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의 사업보고서에는 생산능력 표가 있습니다. 압연재 14만 9,200톤, 압출재 4만 2,000톤, 소전 2만 600톤으로 적혀 있습니다. 모두 구리를 다루는 신동사업의 품목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를 유명하게 만든 탄약은 그 표에 없습니다. 자회사가 만드는 신관과 센서만 개수로 적혀 있을 뿐입니다. 2026년 상반기 기준으로 신동이 매출의 83.5%, 방산이 16.5%인데, 두 해 전에는 66.3%와 33.7%였습니다.
1. 왜 지금 풍산인가
소부장 히어로즈 ①편은 무기가 목표를 찾고 판단하는 장비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완성품 뒤에서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을 만드는 자리입니다.
이 편은 그 옆자리를 봅니다. 풍산은 무기가 쏘는 것을 만듭니다. 회사가 방산사업 부문에서 「소구경에서 부터 대구경까지 이르는 각종 군용 탄약과 스포츠용 탄약, 추진화약 및 탄약 부분품, 정밀 단조품」을 생산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탄약 말고 다른 사업이 있습니다. 구리를 다루는 신동사업입니다. 동판과 봉, 그리고 주화용 소전을 만드는데, 여기에 반도체 리드프레임 소재도 들어갑니다.
그리고 지금 그 비중이 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 신동이 매출의 83.5%를 차지하고 방산은 16.5%입니다. 2024년에는 66.3%와 33.7%였으니 두 해 만에 뒤바뀐 셈이고, 방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1% 줄었습니다.
이 편이 붙잡을 구조가 그것입니다. 탄약으로 알려진 회사에서 그 사업이 줄어드는 동안 다른 쪽이 커지고 있는데, 둘이 같은 금속에서 나옵니다. 서로 다른 시장을 보는 두 사업이 하나의 재료를 나눠 쓰는 셈입니다. 이 편에서 확인할 것은 셋입니다. 탄약을 만든다는 일의 성격, 그 일에 구리가 쓰이는 까닭, 그리고 지금 그 구리가 향하는 곳입니다.
📌 기본 정보 티커: 코스피 103140 | 설립: 1968년, 1973년 방위산업 진출 | 사업 구성(2026년 상반기, 풍산 별도 기준): 신동 83.5%, 방산 16.5% | 주요 제품: 동 및 동합금 판·대(넓적한 판과 감아놓은 띠, 반도체 소재 포함)와 봉·선, 주화용 소전(신동), 소구경탄부터 대구경탄까지의 군용 탄약과 스포츠탄, 추진화약과 탄약 부분품(방산) | 규모: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 2조 7,412억원, 영업이익 2,153억원 | 생산능력: 압연재 14만 9,200톤, 압출재 4만 2,000톤, 소전 2만 600톤(방산은 미공시) | 주요 종속회사: PMX Industries(미국), Siam Poongsan Metal(태국), PMC Ammunition(미국), 풍산FNS | 한 줄 정체성: 소구경부터 대구경까지 탄약을 만드는 국내 유일의 완성형 탄약 공급자이면서, 그 탄약과 반도체 소재를 같은 구리에서 만드는 회사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풍산의 사업은 둘입니다. 회사가 「신동사업 부문과 방산사업 부문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신동사업이 구리를 다룹니다. 동과 동합금으로 판과 대, 봉과 선, 그리고 주화용 소전을 만듭니다. 2026년 상반기 풍산 별도 기준으로 매출 1조 7,457억원이며 전체의 83.5%입니다. 소전은 동전을 찍기 전의 금속 원판인데, 이 회사가 여러 나라의 주화용 소재를 공급해왔습니다.
그 안에서 가장 큰 항목이 「판·대」입니다. 구리를 얇게 눌러 편 것을 넓적한 장으로 자르면 판이고, 길게 뽑아 두루마리처럼 감아두면 대입니다. 같은 소재를 어떤 형태로 넘기느냐의 차이이며, 사는 쪽이 자기 공정에 맞춰 다시 자르거나 찍어냅니다.
이 항목이 2026년 상반기 1조 3,72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5.6%를 차지합니다. 회사가 그 용도를 「산업용소재」로 적고 괄호에 「반도체소재 포함」을 덧붙였는데, 반도체 리드프레임에 쓰이는 소재가 여기 들어갑니다.
방산사업이 풍산 탄약 부문입니다. 소구경탄부터 대구경탄까지, 그리고 스포츠용 탄약과 추진화약, 탄약 부분품, 정밀 단조품을 만듭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 3,453억원으로 16.5%입니다.
이 비중이 최근 크게 움직였습니다. 2024년에 신동 66.3%·방산 33.7%였고 2025년에 69.2%·30.8%였는데, 2026년 상반기에 83.5%·16.5%가 됐습니다. 회사가 그 이유로 「방산부문은 매출액 3,453억원을 기록하여 전년 동기대비 37.1% 감소」했고 신동은 35.2%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값이 정해지는 방식이 두 사업에서 완전히 다릅니다. 신동은 구리 국제 시세에 가공비를 얹는 구조라 원자재값이 오르면 매출도 함께 오르고, 그 시세는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정해집니다. 방산은 방위사업청이나 상대국 정부와 사업 단위로 계약하고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됩니다.
그래서 손익의 성격도 다릅니다. 신동은 매출 규모가 크지만 구리를 사서 가공해 파는 구조라 남는 몫이 얇고, 방산은 규모가 작아도 이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 세전이익을 보면 신동사업부문이 1,839억원, 방위산업부문이 419억원입니다.
원가는 어디로 나가는가. 두 사업 모두 구리가 핵심입니다. 신동은 그 자체가 제품의 재료이고, 방산에서도 탄피와 탄자에 구리와 구리합금이 쓰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원가는 구리 시세에 크게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해외에서도 만듭니다. 미국의 PMX Industries와 태국의 Siam Poongsan Metal이 압연재와 소전을 생산하고, 중국과 일본에도 법인이 있습니다. 구리 제품은 무거워 멀리 옮기는 데 비용이 크므로 파는 곳 가까이에서 만드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는 탄약을 파는 법인(PMC Ammunition)도 따로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에는 해외 생산 거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PMX Industries가 압연재를 연간 7만 5,000톤 만들고, 태국과 중국, 일본에도 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구리를 다루는 사업은 무게가 나가 멀리 옮기기 어려우므로 파는 곳 가까이에서 만드는 편이 유리합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구리 시세가 실적을 흔드는 방식 구리를 사서 가공해 파는 회사에는 특이한 셈법이 있습니다. 원자재값이 오르면 원가도 오르지만 판매가도 함께 오르므로, 단순히 「원자재값이 오르면 나쁘다」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고에서 이익이 생기기도 합니다. 싸게 사둔 구리를 값이 오른 뒤에 가공해 팔면 그만큼 남고, 반대로 비싸게 사둔 재고를 값이 떨어진 뒤에 팔면 손해가 납니다. 업계에서는 이것을 재고 관련 손익이라 부르며, 이런 회사의 분기 실적이 크게 출렁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런 회사를 볼 때는 매출액 증가를 그대로 성장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파는 양이 같아도 구리값이 오르면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회사의 2026년 상반기 신동 매출이 35.2% 늘었는데 판매량은 9만 1,24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줄었습니다. 판매량은 그대로인데 매출이 35% 늘었다는 것은 그 증가가 대부분 값에서 왔다는 뜻입니다. 이런 회사를 볼 때 금액과 물량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소부장 히어로즈 ①편이 무기의 눈을 다뤘다면 이 편은 무기가 쏘는 것을 봅니다. 탄약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알아야 왜 이 회사에 구리가 필요하고 그 구리가 어디로 이어지는지가 설명됩니다. 탄약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①), 왜 구리여야 하는지(②), 대구경이 왜 다른지(③), 만드는 일의 어려움(④), 같은 구리가 반도체로 가는 경로(⑤), 그리고 두 사업의 관계(⑥)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① 풍산 탄약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총알이든 포탄이든 기본 구조는 같습니다. 날아가는 탄자와 그것을 밀어내는 화약, 그 화약을 담는 탄피, 그리고 불을 붙이는 뇌관입니다. 대구경으로 가면 여기에 언제 터질지를 정하는 신관이 붙습니다.
발사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뇌관이 터지고 그 불꽃이 화약에 옮겨붙습니다. 화약이 빠르게 타면서 기체를 만들어 압력이 급격히 올라가고, 그 힘이 탄자를 총구 밖으로 밀어냅니다.
이 짧은 순간에 벌어지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총열 안의 압력이 대기압의 수천 배까지 올라가고 온도도 크게 오릅니다. 탄피는 그 압력을 견디면서 동시에 뒤로 새지 않게 막아야 하고, 탄자는 총열 안쪽의 나선 홈에 물려 회전하면서 나가야 합니다.
회전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팽이가 돌면 넘어지지 않듯 탄자도 회전하면 자세가 유지됩니다. 그래야 날아가는 동안 흔들리지 않고 목표에 정확히 닿습니다. 총열 안에 나선 홈을 파는 것이 그 회전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에 화약의 성질도 걸립니다. 화약은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타면서 기체를 만드는데, 타는 속도가 정밀하게 조절돼야 합니다. 너무 빠르면 총열이 견디지 못하고 너무 느리면 탄자가 총구를 나가기 전에 압력이 빠집니다. 회사가 추진화약을 직접 만드는 이유가 그 조절에 있습니다.
💡 쉽게 비유하면 — 병뚜껑과 총알의 공통점 탄산음료 병뚜껑을 생각해봅시다. 안에서 기체가 계속 압력을 밀어내는데 뚜껑은 그것을 견디면서 새지 않게 막습니다. 너무 딱딱하면 병목에 밀착하지 못해 새고, 너무 무르면 압력에 밀려납니다. 탄피가 하는 일이 그것과 비슷합니다. 화약이 터지는 순간 안에서 엄청난 압력이 생기는데, 탄피가 총열 안쪽 벽에 밀착해 그 기체가 뒤로 새지 않게 막습니다. 그러려면 압력을 받았을 때 살짝 부풀어 벽에 붙었다가 압력이 빠지면 다시 줄어들어야 합니다. 구리가 그 일에 맞습니다. 압력을 받으면 늘어나되 부서지지 않고, 압력이 사라지면 어느 정도 돌아옵니다. 그리고 총열보다 무르기 때문에 총열을 갉아내지 않습니다. 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총열 안 나선 홈에 물려 회전해야 하는데 너무 단단하면 홈을 파먹고 너무 무르면 물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탄자 겉면에 구리 계열 금속을 씌우는 방식이 오래 쓰여왔습니다.
다만 회전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총열 안쪽에 홈을 파면 그 홈이 탄자와 마찰하면서 닳고, 홈이 닳으면 회전이 덜 걸려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총열에는 수명이 있고, 그 수명을 늘리려면 탄자가 총열을 덜 갉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②에서 볼 재료 선택의 조건이 됩니다.
그리고 이 회전은 탄자의 모양과도 맞물립니다. 앞이 뾰족하고 뒤가 안정된 형태여야 공기 저항을 덜 받으면서 자세를 유지하는데, 회전이 그 자세를 잡아줍니다.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해야 멀리까지 곧게 날아갑니다.
② 왜 구리여야 하는가
탄약에 쓰이는 금속은 여러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합니다. 그리고 구리와 그 합금이 그 조건에 잘 맞습니다.
첫째, 늘어나는 성질입니다. 탄피는 발사 순간 부풀었다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갈라지면 안 됩니다. 구리에 아연을 섞은 황동이 그 성질이 좋아 오래 쓰여왔습니다.
둘째, 총열을 보호하는 성질입니다. 탄자가 총열 안을 지나가면서 마찰이 생기는데, 탄자가 총열보다 단단하면 총열이 빨리 닳습니다. 구리 계열은 강철보다 무르기 때문에 그 마모를 줄여줍니다.
셋째, 보관 안정성입니다. 탄약은 만들어두고 여러 해 뒤에 쓰이는 물건이라 그동안 녹슬거나 성질이 변하면 안 됩니다. 구리 합금이 부식에 강한 편이라 그 조건에 맞습니다.
넷째, 가공성입니다. 탄피는 얇은 금속판을 여러 번 눌러 컵 모양으로 만들고 다시 늘여 통 모양으로 만듭니다. 이 과정을 견디려면 금속이 잘 늘어나야 하고, 구리가 그 일에 적합합니다.
③ 풍산 방산에서 대구경은 무엇이 다른가
소총탄과 155밀리 포탄은 크기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만드는 방식과 붙는 조건이 함께 달라집니다.
첫째, 화약을 나눠 넣습니다. 소총탄은 탄피 안에 화약이 담겨 하나로 붙어 있는데 155밀리는 포탄과 장약을 따로 장전합니다. 사람이 들어 옮겨야 하는 무게의 한계가 있고, 얼마나 멀리 보낼지에 따라 장약의 양을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신관이 붙습니다. 언제 터질지를 정하는 장치인데 충격을 받는 순간인지, 목표 위 공중인지, 아니면 땅에 박힌 뒤인지에 따라 효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회사의 자회사가 신관을 별도로 만드는 것이 그 때문이며, 사업보고서에 연간 45만 개의 생산능력이 적혀 있습니다.
셋째, 회전을 만드는 방식이 다릅니다. 포탄은 무거워서 겉면 전체를 구리로 씌우는 대신 띠 모양의 구리 부품을 두릅니다. 회사가 탄약 부분품으로 「회전탄대」를 든 것이 그것이며, 이 띠가 포신 안 홈에 물려 포탄을 회전시킵니다.
넷째, 정밀도의 요구가 커집니다. 소총은 수백 미터를 쏘지만 155밀리 곡사포는 수십 킬로미터를 보냅니다. 거리가 멀수록 작은 오차가 크게 벌어지므로, 포탄의 무게와 형상이 발마다 같아야 합니다.
다섯째, 사거리를 늘리는 방법이 붙습니다. 포탄 뒤쪽에서 가스를 내뿜거나 작은 로켓을 달아 더 멀리 보내는 방식인데, 그러면 포탄 안에 들어갈 것이 늘고 무게 배분이 달라집니다. 회사가 연구개발 항목에 사거리 연장과 관련한 제품을 두고 있는 것이 그 흐름입니다.
여섯째, 발사 방식이 갈립니다. 견인포는 사람이 포탄을 들어 장전하고 자주포는 기계가 합니다. 자동 장전을 하려면 포탄의 형상과 무게가 발마다 정확히 같아야 하고 표면도 매끄러워야 하는데, 조금만 어긋나도 장전 장치에 걸립니다. 지상무기 히어로즈에서 본 K9 자주포가 그 방식이며, 이 회사가 그 탄약을 공급합니다.
④ 만드는 일의 어려움
탄약 생산에서 까다로운 부분이 셋 있습니다.
첫째가 화약입니다. 그 자체가 위험물이라 공장 배치가 다릅니다. 한 곳에서 사고가 나도 번지지 않도록 건물을 떨어뜨려 짓고, 위험한 공정은 사람이 들어가지 않게 원격으로 조작합니다. 회사가 추진화약을 직접 만든다고 밝혔는데, 나이트로셀룰로스 같은 원료부터 생산합니다.
둘째가 일관 공정입니다. 탄약 한 발에 탄피와 탄자, 화약, 뇌관, 신관이 들어가는데 각각 다른 기술입니다. 이것을 나눠 사 오면 서로 맞지 않는 일이 생기므로, 원소재부터 완성까지 한 회사가 맡는 방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셋째가 검사입니다. 탄약은 한 번 쏘면 사라지므로 만들 때 모든 것이 정해져야 합니다. 발마다 치수를 재고 표본을 뽑아 실제로 쏘아보는데, 그 시험장까지 갖춰야 공장이 돌아갑니다.
이 셋을 모두 갖춘 곳이 국내에 많지 않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른 방산 기업도 화약이나 탄약 사업을 하지만 고폭화약이나 추진체처럼 제한된 영역이고, 포나 총에서 발사하는 완성형 일반 탄약에서는 이 회사가 국내 유일한 공급자로 평가됩니다.
넷째가 인증입니다. 군에 납품하는 탄약은 규격을 통과해야 하고 그 검사를 정부 기관이 합니다. 회사가 국방기술품질원 같은 기관의 검사를 거친다고 밝혔는데, 이 절차가 새로 들어오는 회사에게는 또 하나의 문턱이 됩니다. 만들 수 있는 것과 납품할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⑤ 같은 구리가 반도체로 갑니다
여기가 이 편의 갈림길입니다. ②에서 본 구리를 다루는 능력이 탄약 밖에서도 쓰입니다.
구리는 전기가 가장 잘 통하는 금속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전자 부품의 배선과 연결부에 널리 쓰이는데, 반도체 칩과 바깥을 이어주는 리드프레임도 그중 하나입니다. 칩에서 나온 신호가 이 금속 틀을 지나 기판으로 전달됩니다.
이 소재에 요구되는 것이 까다롭습니다. 전기가 잘 통해야 하고, 열을 잘 빼내야 하며, 얇게 만들어도 휘거나 갈라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반도체 공정의 높은 온도를 견뎌야 합니다.
그 요구가 탄약용 소재와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구리에 무엇을 얼마나 섞어 어떤 성질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얇고 고르게 압연할 것인가입니다. 둘 다 합금 설계와 압연 기술이며, 그 기반이 같습니다.
회사의 매출 표가 그 결과를 보여줍니다. 신동부문의 「판·대」 항목에 용도가 「산업용소재」로 적혀 있고 괄호에 「반도체소재 포함」이 붙어 있는데, 이 항목이 2026년 상반기 1조 3,72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5.6%입니다.
다만 겹치지 않는 부분도 큽니다. 탄약용 소재는 압력을 받았을 때 늘어나되 갈라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리드프레임은 얇게 만들어도 형상이 유지되고 열을 잘 빼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압연 설비를 쓰더라도 합금의 조성과 열처리 조건이 달라지므로, 한쪽을 잘한다고 다른 쪽이 저절로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가 두 시장을 함께 가진 것은 재료를 공유한 결과이지 기술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닙니다.
⑥ 그래서 두 사업이 서로를 받칩니다
①에서 ⑤까지를 합치면 이 회사의 구조가 보입니다. 구리를 다루는 하나의 능력에서 두 사업이 나왔고, 그 둘이 전혀 다른 시장을 봅니다.
방산은 국방 예산과 수출 계약을 따라갑니다. 신동은 반도체와 전자 산업의 수요, 그리고 구리 시세를 따라갑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움직이므로 한쪽이 나쁠 때 다른 쪽이 받쳐줄 수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가 그 예입니다. 방산 매출이 37.1% 줄어드는 동안 신동이 35.2% 늘었고, 그 결과 연결 매출이 오히려 늘었습니다. 탄약 회사로 알려진 이 회사가 탄약이 줄어든 해에도 버틴 이유입니다.
다만 이 완충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2절 📌 박스에서 본 대로 신동의 매출 증가가 대부분 구리값에서 왔고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값이 오르면 매출이 늘지만 그것이 곧 이익은 아니며, 값이 떨어지면 반대로 작용합니다.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이유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이 회사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세 겹입니다. 첫째가 3절 ④에서 본 일관 공정입니다. 원소재부터 화약과 탄피, 신관까지 한 회사 안에서 만드는 체계를 갖추는 데 오랜 시간과 큰 투자가 들었습니다.
둘째가 그 안에 화약이 있다는 점입니다. 추진화약을 직접 만들면 탄약의 성능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고, 무엇보다 그 공장을 새로 짓는 일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부지와 인허가, 안전 관리가 모두 걸리고, 그 원료가 되는 화학 물질을 다루는 능력도 함께 필요합니다.
셋째가 3절 ⑤에서 본 구리 기술의 넓이입니다. 같은 압연 기술이 탄약과 반도체 소재에 함께 쓰이므로 한 쪽 수요가 줄어도 설비와 인력이 다른 쪽에서 값을 합니다. 그리고 구리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회사라 조달에서도 규모의 이점이 생깁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①편의 회사와 견주면 두 회사의 성격이 갈립니다. 그 회사는 전자 장비를 만들어 완성품 회사에 공급하는데, 한 번 채택되면 그 무기가 운용되는 동안 계속 갑니다. 이 회사가 만드는 것은 쓰면 사라지는 물건이라 수요가 소모량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이 셋이 서로를 받칩니다. 일관 공정이 있어 화약을 직접 쓸 수 있고, 구리를 다루는 규모가 있어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합니다.
해자의 유효 기간을 판단할 때 봐야 할 것은 방산의 수요가 돌아오는가입니다. 2026년 상반기에 37.1% 줄었는데 그것이 계약의 시차 때문인지 구조적 변화인지가 앞으로 갈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신동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데, 그 사업은 구리값에 걸려 있어 성격이 다릅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것은 이 회사가 오래 만들어왔다는 점입니다. 1968년에 설립돼 1973년 방위산업에 들어갔으니 오십 년이 넘었고, 그 사이 국내에서 쓰는 탄약의 대부분을 국산화해왔습니다. 그 시간에 쌓인 것이 설비만이 아니라 규격과 검사 체계, 그리고 군과의 관계입니다.
📌 이 회사를 판별하는 질문 하나 연결 매출로는 이 회사를 가릴 수 없습니다. 2026년 상반기 2조 7,412억원으로 늘었는데 그 증가가 대부분 구리값에서 왔습니다. 같은 기간 신동 판매량은 9만 1,240톤으로 전년 대비 0.1% 줄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답이 아닙니다 — 2024년 7.1%에서 2025년 5.9%로 내려갔다가 2026년 상반기 7.9%로 올랐는데, 그 움직임에 재고 관련 손익이 섞여 있습니다. 방산 매출 증감도 그대로 읽기 어렵습니다. 사업 단위로 진행되므로 어느 계약이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분기마다 크게 달라집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탄약이 줄어든 자리를 무엇이 메우는가.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반기·사업보고서의 주요 제품 표에서 신동과 방산의 매출액과 비중을 연도별로 나란히 놓습니다. 이 표가 매번 공시되며, 2024년 66.3% 대 33.7%에서 2026년 상반기 83.5% 대 16.5%로 바뀐 것이 그 자료에서 확인됩니다. 둘째, 신동의 매출 증가가 값에서 온 것인지 물량에서 온 것인지를 가립니다. 회사가 판매량을 톤 단위로 함께 밝히므로 두 수치를 나란히 놓으면 드러납니다. 셋째, 방산 부문의 세전이익을 함께 봅니다. 매출이 줄어도 이익이 유지되면 수익성 높은 물량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 함께 줄면 다른 이야기입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풍산을 둘러싼 큰 그림
이 회사의 관계도는 두 사업이 완전히 다른 상대를 봅니다. 탄약은 정부와 군을, 신동은 전자와 산업 고객을 상대합니다.
🌏 글로벌 라이벌
- 라인메탈 [독일, 프랑크푸르트 RHM] — 지상무기 히어로즈 ②편의 주인공입니다. 탄약을 만들 공장을 늘리고 있어 유럽 시장에서 만나는 상대이며, 그 회사도 포와 탄약을 함께 만듭니다.
- 제너럴 다이내믹스 [뉴욕 GD]·BAE 시스템즈 [영국, 런던 BA] — 미국과 유럽에서 대구경 탄약을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각국이 155밀리 포탄 생산을 늘리는 국면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 미쓰비시 머티리얼 [일본, 도쿄 5711] 등 신동 업계 — 구리 압연재와 리드프레임 소재를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이 회사의 신동사업이 겨루는 시장이며 방산과 전혀 다른 상대입니다. 같은 회사가 두 시장에서 서로 다른 경쟁자를 만나는 셈입니다.
🤝 핵심 고객사
- 방위사업청과 각 군 [정부기관] — 국내 탄약의 발주처입니다. 회사가 소구경부터 대구경까지 우리 군이 쓰는 대부분의 탄약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업 개요에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기술품질원 같은 기관과 함께 일한다고 적었습니다.
- 반도체·전자 업체 [다수] — 신동사업의 고객입니다. 「판·대」 항목이 2026년 상반기 매출의 65.6%로 이 회사 최대 품목인데, 개별 고객사가 공시되지 않아 그 안에서 반도체용이 얼마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업황이 좋아졌다는 소식이 이 회사에 얼마나 작용할지를 밖에서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 해외 군과 스포츠탄 시장 [다수] — 회사가 미국에 PMC Ammunition을 두고 스포츠용 탄약을 공급합니다. 군용과 별개로 민간 사격 시장이 있으며, 이 수요는 국방 예산이 아니라 취미와 레저 활동을 따라가므로 또 다른 사이클을 갖습니다.
🇰🇷 국내 협력 생태계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코스피 012450, 앵커기업 ①편] — K9 자주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 자주포가 쏘는 탄약을 이 회사가 공급하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거리 연장탄 양산에서 대규모 계약이 있었습니다. 무기를 만드는 쪽과 그 무기가 쓸 것을 만드는 쪽이 나뉘어 있는 관계입니다.
- 현대로템 [코스피 064350, 지상무기 히어로즈 ①편] — 전차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 전차가 쏘는 탄약을 이 회사가 공급합니다.
- 풍산FNS [비상장, 종속회사] — 신관과 센서, 정밀부품을 만드는 자회사입니다. 사업보고서에 연간 신관 45만 개, 센서 2,500개, 정밀부품 15만 개의 생산능력이 적혀 있습니다. 3절 ③에서 본 대로 신관은 포탄이 언제 터질지를 정하는 장치이며, 모회사가 만드는 탄약에 들어갑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왼쪽에 구리라는 하나의 재료가 있고 오른쪽에 군과 반도체 업체라는 전혀 다른 두 고객이 있습니다. 같은 금속이 갈라져 다른 시장으로 가는 것인데, 그 갈림이 회사 안에서 벌어지므로 밖에서는 두 사업이 별개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지도에는 공백이 있습니다. 방산 쪽 생산능력이 공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동은 압연재 14만 9,200톤처럼 톤 단위로 다 나오는데 탄약은 자회사의 신관과 센서만 개수로 적혀 있습니다.
4절의 판별식이 두 사업의 관계를 묻는 이유가 이 지도에서도 확인됩니다. 이 회사를 읽으려면 어느 한쪽만 봐서는 안 되고, 갈라진 두 갈래가 각각 어디로 가는지를 함께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풍산 실적표를 볼 때는 매출 증가를 그대로 읽으면 안 됩니다. 구리값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금액과 물량을 나눠 봐야 합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구분 | 매출 | 영업이익 | 비고 |
| 2024년(연간, 확정) | 4조 5,544억원(YoY +10.4%) | 3,238억원(YoY +41.6%) | 영업이익률 7.1%. 2023년은 매출 4조 1,253억원·영업이익 2,286억원(5.5%). 풍산 별도 기준 신동 66.3%·방산 33.7% |
| 2025년(연간, 확정) | 5조 486억원(YoY +10.9%) | 2,974억원(YoY -8.1%) | 영업이익률 5.9%. 매출은 늘고 이익은 줄어든 해. 매출원가율이 86.5%에서 88.6%로 상승. 별도 기준 신동 69.2%·방산 30.8% |
| 2026년 1분기(확정) | 1조 2,709억원(YoY +9.9%) | 902억원(YoY +29.3%) | 영업이익률 7.1% |
| 2026년 2분기(확정) | 1조 4,703억원 | 1,252억원 | 영업이익률 8.5%. 상반기 누적 매출 2조 7,412억원·영업이익 2,153억원(7.9%). 별도 기준 신동 83.5%·방산 16.5%. 신동 판매량 9만 1,240톤(YoY -0.1%) |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첫째, 위 네 행은 모두 공시된 확정 실적이며 금액은 원화이고 연결 기준입니다. 이 표에 연간 전망 행이 없는 것은 회사가 연간 매출·영업이익 가이던스를 공시하지 않기 때문이며, 표는 최근 확정 분기까지로 마감했습니다. 둘째, 비고란의 부문별 비중은 풍산 별도 기준입니다. 표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이라 해외 종속회사가 포함되므로, 두 수치를 직접 나눠 계산하면 맞지 않습니다. 셋째, 매출 증가를 판매 확대로 읽으면 안 됩니다. 구리를 사서 가공해 파는 구조라 원자재값이 오르면 매출도 함께 오릅니다. 2026년 상반기 신동 매출이 35.2% 늘었는데 판매량은 0.1% 줄었습니다. 넷째, 방산 부문의 생산능력이 공시되지 않습니다. 신동은 압연재 14만 9,200톤처럼 품목별로 나오는데 탄약은 없고, 자회사 풍산FNS의 신관 45만 개와 센서 2,500개만 적혀 있습니다. 탄약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를 밖에서 알 수 없습니다.
풍산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부문 비중의 이동입니다. 풍산 별도 기준으로 신동이 2024년 66.3%에서 2025년 69.2%, 2026년 상반기 83.5%가 됐습니다. 같은 기간 방산은 33.7%에서 30.8%, 16.5%로 내려갔습니다.
금액으로 보면 방산이 실제로 줄었습니다. 2024년 1조 1,791억원, 2025년 1조 1,868억원으로 비슷했는데 2026년 상반기에 3,453억원입니다. 회사가 전년 동기 대비 37.1% 감소라고 밝혔으니 반기를 연 환산해도 예전 수준에 미치지 않습니다.
반대로 신동은 늘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 1조 7,4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2% 증가입니다. 다만 판매량이 9만 1,240톤으로 0.1% 줄었으므로, 그 증가가 대부분 구리값에서 온 것으로 봐야 합니다. 2절 📌 박스에서 본 대로 이런 회사에서는 매출액과 물량을 나눠 보는 것이 기본입니다.
연간 손익을 보면 다른 흐름도 있습니다. 2024년 영업이익 3,238억원에서 2025년 2,974억원으로 줄었는데, 매출은 오히려 10.9% 늘었습니다. 회사가 그 이유로 매출원가율이 86.5%에서 88.6%로 올랐다고 밝혔고, 영업이익률이 7.1%에서 5.9%로 내려갔습니다.
2026년 들어서는 나아지고 있습니다. 1분기 7.1%, 2분기 8.5%로 상반기 7.9%인데 2025년 연간 5.9%보다 높습니다. 방산이 줄었는데도 이익률이 올랐다는 것은 신동 쪽에서 남는 몫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런 회사는 재고 관련 손익이 분기마다 다르게 잡히므로 몇 분기를 묶어 봐야 흐름이 보입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첫 번째 층위는 탄약 사업 매각 추진입니다. 2026년 3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가 방산 부문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매각가가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됐습니다. 방위사업법상 외국인의 방산 기업 승계가 불가능한 것이 배경으로 보도됐습니다. 회사가 공시로 확정한 사항이 아니므로 진행 상황을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 층위는 구리값입니다. 신동이 매출의 80%를 넘는데 그 사업의 손익이 구리 시세에 걸려 있습니다. 값이 오르면 싸게 사둔 재고에서 이익이 나는데, 그 이익은 사업을 잘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사둔 시점이 좋았던 결과입니다. 반대로 비싸게 사둔 재고를 값이 떨어진 뒤 팔면 잘 만들어도 손해가 납니다. 그래서 이런 회사의 좋은 분기가 반드시 좋은 사업을 뜻하지 않고, 나쁜 분기가 반드시 나쁜 사업을 뜻하지도 않습니다.
세 번째 층위는 풍산 방산 매출의 감소입니다. 2026년 상반기에 37.1% 줄었습니다. 방산은 사업 단위로 진행되므로 계약의 시차일 수 있으나, 문제는 줄어든 쪽이 남는 몫이 큰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매출 비중으로는 33.7%에서 16.5%로 절반이 된 것인데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그보다 큽니다. 신동이 그 자리를 매출로는 메웠지만 이익까지 메웠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네 번째 층위는 공시의 제약입니다. 방산 부문의 생산능력도 수주잔고도 공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출이 37% 줄었을 때 그것이 만들 물량이 없어서인지 만들 여력이 부족해서인지를 가릴 수 없습니다. 신동은 압연재 14만 9,200톤처럼 품목별 능력이 다 나오므로 그 판단이 가능한 것과 대비됩니다.
다섯 번째 층위는 이익률의 낮음입니다. 매출이 5조원인데 영업이익률이 6~8%대입니다. 매출의 대부분이 구리를 사 오는 값이고 회사가 붙이는 것은 가공비이므로, 원가율이 1%포인트만 움직여도 이익률은 그 몇 배로 흔들립니다. 2025년이 그랬습니다 — 원가율이 86.5%에서 88.6%로 2.1%포인트 오르자 매출이 10.9%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은 8.1% 줄었습니다. 파는 양을 늘려도 사 오는 값이 오르면 소용이 없는 구조입니다.
여섯 번째 층위는 신동 수요의 성격입니다. 반도체와 전자 산업의 투자를 따라가는데, 그 산업은 몇 년 주기로 크게 오르내립니다. 지금은 방산이 줄어든 자리를 신동이 메우고 있으나 그 관계가 뒤집히면 반대가 되고, 두 사업이 동시에 식는 구간이 오면 메울 곳이 없습니다. 사이클이 다르다는 것이 늘 완충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일곱 번째 층위는 해외 종속회사입니다. 미국과 태국, 중국, 일본에 생산 법인을 두고 있는데, 이것은 수출이 아니라 현지 생산이라 관세를 피하는 대신 그 나라의 정책에 직접 묶입니다. 공장을 옮기려면 몇 년이 걸리므로 조건이 나빠져도 빠져나오기 어렵고, 그 나라 통화로 벌어들인 것을 원화로 환산할 때 환율이 다시 작용합니다.
여덟 번째 층위는 화약을 다루는 사업의 성격입니다. 안전 사고가 한 번 나면 그 공장이 멈추는데, 그 설비를 다른 곳에서 대신할 수 없습니다. 화약 공장은 부지와 인허가, 주변 지역의 동의가 모두 필요해 새로 짓는 데 몇 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진입 장벽을 만드는 조건이 사고가 났을 때는 그대로 회복의 어려움이 되는 셈입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네 가지 해석
① 하나의 재료에서 두 사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탄약과 반도체 소재를 만듭니다. 전혀 다른 물건인데 뿌리가 같습니다. 구리에 무엇을 섞어 어떤 성질을 만들고 그것을 얇고 고르게 압연할 것인가입니다.
그 능력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건너갈 수 있었던 것은 요구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탄피는 늘어나되 갈라지지 않아야 하고 리드프레임은 얇아도 휘지 않아야 하는데, 둘 다 합금 설계와 압연 기술이 정합니다.
다만 이런 이동이 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재료를 쓴다고 기술이 건너가지는 않고, 그 재료를 다루는 방식이 겹쳐야 합니다. 그리고 각 시장이 요구하는 인증과 신뢰를 따로 쌓아야 합니다.
그래서 소재를 다루는 회사를 볼 때는 그 회사가 무엇을 만드는가보다 무엇을 다룰 줄 아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앞은 지금의 제품이고 뒤는 앞으로 갈 수 있는 범위인데, 뒤쪽이 넓으면 한 시장이 나빠져도 다른 데서 값을 합니다.
② 매출이 늘었다고 많이 판 것은 아닙니다
이 회사의 2026년 상반기 신동 매출이 35.2% 늘었습니다. 그런데 판매량은 9만 1,240톤으로 0.1% 줄었습니다. 매출이 3분의 1 넘게 늘어난 동안 파는 양은 오히려 조금 줄어든 것입니다.
원자재를 사서 가공해 파는 회사에서 흔히 생기는 일입니다. 구리값이 오르면 그만큼 판매가도 올라 매출이 늘어나는데, 그것이 곧 사업이 커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더 복잡합니다. 싸게 사둔 재고를 값이 오른 뒤 팔면 남고, 비싸게 사둔 것을 값이 떨어진 뒤 팔면 손해입니다. 그래서 이런 회사의 분기 실적은 사업의 상태보다 원자재 시세의 움직임을 더 크게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원자재를 다루는 회사를 볼 때는 매출액 옆에 판매량을 놓아야 합니다. 둘이 함께 늘면 사업이 커진 것이고, 매출만 늘면 값이 오른 것입니다. 그리고 값이 오른 경우에는 그것이 이익으로 이어졌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회사처럼 판매량을 공시하는 경우 그 확인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확인은 이익에서 더 중요해집니다. 매출은 값이 오르면 함께 늘지만 이익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가도 같이 올랐다면 남는 몫은 그대로이고, 이 회사의 2025년이 그런 해였습니다 — 매출이 10.9%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8.1% 줄었습니다.
③ 소모되는 물건을 만드는 사업의 조건
탄약은 쓰면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 사업의 수요는 소모량을 따라가고, 훈련과 실제 사용이 늘면 함께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 성질이 양쪽으로 작용합니다. 수요가 꾸준하다는 것이 이점인데, 동시에 그 수요가 정세에 따라 크게 출렁입니다. 긴장이 높아지면 각국이 비축을 늘리고 잦아들면 발주가 줄어듭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①편의 회사와 견주면 그 차이가 보입니다. 그 회사가 만드는 전자 장비는 한 번 채택되면 그 무기가 운용되는 동안 계속 갑니다. 이 회사가 만드는 것은 그 무기가 쏠 때마다 새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방산 기업을 볼 때는 그 회사가 파는 것이 소모품인지 내구재인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앞은 수요가 반복되지만 그만큼 정세에 민감하고, 뒤는 한 번의 계약이 오래가지만 그 계약을 따내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소모품은 평시에 만들어둘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어, 수요가 몰리면 생산 능력 자체가 병목이 됩니다.
④ 부문 비중이 바뀔 때는 금액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회사에서 신동 비중이 66.3%에서 83.5%로 올랐습니다. 비중만 보면 방산이 밀려난 것처럼 보입니다.
금액을 보면 두 가지가 함께 일어났습니다. 신동이 35.2% 늘었고 방산이 37.1% 줄었습니다. 한쪽이 커지고 다른 쪽이 실제로 작아진 것이라, 비중의 변화가 두 방향에서 밀려온 셈입니다.
만약 신동만 늘고 방산이 그대로였다면 비중은 바뀌어도 방산 사업 자체는 유지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방산만 줄었다면 회사 전체가 작아졌을 것입니다. 어느 경우인지에 따라 읽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부문 비중이 크게 움직이는 회사를 볼 때는 비중과 금액을 반드시 함께 봐야 합니다. 비중은 상대적 값이라 다른 부문의 변화에도 움직이고, 금액을 봐야 그 부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금액이 값 때문인지 물량 때문인지까지 가리면 그림이 완성됩니다.
이 시각은 방산 밖에도 쓸 수 있습니다. 원자재를 가공해 파는 회사에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을 만나면, 그 회사가 판매량을 함께 밝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밝힌다면 두 수치를 나란히 놓으면 되고, 밝히지 않는다면 그 증가의 성격을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앞으로 이 회사에 관한 소식을 접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질문 네 개와,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적어둡니다.
첫째, 방산 매출이 돌아오는가. 반기·사업보고서의 주요 제품 표에서 방산부문의 매출액을 연도별로 봅니다. 2026년 상반기에 37.1% 줄었는데 그것이 계약의 시차였는지 구조적 변화였는지가 다음 보고서에서 가려집니다.
둘째, 신동의 증가가 값에서 온 것인지 물량에서 온 것인지. 회사가 판매량을 톤 단위로 함께 밝히므로 매출액 옆에 놓고 보면 됩니다. 둘이 함께 늘면 사업이 커지는 것이고, 매출만 늘면 구리값이 오른 것입니다.
셋째, 매출원가율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2024년 86.5%에서 2025년 88.6%로 올라 이익률이 내려갔습니다. 이 비율이 다시 내려가는지가 수익성의 방향을 보여주며, 회사가 사업보고서에 이 수치를 밝힙니다.
넷째, 방산 사업의 매각 논의가 어떻게 되는가. 언론에 보도된 사안이며 회사가 공시로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진행되면 이 회사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므로 공시와 보도를 함께 확인해야 하고, 그 경우 이 편이 다룬 두 사업의 관계도 다시 봐야 합니다.
끝으로 하나를 덧붙입니다. 방산 부문의 세전이익을 함께 봐야 합니다. 사업보고서에 부문별로 나뉘어 나오는데, 매출이 줄어도 이익이 유지되면 수익성 높은 물량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 함께 줄면 다른 이야기입니다.
10. 마무리하며
풍산은 소구경부터 대구경까지 탄약을 만드는 회사이면서, 그 탄약과 반도체 소재를 같은 구리에서 만듭니다. 이 한 줄에 이 회사를 읽는 방법이 들어 있습니다. 두 사업이 전혀 다른 시장을 보는데 뿌리는 하나입니다.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탄약은 탄자와 화약, 탄피, 뇌관으로 이루어지고 발사 순간 총열 안 압력이 대기압의 수천 배까지 오릅니다. 탄피는 그 압력에 부풀어 벽에 밀착했다가 다시 줄어들어야 하고, 탄자는 총열보다 물러야 그 안쪽을 갉아내지 않습니다. 구리와 그 합금이 그 조건에 맞아 오래 쓰여왔습니다. 대구경으로 가면 화약을 따로 장전하고 신관이 붙으며, 무거운 포탄을 회전시키려 띠 모양의 구리 부품을 두릅니다. 그리고 이 물건은 한 번 쏘면 사라지므로 만들 때 모든 것이 정해져야 하고, 원소재부터 화약과 신관까지 한 회사가 맡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 구리를 다루는 능력이 다른 데서도 값을 합니다. 반도체 칩과 바깥을 이어주는 리드프레임도 구리로 만드는데, 전기가 잘 통하고 열을 빼내며 얇아도 휘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가 탄약용 소재와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결과 신동부문의 「판·대」가 2026년 상반기 매출의 65.6%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남는 질문은 두 갈래입니다. 줄어든 탄약이 돌아올 것인가. 그리고 그 자리를 메운 신동의 증가가 값이 아니라 물량에서 오게 될 것인가. 앞의 질문에는 주요 제품 표가 답하고, 뒤의 질문에는 매출액 옆의 판매량이 답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무기가 움직이게 하는 것을 만드는 회사, STX엔진을 다룹니다. 이 회사가 무기가 쏘는 것을 만든다면 그 회사는 무기가 나아가게 하는 것을 만듭니다. 소모되는 물건과 오래 도는 기계는 사업의 주기가 전혀 다른데 같은 소부장이라는 이름 아래 있습니다. 그때 던져볼 질문은 하나입니다 — 이 회사가 다룰 줄 아는 것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실적·점유율·목표주가 등은 각 증권사·시장조사기관의 추정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확정된 사실과 전망을 구분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 조선·방산 소부장 히어로즈 시리즈
- [소부장 히어로즈 ①] 한화시스템, 천궁과 K2의 눈을 만들면서 미국 함정 정비까지 들어간 방산전자 회사
- [소부장 히어로즈 ②] 풍산, 155밀리 포탄과 반도체 소재를 같은 구리로 만드는 국내 유일 종합탄약회사
- [소부장 히어로즈 ③] STX엔진, K9과 군함의 심장을 같은 공장에서 만드는 특수엔진 제작사
- [소부장 히어로즈 ④] 아이쓰리시스템, 전차와 유도무기의 눈을 만드는 국내 유일 군수용 적외선 센서 회사
- [소부장 히어로즈 ⑤] 한화엔진, 세계 최초로 이중연료 엔진을 상용화한 저속엔진 제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