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한화엔진, 세계 최초로 이중연료 엔진을 상용화한 저속엔진 제작사 (조선·방산 소부장 히어로즈 ⑤)

한화엔진의 2026년 상반기 가동률은 95.6%입니다. 생산능력 200만 마력에 실적 191만 2,000마력이니 공장이 거의 다 찼습니다. 그런데 같은 반기에 수주잔고가 4조 1,427억원에서 5조 9,789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반년 만에 2조 4,696억원이 더 쌓인 것이고, 그동안 매출로 빠져나간 것은 6,334억원뿐 입니다. 만들 곳은 다 찼는데 주문이 그보다 네 배 빠르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1. 왜 지금 한화엔진인가

소부장 히어로즈 ③편은 무기가 움직이게 하는 엔진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같은 공장에서 선박 엔진과 특수엔진을 만드는데 한쪽만 꽉 차 있었습니다.

이 편은 그 선박 엔진 쪽을 봅니다. 한화엔진은 회사 소개에서 스스로를 「조선 산업의 핵심 기자재인 대형 선박용 엔진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 엔진메이커」라 밝혔고, 「세계 선박용 엔진 생산 Top Maker」로서 대형 상선에 탑재되는 저속엔진을 만듭니다.

조선·방산 밸류체인 총정리 ②부가 한국 조선업의 자리를 다뤘는데, 그 배들이 물 위를 달리게 하는 것이 이 회사의 엔진입니다. 실제로 주요 매출처가 한화오션 35.2%, 삼성중공업 32.9%로 국내 조선사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다른 편들과 다른 조건이 있습니다. 만드는 것이 자기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회사가 「2014년 세계 최초 선박용 이중연료(DF) 엔진 상용화 및 독자 기술로 친환경 탈질시스템(DelNOx)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기술이 지금 값을 하고 있습니다. 인트로에서 본 대로 가동률이 95.6%인데 수주잔고가 반기에 2조 4,696억원 늘었습니다.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 규제를 통과하는 엔진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주문이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편이 붙잡을 구조가 그것입니다. 규제가 만든 수요 위에 이 회사가 서 있고, 그 수요가 얼마나 갈지가 앞날을 정합니다. 이 편에서 답을 찾아볼 질문은 셋입니다. 배를 움직이는 엔진이 어떤 물건인가. 왜 기름과 가스를 함께 태워야 했는가. 그리고 그 기술이 만든 자리는 언제까지 유효한가.

📌 기본 정보 티커: 코스피 082740 | 설립: 2000년 삼성중공업에서 분사, 2024년 2월 한화임팩트가 최대주주가 되며 한화엔진으로 사명 변경 | 사업 구성(2026년 상반기 기준): 선박엔진 89.4%, 기타(부품·디젤발전·임대) 10.6% | 주요 제품: 대형 상선용 저속엔진, 이중연료(LNG·메탄올 추진) 엔진, 친환경 탈질시스템(DelNOx), 선박용 ESS와 전기추진 시스템 | 기술 이력: 2014년 세계 최초 선박용 이중연료 엔진 상용화, 2017년 저속엔진 누계 생산 1억 마력, 2025년 메탄올엔진 시운전설비 구축 | 규모: 2025년 매출 1조 3,711억원·영업이익 1,301억원, 2026년 상반기 매출 7,075억원·영업이익 893억원 | 수주잔고: 2026년 상반기 말 5조 9,789억원(반기 중 2조 4,696억원 증가) | 주요 매출처: 한화오션 35.2%, 삼성중공업 32.9% | 한 줄 정체성: 대형 상선의 주추진 엔진을 만드는 회사로서, 환경 규제에 맞는 이중연료 엔진을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한 곳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한화엔진의 사업은 사실상 하나입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 7,075억원 가운데 선박엔진이 6,324억원으로 89.4%이고 나머지가 기타입니다. 부문이 둘로 나뉘어 있으나 실제로는 선박용 저속엔진 하나가 회사를 끌고 갑니다.

선박엔진 부문에는 두 갈래가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대형 상선에 실리는 저속엔진 자체이고, 다른 하나는 그 엔진에 붙는 탈질시스템입니다. 회사가 후자를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친환경 탈질시스템(DelNOx)」 이라 밝히며 「선박엔진과 패키지 수주 또는 개별 수주하는 방식」이라 설명했습니다.

기타에는 셋이 섞여 있습니다. 이미 판 엔진에 부품과 서비스를 대는 애프터마켓 사업, 전력이 부족한 지역에 디젤 발전설비를 공급하는 사업, 그리고 부동산 임대입니다. 2026년 상반기 751억원으로 10.6%인데, 이 가운데 애프터마켓은 새 엔진 수주와 무관하게 이어지는 매출이라 성격이 다릅니다.

그리고 회사가 새로 넓히는 갈래가 있습니다.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와 전기추진 시스템입니다. 회사가 「글로벌 선박 친환경·전동화 트렌드에 발맞추어」 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아직 별도 매출로 잡히지는 않습니다. 배가 전기로 움직이는 흐름에 대비하는 것인데, 엔진을 만들던 회사가 엔진이 필요 없는 배도 준비하는 셈입니다.

값이 정해지는 방식은 조선업의 구조를 따릅니다. 조선사가 배를 수주하면 그 배에 어떤 엔진을 넣을지 정하고, 이 회사가 그 물량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수주는 조선사의 수주에서 몇 달 뒤에 따라옵니다. 그래서 조선사의 수주 소식이 이 회사의 선행 지표가 됩니다.

다만 언제나 조선사가 먼저인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소요되는 부품들을 선 제안하여 협의가 시작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라고 밝혔는데, 새 규제에 맞는 엔진을 먼저 준비해두고 그것을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기술을 앞서 갖고 있으면 그 제안이 통합니다. 배의 사양을 정하는 단계부터 참여하면 그 물량은 사실상 확보됩니다.

돈이 들어오는 시점은 만드는 진행을 따릅니다. 그래서 지금의 매출은 몇 분기 전 수주의 결과이고, 지금 쌓이는 5조 9,789억원이 앞으로의 매출입니다. 반기 매출 7,075억원과 견주면 연 환산으로 네 해치가 넘습니다. 다만 그 물량이 몇 년에 걸쳐 나뉘어 들어오므로 잔고가 크다고 곧 매출이 크게 뛰지는 않습니다.

원가는 어디로 나가는가. 원재료 매입이 2026년 상반기 5,151억원인데 매출의 73%에 해당합니다. 크랭크축과 터보차저 같은 주요 부품이 여기 들어가는데, 이 부품들은 이 회사가 만들지 않고 사 옵니다. 엔진을 조립하고 시운전하는 것이 이 회사의 일이며, 그만큼 원가에서 매입이 차지하는 몫이 큽니다.

그래서 소재 값의 영향이 직접적입니다. 회사가 강판 값을 별도로 공시하는데 톤당 94만 7,000원으로 전년 91만 4,000원에서 3.6% 올랐습니다. 엔진 값은 수주할 때 정해지고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그 사이 소재 값이 오르면 차액이 그대로 원가에 남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저속엔진이 왜 그렇게 큰가 대형 상선에 들어가는 저속엔진은 높이가 건물 몇 층에 이르고 무게가 수백 톤입니다. 왜 이렇게 커야 하는지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배의 프로펠러는 천천히 돌아야 효율이 좋습니다. 빠르게 돌리면 물속에서 기포가 생겨 추진력이 오히려 떨어지고 날개도 상합니다. 그래서 대형 상선의 프로펠러는 분당 100회 안팎으로 돕니다. 엔진이 그 속도에 맞춰 돌면 중간에 감속 장치가 필요 없습니다. 엔진 축을 프로펠러 축에 바로 이으면 되므로 손실이 줄고 구조도 단순해집니다. 그러려면 엔진 자체가 천천히 돌아야 하고, 천천히 돌면서 큰 힘을 내려면 실린더가 커야 합니다. 그래서 대형 저속엔진의 실린더 하나가 사람 키보다 크고 피스톤이 위아래로 몇 미터를 왕복합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③편에서 본 전차 엔진이 분당 수천 회로 도는 것과 정확히 반대 방향이며, 같은 디젤엔진이라도 만드는 방식과 설비가 전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소부장 히어로즈 ③편이 엔진의 크기와 회전수를 다뤘다면 이 편은 그 엔진이 무엇을 태우는가를 봅니다. 연료를 바꾼다는 것이 왜 어려운지 알아야 이 회사가 세계에서 처음 해낸 일의 값어치가 설명됩니다. 배가 무엇을 태워왔는지(①), 규제가 무엇을 요구했는지(②), 두 연료를 함께 태우는 방법(③), 태운 뒤에 치우는 기술(④), 그 기술이 만든 자리(⑤), 그리고 다음 연료로 가는 길(⑥)을 차례로 보겠습니다.

① 배는 무엇을 태워왔나

대형 선박이 오랫동안 태워온 연료는 벙커C유입니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무거운 기름인데, 값이 싸고 단위 부피당 에너지가 많아 멀리 가는 배에 알맞았습니다.

다만 이 기름에는 불순물이 많습니다. 특히 황이 많이 들어 있는데, 태우면 황산화물이 되어 나옵니다. 이 물질이 대기 중에서 산성비를 만들고 호흡기에 해롭습니다.

그리고 디젤엔진의 원리 자체가 또 다른 물질을 만듭니다. 공기를 압축해 뜨겁게 만든 뒤 연료를 태우는데, 그 높은 온도에서 공기 중의 질소가 산소와 결합해 질소산화물이 됩니다. 연료가 깨끗해도 이것은 생깁니다.

오랫동안 이 배출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배가 대양 한가운데를 다니고 그 수가 육상 시설에 비해 적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물동량이 늘고 항만 인근의 대기가 나빠지면서 국제적으로 규제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이 두 물질은 성격이 다릅니다. 황산화물은 연료에 들어 있던 황에서 나오므로 연료를 바꾸면 함께 사라집니다. 반면 질소산화물은 태우는 온도가 높아서 생기는 것이라, 무엇을 태우든 그 온도에 이르면 나옵니다. 그래서 두 물질에 대한 해법이 갈리고, 뒤쪽에는 별도의 처리 장치가 필요해집니다.

💡 쉽게 비유하면 — 연탄보일러에서 가스보일러로 예전 가정에서 쓰던 연탄보일러를 생각해봅시다. 값이 싸고 오래 타서 널리 쓰였는데, 태울 때 나오는 가스가 위험했고 재도 남았습니다. 가스보일러로 바뀌면서 그 문제가 크게 줄었습니다. 도시가스는 불순물이 적어 태워도 나오는 것이 깨끗하고 재도 없습니다. 다만 연료를 바꾸려면 보일러 자체를 바꿔야 했고 배관도 새로 깔아야 했습니다. 배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것과 비슷합니다. 벙커C유에서 액화천연가스로 바꾸면 황산화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질소산화물도 줄어듭니다. 문제는 엔진을 바꿔야 하고 가스를 실을 탱크와 배관을 새로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에는 가정과 다른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전 세계 항구에 가스를 채울 곳이 다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스만 쓰는 엔진을 달면 그 설비가 없는 항구에 갔을 때 곤란해지고, 그래서 두 연료를 모두 쓸 수 있는 엔진이 필요해졌습니다.

② 규제가 무엇을 요구했나

국제해사기구가 선박 배출을 두 갈래로 규제합니다. 하나가 황산화물이고 다른 하나가 질소산화물입니다.

황산화물은 연료의 황 함량으로 규제합니다. 2020년부터 전 세계 해역에서 연료의 황 함량을 0.5% 아래로 낮추도록 했고, 발트해나 북미 연안 같은 특정 해역에서는 그보다 훨씬 엄격합니다.

질소산화물은 배출량 자체를 단계로 규제합니다. 회사가 밝힌 「IMO-TierⅢ」가 그 가장 엄격한 단계인데, 지정된 해역에 들어가는 배는 그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배를 가진 쪽에서 보면 방법이 셋입니다. 황이 적은 비싼 기름을 쓰거나, 배기가스를 처리하는 장치를 달거나, 아예 연료를 바꾸는 것입니다. 앞의 둘은 계속 돈이 들고 셋째는 처음에 크게 듭니다. 그리고 배가 수십 년을 다닌다는 점을 생각하면 셋째가 유리해집니다.

그리고 규제에는 시간표가 있습니다. 언제부터 어느 기준을 적용할지가 미리 정해지므로 선주는 그에 맞춰 배를 준비합니다. 배 한 척이 이삼십 년을 다닌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짓는 배가 앞으로 강화될 기준까지 견뎌야 하고, 그래서 규제가 발표되는 시점과 주문이 몰리는 시점 사이에 몇 년의 간격이 생깁니다.

③ 한화엔진 이중연료 엔진이 두 연료를 태우는 방법

여기가 이 회사가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한 부분입니다. 이중연료 엔진은 기름과 가스를 모두 쓸 수 있는 엔진인데, 그 두 연료가 불붙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디젤엔진은 공기를 압축해 뜨거워진 상태에서 기름을 뿌리면 저절로 불이 붙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천연가스는 그 온도에서 스스로 불붙지 않습니다. 가스만 넣으면 압축해도 그대로 있습니다.

그래서 쓰는 방법이 이렇습니다. 실린더 안에 가스와 공기를 채워 압축한 다음, 소량의 기름을 뿌립니다. 그 기름이 먼저 불붙고 그 불꽃이 가스에 옮겨붙습니다. 성냥으로 가스레인지를 켜는 것과 같은 원리이며, 이 소량의 기름을 점화용 연료라 부릅니다.

말은 간단한데 실제로는 대단히 까다롭습니다. 가스를 언제 얼마나 넣을지, 점화용 기름을 어느 시점에 뿌릴지가 조금만 어긋나도 불이 제대로 붙지 않거나 압력이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판단이 엔진이 도는 내내 매 회전마다 이뤄져야 합니다.

여기에 전환이 붙습니다. 항해 중에 연료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엔진을 세우지 않고 기름에서 가스로 또는 그 반대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 순간에도 힘이 끊기면 안 되므로 제어가 더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이 방식에는 또 다른 이점이 있습니다. 가스가 떨어지거나 채울 곳이 없으면 기름만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스 전용 엔진을 달면 그 설비가 갖춰진 항구만 다녀야 하는데, 두 연료를 모두 쓸 수 있으면 항로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선주가 이 방식을 고르는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안전 조건이 붙습니다. 가스는 새면 폭발할 수 있으므로 배관과 밸브가 이중으로 설계돼야 하고, 새는 것을 감지하는 장치와 그때 자동으로 차단하는 계통이 함께 들어갑니다. 기름만 쓰던 배에는 없던 설비이며, 그만큼 배를 짓는 비용도 올라갑니다.

④ 태운 뒤에 치우는 기술

②에서 본 질소산화물은 연료를 바꿔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습니다. 공기 중의 질소가 높은 온도에서 반응해 생기는 것이라, 무엇을 태우든 온도가 높으면 나옵니다.

그래서 배기가스를 따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 장치가 선택적 촉매 환원 설비이고, 회사가 「DelNOx」라는 이름으로 독자 개발한 것이 그것입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뿌리면 그것이 암모니아로 바뀌고, 그 암모니아가 촉매 위에서 질소산화물과 반응해 질소와 물이 됩니다. 해로운 것이 공기의 주성분과 물로 바뀌는 셈입니다.

어려움은 온도와 위치에 있습니다. 촉매가 제대로 작동하는 온도 범위가 좁아서 배기가스가 너무 뜨겁거나 식으면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장치를 엔진의 어느 지점에 붙일지가 설계의 큰 부분이고, 회사가 저온용과 고온용을 나눠 개발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장치가 엔진과 함께 설계돼야 합니다. 배기가스의 온도와 성분이 엔진마다 다르므로, 엔진을 만드는 회사가 이 장치도 만들면 그 조합을 맞추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회사가 「선박엔진과 패키지 수주」를 한다고 밝힌 것이 그 이점입니다.

여기에 촉매의 수명이 걸립니다. 촉매는 쓰다 보면 성능이 떨어지므로 몇 년마다 갈아야 하는데, 그 교체 물량이 만든 회사에 돌아옵니다. 장치를 한 번 팔면 그 배가 다니는 동안 부품 매출이 이어지는 셈이며, 회사의 애프터마켓 사업이 그것을 받습니다.

⑤ 그 기술이 한화엔진 수주를 밀어 올립니다

③과 ④를 갖추면 규제를 통과하는 엔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규제가 계속 강화되고 있으므로, 그것을 먼저 갖춘 곳으로 주문이 몰립니다.

숫자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2026년 상반기 가동률이 95.6%인데 같은 기간 수주잔고가 4조 1,427억원에서 5조 9,789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반기에 2조 4,696억원이 더 들어왔고 매출로 빠져나간 것은 6,334억원 뿐입니다.

그리고 회사가 한화엔진 이중연료 사업의 자리를 스스로 이렇게 규정합니다. 「친환경 이중연료 엔진(LNG 및 메탄올 추진 등) 전문 메이커로서 시장 포지셔닝」이라는 판매 전략입니다. 값으로 겨루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통과하는 기술로 자리를 잡겠다는 뜻입니다.

2절에서 본 선 제안 방식도 여기서 값을 합니다. 조선사가 배를 수주한 뒤 엔진을 고르는 것이 보통인데, 새 규제에 맞는 엔진을 먼저 준비해두면 그 배의 사양을 정하는 단계부터 참여하게 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붙습니다. 배가 한 번 지어지면 이삼십 년을 다니므로 그 기간 내내 부품과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애프터마켓 사업을 따로 두고 있는 것이 그 때문이며, 지금 나가는 엔진이 앞으로 수십 년의 매출을 함께 만듭니다.

그리고 이 자리가 만들어진 시점이 중요합니다. 2014년에 상용화했다는 것은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에 준비를 마쳤다는 뜻입니다. 규제가 발표된 뒤에 개발을 시작하면 그 기준이 적용되는 시점에 맞추기 어려운데, 미리 갖춰두면 그 수요를 처음부터 받습니다.

⑥ 그런데 다음 연료가 오고 있습니다

여기가 이 편의 갈림길입니다. 이중연료 엔진이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는데, 그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서 다음 연료로 넘어가는 흐름이 시작됐습니다.

액화천연가스는 황산화물을 거의 없애고 질소산화물도 줄이지만 이산화탄소는 여전히 나옵니다. 그래서 탄소를 줄이려는 규제가 강해지면 그다음이 필요해집니다.

회사가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5년 2월에 메탄올엔진 시운전설비를 구축했고, 연구개발 내역에 「암모니아 엔진용 SCR 환원제 공급 시스템 개발」이 들어 있습니다. 메탄올과 암모니아가 다음 후보이며, 둘 다 태울 때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거나 훨씬 적습니다.

다만 이 전환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새 연료마다 태우는 방식이 다르므로 엔진을 다시 개발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앞선 자리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중연료에서 세계 최초였다는 것이 메탄올과 암모니아에서도 그럴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이유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이 회사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세 겹입니다. 첫째가 3절 ③에서 본 제어 기술입니다. 두 연료가 불붙는 방식이 다른데 그것을 한 엔진에서 매 회전마다 조절해야 하고, 항해 중 전환까지 매끄러워야 합니다. 2014년에 처음 상용화했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행착오가 앞서 쌓였다는 뜻입니다.

둘째가 엔진과 배기 처리 장치를 함께 만든다는 점입니다. 3절 ④에서 본 대로 촉매가 작동하는 온도 범위가 좁아 엔진과 맞춰 설계해야 합니다. 두 가지를 다른 회사가 만들면 그 조율에 시간이 들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도 갈리는데, 한 회사가 만들면 그 부담이 없습니다. 회사가 패키지로 수주한다고 밝힌 것이 그 이점입니다.

셋째가 실제로 돌려본 기록입니다. 2017년에 저속엔진 누계 1억 마력을 달성했다고 회사가 밝혔습니다. 배는 한 번 고장 나면 대양 한가운데서 멈추고 그 손실이 화물과 일정 전체에 미치므로, 선주는 값보다 검증된 엔진을 고릅니다. 그 기록이 새로 들어오려는 회사에게 가장 큰 문턱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시간으로만 쌓이므로 돈으로 앞당길 수 없습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③편의 회사와 견주면 두 회사의 자리가 갈립니다. 그 회사는 해외 설계를 들여와 만들므로 새 규제에 대한 대응도 설계를 가진 쪽이 하는데, 이 회사는 그것을 스스로 합니다. 개발 부담을 지는 대신 방향을 스스로 정하는 자리입니다. 호황에서는 둘 다 좋아 보이지만 조건이 바뀔 때 그 차이가 드러납니다.

해자의 유효 기간을 판단할 때 봐야 할 것은 3절 ⑥에서 본 다음 연료입니다. 지금의 자리는 이중연료 엔진이 만든 것인데 그 위에 메탄올과 암모니아가 오고 있습니다. 새 연료마다 태우는 방식이 다르므로 그때마다 개발 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앞섰던 곳이 계속 앞선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중연료에서 앞섰다는 것이 다음 연료에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아닙니다.

📌 이 회사를 판별하는 질문 하나 가동률은 이 회사를 판별해주지 못합니다. 95.6%로 거의 꽉 찼는데, 이것은 좋은 신호이면서 동시에 더 받을 여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수주가 늘어도 매출이 그만큼 늘지 못하는 구간에 들어선 것입니다. 수주잔고 5조 9,789억원도 답이 아닙니다 — 반기 매출의 8.5배인데 그것이 몇 년에 걸쳐 나뉘어 들어오므로 총액만으로는 언제 얼마가 매출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영업이익률 12.6%도 그대로 읽기 어렵습니다. 조선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서 받은 수주가 지금 인식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규제가 만든 수요는 얼마나 갈 것인가.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수주잔고의 증감을 분기마다 추적합니다. 회사가 전기이월과 증감액, 매출계상액을 나눠 공시하므로 새로 들어온 물량과 빠져나간 물량을 각각 볼 수 있습니다. 증감액이 매출계상액보다 계속 크면 잔고가 쌓이는 것이고, 그 격차가 좁혀지면 수요가 식기 시작한 것입니다. 둘째, 생산능력이 늘어나는지 봅니다. 지금 200만 마력에 95.6%인데 이 능력 자체가 커지면 회사가 이 수요를 오래 갈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다음 연료의 진척을 봅니다. 메탄올 시운전설비와 암모니아 관련 개발이 어디까지 왔는지가 이중연료 다음의 자리를 정합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한화엔진을 둘러싼 큰 그림

이 회사의 관계도는 조선업의 사슬 안에 있습니다. 배를 짓는 회사가 오른쪽에 있고 그 배를 발주한 선주가 그 너머에 있으며, 규제를 정하는 국제기구가 그 위에 있습니다.

🌏 글로벌 라이벌

  • HD현대중공업 [코스피 329180] — 조선 히어로즈 ①편의 주인공입니다. 힘센엔진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중속엔진을 만들고 대형 저속엔진도 라이선스로 생산하므로, 국내 조선사에 엔진을 대는 자리에서 겨룹니다. 다만 그 회사는 배도 함께 짓습니다. 배와 엔진을 함께 만드는 쪽과 엔진만 만드는 쪽이라, 조선사가 계열 엔진을 쓰느냐가 이 시장의 조건이 됩니다.
  • STX엔진 [코스피 077970] — 소부장 히어로즈 ③편의 주인공입니다. 선박용 엔진을 만든다는 점이 같으나 그 회사는 특수엔진이 절반에 가깝고 이 회사는 선박엔진이 89%입니다. 같은 시장을 보되 회사의 무게중심이 다릅니다. 그 회사가 방산에서 완충을 얻는다면 이 회사는 기술로 자리를 지키는 방식입니다.
  • 중국·일본 엔진 제작사 [다수] — 대형 저속엔진을 만드는 세계의 회사들입니다. 값에서는 중국이 앞서 있는데, 그 나라의 조선업이 커지면서 엔진 수요도 자국에서 소화하려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래서 규제를 통과하는 기술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이 회사의 전략이 됐습니다. 값으로 겨루면 이기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 핵심 고객사

  • 한화오션 [코스피 042660] — 해양방산 히어로즈 ①편의 주인공이자 이 회사의 최대 매출처입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의 35.2%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같은 그룹 안에서 배를 짓는 쪽과 엔진을 만드는 쪽이 나뉘어 있어 물량이 안정적이지만, 그 회사가 수주에 실패하면 함께 멈춥니다. 그리고 그 회사가 짓는 배의 절반 가까이가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라 이중연료 수요와도 맞물립니다.
  • 삼성중공업 [코스피 010140] — 두 번째 매출처로 32.9%입니다. 계열이 다른 조선사인데도 비중이 비슷하다는 것은 이 회사의 엔진이 그룹 관계가 아니라 성능과 조건으로 선택된다는 뜻이며, 기술로 자리를 지킨다는 회사의 설명을 뒷받침합니다. 계열사와 비계열사가 비슷하게 나뉜 구조는 국내 조선업에서 흔치 않습니다.
  • 해외 조선사 [다수] — 회사가 중국 조선사 한 곳을 7.1%로 밝혔고 나머지가 기타입니다. 국내 조선사에 대한 의존이 크지만 해외로도 나가고 있으며, 중국 조선소가 늘어나는 흐름에서 그쪽 물량을 받을 수 있느냐가 이 회사의 다음 시장을 정합니다. 국내 두 곳에 68%가 몰려 있는 구조를 푸는 길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오른쪽에 조선사가 있고 그 너머에 선주가 있는데, 엔진을 고르는 결정은 그 둘 사이에서 이뤄집니다. 선주가 원하는 사양을 조선사가 받아 엔진을 정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앞날은 조선사의 수주와 그 위의 규제, 두 가지를 함께 봐야 보입니다.

그리고 이 지도의 위쪽에 국제해사기구가 있습니다. 이 기구가 배출 기준을 정하면 선주가 그에 맞는 배를 주문하고 조선사가 그 사양을 만족하는 엔진을 찾습니다. 이 회사에 주문이 몰리는 경로가 그것이며, 고객의 사정이 아니라 그 위의 규칙이 수요를 만드는 셈입니다.

4절의 판별식이 규제가 만든 수요를 묻는 이유가 이 지도에서도 확인됩니다. 이 회사의 수요를 만드는 것이 고객의 사정만이 아니라 그 위의 규제이고, 그것을 이 회사가 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한화엔진 실적표를 볼 때는 매출 옆에 수주잔고를 놓아야 합니다. 지금 이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 두 수치의 격차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분 매출 영업이익 비고
2024년(연간, 확정) 1조 2,022억원(YoY +40.7%) 715억원(YoY +719.5%) 영업이익률 6.0%. 2023년은 매출 8,544억원·영업이익 87억원(1.0%). 생산능력 346만 8,000마력·생산실적 326만 5,000마력
2025년(연간, 확정) 1조 3,711억원(YoY +14.1%) 1,301억원(YoY +81.8%) 영업이익률 9.5%. 선박엔진 1조 2,125억원(88.44%)·기타 1,585억원(11.56%). 생산능력 336만 마력·생산실적 338만 5,000마력. 연말 수주잔고 4조 1,427억원
2026년 1분기(확정) 3,452억원(YoY +8.5%) 514억원(YoY +130.3%) 영업이익률 14.9%. 전년 동기 매출 3,182억원·영업이익 223억원(7.0%)
2026년 2분기(확정) 3,622억원(YoY -6.6%) 379억원(YoY +12.2%) 영업이익률 10.5%. 상반기 누적 매출 7,075억원·영업이익 893억원(12.6%). 선박엔진 6,324억원(89.4%). 가동률 95.6%(능력 200만 마력·실적 191만 2,000마력). 수주잔고 5조 9,789억원(반기 중 2조 4,696억원 증가)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첫째, 위 네 행은 모두 공시된 확정 실적이며 금액은 원화이고 연결 기준입니다. 이 표에 연간 전망 행이 없는 것은 회사가 연간 전망치를 따로 내지 않기 때문이며, 확정된 분기까지만 담았습니다. 둘째, 2024년에 매출이 40.7% 늘고 영업이익이 8배가 됐습니다. 2023년 영업이익률이 1.0%였던 데서 6.0%로 올라온 것인데, 그 전에 낮은 값으로 받아둔 물량이 소화되고 조건이 나은 계약이 들어오기 시작한 구간으로 읽힙니다. 셋째, 생산능력의 단위가 마력(BHP)입니다. 대수가 아니라 만들 수 있는 출력의 총합으로 세며, 회사가 「설비능력이 아닌 가용생산 능력으로 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반기 수치는 연간의 절반이 아니라 그 반기의 능력이므로, 2026년 상반기 200만 마력을 2025년 336만 마력과 직접 비교하면 안 됩니다. 넷째, 2025년에는 생산실적이 생산능력을 넘었습니다. 336만 마력에 338만 5,000마력이니 100%를 넘긴 것인데, 회사가 최대 생산능력을 「생산기종과 생산성 향상 등에 따라 증가될 수 있다」고 밝혔으므로 계획을 넘겨 만든 것으로 읽어야 합니다.

한화엔진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수주와 매출의 속도 차이입니다. 2026년 상반기에 수주잔고가 4조 1,427억원에서 5조 9,789억원으로 늘었는데, 증감액이 2조 4,696억원이고 매출로 빠져나간 것이 6,334억원입니다.

새로 들어온 것이 나간 것의 네 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가동률은 95.6%였으니 만들 수 있는 만큼 만들면서도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익률은 올라갔습니다. 2025년 연간 9.5%에서 2026년 상반기 12.6%가 됐습니다. 다만 1분기 14.9%와 2분기 10.5%로 갈려 있어 분기마다 움직이는데, 조선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서 받은 수주가 그 분기에 인식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값이 좋을 때 받은 물량이 몇 년 뒤에 인식되는 구조입니다.

생산능력의 변화도 봐야 합니다. 2024년 346만 8,000마력에서 2025년 336만 마력으로 조금 줄었는데 생산실적은 326만 5,000마력에서 338만 5,000마력으로 늘었습니다. 능력이 줄어드는 동안 실적이 늘어 2025년에는 100%를 넘겼습니다.

원재료 부담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2026년 상반기 매입액이 5,151억원으로 매출의 73%이고, 강판 값이 톤당 91만 4,000원에서 94만 7,000원으로 3.6% 올랐습니다. 엔진 값은 수주 시점에 정해지므로 그 사이 소재 값이 오르면 그 차이를 회사가 지며, 지금처럼 잔고가 길게 쌓인 국면에서는 그 노출 기간도 깁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첫 번째 층위는 가동률입니다. 95.6%는 더 받을 여력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수주가 아무리 늘어도 만들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으면 매출은 그 선에서 멈추고, 인도가 밀리면 선주와의 관계가 나빠집니다. 좋은 신호로 읽히는 숫자가 뒤집으면 한계를 알려주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상태가 길어지면 선주가 다른 엔진 제작사를 찾게 됩니다.

두 번째 층위는 능력 확장의 어려움입니다. 대형 저속엔진은 실린더 하나가 사람 키보다 크고 그것을 조립하고 시운전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공장을 늘리려면 부지와 크레인, 시험 설비가 함께 있어야 하고 그 준비에 몇 년이 걸립니다. 지금 수요가 몰려도 곧바로 능력을 늘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산업에서는 호황이 와도 공급이 곧바로 늘지 않습니다.

세 번째 층위는 고객 집중입니다. 한화오션 35.2%와 삼성중공업 32.9%로 두 곳이 68%입니다. 그 조선사가 배를 수주하지 못하면 이 회사의 물량도 사라지므로, 남의 영업 성과에 실적이 걸려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고객이 소수라 값 협상에서도 대등하기 어렵습니다.

네 번째 층위는 조선 사이클입니다. 배는 몇 년 주기로 발주가 몰렸다 끊깁니다. 지금은 몰리는 국면인데 그 반대편에서는 도크가 비고 엔진 주문도 함께 끊깁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조선사보다 뒤에 있으므로 그 국면이 몇 달 늦게 오고, 회복도 몇 달 늦습니다.

다섯 번째 층위는 규제 의존입니다. 지금의 수요를 만든 것이 배출 규제인데 그 기준을 국제해사기구가 정하고 각국의 이해가 얽혀 시기가 조정되기도 합니다. 규제가 늦춰지면 선주들이 배 교체를 미루고 그만큼 주문도 밀리는데, 그 결정에 이 회사가 관여할 수 없습니다.

여섯 번째 층위는 다음 연료입니다. 3절 ⑥에서 본 대로 메탄올과 암모니아가 오고 있습니다. 새 연료마다 태우는 방식이 달라 엔진을 다시 개발해야 하고, 그 개발에 돈과 시간이 들면서 앞선 자리가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일곱 번째 층위는 소재 값입니다. 원재료 매입이 매출의 73%이고 강판 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엔진 값은 수주할 때 정해지는데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그 사이 소재 값이 오르면 차액을 회사가 떠안습니다. 강판 값이 3.6% 오른 것만으로도 원가의 상당 부분이 움직입니다.

여덟 번째 층위는 이익률의 진폭입니다. 2026년 1분기 14.9%에서 2분기 10.5%로 내려왔습니다. 어느 시점에 받은 수주가 그 분기에 인식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한 분기의 숫자로 판단하기 어렵고, 좋은 분기 뒤에 나쁜 분기가 오면 실적이 꺾인 것으로 오해되기도 합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네 가지 해석

① 규제가 수요를 만드는 산업이 있습니다

이 회사의 주문이 쌓이는 이유는 배가 더 많이 팔려서만이 아닙니다. 배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그 기준을 통과하는 엔진이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규제는 보통 제조업에 부담입니다. 새 기준을 맞추려면 돈이 들고 그 부담이 원가로 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을 먼저 통과한 회사에게는 반대로 작용합니다. 남들이 못 만드는 것을 만들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이점은 시간이 지나면 줄어듭니다. 다른 회사들도 결국 그 기준을 맞추게 되고, 그러면 다시 값으로 겨루는 시장이 됩니다. 앞선 것이 값을 하는 기간은 규제가 새로 강화되기 전까지입니다. 그래서 이런 회사의 앞날은 지금의 기술이 아니라 다음 기술을 얼마나 준비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규제 수혜로 설명되는 회사를 볼 때는 그 규제가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한 번 바뀌고 마는 규제라면 그 이점도 한 번뿐이지만, 계속 강화되는 규제라면 앞서 가는 회사가 계속 앞설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그때마다 개발 부담을 다시 져야 하고, 한 번 뒤처지면 그 자리를 되찾기 어렵습니다. 규제의 시간표를 함께 보면 그 판단이 쉬워집니다.

② 가동률이 높다는 것은 두 얼굴입니다

이 회사의 가동률은 95.6%입니다. 만들 수 있는 만큼 만들고 있다는 뜻이라 좋은 신호로 읽힙니다.

그런데 뒤집으면 여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수주가 아무리 늘어도 만들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으면 매출은 그 선에서 멈춥니다. 실제로 이 회사의 수주잔고가 반기에 2조 4,696억원 늘었는데 매출로 나간 것은 6,334억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는 값을 올릴 여지가 생깁니다. 만들 곳이 부족하면 사는 쪽이 줄을 서게 되므로 조건이 좋아집니다. 다만 그 조건이 실적에 나타나는 것은 몇 분기 뒤이며, 지금의 매출은 예전 조건으로 받은 물량입니다. 그래서 좋은 조건으로 받은 수주가 많다는 것과 지금 이익률이 좋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가동률이 높은 회사를 볼 때는 그 회사가 능력을 늘리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늘리고 있다면 몇 년 뒤 매출이 커지는 것이고, 그대로라면 지금이 그 회사의 한계입니다. 그리고 그 확장에 걸리는 시간이 그 사업의 성격을 알려줍니다.

③ 자기 설계를 가진 회사와 아닌 회사는 다르게 움직입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③편의 회사는 해외 설계를 들여와 엔진을 만듭니다. 이 회사는 이중연료 엔진과 탈질 시스템을 스스로 개발했습니다.

이 차이가 규제 앞에서 드러납니다. 새 기준이 나오면 라이선스로 만드는 쪽은 설계를 가진 회사의 대응을 기다려야 하는데, 자기 설계를 가진 쪽은 스스로 움직입니다. 먼저 준비해두고 조선사에 제안하는 방식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그만큼의 부담을 집니다. 개발비가 크고 실패할 수 있으며, 새 연료가 나올 때마다 그 부담이 반복됩니다. 라이선스로 만드는 쪽은 그 부담이 없는 대신 앞서 갈 수도 없는데,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오히려 그쪽이 유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은 물건을 만드는 두 회사를 비교할 때는 설계가 누구 것인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호황에서는 둘 다 좋아 보이는데, 시장의 조건이 바뀌는 국면에서 그 차이가 드러납니다. 앞은 방향을 정하고 뒤는 따라가야 합니다. 그 확인은 사업보고서의 기술도입계약 주석이나 연구개발 항목에서 대체로 가능합니다.

④ 수주잔고는 총액보다 증감으로 봐야 합니다

이 회사의 수주잔고는 5조 9,789억원입니다. 반기 매출의 8.5배라 큰 숫자인데, 그것만으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습니다.

회사가 그 안을 나눠 공시합니다. 전기이월 4조 1,427억원에 증감액 2조 4,696억원이 더해지고 매출계상액 6,334억원이 빠져 5조 9,789억원이 됐습니다. 새로 들어온 것과 나간 것이 각각 보이는 셈입니다.

이 둘을 견주면 방향이 나옵니다. 들어온 것이 나간 것보다 크면 잔고가 쌓이고 반대면 줄어듭니다. 지금은 네 배 가까이 크므로 빠르게 쌓이는 국면인데, 그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하면 수요가 식는 신호이고 잔고가 줄기 시작하면 이미 그 국면이 지난 것입니다. 수주 산업에서는 이 흐름이 실적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그래서 수주잔고를 볼 때는 총액이 아니라 그 안의 흐름을 봐야 합니다. 총액이 크다는 것은 과거의 결과이고, 증감액과 매출계상액의 관계가 지금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처럼 그 셋을 나눠 공시하는 경우 계산 없이 표만 읽으면 되므로, 수주 산업을 볼 때 가장 먼저 찾아볼 표입니다. 총액만 보면 언제나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앞으로 이 회사에 관한 소식을 접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질문 네 개와,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적어둡니다.

첫째, 한화엔진 수주의 증감액과 매출계상액의 격차가 어떻게 되는가. 회사가 반기·사업보고서의 수주상황 표에 그 둘을 나눠 밝힙니다. 지금 네 배 가까이 벌어져 있는데 이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하면 수요가 식는 신호입니다.

둘째, 생산능력이 늘어나는가. 이 회사는 능력을 마력으로 공시합니다. 그 수치가 커지면 회사가 지금의 수요를 오래 갈 것으로 보고 투자한 것이고, 그대로면 95.6%가 이 회사의 상한입니다. 그리고 그 확장에는 몇 년이 걸리므로 발표 시점과 실제 능력이 느는 시점이 다릅니다.

셋째, 다음 연료의 진척이 어떻게 되는가. 메탄올 시운전설비와 암모니아 관련 개발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봅니다. 이중연료가 만든 자리 다음을 준비하는 일이므로 그 성과가 나오는 시점이 다음 국면을 정하며, 사업보고서의 연구개발 항목에 그 진척이 실립니다. 시운전설비가 갖춰졌다는 것은 개발이 실물 단계에 왔다는 뜻입니다.

넷째, 고객사의 수주가 어떻게 되는가.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매출의 68%를 차지하므로 그 조선사들의 수주 소식이 몇 달 뒤 이 회사의 물량이 됩니다. 특히 어떤 선종을 따내는지가 중요한데,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처럼 이중연료가 기본인 배가 늘면 이 회사에 유리합니다. 조선사의 수주는 공시되므로 확인이 어렵지 않습니다.

10. 마무리하며

한화엔진은 대형 상선의 주추진 엔진을 만드는 회사이고, 환경 규제에 맞는 이중연료 엔진을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했습니다. 이 한 줄에 이 회사의 자리가 들어 있습니다. 규제가 만든 수요 위에 서 있습니다.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대형 상선은 오랫동안 벙커C유를 태워왔는데 그 안에 황이 많아 태우면 황산화물이 나오고, 디젤엔진의 높은 온도에서는 공기 중의 질소가 반응해 질소산화물도 생깁니다. 국제 규제가 그 둘을 조이자 연료를 바꾸는 길이 열렸는데, 문제는 천연가스가 압축만으로는 불붙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스와 공기를 채워 압축한 뒤 소량의 기름을 뿌려 그 불꽃으로 가스에 옮겨붙이는 방식이 나왔고, 이 회사가 2014년에 그것을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했습니다. 다만 언제 얼마를 넣고 언제 점화할지가 매 회전마다 정확해야 하며, 항해 중에 엔진을 세우지 않고 연료를 바꿔야 하는 조건까지 붙습니다.

그리고 연료를 바꿔도 질소산화물은 남습니다. 온도가 높으면 공기 중의 질소가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뿌려 암모니아로 바꾸고 그것을 촉매 위에서 질소산화물과 반응시켜 질소와 물로 바꾸는 장치가 함께 필요한데, 이 회사가 그것도 독자 기술로 개발해 엔진과 묶어 팝니다.

남는 질문은 두 갈래입니다. 규제가 만든 수요가 얼마나 갈 것인가. 그리고 메탄올과 암모니아가 오는 국면에서도 앞선 자리를 지킬 것인가. 앞의 질문에는 수주의 증감액과 매출계상액이 답하고, 뒤의 질문에는 다음 연료의 개발 진척이 답할 것입니다.

조선·방산 소부장 히어로즈를 여기까지 읽어오며 확인한 것은 완성품 뒤에 선 회사들이 저마다 다른 것으로 자리를 지킨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회사는 여러 완성품에 두루 쓰이는 기술로, 어떤 회사는 하나의 재료를 다루는 능력으로, 어떤 회사는 남이 못 만드는 부품으로, 그리고 이 회사는 규제를 먼저 통과한 기술로 그 자리에 있습니다.

배와 무기가 계속 만들어지는 한 그 안에 들어갈 것을 만드는 회사도 이어질 것입니다. 그때마다 물어볼 것은 하나입니다 — 이 회사는 무엇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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