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방산 밸류체인 총정리 ④] 해양방산·MRO(잠수함·군함), 미 해군의 러브콜

2026년 7월 6일, 최대 60조원 규모로 알려진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가 선정됐습니다. 한화오션은 차순위 지위에 그쳤고, 다음 날 한화오션 주가는 전일 대비 22.83% 급락하며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까지 발동됐습니다. 잭팟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불발됐을 때의 낙폭도 컸던 사례였습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잠깐 언급했던 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전말을, 오늘 4부에서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상선(2부)과 지상·항공 무기체계(3부)를 살펴봤습니다. 마지막 갈래는 군함·잠수함을 만들고, 심지어 남의 나라 군함까지 고쳐주는 해양방산 MRO입니다. 오늘 Core Asset Insight는 잠수함이 왜 만들기 어려운 물건인지를 수압과 용접이라는 물리부터 풀고, 같은 해에 한 회사가 국내에서 이기고 해외에서 진 두 수주전을 나란히 놓아 이 갈래의 승부가 무엇에서 갈리는지를 보겠습니다. 그리고 네 편을 관통해온 질문 하나로 이 시리즈를 닫겠습니다. 네 편을 함께 읽어오신 분이라면, 오늘 마지막 절에서 그 질문이 왜 갈래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났는지가 한 번에 보이실 겁니다.

1. 해양방산이 특히 까다로운 이유

2부에서 우리는 LNG운반선이 ‘영하 163도를 유지하는 정밀 기계’라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군함·잠수함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적에게 발각되지 않아야 하고(스텔스 기술), 물속에서 몇 달씩 버텨야 하고(잠수함 특유의 생명유지·추진 기술), 무기 시스템까지 통째로 탑재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진입장벽이 조선업 안에서도 가장 높은 축에 속합니다.

💡 쉽게 비유하면 — 상선이 ‘대형 트럭’이라면 군함은 ‘스텔스 스포츠카’ 상선(LNG운반선·컨테이너선)이 정해진 항로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오가는 ‘대형 화물트럭’에 가깝다면, 군함·잠수함은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으면서 전투 능력까지 갖춰야 하는 ‘스텔스 스포츠카’에 가깝습니다. 화물트럭도 만들기 어렵지만, 스텔스 스포츠카는 아예 차원이 다른 설계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최신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설계·건조할 수 있는 나라는 손에 꼽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군함·잠수함에는 세 가지 기술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첫째는 스텔스입니다. 선체 형상을 각지게 설계해 레이더 반사를 줄이고, 잠수함은 선체 표면에 흡음타일을 붙여 음파 탐지(소나)에 잡히는 신호 자체를 줄입니다. 소나(SONAR)는 빛이 닿지 않는 물속에서 레이더 대신 소리를 쓰는 탐지 방식으로, 직접 음파를 쏘고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시간을 재는 ‘능동 소나’와, 스스로는 소리를 내지 않고 상대 잠수함이 내는 엔진·프로펠러 소음을 가만히 엿듣는 ‘수동 소나’로 나뉩니다. 잠수함 입장에서는 능동 소나를 쓰는 순간 자기 위치를 스스로 드러내는 셈이라, 최대한 조용히 상대의 소리만 엿듣는 수동 탐지가 은밀성의 핵심이며, 흡음타일은 이 수동 탐지에 걸리는 자기 소음 자체를 줄여주는 장치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AIP, 잠수함이 숨 쉬러 올라오지 않게 해주는 장치 디젤 잠수함은 엔진을 돌리려면 공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잠망경이 보일 만큼 떠올라 공기를 빨아들여야 하는데, 이 순간이 적에게 들킬 위험이 가장 큰 구간입니다. AIP(공기불요추진체계)는 연료전지나 스털링엔진처럼 외부 공기를 쓰지 않고 안에 저장해둔 산소와 연료의 화학반응만으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입니다. 이걸 얹으면 숨 쉬러 올라오는 빈도가 크게 줄어 물속에 머무는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납니다. 원자력 잠수함은 이 문제가 아예 없어 사실상 무제한으로 잠항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가 디젤-전기에 AIP를 더하는 쪽을 쓰는 이유는 원자력 추진이 기술만이 아니라 국제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추진 방식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는 디젤-전기 추진에 AIP를 더해 잠항 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씁니다. AIP는 외부 공기를 빨아들이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저장한 산소·연료의 화학반응만으로 전력을 만들어내는 장치를 추가로 갖춰, 이 ‘숨 쉬러 떠오르는’ 빈도를 크게 줄이고 잠항 지속시간을 몇 배로 늘려줍니다.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장보고-III Batch-II(3,600톤급)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납축전지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중대형 잠수함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 사례입니다.

셋째는 무기체계 통합으로, 소나·전투체계·수직발사관(VLS)처럼 각각 별도로 개발된 시스템 수백 개를 하나의 선체 안에 오차 없이 짜 넣어야 합니다.

압력선체 — 2부의 용접이 여기서 다시 나옵니다

잠수함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스텔스보다 더 앞에 있습니다. 사람이 탄 쇳덩이를 물속 깊이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은 10미터 내려갈 때마다 대기압만큼 압력이 더해지므로, 수백 미터 아래에서는 선체 바깥 면 1제곱센티미터마다 수십 킬로그램이 눌러댑니다. 이 힘을 버티는 껍데기를 압력선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두꺼운 특수강을 쓰고 그 강판들을 용접으로 이어 붙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강판을 써도 이어 붙인 자리가 약하면 구조물 전체는 가장 약한 곳에서 무너집니다. 상선의 용접이 물이 새지 않게 하는 일이라면 잠수함의 용접은 사람이 탄 공간이 짜부라지지 않게 하는 일이고, 그 차이가 요구 조건을 통째로 바꿔놓습니다.

그래서 잠수함 용접부에는 서로 상충하는 성질이 한꺼번에 요구됩니다. 수압을 견디려면 강해야 하는데, 강하기만 하고 질기지 않으면 어뢰나 폭뢰의 충격을 받았을 때 그대로 갈라집니다. 반대로 질기기만 하고 강도가 낮으면 애초에 수압을 못 버팁니다. 여기에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도 성질이 변하지 않아야 하고, 잠항과 부상을 수천 번 반복하는 동안 쌓이는 피로도 견뎌야 합니다. 2부에서 본 LNG 화물창이 극저온에서 쇠가 줄어드는 문제를 풀어야 했다면, 잠수함은 수압과 충격과 피로를 한 재료 안에서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문제를 풉니다.

한국이 이 자리를 어디까지 채웠는지도 최근에 한 칸 움직였습니다. 국내는 장보고급부터 도산안창호급까지 잠수함을 독자 설계·건조하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됐지만, 정작 압력선체를 이어 붙이는 용접재료는 일부를 수입에 기대왔습니다. 2026년 9월 고려용접봉이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압력선체용 용접재료 네 종이 독일 BV 1050 기준의 수중폭파 변형시험을 통과하면서 이 빈칸이 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설계와 건조는 우리 손으로 하면서 그 사이를 잇는 소재는 남의 것이었던 구조가, 2부의 GTT 로열티와 같은 모양이었던 셈입니다.

이 분야에 왜 뛰어드는 기업이 드문지도 여기서 설명됩니다. 기술 난도는 최고 수준인데 시장은 아주 작습니다. 상선용 용접재료는 대량으로 팔리지만 잠수함은 짓는 척수 자체가 적고 한 척에 들어가는 특수 용접재료도 많지 않습니다. 개발에는 긴 시간과 비싼 설비가 들어가는데 국내에서 팔 수 있는 물량은 뻔합니다. 방산 소부장 기업을 볼 때 매출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고, 그런 자리를 지키는 회사가 왜 국가 차원에서 관리 대상이 되는지도 같은 이유입니다.

🗺️ 함정 3대 갈래 — 잠수함·수상함·MRO

해양방산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이 구분을 알아두면 앞으로 이어질 KDDX·캐나다 잠수함·MRO 이야기가 각각 어느 영역에 해당하는지 헷갈리지 않습니다.

  • 잠수함 — 적에게 발각되지 않고 은밀하게 침투·타격하는 전략무기입니다. 국내는 한화오션이 장보고-III 시리즈를 독점 건조하며, 해외에서는 독일 TKMS와 프랑스 Naval Group이 대표적인 수출 경쟁자입니다.
  • 수상함(구축함·호위함) — 대공·대함·대잠 작전을 동시에 수행하는 해군의 주력함으로, 이번 4부에서 다룰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가 여기 해당합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국내 건조를 양분합니다.
  • MRO(정비·보수·성능개량) — 새 배를 짓는 게 아니라 이미 취역한 함정을 정기적으로 정비·개량하는 사업으로, 캐파가 부족한 미 해군을 중심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이 세 갈래를 묶어 해양방산 MRO라고 부릅니다. 세 갈래를 나눠 두는 실익은 각각이 회사에 다른 것을 요구한다는 데 있습니다. 잠수함은 소재와 용접까지 파고드는 깊이를, 수상함은 여러 무기와 레이더를 한 배에 얹어 조율하는 통합 능력을, MRO는 남이 만든 배를 열어보고 약속한 날짜에 돌려주는 운영 능력을 요구합니다. 같은 조선소가 셋을 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에 오래 투자했느냐에 따라 잘하는 자리가 갈립니다. 이 편에서 만날 두 회사의 차이도 그 투자 이력에서 나옵니다.

2. 국내 두 회사의 정면 승부 — KDDX 수주전

한국 안에서 이 해양방산을 두고 겨루는 두 회사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입니다. 두 회사의 실력이 얼마나 팽팽한지 보여준 사건이 바로 2026년 7월 1일 결론이 난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사업입니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합친 약 7조 8,000억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에서,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근소한 차이(0.5867점)로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승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기술력 차이가 아니라, HD현대중공업 측에 부여된 보안감점 1.2점이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이 결과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건, 한국의 두 조선 대기업이 상선(2부)에 이어 해양방산에서도 사실상 백중세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1976년부터 108척의 특수선을 건조하고 20척을 수출한 이력을 가진 원조 강자이고, 한화오션은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잠수함 건조 경험을 쌓아온 뒤 2023년 한화그룹에 편입되며 공격적으로 해외 수주에 나서고 있습니다.

KDDX는 왜 그토록 중요한 사업인가

점수차 0.5867점이라는 숫자만 보면 시험 성적표 같지만, 이 사업이 갖는 무게는 그 이상입니다. KDDX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체부터 전투체계까지를 국산 기술로 통합 설계하는 구축함 사업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해군의 주력함은 대체로 해외 설계를 들여오거나 핵심 전투체계를 수입해 얹는 방식이었는데, KDDX는 그 통합 자체를 국내에서 해내겠다는 시도입니다. 3부에서 본 무기 수출의 조건 — 기술을 남에게 의존하면 최종 결정권도 그쪽에 있다는 것 — 을 함정 분야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후속 물량이 걸려 있습니다. 이번 계약은 상세설계와 선도함 한 척이지만, 해군이 계획하고 있는 KDDX급 함정은 여섯 척입니다. 선도함에서 설계가 검증되면 나머지는 그 도면으로 짓게 되므로, 이번 수주가 사실상 향후 십수 년치 일감의 향방을 정하는 셈입니다. 두 회사가 이 한 건에 그토록 매달린 이유이고, 진 쪽이 곧바로 이의신청에 들어간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사업의 결과는 수출로도 이어집니다. 자국 해군이 실제로 운용하는 함정이라는 이력은 해외 입찰에서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발주국 입장에서는 ‘만든 나라가 스스로 쓰고 있는가’가 신뢰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한국형 원전이 UAE를 뚫을 때 국내 가동 실적이 결정적이었던 것과 같은 논리가 함정에서도 작동합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왜 ‘선도함’ 한 척에 7조 8,000억원인가 KDDX 사업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합쳐 약 7조 8,000억원이라는 숫자를 보고 ‘배 한 척 값이 왜 이렇게 비싼가’ 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금액에는 배값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세상에 없는 함정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비용, 그리고 그 설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증명하는 첫 번째 배(선도함)를 만드는 비용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군함 사업이 ‘선도함’과 ‘후속함’으로 나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첫 배는 설계 검증을 겸하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고 비용도 큽니다. 반면 두 번째 배부터는 검증된 도면을 그대로 쓰므로 훨씬 빠르고 싸게 지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도함을 따낸 회사가 후속함 물량까지 이어받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첫 수주전이 그토록 치열해집니다. 이 구조는 실적을 읽을 때도 중요합니다. 선도함 단계에서는 설계 인력과 초기 투자가 앞서 나가 이익이 잘 나지 않다가, 후속함 양산 구간에 들어서야 수익성이 개선되는 흐름이 일반적입니다. 6절에서 볼 한화오션 특수선 부문의 적자도 이 곡선 위에서 봐야 할 숫자입니다.

이 수주전이 남긴 것은 승패보다 평가 방식입니다. 함정 사업의 심사는 기술 점수만으로 끝나지 않고 보안 관리 실태가 감점 항목으로 붙습니다. 군함은 설계 도면 자체가 국가 기밀이라, 그 도면을 다루는 회사가 얼마나 새지 않게 관리하는지가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자격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기술로 앞서고도 관리에서 밀리면 지는 구조이고, 이 산업에서 신뢰가 왜 무형 자산이 아니라 점수표에 적히는 항목인지를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업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끝이 아닙니다. 탈락한 쪽이 이의를 제기하면 재심이나 소송으로 이어져 일정 자체가 밀립니다. 고객이 국방 당국 하나뿐이라 다른 곳에서 물량을 만회할 수도 없으므로, 지연은 그대로 두 회사 모두의 공백이 됩니다. 함정 수주 뉴스를 볼 때 ‘누가 따냈는가’와 함께 ‘언제 착수하는가’를 봐야 하는 이유이고, 착수가 확정되기 전까지 그 금액은 실적표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3.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다 — MRO 시장

1부에서 살펴본 MASGA(213조원 프로젝트)를 다시 떠올려보겠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손을 내민 이유는 자국 조선 캐파가 부족하기 때문이었죠. 이 문제가 가장 절박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MRO(정비·보수·성능개량, Maintenance·Repair·Overhaul)입니다. 미 해군 함정은 정기적으로 도크에 들어가 정비를 받아야 하는데, 미국 내 조선소만으로는 이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MRO, ‘새로 짓기’와는 다른 사업 MRO는 배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취역한 배를 정기적으로 뜯어보고 고치고 성능을 개선해주는 사업입니다. 자동차로 치면 ‘신차 판매’가 아니라 ‘정비소’ 사업에 가깝습니다. 신조 사업보다 계약 하나하나의 규모는 작지만, 훨씬 꾸준하고 반복적인 매출이 나온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계 해군 함정 MRO 시장은 2024년 약 84조원 규모에서 2029년 약 9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중 미 해군 몫만 연간 약 20조원으로 추정됩니다.

한화오션은 2024년 8월 미국 최초로 미 해군 함정(USNS 월리 쉬라함) MRO를 수주한 데 이어, 유콘함·찰스 드류함까지 잇따라 정비를 맡았습니다. 2024년 12월에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땅에 직접 생산기지를 마련했고, 2025년 8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와 MASGA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1부에서 소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발언(2025년 12월 22일, ‘한화는 위대한 회사’)도 바로 이 프리깃함 조달 계획을 배경으로 나온 것이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앨런 셰퍼드함 등의 MRO를 수주하며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왜 ‘군수지원함’만 될까 — MRO 뒤에 숨은 미국 법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미 해군 함정은 월리 쉬라함·유콘함·찰스 드류함·앨런 셰퍼드함처럼 전부 ‘군수지원함(보급함)’입니다. 아직 구축함·이지스함 같은 ‘전투함’의 정비는 수주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미국 법 자체에 있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미국이 전투함을 밖에서 못 고치게 해둔 법 반스-톨레프슨법은 해군 함정의 선체와 상부구조 같은 핵심 부분을 외국에서 짓지 못하게 막아둔 조항입니다. 1965년에 자국 조선소를 지키려고 만든 규정인데, 1부에서 본 존스법과 같은 발상입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법전 10편 8680조는 전투함을 해외 조선소에서 수리하는 것 자체를 금지합니다. 짓는 것뿐 아니라 고치는 것까지 막아둔 셈입니다. 군수지원함은 전투함이 아니라 보급을 맡는 배여서 이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한국 조선소들이 지금 맡고 있는 미 해군 함정이 전부 이 종류인 이유가 여기 있고, 더 큰 시장인 전투함으로 넘어가려면 법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더 큰 수익이 나는 전투함 MRO까지 열어주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해외 조선소의 전투함 건조·MRO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이 미 의회에 발의돼 있지만, 여야 이견으로 계속 계류 중입니다. 반대로 2026년 6월에는 미 하원 군사위원회가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한 전투함 조달에 해군 예산을 쓸 수 없도록 하는 수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미국 백악관·국방부는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동맹국 조선소 활용에 적극적인 반면, 의회는 자국 산업·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어서, 이 사안은 행정부와 의회의 입장이 정면으로 엇갈리는 대표적 이슈입니다. 즉 지금의 MRO 훈풍이 앞으로 더 큰 시장(전투함)으로 이어질지는, 기술력이 아니라 미국 국내 정치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MRO가 새로 짓는 일보다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새 배는 도면대로 만들면 되지만 정비는 이미 수십 년을 운항한 배를 열어봐야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뜯어보니 예상보다 부식이 심하면 일정과 비용이 그 자리에서 늘어나고, 그동안 배는 작전에서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함정 MRO의 실력은 고치는 기술보다 ‘약속한 날짜에 돌려주는 능력’에서 갈리고, 미 해군이 한국 조선소를 찾은 것도 자국 조선소가 그 날짜를 못 지켜 정비 적체가 쌓였기 때문입니다.

이 사업이 한국 조선소에 갖는 뜻도 그 성격에서 나옵니다. 새 배를 짓는 일은 도크를 몇 년씩 묶어두지만 정비는 몇 달 단위라, 도크 일정의 빈 구간을 메우는 데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정비를 맡아 날짜를 지키면 그 함정의 다음 정비도, 나아가 같은 함급의 다른 배도 따라옵니다. 2부에서 본 ‘검증되지 않으면 주문이 없고 주문이 없으면 검증이 안 되는’ 순환을, 정비는 새 배를 짓는 것보다 훨씬 낮은 문턱에서 깨뜨려줍니다. 미 해군 MRO 수주가 금액보다 의미로 먼저 읽히는 이유입니다.

이 시장을 볼 때 한 가지 더 구분해둘 것이 있습니다. 함정 정비는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집니다. 배를 한국으로 데려와 고치는 방식은 우리 도크와 인력을 그대로 쓰므로 수익성이 좋지만, 그 배가 작전 해역을 오래 비워야 합니다. 반대로 현지 조선소를 인수해 그곳에서 고치면 배는 가까이 머물지만 그 조선소의 설비와 인력을 새로 갖춰야 합니다.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뒤쪽을 택한 결정이고, 초기 비용이 크게 들어가는 대신 미국 법이 요구하는 ‘미국에서 미국인이’라는 조건을 안쪽에서 충족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4. 캐나다 쇼크의 전말 — 잭팟이 항상 현실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 모든 순풍 속에서 한화오션이 가장 크게 기대를 걸었던 계약이 바로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이었습니다. 최대 60조원, 이 시리즈에서 다룬 어떤 계약보다도 큰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2026년 7월 6일, 캐나다 정부는 독일 TKM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핼리팩스 해군기지 발표에서 ‘TKMS와 한화오션 모두 캐나다 해군의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면서도, ‘TKMS와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화오션을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하고 협상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밝혔습니다. 완전한 탈락이 아니라 차순위 지위를 인정받은 셈이지만, 시장은 곧바로 실망 매물을 쏟아냈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우선협상대상자와 차순위는 어떻게 다른가 우선협상대상자는 발주국이 ‘이 회사와 먼저 이야기해보겠다’고 지정한 상대입니다. 계약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협상할 자격을 먼저 받은 것이고, 금액과 조건은 이때부터 정해집니다. 차순위는 그 협상이 깨질 경우에 대비해 이름을 올려둔 예비 후보입니다. 협상이 순조롭게 끝나면 차순위에게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고, 그동안 들인 제안서 작성비와 현지 마케팅 비용만 남습니다. 그래서 방산 수주 뉴스를 볼 때는 ‘선정’이라는 말이 어느 단계를 가리키는지를 먼저 갈라 보셔야 합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본계약 체결, 그리고 실제 착수는 각각 다른 사건이고 그 사이에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립니다.

한화오션이 받은 것은 뒤쪽입니다. 대형 방산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이 깨지는 일이 아주 드물지는 않지만 흔하지도 않습니다. 시장이 ‘차순위 확보’라는 표현에도 실망 매물을 쏟아낸 것은 과민 반응이라기보다, 이 지위가 실제로 무엇을 보장하는지를 냉정하게 계산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이 사건이 이 시리즈에서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한화오션 주가가 하루 급락했다는 뉴스거리 때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3부에 걸쳐 살펴본 213조 MASGA, 방산 4사 수주잔고 120조원, K9·K2·천궁·FA-50의 연이은 수출 성공 같은 화려한 소식들 뒤에는, ‘기회가 왔다고 항상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냉정한 현실도 함께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왜 기술이 아니라 다른 것이 승부를 갈랐나

캐나다 총리가 두 회사 모두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고 밝힌 대목이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기술 평가에서 갈린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갈랐을까요. 잠수함은 한 나라의 가장 은밀한 군사 자산이고, 도입국은 그 배를 30년 넘게 운용하면서 부품과 정비와 성능개량을 계속 공급받아야 합니다. 그 긴 시간 동안 공급이 끊기지 않을 것인가, 그 나라와의 관계가 그때까지 유지될 것인가가 판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독일이 유리했던 조건들이 보입니다. 캐나다와 독일은 같은 NATO 회원국이고, 유럽 국가들과 함께 잠수함을 운용하며 부품과 교리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기술과 납기에서 앞섰을 수 있지만, 이런 종류의 근접성은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3부에서 본 EU의 ‘유럽산 우선’ 기조가 무기 조달 전반에 깔려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이 사건을 실패로만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조선사가 서방 선진국의 잠수함 사업 최종 후보에 오르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기술 평가에서 독일과 동등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이 산업의 성취이며, 다음 입찰에서 쓸 수 있는 이력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부족했던 것이 기술이 아니라 관계와 신뢰라면, 그것은 시간을 들여 쌓을 수 있는 종류의 자산입니다.

이 사건에서 한국이 밀린 자리를 정확히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이나 값이 아니었습니다. 캐나다는 나토 회원국이고 독일 TKMS는 같은 나토 안에서 오랫동안 잠수함을 공급해온 상대입니다. 부품 규격과 정비 체계가 이미 얽혀 있고, 유사시 지원을 받을 통로도 그 안에 있습니다. 한국은 그 관계망 바깥에서 값과 납기로 겨뤘고, 동등한 조건에서 갈릴 때 결정은 관계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래서 이 결과는 ‘다음에 더 싸게 하면 된다’로 읽히지 않습니다. 잠수함은 도입하면 30년을 함께 가는 장비라, 사는 쪽은 배의 성능만이 아니라 30년 뒤에도 그 나라가 부품을 대주고 기술자를 보내줄 것인가를 함께 삽니다. 한국이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넘어야 할 벽이 도크의 크기가 아니라 이 30년치 확신이라는 뜻이고, MASGA로 미국 안에 조선소를 갖는 일이나 필리조선소 인수가 단순한 생산기지 확보 이상으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5. 대표기업 지도 — 해양방산의 두 얼굴

군함을 짓는 회사들을 나라별로 늘어놓으면 명단이 되지만, 각자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내줬는지로 묶으면 세 갈래로 갈립니다. 캐나다에서 기술이 아닌 다른 것이 승부를 가른 이유도 이 표 안에 들어 있습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분 전략 —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포기했나 대표 기업
🇰🇷 국내 상선으로 벌어 특수선을 키운다 — 같은 도크를 나눠 쓰므로 한쪽이 늘면 다른 쪽이 줄어드는 상충을 안고 간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 미국 자격은 법으로 지켰으나 캐파를 잃었다 — 짓는 일은 자국이 독점하되 정비는 밖에서 도움을 받는다 헌팅턴 잉걸스
🇪🇺 유럽 물량을 포기하고 관계를 택했다 — 나토 안에서 부품과 교리를 공유하는 자리를 지킨다 TKMS, Naval Group

세 줄을 가로로 읽으면 이 시장이 왜 기술만으로 갈리지 않는지가 보입니다. 국내 두 회사는 도크라는 한정된 자리를 상선과 특수선으로 나눠 쓰는 상충 위에 서 있고, 미국은 법으로 자격을 지켰지만 그 자격을 실행할 손이 모자라며, 유럽은 값과 납기에서 밀리는 대신 오래 함께해온 관계를 자산으로 삼습니다. 한국이 캐나다에서 부딪힌 것이 바로 세 번째 줄이었습니다.

🇰🇷 국내 — 같은 갈래 안에서 갈린 두 길

  • 한화오션 [코스피 042660] — 상선 캐시카우 위에 잠수함·MRO 신사업을 얹은 도전자.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잠수함을 지어왔고, 2023년 한화그룹 편입 이후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로 직접 진출
  • HD현대중공업 [코스피 329180] — 1976년부터 108척의 특수선을 짓고 20척을 수출한 원조 강자. 상선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 위에 방산을 얹은 구조

같은 ‘해양방산’으로 묶여도 한쪽은 안정형, 다른 쪽은 확장형에 가깝습니다. 같은 뉴스에도 두 회사의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 미국 — 경쟁자가 아니라 도와줘야 할 상대

  •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뉴욕 HII] — 미 해군 핵항모·핵잠수함을 사실상 독점 건조하는 미국 유일 조선사

HII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는 결이 다른 회사입니다. 두 한국 기업이 ‘상선으로 벌어 방산에 도전하는’ 구조라면, HII는 애초에 미국 정부라는 단일 고객을 상대로 핵항모·핵잠수함을 짓는 것 자체가 사업의 전부입니다. 미국 안에서 이 역할을 대체할 조선소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HII는 경쟁자라기보다, 한국 조선사들이 보완해줘야 할 만큼 캐파가 부족한 상대에 가깝습니다. 한화오션의 미 해군 MRO 수주나 필리조선소 진출도 HII 혼자서는 감당 못 하는 물량을 나눠 맡는 성격이 강합니다.

🇪🇺 유럽 — 수출 시장에서 정면으로 부딪히는 경쟁자

  • TKMS [독일 상장]  티센크루프의 해양 부문에서 분리된 독일 기업으로, 214급·218급 잠수함을 앞세워 세계 재래식 잠수함 수출 시장을 오랫동안 주도해왔습니다. 캐나다 CPSP에서 한화오션을 제친 상대이며, 유럽 국가라는 정치적 근접성이 유럽·영연방 시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 Naval Group (프랑스 정부 지분 보유 비상장사)  프랑스 국영 조선그룹으로 바라쿠다급 원자력잠수함과 스코르펜급 재래식 잠수함을 만듭니다. 다만 2021년 호주가 프랑스와의 잠수함 계약을 파기하고 미국·영국 쪽으로 돌아선 사건에서 보듯, 이 시장에서는 기술 못지않게 동맹 관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 국내 — 함께 봐야 할 부품·소재 기업

  • 한화시스템 [코스피 272210]  함정의 눈과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와 레이더를 만듭니다. KDDX의 핵심 장비도 이 회사가 담당하는데, 3부에서 천궁-II 레이더를 만드는 회사로 등장했던 곳이 여기서 다시 나옵니다.
  • 한화엔진 [코스피 082740]  함정용 추진 엔진을 공급합니다. 2부에서 선박용 저속·중속 엔진 기업으로 만났던 회사인데, 상선과 군함이 같은 부품 생태계를 공유한다는 이 시리즈의 관찰이 여기서도 확인됩니다.

이 목록에서 국내 부품 기업들이 3부에서 만난 회사들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같은 회사가 천궁의 레이더도 만들고 구축함의 전투체계도 만듭니다. 지상·항공과 해양이 다른 갈래처럼 보여도 그 아래를 받치는 부품 생태계는 하나라는 뜻이고, 그래서 어느 한 갈래의 수출이 늘면 그 효과가 갈래를 넘어 퍼집니다.

두 회사를 나란히 볼 때 실익은 같은 뉴스가 서로 다르게 닿는다는 데 있습니다. 상선 발주가 늘면 두 회사 모두 좋지만 도크가 채워지는 만큼 특수선에 쓸 자리는 줄어듭니다. 반대로 대형 함정 사업이 확정되면 그 회사는 몇 년치 도크를 특수선에 묶게 되고, 그동안 들어오는 상선 호황에는 덜 반응하게 됩니다. 조선주를 한 묶음으로 보면 이 상충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갈래의 회사를 볼 때는 수주잔고 안의 구성을 봐야 합니다. 같은 1조원이라도 선도함 물량인지 후속함 양산 물량인지에 따라 그 돈이 이익으로 바뀌는 시점과 크기가 다릅니다. 앞의 개념박스에서 본 대로 첫 배는 설계 검증을 겸해 이익이 잘 나지 않고, 양산 구간에 들어서야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입니다.

6. 그늘도 있다 — 균형 잡힌 시각

해양방산·MRO는 이 시리즈 네 갈래 중 가장 드라마틱한 만큼, 리스크도 뚜렷합니다. 여섯 가지를 함께 봐야 하는데, 앞의 넷은 수주와 실적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이고 뒤의 둘은 숫자에 잡히지 않는 문제입니다.

첫째, 수주가 늘어나는 구간이 오히려 적자로 보입니다. 한화오션의 특수선 부문은 2026년 1분기 영업손실 208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매출 3,272억원에 영업손실 29억원을 기록해, 상반기 누적으로는 237억원 적자를 냈습니다. 회사 측은 이 적자의 상당 부분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마케팅 비용과 고정비 부담 때문이며, 이 비용을 상반기 중 대부분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보고-III Batch-II 2번함과 울산급 Batch-III 호위함 5·6번함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 단계에 들어가는 만큼, 실제로 이익이 나기 시작하는 시점은 이르면 2026년 하반기, 늦으면 2027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적자가 부실이 아니라 순서의 문제인 이유는 2부에서 본 두 구조가 여기서 겹치기 때문입니다. 매출은 배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몇 년에 걸쳐 나뉘어 잡히고, 대금의 상당 부분은 배를 다 지어 넘겨줄 때 들어옵니다. 반면 설비투자·인력충원·마케팅비는 수주를 따내기 전부터 나갑니다. 그래서 신규 수주가 막 늘어나는 사업일수록 비용이 매출보다 먼저 잡혀 적자로 보이는 구간을 거칩니다. 이 구간을 부실로 읽을지 투자로 읽을지는 적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 뒤에 쌓인 수주잔고를 함께 봐야 갈립니다.

둘째, 생산 캐파도 지켜봐야 할 변수입니다. 한화오션의 유일한 대형 특수선 생산기지인 거제 옥포조선소는 상선 부문조차 2028년까지 인도 슬롯이 이미 소진된 상태로, 상선·해양플랜트·특수선이 한정된 도크와 안벽을 나눠 쓰는 구조입니다. 미국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도크 2곳과 안벽 3곳을 추가하기로 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향후 잠수함·구축함·MRO 수주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거제 야드의 생산 여력이 병목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이 갈래는 고객이 사실상 정부 하나뿐입니다. 상선은 전 세계 선주가 고객이라 한 곳이 발주를 줄여도 다른 곳에서 메울 수 있지만, 군함은 자국 해군과 소수의 우방국 정부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국방 예산이 조정되거나 사업 일정이 미뤄지면 대안이 없습니다. KDDX처럼 이의신청으로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도, 고객이 하나뿐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만회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넷째, 수주전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비용만 쌓입니다. 대형 입찰 하나에 제안서 작성, 현지 법인 설립, 정부 관계 구축, 시제품 검증까지 수년간 돈이 들어가는데, 떨어지면 그 비용이 그대로 손실로 남습니다. 앞서 본 한화오션 특수선 부문 적자의 상당 부분이 캐나다 사업 마케팅 비용이었다는 것이 그 사례입니다. 이 산업에서 ‘유력 후보’라는 보도만으로 실적을 낙관하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입니다.

다섯째, 인력과 보안이라는 무형의 리스크가 있습니다. KDDX의 승부를 가른 것이 기술 점수가 아니라 보안감점 1.2점이었다는 사실은, 이 산업에서 관리 실패 하나가 조 단위 사업의 향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군함과 잠수함은 설계 도면 자체가 국가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술력과 무관한 영역에서 감점을 받으면 만회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산업의 기업을 볼 때 실적표에 나타나지 않는 관리 역량까지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섯째, 국산화에 성공해도 그 기술이 살아남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1절에서 본 압력선체 용접재료처럼 이 갈래의 소재·부품은 기술 난도가 최고 수준인데 국내에서 팔 수 있는 물량은 매우 적습니다.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생산설비와 연구인력을 유지하려면 그 물량만으로는 부족해, 어렵게 확보한 기술이 다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완제품 수출이 늘어날 때 그 안에 국산 소재가 함께 나가는지를 봐야 하는 이유이고, 방산 소부장 기업의 실적을 볼 때 매출 규모보다 어느 사업에 붙어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이 편에서 확정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 KDDX 우선협상대상자 선정(2026년 7월 1일, 한화오션, 점수차 0.5867점, 보안감점 1.2점)과 HD현대중공업의 이의신청, 캐나다 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 선정(2026년 7월 6일)과 한화오션의 차순위 지위, 한화오션의 미 해군 MRO 수주(월리 쉬라함·유콘함·찰스 드류함)와 필리조선소 인수(2024년 12월), 한화오션 특수선 부문의 2026년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 237억원, 고려용접봉의 잠수함 압력선체용 용접재료 4종이 독일 BV 1050 수중폭파 변형시험을 통과한 것(2026년 9월). 반면 다음은 전망이거나 진행 중인 사안입니다 — 캐나다 CPSP의 ‘최대 60조원’ 규모, 세계 함정 MRO 시장의 2024년 약 84조원 → 2029년 약 92조원 전망과 미 해군 몫 연간 약 20조원 추정, 필리조선소 50억 달러 투자 계획,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의 통과 여부, 그리고 한화오션 특수선 부문의 흑자 전환 시점(2026년 하반기~2027년 전망). 특히 MRO 시장 규모는 조사기관마다 함정 종류와 서비스 범위를 다르게 잡아 편차가 큽니다.

7. 해양방산이 말해주는 것 — 그리고 4부작을 마치며

KDDX 승리와 캐나다 잠수함 패배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 시리즈의 마지막 갈래인 만큼 4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결론까지 함께 담아보겠습니다.

① 해양방산은 조선과 방산이 만나는 진짜 교차로입니다

1부에서 ‘조선과 방산이 한 지붕 아래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라고 짚었던 인사이트가 가장 선명하게 확인되는 자리가 해양방산 MRO입니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은 상선을 지으며 벌어들인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도크·용접 인프라를 바탕으로 잠수함·구축함이라는 훨씬 진입장벽 높은 시장에 도전하고, 반대로 극한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군함 건조 경험은 다시 상선의 품질 경쟁력으로 되먹임됩니다. 한화오션의 특수선 부문이 지금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투자를 이어가는 것도, 이 순환 구조 안에서 ‘지금의 비용은 내일의 겸업 경쟁력’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교차로에는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는 성질이 있습니다. 상선에서 번 돈이 특수선 투자로 흘러가는 것은 맞지만, 반대로 특수선이 도크를 오래 묶으면 상선 수주를 받을 자리가 줄어듭니다. 삼성중공업이 특수선 사업부를 두지 않고 상선과 해양플랜트에 도크를 몰아준 것도 이 상충 위에서 내려진 선택이고, 그래서 조선 3사를 볼 때 방산을 하느냐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에 도크를 걸었느냐의 문제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② 박빙의 승부를 가르는 건 기술력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KDDX에서 한화오션이 이긴 차이는 기술 점수가 아니라 보안감점 1.2점이었고, 캐나다에서 한화오션이 밀린 이유도 기술 부족이 아니라 캐나다 총리가 직접 밝혔듯 TKMS와 ‘동등한 조건’을 충족한 상태에서의 정책적 선택이었습니다. 이 산업의 최상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기술 격차가 이미 충분히 좁혀져 있어서, 승부는 오히려 보안 관리·정치적 신뢰·타이밍 같은 비기술적 요인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는 ‘이 회사의 기술이 더 뛰어난가’보다 ‘이 회사가 이번 입찰에서 심사위원단·발주국 정부에 얼마나 신뢰를 주고 있는가’를 살피는 게 더 실전적인 접근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③ MRO의 진짜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워싱턴의 정치입니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이미 실력으로 증명한 군수지원함 MRO를 넘어, 훨씬 큰 시장인 전투함 MRO로 확장할 수 있느냐는 한국 조선사의 능력과 무관하게 미 행정부와 의회의 힘겨루기에 달려 있습니다. 캐파 부족에 시달리는 백악관·국방부는 동맹국 활용에 적극적인 반면, 자국 산업 보호를 중시하는 의회는 반대 법안까지 통과시키고 있는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는 앞으로 이 섹터에 투자할 때, 한국 기업의 실적 발표만큼이나 미 의회의 법안 처리 일정과 행정부의 정책 신호를 함께 추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성질이 더 있습니다. 정치가 정하는 일은 방향이 바뀔 때 한꺼번에 바뀝니다. 기술 장벽은 조금씩 낮아지지만 법과 규정은 통과되는 날 열리고 뒤집히는 날 닫힙니다. 그래서 이 갈래의 회사를 볼 때는 지금 무엇을 수주했는가보다, 문이 열렸을 때 곧바로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봐야 합니다. 필리조선소 인수나 현지 인력 확보 같은 소식이 당장 매출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입니다.

④ 4부작을 마치며 — 조선·방산은 결국 ‘신뢰의 산업’입니다

1부에서 4부까지 이어온 이 지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조선·방산은 기술력과 생산능력의 경쟁이면서, 동시에 그보다 더 자주 ‘신뢰’라는 무형 자산으로 승부가 갈리는 산업입니다. G2G 계약이 빠른 이유는 국가 간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고(3부), MASGA와 존스법의 모순은 미국이 자국 안보 자산을 외국에 얼마나 신뢰하고 맡길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이며(1부), GTT·ITAR라는 병목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신뢰(또는 통제권)를 쥔 쪽에 이익을 나눠줘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2·3부). 그리고 이번 4부의 KDDX·캐나다 잠수함 사례는, 이 신뢰가 하루아침에 뒤집힐 수도 있는 살아있는 변수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반도체·전력원전이 상대적으로 기술과 자본이 결정하는 게임이라면, 조선·방산에는 여기에 ‘누가 이 나라를 믿고 안보를 맡길 것인가’라는 지정학적 신뢰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변수가 하나 더 얹혀 있습니다. 앞으로 이 시리즈에서 개별 기업을 만날 때도, 이 회사의 기술력만큼이나 ‘어떤 신뢰를 쌓아왔고, 어떤 신뢰를 시험받고 있는가’를 함께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관점이 왜 이 산업에만 특별히 들어맞는지도 짚어둘 만합니다. 반도체를 살 때 구매자는 ‘이 칩이 제대로 작동하는가’만 물으면 됩니다. 전기를 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군함과 무기를 살 때는 질문이 하나 더 붙습니다 — ‘이 나라가 20년, 30년 뒤에도 우리 편일 것인가.’ 무기는 팔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수십 년간 부품과 정비를 계속 받아야 하는 물건이고, 그 기간에 공급이 끊기면 국방 자체가 마비되기 때문입니다. 1부에서 방산업을 ‘평생 A/S 계약이 딸린 판매’라고 표현했는데, 그 평생이라는 시간이 바로 신뢰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 산업에서는 기술 격차가 좁혀질수록 오히려 신뢰의 비중이 커집니다. 최상위권 업체들 사이에서 성능 차이가 크지 않으면, 남는 판단 기준은 ‘누구와 30년을 함께 갈 것인가’뿐입니다. 캐나다 총리가 두 회사 모두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고 밝히면서도 독일을 택한 것, KDDX에서 기술 점수가 아니라 보안감점이 승부를 가른 것, MASGA에서 상선 협력은 빠른데 군함 협력은 느린 것이 전부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신뢰는 쌓는 방향과 잃는 방향의 속도가 다릅니다. 폴란드가 한국을 믿기까지는 첫 계약과 인도, 그리고 그 물건이 실제로 굴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몇 년이 걸렸습니다. 반면 보안 사고 한 건이나 납기 한 번의 지연은 그 몇 년을 단번에 되돌립니다. KDDX의 승부가 보안감점에서 갈린 것도, 2부에서 KC-1의 결함이 화물창 국산화 전체를 몇 년 뒤로 미룬 것도 같은 비대칭 위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신뢰는 실적표에 숫자로 찍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산업을 볼 때는 수주잔고와 영업이익률 같은 지표만으로는 놓치는 것이 생깁니다. 한화오션이 미 해군 함정을 실제로 정비해 돌려보낸 경험, HD현대중공업이 50년간 108척의 특수선을 무사히 인도한 이력, 폴란드가 반년 만에 K2를 받아본 기억 — 이런 것들은 회계에 잡히지 않지만 다음 계약의 확률을 바꿉니다. 개별 기업분석 편에서 이 회사들을 만날 때, 실적표 옆에 ‘이 회사가 지금까지 무엇을 약속하고 지켰는가’를 함께 놓아보시길 권합니다.

8. 오늘 배운 내용 한눈에 정리

🔑 핵심 정리

① 해양방산은 스텔스·잠항 기술까지 요구되는 조선업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분야입니다.

② 국내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KDDX 수주전(0.5867점 차)에서 보여주듯 백중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③ 미국은 자국 조선 캐파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MRO 시장을 열었고,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와 함정 정비 수주로 이에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④ 다만 최대 6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오션이 차순위(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이 결렬돼야 기회가 오는 예비 후보 지위)에 그친 사례는, 잭팟에 대한 기대가 항상 현실이 되는 건 아니라는 균형 잡힌 교훈을 남겼습니다.

⑤ 미국의 헌팅턴 잉걸스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자라기보다, 캐파가 부족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대에 가깝습니다.

⑥ 다만 한국이 지금 수주하는 MRO는 전부 ‘군수지원함’으로, 반스-톨레프슨법 등 미국 법률이 전투함의 해외 정비·건조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장벽을 푸는 법안은 미 의회에 계류 중이라, 더 큰 시장(전투함 MRO)으로의 확장 여부는 기술력이 아니라 미국 국내 정치에 달려 있습니다.

⑦ 잠수함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스텔스보다 앞에 있습니다. 수백 미터 아래의 수압을 견디는 압력선체는 강도와 인성이라는 상충하는 성질을 한 재료 안에서 동시에 요구하고, 아무리 좋은 강판을 써도 이어 붙인 자리가 약하면 가장 약한 곳에서 무너집니다. 2026년 9월 국내 기업이 이 용접재료의 독일 기준 시험을 통과하며 오래 비어 있던 칸이 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⑧ MRO의 실력은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약속한 날짜에 돌려주는 능력에서 갈립니다. 미 해군이 한국을 찾은 것도 자국 조선소가 그 날짜를 못 지켜 정비 적체가 쌓였기 때문이고, 정비는 도크를 몇 달만 쓰므로 새 배 건조 일정의 빈 구간을 메우는 데 쓸 수 있습니다.

⑨ 군함 사업은 선도함과 후속함으로 나뉩니다. 첫 배는 설계 검증을 겸해 비싸고 이익이 잘 나지 않으며, 후속함 양산 구간에 들어서야 수익성이 개선됩니다.

⑩ 이 4부작을 한 문장으로 닫으면 — 조선·방산은 기술과 생산능력의 경쟁이면서, 기술 격차가 좁혀질수록 오히려 ‘누구와 30년을 함께 갈 것인가’라는 신뢰가 승부를 가르는 산업입니다.

9. 마무리하며 — 네 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

지금까지 4부에 걸쳐 조선·방산 밸류체인을 총정리했습니다. 213조 MASGA로 시작해 LNG선의 초격차, 폴란드·중동·동남아를 넘나든 무기 수출, 그리고 마지막으로 잠수함을 둘러싼 희비까지 살펴봤습니다. 이 네 편을 관통하는 질문은 결국 하나입니다 — ‘왜 지금, 전 세계가 한국의 배와 무기에 주목하는가.’ 답은 반복해서 확인한 대로, 전 세계적인 재무장 물결과 미국의 캐파 부족이라는 외부 요인에, 한국이 수십 년간 쌓아온 ‘빨리, 많이, 잘 만드는’ 생산능력이 정확히 들어맞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캐나다 잠수함 사례가 보여주듯, 이 흐름이 항상 순탄하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이번 시리즈 전체를 한 장의 지도로 정리하는 완결편으로 마무리하고, 이후 개별 기업분석과 마켓포커스 시리즈로 하나씩 더 깊이 들어가겠습니다.

그때마다 오늘까지 그려둔 이 네 장의 지도가 ‘이 회사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개별 기업의 수주 뉴스를 볼 때마다 ‘이 계약은 어떤 신뢰 위에서 성사됐고, 그 신뢰는 지금 얼마나 단단한가’를 함께 물어보시면, 큰 숫자 뒤에 가려진 이 산업의 진짜 동력이 훨씬 선명하게 보이실 겁니다.

네 편을 관통한 질문 하나를 다시 적어두겠습니다 — 이 회사는 어떤 신뢰를 쌓아왔고, 지금 어떤 신뢰를 시험받고 있는가. 1부에서 던진 이 질문이 2부에서는 화물창 설계를 맡길 수 있느냐로, 3부에서는 계약대로 이행할 나라인가로, 4부에서는 30년을 함께 갈 상대인가로 모습을 바꿔 돌아왔습니다. 같은 질문이 갈래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난 것이 이 시리즈가 확인한 전부이자, 앞으로 이 섹터의 뉴스를 읽을 때 들고 가시면 좋을 하나의 자입니다.

마지막으로 네 편을 함께 읽으신 분께 남기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배와 무기는 전부 ‘만들 수 있는 곳이 몇 안 되는 물건’이었습니다. LNG 화물창의 극저온 용접도, 자주포의 사격통제도, 잠수함의 압력선체도 결국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 오래 만들어봤기 때문에 값과 날짜를 약속할 수 있게 된 능력이고, 그 약속을 지킨 이력이 쌓여 신뢰가 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섹터의 뉴스를 읽으실 때 계약 금액이라는 큰 숫자 옆에 두 가지를 함께 놓아보시길 권합니다. 하나는 그 계약이 몇 년에 걸쳐 매출로 들어오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 회사가 지금까지 무엇을 약속하고 지켰는가입니다. 앞의 것은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고 뒤의 것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보입니다. 이 시리즈가 남기고 싶은 읽는 법이 그 두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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