들어 있는 배들의 값은 예전 조건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이 대기 줄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계약한 선사가 앞자리를 잡으므로, 뒤늦게 주문하는 쪽은 그만큼 늦게 받습니다. 그래서 선사들이 필요해지기 몇 년 전에 미리 계약하고, 그 결과 잔고가 더 길어집니다. 수요가 늘수록 대기가 길어지고 대기가 길수록 더 일찍 예약하는 구조입니다.
④ 그 계약이 값을 어떻게 정하는가
십수 년 뒤에 인도할 배의 값을 지금 정한다는 것이 이 사업의 조건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강재값이 오르고 인건비가 오르고 환율이 움직입니다. 그 변동을 누가 지느냐가 계약에 적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선 계약은 값이 고정됩니다. 그래서 만드는 쪽이 원가 상승을 떠안습니다. 물론 일부 항목에 연동 조항을 넣기도 하지만, 그 조항으로 다 메워지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크루즈선 특유의 사정이 겹칩니다. 배마다 선사의 요구가 달라 같은 설계를 반복해 쓰기 어렵습니다. 앞 배에서 익힌 것이 다음 배에 그대로 쓰이지 않으므로, 반복해 만들며 원가를 낮추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값을 정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크루즈 선사는 세계적으로 몇 곳에 집중돼 있고 그들이 발주처입니다. 만들 수 있는 조선소가 적다는 것이 유리해 보이지만, 사는 쪽도 소수라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습니다.
여기에 인증과 검사가 겹칩니다. 크루즈선은 선급과 각국 규제기관의 검사를 받아야 하고, 군함은 발주한 해군의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검사에서 지적이 나오면 손봐야 하고 그만큼 인도가 밀리는데, 그 비용과 지연은 대체로 만드는 쪽이 집니다.
그리고 이 대기 자체가 하나의 자산이 됩니다. 선사가 자리를 잡아두려 미리 계약하는 것이니 그만큼 앞날이 확보되는데, 다른 조선소가 새로 들어오려면 그 대기 줄의 맨 뒤에 서야 합니다. 지금 도크를 짓기 시작해도 완공될 무렵에는 이 회사가 이미 다음 몇 년치를 받아둔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이 잔고의 끝은 계속 밀려납니다. 새 계약이 들어오면 그만큼 뒤로 붙기 때문인데, 2026년 4월에 프린세스 크루즈와 세 척을 계약하면서 인도 예정이 2039년까지 늘어났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2037년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치 일감」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는 상태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늘어난 것이 새 계약 때문인지 만들지 못해 밀린 것인지가 갈리기 때문이고, 이 회사는 앞쪽입니다. 도크는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으며 그 위에 새 주문이 얹히고 있습니다.
⑤ 그래서 마진이 얇습니다
③④를 합치면 이 회사의 이익률이 설명됩니다. 2025년 전사 상각전영업이익률이 7.4%인데,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조선 부문이 그 아래에 있어 전체를 끌어내립니다.
원인은 셋입니다. 첫째가 ④에서 본 고정가 계약입니다. 몇 년 뒤 인도할 배의 값이 지금 정해지므로 그 사이의 원가 상승이 이익을 깎습니다. 둘째가 반복 효과의 제한입니다. 배마다 사양이 달라 학습으로 원가를 낮추는 폭이 작습니다.
셋째가 의장 공정의 비중입니다. ①에서 본 대로 크루즈선은 안을 채우는 일이 대부분이고 그 일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자동화로 줄일 수 있는 몫이 작으므로 인건비가 오르면 그대로 원가가 됩니다.
그런데 부문별로 보면 다른 그림이 있습니다. 2025년 수중 부문의 상각전영업이익률이 17.6%로 전사의 두 배를 훌쩍 넘습니다. 어뢰와 소나 같은 방어 체계는 배와 달리 기술이 값을 만드는 제품이고, 그만큼 남기는 몫이 다릅니다.
그리고 이 사업에는 인도 시점이 이익을 정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크루즈선과 군함, 특수선은 남는 몫이 각각 다른데 어느 배가 그 분기에 완성되느냐로 그 분기의 이익률이 갈립니다. 배 한 척의 값이 수억 유로이므로 한 척이 앞뒤로 밀리기만 해도 실적이 크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분기 실적은 사업이 나아졌는지보다 무엇을 인도했는지를 먼저 보여줍니다. 잔고가 길다는 것은 그 인도 순서가 몇 년 앞까지 정해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반대로 그 순서가 바뀌면 예상과 다른 분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 사업에는 값을 올릴 여지가 생기는 국면이 있습니다. 지을 수 있는 곳이 몇 곳뿐인데 주문이 몰리면 선사가 자리를 잡으려 조건을 양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2026년 상반기 이익률 개선의 이유로 「크루즈 부문의 가격 조건이 나아진 것」을 든 것이 그 결과입니다.
다만 그 조건은 계약 시점에 정해지므로 지금 좋아진 값이 실적에 나타나는 것은 몇 년 뒤입니다. 반대로 지금의 이익률은 몇 년 전에 정한 값이 만든 것이며, 그래서 이 사업에서는 좋은 국면과 좋은 실적 사이에 늘 시차가 놓입니다.
⑥ 그래서 핀칸티에리 방산이 수중으로 가고 있습니다
여기가 이 편의 갈림길입니다. ⑤에서 본 얇은 마진을 회사도 알고 있고, 그것을 벗어나려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 방향이 방산, 그 가운데서도 수중입니다.
숫자가 그 이유를 보여줍니다. 2025년 수중 부문의 상각전영업이익률이 17.6%로 전사 7.4%의 두 배를 넘습니다. 조선 부문이 6%대인 것과 견주면 세 배에 가깝습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 남는 몫이 이렇게 갈리면 어느 쪽을 키울지는 정해진 셈입니다.
그래서 회사가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에 레오나르도의 수중 무기 사업을 인수해 별도 부문으로 세웠고 그해 매출이 88.2% 늘었습니다. 그리고 2026년 7월에 넥스트 지오솔루션스와 W센스, 그랄 테크, 뎁콤 네 곳을 약 6억 유로에 사들였습니다. 2026년 2월에 마친 5억 유로 규모의 증자가 그 자금이 됐습니다.
회사가 그 결과를 「유럽 최초의 수직통합 수중 사업자」라 표현했습니다. 바다 밑을 다니는 무인 잠수정과 그것을 조종하는 소프트웨어, 물속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통신, 그리고 해저 조사 서비스를 한 회사 안에 갖췄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수중 부문의 목표를 4년 앞당겼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방향이 시장의 흐름과 맞물려 있습니다. 해저에는 통신 케이블과 가스관, 전력망이 지나가는데 그것을 지키고 감시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배를 짓는 일과 다른 사업이지만 바다를 다루는 능력이 이어지는 자리입니다.
다만 이 전환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수중 부문은 아직 전체 매출의 7% 남짓이고, 인수한 회사들이 자리를 잡고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몇 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에도 십수 년치 잔고는 지금 정해진 값으로 소화돼야 합니다.
회사가 함께 밝힌 두 가지도 같은 방향입니다. 하나는 이탈리아 방산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크루즈선 작업의 일부를 인건비가 낮은 루마니아로 옮기는 것입니다. 앞은 마진이 높은 쪽을 키우는 일이고 뒤는 마진이 얇은 쪽의 부담을 더는 일입니다.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이유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이 회사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세 겹입니다. 첫째가 3절 ①에서 본 크루즈선의 문턱입니다. 이 배를 지을 수 있는 조선소가 세계에 몇 곳뿐이고, 그것은 도크의 크기만이 아니라 안을 채우는 능력이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가 잔고 그 자체입니다. 739억 유로가 이미 계약돼 있어 앞으로 십수 년의 일감이 확보돼 있습니다. 새로 들어오려는 회사가 도크를 짓는다 해도 그 사이 이 회사는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셋째가 국가와의 관계입니다. 이탈리아 국가지주회사가 주요 주주이고 이탈리아 해군이 주요 고객입니다. 핀칸티에리 방산의 뿌리가 여기 있고 이런 관계는 그 자체로 진입 장벽이 되며, 회사가 유럽의 방위 지출 증가를 기회로 보는 것도 그 위치 때문입니다.
ESS 히어로즈 ④편의 플루언스 에너지와 견주면 잔고의 성격이 갈립니다. 그 회사도 수주잔고가 매출을 크게 넘었는데 원인이 달랐습니다 — 위탁생산 공장의 가동이 늦어 팔린 것을 넘기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이 회사의 잔고는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라 만드는 데 원래 오래 걸리고 선사가 미리 사두기 때문에 쌓인 것입니다. 같은 「큰 잔고」라도 하나는 병목의 신호이고 다른 하나는 사업의 조건입니다.
해자의 유효 기간을 판단할 때 봐야 할 것은 그 전환이 실제로 진행되는가입니다. 크루즈선의 자리는 단단한데 그 사업이 남기는 몫이 얇으므로, 이 회사의 앞날은 마진이 높은 쪽이 얼마나 빨리 커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수중이 전체의 7% 남짓인 지금은 그 답이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것은 이 회사가 여러 나라에 야드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탈리아가 중심이지만 노르웨이 계열의 오프쇼어 사업과 루마니아 야드가 함께 있고, 미국에도 조선소를 갖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의 해군에 납품하려면 그 나라 안에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그 배치 자체가 시장에 접근하는 수단이 됩니다.
📌 이 회사를 판별하는 질문 하나 수주잔고는 이 회사를 판별해주지 못합니다. 739억 유로로 매출의 8배인데, 이 사업에서는 잔고가 큰 것이 정상입니다. 배를 짓는 데 몇 년이 걸리고 선사가 미리 사두기 때문이며, 잔고가 작으면 오히려 일감이 끊긴다는 뜻입니다. 수주 증가율도 답이 아닙니다 — 2025년에 32.4% 늘었지만 그 물량이 매출이 되는 것은 몇 년 뒤입니다. 매출 성장률 역시 진행률로 인식하는 구조에서는 예전 계약이 건조 중반에 들어섰다는 뜻일 뿐입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방산과 수중이 크루즈를 언제 넘어서는가.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부문별 상각전영업이익률을 연도별로 나란히 놓습니다. 회사가 분기와 연간 실적에서 네 부문의 이익률을 각각 밝히므로,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조선 부문이 전사 7.4%를 끌어내리고 있는지 따라 올라가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수중 부문의 매출 비중을 추적합니다. 이 부문의 이익률이 조선의 두 배가 넘으므로 비중이 올라가면 전체 이익률도 함께 올라갑니다. 2025년 매출 6억 6,700만 유로가 어디까지 커지는지가 관건입니다. 셋째, 회사가 밝힌 세 가지 계획의 진척을 봅니다. 방산 생산 능력 두 배 확대, 수중 사업 확대, 크루즈 작업의 루마니아 이전이 실제로 진행되면 그 결과가 이익률에 나타나야 합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핀칸티에리를 둘러싼 큰 그림
이 회사의 관계도는 사업마다 상대가 달라 여러 겹으로 그려야 합니다. 크루즈선에서 만나는 회사와 군함에서 만나는 회사가 다르고, 국가가 주주이면서 고객이기도 합니다.
🌏 글로벌 라이벌
- 마이어 베르프트 [독일, 비상장]·샹티에 드 라틀랑티크 [프랑스, 비상장] — 대형 크루즈선을 지을 수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조선소들입니다. 셋이 시장을 나누고 있어 선사가 발주할 곳도 그만큼 한정되는데, 그래서 값 협상에서 어느 한쪽이 압도하지 못합니다.
- 나발 그룹 [프랑스, 비상장]·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 [독일, 비상장] — 유럽 방산 조선의 경쟁자 들입니다. 각국 해군 발주와 수출 시장에서 겨루는데, 방산 조선은 자국 조선소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 각자 자기 나라에서는 유리하고 밖에서는 겨루는 구도입니다.
- 한화오션 [코스피 042660]·HD현대중공업 [코스피 329180] — 해양방산 히어로즈 ①편과 조선 히어로즈 ①편의 주인공들입니다. 상선에서는 겹치지 않지만 잠수함과 군함 수출 시장에서 만납니다.
🤝 핵심 고객사
- 글로벌 크루즈 선사 [다수] — 조선 부문의 주된 고객입니다. 회사가 2025년에 노르웨이지안 크루즈 라인과 크리스털, 바이킹 등에서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발주처가 소수에 집중돼 있어 그들이 동시에 투자를 늦추면 대체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 이탈리아 해군 [정부기관] — 군함의 주된 발주처입니다. 회사는 레오나르도와 함께 세운 합작사를 통해 다목적 전투함과 호위함을 공급하고 인도한 함정의 정비도 맡는데, 자국 해군이 오래 쓰고 있다는 기록이 수출 시장에서 근거가 됩니다.
- 해외 해군 [다수] — 수출 시장입니다. 회사가 2025년에 인도 해군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어뢰를 인도했다고 밝혔으며, 수중 부문의 성장이 이 축과 이어져 있습니다. 수중 부문의 성장이 이 축에 걸려 있는데, 어뢰는 배보다 계약 규모가 작아 여러 나라에 나눠 팔 수 있습니다.
🔗 이 시리즈와의 연결고리
- 한화오션 [코스피 042660] — 해양방산 히어로즈 ①편의 주인공입니다. 두 회사 모두 민수 선박과 군함을 함께 짓는데, 조합이 다릅니다. 그 회사는 상선과 잠수함이고 이 회사는 크루즈선과 군함입니다.
- 레오나르도 [이탈리아, 밀라노 LDO] — 이탈리아의 방산 기업으로 이 회사와 합작사를 세워 함정을 공급합니다. 그리고 2025년에 이 회사가 그 회사의 수중 무기 사업을 사들여 수중 부문을 만들었습니다. 경쟁자이면서 협력자이고 매각자이기도 한 관계입니다.
- 플루언스 에너지 [나스닥 FLNC] — ESS 히어로즈 ④편의 주인공입니다. 수주잔고가 매출을 크게 넘는 구조가 이 회사와 닮았으나 원인이 정반대이며, 4절에서 그 대비를 다뤘습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왼쪽에는 강재와 기자재를 대는 공급사가 있고 오른쪽에는 크루즈 선사와 해군이 있습니다. 앞은 관광 수요를 보고 배를 사고 뒤는 국방 예산으로 사정을 따라가고 다른 쪽은 국방 예산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이 지도에는 국가라는 층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탈리아 국가지주회사가 주요 주주이고 이탈리아 해군이 고객이며, 유럽의 방위 지출 증가가 이 회사의 기회로 이어집니다. 민간 기업이면서 국가 전략의 일부이기도 한 위치입니다.
4절에서 마진을 물었던 까닭이 이 관계도에서도 확인됩니다. 이 회사에 남는 몫은 얼마나 잘 만드는가이고, 그 값은 소수의 발주처와 몇 년 전에 맺은 계약이 정하기 때문입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핀칸티에리 실적표를 볼 때는 매출보다 잔고와 이익률을 먼저 봐야 합니다. 매출은 몇 년 전 계약의 결과이고 잔고는 앞으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익률은 그 잔고가 얼마를 남길지를 알려줍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구분 | 매출 | 수익성 | 비고 |
| 2024년(연간, 확정) | 81억 2,800만 유로 | 상각전영업이익 5억 900만 유로(마진 6.3%)·순이익 2,700만 유로 | 수주 153억 5,500만 유로. 연말 수주잔고 310억 유로, 소프트 백로그 202억 유로 |
| 2025년(연간, 확정) | 91억 9,400만 유로(YoY +13.1%) | 상각전영업이익 6억 8,100만 유로(YoY +33.9%, 마진 7.4%)·순이익 1억 1,700만 유로 | 수주 203억 유로(YoY +32.4%), 연말 총 수주잔고 632억 유로. 조선 65억 9,200만 유로(66.3%)·오프쇼어 13억 5,600만 유로·장비시스템 13억 2,000만 유로·수중 6억 6,700만 유로(YoY +88.2%). 부문별 마진은 수중 17.6%, 장비시스템 8.2%, 오프쇼어 5.3% |
| 2026년 1분기(확정) | 21억 3,500만 유로(YoY -10.1%) | 상각전영업이익 1억 5,900만 유로(마진 7.4%) | 전년 동기에 인도네시아 해군 함정 두 척이 잡혀 있어 그 효과를 빼면 약 6% 증가. 크루즈 매출 12억 2,000만 유로(YoY +16.8%), 수중 43.3% 증가. 총 수주잔고 742억 유로로 사상 최대, 인도 예정 2039년까지 |
| 2026년 2분기(확정) | 24억 4,500만 유로(YoY +11.1%) | 상각전영업이익 1억 9,100만 유로(마진 7.8%) | 상반기 누적 매출 45억 8,000만 유로(YoY +0.1%)·상각전영업이익 3억 5,000만 유로(YoY +12.5%, 마진 7.6%)·순이익 1억 200만 유로(전년 3,500만 유로의 세 배). 총 수주잔고 739억 유로. 조정 순부채 7억 5,600만 유로로 연말 13억 1,100만 유로에서 감소 |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분기별 매출 증감을 그대로 읽으면 안 됩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이 10.1% 줄었는데 상각전영업이익률은 6.5%에서 7.4%로 올랐습니다. 전년 동기에 인도네시아 해군 함정 두 척이 잡혀 있던 탓이며, 회사는 그 효과를 빼면 약 6% 증가라고 밝혔습니다. 조선업은 어느 선종이 그 분기에 인도되느냐로 매출과 이익률이 함께 흔들리므로, 매출이 줄어든 분기가 오히려 좋은 분기일 수 있습니다. 첫째, 위 네 행은 모두 회사 발표에 근거한 확정 실적이고 통화는 유로입니다. 결산이 12월 말이라 국내 기업과 기간이 겹치므로 그대로 견주어 읽으셔도 됩니다. 둘째, 이 회사는 이익 지표로 상각전영업이익을 앞세웁니다. 감가상각과 무형자산 상각을 빼기 전의 값이라 영업이익보다 큽니다. 조선업은 설비 투자가 크므로 이 차이가 작지 않으며, 표의 이익률도 이 기준입니다. 셋째, 분기 값은 직접 계산한 것입니다. 이 회사가 개별 분기를 따로 내지 않고 상반기와 9개월 누계로만 공시하므로, 3분기는 9개월에서 상반기를 빼고 4분기는 연간에서 9개월을 뺐습니다. 분기 매출에 「약」을 붙인 것은 그 누계 매출이 반올림된 값이라서입니다. 넷째, 수주잔고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계약이 확정된 백로그와 아직 확정 전인 소프트 백로그입니다. 2025년 말 632억 유로와 2026년 6월 말 739억 유로는 둘을 합친 값이며, 회사가 분기마다 이 둘을 나눠 밝히므로 그 구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핀칸티에리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잔고와 이익률이 함께 놓이는 자리입니다. 2025년 말 핀칸티에리 수주잔고가 739억 유로로 매출의 8배인데,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조선 부문의 상각전영업이익률은 6%대입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이 회사의 상태가 보입니다. 앞으로 십수 년간 무엇을 만들지는 정해져 있고, 그 기간에 얼마를 남길지도 상당 부분 정해져 있습니다. 계약할 때 값이 확정되기 때문입니다.
분기로 나눠 보면 그 값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이 21억 3,500만 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10.1% 줄었는데 상각전영업이익률은 6.5%에서 7.4%로 올랐습니다. 매출이 줄어든 것은 전년 동기에 인도네시아 해군 함정 두 척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고, 회사는 그 효과를 빼면 약 6% 증가라고 밝혔습니다.
상반기로 보면 매출이 45억 8,000만 유로로 전년과 사실상 같은데 상각전영업이익은 3억 5,000만 유로로 12.5% 늘었고 순이익은 1억 200만 유로로 세 배가 됐습니다. 파는 양은 그대로인데 남는 몫이 커진 것입니다.
회사가 그 원인으로 든 것이 둘입니다. 조선 부문의 마진이 1%포인트 올랐고 수중 부문이 자랐다는 것 입니다. 크루즈선의 값을 예전보다 잘 받고 있고, 마진이 높은 수중 사업의 몫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조선업은 어느 선종을 인도하느냐로 이익률이 정해지므로, 매출이 그대로여도 구성이 바뀌면 이익이 늘어납니다.
부문별로 보면 다른 방향이 있습니다. 2025년 수중 부문의 상각전영업이익률이 17.6%로 전사 7.4%의 두 배를 넘습니다. 그리고 그 부문의 매출이 2025년에 88.2% 늘어 6억 6,700만 유로가 됐습니다. 아직 전체의 7% 남짓이지만 성장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조선 부문 안에서도 구성이 바뀌고 있습니다. 2025년 9개월 누계에서 이 부문 매출이 23% 늘었는데 그중 방산이 39% 늘었습니다. 크루즈선보다 군함이 빠르게 자라고 있다는 뜻이고, 회사가 이탈리아 방산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과 이어집니다.
재무 구조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 순부채가 16억 4,000만 유로로 전년 동기 24억 2,000만 유로에서 줄었습니다. 십수 년치 잔고를 소화하려면 운전자본이 계속 필요한 사업이라 이 지표를 함께 봐야 합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첫 번째 층위는 고정가 계약의 기간입니다. 십수 년 뒤 인도할 배의 값이 지금 정해지므로 그 사이의 원가 상승을 이 회사가 떠안습니다. 강재값이든 인건비든 오르면 그 차액이 고스란히 이익에서 빠지는데, 그 노출 기간이 다른 어느 제조업보다 깁니다. 잔고가 길다는 것이 곧 이 위험이 길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층위는 얇은 마진입니다. 전사 상각전영업이익률이 7.4%인데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조선이 그 아래에 있습니다. 크루즈선 한 척에 수억 유로가 드는데 남는 몫이 몇 퍼센트라면 한 척에서 원가가 어긋나는 것만으로 그해 손익이 흔들립니다. 규모가 클수록 오차의 절대액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층위는 크루즈 시장의 성격입니다. 관광 수요를 따라가는데 그 수요는 경기와 감염병 같은 사건에 크게 흔들립니다. 그리고 발주처가 세계적으로 몇 곳에 집중돼 있어 그들이 한꺼번에 발주를 멈추면 대체할 고객이 없습니다. 십수 년치 잔고가 있어도 그 뒤가 비면 도크가 놀게 됩니다.
네 번째 층위는 인건비입니다. 크루즈선은 안을 채우는 일이 대부분이고 그 일은 자동화로 줄이기 어렵습니다. 유럽의 인건비가 오르면 그대로 원가가 되는데, 이미 계약된 배의 값은 바꿀 수 없으므로 그 차이를 회사가 집니다. 작업 일부를 루마니아로 옮기려는 것이 그 대응입니다.
다섯 번째 층위는 방산 확대의 시차입니다. 회사가 이탈리아 방산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도크를 짓고 인력을 채우는 데 몇 년이 걸리고 그동안 비용이 먼저 나갑니다. 그리고 그 확장이 끝났을 때 유럽의 방위 지출이 지금 수준으로 남아 있어야 값을 합니다.
여섯 번째 층위는 수중 부문의 규모입니다. 이익률 17.6%로 전사의 두 배가 넘지만 매출이 전체의 7% 남짓입니다. 이 부문이 두 배가 돼도 전사 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므로, 조선의 마진을 덮으려면 훨씬 오래 걸립니다.
일곱 번째 층위는 국가와의 관계입니다. 국가지주회사가 주요 주주인 것은 안정성을 주지만 경영의 자유도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이익만 보면 인건비가 낮은 곳으로 작업을 옮기는 것이 맞는데, 그러면 이탈리아의 고용이 줄어 주주인 국가의 다른 목표와 부딪힙니다. 그 조정에 시간이 걸립니다.
여덟 번째 층위는 잔고의 성격입니다. 632억 유로 가운데 일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소프트 백로그입니다. 회사가 이 둘을 나눠 밝히므로 확인할 수는 있는데, 총액만 보면 실제 확보된 일감을 과대평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비율이 분기마다 달라지므로 잔고가 늘었다는 소식도 구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잔고가 늘었다는 소식도 확정분이 늘었는지 소프트 백로그가 늘었는지에 따라 뜻이 다릅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네 가지 해석
① 잔고가 큰 것이 좋은 신호인지는 그 사업이 정합니다
이 회사의 수주잔고는 매출의 8배입니다. 다른 산업이라면 팔린 것을 못 만들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는데, 이 사업에서는 정상입니다. 배를 짓는 데 몇 년이 걸리고 선사가 자리를 미리 잡아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잔고를 읽을 때는 그 사업의 표준 주기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몇 달이면 만드는 물건에서 잔고가 몇 년치라면 병목이지만, 몇 년이 걸리는 물건에서는 그것이 당연합니다. 같은 배수라도 뜻이 전혀 다릅니다.
다만 잔고가 길다는 것에는 대가가 붙습니다. 그 기간의 값이 이미 정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만들지 아는 것과 얼마를 남길지 아는 것은 함께 오는데, 뒤쪽이 원가 변동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그래서 잔고가 큰 회사를 볼 때는 그 잔고가 어떤 값으로 채워져 있는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총액과 기간만 보면 확보된 일감으로만 읽히지만, 그 일감이 남기는 몫은 별개의 문제이고 대체로 계약서에 이미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잔고가 길면 그 사이에 시장이 바뀔 수 있습니다. 12년은 크루즈 수요의 사이클이 한 번 이상 돌아가는 기간이고, 그 사이 선사의 사정이 나빠지면 인도 연기나 취소를 요청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변수에 노출되는 기간도 길다는 뜻입니다.
② 이익률이 다른 사업이 함께 있으면 비중이 답입니다
이 회사의 부문별 이익률은 크게 갈립니다. 2025년 기준으로 수중이 17.6%, 장비·시스템·인프라가 8.2%, 오프쇼어·특수선이 5.3%이고 전사는 7.4%입니다. 가장 높은 부문과 낮은 부문이 세 배 넘게 차이 납니다.
그런데 매출 비중은 반대입니다. 이익률이 가장 높은 수중이 전체의 7% 남짓이고, 가장 큰 조선이 66.3%로 이익률은 낮은 쪽입니다. 그래서 전체 이익률은 조선 쪽으로 끌려갑니다.
이런 구조에서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둘입니다. 큰 사업의 이익률을 올리거나 작지만 이익률 높은 사업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 회사는 둘 다 하고 있는데, 방산 비중을 늘려 조선 안에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수중 사업을 인수로 키웠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업을 가진 회사에서 이익률이 개선되는지를 볼 때는 각 부문의 이익률과 함께 비중의 변화를 봐야 합니다. 부문 이익률이 그대로여도 비중이 바뀌면 전체가 달라지고, 그 이동이 이익률 개선의 실제 경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③ 같은 뼈대 위에 다른 것을 얹는 사업이 있습니다
크루즈선과 군함은 목적이 반대에 가깝습니다. 하나는 사람이 편안하도록 만들고 다른 하나는 전투에서 살아남도록 만듭니다. 그런데 같은 회사의 같은 야드에서 나옵니다.
겹치는 것은 뼈대까지입니다. 거대한 강철 구조물을 정밀하게 만들고 그 안에 여러 계통을 넣는 일이 같습니다. 그 위에 무엇을 얹느냐가 갈리는데, 인테리어를 잘하는 능력과 전투 체계를 통합하는 능력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이런 조합에는 이점과 부담이 함께 있습니다. 뼈대를 만드는 설비와 인력을 나눠 쓸 수 있는 것이 이점이고, 그 위의 두 전문성을 모두 유지해야 하는 것이 부담입니다. 한쪽 시장이 식어도 다른 쪽이 받쳐주지만, 두 조직을 함께 굴려야 합니다.
그래서 서로 달라 보이는 사업을 함께 가진 회사를 볼 때는 어디까지 겹치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설비만 겹치는지, 기술까지 겹치는지, 아니면 고객도 겹치는지에 따라 그 조합의 값어치가 달라집니다. 겹치는 구간이 얕으면 한 회사에 있을 이유도 얕아집니다.
④ 국가가 주주인 회사에는 다른 계산이 들어갑니다
이 회사는 이탈리아 국가지주회사가 주요 주주이고 이탈리아 해군이 고객입니다. 그리고 유럽의 방위 지출 증가가 이 회사의 기회로 이어집니다. 민간 기업이면서 국가 전략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이 위치가 주는 것이 있습니다. 방산 발주에서 유리하고, 어려울 때 지원을 기대할 수 있으며, 국가 간 협상에서 뒷받침을 받습니다. 방산 조선처럼 신뢰가 중요한 사업에서 이런 관계는 진입 장벽이 됩니다.
다만 대가도 있습니다. 고용과 지역 경제 같은 고려가 경영 판단에 들어오고, 그것이 순수한 수익성 판단과 어긋날 때 조정이 필요합니다. 작업을 인건비가 낮은 곳으로 옮기는 결정 하나에도 그 고려가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국가가 주주인 회사를 볼 때는 그 관계가 어느 방향으로 작용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발주와 지원이라는 이점과 경영 자유도라는 제약이 함께 있고, 어느 쪽이 크게 작용하는지는 그 나라의 사정과 그 시기의 국면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시각은 조선업 밖에도 적용됩니다. 수주잔고를 자랑하는 회사를 만나면 그 잔고가 몇 년치인지와 함께 그 사업의 표준 제작 기간을 물어야 합니다. 제작 기간보다 훨씬 길면 자리를 미리 잡아둔 것이고, 그 기간의 값이 이미 정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앞으로 이 회사에 관한 소식을 접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질문 네 개와,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적어둡니다.
첫째, 조선 부문의 이익률이 올라가는가. 회사가 네 부문의 상각전영업이익률을 분기와 반기마다 따로 냅니다.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부문이 6%대에 머무는지 올라가는지가 이 회사의 수익성을 정합니다.
둘째, 수중 부문이 얼마나 커지는가. 이익률이 조선의 두 배가 넘는 부문이라 비중이 올라가면 전체가 함께 올라갑니다. 2025년 매출 6억 6,700만 유로에서 어디까지 가는지를 봅니다.
셋째, 잔고의 구성이 어떻게 바뀌는가. 회사가 확정된 백로그와 소프트 백로그를 나눠 밝히므로 그 비율을 추적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몫이 늘어나는지가 수익성의 방향을 보여줍니다. 확정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앞날이 단단해진 것입니다.
넷째, 회사가 밝힌 계획이 진행되는가. 방산 생산 능력 두 배 확대와 크루즈 작업의 루마니아 이전이 실제로 진행되는지를 봅니다. 두 계획 모두 이익률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것이므로 그 진척이 부문별 이익률로 확인돼야 하며, 발표만 있고 숫자가 따라오지 않으면 다시 봐야 합니다.
끝으로 하나를 덧붙입니다. 새로 받는 주문의 값이 예전 계약보다 나은지를 봐야 합니다. 잔고에 들어 있는 배들의 값은 이미 정해졌지만 지금 맺는 계약은 다른 조건일 수 있고, 그 차이가 몇 년 뒤 이익률로 나타납니다.
10. 마무리하며
핀칸티에리는 크루즈선과 군함을 함께 짓는 이탈리아 국영 조선사이고, 그 크루즈선으로 번 돈을 수중 방산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 한 줄에 이 회사의 지금이 들어 있습니다. 사업의 뿌리는 크루즈선인데 그것이 남기는 몫이 얇아, 회사가 다른 곳으로 무게를 옮기는 중입니다.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크루즈선은 배라기보다 떠다니는 건물에 가깝습니다. 수천 명이 몇 주씩 지내는 공간이라 발전과 정수와 하수처리가 안에 들어가고, 그 위에 극장과 수영장과 상점이 얹힙니다. 그래서 짓는 일의 상당 부분이 안을 채우는 작업이고 그것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군함과 겹치는 것은 거대한 구조물을 정밀하게 만드는 뼈대까지이며, 그 위의 인테리어와 전투 체계는 전혀 다른 기술입니다. 이 배들을 지을 수 있는 조선소가 몇 곳뿐이고 한 척이 도크를 몇 년 차지하므로 주문이 멀리까지 밀리고, 선사는 그 자리를 미리 잡아둡니다. 그렇게 십수 년치 잔고가 쌓였는데, 그 배들의 값은 계약할 때 이미 정해졌습니다.
남는 질문은 두 갈래입니다. 수중 부문이 어디까지 커질 것인가. 그리고 그 사이 조선 부문의 마진이 버텨줄 것인가. 앞의 질문에는 부문별 매출 비중이 답하고, 뒤의 질문에는 조선 부문의 상각전영업이익률이 답할 것입니다.
해양방산 히어로즈를 여기까지 읽어오며 확인한 것은 민수 선박과 군함을 함께 짓는 회사가 나라마다 다른 조합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앞선 편의 회사는 상선과 잠수함을 같은 야드에서 만들었고, 이 회사는 크루즈선과 군함을 함께 짓습니다. 겹치는 것은 거대한 구조물을 정밀하게 만드는 뼈대까지이고 그 위에 무엇을 얹느냐가 각자의 성격을 정합니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방산이 커질수록 이 자리에 설 회사도 늘어납니다. 그때 던져볼 질문은 하나입니다 — 이 회사가 벌고 있는 곳과 키우려는 곳이 같은가.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실적·점유율·목표주가 등은 각 증권사·시장조사기관의 추정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확정된 사실과 전망을 구분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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