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뉴스케일 파워, 미국 유일 SMR 설계인증을 받고도 자기가 팔지 않는 회사 (원전 히어로즈 ⑦)

2026년 2분기,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의 매출은 7만 5,000달러였습니다. 억이 아니라 만 단위입니다. 같은 분기에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투자자산은 19억 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9억 달러 늘었습니다. 매출의 2만 배가 넘는 돈이 한 분기에 들어온 것인데 그 돈은 고객이 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식을 팔아 조달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가 만드는 원자로를 실제로 팔 권리는 회사 안에 있지도 않습니다. ENTRA1 Energy라는 별도 회사가 뉴스케일 파워 제품과 서비스 전부에 대한 글로벌 독점 상업화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1. 왜 지금 뉴스케일 파워인가

전력·원전 밸류체인 총정리 ②부는 이 회사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설계인증을 받은 유일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장사로 소개하면서, 동시에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을 함께 적었습니다. 같은 원자력인데 왜 처지가 갈리는가라는 질문의 한쪽 끝에 이 회사가 있었습니다.

2007년 오리건주에서 설립된 이 회사가 만드는 뉴스케일 파워 SMR은 모듈 하나가 77메가와트의 전기를 내는 소형 가압경수로입니다. 최대 12개를 묶어 924메가와트까지 확장할 수 있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증(design certification)을 받은 유일한 SMR입니다. 2026년 6월 말 직원은 428명입니다.

이 편이 붙잡을 구조는 판매 권리의 위치입니다. 원전 히어로즈에서 앞서 다룬 회사들은 모두 자기 물건을 자기가 팔았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직접 계약했고, 카메코는 원전 사업자와 장기공급계약을 맺으며,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직접 협상했습니다. 뉴스케일 파워는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의 연차보고서에 그 구조가 적혀 있습니다. ENTRA1 Energy가 뉴스케일 파워의 배타적 글로벌 전략 파트너이며, 이 회사 제품과 서비스 전부의 상업화·유통·배치에 관한 글로벌 독점 권리를 보유한다는 것입니다. 2025년 3분기 테네시강유역개발청(TVA)과 최대 6기가와트 규모의 배치 협정을 맺은 것도 뉴스케일 파워가 아니라 ENTRA1이었고, 회사 발표문은 그것을 「우리 기술이 ENTRA1의 협정에 선정됐다」고 표현합니다.

이 편에서 답을 찾아볼 질문은 셋입니다. 원자로를 작게 만들면 왜 안전해지는데 왜 비싸지는가. 첫 호기가 지어지기 전까지 이 회사가 팔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판매 권리가 밖에 있다는 사실이 이 회사의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 기본 정보 티커: 뉴욕 SMR | 설립: 2007년 오리건주에서 설립, 2022년 스팩 합병으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 사업 구성: SMR 설계·인허가 지원·기술 라이선스·기본설계 용역, 첫 상업 호기는 아직 없음 | 지배구조: 최대주주는 엔지니어링 회사 플루어(Fluor), 상업화 권리는 ENTRA1 Energy가 독점 보유 | 시장 내 위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인증을 받은 유일한 SMR 사업자, 60여 개 공급망 파트너와 30건 이상의 협약 체결 | 한 줄 정체성: 원자로가 아니라 설계와 인허가를 통과한 상태를 파는, 판매 권리가 회사 밖에 있는 SMR 설계사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이 회사가 지금까지 판 것을 실적표에서 거꾸로 짚어보면 사업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2025년 매출 3,150만 달러의 내역을 회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 2024년에 체결한 루마니아 RoPower 프로젝트의 기술 라이선스 계약에서 인식한 수익이 줄었고, 그 대신 플루어의 기본설계(FEED) 2단계 용역 수익이 늘어 일부를 메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이 회사의 현재가 담겨 있습니다. 매출은 원자로를 판 돈이 아니라 설계도를 쓰게 해준 대가와 설계 용역비입니다. 그리고 그 두 항목은 프로젝트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끝납니다. 실제로 RoPower의 기본설계 2단계가 2025년 말 완료되자 2026년 매출은 1분기 56만 5,000달러, 2분기 7만 5,000달러로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 원자로를 팔 텐데 그 매출은 누구에게서 오는가. 여기서 ENTRA1이 등장합니다. 이 회사가 모듈을 만들어 ENTRA1에 공급하면, ENTRA1이 그것을 자사 발전소에 넣어 최종 고객에게 전기나 발전소를 파는 구조입니다. 회사가 밝힌 ENTRA1과의 파트너십 마일스톤 협정은 최대 5,500만 달러의 단계별 지급을 담고 있는데, 이 역시 프로젝트가 정해진 단계를 통과할 때 받는 돈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매출은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기술 라이선스로, 설계를 쓸 권리를 넘기고 받습니다. 둘째는 용역으로, 부지에 맞춰 설계를 다듬거나 인허가를 지원하는 대가입니다. 셋째가 언젠가 올 모듈 판매인데, 아직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앞의 둘은 프로젝트가 살아 있는 동안만 나오고, 그 프로젝트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최종 고객이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에 서명해야 합니다.

그 서명을 받아오는 일이 ENTRA1의 몫입니다. 회사 최고재무책임자는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 TVA가 전력구매계약을 맺어주면 그때부터 부지별 용역이 생기고, RoPower가 그랬듯 기술 라이선스와 사전 기본설계, 기본설계 2단계가 순서대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매출이 생기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그 순서의 첫 단추는 이 회사 손 밖에서 놓입니다.

그러면 지금 회사를 굴리는 돈은 어디서 오는가. 주식시장입니다. 2025년 4분기에만 3,930만 주를 팔아 7억 5,000만 달러를 조달했고, 2026년 1분기에는 320만 주로 3,790만 달러를 더했습니다. 2024년 말에는 워런트 행사로 2억 2,770만 달러가 들어왔습니다. 매출 3,150만 달러짜리 회사가 한 분기에 주식으로 그 24배를 끌어온 셈입니다.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실적표에 나옵니다. 2026년 1분기 영업손실 5,750만 달러의 구성을 보면 연구개발비와 일반관리비가 늘었고, 기타비용이 1,000만 달러 증가했습니다. 회사가 밝힌 증가 원인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엔지니어들이 상업 프로젝트에 덜 투입돼 매출원가로 배부되지 않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망 준비와 향후 프로젝트 인도를 위한 인력을 늘린 것입니다.

원가가 어디로 나가는지를 보면 이 회사의 성격이 더 분명해집니다. 매출이 거의 없는데도 분기마다 수십억 달러가 나가는데, 그 대부분이 연구개발비와 일반관리비입니다. 만들 물건이 없어 재료비가 들지 않는 대신 설계하고 인증받고 공급망을 준비하는 데 돈이 들어가는 구조이며, 이 비용은 프로젝트가 있든 없든 나갑니다.

실제로 회사는 2026년 1분기 비용 증가 요인 하나를 「엔지니어와 프로젝트 인력이 전년보다 적은 상업 프로젝트에 투입돼 매출원가로 배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인력을 유지하는데 그 인건비를 실을 프로젝트가 없어 비용으로 남았다는 뜻이고, 매출이 줄면 손실이 그만큼 더 커지는 구조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설계인증은 무엇을 보증하나 원자로를 지으려면 두 종류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그 설계가 안전하다는 인정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부지에 그 설계를 지어도 된다는 허가입니다. 앞을 설계인증, 뒤를 건설·운영 허가라고 부릅니다. 설계인증은 부지와 무관합니다. 「이 도면대로 지으면 안전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을 규제기관이 미리 확인해 두는 제도이고, 한 번 받아두면 여러 부지에서 같은 설계를 반복해 쓸 때 심사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뉴스케일 파워 설계인증이 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다만 설계인증은 그 원자로가 팔린다는 것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부지를 정하고 자금을 대고 전기를 사 갈 고객을 찾는 일은 전혀 다른 단계이며, 그 단계에서 프로젝트가 멈추면 인증은 쓰이지 않은 채 남습니다. 2023년 유타주 프로젝트가 취소된 것이 그 경우였습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밸류체인 ②부는 SMR의 진짜 무기가 크기가 아니라 전기나 펌프 없이 물리 법칙만으로 식는 피동형 안전 설계라고 정리했습니다. 이 편은 그 명제의 아래로 한 겹 더 들어갑니다. 작다는 것이 어떤 계산을 통해 안전으로 바뀌는지, 그리고 같은 계산이 왜 비용에서는 반대로 작동하는지를 보면 이 회사가 지금 어떤 지점에 서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작아지면 왜 저절로 식는지(①), 공장에서 만들어 옮긴다는 것이 무엇을 바꾸는지(②), 그런데 왜 작아지면 단가가 올라가는지(③), 그 불리함을 뒤집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④), 첫 호기 전까지 팔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⑤), 그리고 그것을 누가 파는지(⑥)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① 작아지면 왜 저절로 식는가

원자로를 멈춰도 열은 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핵분열이 끝난 뒤에도 쪼개진 조각들이 계속 붕괴하며 열을 내는데, 이것을 붕괴열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정격 출력의 몇 퍼센트 수준이고 시간이 지나며 줄어들지만, 대형 원전에서는 그 몇 퍼센트가 수십 메가와트에 이릅니다. 후쿠시마에서 문제가 된 것이 바로 이 열이었습니다.

여기서 크기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붕괴열의 총량은 노심에 든 핵연료의 양, 곧 부피에 비례합니다. 반면 그 열을 밖으로 버리는 능력은 표면적에 비례합니다. 그런데 물체를 작게 만들면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으로 줄고 표면적은 제곱으로 줄어, 결과적으로 부피 대비 표면적의 비율이 커집니다. 같은 재료로 만든 큰 덩어리보다 작은 덩어리가 훨씬 빨리 식는 이유입니다.

이 비율이 어느 선을 넘으면 질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펌프로 냉각수를 억지로 돌리지 않아도, 뜨거운 물은 올라가고 찬물은 내려가는 자연대류만으로 붕괴열을 감당할 수 있게 됩니다. 밸류체인 ②부가 말한 「전기가 끊겨도 저절로 식는 원자로」가 이 계산 위에 서 있습니다. 뉴스케일 파워의 모듈이 지름 약 2.7미터, 높이 약 20미터의 용기 하나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함께 담고 그 전체를 물이 든 수조에 담가두는 구조인 것도 이 원리를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따라옵니다. 자연대류로 식힐 수 있다는 것은 냉각 펌프와 그 펌프에 전기를 공급하는 비상 발전기, 그리고 그것들을 제어하는 계통이 필요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대형 원전에서 안전 설비의 상당 부분이 「전기가 끊겼을 때 어떻게 물을 돌릴 것인가」에 쓰이는데, 그 문제 자체가 사라지므로 설비가 단순해집니다. 부품이 적으면 고장 날 곳도 적습니다.

② 공장에서 만들어 옮긴다는 것

작아지면서 따라오는 두 번째 변화는 만드는 장소입니다. 대형 원전의 원자로용기는 너무 커서 부지에서 조립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그래서 건설 현장이 곧 제조 현장이 됩니다. 날씨와 인력 수급, 현장 품질 관리가 모두 공기에 영향을 주고, 원전 건설이 자주 지연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모듈이 트럭이나 바지선으로 옮길 수 있는 크기가 되면 이 구조가 바뀝니다. 공장에서 만들어 검사까지 마친 뒤 현장으로 보내면, 현장에서는 놓고 연결하는 일만 남습니다. 공장은 같은 작업을 반복하므로 숙련도가 쌓이고 품질 편차가 줄며, 무엇보다 여러 대를 동시에 만들 수 있습니다. 옮길 수 있는 크기가 모듈의 출력을 정하는 셈이고, 77메가와트라는 숫자도 그 제약 안에서 나온 값입니다.

💡 쉽게 비유하면 — 현장에서 짓는 집과 공장에서 만든 집 집을 짓는 방법은 둘입니다. 터를 닦고 그 위에서 벽을 세워 올리거나, 공장에서 방 단위로 만들어 트럭으로 실어와 얹거나. 앞쪽은 원하는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지만 날씨를 타고 인부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집니다. 뒤쪽은 모양이 제한되는 대신 실내에서 만들어 검사까지 끝내고 옵니다. 원전에서도 같은 갈림길이 있습니다. 대형 원전은 앞쪽이고 SMR은 뒤쪽입니다. 그런데 뒤쪽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 트럭에 실리는 크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방 하나를 두 배로 키우면 도로를 지날 수 없듯, 원자로도 옮길 수 있는 크기를 넘어서면 이 방식의 장점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공장에서 만드는 집이 싸지려면 조건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같은 방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채만 주문하면 공장 설비를 갖추는 비용이 그 한 채에 전부 실려 오히려 비쌉니다. 이 회사가 지금 서 있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짓는 순서도 바꿉니다. 대형 원전은 원자로가 완성돼야 다음 공정이 진행되는 구간이 많아 한 곳이 늦으면 전체가 밀립니다. 모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동안 현장에서는 기초와 건물을 동시에 지을 수 있어 두 작업이 나란히 갑니다. 공기가 짧아지면 건설 기간에 쌓이는 금융비용도 함께 줄어드는데, 수조 원짜리 사업에서 이 몫이 작지 않습니다.

③ 그런데 작아지면 단가가 올라갑니다

①에서 본 계산은 안전에서는 유리하게 작동했는데, 비용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원자로 용기를 만드는 비용은 대체로 강철의 양, 곧 표면적에 비례합니다. 반면 그 안에서 만들어내는 전기는 노심의 부피에 비례합니다. 부피가 세제곱으로 늘고 표면적이 제곱으로 늘므로, 크게 만들수록 전기 1킬로와트당 드는 강철이 줄어듭니다.

강철만이 아닙니다. 원자로 한 기에는 크기와 무관하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어실과 운전원, 규제기관 심사, 보안 설비, 부지 확보 같은 것들입니다. 100만 킬로와트짜리 한 기에 붙는 이 고정 비용과 7만 7,000킬로와트짜리 한 기에 붙는 고정 비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킬로와트당으로 나눌 때 작은 쪽이 훨씬 불리합니다.

원전이 지난 반세기 동안 계속 커져온 이유가 이것입니다. 초기 상업 원자로는 수십만 킬로와트급이었는데 지금은 100만 킬로와트를 훌쩍 넘습니다. 규모를 키우는 것이 킬로와트당 단가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SMR은 그 흐름을 되돌리는 선택이고, 되돌린 만큼의 불리함을 어딘가에서 메워야 합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왜 원전은 계속 커져왔나 상업 원자로가 처음 나왔을 때는 수십만 킬로와트급이었는데 지금은 100만 킬로와트를 훌쩍 넘습니다. 기술이 발전해서가 아니라 경제성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재료입니다. 원자로 용기를 만드는 비용은 대체로 표면적에 비례하는데 만들어내는 전기는 부피에 비례합니다. 부피가 세제곱으로 늘고 표면적이 제곱으로 느니, 크게 만들수록 전기 1킬로와트당 드는 강철이 줄어듭니다. 다른 하나는 크기와 무관하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제어실과 운전원, 규제기관 심사, 보안 설비, 부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100만 킬로와트짜리에 붙는 이 비용과 7만 7,000킬로와트짜리에 붙는 비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킬로와트당으로 나눌 때 작은 쪽이 훨씬 불리합니다. 소형모듈원자로는 이 흐름을 되돌리는 선택입니다. 되돌린 만큼의 불리함을 공장 생산과 반복으로 메우겠다는 제안이며, 그 제안이 아직 실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산업의 현재 위치입니다.

④ 그 불리함을 뒤집는 조건

메우는 방법이 ②에서 본 공장 생산입니다. 같은 모듈을 반복해 만들면 두 가지가 일어납니다. 하나는 학습효과로, 같은 작업을 되풀이할수록 시간과 불량이 줄어듭니다. 다른 하나는 규모의 경제로, 공장 설비와 치구를 갖추는 비용이 여러 대에 나뉘어 실립니다. 그리고 부지에서의 공기가 짧아지면 건설 기간에 쌓이는 금융비용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 모델의 성립 조건은 숫자로 표현됩니다 — 몇 기를 팔아야 대형 원전의 킬로와트당 단가를 따라잡는가. 이 회사가 12개 모듈까지 묶는 구성을 제시하는 것도 한 부지에서 고정 비용을 여러 모듈에 나누려는 설계이고, 공급망 파트너 60여 곳과 30건 이상의 협약을 맺어둔 것도 반복 생산을 전제한 준비입니다.

여기서 이 회사의 위치가 분명해집니다. 작게 만들어 싸진다는 전제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증명하려면 여러 기를 만들어봐야 하는데, 여러 기를 만들려면 먼저 팔려야 하고, 팔리려면 싸다는 것이 증명돼야 합니다. 이 순환의 어느 지점에서 시작할지가 이 산업 전체의 숙제이며, 실제로 2023년 유타주 프로젝트는 추정 건설비가 오르면서 참여 지자체들이 빠져나가 취소됐습니다.

이 순환에는 바깥에서 끊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부가 첫 몇 기의 비용 일부를 대거나, 전기를 살 쪽이 값이 비싸도 먼저 계약해주는 것입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회사들이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그래서인데, 이들에게는 전기 단가보다 확보 자체가 급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급함은 지금 당장의 것이고 SMR은 몇 년 뒤의 해법이라는 시차가 남습니다.

⑤ 그래서 첫 호기 전까지 팔 수 있는 것

원자로를 아직 하나도 팔지 못한 회사가 무엇을 파는가. 2절에서 본 대로 기술 라이선스와 설계 용역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른 말로 하면 이렇습니다 — 이 회사가 지금 파는 것은 원자로가 아니라 설계와 인허가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그 상태에는 값이 매겨집니다. 원전을 지으려는 쪽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이 규제 심사이기 때문입니다. 설계인증을 이미 받아둔 도면을 쓰면 그 불확실성이 줄고 일정이 앞당겨집니다. 회사가 실적 발표문에서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작업을 수년간 해왔고 그 작업이 거의 끝났다」고 말하는 것이 이 자산을 가리킵니다.

여기에 공급망이 더해집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이 회사의 모듈 12기분 장주기 소재를 단조해온 것처럼,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체계를 미리 갖춰두는 일도 「지을 준비가 된 상태」의 일부입니다. 원전 히어로즈 ①편에서 본 대로 그 단조 설비를 갖춘 곳이 세계에 많지 않으므로, 그 자리를 확보해둔 것 자체가 자산이 됩니다.

⑥ 그런데 그것을 누가 파는가

여기서 이 편의 핵심에 닿습니다. ⑤에서 본 자산을 시장에 내놓는 일은 이 회사가 하지 않습니다. ENTRA1 Energy가 뉴스케일 파워 제품과 서비스 전부의 상업화·유통·배치에 관한 글로벌 독점 권리를 갖고 있고, 회사는 스스로를 「ENTRA1 에너지 플랜트 안에 들어가는 기술 공급자」로 설명합니다.

이 구조가 만드는 차이는 계약의 주체에서 드러납니다. TVA와 최대 6기가와트 배치 협정을 맺은 것은 ENTRA1이고, 그 협정은 비구속적 합의였습니다. 최종 고객과 전력구매계약을 협상하는 것도 ENTRA1이며, 뉴스케일 파워는 그 협상이 타결된 다음에야 부지별 용역과 모듈 공급으로 매출을 인식합니다. 회사 실적 발표문이 「ENTRA1이 TVA와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는 형태로 상업 진척을 보고하는 것이 이 관계를 보여줍니다.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이유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이 회사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뉴스케일 파워 설계인증입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는 수년이 걸리고 비용도 큽니다. 이 회사는 그 과정을 먼저 통과했고, 2025년에는 출력을 높인 77메가와트 모듈 구성까지 승인을 받았습니다. 뒤따르는 회사들이 같은 위치에 서려면 같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다만 이 해자의 성격을 정확히 봐야 합니다. 지켜주는 것은 「먼저 도착했다」이지 「독점한다」가 아닙니다. 규제 심사는 통과하기 어려울 뿐 남에게 닫혀 있는 문이 아니고, 여러 회사가 같은 문 앞에 줄 서 있습니다. 그리고 뒤에 오는 설계가 더 저렴하거나 연료 조달이 쉬우면 먼저 도착한 것이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의 성격도 다릅니다. 앞선 편들에서 본 해자는 대체로 시간이 갈수록 두꺼워졌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단조 실적이나 한전KPS의 정비 경험은 쌓이는 종류였습니다. 설계인증은 반대입니다. 받아둔 순간이 가장 귀하고, 시간이 지나 다른 설계들이 인증을 받기 시작하면 상대적 가치가 줄어듭니다. 자산이 마모되는 방향으로 놓여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게 시간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인증의 값어치가 가장 클 때 그것을 계약으로 바꿔야 하는데, 계약을 가져오는 일은 ENTRA1의 몫입니다. 회사가 통제하는 것과 회사의 값어치를 정하는 것이 분리돼 있는 구조입니다.

경쟁의 축도 다른 편들과 다릅니다. 앞선 회사들은 같은 일을 하는 상대와 겨뤘지만, 이 회사가 마주한 상대들은 노형 자체가 다릅니다. 고온가스로와 나트륨 냉각로는 냉각 방식도 연료도 다르고, 어느 쪽이 먼저 상업 운전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시장의 표준이 정해질 수 있습니다. 기술의 우열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어느 방식이 먼저 실물로 증명되느냐를 겨루는 국면입니다.

📌 이 회사를 판별하는 질문 하나 설계인증은 이 회사를 판별해주지 못합니다. 이미 받아둔 것이고 여러 해 전부터 이 회사의 소개 문구에 들어 있었지만 그 사이 매출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대형 배치 협정 소식도 답이 아닙니다 — TVA 협정은 ENTRA1이 맺은 비구속적 합의이고, 그것이 이 회사 매출로 내려오려면 최종 고객의 전력구매계약과 부지별 용역 계약이라는 별개의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현금 보유액도 마찬가지입니다. 19억 달러는 고객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온 돈입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ENTRA1의 합의가 뉴스케일 파워의 계약으로 내려오는가.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의 성격을 봅니다. 기술 라이선스인지, 부지별 용역인지, 모듈 공급인지가 프로젝트의 단계를 알려줍니다. 매출이 0에 가까운 분기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없다는 뜻입니다. 둘째, ENTRA1이 발표한 협정과 이 회사가 인식한 매출 사이의 시차를 봅니다. 협정 발표 후 몇 분기가 지나도 매출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 협정은 아직 계약이 아닙니다. 셋째, 회사가 밝히는 단계별 지급 마일스톤의 달성 여부를 봅니다. ENTRA1과의 파트너십 협정에 걸린 최대 5,500만 달러가 얼마나 인식됐는지가 가장 직접적인 신호입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뉴스케일 파워를 둘러싼 큰 그림

이 회사의 관계도에는 다른 편에 없던 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판매를 대신하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 때문에 고객과 파트너의 경계가 다른 회사들보다 흐릿합니다.

🌏 글로벌 라이벌

  • X-energy [미국, 비상장] — 고온가스로 방식의 SMR을 개발하며 아마존이 투자한 회사입니다. 가압경수로인 이 회사와 노형이 달라, 어느 방식이 먼저 상업화되는지가 시장의 판단을 가릅니다.
  • TerraPower [미국, 비상장] — 나트륨 냉각 방식을 개발하며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분을 취득한 회사입니다. 원전 히어로즈 ①편에서 본 대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이 회사에도 기자재를 공급하고 있어, 제작 쪽에서는 경쟁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Rolls-Royce SMR [영국, 비상장] — 체코가 SMR 공급자로 선정한 회사입니다. 원전 히어로즈 ②편에서 본 대로 같은 나라에서 대형 원전은 팀 코리아가, SMR은 다른 진영이 맡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 핵심 고객사

  • ENTRA1 Energy [미국, 비상장] — 고객이라기보다 판매 창구입니다. 이 회사 제품과 서비스 전부의 상업화·유통·배치에 관한 글로벌 독점 권리를 갖고 있어, 최종 고객과의 계약은 모두 이곳을 거칩니다.
  • RoPower / Nuclearelectrica [루마니아, 국영 계열] — 지금까지 이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2024년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기본설계 2단계가 2025년 말 완료됐습니다. 2026년 2월 주주 승인으로 다음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 테네시강유역개발청(TVA) [미국 연방 공기업] — ENTRA1이 최대 6기가와트 배치 협정을 맺은 상대입니다. 미국 최대 공공 전력 공급자이며, 이 협정이 전력구매계약으로 확정되는지가 이 회사의 다음 매출을 정합니다.

🔗 이 시리즈와의 연결고리

  • 두산에너빌리티 [코스피 034020] — 원전 히어로즈 ①편의 주인공이자 이 회사의 공급망 파트너입니다. 모듈 12기분의 장주기 소재를 단조해왔고, 창원에 SMR 전용 공장을 8,068억원 들여 짓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같은 흐름을 기다리지만 기다리는 방식이 다릅니다 — 한쪽은 공장을 세워두고, 다른 한쪽은 인증을 받아둡니다.
  •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나스닥 CEG] — 원전 히어로즈 ⑤편의 주인공입니다. 같은 데이터센터 수요를 보지만 파는 것이 정반대입니다. 그 회사는 이미 돌아가는 원자로의 전기를 팔고 이 회사는 아직 없는 원자로를 팝니다. 지금 전기가 급한 고객이 어느 쪽을 택하는지가 두 회사의 처지를 가릅니다.
  • 카메코(Cameco) [뉴욕 CCJ] — 원전 히어로즈 ⑥편의 주인공입니다. 이 회사가 프라마톰과 첫 미국 고객용 연료집합체 공급 협정을 확대한 것처럼, SMR도 결국 연료를 사야 합니다. 다만 상업 운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 수요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왼쪽에는 만들어줄 회사들이 준비를 마치고 있고 오른쪽에는 전기가 급한 고객들이 있는데, 그 사이를 잇는 자리에 이 회사가 아니라 ENTRA1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설계와 인증과 공급망까지입니다. 4절의 판별식이 「ENTRA1의 합의가 이 회사의 계약으로 내려오는가」를 묻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지도에는 다른 편에 없던 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판매를 대신하는 회사입니다. 보통 관계도에서 고객과 경쟁자 사이에는 이 회사가 서 있는데, 여기서는 그 자리를 ENTRA1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TVA나 데이터센터 같은 최종 고객은 이 회사의 고객이면서 동시에 이 회사가 직접 마주 앉지 않는 상대입니다.

경쟁의 성격도 다른 편들과 다릅니다. 앞선 회사들은 같은 일을 하는 상대와 값이나 품질로 겨뤘지만, 이 회사가 마주한 상대들은 노형 자체가 다릅니다. 고온가스로와 나트륨 냉각로는 냉각 방식도 연료도 다르고, 어느 쪽이 먼저 상업 운전에 들어가느냐가 시장의 표준을 정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어느 방식이 먼저 실물로 증명되느냐를 겨루는 국면입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뉴스케일 파워 실적표는 앞서 다룬 회사들과 읽는 법이 다릅니다. 매출이 사실상 없는 회사이므로 이익률이나 성장률로 볼 것이 없고, 대신 손실의 성격과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봐야 합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분 매출 수익성 비고
2024년(연간, 확정) 3,700만 달러(YoY +62.3%) 순손실 3억 4,840만 달러 매출의 대부분이 RoPower 기술 라이선스 계약 인식분. 연말 현금·단기투자 4억 4,670만 달러
2025년(연간, 확정) 3,150만 달러(YoY -14.9%) 주당순손실 2.17달러 매출원가는 49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로 증가. 연말 현금·투자 13억 달러. 4분기에 3,930만 주를 팔아 7억 5,000만 달러 조달
2026년 1분기(확정) 56만 5,000달러(YoY -95.8%) 영업손실 5,750만 달러 보통주(Class A) 귀속 순손실 4,400만 달러. RoPower 기본설계 2단계가 2025년 말 종료
2026년 2분기(확정) 7만 5,000달러(YoY -99.1%) 보통주(Class A) 귀속 순손실 4,750만 달러 전년 동기 매출 805만 달러. 연구개발비 660만 달러 증가. 유동성 19억 달러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첫째, 위 네 행은 모두 회사가 발표한 확정 실적이며 금액은 달러입니다. 둘째, 2025년 행만 주당 수치인 것은 그 해 순손실 절대액을 회사 발표 원문에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행과 지표가 달라 세로로 비교할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셋째, 보통주(Class A) 귀속 순손실은 이 회사가 지주 구조를 두고 있어 전체 손실 가운데 상장 주식 몫만 떼어낸 값입니다. 회사 전체가 낸 손실과 같지 않습니다. 넷째, 이 표에는 연간 전망 행이 없습니다. 회사가 연간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회사가 밝힌 목표 시점 하나는 참고가 됩니다 — 첫 모듈 인도 목표를 2030년으로 두고 공급망을 준비해왔다는 것입니다.

뉴스케일 파워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매출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2024년 3,700만 달러에서 2025년 3,150만 달러로, 다시 2026년 1분기 56만 5,000달러와 2분기 7만 5,000달러로 내려왔습니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한결같습니다 — RoPower 프로젝트의 라이선스와 설계 용역이 끝났고 그것을 대신할 다른 프로젝트가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매출이 있던 해에도 그것은 원자로를 판 돈이 아니라 프로젝트 하나가 특정 단계를 지나갈 때 생긴 일회성 수익이었습니다. 3절 ⑤의 「설계와 인허가를 통과한 상태를 판다」가 손익계산서에서는 이런 모양입니다.

손실의 성격도 함께 봐야 합니다. 2026년 1분기 영업손실이 3,530만 달러에서 5,750만 달러로 늘었는데, 회사가 밝힌 원인 하나가 「인력이 전년보다 적은 상업 프로젝트에 투입돼 매출원가로 배부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인건비를 실을 프로젝트가 없어 비용으로 남았다는 뜻입니다.

⚠️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가 매출이 사실상 없는 회사에서는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2026년 6월 말 기준 현금 7억 6,650만 달러, 단기투자 3억 570만 달러, 장기투자 8억 2,080만 달러를 합해 19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같은 해 상반기에 영업활동으로 나간 현금은 3억 7,290만 달러였습니다. 다만 이 두 숫자를 그대로 나누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상반기 영업 현금유출에는 1분기의 매입채무 2억 6,420만 달러 감소가 들어 있어, 평소의 소진 속도보다 크게 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상업화가 다가올수록 영업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의 속도도 지금과 같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19억 달러의 출처입니다. 2025년 4분기에 3,930만 주를 팔아 7억 5,000만 달러를, 2026년 1분기에 320만 주를 팔아 3,790만 달러를 조달했고, 2024년 말에는 워런트 행사로 2억 2,770만 달러가 들어왔습니다. 고객이 낸 돈이 아니라 주주가 낸 돈이며, 이 방식이 이어지면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됩니다. 회사가 발행 가능 주식 수를 3억 3,200만 주에서 6억 6,200만 주로 늘리는 안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서 확인할 것은 남은 개월 수가 아니라 조달의 성격입니다. 이번 조달이 상업 계약을 앞두고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계약이 미뤄져 다시 필요해진 것인지가 같은 금액이라도 뜻이 다릅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첫 번째 층위는 매출이 사실상 없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2026년 상반기 두 분기를 합한 매출이 64만 달러이고, 그것도 이전 프로젝트의 잔여분입니다. 회사의 가치는 지금 벌고 있는 돈이 아니라 앞으로 벌 수 있다는 기대에 걸려 있으며, 그 기대가 흔들리면 근거로 삼을 실적이 없습니다.

두 번째 층위는 판매 권리가 밖에 있다는 구조입니다. 이 회사는 최종 고객과 직접 협상하지 않고, 계약의 시점과 조건을 ENTRA1이 정합니다. 파트너의 자금 조달이 늦어지거나 협상이 틀어지면 이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회사 실적 발표에서 상업 진척을 묻는 질문에 「ENTRA1이 자금을 확보하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나옵니다.

세 번째 층위가 그 구조에서 파생됐습니다. ENTRA1 파트너십에 관한 공시를 두고 증권집단소송이 제기됐고, TVA 관련 지급 구조가 쟁점에 포함돼 있습니다. 소송의 결과와 별개로, 이 회사의 상업화 경로가 외부 파트너에 묶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공시와 지배구조 위험을 함께 만든다는 점은 남습니다.

네 번째 층위는 자금 조달의 반복입니다. 6절에서 본 대로 이 회사의 현금은 주식 발행에서 옵니다. 주가가 높을 때는 적은 주식으로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지만, 낮아지면 같은 금액을 모으는 데 더 많은 주식이 필요해 희석이 커집니다. 상업 계약이 늦어질수록 조달 조건이 나빠지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다섯 번째 층위는 3절 ④에서 본 순환입니다. 싸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여러 기를 만들어야 하고, 여러 기를 만들려면 먼저 팔려야 합니다. 2023년 유타주 프로젝트가 추정 건설비 상승으로 취소된 것이 이 순환이 실제로 끊어진 사례이며, 그때 잃은 것은 프로젝트 하나가 아니라 「첫 호기」라는 자리였습니다.

여섯 번째 층위는 경쟁 노형입니다. 4절에서 본 대로 설계인증은 시간이 지나며 상대적 가치가 줄어드는 자산입니다. 다른 노형이 인증을 받거나, 더 저렴한 구성이 제시되거나, 규제 절차 자체가 간소화되면 먼저 도착했다는 이점이 옅어집니다.

일곱 번째 층위는 인력과 조직입니다. 직원 428명 가운데 상당수가 설계와 인허가 대응에 특화된 인력인데, 상업 프로젝트가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 그 경험이 쓰이지 않은 채 남습니다. 회사가 공급망 준비 인력을 늘린 것은 다가올 물량에 대비하는 선택이지만, 그 물량이 늦어지면 늘린 만큼이 그대로 손실로 쌓입니다.

여덟 번째 층위는 대체재입니다. 원전 히어로즈 ⑤편에서 본 대로 데이터센터가 지금 당장 필요한 무탄소 전력은 이미 돌아가는 원자로에서 나옵니다. SMR이 상업 운전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 수요는 다른 곳으로 갑니다. 기다리는 동안 고객이 다른 해법에 만족해버리면, 준비를 마쳤을 때 시장이 이미 채워져 있을 수 있습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네 가지 해석

① 판매 권리가 어디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회사를 볼 때 무엇을 만드는지는 대개 쉽게 알 수 있지만, 그것을 누가 파는지는 잘 확인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둘이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처럼 판매 권리가 별도 회사에 독점적으로 넘어가 있으면, 좋은 소식이 나와도 그것이 이 회사의 매출로 내려오기까지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그 한 단계가 시차와 위험을 함께 만듭니다. ENTRA1이 TVA와 6기가와트 협정을 맺었다는 소식은 이 회사 기술이 선택됐다는 뜻이지만, 그 협정은 비구속적이고 최종 고객의 전력구매계약이 남아 있으며, 그 다음에야 이 회사의 용역 계약이 옵니다. 뉴스와 매출 사이에 놓인 단계의 수만큼 어긋날 가능성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회사를 볼 때 던져야 할 질문이 하나 늘어납니다 — 이 회사가 고객과 직접 계약을 맺는가. 유통사나 파트너를 거친다면 그 상대의 사정이 이 회사의 실적을 정하게 되고, 그 상대는 대개 상장사가 아니어서 밖에서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② 작아지는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릅니다

3절에서 본 계산이 이 편에서 가장 오래 남을 부분입니다. 원자로를 작게 만들면 부피 대비 표면적이 커져 저절로 식는데, 바로 그 같은 비율 때문에 전기 1킬로와트당 드는 강철이 늘어납니다. 안전을 가져다준 계산이 비용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뉴스케일 파워 SMR을 비롯한 이 방식은 「작아서 좋다」가 아니라 「작아서 생기는 불리함을 다른 방법으로 메우겠다」는 제안입니다. 그 다른 방법이 공장에서 반복 생산하는 것이고, 반복이 충분히 쌓여야 성립합니다. 이 구조를 알면 SMR을 평가할 때 기술의 우수성보다 몇 기를 팔았는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같은 방식의 교환은 다른 산업에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작게 나누면 유연해지는 대신 개당 고정비가 올라가고, 그 불리함은 물량으로만 메워집니다. 어떤 회사가 「작게 만들어 싸게 만들겠다」고 할 때는 그 물량이 어디서 오는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③ 자산이 두꺼워지는 회사와 얇아지는 회사가 있습니다

원전 히어로즈 앞선 편들에서 본 해자는 대체로 시간이 갈수록 두꺼워졌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납품 실적, 한전기술의 규제 대응 기록, 한전KPS의 정비 경험은 모두 쌓이는 종류였습니다. 반면 설계인증은 받아둔 순간이 가장 귀하고 다른 설계들이 뒤따라 인증을 받을수록 상대적 가치가 줄어듭니다.

이 차이는 시간을 어느 편으로 두느냐를 가릅니다. 쌓이는 자산을 가진 회사는 기다려도 손해가 적지만, 마모되는 자산을 가진 회사는 기다리는 것 자체가 비용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기다림의 길이를 스스로 정하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의 강점을 확인했을 때 한 가지를 더 물어야 합니다 — 그 강점은 시간이 지나면 두꺼워지는가, 얇아지는가. 앞이면 지금 사지 못해도 나중이 있지만, 뒤면 그 강점이 값을 하는 창이 정해져 있습니다. 인증·특허·선점처럼 「먼저 도착했다」에서 나오는 강점은 대개 뒤쪽입니다.

④ 매출이 없는 회사에서는 현금의 출처가 실적표를 대신합니다

2026년 2분기 이 회사의 매출은 7만 5,000달러였고 같은 분기에 보유 현금과 투자는 19억 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9억 달러 늘었습니다. 매출로는 회사의 상태를 읽을 수 없고, 대신 그 9억 달러가 어디서 왔는지가 지금 이 회사에 관해 가장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돈이 들어오는 경로는 셋뿐입니다. 고객이 내는 돈, 빌린 돈, 주주가 내는 돈입니다. 이 회사의 경우 2025년 4분기에 3,930만 주를 팔아 7억 5,000만 달러를, 2026년 1분기에 320만 주로 3,790만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세 번째 경로이고, 그것이 이어지는 한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됩니다.

다만 조달 자체를 나쁜 신호로 읽으면 절반만 보는 것입니다. 상업 계약을 앞두고 실행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조달과 계약이 미뤄져 버틸 돈이 다시 필요해진 조달은 금액이 같아도 뜻이 정반대입니다. 이 회사가 조달한 현금의 상당 부분을 장기투자로 옮긴 것은 당장 쓸 일이 없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것을 여유로 볼지 지연으로 볼지는 상업 진척과 함께 봐야 갈립니다.

그래서 매출이 없는 회사를 볼 때는 손익계산서보다 현금흐름표와 자본 변동을 먼저 펼치는 편이 낫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얼마나 나가는지, 그 구멍을 무엇으로 메우는지, 그리고 그 메우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지가 실적표가 알려주지 못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앞으로 이 회사에 관한 소식을 접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질문 네 개와,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적어둡니다.

첫째, ENTRA1의 합의가 이 회사의 계약으로 내려오는가. 분기 실적 발표문에서 매출의 성격을 확인합니다. 기술 라이선스인지 부지별 용역인지 모듈 공급인지가 프로젝트의 단계를 알려주고, 매출이 0에 가까운 분기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협정 발표 시점과 매출 인식 시점 사이의 간격을 세어보면 그 협정이 계약이 되고 있는지가 보입니다.

둘째, 조달의 성격이 무엇인가. 분기 실적 발표에 주식 발행 규모와 조달 금액이 실립니다. 그 조달이 상업 계약을 앞두고 이뤄진 것인지 계약이 미뤄져 다시 필요해진 것인지를 같은 발표문의 상업 진척 항목과 나란히 놓고 판단합니다. 금액보다 맥락이 중요합니다.

셋째, 첫 호기가 실제로 착공에 다가가는가. RoPower 프로젝트의 인허가 진행과 사전 설계·조달·시공 계약 협상, 장주기 품목 발주 여부를 봅니다. 회사가 분기마다 이 항목들의 진척을 밝히며, 장주기 품목 발주는 실제로 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넷째, 경쟁 노형의 인증 상황이 어떻게 되는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 진행 현황과 다른 노형의 승인 소식을 함께 봅니다. 4절에서 본 대로 이 회사의 핵심 자산은 상대적 위치에서 나오므로, 다른 설계가 같은 문을 통과하는 속도가 곧 이 자산의 마모 속도입니다.

10. 마무리하며

뉴스케일 파워는 원자로가 아니라 설계와 인허가를 통과한 상태를 파는, 판매 권리가 회사 밖에 있는 SMR 설계사입니다. 이 한 줄에 이 회사의 자산과 제약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규제 문턱을 넘은 설계를 갖고 있고, 그것을 시장에 내놓는 일은 다른 회사가 합니다.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원자로를 작게 만들면 부피 대비 표면적이 커져 펌프 없이도 붕괴열을 감당할 수 있게 되는데, 같은 비율 때문에 전기 1킬로와트당 드는 강철과 고정비는 오히려 늘어납니다. 그 불리함은 공장에서 같은 모듈을 반복 생산해야만 메워지고, 반복이 시작되려면 먼저 팔려야 합니다. 그런데 파는 일은 ENTRA1의 몫이고, 이 회사는 그 협상이 타결된 다음에야 매출을 인식합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이 64만 달러에 그친 것이 그 구조의 결과였습니다.

남는 질문은 시간에 관한 것입니다. 설계인증이라는 자산이 값을 하는 창이 얼마나 열려 있는가. 그리고 그 창이 닫히기 전에 ENTRA1이 계약을 가져올 것인가. 앞의 질문에는 경쟁 노형의 인증 진행이 답하고, 뒤의 질문에는 이 회사가 인식하는 매출의 성격이 답할 것입니다.

원전 히어로즈를 여기까지 읽어오며 확인한 것은 같은 원전이라는 단어 아래 서로 다른 사업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만드는 곳과 그리는 곳과 돌보는 곳과 붙이는 곳, 돌리는 곳과 캐는 곳, 그리고 아직 시작하지 못한 곳. 이 지도에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칸이 남아 있고, 원전을 둘러싼 사업이 늘어나는 만큼 다룰 회사도 늘어날 것입니다. 어느 회사를 보든 되풀이해 던져볼 질문은 같습니다 — 이 회사가 파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파는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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