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원익QnC, 소모품을 만들다 그 원료 회사까지 사들인 석영 부품 기업 (반도체 소부장 히어로즈 ⑦)

2025년 이 회사의 매출은 9,4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5.8% 늘었습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906억원에서 596억원으로 34.3%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615억원에서 9억 5,807만원이 됐습니다. 98.4% 감소입니다. 회사가 공시에서 밝힌 원인은 본업이 아니었습니다 — 미국 자회사의 전방산업 부진이라고 적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서 닳아 없어지는 석영 부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그 부품의 원료를 확보하려고 인수했던 회사가 실적을 끌어내린 것입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3부에서 소부장의 각 칸이 좁고 그 칸을 채울 수 있는 회사가 몇 곳뿐이라고 정리했는데, 그 좁은 칸을 지키려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가 이 편의 출발점입니다.

1. 왜 지금 원익QnC인가 — 챔버 안에서 함께 깎이는 것들

반도체 밸류체인 3부에서 제조 공정을 정리하며 소부장 기업들의 자리를 짚어뒀습니다. 웨이퍼 한 장이 칩이 되기까지 수백 번의 공정이 반복되는데, 그 공정마다 전용 장비와 전용 소재가 필요하고 각 칸을 채울 수 있는 회사는 대개 몇 곳뿐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원익QnC가 채운 칸은 반도체 소재 가운데 소모품입니다. 반도체 공정 장비 안에서 웨이퍼를 담고 받치고 감싸는 석영 부품을 만드는데, 이 부품들은 공정이 진행되는 동안 함께 깎이고 상해 주기적으로 갈아 끼워야 합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⑥편의 유니테스트가 다 만든 칩을 시험하는 장비를 만든다면, 이 회사의 제품은 그 칩이 만들어지는 챔버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다른 소모품 기업에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2019년 미국 회사의 석영 사업부를 인수해 원료 자체를 만드는 사업을 함께 갖게 됐습니다. 지금 그 원재료 부문이 매출의 40%대로 가장 큰 갈래입니다. 부품을 만들려고 원료를 확보했는데, 그 원료 사업이 부품 사업보다 커진 셈입니다.

이 회사를 지금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025년 실적이 무너진 원인이 본업이 아니라 그 인수한 회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편이 붙잡고 갈 것이 그 구조입니다 — 원료를 확보한다는 선택이 왜 새로운 위험을 함께 들여왔는가.

앞서 다룬 편들과 나란히 놓으면 결이 보입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⑤편의 이오테크닉스도 장비의 핵심 부품인 광원을 직접 만드는 쪽을 택했고, 그 선택이 원가를 낮춰 이익률을 두 배 넘게 끌어올렸습니다. 같은 수직 통합인데 결과가 정반대입니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는지가 이 편에서 확인할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편이 묻는 것은 셋입니다. 왜 하필 석영이어야 하는가, 원료가 왜 병목이 되는가, 그리고 원료를 확보하는 것과 원료 사업을 갖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원익QnC, 한눈에 보기

📌 기본 정보  티커: 코스닥 074600 | 설립: 2003년 원익에서 분할 설립돼 코스닥에 재상장 | 사업 구성: 석영 부품과 그 원재료가 매출의 80%대, 세정·코팅이 10%대, 세라믹과 램프가 나머지 | 생산 구조: 국내 외에 미국·대만·독일·태국 등에 생산 거점을 두고, 원재료 부문은 여러 나라에 종속기업을 둠 | 지배구조: 원익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원익 계열 | 시장 내 위치: 반도체용 석영 부품에서 국내 대표 기업이며, 인수를 통해 그 원료까지 만드는 드문 구조 | 한 줄 정체성: 반도체 공정 장비 안에서 함께 깎여 나가는 석영 부품을 만들면서, 그 부품의 원료를 만드는 회사까지 사들여 밸류체인의 두 칸을 동시에 차지한 소재 기업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공시상 부문은 다섯입니다. 석영 부품, 그 원재료, 세라믹, 세정 및 코팅, 램프인데 실질적인 축은 앞의 둘입니다. 두 부문이 파는 것도 사가는 쪽도 달라서, 나눠 보면 이 회사의 성격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석영 부품 — 매출의 42%, 여러 나라에서

반도체 공정 장비 안에 들어가는 부품들입니다. 웨이퍼를 여러 장 세워 담는 통, 받치는 판, 공정 가스가 흐르는 관, 챔버 벽을 감싸는 부품 같은 것들이 여기 속합니다. 2026년 상반기 이 부문 매출은 2,364억원으로 전체의 42.4%였습니다.

생산 거점이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가 1,721억원으로 가장 크고 대만 424억원, 독일 112억원, 미국 107억원 순입니다. 반도체 공장이 있는 곳 가까이에 만들어 두는 구조인데, 소모품이라 자주 공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석영 원재료 — 매출의 43%, 가장 큰 갈래

2019년 미국 회사의 석영 사업부를 인수해 얻은 부문입니다. 앞의 부품을 만들려면 고순도 석영 소재가 필요한데, 그 소재 자체를 만들어 팝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은 2,381억원으로 전체의 42.8%로 석영 부품 부문보다 조금 큽니다.

여기서 짚어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원재료를 자기 회사에만 파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기간 이 부문의 총매출 2,381억원 가운데 회사 안으로 들어간 몫은 162억원이고 나머지 2,219억원은 외부 고객에게 팔렸습니다. 즉 이 부문은 원료 조달 창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사업입니다.

세정·코팅과 나머지

세정 및 코팅 부문은 매출의 11.3%입니다. 공정 장비의 부품에 붙은 오염물을 벗겨내고 다시 표면 처리를 해 재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인데, 이것도 반도체 공장이 돌아가는 동안 계속 발생하는 성격의 매출입니다. 세라믹은 2.8%, 그 밖이 0.6%로 규모가 작습니다.

부문 구성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챔버 안에서 닳는 것을 만들고, 그 원료를 만들고, 닳은 것을 되살립니다. 세 갈래 모두 반도체 공장이 돌아가는 동안 발생하는 매출입니다. 다만 그 가운데 원재료 부문만 성격이 다른데, 그 이유는 3절에서 짚습니다.

매출은 언제 생기는가

소모품 사업의 성격이 여기서 나옵니다. 장비를 파는 회사는 고객이 라인을 지을 때 매출이 생기고 다 채우면 끊깁니다. 반면 이 회사의 부품은 라인이 돌아가는 동안 계속 닳으므로 가동률이 곧 매출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은 장비 회사보다 진폭이 작습니다. 고객이 투자를 멈춰도 기존 라인을 돌리는 한 부품은 계속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⑥편의 유니테스트가 두 해 연속 적자를 낸 것과 대비되는 대목인데, 이 회사는 같은 기간 흑자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도 2025년에 이익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 이유가 이 편의 주제이고, 숫자는 6절에서 따로 짚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소모품 사업의 안정성과 그 한계 반도체 소부장은 크게 장비와 소재·부품으로 나뉘고, 매출이 생기는 조건이 다릅니다. 장비는 고객의 투자에 걸려 있고 소모품은 고객의 가동에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소모품 회사는 실적이 완만합니다. 업황이 나빠져도 공장이 서지 않는 한 매출이 끊기지 않고, 좋아져도 갑자기 몇 배가 되지는 않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측하기 쉬운 사업입니다. 다만 그 안정성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이 실제로 소모품에서 나와야 합니다. 소모품 회사라고 알려져 있어도 다른 성격의 사업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면, 그 회사의 실적은 더 이상 소모품의 리듬을 따르지 않습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석영 부품은 반도체 공정에서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있습니다. 회로를 그리지도 깎지도 않고, 그저 웨이퍼를 담고 받치고 감쌉니다. 그런데 이 부품이 없으면 공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이 부품이 잘못되면 그 안에 있던 웨이퍼가 통째로 버려집니다. 왜 하필 석영이어야 하는지(①), 왜 닳아 없어지는지(②), 그 원료가 왜 병목인지(③), 원료를 확보한다는 선택의 두 얼굴(④), 세정이라는 또 다른 갈래(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한 회사 안에서 어떻게 부딪히는지(⑥)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① 왜 하필 석영인가

반도체 공정의 상당수는 아주 뜨겁고 아주 깨끗한 환경을 요구합니다. 웨이퍼에 막을 입히거나 불순물을 넣거나 열처리를 하는 공정은 수백 도에서 천 도가 넘는 온도에서 진행되고, 그 안에는 반응성이 높은 가스가 흐릅니다. 그 환경에 웨이퍼를 담아 넣을 그릇이 필요한데, 그릇이 갖춰야 할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첫째, 고온을 견뎌야 합니다. 둘째,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깨지지 않아야 합니다. 웨이퍼를 넣고 빼는 과정에서 온도가 오르내리는데, 대부분의 재료는 그때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다 균열이 생깁니다. 셋째, 그리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 오염을 일으키지 않아야 합니다.

석영유리가 이 셋을 동시에 만족합니다. 녹는점이 매우 높고, 열을 받아도 거의 늘어나지 않아 온도 변화에 강하며, 무엇보다 실리콘과 산소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웨이퍼 자체가 실리콘이니 같은 계열의 재료를 쓰면 미세한 입자가 떨어져 나와도 오염의 성격이 다르지 않습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④편에서 하나마이크론의 자회사가 식각 장비 부품을 실리콘으로 만드는 이유와 같은 논리인데, 그쪽이 실리콘이라면 이쪽은 실리콘 산화물입니다.

② 그런데 그 그릇이 함께 깎입니다

문제는 그 환경이 그릇에게도 가혹하다는 점입니다. 공정 가스는 웨이퍼 표면만 골라 반응하지 않습니다. 챔버 안에 있는 모든 것과 반응하고, 석영 부품도 예외가 아닙니다.

여러 방식으로 상합니다. 표면이 조금씩 깎여 두께가 줄고, 반복되는 열에 유리 구조가 변해 뿌옇게 흐려지며, 미세한 균열이 자라 언젠가 깨집니다. 그리고 상한 부품에서 떨어져 나온 입자가 웨이퍼에 내려앉으면 그 웨이퍼는 불량이 됩니다. 그래서 정해진 주기마다 갈아 끼워야 하고, 그 주기가 이 사업의 매출을 만듭니다.

여기에 이 부품의 값이 정해지는 조건이 있습니다. 오래 버틸수록 좋은 부품인데, 오래 버티면 갈아 끼우는 횟수가 줄어 파는 쪽 매출이 줄어듭니다.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 고객이 부품을 자주 갈면 그때마다 장비를 세워야 하고, 그 정지 시간이 부품값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시장에서 값은 개당 가격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로 매겨집니다.

💡 쉽게 비유하면 — 도자기 가마 안의 받침 도자기를 구울 때 그릇을 그냥 바닥에 놓지 않습니다. 받침 위에 올려 굽습니다. 받침이 없으면 그릇이 바닥에 눌어붙고, 받침 재질이 나쁘면 그 성분이 유약에 배어 들어가 색이 변합니다. 그래서 받침은 굽는 그릇과 비슷하거나 더 순수한 재료로 만듭니다. 그런데 받침도 같은 불 속에 있으니 함께 상합니다. 몇 번 굽고 나면 갈라지고, 그 부스러기가 그릇에 떨어지면 그 그릇을 버려야 합니다. 반도체 챔버 안의 석영 부품이 그 받침입니다. 다르다면 도자기 한 점이 아니라 웨이퍼 한 장에 칩 수백 개가 올라가 있고, 그 한 장의 값이 받침 수십 개보다 비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시장에서는 부품값을 아끼는 것보다 언제 갈아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③ 그런데 원료가 병목입니다

여기서 이 회사를 이해하는 열쇠가 나옵니다. ①에서 본 조건들을 만족하려면 석영유리의 순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야 합니다. 불순물이 아주 조금만 섞여도 고온에서 그것이 빠져나와 웨이퍼를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순도의 석영은 아무 데서나 나오지 않습니다. 원석의 품질이 애초에 좋아야 하고, 거기서 불순물을 걸러내 녹여 굳히는 정제 공정에도 오랜 축적이 필요합니다. 그 결과 반도체용 고순도 석영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세계적으로 손에 꼽습니다. 부품을 만드는 회사는 여럿인데 그 부품의 재료를 대는 곳은 몇 곳뿐인 구조입니다.

이 구조에서 부품 회사는 불리합니다. 원료값이 오르면 그대로 원가에 얹히고, 공급이 빠듯해지면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듭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3부에서 이 산업의 각 칸이 좁고 그 칸을 채울 수 있는 회사가 몇 곳뿐이라고 했는데, 그 좁음이 자기 칸이 아니라 자기 앞 칸에 있을 때는 강점이 아니라 위험이 됩니다.

④ 그래서 원료 회사를 샀습니다 — 그리고 다른 사업을 갖게 됐습니다

이 회사가 택한 답이 인수였습니다. 2019년 미국 회사의 석영 사업부를 사들여 원료를 직접 만들게 됐습니다. ③에서 본 위험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실제로 그 목적은 달성됐습니다.

그런데 함께 따라온 것이 있습니다. 인수한 회사는 이 회사에만 원료를 팔던 곳이 아니었습니다. 세계 여러 고객에게 팔고 있었고 인수 후에도 그 사업을 계속합니다. 2절에서 본 대로 이 부문 매출 2,381억원 가운데 회사 안으로 들어간 몫은 162억원뿐이고 나머지는 외부 고객에게 팔립니다.

그러면 이 부문은 원료 조달 창구가 아니라 독립된 사업입니다. 그리고 그 사업의 고객은 반도체만이 아닙니다. 고순도 석영은 태양광과 광학 같은 다른 산업에도 쓰이고, 그 산업들은 반도체와 다른 이유로 오르내립니다. 즉 원료를 확보하려는 선택이 결과적으로 반도체 밖의 시장에 회사를 노출시켰습니다.

2025년에 벌어진 일이 그것입니다. 회사가 공시에 적은 실적 부진의 원인은 미국 자회사의 전방산업 부진이었습니다. 국내 석영 부품 사업은 멀쩡했는데, 매출의 40%대를 차지하는 원재료 부문이 그쪽 시장의 사정으로 흔들리면서 전사 이익이 무너졌습니다.

⑤ 세정 — 닳은 것을 되살리는 갈래

세 번째 갈래는 성격이 또 다릅니다. ②에서 본 대로 챔버 안의 부품은 오염되고 상합니다. 그런데 전부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표면에 붙은 오염물을 벗겨내고 다시 처리하면 다시 쓸 수 있는 부품이 많습니다.

그 일이 세정과 코팅입니다. 특수한 용액과 공정으로 표면층을 걷어내고, 필요하면 새로운 막을 입혀 원래 성질을 되찾게 합니다. 어려운 것은 벗겨내는 정도를 맞추는 일입니다 — 덜 벗기면 오염이 남고, 더 벗기면 부품 자체가 얇아져 수명이 줄어듭니다.

이 사업은 앞의 둘과 다른 이점이 있습니다. 새 부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고객 공장에 있는 부품을 다루는 일이라, 원료값이나 원료 공급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고객이 원가를 줄이려 할 때 오히려 수요가 늘어납니다 — 새로 사는 대신 되살려 쓰기 때문입니다. 규모는 11%대로 작지만 성격이 다른 매출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⑥ 세 갈래가 한 회사 안에서 부딪힙니다

앞의 셋을 합치면 이 회사의 구조가 드러납니다. 석영 부품은 반도체 공장의 가동률을 따라가고, 세정은 고객이 원가를 아낄 때 늘어나며, 원재료는 반도체 밖의 시장까지 함께 봅니다.

셋 가운데 둘은 서로를 받쳐줍니다. 반도체 업황이 좋으면 부품이 많이 팔리고, 나빠지면 고객이 되살려 쓰는 쪽으로 옮겨가 세정이 늘어납니다. 방향이 어긋나므로 분산이 작동합니다.

문제는 셋째입니다. 원재료 부문은 반도체 업황과도, 세정 수요와도 다른 이유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규모가 가장 큽니다. 그러니 앞의 두 갈래가 서로를 잘 받쳐주고 있어도, 셋째가 흔들리면 전사 실적이 그쪽을 따라갑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⑨편의 주성엔지니어링에서 세 시장을 가졌는데 셋이 동시에 오지 않아 분산이 되지 못한 사례를 봤는데, 이 회사는 다른 문제입니다 — 셋 다 매출이 나오는데 그중 가장 큰 하나가 나머지와 무관한 이유로 움직입니다.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이유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3절을 정리하면 이 회사의 우위는 세 겹입니다. 첫째, 고온과 오염을 견디는 석영 부품을 만드는 가공 기술을 오래 쌓았고 여러 나라에 생산 거점을 두어 고객 공장 가까이에서 공급합니다. 둘째, 그 부품의 원료를 직접 만듭니다. 셋째, 닳은 부품을 되살리는 사업을 함께 갖고 있어 고객의 원가 절감 국면에도 매출이 생깁니다.

셋 중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것은 둘째입니다. 첫째는 국내외에 같은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여럿이고, 셋째도 진입이 아주 어렵지는 않습니다. 반면 ③에서 본 대로 반도체용 고순도 석영 원료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몇 곳뿐이고, 그 자리를 인수로 확보한 부품 회사는 드뭅니다.

그런데 그 우위가 위험을 함께 들여왔습니다

문제는 그 원료 사업이 조달 창구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절에서 본 대로 이 부문 매출의 대부분이 외부 고객에게 나가고, 그 고객들은 반도체 밖에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회사는 원료 공급을 확보한 대신 반도체 밖 시장의 변동을 안으로 들여왔습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⑤편의 이오테크닉스와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그 회사도 장비의 핵심 부품인 광원을 직접 만드는 쪽을 택했고 그 선택이 원가를 낮춰 이익률을 두 배 넘게 끌어올렸습니다. 같은 수직 통합인데 결과가 반대입니다. 차이는 만든 것을 어디에 쓰느냐에 있었습니다 — 그 회사는 자기 장비에만 넣고, 이 회사는 인수한 사업을 외부에도 계속 팝니다. 안으로만 쓰면 원가가 되고, 밖으로도 팔면 별개의 사업이 됩니다.

그리고 회복이 시작됐지만 아직 짧습니다

2026년 들어 이익률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1분기와 2분기 모두 전년 동기보다 나아졌고 2분기 영업이익은 두 배가 넘게 늘었습니다. 다만 그 회복이 원재료 부문의 전방 사정이 좋아진 결과인지, 아니면 국내 석영 부품 쪽이 워낙 좋아 상쇄한 것인지는 부문별 손익이 공시되지 않아 밖에서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원재료 부문은 여전히 매출의 40%대이고 여전히 외부 고객에게 팝니다.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그래서 무엇으로 판별할 것인가 — 두 축이 서로를 받쳐주는가 함께 흔들리는가 이 회사의 판별식은 매출 성장률이 아닙니다. 2025년에 매출은 5.8%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34.3%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98.4% 사라졌습니다. 매출이 이 회사의 상태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해가 보여줬습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부품과 원재료 두 축이 서로를 받쳐주고 있는가, 아니면 한쪽이 다른 쪽을 끌어내리고 있는가. 3절 ⑥에서 본 대로 이 회사에는 서로 어긋나 분산이 되는 갈래도 있고, 무관한 이유로 움직여 분산이 되지 않는 갈래도 있습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매출총이익률의 방향입니다 — 부문별 손익이 공시되지 않으므로 전사 매출총이익률이 두 축의 합산 결과를 보여주는 가장 이른 지표입니다. 2025년에는 29.5%에서 26.4%로 내려갔고 2026년 상반기에는 28.2%로 돌아왔습니다. 둘째, 매출과 이익의 증가율이 같은 방향인가입니다 — 벌어지면 어느 한 축에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셋째, 원재료 부문의 매출 비중이 어디로 가는가입니다 — 회사가 반기·사업보고서에 부문별 매출을 밝히므로, 이 비중이 계속 커지면 이 회사는 점점 소모품 회사가 아니게 됩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원익QnC를 둘러싼 큰 그림

한 회사를 이해하려면 누구와 싸우고 누구에게 팔며 누구에게 기대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 회사의 지도에는 특징이 둘 있습니다. 부품 시장과 원료 시장에서 각각 다른 상대를 만난다는 점이 하나이고, 고객이 반도체 안팎에 걸쳐 있다는 점이 다른 하나입니다.

🌏 글로벌 라이벌

  • 해외 석영 부품 기업군 [일본·미국 등] 반도체 소재 가운데 석영 부품을 만드는 회사들로, 일본 업체들이 오래 앞서 있던 영역입니다. 이 회사가 국내와 대만에서 자리를 넓혀온 과정이 곧 이들의 물량을 가져온 과정입니다. 3절 ②에서 본 대로 이 시장의 값은 개당 가격이 아니라 부품이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로 매겨지므로, 경쟁도 그 지점에서 벌어집니다.
  • 티씨케이 [코스닥 064760] · 하나머티리얼즈 [코스닥 166090] 같은 챔버 안의 소모성 부품을 만들되 재료가 다른 회사들입니다. 실리콘이나 탄화규소를 쓰는데, 석영보다 오래 버티는 대신 값이 비쌉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④편에서 다룬 하나마이크론의 자회사가 하나머티리얼즈이며, 두 재료가 각각 유리한 공정이 달라 완전한 대체 관계는 아닙니다. 다만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더 오래 버티는 재료로 옮겨가는 흐름은 이 회사에게 압력입니다.
  • 고순도 석영 원료 기업군 [글로벌] 3절 ③에서 본 대로 세계적으로 몇 곳뿐인 시장입니다. 이 회사는 인수를 통해 이 시장의 참여자가 됐으므로, 부품 시장에서는 고객이었던 상대를 원료 시장에서는 경쟁자로 만납니다. 자리가 둘이라 관계도 둘입니다.

🤝 핵심 고객사

  • 국내 반도체 제조사 [코스피 상장] 반도체 앵커기업 ①②편에서 다룬 회사들로, 석영 부품 부문 국내 매출의 주된 상대입니다. 2절에서 본 대로 이 부문 국내 매출이 1,721억원으로 부품 부문에서 가장 크며, 이들의 가동률이 이 회사 매출의 바닥을 만듭니다.
  • 대만·미국 반도체 제조사군 [글로벌] 제조 히어로즈 ②편에서 다룬 최선단 파운드리를 비롯해 해외 고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대만과 미국에 생산 거점을 둔 이유이며, 소모품은 자주 공급해야 하므로 고객 공장 가까이에 만들어 두는 것이 원칙에 가깝습니다.
  • 반도체 밖 석영 원료 고객군 [글로벌] 4절에서 본 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인수한 원료 사업의 고객에는 태양광과 광학처럼 반도체와 다른 이유로 오르내리는 산업이 포함됩니다. 2025년 실적이 무너진 원인이 회사 공시 기준으로 이 부문의 전방산업 부진이었다는 점에서, 이 고객군은 매출처이자 위험의 통로입니다.

🇰🇷 국내 협력 생태계

  • 원익IPS [코스닥 240810] · 원익홀딩스 [코스닥 030530] 같은 원익 계열에 속한 회사들입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③편에서 다룬 원익IPS는 증착 장비를 만드는데, 그 장비의 챔버 안에서 쓰이는 부품이 이 회사의 제품입니다. 장비를 만드는 회사와 그 안에서 닳아 없어지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한 계열 안에 함께 있는 구조입니다.
  • HPSP [코스닥 403870] 소부장 히어로즈 ①편에서 다룬 회사로,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를 만듭니다. 그 장비 역시 웨이퍼를 담아 고압 챔버에 넣는 구조라 석영 부품이 쓰입니다. 국내 장비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이 회사의 매출로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 국내 반도체 부품 재생 생태계 [코스닥 상장 및 비상장] 3절 ⑤에서 본 세정·코팅 사업의 동료이자 경쟁자들입니다. 고객이 원가를 줄이려 할 때 이 시장이 커지므로, 반도체 업황이 나쁠 때 오히려 활기를 띠는 드문 갈래입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부품 시장에서는 소수의 경쟁자와 겨루고, 원료 시장에서는 더 소수의 경쟁자와 겨루며, 세정 시장에서는 또 다른 상대를 만납니다. 세 시장의 조건이 다르고 고객도 다릅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면 설명되지 않는 일이 자주 생기고, 4절에서 세운 판별식이 두 축의 관계를 묻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앞에서 본 구조가 실제 숫자에 어떻게 찍히는지 보겠습니다. 이 표는 네 행인데, 2024년이 없으면 그다음 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분 매출 영업이익 비고
2024년(확정) 8,915억원 906억원(영업이익률 10.2%) 당기순이익 615억원. 매출총이익 2,628억원(29.5%). 직전 2023년은 매출 8,059억원·영업이익 830억원
2025년(확정) 9,436억원(YoY +5.8%) 596억원(YoY −34.3%, 영업이익률 6.3%) 당기순이익 9억 5,807만원(YoY −98.4%). 매출총이익 2,489억원(26.4%)으로 감소. 회사는 공시에서 미국 자회사의 전방산업 부진을 원인으로 밝힘
2026년 1분기(확정) 2,562억원(YoY +10.7%) 219억원(YoY +14.6%, 영업이익률 8.5%) 매출총이익률 26.6%
2026년 2분기(확정) 2,719억원(YoY +16.7%) 309억원(YoY +119.1%, 영업이익률 11.4%) 매출총이익률 29.6%. 상반기 누적으로는 매출 5,281억원(YoY +13.7%)·영업이익 527억원(YoY +59.0%)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네 행 모두 회사가 공시한 확정 실적이며 연결 기준입니다. 다만 2025년의 당기순이익 9억 5,807만원은 영업이익 596억원과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영업 밖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는 뜻인데, 그 성격은 손익계산서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을 함께 보시되 그해의 순이익을 그대로 다음 해에 대입하지 않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부문별 영업이익은 공시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부문별 매출만 밝히고 손익은 전사 기준으로만 보고하므로, 2025년의 이익 감소가 원재료 부문에서 얼마나 나왔는지는 밖에서 계산할 수 없습니다. 이 편의 서술은 회사가 공시에서 밝힌 원인과 부문별 매출 구성을 근거로 합니다. 부문별 매출 비중은 집계 기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 본문의 42.4%와 42.8%는 부문 간 내부 거래를 포함한 총부문매출 기준이고, 외부 매출만 놓고 보면 비중이 조금 달라집니다. 자료마다 숫자가 달라 보이면 어느 기준인지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표에서 먼저 볼 곳은 2025년의 어긋남입니다. 매출은 5.8%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34.3% 줄었습니다. 소모품 회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흔치 않습니다 — 2절 개념 박스에서 본 대로 이 유형은 고객 가동률을 따라가므로 매출과 이익이 대체로 같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매출을 만드는 갈래와 이익을 깎는 갈래가 서로 달랐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로 볼 것은 매출총이익률입니다. 29.5%에서 26.4%로 3.1%포인트 내려갔습니다. 판매관리비를 줄여도 회복되지 않는 종류의 하락인데, 만들어 파는 단계에서 남는 몫 자체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3절 ④에서 본 원재료 부문의 사정이 이 한 줄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세 번째는 2026년의 회복입니다. 매출총이익률이 1분기 26.6%에서 2분기 29.6%로 올라 2024년 수준을 되찾았고, 영업이익률도 11.4%로 회복됐습니다. 다만 4절에서 짚은 대로 이 회복이 원재료 부문의 전방 사정이 나아진 결과인지 부품 부문이 워낙 좋아 상쇄한 것인지는 부문별 손익이 공시되지 않아 구분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표에 없는 것을 봐야 합니다. 두 축 각각의 손익입니다. 이 회사의 다음 몇 년을 정하는 것은 부품과 원재료 두 사업이 서로를 받쳐주느냐인데, 그 답은 전사 합산 숫자만으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4절 판별식이 매출총이익률과 부문별 매출 비중을 함께 보라고 한 이유입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여기까지가 이 회사가 무엇을 잘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제 반대편입니다. 분기 하나의 악재가 아니라 구조 자체에서 나오는 위험을 층위별로 나눠 보겠습니다.

첫째, 매출의 가장 큰 갈래가 본업과 다른 이유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3절 ④에서 본 것이 이 회사의 가장 근본적인 조건입니다. 원료를 확보하려던 선택이 반도체 밖 시장의 변동을 안으로 들여왔고, 그 부문이 매출의 40%대입니다. 2025년이 그 위험이 실현된 해였고, 구조는 그대로이므로 반복될 수 있습니다.

둘째, 부문별 손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사는 부문별 매출만 공시하고 손익은 전사로만 보고합니다. 그래서 어느 갈래가 벌고 어느 갈래가 까먹는지를 밖에서 확인할 수 없고, 문제가 생겨도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판단에 쓸 정보가 부족한 구조입니다.

셋째, 재료가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5절에서 본 대로 같은 챔버 안에서 석영보다 오래 버티는 재료를 쓰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값이 비싸 완전한 대체는 아니지만, 공정이 미세해지고 부품 교체에 따르는 정지 시간의 값이 커질수록 그쪽으로 옮겨갈 유인이 생깁니다. 3절 ②에서 본 대로 이 시장의 값은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로 매겨지기 때문입니다.

넷째, 인수로 커진 구조의 부담입니다. 이 회사는 2019년과 2022년에 해외 사업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가 함께 늘었고, 여러 나라에 흩어진 종속기업을 운영해야 합니다. 환율과 통상 환경, 각국의 전력·인건비 조건이 모두 변수가 되며, 그 영향은 영업 밖에서 손익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다섯째, 값을 정하는 쪽에 서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부품 사업의 고객은 대형 반도체 제조사이고, 이들은 소모품 단가를 정기적으로 낮추려 합니다. 3절 ②에서 본 대로 값이 수명으로 매겨진다는 것은 더 오래 가는 부품을 만들어야 값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 개선은 곧 교체 주기가 길어진다는 뜻이라 물량을 줄이는 방향으로도 작용합니다.

여섯째, 회복의 기록이 짧다는 점입니다. 2026년 들어 이익률이 돌아왔지만 두 분기입니다. 그리고 그 회복의 원인이 두 축 가운데 어디에서 왔는지가 공시로 확인되지 않으므로, 구조가 바뀐 것인지 한쪽이 다른 쪽을 잠시 덮은 것인지 아직 갈리지 않았습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세 가지 해석

사실을 정리했으니 이제 해석입니다. 원익QnC를 통해 이 산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 세 가지를 보겠습니다.

① 수직 통합은 안으로만 쓸 때 원가가 됩니다

4절에서 본 대비가 이 편에서 가장 쓸모 있는 관점일 수 있습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⑤편의 이오테크닉스도 이 회사도 자기 제품의 핵심 재료를 직접 만드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한쪽은 이익률이 두 배 넘게 올랐고 다른 쪽은 실적이 무너졌습니다.

차이는 만든 것을 어디에 쓰느냐에 있었습니다. 안으로만 쓰면 그것은 원가 절감이고, 그 효과는 자기 매출의 크기 안에서만 작동합니다. 밖에도 팔면 그것은 새로운 사업이고, 그 사업의 시장이 따로 있으며 그 시장의 사정이 회사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가 원료나 부품을 내재화했다는 소식을 만나면 한 가지를 더 물어야 합니다 — 그것을 자기만 쓰는가, 아니면 밖에도 파는가. 앞이면 원가 구조를 본 것이고, 뒤면 사업 구성을 본 것입니다. 후자라면 그 회사를 평가할 때 새로 들어온 시장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② 안정적인 사업이라는 평판이 실제 구성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소모품 회사는 대체로 실적이 완만합니다. 2절 개념 박스에서 본 대로 고객이 공장을 돌리는 동안 계속 매출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유형은 예측하기 쉬운 사업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그 평판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매출이 5.8% 늘어난 해에 순이익이 98.4% 사라졌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 매출의 40%대가 소모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를 유형으로 묶어 이해할 때는 그 유형에 해당하는 매출이 실제로 얼마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소모품 회사, 장비 회사, 위탁 생산 회사 같은 분류는 편리하지만 그 분류가 매출의 절반 이하만 설명한다면 예측이 어긋납니다. 사업보고서의 부문별 매출을 한 번 보는 것으로 대부분 확인됩니다.

③ 밸류체인의 앞 칸이 좁으면 뒤 칸이 불리합니다

3절 ③에서 본 구조가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관점 하나를 보여줍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3부에서 이 산업의 각 칸이 좁고 그 칸을 채울 수 있는 회사가 몇 곳뿐이라고 정리했는데, 그 좁음은 자기 칸에 있을 때만 강점입니다.

자기 앞 칸이 좁으면 반대가 됩니다. 원료를 대는 곳이 몇 곳뿐이면 값이 오를 때 피할 수 없고 공급이 빠듯할 때 만들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시장이 빠듯해질 때 한꺼번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어떤 반도체 소재 기업을 볼 때는 그 회사가 무엇을 만드는지만이 아니라 무엇으로 만드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원료가 흔하면 값 경쟁에 시달리고, 원료가 귀하면 공급자에게 눌립니다. 이 회사는 후자였고, 그래서 원료 회사를 샀습니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 판정 중입니다 — 목적은 달성했는데 다른 것이 함께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특정 날짜의 일정을 나열하는 대신, 몇 년이 지나도 유효한 질문 네 가지와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남깁니다.

첫째, 매출총이익률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가. 4절 판별식의 첫 확인 지점입니다. 부문별 손익이 공시되지 않으므로 이 숫자가 두 축의 합산 결과를 보여주는 가장 이른 지표입니다. 2024년 29.5%, 2025년 26.4%, 2026년 2분기 29.6%라는 궤적을 기준선으로 두고 보시면 됩니다.

둘째,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같은 방향인가. 8절 ②에서 본 확인 방법입니다. 소모품 사업이 실적의 중심이라면 두 숫자가 대체로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크게 벌어지는 해가 나오면 어느 한 갈래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2025년이 그 사례였습니다.

셋째, 원재료 부문의 매출 비중이 어디로 가는가. 회사가 반기·사업보고서에 부문별 매출을 밝히므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비중이 계속 커지면 이 회사를 소모품 회사로 이해하는 것이 점점 맞지 않게 되고, 반대로 부품과 세정 쪽이 커지면 실적의 진폭이 줄어듭니다.

넷째, 부문별 손익이 공시되기 시작하는가. 7절 둘째에서 본 대로 지금은 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정보가 밖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회사가 부문별 영업이익을 밝히기 시작한다면 그 자체로 판단의 질이 달라지고, 밝히지 않는다면 앞의 세 가지 간접 지표에 계속 의존해야 합니다.

10. 마무리하며

원익QnC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반도체 공정 장비 안에서 함께 깎여 나가는 석영 부품을 만들면서, 그 부품의 원료를 만드는 회사까지 사들여 밸류체인의 두 칸을 동시에 차지한 소재 기업입니다. 원료를 확보했다는 것이 그 선택의 성과이고, 그 원료 사업이 매출의 40%대가 됐다는 것이 그 선택의 값입니다.

이 편에서 확인한 것은 둘이 같은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반도체용 고순도 석영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몇 곳뿐이라 부품 회사는 늘 원료 공급자에게 눌립니다. 그 위험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그 회사를 사는 것이었고 실제로 목적은 달성됐습니다. 다만 인수한 회사는 이 회사에만 팔던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원료를 확보한 대신 반도체 밖 시장의 변동을 안으로 들여왔고, 2025년에 그것이 실현됐습니다.

같은 시리즈에서 광원을 직접 만들어 이익률을 두 배 넘게 끌어올린 회사를 봤습니다. 같은 수직 통합인데 결과가 반대였던 이유는 만든 것을 어디에 쓰느냐에 있었습니다. 안으로만 쓰면 원가가 되고, 밖에도 팔면 사업이 됩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볼 때 물어야 할 것은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가가 아니라, 두 축이 서로를 받쳐주는가 아니면 함께 흔들리는가입니다.

소부장 히어로즈 시리즈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반도체 제조와 후공정을 떠받치는 국내 기업 가운데 아직 다루지 않은 곳이 여럿이고, 새로 자리를 잡는 회사도 계속 나옵니다. 다음에 어느 회사를 다루든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 확인한 질문은 같습니다 — 이 회사가 서 있는 자리는 누가 넘긴 자리인가,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매년 무엇을 치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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