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엔비디아, 키미 모멘트가 뒤흔든 AI GPU 제국 (설계 히어로즈 ②)

2026년 7월 17일 금요일, 13개월 만에 상징적인 사건 하나가 벌어졌습니다. 애플이 엔비디아를 제치고 다시 ‘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기업’ 자리에 올라선 겁니다. 발단은 중국이었습니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스타트업 문샷AI가 2조 8,000억 개 파라미터를 가진 오픈소스 AI 모델 ‘키미 K3’를 무료로 공개하며 코딩 성능 벤치마크에서 오픈AI와 앤스로픽마저 앞질렀다는 소식이 퍼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런 질문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로 강력한 모델을 공짜로 쓸 수 있다면, 굳이 수천억 달러를 들여 AI 데이터센터를 계속 지어야 할까?’ 이 질문 하나에 반도체주가 일제히 흔들렸습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그 주에만 두 자릿수로 급락하며 15개월 만에 최악의 한 주를 보냈고,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3.5% 빠지며 시가총액 약 1,730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그 결과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약 4.86조 달러로 내려앉았고, 그 틈을 타 애플이 약 4.88조 달러로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시장은 이 사건을 2025년 초 벌어졌던 ‘딥시크 쇼크’의 재현이라는 뜻에서 ‘키미 모멘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5부 LX세미콘과 정확히 대비되는 이야기, AI 슈퍼사이클의 상징 그 자체인 엔비디아를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1. 왜 지금 엔비디아인가 — 설계 히어로즈 두 번째 이야기

지난 편에서 우리는 같은 ‘팹리스’라는 사업 모델을 쓰면서도 구조적 역성장에 발목 잡힌 LX세미콘을 살펴봤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엔비디아 역시 자체 생산 공장 없이 설계에만 집중하는 팹리스 기업이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2부에서 소개했듯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이자, 2025년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넘어선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후 13개월 가까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 타이틀을 지켜왔는데, 바로 이번 주 그 자리를 애플에 잠시 내주는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순위 다툼이 아니라, ‘AI 슈퍼사이클은 계속된다’는 지금까지의 지배적 서사에 처음으로 균열이 갔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엔비디아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지,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까지 균형 있게 짚어보겠습니다.

엔비디아, 한눈에 보기

📌 기본 정보  티커: 나스닥 NVDA | 설립: 1993년 4월 5일 설립 | 사업 구성: 컴퓨트&네트워킹(데이터센터·자율주행, 매출 비중 92%)·그래픽스(게이밍·전문시각화 등 엣지컴퓨팅, 8%) | 지배구조: 특정 대주주 없이 기관투자자(뱅가드·블랙록 등) 분산 보유 | 시장 내 위치: 데이터센터 AI GPU 시장 80% 이상 장악, 게이밍 GPU 시장 80%대 후반 점유율 | 한 줄 정체성: 데이터센터 AI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AI 인프라의 절대강자

2. 사업 구조 파헤치기 — 게임 회사에서 ‘AI 공장’으로

엔비디아는 원래 게이머들을 위한 그래픽카드(GPU)를 만들던 회사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엔비디아는 사업 구조 자체가 완전히 재편됐습니다. 회사는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뉘는데, 데이터센터·자율주행 등을 담당하는 ‘컴퓨트&네트워킹’ 부문과, 게이밍·전문 시각화를 담당하는 전통의 ‘그래픽스’ 부문입니다. 그런데 이 중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이 2023년 초 56%에서 지금은 92%까지 치솟았습니다. 3년 만에 회사의 정체성 자체가 ‘게임 그래픽카드 회사’에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회사’로 완전히 뒤바뀐 셈입니다. 이 변화를 회사 스스로도 회계상으로 인정했는데, 2026년 4월부터는 그동안 따로 공시하던 게이밍·전문시각화·자율주행·OEM 매출을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라는 하나의 구간으로 합쳐 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PC·게임콘솔·워크스테이션·통신기지국(AI-RAN)·로봇·자동차용 제품까지 한데 묶은 이 구간은 FY2027 1분기 매출이 64억 달러로 전체의 8%가 채 안 되는데, 데이터센터 매출(752억 달러)과 비교하면 지금 엔비디아에서 어느 쪽이 몸통이고 어느 쪽이 곁가지인지가 숫자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2부에서 설명했던 팹리스 구조 그대로, 엔비디아 역시 자체 생산 공장이 없습니다. GPU 설계도를 그리면 대만 TSMC에 위탁 생산을 맡기고, 여기에 네트워킹 장비(2020년 인수한 멜라녹스), 그리고 소프트웨어 생태계 CUDA를 결합해 판매합니다. 최근에는 GPU 칩 하나하나를 파는 것을 넘어, 서버 랙 단위로 통째로 묶은 시스템(NVL72 등)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회사’라기보다 ‘AI 공장을 통째로 파는 회사’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3. 엔비디아만의 무기

이 다섯 가지 무기를 하나씩 짚기 전에, 이 무기들이 공통적으로 어떤 전제 위에 서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CUDA 생태계, 매년 신제품 사이클, 시스템 통합 전략까지 아래 무기 대부분은 AI 모델을 ‘학습(training)’시키는 단계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런데 ‘키미 모멘트’가 시장에 정확히 건드린 지점이 이 전제 자체입니다 — 저비용 오픈소스 모델이 계속 발전하면,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모델을 새로 학습시키는 단계에서 이미 만들어진 모델로 답을 내놓는 ‘추론(inference)’ 단계로 옮겨갈 수 있고, 추론 단계에서는 CUDA 락인 효과부터 시스템 통합 전략까지 엔비디아의 무기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덜 결정적인 무기가 됩니다. 즉 지금 시장이 엔비디아를 재평가하는 진짜 질문은 ‘엔비디아가 여전히 최강자인가’가 아니라 ‘이 최강자의 무기들이 앞으로도 산업의 무게중심과 계속 겹쳐 있을 것인가’입니다.

① CUDA 생태계 — 소프트웨어로 만든 해자

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하드웨어 성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 CUDA입니다. 전 세계 AI 개발자 대부분이 CUDA 위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경쟁사가 아무리 성능 좋은 칩을 내놓아도 이 생태계를 통째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 쉽게 비유하면  CUDA는 전 세계 AI 개발자들이 이미 익숙해진 ‘공용 언어’와 같습니다. 아무리 다른 회사가 더 빠른 차를 만들어도, 그 차가 기존 도로(운전 습관·표지판 체계)와 호환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선뜻 갈아타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AI 활용이 모델을 ‘학습’시키는 단계에서, 이미 만들어진 모델로 답을 내놓는 ‘추론’ 단계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데, 추론 단계에서는 CUDA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느슨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매년 신제품 사이클 — 따라올 수 없는 속도

엔비디아의 두 번째 무기는 거의 매년 새로운 아키텍처를 내놓는 속도입니다. 2024년 블랙웰(Blackwell)에 이어 2026년 하반기에는 차세대 루빈(Rubin)을, 그리고 이미 그다음 세대인 루빈 울트라까지 로드맵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미국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6’에서는 GPU ‘루빈’과 CPU ‘베라(Vera)’를 하나의 통합 플랫폼이 아닌 독립적으로도 활용 가능한 형태로 공개하며, 성능 향상의 초점을 단순 연산력이 아니라 시스템 간 데이터 이동 지연(병목)을 줄이는 쪽으로 옮기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루빈(Rubin)이 왜 중요할까  루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로, 4부에서 다룰 예정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가 처음으로 탑재되는 제품입니다. 다만 트렌드포스 등 시장조사업체들은 HBM4 검증 지연, 네트워크 칩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루빈의 초기 출하 비중 전망을 낮춰 잡았고(연간 GPU 중 루빈 비중 29%→22% 하향, 반대로 기존 블랙웰 비중은 61%→71% 상향), 일부 리서치에서는 경쟁사 AMD의 차기 제품을 의식한 설계 개선 작업으로 양산이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루빈 일정이 늦어지면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HBM4 공급 시점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도 눈여겨볼 변수입니다.

시스템 통합 전략 — 반도체 회사에서 인프라 회사로

세 번째 무기는 GPU 낱개 판매를 넘어, CPU(베라)·네트워킹(NVLink, Spectrum-X)·소프트웨어까지 묶어 ‘데이터센터 전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하는 전략입니다. AI가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코딩·자율주행·업무 자동화 등 실행 단계로 진화하면서, 경쟁의 초점이 ‘GPU 연산 속도’에서 ‘시스템 전체의 병목을 얼마나 줄이느냐’로 옮겨가고 있는데, 엔비디아는 이 흐름을 가장 먼저 상품화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압도적 재무 체력

네 번째는 숫자로 증명되는 체력입니다. FY2027 1분기 매출총이익률은 7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고, 회사는 8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과 함께 분기 배당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이 정도의 현금창출력은 신제품 개발과 공급망 선점 투자를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합니다.

⚠️ 최근 밸류에이션 조정, 어떻게 봐야 할까  엔비디아 주가는 2026년 5월 14일 사상 최고가를 찍은 이후 약 두 달 만에 16% 넘게 하락하며 시가총액 약 1조 달러가 증발한 바 있습니다. 이 조정으로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8~19배 수준까지 낮아졌는데, 이는 AI 붐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S&P500지수, 나스닥100지수보다도 낮은 밸류에이션입니다. 이를 두고 월가에서는 ‘저가 매수 기회’라는 시각과 ‘AI 투자 성장 둔화를 반영한 정당한 재평가’라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엣지 컴퓨팅 — 게임에서 로봇·자율주행까지 뻗은 곁가지

다섯 번째 무기는 매출 비중은 작지만 여전히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원조 사업, 게이밍입니다. 엔비디아의 게이밍 GPU ‘지포스(GeForce)’는 개인용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80%대 후반의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자율주행차용 플랫폼 ‘드라이브(DRIVE)’, 로봇에 들어가는 온보드 컴퓨터 ‘젯슨(Jetson)’, 그리고 통신 기지국에 AI 연산을 심는 ‘AI-RAN’까지, 게임 그래픽카드에서 출발한 기술을 물리적 세계 곳곳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매출에 비하면 아직 작은 몸집이지만, 데이터센터가 흔들릴 때를 대비한 완충재이자, AI가 서버를 넘어 로봇·자동차·공장 같은 ‘피지컬 AI’로 향할 때를 노린 다음 성장판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4. 경쟁·협력 지도 — 엔비디아를 둘러싼 큰 그림

🌏 글로벌 라이벌

  • AMD [나스닥 AMD]  데이터센터용 GPU ‘MI 시리즈’를 앞세운 엔비디아의 사실상 유일한 정면 경쟁자입니다. 차기 제품 MI400·MI450에 HBM4를 탑재해 성능 차별화를 노리고 있으며, 엔비디아가 루빈 설계를 개선하는 배경에 AMD 신제품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브로드컴 [나스닥 AVGO]  구글·메타 등 빅테크가 자체 설계한 AI 칩(커스텀 ASIC)을 실제 양산 가능한 형태로 구현해주는 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칩 개발에 나서는 흐름의 최대 수혜주로 꼽힙니다.
  • 구글(알파벳) [나스닥 GOOGL]  자체 개발한 AI 전용 칩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통해 엔비디아 GPU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대표적인 빅테크 고객사이자 잠재적 경쟁자입니다.
  • 인텔 [나스닥 INTC]  AI 가속기 ‘가우디’ 시리즈로 데이터센터 시장에 도전하고 있으나, 아직 엔비디아·AMD 대비 존재감은 제한적입니다.

🤝 핵심 고객사

  •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아마존 [4대 하이퍼스케일러]  엔비디아 GPU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입니다. 메타는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를 27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등, 이들의 설비투자(캐펙스) 발표가 엔비디아 실적의 선행지표 역할을 합니다.
  • 오픈AI·xAI 등 AI 모델 개발사  자체 AI 모델을 학습·서비스하기 위해 엔비디아 GPU를 대규모로 확보하는 핵심 고객군입니다. 다만 이들 AI 기업과 엔비디아 사이의 투자·공급 계약이 서로 맞물리는 ‘순환거래’ 구조에 대한 우려도 시장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 국내 협력 생태계 — HBM을 고리로 연결된 한국

엔비디아는 GPU 옆에 반드시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함께 배치해야 하는데, 이 HBM을 공급하는 곳이 바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3E 세대에서 엔비디아의 주력 공급사 지위를 지켜왔고, 삼성전자는 2026년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하며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용 품질 검증을 통과하는 등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HBM4 12단 제품의 공급 가격을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물량 확정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 밖에 한미반도체는 HBM을 수직으로 쌓는 TC본더 장비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하며 엔비디아 공급망의 한 축을 간접적으로 담당하고 있고, 고다층기판(MLB)을 만드는 국내 기판 업체들도 랙 스케일 시스템 확장의 수혜 대상으로 꼽힙니다.

이 지도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구글의 이중적인 위치입니다. 구글은 4대 하이퍼스케일러 중 하나로 엔비디아 GPU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핵심 고객이면서, 동시에 자체 TPU로 그 의존도를 스스로 낮추려는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쟁자이자 고객’인 관계는 브로드컴을 통해 커스텀 ASIC을 만드는 메타·아마존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됩니다. 즉 엔비디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세력은 바깥의 AMD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 고객들 자신인 셈입니다. 이 구조는 왜 엔비디아가 GPU 낱개 판매에서 랙 단위 시스템 판매로, 그리고 CUDA 생태계 강화로 계속 옮겨가는지도 설명해줍니다 — 고객이 스스로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통합 상품으로 락인을 강화하는 것이 엔비디아의 유일한 방어선이기 때문입니다.

5. 숫자로 보는 지금 — 기록적 실적, 그러나 주가는 미적지근

구분 매출 영업이익/순이익 비고
FY2026 연간(확정, 2025.2~2026.1) 2,159억 4,000만 달러(YoY +65.5%) 순이익 1,200억 7,000만 달러(YoY +64.8%)
FY2027 1분기(확정, 2026.2~4월) 816억 2,000만 달러(YoY +85%) GAAP 영업이익 535억 4,000만 달러 데이터센터 매출 752억 달러(+92%, 총매출의 92%). 컨센서스(약 789억 달러) 상회
FY2027 2분기(가이던스, 2026.5~7월) 약 910억 달러(YoY +95%, ±2%) 매출총이익률 74.9% 전망 월가 컨센서스(약 868억 달러)를 상회하는 가이던스. 800억 달러 자사주매입 승인, 배당 인상 발표
FY2027(연간,잠정, 2026.2~2027.1) 약 3,700억 달러 이상(YoY +71%) Bloomberg 컨센서스. 매 분기 전년 대비 약 70% 성장을 유지해야 달성 가능한 수준

표에서 보듯 엔비디아의 실적 그 자체는 여전히 역대급입니다. FY2027 1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고, 2분기 가이던스 역시 컨센서스를 웃돌았습니다. 그런데 이 실적 발표 직후 주가 반응은 오히려 미적지근했습니다. 정규장에서는 1.3% 오르는 데 그쳤고, 시간외 거래에서는 도리어 1.26% 하락했습니다. 이미 시장의 기대치가 워낙 높은 수준까지 주가에 반영돼 있었기 때문인데, 로이터는 이를 두고 ‘투자자 관심이 이제 단기 실적보다 AI 투자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7월의 ‘키미 모멘트’ 역시 이 연장선에 있는 사건입니다. 실제로 이 시총 경쟁은 인트로에서 다룬 7월 17일 이후에도 계속 요동쳤습니다 — 7월 27~28일에는 애플이 오히려 격차를 더 벌리며 시총 약 4.95조~4.99조 달러까지 올라섰다가(엔비디아는 4.76조~4.77조 달러), 불과 나흘 뒤인 7월 31일에는 애플의 실적 전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엔비디아가 다시 1위 자리(약 4.86조 달러)를 되찾았습니다. 이렇게 열흘 남짓한 사이에 세계 시총 1위 자리가 세 번 넘게 뒤바뀌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시장이 ‘AI 슈퍼사이클은 계속된다’는 서사에 대해 얼마나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엔비디아의 다음 확정 실적(FY2027 2분기) 발표일은 2026년 8월 26일입니다. 그 전까지 나오는 3분기 전망치는 모두 회사 가이던스 또는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이며, 특히 중국향 매출은 2026년 7월 14일 H200 칩의 대중 수출이 공식 재개된 것이 확인됐지만 미국 상무부 스스로도 ‘지금까지 출하량은 극히 적다’고 밝힌 만큼, 실제 매출 반영 여부와 규모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6. 투자포인트 vs 리스크

🎯 투자포인트

  • 데이터센터 AI GPU 시장의 압도적 지배력과,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만드는 높은 전환 장벽
  • 블랙웰→루빈→루빈 울트라로 이어지는 매년 신제품 사이클로 경쟁사들의 추격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속도
  • 최근 조정으로 선행 PER이 18~19배까지 낮아지며, AI 붐 이전 수준까지 밸류에이션 부담이 해소됐다는 시각
  • 2026년 7월 H200 칩의 대중국 수출이 공식 재개되며, 최대 50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는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릴 가능성

⚠️ 리스크

  • ‘키미 모멘트’가 보여주듯, 저비용 오픈소스 AI 모델의 성능이 계속 향상될 경우 ‘AI 인프라에 천문학적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는 지금까지의 투자 서사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
  • 매출의 90% 이상이 데이터센터에 쏠려 있고, 그마저도 소수의 빅테크·AI 기업에 집중돼 있어 이들의 자체 칩(TPU, 커스텀 ASIC) 개발이 진전될수록 고객 이탈 위험이 커짐
  • 중국 매출은 수출이 재개됐다고는 하나 미·중 양국 모두의 엄격한 사용 제한(학습 용도로만 허용, 추론·민감 데이터 사용 불가) 아래 놓여 있어 실질적 매출 기여 시점이 불투명
  • 차세대 루빈의 양산·출하 일정이 HBM4 검증 지연 등으로 늦어질 가능성이 시장조사업체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됨
  •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월가 평균 목표주가($301.62)는 여전히 현재 주가 대비 약 50%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시장의 눈높이 자체가 매우 높다는 뜻이기도 함

이 네 가지 투자포인트와 다섯 가지 리스크를 종합하면, 결국 이 저울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좁혀집니다 — 앞서 짚은 ‘학습 vs 추론’의 무게중심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크게 옮겨가느냐입니다. 무게중심이 여전히 학습에 남아있다면 지금의 무기 다섯 개는 그대로 유효하고 지금의 밸류에이션 조정은 ‘저가 매수 기회’에 가깝겠지만, 추론 쪽으로 빠르게 넘어간다면 CUDA 락인부터 시스템 통합 전략까지 엔비디아의 해자 자체가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재무제표보다, 오픈소스 모델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빠르게 발전하는지에서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큽니다.

7. 앞으로 지켜볼 체크포인트

  • 2026년 8월 26일 FY2027 2분기 확정 실적 및 3분기 가이던스: 특히 중국향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반영되는지
  • 루빈 양산·출하 실제 시점: 당초 계획 대비 지연 여부와 그 폭
  •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약세장 탈출 여부와 ‘키미 모멘트’ 여진의 지속 여부: 시장이 AI 인프라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다시 회복하는지
  • SK하이닉스·삼성전자와의 HBM4 12단 공급 가격·물량 협상 확정 시점
  • 오픈소스 AI 모델(키미 K3 후속작 등)의 성능·채택 확산 속도: ‘학습에서 추론으로’라는 무게중심 이동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가늠하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

8. 마무리하며

LX세미콘과 엔비디아, 이 두 회사는 똑같이 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팹리스’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하나는 구조적 역성장의 늪에서 반등을 모색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세계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면서도 ‘이 성장이 계속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같은 사업 모델이라도 어떤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느냐, 그리고 그 시장이 지금 어느 국면에 있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이 두 편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다만 앞서 짚었듯 엔비디아의 의심은 LX세미콘과는 결이 다릅니다 — 지금 잘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학습’ 중심으로 짜인 지금의 무기들이 ‘추론’이 커지는 다음 국면에도 여전히 통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입니다. 다음 편부터는 ‘제조 히어로즈’ 미니시리즈로 넘어가, 국내 유일 순수 파운드리 DB하이텍과 파운드리 절대 지배자 TSMC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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