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히어로즈 ②편에서 다룬 TSMC는 남의 설계도대로 웨이퍼를 만들어주는 회사인데 매출총이익률이 60%대 후반입니다. 이 편의 앰코테크놀로지(Amkor)는 남의 칩을 대신 포장하고 검사해주는 회사인데 그 숫자가 10%대입니다. 둘 다 자기 브랜드 제품 없이 남의 것을 대신 만들어주는 자리이고 둘 다 세계 최상위인데, 남기는 몫이 네 배 넘게 벌어집니다.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를 알면 반도체 밸류체인의 각 칸이 왜 서로 다른 값을 갖는지가 보입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4부에서 후공정을 뒤처리에서 이 산업의 다음 전장이 됐다고 정리했는데, 전장이 됐다는 것과 값을 받는다는 것이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1. 왜 지금 앰코테크놀로지인가 — 대신해주는 자리의 다른 쪽 끝
반도체 밸류체인 4부에서 후공정을 다루며 이 구간이 왜 중요해졌는지를 정리했습니다. 회로를 더 작게 새기는 방식으로 성능을 올리는 길이 비용과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자, 성능을 끌어올리는 책임이 앞 공정에서 뒤 공정으로 넘어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칩 여러 개를 붙여 하나처럼 쓰는 방식이 그 답이 되면서, 오랫동안 뒤처리로 불리던 자리가 이 산업의 다음 전장이 됐습니다.
그 구간에서 남의 칩을 대신 포장하고 검사해주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을 위탁 패키징 기업, 업계 용어로는 OSAT라 부릅니다. 앰코테크놀로지는 그중 세계 2위이고, 미국에 본사를 둔 곳으로는 가장 큽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출발점은 한국입니다. 1968년 한국 아남산업의 미국 판매법인으로 시작해 1997년 독립 기업으로 재편됐고 이듬해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지금은 애리조나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한국 공장은 여전히 이 회사의 큰 축입니다.
이 회사를 지금 봐야 하는 이유는 자리 자체가 바뀌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이 구간의 값은 얇았습니다. 남이 정한 규격대로 조립하고 검사하는 일이라 대체하기 쉬웠고, 그래서 값보다 캐파와 원가로 겨루는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와 10년짜리 협력을 맺었고, 인공지능 가속기를 만드는 회사가 미국 내 생산능력을 늘려달라며 선급금을 얹은 다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고객이 이 회사를 고르는 이유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이고, 그 변화가 진짜인지가 이 편의 질문입니다.
후공정 히어로즈 첫 편에서 다룬 한미반도체와 나란히 놓으면 대비가 선명해집니다. 두 회사는 실제로 거래 관계입니다 — 한미반도체가 밝힌 고객 명단에 이 회사가 올라 있습니다. 그런데 돈이 생기는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그 회사는 장비를 팔아 고객이 투자할 때 매출이 몰리고, 이 회사는 서비스를 팔아 고객이 생산할 때 매출이 들어옵니다. 앞은 분기 진폭이 크고 뒤는 완만한 대신 이익률이 얇습니다. 같은 후공정이라는 단어 안에 시계가 다른 두 사업이 있다는 점이 이 미니시리즈 두 편을 나란히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 편이 묻는 것은 셋입니다. 칩을 포장한다는 일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남에게 맡기는가, 같은 위탁인데 왜 앞 공정보다 값을 덜 받는가, 그리고 지금 벌어지는 변화가 그 값을 바꿀 수 있는가.
앰코테크놀로지, 한눈에 보기
📌 기본 정보 티커: 나스닥 AMKR | 설립: 1968년 한국 아남산업의 미국 판매법인으로 출발, 1997년 독립 기업으로 재편되고 이듬해 나스닥 상장 | 사업 구성: 위탁 패키징·테스트 단일 사업이며 첨단 제품군이 매출의 80%대, 나머지가 전통 방식 제품군 | 생산 구조: 한국·베트남·필리핀·중국·대만·포르투갈 등에 공장을 두고 미국 애리조나에 새 거점을 짓는 중 | 지배구조: 창업 가문이 상당 지분을 보유한 가운데 나머지는 기관투자자에 분산 | 시장 내 위치: 세계 OSAT(위탁 패키징·테스트) 시장 2위이며 미국에 본사를 둔 곳으로는 최대 | 한 줄 정체성: 반도체 회사가 직접 하지 않기로 한 마지막 공정을 대신 맡아, 설계도 제조도 하지 않으면서 칩을 상품으로 완성해 돌려주는 세계 2위 위탁 패키징 기업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이 회사가 파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공정입니다. 고객이 웨이퍼를 보내오면 그것을 낱개 칩으로 잘라 감싸고 전기 통로를 이어 붙인 뒤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해 돌려줍니다. 공시상 사업부문은 하나이고, 대신 그 안에서 제품군을 둘로 나눠 보고합니다. 무엇을 만드는지, 누구에게 파는지, 그리고 돈이 어떻게 들어오는지를 차례로 보시면 이 회사의 이익률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가 그려집니다.
무엇을 파는가 — 첨단 제품군과 전통 제품군
첫째 갈래를 회사는 첨단 제품군이라 부릅니다. 칩 표면에 직접 돌기를 만들어 기판에 엎어 붙이는 방식, 웨이퍼 상태에서 포장까지 끝내는 방식, 성격이 다른 칩 여러 개를 한 덩어리로 묶는 방식이 여기 들어갑니다. 인공지능 가속기와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 이 갈래로 처리되고, 2026년 2분기 기준 이 회사 매출의 80%대를 차지합니다.
둘째 갈래는 전통 방식 제품군입니다. 칩과 기판을 아주 가는 금선으로 하나씩 이어 붙이는 오래된 방식인데, 자동차와 산업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여전히 이 방식으로 충분합니다. 비중은 작지만 이 갈래가 있어서 인공지능 수요가 주춤할 때 완충이 됩니다. 2026년 2분기에 이 갈래도 20%대로 늘었는데, 첨단 쪽만 크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두 갈래를 나누는 기준은 기술 이름이 아니라 값입니다. 첨단 제품군은 공정 단계가 많고 장비가 비싸며 실패했을 때 잃는 것이 커서 웨이퍼 한 장을 처리하는 값이 높습니다. 전통 제품군은 그 반대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이익률은 물량보다 이 두 갈래의 비율에 먼저 반응합니다.
누구에게 파는가 — 설계 회사, 파운드리, 그리고 종합반도체기업
사가는 쪽은 셋으로 나뉩니다. 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회사들이 하나이고, 웨이퍼까지만 만들고 그 뒤를 맡기는 파운드리가 다른 하나이며, 설계부터 제조까지 다 하면서도 뒷공정 일부를 밖으로 돌리는 종합반도체기업이 나머지입니다. 세 갈래 모두 이 회사에 맡기는 이유가 조금씩 다른데,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 이 공정을 직접 하려면 공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데 그럴 만큼 물량이 꾸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강조하는 것은 관계의 길이입니다. 주요 고객과의 거래가 30년 넘게 이어진 비중이 상당하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산업에서 그 길이가 갖는 의미는 뒤에서 다시 보게 됩니다. 최근에는 그 관계의 성격이 바뀌는 사건이 둘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와 10년 협력을 맺어 미국에서 첨단 패키징 생태계를 함께 짓기로 했고, 인공지능 가속기를 만드는 회사와 다년 계약을 맺으면서 그쪽이 미국 내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선급금을 대기로 했습니다.
돈은 어떻게 들어오는가 — 고객이 생산하는 만큼
이 회사의 매출은 고객이 칩을 몇 개 만드느냐에 따라 들어옵니다. 장비를 파는 회사처럼 투자 시점에 몰렸다 끊기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생산라인이 도는 동안 계속 발생합니다. 그래서 분기 진폭이 상대적으로 완만합니다.
대신 다른 성질이 붙습니다. 공장을 채워야 남는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이 회사가 들고 있는 설비는 고객이 주문을 넣든 안 넣든 감가상각이 매달 똑같이 발생하므로, 가동률이 이익률을 거의 그대로 정합니다. 회사가 실적을 설명할 때 공장 가동률과 제품 구성을 함께 언급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3부에서 파운드리의 생명이 가동률이라고 했는데, 그 구조가 후공정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다만 파운드리와 결정적으로 다른 대목이 하나 있고, 그것이 이 편의 축입니다. 구체적인 숫자와 그 격차의 크기는 6절에서 따로 짚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위탁 패키징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 반도체 회사 입장에서 뒷공정을 직접 하려면 공장과 장비를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공정은 제품마다 방식이 다르고 물량도 들쭉날쭉합니다. 이번 세대에 필요한 설비가 다음 세대에는 남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위탁 패키징 기업은 여러 고객의 물량을 한 공장에 모아 그 문제를 해결합니다. 한 고객의 주문이 비면 다른 고객의 주문으로 채우고, 그래서 고객 각자가 직접 하는 것보다 설비를 촘촘히 돌릴 수 있습니다. 고객이 값을 치르는 대상은 기술만이 아니라 이 채워주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이 사업의 성격이 정해집니다. 여러 고객의 물량을 모아 채우는 것이 존재 이유라면, 그 회사가 받는 값은 대체로 채워주는 대가만큼입니다. 값을 더 받으려면 아무나 채워줄 수 없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조건이 무엇인지가 3절의 주제입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후공정은 조립이라는 말로 자주 요약됩니다. 웨이퍼를 잘라 케이스에 담는 일이라는 인상인데, 그 요약이 맞았다면 이 회사가 40년 넘게 자리를 지킬 이유도 없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가 10년 협력을 맺을 이유도 없습니다. 실제로 이 구간에서 벌어지는 일은 담는 것이 아니라 잇는 것입니다. 그리고 잇는 방식이 바뀌면서 이 구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는 중입니다. 칩을 감싸야 하는 이유(①), 이었다가 붙였다가로 바뀌어온 방식(②), 옆으로 붙이는 일이 왜 뒷공정으로 넘어왔는지(③), 여러 고객의 물량을 한 공장에 모은다는 것의 실제 의미(④), 만든 뒤 시험하는 일이 왜 함께 팔리는지(⑤), 그리고 이 모든 일에 왜 값이 얇게 매겨지는지(⑥)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① 칩은 왜 감싸야 하는가
웨이퍼에서 갓 잘라낸 칩은 그대로는 쓸 수 없습니다. 표면의 회로가 밖으로 드러나 있어 습기와 먼지에 곧바로 상하고, 손으로 집을 수도 없을 만큼 작고 얇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깥과 신호를 주고받을 통로가 없습니다. 칩 표면에 있는 접점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서, 기판에 그대로 얹어서는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패키징이 필요합니다. 하는 일은 셋입니다. 칩을 물리적으로 보호하고, 칩 안의 미세한 접점을 기판이 다룰 수 있는 크기의 단자로 넓혀주고, 칩이 계산하며 내는 열을 밖으로 빼냅니다. 이 셋이 다 되어야 칩이 비로소 다른 부품들과 함께 기판에 앉을 수 있습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4부가 이 구간을 칩이 진짜 상품이 되는 순간이라고 부른 이유입니다.
여기서 셋째가 갈수록 중요해졌습니다. 인공지능 계산에 쓰이는 칩은 전력을 많이 쓰고 그만큼 열이 납니다. 열이 빠지지 않으면 칩이 스스로 속도를 낮추므로, 아무리 좋은 회로를 그려도 성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감싸는 방식이 성능을 정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고, 조립이라는 요약이 더 이상 맞지 않게 된 지점이기도 합니다.
② 잇는 방식이 바뀌어왔습니다
칩과 기판을 잇는 가장 오래된 방법은 금선입니다.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금실을 칩 위 접점과 기판 위 접점 사이에 하나씩 걸어 연결합니다. 만들기 쉽고 값이 싸며 지금도 자동차와 산업용 반도체에 널리 쓰입니다. 문제는 접점이 칩 가장자리에만 놓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을 걸려면 가장자리로 나와야 하니, 칩이 아무리 커도 연결 개수는 둘레 길이에 묶입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칩을 뒤집는 방식입니다. 칩 표면 전체에 미세한 금속 돌기를 만들어 놓고 칩을 엎어 기판에 그대로 눌러 붙입니다. 가장자리가 아니라 면 전체를 쓰니 연결 개수가 몇 배로 늘고, 선을 돌아가지 않으니 신호가 오가는 거리도 짧아집니다. 회사가 첨단 제품군의 첫머리에 이 방식을 두는 이유이고, 이 방식이 도입되면서 이 구간이 값을 조금 더 받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웨이퍼 상태에서 포장까지 끝내는 방식입니다. 칩을 하나씩 잘라낸 뒤 처리하는 대신, 웨이퍼에 붙어 있는 상태에서 배선과 단자를 한꺼번에 만들고 마지막에 잘라냅니다. 한 번에 수백 개를 처리하니 개당 비용이 내려가고, 무엇보다 패키지 크기를 칩 크기에 가깝게 줄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처럼 자리가 없는 기기에서 이 차이가 큽니다.
💡 쉽게 비유하면 — 건물과 도로를 잇는 방식 금선으로 잇는 방식은 건물 정문 앞에만 길을 낼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건물이 아무리 커도 드나들 수 있는 통로는 앞면 폭만큼입니다. 사람이 늘어나면 정문 앞이 막힙니다. 칩을 뒤집어 붙이는 방식은 건물 바닥 전체에 통로를 내는 것과 같습니다. 위치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아래로 바로 내려갈 수 있으니 통로 수가 훨씬 늘고, 이동 거리도 짧아집니다. 다만 바닥의 통로와 땅속의 통로가 정확히 맞아야 하므로 짓는 난도가 확 올라갑니다. 그리고 웨이퍼 상태에서 처리하는 방식은 건물을 하나씩 짓는 대신 단지 전체의 지하 통로를 먼저 깔고 나중에 구획을 나누는 것에 가깝습니다. 한 번에 처리하니 개당 값이 내려가고 단지도 조밀해집니다. 이 셋의 차이가 곧 이 회사가 받는 값의 차이입니다.
③ 옆으로 붙이는 일이 왜 이 구간으로 넘어왔는가
세 번째가 이 구간을 전장으로 만든 변화입니다. 제조 히어로즈 ②편에서 본 대로 한 번에 그릴 수 있는 칩의 크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어, 연산 회로를 더 넣고 싶어도 넣을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칩을 크게 만드는 대신 여러 개를 아주 가깝게 나란히 놓고 촘촘한 배선으로 이어 붙이는 방식이 나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일이 어느 구간의 일이냐는 점입니다. 붙이는 정밀도가 앞 공정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웨이퍼를 만든 회사가 그대로 붙이는 편이 유리해졌고, 그래서 이 영역의 상당 부분은 파운드리가 직접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전부는 아닙니다. 파운드리의 생산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모든 제품이 최고 난도의 방식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사이의 물량이 이 회사 같은 위탁 패키징 기업으로 옵니다.
이 구조를 정확히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회사가 파운드리와 겨루는 것이 아니라, 파운드리가 소화하지 못하거나 직접 할 이유가 없는 부분을 맡는 구조입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와 10년 협력을 맺은 것도 경쟁이 아니라 분담의 형태이고, 앞 공정을 미국으로 옮기면 붙이는 공정도 함께 옮겨야 하기 때문에 생긴 관계입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3부와 4부를 관통하는 관점으로 보면, 이 회사가 서 있는 자리는 남들이 넘긴 자리이되 그중에서도 넘긴 쪽이 언제든 되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④ 여러 고객을 한 공장에 모은다는 것
이 회사의 공장에는 서로 경쟁하는 회사들의 칩이 함께 들어옵니다. 그리고 제품마다 크기도 방식도 요구 조건도 다릅니다. 같은 라인에서 오늘은 스마트폰용을, 내일은 자동차용을 처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의 진짜 기술은 개별 공정보다 전환에 있습니다. 제품이 바뀔 때마다 장비의 설정을 바꾸고 치구를 교체하고 조건을 다시 잡아야 하는데, 그 전환에 걸리는 시간이 곧 비어 있는 시간입니다. 2절에서 본 대로 이 사업은 설비를 채워야 남으므로, 전환을 빨리 끝내는 능력이 이익률로 곧장 옮겨갑니다. 여러 나라에 공장을 두는 것도 같은 계산에서 나옵니다 — 고객이 원하는 지역에서 처리해줄 수 있으면 물량을 더 모을 수 있고, 물량이 모이면 채우기 쉬워집니다.
여기에 이 회사가 강조하는 방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고객이 칩을 다 설계한 뒤에 받는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함께 들어가는 것입니다. 패키지 구조를 먼저 정해두면 칩의 접점 배치가 달라지므로, 나중에 맞추는 것보다 처음부터 함께 잡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한 제품은 양산에 들어간 뒤 다른 회사로 옮기기가 어렵습니다. 회사가 30년 넘게 이어온 고객 관계를 앞세우는 근거가 여기 있습니다.
⑤ 만든 뒤 시험하는 일이 함께 팔립니다
포장이 끝났다고 일이 끝나지 않습니다. 칩이 실제로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 시험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상온에서 잘 돌아가던 칩이 뜨겁거나 차가운 환경에서 틀리는 경우가 있고, 오래 켜두면 초기에 고장 나는 개체도 있습니다. 그래서 온도를 올리고 전압을 걸어 미리 약한 것을 걸러내는 시험을 거칩니다.
이 시험을 위탁 패키징 기업이 함께 맡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불량이 나왔을 때 원인이 칩 자체인지 포장 과정인지 가려야 하는데, 두 공정이 다른 회사에 있으면 그 판정에 시간이 걸립니다. 한 회사가 붙이고 시험까지 하면 원인을 곧바로 되짚어 공정 조건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가 자기 사업을 패키징과 테스트를 묶어 부르는 것도 그래서이고, 후공정 히어로즈 ①편의 한미반도체가 붙이는 장비와 검사하는 장비를 함께 파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⑥ 그런데 왜 값은 얇게 매겨지는가
마지막이 이 편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앞에서 본 일들은 결코 쉽지 않은데, 이 회사가 남기는 몫은 앞 공정의 파운드리와 비교하면 훨씬 얇습니다. 같은 위탁인데 왜 다를까요. 이유는 셋입니다.
첫째, 고객이 규칙을 정합니다. 제조 히어로즈 ②편에서 본 대로 파운드리는 고객에게 설계 규칙을 건네고 고객이 그 규칙에 맞춰 칩을 그립니다. 그래서 옮기려면 설계를 다시 해야 합니다. 반면 패키징은 대체로 고객이 정한 규격과 재료 목록에 이 회사가 맞춥니다. 옮기는 비용이 0은 아니지만 설계를 다시 그릴 만큼은 아닙니다.
둘째, 대체할 곳이 여럿 있습니다. 최선단 웨이퍼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세계에 몇 곳뿐이지만, 패키징과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회사는 대만과 중국과 한국에 여럿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은 대개 두 곳 이상에 나눠 맡깁니다. 공급이 끊기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나눠 맡기는 순간 값은 비교됩니다.
셋째, 자본은 무거운데 진입 장벽은 그만큼 높지 않습니다. 공장과 장비에 매년 수조원이 들어가므로 감가상각이 계속 발생하는데, 그 설비가 앞 공정만큼 희소하지는 않습니다. 무거운 고정비와 낮은 희소성이 겹치면 값을 올리기 어렵고 가동률에 이익이 좌우됩니다. 이 회사의 이익률이 가동률과 제품 구성에 따라 오르내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값이 오르려면 셋 중 하나가 바뀌어야 합니다. 고객이 규격을 정하기 전에 이 회사가 개입하거나,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줄거나, 고객이 이 회사여야만 하는 이유가 생기거나. ④에서 본 설계 단계 참여가 첫째에 해당하고, 첨단 방식으로 옮겨갈수록 할 수 있는 곳이 줄어드는 것이 둘째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최근의 두 계약이 셋째입니다 — 세계 최대 파운드리가 미국에서 함께 짓기로 한 것과, 인공지능 가속기 회사가 선급금을 대면서까지 이 회사의 미국 생산능력을 늘려달라고 한 것은 캐파를 사는 행동이 아니라 자리를 확보하는 행동에 가깝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대신해주는 일의 값을 정하는 것 남의 일을 대신해주는 사업의 값은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몇 곳인가, 그리고 옮기는 데 무엇이 드는가로 정해집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3부와 4부를 나란히 놓으면 이 원리가 선명해집니다. 웨이퍼를 만드는 일과 그것을 포장하는 일은 둘 다 남이 넘긴 자리인데, 앞쪽은 넘겨받은 곳이 몇 곳뿐이고 고객의 설계가 그 규칙 위에 얹혀 있어 되가져갈 수도 옮길 수도 없게 됐습니다. 뒤쪽은 넘겨받은 곳이 여럿이고 고객이 규격을 쥐고 있어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어떤 위탁 사업을 볼 때는 그 일의 난도보다 이 두 질문을 먼저 던지는 편이 정확합니다 — 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몇 곳인가, 그리고 고객이 옮기려면 무엇을 다시 해야 하는가.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이유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3절을 정리하면 이 회사의 우위는 세 겹입니다. 첫째, 여러 나라에 공장을 두어 고객이 원하는 지역에서 처리해줄 수 있습니다. 둘째, 첨단 방식과 전통 방식을 함께 갖춰 한 고객의 여러 제품을 한 곳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설계 단계부터 함께 들어가 양산까지 이어온 관계가 길고, 그렇게 시작한 제품은 옮기기 어렵습니다.
셋 중 결정적인 것은 셋째입니다. 첫째와 둘째는 돈과 시간을 들이면 경쟁사도 갖출 수 있습니다 — 실제로 대만과 중국의 대형 OSAT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반면 특정 제품의 설계 초기부터 함께 구조를 잡아본 이력은 그 제품이 살아 있는 동안 이어지고, 그 고객의 다음 제품에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런데 이 해자는 제품 단위로만 높습니다
문제는 그 축적이 쌓이는 단위입니다. 그것은 산업 전체도 고객 전체도 아니라 개별 제품 위에 쌓입니다. 제품 하나를 맡으면 그 제품이 단종될 때까지는 안정적이지만, 다음 제품에서 고객이 다른 회사와 함께 시작하기로 하면 그 자리는 새로 겨뤄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 대부분이 공급을 한 곳에 몰지 않는다는 점을 함께 보면, 이 회사의 자리는 늘 부분적입니다.
후공정 히어로즈 ①편의 한미반도체와 이 지점에서 갈립니다. 그 회사의 자리는 세대 단위로 열리고 닫혀서 잃을 때 크게 잃고 되찾을 때 크게 되찾습니다. 이 회사의 자리는 제품 단위라 한 번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지만, 대신 조금씩 계속 다시 겨뤄야 합니다. 진폭이 큰 대신 회복이 빠른 사업과, 진폭이 작은 대신 값을 올리기 어려운 사업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조건이 바뀌는 중입니다
3절 ⑥에서 본 세 가지 조건 가운데 둘이 최근 움직였습니다. 인공지능 가속기처럼 여러 칩을 붙여야 완성되는 제품이 늘면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줄었고, 미국 안에서 처리해달라는 요구가 생기면서 지역 조건이 하나 더 붙었습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와의 10년 협력, 그리고 선급금이 얹힌 다년 계약이 그 결과입니다. 특히 선급금은 성격이 다릅니다 — 값을 깎으려는 고객이 아니라 자리를 미리 확보하려는 고객의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이 구조의 변화인지 한 국면인지는 아직 갈리지 않았습니다. 계약은 확정된 사실이지만 그 계약이 이 회사의 남기는 몫을 실제로 바꾸는지는 다른 문제이고, 미국 공장은 아시아 공장보다 비용이 높아 초기에는 오히려 이익률을 누릅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볼 때의 질문은 계약을 더 따내는가가 아닙니다.
📌 그래서 무엇으로 판별할 것인가 — 고객이 캐파를 사는가 자리를 사는가 이 회사의 판별식은 매출 성장률도 수주 소식도 아닙니다. 3절 ⑥에서 본 대로 이 사업은 고객이 생산하는 만큼 매출이 들어오므로, 인공지능 수요가 커지면 매출은 자연히 늘어납니다. 늘어난다는 사실 자체가 이 회사의 자리가 좋아졌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고객이 이 회사에서 사는 것이 남는 설비인가, 아니면 이 회사여야만 하는 자리인가. 앞이라면 값은 계속 비교되고 이익률은 가동률을 따라다닙니다. 뒤라면 값이 먼저 움직입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매출총이익률이 매출 성장률보다 빠르게 오르는가 — 물량으로 번 것인지 값으로 번 것인지가 이 한 숫자에서 갈립니다. 둘째, 첨단 제품군의 비중이 계속 올라가는가 — 2절에서 본 대로 이 회사의 이익률은 물량보다 두 갈래의 비율에 먼저 반응합니다. 셋째, 고객이 돈을 먼저 내는 형태의 계약이 늘어나는가 — 선급금이나 장기 확약은 고객이 자리를 사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이고, 이 회사가 그런 계약을 몇 건 갖고 있는지가 다음 몇 년을 정합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앰코테크놀로지를 둘러싼 큰 그림
한 회사를 이해하려면 누구와 싸우고 누구에게 팔며 누구에게 기대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 회사의 지도에는 특징이 둘 있습니다. 경쟁자가 대만과 중국에 여럿이라 값이 늘 비교된다는 점이 하나이고, 고객 명단에 설계 회사와 파운드리가 함께 올라 있어 밸류체인의 앞뒤 양쪽과 이어져 있다는 점이 다른 하나입니다.
🌏 글로벌 라이벌
- ASE [대만 3711] 세계 1위 OSAT(위탁 패키징·테스트 기업)로 이 회사보다 규모가 큽니다. 대만에 기반을 두고 있어 파운드리와 물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이 있는데, 3절 ③에서 본 대로 앞 공정과 뒷 공정이 붙어 있을수록 유리한 흐름에서 이 거리 차이가 값을 합니다. 이 회사가 미국 거점을 서두르는 배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 JCET·화톈 등 중국 위탁 패키징 기업군 [중국 상하이 600584 등] 자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전통 방식 제품군에서 값으로 부딪히는 상대이며, 3절 ⑥에서 본 대로 대체할 곳이 여럿이라는 조건을 실제로 만드는 것이 이런 회사들의 존재입니다.
- 하나마이크론 [코스닥 067310] 소부장 히어로즈 ④편에서 다룬 국내 1위 OSAT입니다. 이 회사와 같은 사업을 하며 베트남과 브라질에 생산기지를 두고 원가로 경쟁합니다. 규모는 이 회사보다 작지만, 국내 투자자가 같은 산업의 두 회사를 나란히 볼 수 있는 사례라 함께 읽을 만합니다.
🤝 핵심 고객사
- TSMC [뉴욕 TSM · 대만 2330] 제조 히어로즈 ②편에서 다룬 세계 최대 파운드리로, 고객이자 동시에 일부 영역에서는 경쟁자입니다.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패키징 생태계를 함께 짓는 10년 협력을 맺었는데, 그 편에서 본 대로 앞 공정을 대만 밖으로 옮기면 붙이는 공정도 함께 옮겨야 하기 때문에 생긴 관계입니다.
- 엔비디아 [나스닥 NVDA] 설계 히어로즈 ②편에서 다룬 회사로, 2026년 7월 이 회사와 다년 전략적 협력을 맺으면서 미국 내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선급금을 대기로 했습니다. 계약 규모는 15억 달러로 알려졌습니다. 4절 판별식이 말하는 자리를 사는 행동의 가장 뚜렷한 사례입니다.
- 설계 회사와 종합반도체기업 고객군 [글로벌]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자동차용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들이 이 회사의 나머지 고객입니다. 회사는 주요 고객과의 거래가 30년 넘게 이어진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3절 ④에서 본 대로 설계 단계부터 함께 시작한 제품은 양산 뒤 옮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국내 협력 생태계
- 한미반도체 [코스피 042700] 후공정 히어로즈 ①편에서 다룬 회사로, 이 회사에 장비를 공급합니다. 그 편에서 본 공시 고객 명단에 이 회사와 이 회사의 한국 법인이 함께 올라 있습니다. 두 편이 경쟁이 아니라 거래로 이어져 있고, 3절 ⑤에서 본 붙이고 시험하는 일이 그 장비 위에서 이뤄집니다.
- 삼성전기 [코스피 009150] 소부장 히어로즈 ⑧편에서 다룬 회사로, 칩이 앉을 기판을 만듭니다. 3절 ①에서 본 대로 패키징의 일이 칩의 미세한 접점을 기판이 다룰 수 있는 크기로 넓혀주는 것이라면, 그 기판을 대는 쪽이 여기입니다. 두 회사의 일이 한 패키지 안에서 맞물립니다.
- 국내 후공정 소부장 기업군 [코스피·코스닥 상장] 이 회사는 한국에 큰 공장을 두고 있어 국내 장비·소재 기업의 고객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3부에서 한국이 이 산업의 선수이자 무기상이라는 이중 위치에 있다고 정리했는데, 국내 기업이 해외 위탁 패키징 기업에 장비를 대는 관계가 그 무기상 쪽의 한 갈래입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경쟁자는 여럿이고 고객 가운데 하나는 같은 일을 직접 하기도 합니다. 즉 이 회사는 앞뒤 양쪽에서 자기 자리가 조금씩 침범당할 수 있는 구간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고객이 10년 협력을 제안했고 또 다른 고객은 선급금을 얹었습니다. 침범당할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 자리를 미리 확보하려는 고객이 생겼다는 것이 지금 이 회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4절에서 세운 판별식이 묻는 것도 정확히 그 변화가 값으로 나타나는가입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앞에서 본 구조가 실제 숫자에 어떻게 찍히는지 보겠습니다. 이 표에서 중요한 것은 매출의 크기가 아니라, 매출이 늘 때 남기는 몫이 함께 늘었는가입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구분 | 매출 | 수익성 | 비고 |
| 2024년(연간,확정) | 63억 2,000만 달러 | 매출총이익 9억 3,300만 달러(이익률 14.8%)·영업이익 4억 3,800만 달러·순이익 3억 5,400만 달러 | 희석 주당순이익 1.43달러. 자동차·산업용과 통신 수요 약세로 연간 기준 감소 |
| 2025년(연간,확정) | 67억 1,000만 달러(YoY +6%) | 매출총이익 9억 3,900만 달러(이익률 14.0%)·영업이익 4억 6,700만 달러·순이익 3억 7,400만 달러 | 희석 주당순이익 1.50달러. 첨단 제품군 비중 83%. 연말 현금·단기투자 19억 9,000만 달러, 총차입금 14억 5,000만 달러 |
| 2026년 2분기(확정) | 19억 달러(YoY +26%) | 매출총이익 3억 1,900만 달러(이익률 16.8%)·영업이익 2억 달러·순이익 1억 7,400만 달러 | 희석 주당순이익 0.70달러. 첨단 제품군 15억 5,700만 달러(YoY +26.8%), 전통 제품군 3억 4,100만 달러(YoY +20.5%). 회사는 3분기 매출총이익률을 18.5~19.5%로 제시 |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위 세 행은 모두 회사가 발표한 확정 실적이며 금액은 달러입니다. 다만 2025년 2분기 실적에는 과거 인수와 관련한 우발지급 3,200만 달러가 영업이익에 일회성으로 반영돼 있었습니다. 2026년 2분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볼 때 비교 대상이 그만큼 높아져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이 표에 연간 전망 행이 없는 것은 회사가 다음 분기 범위까지만 제시하고 연간 손익 전망은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연간 단위로 밝히는 것은 설비투자 계획이며, 2026년에는 25억~30억 달러 규모로 그중 상당 부분을 미국 거점을 포함한 시설 확장에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고객별 매출 비중은 공시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제품군을 첨단과 전통 둘로만 나눠 보고하고 최종 시장별 구성을 함께 밝힐 뿐이라, 특정 고객이 몇 퍼센트인지는 밖에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5절의 고객 명단도 회사가 발표한 협력 관계와 업계에 알려진 내용을 모은 것이지 매출 비중 순서가 아닙니다.
표에서 먼저 볼 곳은 2024년과 2025년의 대비입니다. 매출은 6% 늘었는데 매출총이익은 거의 제자리였고 이익률은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3절 ⑥에서 본 구조가 그대로 나타난 장면입니다 — 물량이 늘어도 값이 따라오지 않으면 남는 몫은 늘지 않습니다. 이 회사에서 매출 증가율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이고, 4절 판별식이 매출이 아니라 이익률을 첫 확인 지점으로 잡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볼 것은 2026년 2분기입니다. 매출이 26% 늘었는데 이익률이 14%대에서 16.8%로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물량과 값이 함께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회사는 그 배경으로 공장 가동률 상승과 제품 구성 개선을 들었는데, 2절에서 본 대로 이 사업은 설비를 채워야 남고 첨단 제품군의 비중이 높을수록 값을 더 받습니다. 회사가 다음 분기 이익률을 18.5~19.5%로 더 높여 제시한 것도 같은 방향입니다.
세 번째는 그 개선의 성격입니다. 가동률이 올라 이익률이 오른 것이라면 인공지능 수요가 주춤할 때 같은 방향으로 되돌아갑니다. 반면 4절에서 본 대로 고객이 자리를 사기 시작해서 오른 것이라면 성질이 다릅니다. 두 가지가 지금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아직 갈리지 않았고, 그래서 이 회사를 볼 때는 이익률이 오른 사실보다 그 이익률이 다음 국면에서 어떻게 되는지가 답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이 표에 없는 것을 봐야 합니다. 미국 거점 투자가 손익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3절 ⑥과 4절에서 본 대로 미국 공장은 아시아 공장보다 비용이 높아 초기에는 이익률을 누릅니다. 회사가 2026년 설비투자를 크게 늘려 잡은 만큼 그 부담은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나타날 텐데, 감가상각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그 공장이 채워지는 시점 사이의 간격이 이 회사의 다음 몇 년을 정합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여기까지가 이 회사가 무엇을 잘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제 반대편입니다. 분기 하나의 악재가 아니라 구조 자체에서 나오는 위험을 층위별로 나눠 보겠습니다.
첫째, 값을 정하는 쪽에 서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3절 ⑥에서 본 세 가지 조건 — 고객이 규격을 쥐고 있다는 것, 대체할 곳이 여럿이라는 것, 자본은 무거운데 희소성은 그만큼 크지 않다는 것 — 은 최근의 계약 몇 건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회사가 잘해서 이익률이 오르는 것과 시장이 좋아서 오르는 것을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이고, 시장이 식으면 먼저 되돌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둘째, 가장 큰 협력 상대가 같은 일을 직접 합니다. 3절 ③에서 본 대로 여러 칩을 옆으로 붙이는 일의 상당 부분은 이미 파운드리가 가져갔습니다. 지금 이 회사에 오는 물량은 그쪽이 소화하지 못하거나 직접 할 이유가 없는 부분인데, 그쪽의 생산능력이 늘어나면 그 경계가 어디로 움직일지는 이 회사가 정하지 않습니다. 10년 협력이 그 경계를 안정시켜주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경계를 상대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계약이기도 합니다.
셋째, 자본이 무겁습니다. 이 사업은 설비를 채워야 남는 구조라 공장을 계속 지어야 하고, 지은 설비는 채워지든 비든 감가상각이 발생합니다. 2026년 설비투자 계획이 연간 매출의 3분의 1을 넘는 규모인데, 이 정도 투자가 몇 해 이어지면 그 부담이 이익률에 그대로 실립니다. 특히 미국 거점은 비용이 높아 초기 몇 년의 희석이 다른 지역보다 큽니다.
넷째, 지역 분산이 비용이기도 합니다. 여러 나라에 공장을 두는 것은 고객의 요구에 맞출 수 있게 해주는 강점인데, 동시에 같은 공정을 여러 곳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회사가 일부 제품군의 생산을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옮기는 계획을 밝힌 것도 그 조정의 일부인데, 이런 이전은 진행되는 동안 두 곳 모두에서 비용이 발생합니다.
다섯째, 수요가 몇 갈래 위에 얹혀 있습니다. 이 회사의 매출은 고객이 칩을 몇 개 만드느냐에서 나오고, 그 수량은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와 자동차라는 몇 개의 최종 시장에서 정해집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4부에서 짚은 대로 밸류체인 끝에서 시작된 수요가 여러 단계를 건너 전달되면서 충격이 증폭되는데, 이 회사는 그 끝자락에 있습니다.
여섯째, 기대가 앞서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26년 2분기에 사상 최대 매출과 개선된 이익률을 발표했는데도 주가는 크게 빠졌습니다. 실적이 아니라 함께 내놓은 전망이 시장의 눈높이에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큰 계약 소식이 잇달아 나오면 그만큼 기대가 앞서가고, 그 기대와 실제 손익 사이의 간격이 이 회사에서는 특히 벌어지기 쉽습니다 — 계약이 매출로, 매출이 다시 이익으로 옮겨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세 가지 해석
사실을 정리했으니 이제 해석입니다. 앰코를 통해 이 산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 세 가지를 보겠습니다.
① 남이 넘긴 자리라고 다 같은 자리가 아닙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3부와 4부를 관통하는 관점은 넘겨준 자리가 넘겨받은 쪽의 권력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와 제조 히어로즈 ②편의 TSMC를 나란히 놓으면 그 명제에 조건이 붙는다는 것이 보입니다. 둘 다 남이 넘긴 자리를 떠맡았는데 남기는 몫이 네 배 넘게 다릅니다.
차이를 만든 것은 일의 난도가 아니라 넘겨받은 뒤에 벌어진 일입니다. 앞 공정은 넘겨받은 곳이 몇 곳으로 줄었고 고객의 설계가 그 규칙 위에 얹혔습니다. 뒤 공정은 넘겨받은 곳이 여럿으로 남았고 고객이 규격을 계속 쥐고 있었습니다. 넘겨받았다는 사실은 같은데 그다음이 달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가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떠맡아 자리를 잡았다고 할 때 두 가지를 더 물어야 합니다 —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시간이 지나며 줄었는가, 그리고 고객이 옮기려면 무엇을 다시 해야 하는가. 이 두 질문의 답이 그 자리의 값을 정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소부장 기업 가운데 세계 유일이라 불리는 곳들이 왜 다른 대우를 받는지도 같은 기준으로 설명됩니다.
② 매출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6절에서 본 2024년과 2025년의 대비가 그 사례입니다. 매출이 6% 늘었는데 남기는 몫은 제자리였습니다. 물량으로 번 매출과 값으로 번 매출이 손익에서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는 뜻인데, 매출 증가율만 보면 이 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구분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매출 증가율과 매출총이익률의 방향을 나란히 놓는 것입니다. 둘이 같이 오르면 값을 받고 있는 것이고, 매출만 오르면 물량으로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구분은 위탁이나 하청 성격의 사업 전반에 적용됩니다 — 설계 히어로즈 ①편의 LX세미콘에서 고객 물량이 빠질 때 이익이 매출보다 훨씬 빠르게 줄어든 것도, 제조 히어로즈 ①편의 DB하이텍에서 웨이퍼를 더 찍고도 매출이 줄어든 것도 같은 종류의 신호였습니다.
덧붙이면, 고정비가 무거운 사업일수록 이 신호가 빨리 나타납니다. 설비 부담이 매달 똑같이 발생하므로 값이 조금만 흔들려도 이익률이 크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본이 무거운 회사를 볼 때는 매출보다 이익률을 먼저 보는 습관이 대체로 옳습니다.
③ 고객이 돈을 먼저 내기 시작하면 자리가 바뀌는 중입니다
이 편에서 가장 눈여겨볼 사건은 큰 계약 자체가 아니라 그 계약의 형태입니다. 인공지능 가속기를 만드는 회사가 이 회사의 미국 생산능력을 늘려달라며 선급금을 대기로 했습니다. 사는 쪽이 돈을 먼저 낸다는 것은 그만큼 그 자리가 아쉽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위탁 사업에서 값을 정하는 쪽은 주문하는 쪽입니다. 그런데 주문하는 쪽이 설비 투자를 대신 부담하겠다고 나서는 국면이 오면 관계가 뒤집힙니다. 이런 형태의 계약이 늘어나는지가 그 회사의 자리가 실제로 좋아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장 이른 신호이고, 매출이나 이익률은 그보다 몇 분기 늦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위탁 성격의 사업을 볼 때는 계약의 규모만이 아니라 형태를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단발 주문인가 다년 확약인가, 값을 나중에 치르는가 먼저 치르는가, 그리고 고객이 그 회사에서 사는 것이 남는 설비인가 대체할 수 없는 자리인가. 이 회사가 지금 통과하고 있는 구간이 어느 쪽으로 판명될지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이 세 가지에서 먼저 드러날 것입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특정 날짜의 일정을 나열하는 대신, 몇 년이 지나도 유효한 질문 네 가지와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남깁니다.
첫째, 매출총이익률이 매출 증가율보다 빠르게 오르는가. 4절 판별식의 첫 확인 지점입니다. 회사가 분기마다 두 숫자를 함께 발표하므로 나란히 놓기만 하면 됩니다. 매출만 오르고 이익률이 제자리이면 물량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고, 8절 ②에서 본 대로 그 상태는 시장이 식을 때 먼저 되돌아갑니다.
둘째, 첨단 제품군의 비중이 계속 올라가는가. 회사가 제품군을 첨단과 전통 둘로 나눠 매출을 밝히므로 분기마다 그 비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절에서 본 대로 이 회사의 이익률은 물량보다 이 비율에 먼저 반응하므로, 비중이 올라가는데 이익률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값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고객이 먼저 돈을 내는 형태의 계약이 늘어나는가. 8절 ③에서 본 신호입니다. 선급금이나 다년 확약이 담긴 계약은 회사가 별도로 발표하므로 그 건수와 성격을 시간순으로 늘어놓으면 흐름이 보입니다. 한 건은 사건이고 세 건부터가 흐름입니다.
넷째, 미국 거점이 계획한 시점에 채워지는가. 6절과 7절 셋째에서 본 대로 이것이 지금 이 회사가 지고 있는 가장 큰 비용입니다. 공장이 돌기 시작하면 감가상각은 즉시 발생하지만 물량은 서서히 차므로 그 사이에 이익률이 눌립니다. 회사가 설비투자 계획과 가동 일정을 실적 발표에서 밝히므로, 실제 진행이 그 계획 안에 머무는지를 분기마다 대조하시면 됩니다.
10. 마무리하며
앰코테크놀로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반도체 회사가 직접 하지 않기로 한 마지막 공정을 대신 맡아, 설계도 제조도 하지 않으면서 칩을 상품으로 완성해 돌려주는 세계 2위 위탁 패키징 기업입니다. 한국에서 출발해 미국에 본사를 둔 이력이 그 성격을 말해주고, 매출총이익률이 10%대라는 사실이 그 자리의 값입니다.
이 편에서 확인한 것은 그 값이 일의 난도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칩을 감싸고 잇는 일은 결코 쉽지 않고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값은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몇 곳인가와 고객이 옮기려면 무엇을 다시 해야 하는가로 정해집니다. 제조 히어로즈 ②편의 TSMC와 같은 위탁 사업인데도 남기는 몫이 네 배 넘게 갈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넘겨받았다는 사실은 같아도 그다음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조건이 움직이는 중입니다. 여러 칩을 붙여야 완성되는 제품이 늘면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줄었고, 미국 안에서 처리해달라는 요구가 새로 붙었으며, 고객이 자리를 미리 확보하려고 돈을 먼저 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계약은 확정된 사실이고 값이 바뀌는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볼 때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큰 계약을 따냈는가가 아니라, 고객이 이 회사에서 사는 것이 남는 설비인가 아니면 이 회사여야만 하는 자리인가입니다.
이 편으로 후공정 히어로즈 두 편이 마무리됩니다. 장비를 팔아 고객의 투자 시점에 매출이 몰리는 회사와, 서비스를 팔아 고객의 생산량만큼 매출이 들어오는 회사를 나란히 보셨습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4부가 후공정을 하나의 구간으로 묶어 보여줬다면, 그 구간 안에서도 무엇을 파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계가 돌아간다는 것이 두 편을 함께 읽을 때 남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관점은 이 시리즈의 다른 칸을 볼 때도 그대로 쓰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Core Asset Insight(코어에셋인사이트)는 목표주가를 제시하거나 저평가·고평가를 판정하지 않으며, 기업과 산업의 사업구조·기술·밸류체인에서의 위치를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본문의 수치는 작성 시점에 공시·발표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확정된 사실과 회사가 밝힌 계획, 제3자 기관·언론의 추정을 구분해 표기했습니다. 공시와 시장 상황은 이후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자료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본문에 언급된 종목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으며, 글의 발행 전후 일정 기간에는 해당 종목을 매매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 반도체 밸류체인 히어로즈 시리즈
- [설계 히어로즈 ①] 🇰🇷 LX세미콘, 화면을 켜는 칩 하나로 국내 1위가 된 팹리스
- [설계 히어로즈 ②] 🇺🇸 엔비디아, 칩이 아니라 계산하는 방식을 파는 회사
- [설계 히어로즈 번외편] 🇰🇷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칩을 그리지 않고 그 재료가 되는 설계를 파는 회사
- [제조 히어로즈 ①] 🇰🇷 DB하이텍, 12인치로 가지 않고 8인치에 남은 파운드리
- [제조 히어로즈 ②] 🇹🇼 TSMC, 남들이 감당하지 못한 공장을 떠맡아 산업의 규칙이 된 파운드리
- [후공정 히어로즈 ①] 🇰🇷 한미반도체, 주물부터 직접 만들어 HBM 적층 장비 세계 1위가 된 장비회사
- [후공정 히어로즈 ②] 🇺🇸 앰코테크놀로지, 한국에서 출발해 미국 본사 세계 2위가 된 위탁 패키징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