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STX엔진, K9과 군함의 심장을 같은 공장에서 만드는 특수엔진 제작사 (조선·방산 소부장 히어로즈 ③)

STX엔진의 창원 공장에는 두 개의 생산 라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배와 발전기에 들어가는 엔진을, 다른 하나는 전차와 자주포와 함정에 들어가는 특수엔진을 만듭니다. 2026년 상반기 가동률이 앞쪽 29.8%, 뒤쪽 87.4%였습니다. 같은 부지에서 한쪽은 계획의 3분의 1도 못 돌리고 다른 쪽은 거의 꽉 찼습니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의 수주 표를 넘겨보면 방향이 반대입니다. 반기 동안 새로 받은 주문이 선박 쪽 3,054억원, 방산 쪽 2,816억원으로 놀고 있던 라인이 더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 돌아가는 것과 앞으로 만들 것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1. 왜 지금 STX엔진인가

소부장 히어로즈는 완성품 안에 들어가는 것을 만드는 회사들을 다룹니다. ①편이 무기가 목표를 찾고 판단하는 장비였고 ②편이 무기가 쏘는 것이었다면, 이 편은 무기가 움직이게 하는 것을 봅니다. 이 자리에 선 회사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스스로 수요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전차가 팔려야 전차의 엔진이 팔리고, 배가 지어져야 배의 엔진이 팔립니다. 그래서 이 계층의 회사를 볼 때는 그 회사의 실적표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 주문은 누가 정하고, 그 주문이 매출이 되기까지 무엇이 놓여 있는가.

STX엔진이 그 질문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회사입니다. 회사는 스스로를 「디젤엔진 전문생산업체로 출범하여 엔진, 전자통신, 부품/서비스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엔진, 중전기 종합 회사」라고 밝히고 있고, 사업을 민수와 특수와 전자통신 셋으로 나눠 운영합니다. 그중 특수사업이 만드는 것이 이 편의 중심입니다. 회사가 그 부문을 「육군의 주력인 K1계열 전차, K9자주포 및 해군, 해경의 함정(구축함, 고속정, 경비정 등)에 탑재되는 특수고속엔진」이라 설명했는데, 지상무기 히어로즈 ①편의 전차와 해양방산 히어로즈 ①편의 함정에 이 회사의 엔진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고객 명단이 그 구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의 4분의 1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 곳에서 나왔고, 한화오션과 방위사업청을 더하면 42%가 됩니다. 그 뒤로 현대로템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가 이어집니다. 다섯 곳 모두 이 시리즈에서 이미 다룬 완성품 회사이거나 그 발주처이며, 그들이 앞에 서고 이 회사가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을 만드는 구도가 매출처 표 한 장에 그대로 찍혀 있는 셈입니다. 회사별 비중과 그 관계의 성격은 5절 지도에서 하나씩 봅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은 엔진을 만든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두 라인이 정반대 국면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본 대로 가동률이 29.8%와 87.4%로 갈렸는데, 그 격차를 3년으로 늘여 보면 이야기가 한 겹 더 생깁니다. 민수 가동률은 2024년 33.9%에서 2025년 23.6%까지 내려갔다가 2026년 상반기에 29.8%로 올라왔고, 특수는 70.2%에서 83.0%를 거쳐 87.4%가 됐습니다. 한쪽은 바닥을 찍고 돌아서는 중이고 다른 쪽은 더 올릴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수주 표를 함께 놓으면 그 방향이 분명해집니다. 수주잔고는 이미 계약해두었지만 아직 만들어 넘기지 않은 물량, 곧 앞으로 매출이 될 일감입니다. 반기 동안 새로 받은 주문이 민수 3,054억원, 특수 2,816억원이고, 수주잔고는 민수가 4,645억원에서 6,473억원으로 39.4%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특수는 9,310억원에서 1조 380억원으로 11.5% 늘었습니다. 지금 공장을 돌리고 있는 것은 특수 라인인데, 앞으로 만들 것이 더 빠르게 쌓이는 쪽은 민수 라인입니다. 가동률과 수주잔고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고, 그 어긋남이 이 편이 붙잡을 구조입니다.

두 표가 어긋나는 이유는 그 사이에 시간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주문을 받는 시점은 고객이 정하고, 그 주문이 매출이 되는 시점은 이 회사가 엔진을 만들어 시운전을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정합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그리고 왜 그 시간을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지가 이 회사를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이 편에서 답을 찾아볼 질문은 셋입니다. 엔진을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일인가. 전차의 엔진과 배의 엔진은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받아둔 주문과 실제 생산 사이에 무엇이 놓여 있는가.

📌 기본 정보 티커: 코스피 077970 | 설립: 1976년 쌍용중공업으로 출발, 디젤엔진 전문생산업체로 시작 | 사업 구성(2026년 상반기): 특수사업 47.23%, 민수사업 40.03%, 전자통신사업 12.74% | 주요 제품: 선박용 주기·보기·비상발전기 엔진과 육상 발전용 엔진(민수), K1계열 전차·K9 자주포·구축함·고속정용 특수고속엔진(특수), 예인음탐기와 전파탐지장비·군위성통신(전자통신) | 기술 제휴: 민수는 EVERLLENCE SE(구 MAN Energy Solutions), 특수는 Rolls-Royce Solutions와 기술도입계약 | 생산 거점: 창원 본사(엔진)와 용인사업장(전자통신), 미국·네덜란드·싱가포르에 부품판매와 서비스 법인 | 주요 매출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방위사업청, 현대로템, 중국 조선소,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 한 줄 정체성: 두 나라의 설계를 들여와 배의 엔진과 무기의 엔진을 같은 공장에서 만드는 제작사이며, 그 두 라인이 서로 다른 시장을 보고 따로 움직이는 회사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회사가 「민수사업, 특수사업, 전자통신사업의 3개 사업부문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셋 다 엔진이거나 함정에 들어가는 장비이지만 파는 상대도, 값이 정해지는 방식도, 돈이 들어오는 리듬도 다릅니다. 세 부문을 차례로 보고 그다음에 셋에 공통으로 걸리는 것을 짚겠습니다.

민수사업 — 매출의 4할, 수출이 내수의 두 배 반

배와 발전기에 들어가는 엔진을 만듭니다. 선박용 주기와 보기, 비상발전기 엔진, 그리고 육상 발전용 엔진과 산업용 엔진입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 1,609억원으로 40.03%인데, 이 부문의 특징은 수출 비중입니다. 상반기 수출 1,147억원에 내수 462억원으로 수출이 두 배 반입니다. 그 수출이 어디로 가는지는 매출처 표에서 드러납니다 — 대련조선(DALIAN SHIPBUILDING)이 175억원으로 4.35%, 강남조선(JIANGNAN SHIPYARD) 상하이가 147억원으로 3.65%입니다. 중국 조선소 두 곳이 합쳐 8.0%로, 이 부문의 매출 절반 가까이가 중국 야드에서 나옵니다. 국내 조선 시황이 좋아도 이 라인이 곧바로 도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값이 정해지는 방식은 경쟁 입찰입니다. 회사가 판매방법을 「개별 수주방식에 의한 주문생산 및 공급(경쟁 입찰)」이라 적었는데, 조선소가 배를 지을 때 어느 회사의 엔진을 넣을지를 견적으로 고른다는 뜻입니다. 다만 값이 아래로만 눌리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이 부문 제품이 「환경규제와 안전규제 강화 등 만족을 위한 추가 기자재, DF엔진 등 기술 고도화에 따라 일반적인 디젤엔진과 비교해 높은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DF는 두 가지 연료를 함께 쓸 수 있게 만든 엔진을 가리키는데, 배가 태우는 연료 자체가 바뀌는 중이라 나온 물건입니다(3절 ④). 규제가 강해질수록 엔진에 붙는 장치가 늘고 그만큼 값이 올라간다는 것인데, 이 구조는 소부장 히어로즈 ⑤편에서 한화엔진을 볼 때 다시 만나게 됩니다.

특수사업 —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무기의 엔진

STX엔진 특수엔진이 여기 속하며, 전차와 자주포와 함정에 들어갑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 1,898억원으로 47.23%이고 세 부문 가운데 가장 큽니다. 이 부문에서 눈여겨볼 것은 수출입니다. 특수사업 수출이 2024년 1,130억원에서 2025년 1,548억원, 2026년 상반기에만 1,080억원이 됐습니다. 반기 기준으로 이미 2024년 연간의 대부분에 이르렀고, 같은 기간 내수는 2,055억원에서 2,077억원, 그리고 반기 818억원으로 거의 제자리입니다. 국내 물량은 예산을 따라 일정하게 나오는데 수출이 그 위에 얹히고 있는 구조입니다. 조선·방산 시리즈에서 본 중동 수출 확대가 부품 단계까지 내려온 사례입니다.

값이 정해지는 방식이 민수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회사가 이 부문의 판매방법을 「개별 수주방식에 의한 주문생산 및 공급(수의 및 경쟁 입찰)」이라 적었습니다. 민수에는 없는 수의계약이 여기 붙어 있다는 뜻이고, 그것은 그 엔진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정해져 있어 경쟁을 붙일 상대가 없는 품목이 있다는 말입니다. 방산에서 진입장벽이 값으로 나타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회사가 이 부문 가격에 대해 「매년 상승하고 있는 엔진부품 가격과 최근 고환율(유로)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힙니다 — 원가가 오르면 그것을 값에 얹을 수 있는 자리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전자통신사업 — 엔진 회사가 함정의 전자 장비도 만드는 이유

기상용 레이더와 방위산업용 전자통신장비를 만듭니다. 회사가 「군함에 설치 및 운용되는 수중음향체계, 전파탐지체계, 전술통신체계」를 예로 들었고, 2026년 상반기 매출 512억원으로 12.74%입니다. 엔진 회사에 전자 장비 부문이 붙어 있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만 고객이 같습니다. 같은 함정에 이 회사의 엔진과 이 회사의 음탐기가 함께 들어가고, 발주하는 곳도 방위사업청과 조선소로 겹칩니다. 다만 이 부문은 지금 줄고 있습니다. 수주잔고가 2,756억원에서 2,416억원으로 12.3% 줄었고, 반기 신규 수주가 131억원으로 납품액 512억원의 4분의 1에 그쳤습니다. 세 부문 가운데 잔고가 줄어든 곳은 여기뿐입니다.

돈이 들어오는 리듬과 나가는 곳

세 부문 모두 수금 조건이 같습니다. 회사가 「계약금, 중도금, 잔금」과 「납품대」로 적었는데, 계약할 때 일부를 받고 만드는 동안 중도금을 받으며 넘길 때 나머지를 받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매출은 계약한 해가 아니라 만드는 해에 잡히고, 지금의 매출은 몇 년 전 수주의 결과입니다. 2026년 상반기 말 수주잔고 1조 9,269억원이 앞으로의 매출이며, 반기 매출과 견주면 민수가 4.0배, 특수가 5.5배입니다. 그 잔고가 언제 매출로 내려오는지가 이 회사의 다음 몇 년을 정합니다.

원가가 나가는 곳을 보면 두 라인의 성격이 한 번 더 갈립니다. 2026년 상반기 원재료 매입이 민수 552억원으로 22.58%, 특수 1,590억원으로 65.02%입니다. 매출은 특수가 민수의 1.2배인데 원재료 매입은 2.9배이고, 비율로 보면 특수 한 부문이 전체 매입의 3분의 2를 씁니다. 특수엔진 한 대에 들어가는 재료가 훨씬 비싸다는 뜻이며, 그만큼 이 부문의 이익은 재료값에 민감합니다. 실제로 회사가 공시하는 엔진 원료 지표인 강판 값이 톤당 82만 9,000원에서 96만 3,000원으로 한 해 만에 16.2%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재료가 어디서 오는지가 또 다른 층을 만듭니다. 민수는 EVERLLENCE와 CMS 등에서, 특수는 Rolls-Royce Solutions에서 들여옵니다. 회사가 두 회사와 기술도입계약을 맺고 「기술 및 용역을 제공받기로 약정되어 있습니다」라고 공시했는데, 두 사업이 서로 다른 회사의 설계로 만들어진다는 뜻입니다. 파는 것은 원화와 달러인데 핵심 부품은 유로로 사 오는 구조이며, 그 비대칭이 7절에서 볼 환율 위험의 뿌리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라이선스로 엔진을 만든다는 것 엔진을 만드는 회사가 다른 회사의 설계로 제품을 내놓는 일이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형 엔진 산업에서는 이 방식이 오히려 일반적입니다. 이유는 개발 비용에 있습니다. 대형 엔진 하나를 새로 설계하려면 수천억원과 십 년 안팎이 들고, 그 뒤로도 수천 시간을 돌려 문제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팔리는 대수는 한 해 수십에서 수백 대입니다. 그 비용을 회수하려면 세계 시장 전체를 상대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회사가 몇 곳뿐입니다. 그래서 산업이 두 층으로 나뉘었습니다. 설계를 가진 회사가 도면과 기술을 팔고, 각 나라의 제작사가 그 설계로 만들어 자국과 인근 시장에 공급합니다. 만드는 쪽은 개발 부담 없이 검증된 제품을 낼 수 있고, 설계를 가진 쪽은 직접 공장을 짓지 않고도 시장을 넓힙니다. 다만 만드는 쪽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설계를 바꿀 수 없고 팔 수 있는 지역이 정해지며, 로열티를 냅니다. 그리고 그 계약이 갱신되지 않으면 그 제품군을 잃습니다. 이 회사가 두 사업에서 각각 다른 상대와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두 갈래의 관계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원가에 직접 나타납니다 — 두 상대가 모두 유럽 회사라, 유로가 오르면 두 라인의 재료값이 함께 오릅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여기서부터가 본론입니다. 읽는 렌즈를 하나 먼저 드리겠습니다. 이 회사의 두 라인이 갈린 것은 경영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두 엔진이 물리적으로 다른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크기가 다르고 회전수가 다르고 요구받는 조건이 정반대라, 만드는 설비도 다르고 그 설비를 옮겨 쓸 수도 없습니다. 디젤엔진이 힘을 내는 방식(①), 크기와 회전수가 왜 반대로 가는지(②), 전차 엔진의 조건(③), 배 엔진의 조건(④)을 차례로 본 뒤, 그 차이가 이 회사의 생산능력을 무엇으로 재게 만들었는지(⑤)와 그래서 주문과 생산 사이에 무엇이 놓이는지(⑥)로 닫겠습니다.

① 디젤엔진이 힘을 내는 방식

디젤엔진은 공기를 세게 압축한 다음 그 안에 연료를 뿌려 스스로 불이 붙게 하는 기계입니다. 가솔린엔진이 점화 플러그로 불을 붙이는 것과 다른 점이 여기 있습니다. 원리는 공기를 압축하면 뜨거워진다는 성질에 있습니다. 자전거 바람을 넣을 때 펌프가 따뜻해지는 것과 같은데 엔진 안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큽니다. 공기 부피를 15분의 1에서 20분의 1까지 줄이면 온도가 섭씨 500도를 넘어가고, 그 상태에서 경유를 안개처럼 뿌리면 저절로 불이 붙습니다.

이 방식이 갖는 이점이 있습니다. 압축을 세게 할수록 연료가 가진 에너지를 더 많이 힘으로 바꿀 수 있는데, 스스로 불이 붙는 구조라 압축에 제한이 없습니다. 가솔린엔진은 너무 압축하면 점화 전에 불이 붙어버려 그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큰 힘이 필요한 곳에는 대체로 디젤엔진이 쓰이며 배와 발전기, 전차와 자주포가 모두 그렇습니다. 다만 대가가 따릅니다. 공기를 15분의 1로 압축한다는 것은 그 압력을 엔진이 견뎌야 한다는 뜻이고 연소가 시작될 때는 압력이 그보다 훨씬 올라가므로, 실린더 벽과 피스톤과 크랭크축이 모두 두꺼워야 하며 그만큼 무거워집니다. 이 무게가 뒤에서 볼 전차 엔진의 조건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 쉽게 비유하면 — 큰 맷돌과 작은 믹서기 곡물을 가는 데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큰 맷돌을 천천히 돌리는 것과 작은 믹서기를 빠르게 돌리는 것입니다. 둘 다 같은 일을 하는데 방식이 다릅니다. 맷돌은 무겁고 크지만 한 번 돌 때 많은 양을 갈고, 천천히 돌아서 오래 씁니다. 믹서기는 작고 가벼워 어디든 놓을 수 있는데 빠르게 돌려야 하므로 부품이 빨리 닳습니다. 엔진에서도 같은 갈림이 있습니다. 배에 들어가는 엔진은 크고 무겁게 만들어 분당 수백 회로 천천히 돌리고, 전차에 들어가는 엔진은 작게 만들어 분당 수천 회로 빠르게 돌립니다. 앞을 저속·중속엔진, 뒤를 고속엔진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수명과 정비 주기를 정합니다. 천천히 도는 엔진은 몇만 시간을 쓰지만 빠르게 도는 엔진은 그보다 훨씬 짧고 손이 자주 갑니다. 같은 회사가 두 종류를 다 만들어도 그 사업의 성격은 전혀 다른 이유이고, 뒤에서 볼 정비 사업의 크기가 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② 크기와 회전수는 반대로 갑니다

엔진의 크기와 회전수 사이에는 물리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크게 만들수록 천천히 돌아야 하고 빠르게 돌리려면 작아야 합니다. 이유는 피스톤이 움직이는 거리에 있습니다. 엔진 안에서 피스톤은 위아래로 왕복하는데 실린더가 크면 그 왕복 거리도 깁니다. 같은 회전수로 돌리려면 피스톤이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그러면 방향을 바꾸는 순간마다 걸리는 힘이 급격히 커집니다. 그 힘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늘어나므로 어느 지점을 넘으면 부품이 견디지 못하고, 그 한계가 엔진 크기마다 다릅니다. 대형 선박용 엔진이 분당 100회 안팎으로 도는 것과 전차 엔진이 분당 2,000회를 넘게 도는 것이 그 차이입니다.

회사가 생산능력 표에서 품목을 「저,중,고속엔진」과 「특수엔진」으로 나눠 적은 것도 이 구분 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관계가 정비 주기를 정합니다. 빠르게 도는 엔진은 같은 시간을 써도 부품이 훨씬 여러 번 왕복하므로 마모가 빠릅니다. 선박용 저속엔진이 수만 시간을 돌고 나서 손보는 데 비해 고속엔진은 그보다 훨씬 자주 분해해야 하고, 그 정비가 만드는 회사의 또 다른 사업이 됩니다. 회사가 특수사업을 설명하며 「설계, 제조, 판매, 정비 등의 서비스」라고 넷을 나란히 적은 것이 그 때문이고, 그 정비 물량이 4절에서 볼 해자의 한 축입니다.

③ STX엔진 특수엔진이 요구받는 것

전차에 들어가는 엔진에는 다른 어디에도 없는 조건이 붙습니다. 첫째가 밀도입니다. 전차의 부피는 정해져 있고 그 안에 엔진과 변속기, 냉각 장치, 연료탱크가 모두 들어가야 합니다. 엔진이 차지하는 공간이 커지면 그만큼 승무원 공간이나 탄약이 줄어들므로 같은 힘을 더 작은 부피에서 내야 합니다. ①에서 본 대로 디젤엔진은 압축을 견디느라 무거워지는 물건인데, 그 무거워지려는 성질을 정해진 상자 안에 밀어 넣어야 하는 셈입니다.

둘째가 냉각입니다. 엔진이 작은데 큰 힘을 내면 그만큼 열이 좁은 곳에 몰립니다. 그런데 전차는 열린 공간에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자동차와 달리 밀폐된 몸체 안에 엔진을 두므로, 그 열을 빼내는 일이 설계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셋째가 조건의 가혹함입니다. 전차는 포장도로만 달리지 않습니다. 진흙과 모래, 급경사를 지나고 물속을 건너기도 합니다. 먼지가 엔진에 들어가면 안 되고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윤활유가 제대로 돌아야 하며, 영하와 영상 수십 도를 오가는 환경에서 시동이 걸려야 합니다.

넷째가 정비의 조건입니다. 전차는 전장에서 고장 나면 그 자리에서 손봐야 하는데, 엔진을 통째로 들어내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방식이 쓰입니다. 그러려면 엔진과 변속기가 하나의 덩어리로 묶여 있어야 하고 그 연결부가 빠르게 분리돼야 하므로, 이 요구가 설계 단계부터 반영됩니다. 넷을 모두 만족시키는 설계를 가진 곳이 세계에 몇 곳뿐이고, 이 회사가 이 부문에서 Rolls-Royce Solutions의 기술을 들여온 이유가 그것입니다. 전차 엔진은 자동차 엔진을 키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물건으로 설계됩니다.

④ 배 엔진이 요구받는 것

배에 들어가는 엔진의 조건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첫째, 오래 돌아야 합니다. 대양을 건너는 배는 몇 주씩 쉬지 않고 항해하고 그 기간 내내 엔진이 일정한 힘을 내야 합니다. 고장 나면 바다 한가운데서 고쳐야 하므로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둘째, 연료 효율이 곧 돈입니다. 배 한 척이 하루에 태우는 연료가 수십 톤이고 그 값이 운항 비용의 큰 몫이라, 같은 거리를 가는 데 연료를 얼마나 덜 쓰느냐가 엔진을 고르는 기준이 됩니다. 몇 퍼센트의 차이가 수십 년의 운항에서 큰 금액이 되기 때문입니다.

셋째, 규제를 지켜야 합니다. 국제 기구가 선박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규제하고 그 기준이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건은 부담이면서 동시에 기회입니다. 규제가 강해지면 엔진에 붙는 장치가 늘고 연료 자체가 바뀌는데, 그때마다 배를 새로 짓거나 엔진을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2절에서 본 대로 회사가 이 부문 제품을 일반적인 디젤엔진보다 높은 가격대라고 밝힌 것이 그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가 그 방향에 무엇을 걸고 있는지는 연구개발 실적에 그대로 나옵니다. 최근 마친 국책과제 넷이 모두 민수 쪽입니다 — LNG 연료추진선박용 연료공급 제어 기술, 1만톤급 이하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발전시스템, 디젤과 암모니아를 함께 쓰는 이중연료 중속엔진, 그리고 가스엔진의 메탄 슬립을 줄이는 배기가스 재순환 시스템입니다. 앞의 셋은 산업통상자원부 과제의 주관기업으로 참여했습니다. 특수사업 쪽 연구는 회사가 「국방기술과 관련된 내용은 보안관계 상 기재를 생략합니다」라고 적어 밖에서 볼 수 없습니다. 지금 가동률이 낮은 라인이 다음 세대 연료로 갈아타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것이 그 라인의 수주가 먼저 돌아선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읽힙니다.

그래서 배 엔진은 크고 무겁게 만들어도 됩니다. 배가 그 무게를 감당하고 공간도 넉넉하므로 부피와 무게를 희생하고 효율과 수명을 얻는 쪽으로 설계됩니다. ③에서 본 전차 엔진과 정확히 반대 방향이고, 이 반대 방향이 다음 항목에서 볼 설비의 분리로 이어집니다.

⑤ 그래서 이 회사는 생산능력을 시운전 시간으로 잽니다

여기가 이 편의 갈림길입니다. ③과 ④의 조건이 정반대이니 만드는 설비도 다르고, 그 결과 이 회사의 생산능력 표는 다른 제조업 회사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수나 톤이 아니라 시간으로 세는데, 회사가 밝힌 산출식이 이렇습니다 — 시운전 설비 × 52주(년) × 52HR(근로기준) × 작업효율(90%). 무엇을 곱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시운전 설비의 수가 앞에 있고 그 뒤의 것들은 그 설비를 한 해 동안 몇 시간 돌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계수입니다. 즉 이 회사의 능력을 정하는 것은 조립 인력이 아니라 시운전대의 수입니다.

왜 하필 시운전이 기준인지는 엔진이라는 물건의 성격에서 나옵니다. 엔진은 조립이 끝났다고 넘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실제로 돌려보면서 출력과 연료 소비, 진동과 배기를 재고 규격을 벗어나면 다시 뜯어야 합니다. 배에 들어가는 엔진은 한 번 실으면 대양 한가운데서 고칠 수 없고, 전차 엔진은 전장에서 멈추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시험은 대형 엔진 한 대가 시운전대 하나를 며칠씩 점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조립은 여러 대를 나란히 할 수 있어도 시운전은 자리 수만큼만 동시에 가능하고, 그래서 시운전대가 공장 전체의 목이 됩니다.

그 자리가 두 라인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구조입니다. 민수 라인의 연간 능력이 3만 7,315시간이고 특수 라인이 1만 7,035시간으로, 시간으로만 보면 민수가 두 배가 넘습니다. 그런데 저속·중속엔진을 위한 시운전대와 고속엔진을 위한 시운전대는 걸리는 힘도 배기 처리도 계측 방식도 달라 서로 바꿔 쓸 수 없습니다. 민수 쪽 자리가 비어 있어도 특수 물량을 그리로 돌릴 수 없다는 뜻이며, 그래서 한쪽이 놀 때 다른 쪽이 그것을 흡수하지 못합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배의 연료가 바뀌고 있다는 것 ④에서 본 국책과제 목록에 낯선 말이 여럿 나옵니다. LNG 연료공급 제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디젤과 암모니아를 함께 쓰는 이중연료, 메탄 슬립 저감입니다. 넷 다 하나의 흐름에서 나왔습니다 — 배가 태우는 연료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 규제가 선박의 배기가스를 단계적으로 조여왔는데,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것까지는 기존 연료에 장치를 덧붙여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실가스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경유를 태우는 한 이산화탄소는 반드시 나오므로 연료를 바꿔야 하고, 그래서 LNG와 암모니아처럼 탄소가 적거나 없는 연료가 후보로 올라왔습니다. 이중연료(DF) 엔진은 그 전환기의 답입니다. 새 연료와 기존 경유를 함께 쓸 수 있게 만든 엔진인데, 새 연료를 넣을 곳이 아직 항구마다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새 연료에는 새 문제가 따라옵니다. LNG를 태우면 타지 않고 새어 나가는 메탄이 생기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훨씬 큽니다. 메탄 슬립 저감 연구가 그 문제를 겨냥한 것입니다. 이 흐름이 엔진 제작사에 뜻하는 바는 둘입니다. 하나는 값입니다 — 연료가 바뀌면 엔진에 붙는 장치가 늘고, 2절에서 본 대로 회사가 이 부문 제품을 일반적인 디젤엔진보다 높은 가격대라고 밝힌 배경이 그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시점입니다. 배는 한 번 지으면 수십 년을 쓰므로 선주가 어느 연료로 갈지 정하지 못하면 발주 자체를 미루고, 방향이 정해지면 미뤄뒀던 발주가 한꺼번에 나옵니다.

⑥ 주문과 생산 사이에 놓인 것

⑤에서 본 구조가 이 회사의 두 표를 어긋나게 만듭니다. 주문은 고객이 정하는 대로 들어오는데, 그것이 매출이 되려면 그 라인의 시운전대를 지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리가 비어 있으면 주문이 들어와도 그 자리가 채워지기 전까지는 매출이 되지 않고, 자리가 꽉 차 있으면 주문이 아무리 쌓여도 그 이상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지금 이 회사의 두 라인이 정확히 그 두 상태에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민수 쪽은 자리가 남는 상태입니다. 연간 3만 7,315시간의 능력에서 2025년에 8,814시간만 썼고 2026년 상반기에 5,560시간을 썼습니다. 가동률로는 23.6%에서 29.8%로 올라왔는데, 그 사이 1절에서 본 대로 수주잔고가 4할 가까이 늘었습니다. 주문이 먼저 돌아섰고 생산이 그것을 따라 올라오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다만 반기 신규 수주 3,054억원이 반기 매출 1,609억원의 1.9배라, 받은 것을 다 만들려면 아직 여러 분기가 필요합니다.

특수 쪽은 반대입니다. 가동률 87.4%는 시운전대가 거의 쉬지 않는다는 뜻이고, 여기서 더 올리려면 잔업과 외주로 메우거나 설비를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수주잔고는 1조 380억원으로 반기 매출의 5.5배까지 쌓였습니다. 앞으로 만들 것이 다섯 해치인데 만들 자리는 이미 다 쓰고 있는 상태이며, 이것이 회사가 특수사업 쪽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유로 읽힙니다. 향후 3년 투자 계획 574억 7,000만원 가운데 특수사업 엔진개발이 412억 4,000만원으로 71.8%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가동률 격차는 두 라인의 우열이 아니라 두 라인이 시차의 서로 다른 지점에 서 있다는 표시입니다. 한쪽은 주문이 이제 막 들어와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고, 다른 쪽은 자리를 다 쓰고도 주문이 남았습니다. 6절에서 볼 2026년 상반기의 실적, 곧 매출이 늘었는데 이익이 줄어든 국면도 이 구조에서 나옵니다 — 한쪽은 설비가 놀아 고정비가 무겁고 다른 쪽은 꽉 차서 잔업과 외주가 붙는, 양쪽에서 비용이 오르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이유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이 회사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세 겹입니다. 첫째가 3절 ③에서 본 특수엔진의 문턱입니다. 전차와 함정에 들어가는 엔진은 부피와 냉각과 가혹한 환경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고, 그 설계를 가진 곳이 세계에 몇 곳뿐이고, STX엔진 특수엔진이 그 좁은 문을 통과한 제품군입니다. 2절에서 본 수의계약이 그 문턱의 값이고, 경쟁을 붙일 상대가 없다는 사실이 이 부문의 가격 상승 여력으로 돌아옵니다.

둘째가 그 설계를 들여와 만들어본 이력입니다. 라이선스를 받는다고 곧바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도면대로 제작해 시운전을 통과시키는 능력이 따로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한 기록이 쌓여야 합니다. 군에 납품하려면 그 품질을 오래 증명해야 하는데, 회사가 K1 계열부터 K9까지 이어서 공급해온 것이 그 증명입니다. 그리고 3절 ⑤에서 본 시운전대가 여기서 다시 의미를 갖습니다 — 설계를 사 올 수는 있어도 그것을 몇 년에 걸쳐 돌려보며 쌓은 시험 데이터는 사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가 정비까지 맡는다는 점이고, 이것이 판매경로 표에서 눈에 띄게 드러납니다. 회사가 밝힌 경로를 보면 선박 엔진은 「STX엔진(생산) → 국내/해외 조선소 → 수요자(선주 등)」이고 방산 엔진은 「STX엔진(생산) → 완성장비업체, 조선소 → 수요자(육군, 해군, 해외국가 등)」인데, 정비와 부품만은 회사가 「STX엔진 → 수요자」라고 적어 중간이 없습니다. 새 엔진은 완성품 회사를 거쳐 나가지만 그 엔진이 돌아가는 동안의 정비와 부품은 이 회사가 직접 상대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직거래가 조직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회사가 미국과 네덜란드, 싱가포르에 부품판매와 서비스를 맡는 법인을 두고 있고 네덜란드에는 엔진부품 판매 법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엔진을 판 뒤 그 엔진이 세계 어디에 가 있든 부품과 정비를 대기 위한 조직이며, 3절 ②에서 본 대로 고속엔진은 자주 분해해야 하므로 그 물량이 꾸준합니다. 한 번 납품하면 그 장비의 수명 내내 관계가 이어지고, 그 매출은 새 엔진 수주가 끊긴 구간에도 들어옵니다. 지금처럼 한쪽 라인의 가동률이 낮은 국면에서 이 부분이 완충이 됩니다.

해자의 유효 기간을 판단할 때 봐야 할 것은 라이선스입니다. 이 회사의 두 사업이 모두 다른 회사의 설계 위에 있으므로 그 계약이 유지되는 한 자리도 유지됩니다. 다만 설계를 가진 쪽이 조건을 바꾸거나 다른 나라 제작사를 택하면 상황이 달라지고, 그 판단을 이 회사가 하지 못합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①편의 회사와 견주면 자리가 갈립니다. 그 편의 회사가 전자 장비를 여러 완성품에 두루 댈 수 있는 것은 목표를 찾고 판단하는 기술이 전차에도 함정에도 방공체계에도 같은 계열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 전차용과 함정용은 같은 고속엔진 계열이라 겹치지만 민수 쪽 저속엔진은 전혀 다른 물건이라, 위험을 무기체계에 나눈 그 회사와 달리 이 회사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시장에 나눴습니다. 앞은 한 고객이 흔들려도 다른 무기가 받쳐주고, 뒤는 한 시장이 나빠도 다른 시장이 받쳐줍니다. 다만 뒤쪽은 그 대가로 설비를 두 벌 유지해야 합니다.

📌 그래서 무엇으로 판별할 것인가 — 늘어난 수주잔고가 가동률로 내려오는가 전사 매출은 이 회사를 판별해주지 못합니다. 2026년 상반기 4,020억원으로 13.9% 늘었는데 그 안에서 두 라인이 정반대로 움직였고, 합친 숫자로는 어느 쪽이 회사를 밀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영업이익률도 답이 아닙니다 — 2025년 8.8%인데 부문별 손익이 공시되지 않아 그 이익이 어느 사업에서 나왔는지 가릴 수 없습니다. 수주잔고 총액 1조 9,269억원 역시 세 부문이 섞인 값이라 그대로 읽기 어렵습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늘어난 수주잔고가 가동률로 내려오는가. 3절 ⑤에서 본 대로 이 회사의 매출은 주문이 시운전대를 지나야 생기고, 지금 민수 쪽에는 주문이 먼저 쌓였는데 자리는 아직 절반 넘게 비어 있습니다. 그 주문이 실제로 생산으로 내려오는지가 이 회사의 다음 몇 년을 정합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부문별 수주잔고와 가동률을 같은 반기끼리 나란히 놓습니다. 두 표가 매번 공시되므로 잔고가 늘어난 뒤 몇 분기 만에 가동률이 따라 오르는지를 직접 잴 수 있습니다. 둘째, 생산능력 자체가 움직이는지 봅니다. 민수 능력이 줄어들면 회사가 그 라인을 접기로 했다는 뜻이고, 특수 능력이 늘면 3절 ⑥에서 본 시운전대 부족을 설비로 풀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셋째, 신규 수주액과 납품액을 견줍니다. 수주 표에 기수주총액과 기납품액이 나뉘어 나오므로, 받는 속도가 만드는 속도를 앞서는지 뒤지는지가 그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STX엔진을 둘러싼 큰 그림

이 회사의 관계도에는 다른 편에 없는 층이 있습니다. 설계를 제공하는 회사가 왼쪽 위에 따로 서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편의 지도는 겨루는 상대와 파는 상대와 기대는 상대를 나눠 봐야 하며, 표준 3단에 설계를 제공하는 쪽을 한 칸 더해 넷으로 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고객 자리에는 이 시리즈에서 이미 다룬 회사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비중이 공시로 확인된다는 점이 이 편의 지도를 다른 편보다 구체적으로 만듭니다.

🌏 글로벌 라이벌

  • HD현대중공업 [코스피 329180] — 조선 히어로즈 ①편의 주인공입니다. 힘센엔진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선박용 중속엔진을 만들고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민수 시장에서 이 회사와 겨루는 상대입니다. 다만 그 회사는 자체 설계를 갖고 있고 이 회사는 라이선스로 만듭니다. 자체 설계를 가진 쪽은 값과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개발비를 스스로 감당하며, 라이선스로 만드는 쪽은 개발 부담이 없는 대신 그 범위가 밖에서 정해집니다. 같은 시장에서 겨루는데 위험의 종류가 다른 셈입니다.
  • 한화엔진 [코스피 082740] — 소부장 히어로즈 ⑤편에서 다룰 회사입니다. 선박용 저속엔진을 만들어 민수 시장에서 만나며 해외 설계를 들여와 제작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국내 조선사가 배를 지을 때 두 회사 가운데 어디의 엔진을 넣을지가 갈리는 구도인데, 그 회사는 저속엔진이 중심이고 이 회사는 중속과 고속을 함께 다뤄 겹치는 구간이 생각보다 좁습니다. 그리고 두 회사 모두 규제 강화가 값을 올려주는 구조에 있어, 한쪽에 좋은 소식이 다른 쪽에도 좋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중국 엔진 제작사군 [중국] — 매출처 표에 대련조선과 강남조선이 올라 있다는 것은 이 회사가 중국 야드에 엔진을 팔고 있다는 뜻이고, 동시에 그 시장에서 중국 제작사들과 마주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조선 물량이 세계 최대인 만큼 자국 엔진 제작사도 함께 키우고 있어, 이 회사의 민수 수출에서 가장 큰 두 고객이 놓인 시장이 동시에 가장 빠르게 국산화가 진행되는 시장입니다. 민수 수주잔고가 늘어난 지금 국면에서도 이 조건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 핵심 고객사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코스피 012450] — 조선·방산 앵커기업 ①편에서 다룬 회사이며 2026년 상반기 매출의 25.46%인 1,024억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단일 고객으로 4분의 1이라는 뜻입니다. K9 자주포를 만드는데 그 엔진을 이 회사가 공급하므로, 그 자주포가 폴란드와 이집트로 나갈 때마다 엔진 물량도 함께 따라갑니다. 무기의 이름은 그 회사의 것이지만 움직이게 하는 부분은 여기서 나오며, 반대로 그 회사가 수주전에서 밀리면 이 회사의 물량도 함께 사라집니다.
  • 한화오션 [코스피 042660]과 방위사업청 [정부기관] — 각각 8.59%와 8.34%로 합치면 16.9%입니다. 함정용 엔진의 고객인데 역할이 나뉩니다. 발주는 방위사업청이 하고 배는 조선사가 짓기 때문에 이 회사는 발주처와 조선사 양쪽의 일정에 함께 걸립니다. 해양방산 히어로즈 ①편에서 본 대로 함정은 한 척을 짓는 데 여러 해가 걸리고 그 안에 들어가는 엔진도 여러 대라, 계약 하나의 규모가 크고 그만큼 한 사업의 지연이 이 회사 실적에 크게 나타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까지 더하면 한화그룹 두 곳만으로 34.05%입니다.
  • 현대로템 [코스피 064350]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코스피 079550] — 각각 3.55%와 2.78%입니다. 지상무기 히어로즈 ①편과 유도무기 히어로즈 ①편의 주인공들이 나란히 고객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현대로템에는 K1 계열의 엔진을 대왔는데, 그 편에서 본 대로 전차는 한 번 배치되면 수십 년을 쓰고 그동안 성능개량이 이어지므로 새 전차만이 아니라 개량 사업에서도 물량이 나옵니다. 다만 전차 수출에 현지 생산이 붙으면 엔진도 그쪽에서 조립될 수 있어, 계약 구조가 이 회사의 물량을 함께 정합니다.
  • 중국 조선소군 [DALIAN SHIPBUILDING·JIANGNAN SHIPYARD] — 각각 4.35%와 3.65%로 합쳐 8.0%이며, 민수사업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이 두 곳에서 나옵니다. 이 회사의 선박 엔진 수출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이고, 동시에 이 부문의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국내 조선 시황이 좋아져도 이 라인이 곧바로 도는 것이 아니라 중국 야드의 발주가 이 회사에 오느냐가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 PENSKE AUSTRALIA [호주] — 3.45%인 139억원입니다. 디젤 엔진과 부품을 유통하고 서비스하는 회사로, 이 회사가 만든 엔진이 완성품 회사를 거치지 않고 나가는 경로 가운데 하나입니다. 4절에서 본 정비와 부품의 직거래가 매출처 표에 실제 숫자로 나타난 자리이며, 새 엔진 수주와는 다른 리듬으로 들어오는 매출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 국내 협력 생태계

  • 조선·방산 소부장 히어로즈의 형제 편들 [코스피·코스닥 상장] — 한화시스템(①)이 무기가 목표를 찾는 장비를, 풍산(②)이 쏘는 것을, 아이쓰리시스템(④)이 어둠 속에서 보는 것을, 한화엔진(⑤)이 배의 저속엔진을 맡습니다. 같은 완성품 안에서 자리를 나눠 갖고 있어 서로 겨루지 않으면서 같은 고객을 공유하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한화오션의 수주 소식은 이 다섯 회사에 동시에 걸리고, 반대로 그 회사들의 사업이 밀리면 다섯 곳이 함께 밀립니다.
  • 산업통상자원부·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 [정부·공공] — 연구개발의 상대이기도 합니다. 3절 ④에서 본 민수 쪽 국책과제 셋에서 이 회사가 주관기업을 맡았고, 용인의 전자통신연구소는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 등과 공동으로 함정용 레이더와 수중음향 장비를 개발합니다. 차세대 연료 엔진과 방산 전자 장비라는 두 방향의 개발이 모두 공공 과제와 얽혀 있어,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방향이 이 회사의 다음 제품군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 국내 조선소군 [코스피 상장 및 비상장] — 민수 판매경로의 중간에 서 있는 상대입니다. 회사가 경로를 「STX엔진(생산) → 국내/해외 조선소 → 수요자(선주 등)」로 밝혔는데, 선주가 배를 주문하면 조선소가 어느 엔진을 넣을지 고르는 구조라 이 회사의 고객은 선주가 아니라 조선소입니다. 조선소가 배를 많이 수주해도 그 배에 이 회사의 엔진이 들어간다는 보장은 없고, 그 선택이 매번 경쟁 입찰로 이뤄집니다.

🔧 설계를 제공하는 쪽

  • EVERLLENCE SE [독일] — 민수사업의 설계를 제공합니다. 선박용 저속·중속엔진의 도면과 기술을 내주고 이 회사가 그것으로 만들어 파는 구조이며, 2026년 상반기 민수 원재료 552억원의 상당 부분이 이쪽에서 들어옵니다. 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 대응이 설계를 가진 쪽의 몫이라는 점입니다. 배기가스 기준이 강해지거나 연료가 바뀌면 새 설계를 내주는 것이 이 회사가 아니라 저쪽이고, 그 대응이 늦어지면 이 회사도 함께 기다려야 합니다. 사명이 MAN Energy Solutions에서 바뀐 것도 주석에서 확인됩니다.
  • Rolls-Royce Solutions [영국] — 특수사업의 설계를 제공합니다. 3절 ③에서 본 대로 전차와 함정의 엔진은 부피와 냉각과 가혹한 환경을 동시에 만족해야 해서 그 설계를 가진 곳이 세계에 몇 곳뿐이고, 이 관계가 특수사업의 판매방법에 「수의 및 경쟁 입찰」이라 적힌 근거이기도 합니다. 다만 뒤집으면 이 회사가 만들 수 있는 무기의 엔진이 저쪽 제품군 안에서만 정해진다는 뜻입니다.

이 두 곳은 경쟁자가 아니지만 관계의 무게는 경쟁자보다 큽니다. 판매 지역과 조건을 이들이 정하므로 이 회사가 어디까지 팔 수 있는지가 그 계약에서 결정되고, 두 상대가 모두 유럽 회사라 원가가 유로에 묶입니다. 7절 둘째에서 볼 환율 민감도가 여기서 나옵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왼쪽 위에 설계를 가진 유럽 회사가 있고 오른쪽에 완성품을 만드는 국내 회사들과 중국 조선소가 있으며, 이 회사가 그 사이에서 도면을 실제 물건으로 바꿉니다. 설계도 완성품도 남의 것인데 그 둘을 잇는 자리를 맡고 있는 셈이고, 그 자리에서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 넘기느냐 하나뿐입니다.

4절의 판별식이 왜 수주잔고와 가동률을 함께 묻는지가 이 지도에서도 설명됩니다. 왼쪽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를 정하고 오른쪽은 얼마나 주문할지를 정하는데, 그 둘 사이에서 이 회사가 통제하는 것은 시운전대가 얼마나 도는가 뿐이기 때문입니다. 주문이 늘었다는 소식과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 넘겼다는 사실은 이 회사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이고, 그 간격이 좁혀지는지가 곧 이 회사의 실력입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이 표에서 중요한 것은 매출이 얼마나 늘었느냐가 아니라, 2025년까지의 흐름과 2026년 상반기가 반대 방향으로 갈렸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반전이 3절에서 본 두 라인의 구조에서 나옵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분 매출 영업이익 비고
2024년(연간, 확정) 7,246억원(YoY +14.9%) 422억원(YoY +123.8%) 영업이익률 5.8%. 2023년은 매출 6,304억원·영업이익 189억원(3.0%). 부문별로 민수 37.23%·특수 45.93%·전자통신 16.84%. 가동률 민수 33.9%·특수 70.2%
2025년(연간, 확정) 7,893억원(YoY +8.9%) 696억원(YoY +64.8%) 영업이익률 8.8%. 매출은 8.9%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64.8% 늘어 이익률이 3%포인트 개선. 민수 매출 2,939억원·특수 3,625억원. 가동률 민수 23.6%·특수 83.0%
2026년 1분기(확정) 1,890억원(YoY +35.8%) 175억원(YoY +13.3%) 영업이익률 9.3%. 전년 동기 매출 1,391억원·영업이익 155억원(11.1%)
2026년 2분기(확정) 2,130억원(YoY -0.3%) 250억원(YoY -25.2%) 영업이익률 11.7%. 상반기 누적 매출 4,020억원(YoY +13.9%)·영업이익 425억원(YoY -13.0%, 10.6%). 부문별로 민수 1,609억원(40.03%)·특수 1,898억원(47.23%)·전자통신 512억원(12.74%). 가동률 민수 29.8%·특수 87.4%. 수주잔고 1조 9,269억원(특수 1조 380억·민수 6,473억·전자통신 2,416억)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첫째, 위 네 행은 모두 공시된 확정 실적이며 금액은 원화이고 자회사 실적까지 합친 연결 기준입니다. 이 표는 이미 확정된 구간만 담습니다. 가동률은 전자통신 부문을 뺀 값인데, 회사가 그 부문은 「제품군이 다양하여 일괄적 생산능력을 산출하기 어려워」 제외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둘째, 부문별 영업손익이 공시되지 않습니다. 매출과 생산실적, 수주잔고, 원재료 매입은 부문별로 나뉘어 나오는데 손익은 전사 기준만 있습니다. 그래서 2025년 이익률 8.8%가 어느 사업에서 나온 것인지, 2026년 상반기에 이익률이 내려간 것이 어느 라인 때문인지를 밖에서 가릴 수 없습니다. 가동률과 원재료 표로 방향을 짐작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부문 손익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셋째, 강판 값은 참고 지표입니다. 회사가 원재료 가격 추이로 강판만 적으면서 「실제 엔진 제작에 사용되는 부품의 가격변동 추이는 Steel Plate의 가격변동과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단서를 함께 달았습니다. 방향을 보는 데는 쓰되 폭을 그대로 대입하지 않는 편이 정확합니다. 넷째, 방산은 어느 물량이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분기 손익이 크게 움직입니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333억원에서 250억원으로 25.2% 줄었으나 한 반기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STX엔진 실적에서 먼저 볼 곳은 2025년까지의 흐름입니다. 이익률이 2023년 3.0%에서 2024년 5.8%, 2025년 8.8%로 올라갔습니다. 세 해 만에 세 배가 됐고 영업이익 금액으로는 189억원에서 696억원으로 3.7배가 됐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304억원에서 7,893억원으로 25% 늘었습니다. 매출이 4분의 1 늘어나는 동안 이익이 네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은 늘어난 매출이 남는 몫이 큰 쪽에서 왔다는 뜻이고, 그 시기 특수 라인의 가동률이 70.2%에서 83.0%로 올라간 것과 방향이 맞습니다.

두 번째로 볼 것은 2026년 상반기에 그 흐름이 끊겼다는 점입니다. 매출은 4,020억원으로 13.9% 늘었는데 영업이익이 425억원으로 13.0% 줄었습니다. 이익률이 전년 상반기 13.8%에서 10.6%로 내려갔습니다. 매출이 늘었는데 이익이 줄었다는 것은 늘어난 매출이 남는 몫이 작은 쪽에서 왔거나 원가가 올랐다는 뜻인데, 부문별 손익이 없으니 다른 표에서 방향을 읽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 그 다른 표를 봅니다. 원재료 쪽에서 강판 값이 톤당 82만 9,000원에서 96만 3,000원으로 16.2% 올랐고, 2절에서 본 대로 회사도 특수엔진 가격이 오르는 이유로 엔진부품 값과 유로 환율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3절 ⑥에서 본 대로 두 라인이 양쪽에서 비용을 올리는 구간에 있습니다 — 민수 라인은 가동률 29.8%로 설비의 3분의 2가 놀아 고정비가 개당 원가에 무겁게 얹히고, 특수 라인은 87.4%로 거의 꽉 차 잔업과 외주가 붙습니다. 한쪽은 덜 만들어서 비싸지고 다른 쪽은 너무 많이 만들어서 비싸지는 셈입니다.

네 번째는 수주 표입니다. 이 표가 앞의 세 문단과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반기 신규 수주가 민수 3,054억원, 특수 2,816억원으로 놀고 있던 라인이 더 많이 받았고, 수주잔고는 민수가 4,645억원에서 6,473억원으로 39.4% 늘어 특수의 11.5%를 크게 앞섰습니다. 전자통신만 2,756억원에서 2,416억원으로 12.3% 줄었습니다. 지금의 손익은 이미 지나간 수주의 결과이고 이 표는 앞으로의 것이라, 둘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표에 없는 것을 봐야 합니다. 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인 부문별 영업손익이 어느 행에도 없고, 앞으로 몇 년을 정할 수주잔고의 소화 속도도 없습니다. 재무제표가 알려주는 것은 지난 수주가 만든 결과이고, 다음 몇 년의 크기를 정하는 것은 지금 창원의 시운전대가 얼마나 도는가입니다. 4절의 판별식이 매출이나 이익률이 아니라 수주잔고와 가동률을 나란히 놓으라고 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그 둘 사이의 간격이 좁혀지는 것을 확인해야 비로소 이 표의 다음 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여기까지가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제 반대편을 봐야 합니다. 분기 하나의 악재가 아니라 이 회사의 구조 자체에서 나오는 위험을 층위별로 짚겠습니다.

첫째, 라이선스 의존입니다. 두 사업 모두 다른 회사의 설계 위에 있어 그 계약이 이 회사의 사업 범위를 정합니다. 설계를 바꿀 수 없고 팔 수 있는 지역이 정해지며 로열티를 내는데, 조건이 갱신될 때 협상력은 설계를 가진 쪽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가 다른 나라 제작사를 택하면 그 제품군을 잃습니다. 실적에 닿는 경로는 즉각적이지 않지만 결정적입니다 — 계약이 끝나는 순간 그 라인의 수주잔고가 마지막 물량이 되고, 그때 시운전대는 남지만 만들 것이 없어집니다.

둘째, 유로에 묶인 원가입니다. 두 설계 상대가 모두 유럽 회사라 핵심 부품을 유로로 사 옵니다. 회사가 공시한 민감도를 보면 유로 환율이 10% 오를 때 세금을 떼기 전 순이익이 88억 3,400만원 줄어듭니다.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425억원이었으니 그 5분의 1이 환율 하나로 움직이는 셈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달러의 영향은 3,175만원에 그쳐 278배 차이입니다. 파는 쪽은 원화와 달러인데 사는 쪽은 유로라 방향이 상쇄되지 않고, 2026년 상반기 이익률이 내려간 배경 가운데 하나로 회사가 「고환율(유로)」을 직접 든 것도 이 구조 때문입니다.

셋째, 고객 집중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5.46%, 한화오션이 8.59%로 한화그룹 두 곳만 34.05%이고, 여기에 방위사업청 8.34%를 더하면 42.4%입니다. 소수의 완성품 회사와 발주처에 몰려 있어 그들이 수주에 실패하면 그 안에 들어갈 엔진 물량도 함께 사라지고, 값 협상에서도 대등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서로 겨루는 사이라 어느 한쪽 편을 들 수도 없습니다.

넷째, 민수 수출이 중국 야드에 걸려 있다는 점입니다. 대련조선과 강남조선이 합쳐 8.0%로 민수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조선 물량이 세계 최대인 만큼 자국 엔진 제작사를 함께 키우고 있어, 이 회사의 가장 큰 두 민수 고객이 놓인 시장이 동시에 국산화가 가장 빠른 시장입니다. 지금 민수 수주잔고가 늘고 있어도 그 잔고를 만들어낸 고객이 몇 년 뒤에도 같은 선택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섯째, 시운전대라는 병목입니다. 3절 ⑤에서 본 대로 이 회사의 생산능력은 시운전 설비가 정합니다. 특수 라인이 87.4%까지 올라온 지금 수주잔고가 반기 매출의 5.5배로 쌓였는데, 여기서 더 만들려면 설비를 늘려야 하고 그것은 돈과 시간이 드는 일입니다. 주문이 있어도 만들지 못해 매출이 되지 않는 구간이 생길 수 있고, 그동안 그 물량은 잔고에 머물러 있습니다.

여섯째, 놀고 있는 설비의 부담입니다. 반대편에서는 민수 라인의 시운전대가 계획의 3분의 1도 돌지 않습니다. 유형자산에서 토지가 2,004억원으로 가장 크고 건물과 기계장치가 594억원인데, 그 설비는 쓰든 안 쓰든 비용을 부릅니다. 공장과 기계는 사들인 값을 쓰는 햇수로 나눠 해마다 비용으로 떨어내는데, 그것이 감가상각입니다. 반기에만 57억원이 그렇게 나갔습니다. 만드는 엔진이 적으면 그 비용을 나눠 질 대수가 줄어 한 대당 부담이 커집니다. 그리고 저속엔진용 시운전대를 고속엔진 쪽으로 돌려 쓸 수 없으므로, 민수 수주가 생산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그 부담은 그대로 남습니다.

일곱째, 국방 예산과 조선 시황이라는 두 개의 외부 변수입니다. STX엔진 방산 물량이 매출의 47%를 넘었는데 그 발주가 정부 계획을 따르므로 전차와 자주포의 양산 일정이 늦춰지면 그만큼 엔진 수요도 밀리고, 민수사업은 세계 조선 시황을 따라갑니다. 두 시장이 서로 무관하다는 것이 완충이 되기도 하지만, 그 말은 두 개의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쪽도 이 회사가 예측하거나 앞당길 수 없습니다.

여덟째, 부문 손익의 불투명입니다. 매출과 가동률, 수주잔고, 원재료 매입은 부문별로 나오는데 영업손익은 전사 기준만 공시됩니다. 그래서 2026년 상반기에 이익률이 13.8%에서 10.6%로 내려갔을 때도 그것이 어느 부문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편이 그 원인을 가동률과 원재료로 설명했지만 그것은 다른 표에서 읽은 방향이지 확인된 사실이 아니며, 이 회사를 볼 때 가장 아쉬운 지점입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네 가지 해석

사실을 정리했으니 이제 해석입니다. STX엔진을 통해 이 산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 넷을 짚겠습니다.

① 가동률과 수주잔고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면 시차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회사의 두 표가 정반대를 말합니다. 가동률로는 특수 87.4%에 민수 29.8%로 방산 라인이 회사를 밀고 있는데, 수주잔고 증가율로는 민수 39.4%에 특수 11.5%로 선박 라인이 앞섭니다.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두 표가 서로 다른 시점을 찍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동률은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이고 수주잔고는 앞으로 만들 것입니다.

그 사이에 놓인 것이 이 회사에서는 시운전대입니다. 주문이 들어와도 그 라인의 자리를 지나야 매출이 되고, 자리가 비어 있으면 채워지는 데 몇 분기가 걸립니다. 그래서 수주가 돌아선 뒤 가동률이 따라 오르기까지 시차가 생기고, 그 시차 동안 실적은 아직 나쁜 채로 남습니다. 지금 민수 라인이 그 구간에 있습니다.

다만 이 해석이 성립하려면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늘어난 잔고가 실제로 인도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주잔고는 계약이지 매출이 아니고, 계약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 그 자리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회사가 수주 표에 「기타 : 환율차이, 계약변경 등」이라는 항목을 따로 두고 있는 것도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주산업의 회사를 볼 때는 실적표만 보고 판단하면 늦거나 이릅니다. 가동률이 낮은데 잔고가 늘고 있으면 바닥을 지나는 중일 수 있고, 가동률이 높은데 잔고가 줄고 있으면 정점을 지나는 중일 수 있습니다. 두 표를 같은 화면에 놓는 것만으로 그 회사가 사이클의 어디에 있는지가 대체로 드러납니다.

② 생산능력 표에서 무엇을 곱하는지가 그 회사의 병목을 알려줍니다

이 회사는 생산능력을 시간으로 세는데, 산출식이 「시운전 설비 × 52주 × 52HR × 작업효율」입니다. 맨 앞이 설비이므로 병목은 시운전대입니다. 전력기기 히어로즈 ④편의 산일전기는 같은 시간 단위를 쓰면서도 「평균 제조 인원수 × 52주 × 52시간」이라고 공시해 맨 앞이 사람입니다. 단위가 같아도 무엇을 곱하느냐가 다르고, 그 차이가 이 회사들의 확장 속도를 갈라놓습니다.

설비가 병목이면 돈과 시간으로 풀 수 있습니다. 시운전대를 더 지으면 능력이 늘고 그 시점도 대체로 예측됩니다. 사람이 병목이면 뽑아서 가르쳐야 하므로 돈을 더 써도 속도가 크게 빨라지지 않습니다. 같은 생산능력을 늘린다는 발표라도 앞쪽은 준공 시점에 능력이 늘고, 뒤쪽은 그 뒤로도 사람이 채워지고 익숙해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다만 앞쪽이 늘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설비는 한 번 지으면 되돌릴 수 없고, 수요가 오지 않으면 그 자리가 고스란히 고정비로 남습니다. 이 회사의 민수 라인이 지금 그 상태입니다. 사람은 다른 라인으로 옮기거나 줄일 여지가 있지만 시운전대는 그럴 수 없어, 병목이 설비라는 것은 유연성이 그만큼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조업 회사의 생산능력 표를 볼 때는 숫자보다 산출근거 몇 줄을 먼저 읽는 편이 낫습니다. 대개 표 아래에 작은 글씨로 붙어 있는데, 무엇을 곱하고 있는지가 그 회사가 무엇에 묶여 있는지를 알려주고 증설 발표를 어떻게 읽을지도 함께 정해줍니다.

③ 남의 설계로 만드는 사업에는 다른 셈법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두 사업 모두 해외 회사의 설계로 엔진을 만듭니다. 민수는 EVERLLENCE, 특수는 Rolls-Royce Solutions입니다. 이 방식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습니다. 개발에 드는 수천억원과 십 년을 들이지 않고도 검증된 제품을 낼 수 있고, 새 규제가 나오면 그 대응도 설계를 가진 쪽이 합니다. 대형 엔진처럼 개발비가 크고 팔리는 대수는 적은 산업에서는 이 구조가 오히려 합리적입니다.

다만 그만큼 자유도가 좁습니다. 설계를 바꿀 수 없고 팔 수 있는 지역이 정해지며 계약 갱신 때 협상력이 약합니다. 그리고 그 회사가 다른 제작사를 택하면 그 제품군 자체를 잃습니다. 여기에 이 편에서 확인한 것이 하나 더 붙습니다 — 설계를 어디서 받느냐가 원가의 통화까지 정합니다. 두 상대가 모두 유럽 회사라 유로가 오르면 두 라인의 재료값이 함께 오르고, 그 민감도가 달러의 278배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이 명제가 완전히 적용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3절 ④에서 본 국책과제들이 그렇습니다.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과 선박용 연료전지 하이브리드는 이 회사가 주관기업으로 참여해 개발한 것이라, 라이선스로 받은 설계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남의 설계로 만드는 회사가 다음 세대에는 자기 몫을 만들려 하는 중이며, 그 결과가 나오는 데 몇 년이 더 걸립니다.

그래서 제조업 회사를 볼 때는 그 회사가 만드는 것이 자기 설계인지 남의 설계인지를 묻고, 남의 설계라면 그것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앞의 질문은 지금의 위험을 알려주고 뒤의 질문은 몇 년 뒤의 자리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두 답 모두 사업보고서의 기술도입계약 주석과 연구개발 실적 표에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④ 완성품 회사의 오늘이 소부장 회사의 내일입니다

이 회사의 매출처 상위 넷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방위사업청, 현대로템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이미 다룬 회사들이고 합치면 45.9%입니다. 그들이 만드는 전차와 자주포와 함정에 이 회사의 엔진이 들어가므로, 그 회사들의 수주가 몇 분기 뒤 이 회사의 물량이 됩니다.

그래서 소부장 회사에는 남들이 갖지 못한 선행 지표가 있습니다. 고객사의 계약 공시입니다. 방산은 계약 규모가 커서 대체로 공시되므로, 완성품 회사의 수주 소식을 보면 이 회사의 몇 분기 뒤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회사들이 수주전에서 지면 이 회사의 물량도 사라지고, 그 결과를 이 회사가 바꿀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시차가 얼마인지는 사업마다 다릅니다. 이 회사에서는 그것이 시운전대가 정하는데, ①에서 본 대로 자리가 비어 있으면 짧고 꽉 차 있으면 깁니다. 그래서 같은 고객사 수주 소식이라도 어느 라인에 걸리느냐에 따라 매출로 나타나는 시점이 달라지고, 그 판단을 하려면 부문별 가동률을 함께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 관계에는 값의 방향도 함께 걸립니다. 완성품의 값이 눌리면 그 압박이 부품 공급사로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회사의 특수사업처럼 수의계약이 붙는 품목은 그 압박이 덜 내려옵니다. 그래서 소부장 회사를 볼 때는 고객이 누구인지와 함께 그 고객이 다른 데서 살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하고, 그 답이 판매방법 한 줄에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특정 날짜의 일정을 나열하는 대신, 몇 년이 지나도 유효한 질문 넷과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남깁니다.

첫째, 늘어난 수주잔고가 가동률로 내려오는가. 4절 판별식의 첫 확인 지점이자 STX엔진 실적의 다음 줄을 정하는 질문입니다. 반기·사업보고서에 부문별 수주상황 표와 생산능력·가동률 표가 함께 실리므로 두 표를 같은 화면에 놓기만 하면 됩니다. 민수 가동률이 29.8%에서 계속 올라가면 그 잔고가 실제로 생산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뜻이고, 잔고만 늘고 가동률이 제자리면 계약이 밀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 생산능력 자체가 움직이는가. 이 회사의 능력은 시운전 설비가 정하므로 그 숫자가 바뀌면 회사의 판단이 바뀐 것입니다. 특수 능력이 늘면 87.4%라는 병목을 설비로 풀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민수 능력이 줄면 그 라인을 접기로 했다는 뜻입니다. 두 해 동안 민수 3만 7,315시간과 특수 1만 7,035시간이 그대로였으므로, 이 값이 움직이는 순간이 이 회사에서 드문 신호가 됩니다.

셋째, 고객사의 수주가 어떻게 되는가. STX엔진 방산 물량의 앞자리에 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현대로템,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의 계약 소식이 몇 분기 뒤 이 회사의 물량이 됩니다. 방산은 계약 규모가 커서 대체로 공시되므로 놓치기 어렵고, 그 시차만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민수 쪽은 중국 조선소의 발주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쪽은 공시로 잡히지 않아 업계 소식을 따라가야 합니다.

넷째, 라이선스 관계에 변화가 있는가. 회사가 기술도입계약을 주석에 밝히므로 상대와 범위가 바뀌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민수 쪽 상대의 이름이 MAN Energy Solutions에서 EVERLLENCE SE로 바뀐 것도 그 자료에서 드러납니다. 함께 볼 것은 연구개발 실적 표입니다 — 국책과제로 개발한 차세대 연료 엔진이 실제 제품으로 나오면 이 회사가 남의 설계에 기대는 정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10. 마무리하며

STX엔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두 나라의 설계를 들여와 배의 엔진과 무기의 엔진을 같은 공장에서 만드는 제작사이며, 그 두 라인이 서로 다른 시장을 보고 따로 움직이는 회사입니다. 창원 부지 안에서 한쪽은 계획의 3분의 1도 못 돌리고 다른 쪽은 거의 꽉 차 있는 상태가 그 문장의 결과입니다.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디젤엔진은 공기를 세게 압축해 뜨거워진 상태에서 연료를 뿌려 스스로 불이 붙게 하는 기계이고, 압축을 세게 할수록 효율이 좋아지되 그만큼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크기와 회전수는 반대로 갑니다 — 실린더가 크면 피스톤의 왕복 거리가 길어지고 방향을 바꿀 때 걸리는 힘이 속도의 제곱으로 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배 엔진은 크고 무겁게 만들어 천천히 돌리고 전차 엔진은 작게 만들어 빠르게 돌립니다. 요구받는 것도 정반대라, 배는 몇 주씩 쉬지 않고 돌면서 연료를 아껴야 하고 전차는 정해진 부피 안에서 큰 힘을 내면서 진흙과 급경사와 물속을 지나야 합니다.

그 차이가 이 회사의 설비를 두 벌로 갈라놓았습니다. 저속·중속엔진의 시운전대와 고속엔진의 시운전대는 걸리는 힘도 계측 방식도 달라 서로 바꿔 쓸 수 없고, 그래서 한쪽이 놀아도 다른 쪽이 그것을 흡수하지 못합니다. 이 회사가 생산능력을 대수가 아니라 시운전 시간으로 세는 이유가 여기 있고, 지금의 가동률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도 같습니다.

그런데 그 위에 하나가 더 얹혀 있습니다. 지금 돌아가는 것과 앞으로 만들 것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입니다. 놀고 있는 라인에 주문이 먼저 돌아왔고, 꽉 찬 라인에는 주문이 자리보다 빠르게 쌓였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볼 때 실적표만 읽으면 절반만 보는 셈이 됩니다.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 늘어난 수주잔고가 가동률로 내려오는가. 답은 반기마다 나오는 두 개의 표를 나란히 놓으면 보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무기가 보는 것을 만드는 회사, 아이쓰리시스템을 다룹니다. 이 회사가 무기를 움직이게 한다면 그 회사는 무기가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게 합니다. 같은 소부장이라도 엔진과 센서는 만드는 방식도 값이 정해지는 논리도 전혀 다르다는 것이 두 편을 나란히 놓으면 보입니다. 앞으로 어느 회사를 보든 되풀이해 던져볼 질문은 같습니다 — 이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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