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현대로템, K2 전차를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이 파는 국내 유일 전차 제작사 (지상무기 히어로즈 ①)

현대로템의 사업보고서에는 생산능력 표가 있습니다. 철도 부문은 「창원공장 552량」, 플랜트 부문은 「당진공장 10,800톤」으로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방산이 속한 부문 자리에는 숫자 대신 이 문장이 있습니다 — 「군사/방산 보안관계 법령상 AD&RH 부문 생산능력은 기재하지 않습니다.」 이 회사 매출의 57%를 차지하는 부문이고, 그 안에서 수출이 내수의 2.4배인데,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는 밖에서 알 수 없습니다.

1. 왜 지금 현대로템인가

조선·방산 밸류체인 총정리 ③부는 한국 지상무기가 해외로 나가는 국면을 다뤘습니다. 폴란드를 시작으로 K9 자주포와 K2 전차, 천궁과 FA-50이 잇따라 계약됐고, 계약 시점과 매출 인식 사이의 시차를 지나 그 물량이 이제 실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편은 그 가운데 전차를 봅니다. 현대로템은 회사 소개에서 스스로를 「국내 유일의 전차 제작 기업」이라 밝히고 있고, 1976년 전차생산 1급 방산업체로 지정된 이후 K1과 K1A1을 거쳐 K2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은 「전차를 만든다」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파는 방향이 뒤집혔기 때문입니다. 2026년 상반기 이 부문의 매출 1조 7,385억원 가운데 수출이 1조 2,277억원으로 70.6%입니다. 내수 5,108억원의 2.4배이고, 2025년에는 그 비중이 72.4%였습니다.

방산은 원래 내수가 기본인 사업입니다. 자국 군대가 쓸 것을 만들고 그 물량으로 생산 체계를 유지하며, 수출은 그 위에 얹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회사는 그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이 편이 붙잡을 구조가 그것입니다. 전차를 수출로 파는 회사가 됐는데, 인트로에서 본 대로 그 물량을 밖에서 셀 수 없습니다. 다른 제조업이라면 생산능력과 가동률로 앞날을 가늠하는데 그 창이 닫혀 있습니다. 이 편에서 답을 찾아볼 질문은 셋입니다. 전차를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일인가. 왜 수출이 이렇게 커졌는가. 그리고 무엇으로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가.

📌 기본 정보 티커: 코스피 064350 | 설립: 1977년 창립, 1976년 전차생산 1급 방산업체 지정 | 사업 구성(2026년 상반기 기준): AD&RH 57%, RS 37%, EP 6% | 지배구조: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 주요 제품: K2 전차·차륜형장갑차·장애물개척전차·다목적무인차량(AD&RH), 고속철도차량과 전동차(RS), 프레스와 제철설비(EP) | 시장 내 위치: 회사 소개 기준 국내 유일 전차 제작 기업. 2026년 상반기 수주잔고 30조 4,046억원 | 수출 비중: AD&RH 부문 70.6%(2026년 상반기), 72.4%(2025년) | 한 줄 정체성: K2 전차를 만드는 국내 유일 제작사이면서, 그 전차가 국내보다 해외로 더 많이 나가는 구조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현대로템의 사업은 셋으로 나뉩니다. AD&RH와 RS, EP입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 3조 635억원 가운데 AD&RH가 1조 7,385억원으로 57%, RS가 1조 1,280억원으로 37%, EP가 1,970억원으로 6%입니다.

AD&RH가 이 편이 다룰 부문입니다. 지상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곳이며 K2 전차와 차륜형장갑차, 장애물개척전차, K1과 K1A1의 성능개량이 여기 속합니다. 회사는 여기에 다목적무인차량과 다족보행로봇 같은 미래무인체계, 그리고 우주발사체 엔진 관련 제품도 포함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부문에 최근 변화가 있었습니다. 조직개편으로 수소사업이 여기 편입됐습니다. 회사가 「기존 방산 및 로봇 분야에서 축적한 설계·제조·사업관리 역량을 수소에너지 분야로 확대」한다고 설명했는데, 그래서 부문 이름이 지상무기가 아니라 AD&RH입니다.

둘째가 RS입니다. 고속철도차량과 전동차, 트램을 만들고 철도 시스템과 유지보수를 함께 합니다. 창원 공장에서 연간 552량을 만들 수 있다고 공시돼 있는데, 방산과 달리 이 부문은 능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셋째가 EP로 프레스와 제철설비를 만드는 부문이며 당진 공장의 생산능력이 10,800톤입니다.

값이 정해지는 방식은 부문마다 다릅니다. 방산은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국내 사업과 상대국 정부와 맺는 수출 계약으로 나뉘는데, 앞은 예산 절차를 따르고 뒤는 그 나라의 사정과 국제 정세까지 얽힙니다. 철도는 발주처가 국가나 지자체, 해외 교통당국이고 입찰로 정해집니다.

돈이 들어오는 방식에는 이 산업 특유의 구조가 있습니다. 계약을 맺는 시점이 아니라 만들어 인도하는 진행에 따라 매출이 나뉘어 잡힙니다. 그래서 폴란드 계약이 체결된 해와 그 물량이 실적에 들어오는 해가 다르고, 계약 소식이 크게 알려진 뒤 몇 년이 지나서야 그 효과가 숫자로 나타납니다. 지금의 실적이 몇 해 전 계약의 결과인 이유입니다.

그 시차가 이 회사에서는 특히 깁니다. 2026년 상반기 말 수주잔고가 30조 4,046억원인데 같은 기간 매출이 3조 635억원이었습니다. 반기 매출의 열 배가 이미 계약돼 있는 셈이고, 연간으로 환산해도 다섯 해치가 넘습니다.

원가는 어디로 나가는가. 여기서 다시 방산의 특이함이 드러납니다. 원재료 표에 적힌 것은 「RS 부문 외」 금속소재 1조 3,420억원뿐이고 방산 부문이 별도로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특수강 값이 올랐을 때 이 회사가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전차 한 대의 원가에서 소재가 어느 정도인지를 밖에서 가늠할 수 없습니다.

부문 사이의 관계도 봐야 합니다. 셋이 완전히 남남은 아닙니다. 철도차량과 장갑차는 둘 다 큰 금속 구조물에 동력 계통과 전장품을 넣는 물건이고, 용접과 조립의 기본이 같습니다. 회사가 차륜형장갑차에 그룹의 차량 기술을 접목한다고 밝힌 것도 그 겹침 위에 있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방산은 왜 공시가 적은가 상장회사는 사업보고서에 생산능력과 원재료, 주요 매출처를 적어야 합니다. 투자자가 그 회사를 판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방산은 그 원칙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군사 관련 법령이 무기체계의 생산 능력과 물량을 보안 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가 전차를 몇 대 만들 수 있는지는 그 자체가 군사 정보이고, 공개되면 상대에게 정보를 주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방산 기업의 사업보고서에는 빈칸이 생깁니다. 이 회사도 AD&RH 부문의 생산능력을 「군사/방산 보안관계 법령상」 기재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주요 매출처의 이름도 나오지 않습니다. 계약 상대가 어느 나라 군대인지가 드러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방산 기업을 볼 때의 근본 조건입니다. 다른 제조업이라면 생산능력과 가동률로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데 방산은 그 창이 닫혀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으로 대신 볼 것인가가 이 산업의 기업을 읽는 출발점이 됩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조선·방산 밸류체인 총정리 ③부가 지상무기 수출이라는 국면을 다뤘다면 이 편은 전차라는 물건 자체를 봅니다. 왜 이것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적은지, 그리고 왜 한 번 사면 수십 년을 쓰는지를 알아야 이 회사가 하는 일이 설명됩니다. 전차가 무엇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지(①), 그 셋이 왜 서로를 밀어내는지(②), K2가 그 균형을 어떻게 잡았는지(③), 만드는 일이 왜 어려운지(④), 수출이 왜 단순한 판매가 아닌지(⑤), 그리고 그 구조가 남기는 문제(⑥)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① 전차는 세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합니다

전차를 평가하는 기준은 오래전부터 셋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화력과 방호력, 그리고 기동력입니다. 적을 때릴 수 있어야 하고, 맞아도 견뎌야 하며,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화력은 주포에서 나옵니다. 현대로템 K2 전차는 120밀리 55구경장 활강포를 씁니다. 구경장이란 포신의 길이를 구경으로 나눈 값인데, 55구경장이면 포신 길이가 지름의 55배라는 뜻입니다. 길수록 포탄이 가속할 시간이 늘어 더 빠르게 나가고, 그만큼 관통력이 커집니다.

방호력은 장갑에서 나옵니다. K2는 복합장갑과 반응장갑을 함께 씁니다. 복합장갑은 금속과 세라믹 같은 다른 재료를 겹쳐 각각의 성질로 서로 다른 공격을 막는 것이고, 반응장갑은 맞는 순간 스스로 폭발해 들어오는 힘을 상쇄하는 방식입니다.

기동력은 엔진과 현수장치에서 나옵니다. K2는 1,500마력 엔진을 쓰고 전투중량이 56톤이라 톤당 27.3 마력입니다. 그리고 유기압식 현수장치를 써서 차체를 앞뒤와 좌우로 기울일 수 있습니다. 언덕 뒤에 숨어 차체를 들어 올려 사격하거나, 반대로 낮춰 표적을 줄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넷째가 붙습니다. 보는 능력입니다. 아무리 강한 포와 두꺼운 장갑이 있어도 적을 먼저 찾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열영상 조준경과 사격통제장치, 그리고 다른 부대와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 계통이 함께 들어갑니다. 회사가 K2에 전장관리체계를 넣었다고 밝힌 것이 그 부분입니다.

💡 쉽게 비유하면 — 창과 방패와 다리 전차의 세 요소는 창과 방패와 다리에 해당합니다. 창이 화력이고 방패가 방호력이며 다리가 기동력입니다. 문제는 이 셋이 한 몸에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방패를 두껍게 하면 무거워져 다리가 느려집니다. 창을 길게 하면 앞이 무거워져 균형이 무너지고, 다리를 빠르게 하려고 가볍게 만들면 방패가 얇아집니다. 하나를 키우면 다른 하나가 줄어드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전차 설계는 셋 중 무엇을 고르느냐가 아니라 셋 사이에서 어디에 점을 찍느냐의 문제입니다. 나라마다 지형과 전술이 다르므로 그 점의 위치도 다르고, 그것이 각국 전차의 성격을 만듭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균형은 시간이 지나며 옮겨갑니다. 새로운 포탄이 나오면 방패를 다시 봐야 하고, 엔진이 좋아지면 방패를 더 두껍게 할 여유가 생깁니다. 전차를 한 번 만들고 끝내지 못하고 계속 개량하는 이유입니다.

② 셋이 서로를 밀어냅니다

①에서 본 셋의 관계를 무게로 따져보면 문제가 분명해집니다. 전차의 무게는 대부분 장갑에서 나오는데, 장갑을 두껍게 하면 무게가 늘고 그만큼 엔진이 더 커야 합니다. 그런데 엔진이 커지면 그 엔진이 들어갈 공간이 필요하고 그 공간을 감싸는 장갑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무게가 무게를 부르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현대 전차가 대체로 50톤에서 70톤 사이에 있는 것도 그 한계 때문입니다. 더 무거워지면 다리를 건널 수 없고 도로를 망가뜨리며 수송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여기에 또 다른 제약이 있습니다. 승무원 수입니다.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공간이 필요하고 차체가 커집니다. 그래서 자동장전장치를 넣어 탄약수를 없애는 방식이 나왔는데, K2가 그 방식입니다. 승무원 3명으로 운용하고 40발을 자동으로 장전합니다.

자동장전에는 대가도 있습니다. 기계가 고장 나면 사람이 대신할 수 없고, 장치가 차지하는 공간만큼 다른 것을 줄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 방식을 택하는 것은 차체를 작게 만들 수 있어 표적이 줄고 무게를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③ 현대로템 K2 전차가 찍은 점

K2는 그 균형에서 기동력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톤당 27.3마력은 같은 급 전차 가운데 높은 편이고, 최고 속도가 포장도로에서 시속 70킬로미터입니다. 한국 지형이 산과 하천이 많아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이 중요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기압식 현수장치가 그 선택을 뒷받침합니다. 일반적인 스프링 대신 유압과 기체를 써서 각 바퀴의 높이를 개별로 조절하는 방식인데, 울퉁불퉁한 지형에서 차체가 덜 흔들리고 사격 정확도가 유지됩니다. 그리고 앞서 본 대로 차체 자세를 바꿀 수 있습니다.

도하 능력도 이 맥락에 있습니다. K2는 수심 4.1미터까지 잠수해 건널 수 있습니다. 하천이 많은 지형에서 다리가 끊겼을 때 전차가 멈추지 않으려면 필요한 능력이고, 그만큼 밀폐와 배기 설계가 까다로워집니다.

회사가 밝힌 또 하나의 특징이 재사격 속도입니다. 기동 중 6초 안에 다시 쏠 수 있다고 적어두었는데, 자동장전장치와 사격통제장치, 그리고 흔들림을 잡아주는 안정화 장치가 함께 작동해야 나오는 값입니다.

그리고 이런 선택에는 지형이 배어 있습니다. 넓은 평원에서 멀리 쏘는 것이 중요한 나라와 산과 하천을 빠르게 넘나들어야 하는 나라의 답이 다릅니다. 그래서 전차를 수출할 때는 그 나라의 지형에 맞는지가 함께 평가되고, 때로는 사양을 바꿔 만들기도 합니다.

④ 만드는 일이 왜 어려운가

전차의 성능을 설계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만드는 쪽의 어려움은 크게 셋입니다.

첫째가 용접입니다. 전차의 차체와 포탑은 두꺼운 특수강판을 붙여 만드는데, 그 용접부가 장갑의 일부가 됩니다. 다시 말해 용접이 약하면 그 부분이 장갑의 구멍이 되고, 맞았을 때 그곳부터 뚫립니다. 그래서 용접 하나하나를 검사하고 그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둘째가 조립의 밀도입니다. 56톤짜리 물건 안에 엔진과 변속기, 자동장전장치, 사격통제장치, 통신 계통, 그리고 승무원 셋이 들어갑니다. 각각의 배선과 배관이 정해진 자리를 지나야 하고 정비할 때 손이 닿아야 합니다. 그래서 조립 순서를 정하는 일 자체가 설계의 일부가 됩니다.

셋째가 검증입니다. 전차 한 대가 나오면 사격과 주행, 도하를 실제로 해봐야 합니다. 그 시험에서 문제가 나오면 원인을 찾아 고치고 다시 해야 하며, 그 과정이 몇 달씩 걸리기도 합니다. 만드는 시간보다 검증 시간이 긴 경우도 있고, 그래서 계약부터 인도까지의 기간이 물량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셋을 반복해 안정적으로 해내는 것이 또 다른 능력입니다. 한 대를 잘 만드는 것과 백 대를 같은 품질로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고, 발주처가 보는 것은 뒤쪽입니다.

그리고 이 검증에는 시간만이 아니라 장소가 필요합니다. 전차를 실제로 쏘고 달리게 할 시험장이 있어야 하고, 그런 시설은 아무나 갖출 수 없습니다. 부지와 안전 관리, 그리고 군과의 협조가 함께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차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적은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섯째, 정비를 염두에 둔 설계가 필요합니다. 전차는 전장에서 고장 나면 그 자리에서 고쳐야 하고, 그 작업을 정비병이 야전에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주 손보는 부품은 손이 닿는 곳에 두고 통째로 갈아 끼울 수 있게 만드는데, 이 설계가 성능표에는 나오지 않지만 운용하는 쪽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평가 항목입니다.

⑤ 수출은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가 이 편의 갈림길입니다. 전차 수출은 완성품을 실어 보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는 쪽이 요구하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폴란드 계약이 그것을 보여줍니다. 2022년 7월 1,000대 규모 기본계약을 맺고 8월에 첫 실행계약을 체결했으며, 2025년 8월에 약 8조 9,800억원 규모의 2차 이행계약이 이어졌습니다. 기본계약이 틀이고 이행계약이 실제 물량인데, 이 구조에서는 큰 숫자가 발표돼도 그것이 확정 매출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2차 계약 180대의 구성이 특이합니다. 116대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한국 창원 공장에서 만들고, 나머지 61대는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체계 구축을 거쳐 2029년부터 2031년까지 폴란드에서 조립·생산됩니다.

절반 가까이를 상대국에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사는 쪽에서 보면 자국 산업에 일감이 생기고 정비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며, 나중에 부품을 계속 사 오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 방산 수출에서 이런 조건이 흔해지고 있습니다.

파는 쪽에는 두 얼굴이 있습니다. 그 조건을 받아들여야 계약이 성사되므로 시장에 들어가는 열쇠가 되지만, 동시에 기술을 넘기는 일이라 나중에 그 나라가 경쟁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공장의 물량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여기에 정비와 부품이 따라붙습니다. 전차는 한 번 사면 수십 년을 쓰므로 그동안 부품을 대고 성능을 개량해야 합니다. 이 회사의 수주잔고에 잡히는 것도 완성품만이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지는 계약들이며, 그래서 한 번 판 나라와의 관계가 오래 이어집니다.

⑥ 그런데 그 물량을 셀 수 없습니다

인트로에서 본 문장이 여기서 다시 걸립니다. 회사는 「군사/방산 보안관계 법령상 AD&RH 부문 생산능력은 기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철도는 552량, 플랜트는 10,800톤인데 방산만 빈칸입니다.

생산실적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대를 만들었는지가 나오지 않고, 주요 매출처에 어느 나라 군대인지도 적히지 않습니다. 원재료 표에도 방산 부문이 별도로 나뉘어 있지 않아 전차 한 대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볼 때 쓸 수 있는 것이 제한됩니다. 다른 제조업이라면 생산능력과 가동률로 앞날을 가늠하는데 그 창이 닫혀 있고, 남는 것은 매출과 수주잔고, 그리고 회사가 공시하는 계약 소식뿐입니다.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이유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이 회사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세 겹입니다. 첫째가 전차를 만들어본 이력입니다. 1976년 전차생산 1급 방산업체로 지정된 뒤 K1을 개발했고, K1A1과 K1A2를 거쳐 K2에 이르렀습니다. 그 사이 국내에서만 천 대가 넘는 전차를 만들었습니다.

둘째가 국내 유일이라는 위치입니다. 회사가 스스로를 「국내 유일의 전차 제작 기업」이라 소개하는데, 전차를 만들 수 있는 곳이 한 곳뿐이면 새로 시작하려는 회사가 그 자리를 파고들기 어렵습니다. 시험 설비와 숙련 인력만이 아니라 부품을 대는 협력업체까지 함께 갖춰야 하는데, 그 생태계가 이미 이 회사를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가 3절 ⑤에서 본 실전 운용 기록입니다. 발주처가 보는 것은 성능표만이 아니라 그 장비가 실제로 몇 년간 돌아갔는지입니다. 한국군이 오래 운용해온 기록이 수출 시장에서 근거가 됩니다.

조선·방산 앵커기업 ①편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견주면 이 자리의 성격이 갈립니다. 그 편은 K9 자주포와 항공엔진, 우주를 한 회사에 담은 구조를 다뤘고 「쌓아온 신뢰」를 축으로 삼았습니다. 이 회사는 지상무기 가운데 전차라는 한 갈래에 집중돼 있고, 그 한 갈래가 수출로 크고 있습니다.

해자의 유효 기간을 판단할 때 봐야 할 것은 3절 ⑤에서 본 현지 생산입니다. 폴란드 2차 계약에서 180대 중 61대를 현지에서 만들기로 했는데, 이런 조건이 늘어나면 국내 공장의 물량이 줄고 기술도 함께 넘어갑니다. 시장에 들어가는 대가로 무엇을 내주는가가 다음 국면을 정합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것은 이 회사가 전차를 오래 만들어왔다는 점입니다. 1984년 K1을 개발한 뒤 K1A1과 K1A2를 거쳐 K2에 이르렀고, 그 사이 성능개량 사업도 이어졌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회사가 설계를 베낄 수는 있어도 그 사이에 쌓인 시행착오의 기록까지 가질 수는 없습니다.

📌 이 회사를 판별하는 질문 하나 수주잔고 총액은 이 회사를 판별해주지 못합니다. 30조 4,046억원인데 그 안에 방산과 철도와 플랜트가 섞여 있고, 방산 안에서도 전차와 장갑차와 로봇과 수소가 함께 잡힙니다. 부문별 매출 비중도 답이 아닙니다 — AD&RH가 57%인 것은 알 수 있으나 그 안에서 전차가 얼마인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영업이익률 역시 세 부문을 합친 값이라 방산의 수익성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수출로 나간 전차를 무엇으로 셀 수 있는가.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반기·사업보고서의 매출실적 표에서 AD&RH 부문의 내수와 수출을 연도별로 나란히 놓습니다. 생산능력은 공시되지 않지만 이 표는 나오며, 2024년 67.3%에서 2025년 72.4%로 수출 비중이 올라간 것이 그 자료에서 확인됩니다. 둘째, 회사가 공시하는 개별 계약을 추적합니다. 방산 수출은 규모가 커서 공시 대상이 되므로 계약 금액과 상대국, 그리고 인도 기간을 알 수 있습니다. 폴란드 2차 이행계약이 약 8조 9,800억원이라는 것도 그렇게 확인됩니다. 셋째, 그 계약에서 국내 생산분과 현지 생산분이 어떻게 나뉘는지를 봅니다. 현지 생산 비중이 커지면 계약 금액이 같아도 국내 공장에 남는 몫은 줄어듭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현대로템을 둘러싼 큰 그림

이 회사의 관계도는 부문마다 상대가 달라 여러 겹으로 그려야 합니다. 그리고 방산 쪽은 고객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아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입니다.

🌏 글로벌 라이벌

  • 라인메탈 [독일, 프랑크푸르트 RHM] — 지상무기 히어로즈 ②편의 주인공입니다. 레오파르트 전차의 주포와 탄약을 만들고 장갑차를 생산하는 유럽 최대 지상무기 회사이며, 유럽 수출 시장에서 맞부딪힙니다.
  • 제너럴 다이내믹스 [뉴욕 GD] — 에이브럼스 전차를 만드는 미국 회사입니다. K1이 이 회사의 전신인 크라이슬러 디펜스와 함께 설계된 이력이 있어, 경쟁자이면서 기술적 뿌리가 닿아 있는 관계입니다.
  • 유럽·중동 전차 제작사 [다수] — 프랑스와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이 자국 전차를 갖고 있거나 개발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튀르키예에 알타이 전차의 양산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수출과 협력이 함께 있는 시장입니다.

🤝 핵심 고객사

  • 방위사업청과 육군 [정부기관] — 국내 발주처입니다. 2026년 상반기 AD&RH 부문 내수 매출이 5,108억원이며, K2 양산과 K1 계열 성능개량이 여기서 나옵니다. 새 전차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배치된 전차를 손보는 사업도 함께 이어집니다.
  • 폴란드 군비청 [정부기관] — 최대 수출 상대입니다. 2022년 1,000대 규모 기본계약을 맺고 두 차례 이행계약이 이어졌는데, 기본계약은 틀만 정하고 실제 물량은 이행계약에서 확정됩니다. 그래서 1,000대라는 숫자가 곧 매출이 되는 것은 아니며, 이행계약이 이어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 해외 군 당국 [다수, 비공개] — 회사가 수출을 추진 중인 국가로 폴란드와 튀르키예를 들었고, 차륜형장갑차는 남미와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계약 전 단계의 상대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 국내 협력 생태계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코스피 012450] — 조선·방산 앵커기업 ①편의 주인공입니다. 지상무기에서는 K9 자주포를 맡고 있어 이 회사의 전차와 품목이 갈리며, 해외 수출에서는 같은 방향을 봅니다.
  • 현대비앤지스틸 [코스피 004560] — 금속소재의 주요 매입처로 사업보고서에 기재돼 있고 특수관계인 으로 표기됩니다. 전차의 장갑에 쓰이는 특수강은 아무 데서나 사 올 수 없어 그 조달처가 안정적인 것이 생산의 전제가 됩니다.
  • 현대자동차 [코스피 005380] — 그룹 계열사입니다. 회사가 차륜형장갑차에 「현대자동차그룹의 차량 관련 기술을 접목」한다고 밝혔는데, 민수 차량 기술이 방산으로 넘어오는 통로입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왼쪽에는 특수강과 부품을 대는 회사들이 있고 오른쪽에는 국내외 군 당국이 있는데, 그 오른쪽의 무게중심이 국내에서 해외로 옮겨갔습니다.

그런데 이 지도에는 큰 공백이 있습니다. 오른쪽 고객의 상당 부분이 이름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폴란드처럼 계약이 공시된 경우만 확인되고 협상 단계는 보이지 않으므로, 다음 수출이 어디서 나올지를 미리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회사가 추진 국가로 밝힌 것도 폴란드와 튀르키예뿐입니다.

4절의 판별식이 무엇으로 셀 수 있는가를 묻는 이유가 이 지도에서도 확인됩니다. 이 회사에서 확인 가능한 것은 부문별 내수와 수출, 그리고 공시된 개별 계약이며, 그 둘을 겹쳐 봐야 그림이 나옵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현대로템 실적표를 볼 때는 전사 숫자와 부문별 내수·수출을 함께 봐야 합니다. 합친 값만으로는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분 매출 영업이익 비고
2024년(연간, 확정) 4조 3,766억원(YoY +22.0%) 4,566억원(YoY +117.4%) 영업이익률 10.4%. 2023년은 매출 3조 5,874억원·영업이익 2,100억원(5.9%). AD&RH 내수 7,735억원·수출 1조 5,917억원(수출 67.3%)
2025년(연간, 확정) 5조 8,390억원(YoY +33.4%) 1조 56억원(YoY +120.3%) 영업이익률 17.2%. AD&RH 내수 8,861억원·수출 2조 3,292억원(수출 72.4%). 8월 폴란드 K2 2차 이행계약 약 8조 9,800억원
2026년 1분기(확정) 1조 4,575억원(YoY +23.9%) 2,242억원(YoY +10.5%) 영업이익률 15.4%
2026년 2분기(확정) 1조 6,061억원(YoY +13.3%) 2,324억원(YoY -9.8%) 영업이익률 14.5%. 상반기 누적 매출 3조 635억원·영업이익 4,566억원(14.9%). AD&RH 내수 5,108억원·수출 1조 2,277억원(수출 70.6%). 수주잔고 30조 4,046억원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첫째, 위 네 행은 모두 공시된 확정 실적이며 금액은 원화이고 연결 기준입니다. 이 표에 연간 전망 행이 없는 것은 회사가 연간 매출·영업이익 가이던스를 공시하지 않기 때문이며, 표는 최근 확정 분기까지로 마감했습니다. 둘째, AD&RH 부문의 생산능력과 생산실적이 공시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군사·방산 보안 법령을 이유로 기재하지 않으므로, 전차를 몇 대 만들 수 있고 몇 대 만들었는지를 밖에서 알 수 없습니다. 철도와 플랜트는 각각 552량과 10,800톤으로 공시됩니다. 셋째, AD&RH 부문 안의 구성도 나뉘지 않습니다. 이 부문에 전차와 장갑차, 무인체계, 로봇, 그리고 조직개편으로 편입된 수소사업이 함께 들어가 있으나 각각의 매출은 공시되지 않습니다. 57%라는 비중을 전차 비중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넷째, 부문별 영업손익도 공시되지 않습니다. 매출은 부문별로 내수와 수출까지 나뉘어 나오지만 손익은 전사 기준입니다. 그래서 방산이 철도보다 얼마나 남기는지를 사업보고서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현대로템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현대로템 수출 비중의 상승입니다. AD&RH 부문에서 수출이 2024년 1조 5,917억원으로 67.3%였는데 2025년에 2조 3,292억원으로 72.4%가 됐습니다. 금액으로는 46% 늘어난 것입니다.

같은 기간 내수는 7,735억원에서 8,861억원으로 15% 늘었습니다. 국내 물량도 늘고 있으나 수출이 훨씬 빠르게 커지면서 비중이 벌어졌습니다. 2026년 상반기에도 수출이 70.6%로 그 구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손익에도 나타납니다. 영업이익률이 2023년 5.9%에서 2024년 10.4%, 2025년 17.2%로 올랐습니다. 세 해 만에 세 배가 됐고, 그 상승이 수출 확대와 같은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다만 2026년 들어서는 이익률이 다소 내려왔습니다. 1분기 15.4%, 2분기 14.5%로 2025년 연간 17.2%보다 낮습니다. 회사가 그 이유를 별도로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계약마다 조건이 다르고 어느 물량이 인도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분기별 이익률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수주잔고는 30조 4,046억원입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이 3조 635억원이었으니 연간으로 환산해도 다섯 해치가 넘습니다. 다만 여기에도 세 부문이 섞여 있어 그중 얼마가 방산인지 나오지 않고, 철도 사업의 장기 계약도 함께 잡히므로 이 숫자만으로 방산의 앞날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첫 번째 층위는 공시의 제약입니다. 방산 부문의 생산능력과 생산실적, 부문별 손익이 모두 공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주가 늘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그것을 소화할 여력이 있는지, 그 물량이 얼마를 남길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가장 큰 부문인데 판단 재료가 가장 적은 셈입니다.

두 번째 층위는 현지 생산 조건입니다. 폴란드 2차 계약의 180대 가운데 61대를 현지에서 만드는데, 계약 금액은 같아도 국내 공장에 남는 몫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그리고 넘긴 기술로 상대국이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되면 다음 계약에서 협상 조건이 달라집니다. 시장에 들어가는 값을 미래의 몫으로 치르는 셈입니다.

세 번째 층위는 수출 의존입니다. AD&RH 부문 매출의 70%가 넘는 수출이 소수의 계약에 몰려 있습니다. 방산 수출은 계약 하나의 규모가 조 단위라 여러 건으로 분산되기 어렵고, 그래서 한 건이 지연되면 그 분기의 실적이 통째로 흔들립니다. 국내 물량이 꾸준히 들어오던 때와는 실적의 성격이 달라진 것입니다.

네 번째 층위는 상대국의 사정입니다. 방산 수출은 그 나라의 국방 예산과 정권, 그리고 국제 정세에 걸려 있습니다. 기술과 값이 좋아도 정치가 바뀌면 계약이 흔들릴 수 있고, 그것을 이 회사가 통제하지 못합니다.

다섯 번째 층위는 부문 구성의 불투명입니다. AD&RH에 전차와 장갑차, 로봇, 수소가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문의 매출이 늘어도 그것이 전차 수출 때문인지 다른 사업 때문인지 가릴 수 없고, 조직개편 뒤에는 그 범위가 더 넓어져 판단이 어려워졌습니다.

여섯 번째 층위는 이익률의 변동입니다. 2025년 17.2%에서 2026년 상반기 14.9%로 내려왔습니다. 수출 계약마다 조건이 다르고 현지 생산이 섞인 계약은 국내 물량만 매출로 잡히므로, 어느 계약의 어느 부분이 진행 중이냐에 따라 이익률이 달라집니다. 한 분기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일곱 번째 층위는 철도 부문과의 관계입니다. 매출의 37%를 차지하는 RS 부문은 입찰로 수주하는 사업이라 값 경쟁이 심하고, 해외 철도 사업에서 손실이 난 이력도 있습니다. 두 부문의 손익이 합쳐져 공시되므로 방산이 좋아도 철도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사 실적이 눌리는데, 그 원인을 밖에서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여덟 번째 층위는 소재값입니다. 특수강과 금속소재가 원가의 큰 몫인데 방산 계약은 값을 미리 정하고 몇 년에 걸쳐 만듭니다. 그 사이 소재값이 오르면 차이를 회사가 떠안고, 폴란드 계약처럼 2031년까지 이어지는 사업에서는 그 노출 기간이 특히 깁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네 가지 해석

① 공시되지 않는 것이 그 산업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이 회사의 사업보고서에는 방산 부문의 생산능력이 없습니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군사·방산 보안 법령입니다. 철도와 플랜트는 각각 552량과 10,800톤으로 적혀 있는데 가장 큰 부문만 빈칸입니다.

이런 빈칸은 그 자체로 정보가 됩니다. 그 사업이 국가와 얽혀 있고 물량 자체가 보안 대상이라는 뜻이며, 그런 조건에서는 새로 들어오는 회사도 같은 제약을 받습니다. 감출 것이 많은 산업일수록 진입이 어렵습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판단 재료가 줄어듭니다. 다른 제조업이라면 생산능력과 가동률로 앞날을 가늠하는데 그 창이 닫혀 있으므로, 무엇으로 대신 볼지를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열었을 때 비어 있는 항목이 보이면 그 이유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기재하지 않은 것인지 기재할 수 없는 것인지가 다르고, 후자라면 그 제약이 그 산업의 성격을 알려줍니다.

② 현대로템 수출처럼 방산에서 수출이 내수를 넘어설 때가 있습니다

방산은 원래 내수가 기본인 사업입니다. 자국 군대가 쓸 것을 만드는 일이고 수출은 그 뒤에 붙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AD&RH 부문에서 수출이 70%를 넘었습니다.

이런 역전이 생기는 조건이 있습니다. 국내 수요가 한계에 이르렀는데 밖에서 수요가 커질 때입니다. 한국군이 필요한 전차 수는 정해져 있고 그 물량이 채워지면 국내 발주는 줄어드는데, 유럽에서 갑자기 수요가 생기면 그쪽이 커집니다.

다만 이 구조에는 성격이 있습니다. 내수는 예측 가능하지만 수출은 상대국의 사정에 걸려 있습니다. 값과 성능이 좋아도 그 나라의 예산과 정치가 바뀌면 흔들리고, 그것을 만드는 쪽이 통제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방산 기업을 볼 때는 내수와 수출을 나눠 봐야 합니다. 합친 매출이 늘어도 그 안에서 수출 비중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면 그 회사의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이고, 위험의 종류도 함께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역전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수출을 위해 갖춘 것들이 국내 물량에 그대로 쓰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국의 요구에 맞춘 사양과 현지 지원 조직, 그리고 그 나라 언어의 정비 교범까지 갖춰야 하는데 그 투자가 국내에서는 값을 하지 않습니다.

③ 수출 계약의 값어치는 금액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폴란드 2차 이행계약은 약 8조 9,800억원입니다. 큰 숫자인데 그 안을 보면 180대 가운데 61대를 폴란드 현지에서 만들기로 돼 있습니다. 기술 이전과 생산체계 구축이 함께 들어간 계약입니다.

이런 조건이 붙는 이유는 사는 쪽의 사정 때문입니다. 자국 산업에 일감을 만들고 정비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며 나중에 부품을 계속 사 오지 않아도 됩니다. 큰 계약일수록 이런 요구가 강해집니다.

파는 쪽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계약 금액이 같아도 국내 공장에 남는 몫은 줄어들고, 넘긴 기술이 나중에 경쟁 조건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조건을 받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성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출 계약 소식을 만나면 금액과 함께 그 계약의 구조를 봐야 합니다. 완성품을 몇 대 보내고 현지에서 몇 대를 만드는지, 기술 이전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정비와 부품 공급이 포함되는지에 따라 같은 금액도 다른 값어치를 갖습니다.

④ 부문을 넓게 묶으면 그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회사의 방산 부문 이름은 AD&RH입니다. 지상무기와 로봇, 무인체계, 우주발사체가 들어 있고 최근 조직개편으로 수소사업까지 편입됐습니다. 매출 57%라는 숫자가 이 전부를 담고 있습니다.

회사가 그렇게 묶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존 방산 및 로봇 분야에서 축적한 설계·제조·사업관리 역량을 수소에너지 분야로 확대」한다고 밝혔는데, 같은 조직이 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것들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밖에서 보면 그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전차가 자라는지 로봇이 자라는지, 수소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고, 57%가 늘어나도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가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문이 넓게 묶인 회사에서는 부문 매출 대신 다른 단서를 찾아야 합니다. 이 회사라면 내수와 수출의 구분, 그리고 공시되는 개별 계약이 그 단서입니다. 부문 안이 안 보일수록 밖에서 확인되는 것들을 겹쳐 읽어야 합니다.

이 시각은 방산 밖에도 쓸 수 있습니다. 어떤 회사가 여러 사업을 한 부문으로 묶어두었다면 그 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럴 때는 부문 매출 대신 다른 창을 찾아야 합니다. 내수와 수출의 구분, 지역별 매출, 공시되는 개별 계약이 그런 창입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앞으로 이 회사에 관한 소식을 접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질문 네 개와,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적어둡니다.

첫째, 수출 비중이 어디까지 올라가는가. 반기·사업보고서의 매출실적 표에서 AD&RH 부문의 내수와 수출을 연도별로 봅니다. 2024년 67.3%에서 2025년 72.4%로 올랐는데 이 흐름이 이어지는지가 이 회사의 성격을 정합니다.

둘째, 새 계약이 어떤 구조인가. 방산 수출은 규모가 커서 공시되므로 금액과 상대국, 인도 기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국내 생산분과 현지 생산분이 어떻게 나뉘는지를 함께 봐야 실제로 국내에 남는 몫이 보입니다.

셋째, 수주잔고가 매출로 내려오는 속도. 30조 4,046억원이 쌓여 있는데 그것이 매년 얼마씩 매출로 바뀌는지를 봅니다. 잔고가 계속 늘기만 하고 매출이 따라 늘지 않으면 만드는 쪽에 병목이 있다는 뜻입니다.

넷째, 영업이익률이 어느 수준에서 자리 잡는가. 2023년 5.9%에서 2025년 17.2%까지 올랐다가 2026년 상반기 14.9%로 내려왔습니다. 계약마다 조건이 다르므로 몇 분기를 묶어 보면서 평균이 어디에 머무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덧붙여 확인해두면 좋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회사가 새로 뽑는 인력과 설비 투자가 어느 부문으로 가는가입니다. 방산의 생산능력은 공시되지 않지만 투자와 고용은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에 나타나므로, 그 방향이 회사의 우선순위를 알려줍니다.

10. 마무리하며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만드는 국내 유일 제작사이면서, 그 전차가 국내보다 해외로 더 많이 나가는 구조입니다. 이 한 줄에 이 회사의 지금이 들어 있습니다. 만드는 능력은 오래 쌓였고, 파는 곳이 바뀌었습니다.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차는 화력과 방호력과 기동력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데 그 셋이 서로를 밀어냅니다. 장갑을 두껍게 하면 무거워져 엔진이 커지고, 엔진이 커지면 그것을 감쌀 장갑이 또 필요해집니다. 그래서 전차 설계는 셋 사이에서 어디에 점을 찍느냐의 문제이고, K2는 기동력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톤당 27.3마력에 유기압식 현수장치로 차체 자세를 바꿀 수 있고 수심 4.1미터까지 잠수해 건넙니다. 만드는 일도 어렵습니다. 용접부가 곧 장갑의 일부라 하나하나 검사해야 하고, 56톤 안에 엔진과 자동장전장치와 승무원 셋이 들어가며, 한 대가 나오면 사격과 주행과 도하를 실제로 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 전차가 몇 대 나가는지를 밖에서 셀 수 없습니다. 회사가 군사·방산 보안 법령을 이유로 그 부문의 생산능력을 기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는 것은 부문별 내수와 수출, 그리고 공시되는 개별 계약뿐이며, 그 둘을 겹쳐 읽는 것이 이 회사를 보는 방법입니다.

남는 질문은 두 갈래입니다. 수출 비중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그리고 그 수출에서 국내에 남는 몫이 얼마나 될 것인가. 앞의 질문에는 매출실적 표가 답하고, 뒤의 질문에는 계약마다 정해지는 현지 생산 비중이 답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유럽에서 같은 시장을 보고 있는 회사, 라인메탈을 다룹니다. 이 회사가 전차를 만들어 해외에 판다면 그 회사는 탄약과 장갑차를 유럽 안에서 팝니다. 지상무기 수요가 커지는 국면에서 파는 곳이 바뀐 회사와 만들 곳이 모자란 회사가 어떻게 다른지가 두 편을 나란히 놓으면 보입니다. 앞으로 어느 회사를 보든 되풀이해 던져볼 질문은 같습니다 — 공시되지 않는 것을 무엇으로 대신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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