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6일, 콘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의 2분기 실적에는 방향이 어긋난 두 숫자가 있었습니다. 매출은 61억 달러에서 75억 달러로 22.9% 늘었는데 보통주주 귀속 순이익은 8억 3,900만 달러에서 5억 1,300만 달러로 38.9% 줄었습니다. 연간으로도 같습니다 — 2025년 매출은 8.3% 늘었고 순이익은 38.1% 줄었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밝힌 2분기 이익 감소 요인 가운데 하나가 「불리한 원전 정비」였습니다. 원자로가 멈춰 선 시간이 이 회사에는 그대로 손실이었다는 뜻입니다.
1. 왜 지금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인가
원전 히어로즈 국내 네 편에서 다룬 회사들은 모두 원전을 세우는 쪽에 있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를 만들고, 한전기술은 도면을 그리며, 비에이치아이는 보조기기를 붙이고, 한전KPS는 완공된 뒤를 맡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세운 원전으로 실제 돈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발전소를 소유하고 전기를 팔아 매출을 올리는 쪽입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원전 함대는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 회사 스스로 미국 최대 원자력 기업이자 경쟁 소매 전력 공급사라고 소개합니다. 2021년 대형 전력회사 엑셀론에서 발전과 판매 부문이 분사해 신규 상장했고, 2026년 1월에는 가스·지열 발전사 캘파인을 인수하며 미국 최대 발전사업자가 됐습니다. 포춘 100대 기업의 80%를 포함해 약 250만 개 고객 계정에 전기를 팝니다.
이 편이 붙잡을 구조는 시간입니다. 앞의 네 편이 「일감이 오기 전에 무엇을 먼저 갖춰야 하는가」를 다뤘다면, 이 회사에는 그런 선행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원자로는 이미 서 있고 대부분 감가상각이 상당히 진행된 자산입니다. 대신 다른 제약이 있습니다 — 그 원자로가 도는 시간만큼만 팔 것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 회사는 원전 히어로즈 ③편의 한전KPS와 정확히 거울처럼 마주 봅니다. 한전KPS는 원전이 멈춰야 정비 일감이 생겨 돈을 벌고,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원전이 멈추면 팔 전기가 사라져 돈을 잃습니다. 같은 사건이 두 회사의 손익계산서에 정반대 부호로 찍힙니다. 두 편을 겹쳐 읽으면 원전이라는 설비 하나를 두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어떻게 갈리는지가 보입니다.
이 편에서 답을 찾아볼 질문은 셋입니다. 원자로를 새로 짓지 않는 회사가 어떻게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같은 분기에 두 개의 이익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회사가 파는 전기의 값은 누가 정하는가.
📌 기본 정보 티커: 나스닥 CEG | 설립: 2021년 2월 엑셀론(Exelon)에서 발전·판매 부문이 분사해 볼티모어에서 신규 상장, 2026년 1월 캘파인(Calpine) 인수 완료 | 사업 구성: 발전(원자력·수력·풍력·태양광 등 무탄소 전원과 가스·지열·석유) + 상업·산업용 전력 소매판매 | 지배구조: 특정 대주주 없이 기관투자자 분산 보유 | 시장 내 위치: 미국 최대 원자력 발전 기업이자 캘파인 인수 이후 미국 최대 발전사업자, 포춘 100대 기업의 80%를 포함해 약 250만 개 고객 계정 보유 | 한 줄 정체성: 원자로를 새로 짓지 않고 이미 있는 것을 멈추지 않게 돌려 전기를 파는, 설비가 도는 시간이 곧 상품인 회사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이 회사가 파는 것은 전기 한 가지인데, 파는 방식이 세 갈래로 나뉩니다. 그리고 그 세 갈래가 이 회사의 손익을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첫째는 도매 전력시장에 그때그때 시세로 파는 것입니다. 미국의 여러 지역에는 전력을 사고파는 시장이 있고, 발전소는 자기가 만든 전기를 그 시장 가격에 팝니다. 가격은 그날의 수요와 다른 발전소들의 연료비에 따라 오르내립니다. 원전은 연료비가 낮아 시장 가격이 오를 때 그 차익을 가장 크게 가져가는 쪽인데, 반대로 가격이 내려가면 방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습니다.
둘째는 대형 고객과 몇 년에서 수십 년 단위로 값을 미리 정해두는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입니다. 2024년 마이크로소프트와 20년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고, 2025년에는 메타와 클린턴 청정에너지센터의 전량을 20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6년 2분기에만 920메가와트 규모의 장기 계약을 추가로 맺었습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PPA가 늘어난다는 것은 파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갈래에서는 시장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든 받는 값이 계약서에 적힌 대로입니다.
셋째는 용량요금입니다. 지역 전력망 운영기관이 「지금 전기를 만들지 않더라도 필요할 때 언제든 만들 수 있는 상태로 대기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발전소를 세워둔 것 자체에 값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2026년 2분기 실적이 개선된 요인으로 회사는 캘파인 인수와 함께 용량시장 가격 상승을 들었습니다.
여기에 판매 사업이 따로 붙습니다. 이 회사는 발전소를 소유하는 동시에 기업과 공공기관에 직접 전기를 파는 소매 사업자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전기를 누구에게 살지 고객이 고를 수 있는데, 이 회사는 그 시장에서 포춘 100대 기업의 80%를 고객으로 두고 있습니다. 발전과 판매를 한 회사가 함께 하면 자기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자기 고객에게 파는 경로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자산 구성도 다른 원전 관련 기업과 다릅니다. 무거운 것은 공장이 아니라 발전소이고, 그 발전소는 대부분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인수하거나 물려받은 것입니다. 2021년 분사 때 엑셀론의 원전을 가져왔고, 2026년 1월에는 캘파인을 인수해 가스와 지열 발전소를 더했습니다. 새로 짓는 대신 사들이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워온 회사입니다.
돈이 들어오는 시점도 제조업과 다릅니다. 몇 년짜리 계약을 따내 진행률만큼 매출로 잡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만들어 넘긴 그달에 매출이 생깁니다. 미청구공사도 수주잔고도 이 회사의 재무제표에서는 무겁지 않습니다. 대신 발전소가 며칠 멈췄는지가 그 분기 매출을 직접 깎습니다.
원가가 어디로 나가는지도 이 회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원전은 연료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몫이 작고 대신 인건비와 유지보수비, 그리고 이미 지어둔 설비의 감가상각이 큽니다. 이 비용들은 발전소가 돌든 멈추든 거의 그대로 나갑니다. 그래서 파는 양이 줄면 그 고정비가 더 적은 전기에 나뉘어 실리고, 반대로 이용률이 오르면 늘어난 전기의 대부분이 이익으로 남습니다.
돈이 들어오는 시점은 단순합니다. 전기를 만들어 넘긴 그달에 매출이 생기고 대금은 정해진 주기로 들어옵니다. 다만 전력을 미리 사고파는 계약을 함께 하기 때문에, 아직 정산되지 않은 계약의 평가손익이 분기마다 손익계산서에 반영됩니다. 6절에서 볼 회계기준 순이익의 진폭이 여기서 나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전력구매계약(PPA)은 무엇을 바꾸나 전력구매계약은 전기를 만드는 쪽과 쓰는 쪽이 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맺는 장기 공급 계약입니다. 「앞으로 20년 동안 이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메가와트시당 얼마에 사겠다」는 식으로 기간과 가격을 미리 못 박습니다. 파는 쪽에는 값이 고정된다는 뜻이고, 사는 쪽에는 전기를 확보한다는 뜻입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회사가 이 계약에 나서는 이유가 뒤쪽입니다. 전력망에서 필요한 만큼 사 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 곳에서 수백 메가와트를 한꺼번에 쓰는 시설이 늘어나면 그 지역 전력망이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예 발전소 하나를 통째로 예약하는 방식이 나왔습니다. 이 계약이 발전사에 무엇을 바꾸는지가 중요합니다. 시장에 팔면 값이 매일 흔들리지만 계약으로 팔면 20년치 수입이 확정됩니다. 대신 시장 가격이 크게 오르는 국면에서도 계약된 값만 받습니다. 안정과 상승 여력을 맞바꾸는 선택이며, 이 회사가 지금 그 교환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발전사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는 대개 설비 용량을 셉니다. 몇 기가와트를 가졌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용량은 최대치일 뿐이고 실제로 판 전기는 그 최대치에 시간을 곱한 값입니다. 이 회사가 새 원자로를 거의 짓지 않으면서도 파는 양을 늘려온 비결이 이 곱셈의 뒤쪽에 있습니다. 원전이 왜 멈출 수밖에 없는지(①), 그 멈춤을 줄이는 것이 왜 곧 증설인지(②), 멈추지 않게 하는 일이 실제로 어떤 기술인지(③), 죽은 원전을 되살린다는 것의 의미(④), 그리고 값이 정해지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⑤)와 그 변화가 남기는 문제(⑥)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① 원전은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 히어로즈 ③편에서 본 대로, 원자로는 설계 단계에서 계산된 시점이 오면 반드시 세워야 합니다. 핵연료 안의 우라늄-235가 줄어들고 중성자를 잡아먹는 물질이 쌓여, 어느 순간 제어봉을 다 뽑아도 출력이 유지되지 않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때 연료를 갈아야 하고, 연료를 갈려면 원자로 뚜껑을 열어야 하며, 뚜껑을 열려면 압력과 온도를 내리고 붕괴열이 빠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이 과정이 몇 주 걸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발전소는 전기를 한 킬로와트도 팔지 못합니다. 한전KPS 편에서 이 기간은 일감이 생기는 시간이었지만, 소유주 입장에서는 매출이 0인 시간입니다. 회사가 2026년 2분기 이익 감소 요인으로 원전 정비를 든 것이 이 뜻입니다.
멈추는 방식에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연료 교체 주기에 맞춰 미리 잡아둔 계획 정지이고, 다른 하나는 설비 이상으로 갑자기 서는 비계획 정지입니다. 앞은 전력 수요가 적은 봄가을에 배치할 수 있어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뒤는 시점을 고를 수 없습니다. 여름 한낮처럼 전력 값이 가장 비쌀 때 서면 그 손실이 가장 큽니다.
② 멈춤을 줄이는 것이 이 회사의 증설입니다
여기서 이 회사의 성장 방식이 설명됩니다. 원자로를 새로 지으려면 십수 년과 수조 원이 듭니다. 그런데 이미 가진 원자로가 1년에 며칠 더 돌게 만들면, 그만큼의 전기가 추가 투자 없이 생깁니다. 발전 업계는 이것을 설비이용률(capacity factor)이라는 숫자로 잽니다. 1년 내내 최대 출력으로 돌았을 때 나올 수 있는 양 대비 실제로 만든 양의 비율입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원전의 설비이용률은 최근 3년 평균 94.6%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2025년 1분기 94.1%, 2026년 1분기 92.3%를 기록했습니다. 100%에서 남은 5% 남짓이 연료 교체와 정비로 세운 시간입니다. 숫자만 보면 개선 여지가 작아 보이지만, 1%포인트는 22기가와트 규모의 함대에서 연간 수십만 가구가 쓸 전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이 업계에서는 정비 기간을 하루 줄이는 일이 곧 증설로 취급됩니다.
그리고 이 방식에는 새 원전을 짓는 것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인허가도, 부지도, 건설 기간도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원전 히어로즈 앞의 네 편이 다룬 회사들이 십수 년짜리 시간표 위에서 움직이는 동안, 이 회사만 올해 안에 결과를 낼 수 있는 성장 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 쉽게 비유하면 — 객실을 더 짓지 않고 매출을 늘리는 호텔 객실 100개짜리 호텔이 매출을 늘리는 방법은 셋입니다. 객실을 더 짓거나, 빈 객실을 줄이거나, 방값을 올리거나. 첫 번째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이미 가진 것으로 하는 일입니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이 두 번째와 세 번째입니다. 원자로를 새로 짓는 대신 정비로 세워두는 날을 줄이고, 그렇게 확보한 전기를 더 좋은 값에 팔 방법을 찾습니다. 설비이용률을 94%에서 95%로 올리는 것이 앞의 일이고, 시장에 파는 대신 장기 계약으로 넘기는 것이 뒤의 일입니다. 다만 이 비유에는 한계가 하나 있습니다. 호텔은 객실을 비워두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원전은 멈춰 있어도 인건비와 유지비가 거의 그대로 나갑니다. 연료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몫이 작기 때문에 오히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서 멈춘 시간은 팔지 못한 손해에 그치지 않고, 그 기간의 고정비가 더 적은 전기에 나뉘어 실리는 이중 부담이 됩니다.
③ 멈추지 않게 한다는 것은 실제로 어떤 일인가
설비이용률을 높이는 일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계획된 정지를 짧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계획에 없던 정지를 없애는 것입니다. 앞쪽은 정비 공정을 병렬로 짜고 부품을 미리 준비해 기간을 압축하는 일이고, 뒤쪽은 고장이 나기 전에 미리 손보는 일입니다.
뒤쪽이 더 어렵습니다. 계획에 없던 정지는 예고 없이 오고, 그것도 전력 수요가 몰려 값이 가장 비쌀 때 오면 손실이 가장 큽니다. 그래서 회사는 설비의 진동과 온도, 윤활유 상태 같은 신호를 계속 읽어 고장을 예측하고, 정기 정비 때 미리 손보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원전 히어로즈 ③편에서 본 예측정비가 그것인데, 한전KPS에서 그것이 파는 서비스였다면 이 회사에서는 사는 서비스입니다.
여기에 출력 증강이라는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원자로 자체를 바꾸지 않고 증기 계통과 터빈, 발전기를 개선해 같은 원자로에서 더 많은 전기를 뽑아내는 것입니다. 회사가 함대의 수명 연장과 함께 출력 증강 가능성을 성장 수단으로 언급하는 것이 이 맥락입니다. 원자로를 새로 짓지 않고도 용량을 늘리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사람이 붙습니다. 원전을 운영하는 일은 설비를 돌리는 것만이 아니라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춘 인력을 상시 유지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원자로 조종 면허를 가진 운전원은 시뮬레이터 훈련과 재인증을 거듭해야 자격이 유지되고, 그 인력은 발전소가 멈춰 있어도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앞서 본 이중 부담이 여기서 한 겹 더해집니다 — 멈춘 기간에도 가장 비싼 원가 항목이 그대로 나갑니다.
출력 증강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은 그대로인데 증기 계통과 터빈만 개선하는 방식이라 얻을 수 있는 폭이 몇 퍼센트 수준이고, 그 이상을 얻으려면 원자로 자체의 인가 출력을 올려야 하는데 그것은 규제기관의 새로운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이 회사가 말하는 성장 수단들은 대체로 작은 폭을 여러 개 모으는 성격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설비이용률 1%포인트는 얼마인가 설비이용률은 1년 내내 최대 출력으로 돌았을 때 나올 수 있는 전력량 대비 실제로 만든 전력량의 비율입니다. 90%라면 1년의 10%에 해당하는 시간만큼 발전소가 서 있었거나 출력을 낮췄다는 뜻입니다. 이 숫자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는 계산해보면 드러납니다. 22기가와트 규모의 함대에서 1%포인트는 1년에 약 19억 킬로와트시에 해당하고, 이는 수십만 가구가 1년 동안 쓰는 양입니다. 그리고 이 전기를 더 만드는 데 추가로 드는 비용은 연료비 정도뿐입니다. 그래서 원전 운영사에서는 이용률 1%포인트를 올리는 일이 새 발전소를 조금 더 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다만 이미 94%대에 있는 회사가 95%로 올리는 일은 90%에서 91%로 올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남은 5%의 대부분이 반드시 필요한 연료 교체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④ 죽은 원전을 되살린다는 것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이미 세운 원전을 다시 돌리는 일입니다. 펜실베이니아의 스리마일아일랜드 1호기가 그 사례인데, 이 원자로는 1979년 사고가 난 2호기와는 별개의 설비로 그 뒤로도 계속 돌다가 2019년 경제성을 이유로 멈췄습니다. 안전 문제가 아니라 시장 가격이 낮아 수지가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를 밀어 올리면서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년간 이 발전소의 전력을 사기로 하자 회사는 재가동을 결정했고, 시설 이름을 크레인 청정에너지센터(Crane Clean Energy Center)로 바꿨습니다. 미 에너지부는 1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지원했고, 2026년 2분기에는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가 송전 접속 권리 이전을 승인하고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연료 인가를 내줬습니다. 재가동 목표 시점은 2027년입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값이 정해지는 방식이 먼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발전소는 그대로였고 기술도 그대로였는데, 20년치 값을 미리 정해준 고객이 나타나자 멈춰 있던 설비가 자산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설비의 가치를 정한 것이 설비 자체가 아니라 계약이었다는 뜻입니다.
⑤ 값이 정해지는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④번이 개별 사례라면 이것은 흐름입니다. 원래 이 회사가 전기를 파는 주된 경로는 도매 시장이었고, 그러면 값은 매일 흔들립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고객과 직접 맺는 장기 계약의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20년 계약, 메타와의 20년 계약, 그리고 2026년 2분기에 추가된 920메가와트가 그 흐름입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PPA의 비중이 올라가는 이 변화가 회사의 성격을 바꿉니다. 시장에 팔던 시절 이 회사의 실적은 전력 가격이라는 외부 변수를 따라 움직였습니다. 계약으로 팔면 그 변수가 계약 기간만큼 잠깁니다. 발전사가 유틸리티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실적의 진폭이 줄어드는 대신 예측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⑥ 그럼에도 남는 문제
첫째, 계약으로 잠그는 것은 하락 위험만이 아니라 상승 여력도 함께 잠급니다. 전력 가격이 크게 오르는 국면에서 20년 전 값에 묶인 물량은 그 상승을 누리지 못합니다. 둘째, 이 회사가 계약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지금 전기가 귀하기 때문인데, 그 귀함이 영원하지 않습니다. 셋째, 계약을 맺어도 팔 전기 자체는 원자로가 도는 시간이 정합니다. 값을 아무리 잘 받아도 멈추면 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두 축은 서로를 대체하지 못합니다. 설비이용률은 양을 정하고 계약은 값을 정하는데, 둘 중 하나만 좋아서는 실적이 크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2026년 2분기가 그 예로, 계약과 용량시장 조건이 좋아졌는데도 원전 정비가 그 일부를 상쇄했습니다.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이유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이 회사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자산입니다. 미국에서 새 대형 원전을 짓는 일은 십수 년이 걸리고 최근 수십 년간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이미 돌아가는 원자로를 다수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복제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데이터센터가 무탄소 전력을 24시간 원하는 국면에서 그 조건을 갖춘 곳이 많지 않습니다.
여기서 반도체 후공정 히어로즈 ②편의 앰코테크놀로지와 나란히 놓아보면 이 회사의 성격이 선명해집니다. 그 편은 남의 물건을 대신 처리하는 사업의 값이 얇게 매겨지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 고객이 규칙을 정하고, 대체할 곳이 여럿이며, 자본은 무거운데 희소성은 그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세 조건이 모두 반대입니다. 전기를 사려는 쪽이 규칙을 정하지 못하고, 대체할 무탄소 기저 전원이 마땅치 않으며, 자본이 무거운 만큼 희소성도 높습니다. 그래서 앰코의 이익률이 가동률을 따라다닌 것과 달리 이 회사는 값을 스스로 협상할 위치에 섭니다.
다만 이 해자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전기가 귀하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되거나,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태양광·저장장치 조합이 예상보다 빨리 값싼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게 되면 이 회사가 지금 누리는 협상력은 줄어듭니다. 전력·원전 밸류체인 허브가 「가장 느린 것이 가장 비싸진다」고 정리한 것을 뒤집으면, 빨라지는 순간 값이 내려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회사가 스스로 만든 조건도 있습니다. 캘파인 인수로 가스 발전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원전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지금은 여러 발전원을 함께 굴리는 회사이고, 가스 발전은 연료비와 탄소 규제라는 다른 종류의 변수에 노출됩니다. 회사가 2026년 들어 일부 가스 발전 자산의 매각에 합의한 것도 포트폴리오를 다시 정리하는 움직임으로 읽힙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것은 이 해자가 회사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회사는 원자로를 짓지 않았고 대부분 분사와 인수로 물려받았습니다. 미국이 수십 년간 새 원전을 짓지 않은 결과로 기존 설비가 희소해졌고, 그 희소함이 지금의 협상력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는 지켜야 하는 것이지 넓힐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수명 연장과 출력 증강, 재가동에 힘을 쏟는 것도 넓히는 대신 지키는 쪽에 가깝습니다.
📌 이 회사를 판별하는 질문 하나 매출 성장률은 이 회사를 판별해주지 못합니다. 캘파인 인수로 발전소가 통째로 늘어나면 매출은 자동으로 뜁니다. 설비 용량도 마찬가지입니다 — 몇 기가와트를 가졌는가는 최대치일 뿐 실제로 판 양이 아닙니다. 전력 가격 상승 소식도 답이 되지 않습니다. 장기 계약으로 넘긴 물량은 그 상승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같은 원자로에서 나온 전기가 더 비싸게 팔리는가.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분기 실적 발표에서 원전 설비이용률(capacity factor)을 봅니다. 이 숫자가 그 분기에 판 양의 대부분을 설명합니다. 둘째, 장기 전력구매계약의 신규 체결 규모를 메가와트 단위로 누적해 봅니다. 회사가 분기마다 밝히므로 시장 판매에서 계약 판매로 옮겨가는 속도를 잴 수 있습니다. 셋째, 매출과 순이익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봅니다. 이 회사에서는 두 숫자가 반대로 가는 구간이 자주 나오는데, 매출은 발전소를 사들여 늘릴 수 있지만 순이익은 그 설비가 실제로 얼마를 남겼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함께 제시하는 조정 영업이익은 참고로만 두고, 그 값이 순이익과 갈릴 때 무엇을 걷어낸 결과인지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를 둘러싼 큰 그림
발전사의 관계도에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고객이 곧 산업의 방향을 정하고, 경쟁자는 다른 발전 방식을 가진 회사이며, 규제기관이 사실상 사업 조건을 결정합니다.
🌏 글로벌 라이벌
- Vistra Corp [뉴욕 VST] —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 발전사업자로, 원전과 가스를 함께 보유하고 데이터센터 대상 전력 공급에서도 같은 시장을 봅니다. 무탄소 기저 전원을 가진 소수 사업자라는 점에서 가장 직접적인 비교 대상입니다.
- NextEra Energy [뉴욕 NEE] — 전력·원전 앵커기업 편에서 다룬 회사로,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 조합을 앞세웁니다. 원전이 아닌 방식으로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려는 쪽이라 발전원 자체가 경쟁 축입니다.
- NuScale Power [뉴욕 SMR] — 원전 히어로즈 ⑦편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지금은 경쟁자가 아니지만, 소형모듈원자로가 상용화되면 데이터센터가 발전사와 계약하는 대신 자체 전원을 갖는 길이 열립니다.
🤝 핵심 고객사
- 마이크로소프트 [나스닥 MSFT] — 2024년 스리마일아일랜드 1호기 재가동을 전제로 20년 전력구매계약을 맺은 고객입니다. 멈춰 있던 설비를 되살린 계기가 된 계약으로, 이 회사의 사업 방식이 바뀌는 전환점이었습니다.
- 메타 플랫폼스 [나스닥 META] — 2025년 클린턴 청정에너지센터의 전량을 20년간 공급받기로 계약한 고객입니다. 재가동이 아니라 이미 돌고 있는 발전소의 출력을 통째로 예약한 형태입니다.
- 포춘 100대 기업과 공공기관 [다수] — 회사가 약 250만 개 고객 계정을 보유한 소매 전력 사업의 기반입니다. 발전 사업이 대형 계약 몇 건으로 움직인다면 이쪽은 다수의 작은 계약이 쌓이는 구조입니다.
🔗 이 시리즈와의 연결고리
- 한전KPS [코스피 051600] — 원전 히어로즈 ③편의 주인공입니다. 두 회사는 원전이 멈추는 사건을 두고 정반대 위치에 섭니다. 한전KPS에는 정비 일감이 생기는 시간이고 이 회사에는 매출이 0인 시간입니다. 이 대비가 8절 ②의 출발점입니다.
- 두산에너빌리티 [코스피 034020] — 원전 히어로즈 ①편의 주인공으로, 이 회사가 운영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주기기를 만듭니다. 미국에서 새 원전 건설이 재개되면 제작 쪽과 운영 쪽이 같은 흐름 위에 서게 되지만, 그 흐름이 두 회사에 도착하는 시점은 십수 년 차이가 납니다.
- 카메코(Cameco) [뉴욕 CCJ] — 원전 히어로즈 ⑥편에서 다룰 회사로, 이 회사가 태우는 우라늄을 공급하는 쪽입니다. 발전사에는 연료비가 원가의 작은 부분이지만, 그 작은 부분을 파는 회사의 사업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왼쪽에는 원전을 만들고 정비하는 회사들이 있고 오른쪽에는 전기를 사는 빅테크가 있는데, 이 회사는 그 사이에서 이미 지어진 설비를 쥐고 있습니다. 왼쪽의 회사들은 새 원전이 발주돼야 일이 생기고 오른쪽의 회사들은 전기를 확보해야 데이터센터를 돌릴 수 있는데, 새 원전이 십수 년 걸리는 동안 지금 당장 무탄소 전기를 내놓을 수 있는 곳이 이 회사뿐입니다. 지금의 협상력이 여기서 나오고, 새 원전이나 소형모듈원자로가 실제로 들어서는 순간 그 협상력의 근거도 함께 옅어집니다.
이 지도에서 눈여겨볼 것은 고객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래 발전사의 고객은 전력을 사서 가정과 공장에 나눠주는 배전 회사이거나 도매 시장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회사와 20년짜리 계약을 맺는 상대는 데이터센터를 짓는 기술 회사입니다. 전기를 쓰는 쪽이 직접 발전소를 예약하러 온 것이고, 그 사이에 있던 중간 단계가 사라진 셈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가 경쟁의 성격도 바꿉니다. 도매 시장에서는 값이 가장 싼 발전소부터 팔리므로 경쟁이 원가 싸움이었습니다. 계약으로 파는 국면에서는 다릅니다 — 고객이 원하는 것은 싼 전기가 아니라 24시간 끊기지 않는 무탄소 전기이고, 그것을 지금 당장 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원가가 아니라 가용성이 경쟁의 축이 된 것입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실적표를 볼 때는 매출과 순이익이 자주 반대로 간다는 것부터 알아야 합니다. 발전소를 사들여 매출을 키울 수 있는 회사이고, 전력을 미리 사고파는 계약의 평가손익이 정산 전에도 순이익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그 항목들을 걷어낸 조정 영업이익을 함께 제시하는데, 그 값은 표의 비고에 참고로만 적었습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구분 | 매출 | 수익성 | 비고 |
| 2024년(연간, 확정) | 235억 6,800만 달러(YoY -5.4%) | 영업이익 43억 5,200만 달러·보통주주 귀속 순이익 37억 4,900만 달러 | 원전 설비이용률 94.6%. 회사가 조정 영업이익이라 부르는 값은 주당 8.67달러 |
| 2025년(연간, 확정) | 255억 3,000만 달러(YoY +8.3%) | 보통주주 귀속 순이익 23억 1,900만 달러(YoY -38.1%) | 원전 설비이용률 94.7%. 매출은 늘었는데 순이익은 줄어든 해. 회사 조정 영업이익은 주당 9.39달러로 오히려 증가 |
| 2026년 1분기(확정) | 111억 2,000만 달러(YoY +63.8%) | 보통주주 귀속 순이익 15억 9,000만 달러 | 캘파인 편입 첫 반영. 회사 조정 영업이익 9억 7,200만 달러. 원전 설비이용률 92.3% |
| 2026년 2분기(확정) | 75억 달러(YoY +22.9%) | 보통주주 귀속 순이익 5억 1,300만 달러(YoY -38.9%) | 캘파인 편입과 용량시장 가격 상승을 원전 정비가 일부 상쇄. 회사 조정 영업이익 9억 2,000만 달러. 상반기 누계 순이익 21억 달러 |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첫째, 위 네 행은 모두 회사가 발표한 확정 실적이며 금액은 달러입니다. 다만 이 회사의 순이익에는 전력을 미리 사고파는 계약의 평가손익이 정산 전에도 반영돼 분기마다 크게 흔들립니다. 2026년 1분기 순이익이 15억 9,000만 달러였다가 2분기에 5억 1,300만 달러로 내려앉은 것이 그 예이며, 상반기 누계로는 21억 달러로 전년 동기 9억 5,700만 달러에서 늘었습니다. 분기 하나만 떼어 보면 방향을 반대로 읽기 쉽습니다. 둘째, 두 이익의 차이는 회계 처리에서 나옵니다. 이 회사는 전력을 미리 팔거나 사두는 거래를 많이 하는데, 그 계약의 평가손익이 실제로 정산되기 전에도 회계기준 순이익에 반영됩니다. 회사가 조정 영업이익을 따로 제시하는 것은 이런 미실현 평가손익과 발전소 매각 같은 일회성 항목을 걷어내기 위해서입니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회계기준 쪽은 자산 가치의 변동까지 담고 조정 쪽은 그해 사업의 성적을 담는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셋째, 마지막 행은 확정 실적이 아니라 회사가 제시한 가이던스입니다. 회사가 직접 공시한 수치라 표에 넣었으나 증권가 추정치와는 성격이 다르며, 실제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표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2025년입니다. 매출은 235억 6,800만 달러에서 255억 3,000만 달러로 8.3% 늘었는데 순이익은 37억 4,900만 달러에서 23억 1,900만 달러로 38.1% 줄었습니다. 파는 양이 늘었는데 남긴 몫은 줄어든 해입니다. 같은 어긋남이 2026년 2분기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구조 쪽에서 보면 2026년 2분기의 세 요인이 이 회사의 손익 공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캘파인 편입은 파는 양을 늘렸고, 용량시장 가격 상승은 세워둔 설비에 붙는 값을 올렸으며, 원전 정비는 팔 수 있는 양을 줄였습니다. 매출이 설비이용률과 값의 곱이라는 3절의 공식을 세 요인이 각각 밀고 당긴 것입니다.
매출이 61억 달러에서 75억 달러로 23% 늘어난 것은 대부분 캘파인 인수에서 왔습니다. 발전소를 사들여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라, 매출 증가율만 보면 이 회사가 무엇을 잘했는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4절의 판별식이 매출이 아니라 「같은 원자로에서 나온 전기가 더 비싸게 팔리는가」를 묻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회사에는 앞의 네 편에서 크게 다뤘던 항목이 거의 없습니다. 미청구공사도 수주잔고도 선급금 없는 계약도 무겁지 않습니다. 대신 20년짜리 전력구매계약이 앞으로 받을 돈을 정해두고, 그 돈이 들어오는 속도는 원자로가 도는 시간이 정합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첫 번째 층위는 설비의 나이입니다. 이 회사의 강점은 이미 지어진 원자로를 가졌다는 것인데, 그 원자로는 대부분 수십 년 전에 지어졌습니다. 수명 연장 승인을 받아야 계속 돌릴 수 있고, 그 승인은 규제기관이 내줍니다. 그리고 오래된 설비는 예고 없는 정지가 늘어날 위험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 층위는 정비 일정의 집중입니다. 3절에서 본 대로 이 회사의 분기 실적은 그 분기에 몇 기가 멈췄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원전 히어로즈 ③편의 한전KPS가 정비 물량이 몰리는 해에 좋았던 것과 정확히 반대로, 이 회사는 정비가 몰리는 분기에 나빠집니다. 그리고 그 일정은 연료 주기가 정하므로 회사가 크게 옮길 수 없습니다.
세 번째 층위는 장기 계약의 양면성입니다. 20년치 값을 미리 정하는 것은 하락을 막아주지만 상승도 함께 막습니다. 지금은 전기가 귀해 좋은 조건에 계약이 맺어지고 있으나, 계약이 쌓일수록 앞으로의 가격 상승을 받아낼 여지는 줄어듭니다. 그리고 계약 상대가 데이터센터를 짓는 빅테크에 몰려 있어 그 투자 사이클과 함께 움직입니다.
네 번째 층위는 캘파인 인수가 남긴 것입니다. 인수로 규모는 커졌지만 발전원 구성이 가스 쪽으로 크게 기울었고, 가스는 연료비 변동과 탄소 규제라는 원전에 없던 변수를 안고 옵니다. 인수 대금만큼 재무 부담도 늘었습니다. 회사가 일부 가스 자산 매각에 합의한 것은 이 부담을 조정하는 과정으로 보이지만, 조정이 끝나기까지의 실적은 두 회사의 숫자가 섞인 상태로 발표됩니다.
다섯 번째 층위는 규제와 정치입니다. 이 회사의 수익에는 무탄소 발전에 주어지는 세액공제와 주 단위 무탄소 인증서 수입이 섞여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는 분기마다 이 항목들이 실적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따로 설명합니다. 제도가 바뀌면 발전소는 그대로인데 수익이 달라지는 구조이고, 그 제도를 정하는 것은 회사 바깥입니다.
여섯 번째 층위는 재가동 프로젝트의 실행 위험입니다. 크레인 청정에너지센터는 규제 승인이 잇따라 나오며 진척되고 있으나 아직 전기를 만들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멈춘 설비를 되살리는 일은 새로 짓는 것보다 짧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일정이 밀리면 그동안의 투자와 계약 이행 부담이 함께 늘어납니다.
일곱 번째 층위는 고객의 집중입니다. 장기 계약의 상대가 데이터센터를 짓는 소수의 빅테크에 몰려 있고, 그들의 투자 결정은 인공지능 수요라는 하나의 흐름에 함께 묶여 있습니다. 계약이 20년짜리라 당장 흔들리지는 않지만, 새 계약이 나오는 속도는 그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발전사가 유틸리티에 가까워지는 대신 특정 산업의 사이클에 노출되는 교환이기도 합니다.
여덟 번째 층위는 이 회사만의 구조인 두 개의 이익입니다. 6절에서 본 대로 회계기준과 조정 기준이 자주 반대로 움직이는데, 회사가 강조하는 것은 조정 기준입니다. 그 조정이 걷어내는 항목들이 정말 일회성인지, 아니면 이 사업에서 늘 발생하는 성격의 것인지는 판단이 갈릴 수 있습니다. 전력 거래에서 나오는 평가손익은 이 회사가 전기를 파는 방식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네 가지 해석
① 성장은 새로 짓는 것만이 아닙니다
보통 발전사의 성장은 발전소를 더 짓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원자로를 거의 짓지 않으면서 파는 양을 늘려왔습니다. 방법은 둘이었습니다. 이미 가진 설비가 멈춰 있는 시간을 줄이고, 멈춰 있던 설비를 되살린 것입니다.
이 관점이 바꾸는 것은 설비 용량이라는 숫자를 읽는 방식입니다. 22기가와트를 가졌다는 사실보다 그 22기가와트가 1년에 몇 시간 돌았는지가 실제 매출을 정합니다. 설비이용률 1%포인트는 새 발전소를 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인허가도 건설 기간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 관점은 설비를 무겁게 쓰는 산업 전반에 옮겨집니다. 반도체 공장이든 조선소든 항공사든, 용량을 늘리는 것과 가동 시간을 늘리는 것은 다른 종류의 일이고 드는 돈과 시간이 완전히 다릅니다. 어떤 회사가 성장을 이야기할 때 그것이 앞쪽인지 뒤쪽인지를 구분하면 그 성장에 얼마가 드는지가 함께 보입니다.
② 같은 사건이 두 회사에 반대 부호로 찍힙니다
원전 히어로즈 ③편의 한전KPS는 발전소가 멈춰야 일감이 생기는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발전소가 멈추면 팔 것이 없어지는 회사입니다. 계획예방정비라는 하나의 사건이 한쪽에는 매출로, 다른 쪽에는 손실로 찍힙니다.
이런 관계는 밸류체인 안에서 흔합니다. 한쪽의 비용이 다른 쪽의 매출인 구조이고, 그래서 같은 산업 뉴스가 관련 기업들에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원전 정비 물량 증가」라는 한 줄이 정비 회사에는 호재이고 운영사에는 그 반대입니다.
그래서 어떤 산업의 뉴스를 읽을 때는 그 사건이 각 회사의 손익계산서 어느 줄에 들어가는지를 따져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매출로 들어가는지 원가로 들어가는지가 부호를 정합니다. 테마로 묶인 종목들이 같은 날 정반대로 움직이는 이유가 대개 여기에 있습니다.
③ 매출과 이익이 반대로 가는 회사가 있습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실적에서는 매출과 순이익이 자주 갈립니다. 2025년에는 매출이 8.3% 늘고 순이익이 38.1% 줄었으며, 2026년 2분기에도 매출이 22.9% 늘고 순이익이 38.9% 줄었습니다. 두 해 연속 같은 방향의 어긋남입니다.
원인은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매출이 늘어난 방식입니다. 캘파인을 인수해 발전소를 통째로 사들였으므로 매출은 자동으로 커졌고, 그 대가로 인수 비용과 이자가 함께 붙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전력을 미리 사고파는 계약의 평가손익입니다. 정산되기 전에도 손익에 반영되므로 분기마다 순이익을 흔듭니다.
그래서 이런 회사를 볼 때는 매출 증가가 어디서 왔는지를 먼저 갈라야 합니다. 사들여서 늘어난 매출과 같은 자산에서 더 받아 늘어난 매출은 이름만 같고 성질이 다릅니다. 앞은 이익을 데려오지 않을 수 있고 뒤는 대체로 데려옵니다. 인수로 몸집을 키우는 회사 전반에 그대로 적용되는 구분입니다.
④ 남이 지어놓은 자산으로 버는 회사에는 다른 잣대가 필요합니다
이 회사는 원자로를 짓지 않았습니다. 2021년 분사 때 물려받았고 2026년에는 캘파인을 인수해 가스 발전소를 더했습니다. 그래서 재무제표에는 설비가 무겁게 잡혀 있지만 그 설비를 만드는 데 든 위험은 이 회사가 지지 않았습니다.
이 구조는 두 가지를 바꿉니다. 하나는 시간입니다. 새로 짓는 회사가 십수 년을 기다려야 하는 자리에 이 회사는 이미 서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상각입니다. 오래된 설비일수록 장부가가 낮아 같은 매출에서 남는 몫이 커지고, 그것이 지금의 이익률을 떠받칩니다.
다만 이 유리함에는 시한이 있습니다. 설비가 오래됐다는 것은 곧 수명 연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고, 연장이 승인되더라도 대규모 개선 투자가 따라옵니다. 상각이 끝나 가벼워진 자산이 어느 시점에는 다시 무거워지는 것이며, 그 시점을 미룰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인수나 분사로 자산을 물려받은 회사를 볼 때는 그 자산의 나이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익률이 높은 이유가 잘해서인지 자산이 이미 상각됐기 때문인지가 갈리고, 뒤쪽이라면 그 이익률은 자산의 나이와 함께 흘러갑니다. 감가상각비가 매출 대비 어느 수준인지를 동종 업계와 견줘 보면 그 답에 가까워집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앞으로 이 회사에 관한 소식을 접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질문 네 개와,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적어둡니다.
첫째, 같은 원자로에서 나온 전기가 더 비싸게 팔리는가. 분기 실적 발표에 원전 설비이용률이 실리므로 그 숫자와 매출을 나란히 놓습니다. 이용률이 비슷한데 매출이 늘었다면 값이 오른 것이고, 이용률이 올라서 매출이 늘었다면 양이 늘어난 것입니다. 두 경우는 지속성이 다릅니다.
둘째, 장기 계약이 어느 속도로 쌓이는가. 회사가 분기마다 신규 전력구매계약 규모를 메가와트 단위로 밝히므로 이를 누적해 봅니다. 이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시장 판매에서 계약 판매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며, 실적의 진폭이 줄어드는 대신 상승 여력도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셋째, 매출 증가가 인수에서 왔는가 값에서 왔는가. 실적 발표에서 매출 증감 요인을 캘파인 편입분과 기존 사업분으로 나눠 설명하므로 그 구분을 확인합니다. 인수로 늘어난 매출은 한 번 반영되고 나면 다음 해에는 비교 기준이 높아져 성장률이 꺾이는 반면, 값이 올라 늘어난 매출은 이어집니다.
넷째, 재가동과 출력 증강이 계획대로 가는가. 크레인 청정에너지센터의 규제 승인 단계와 재가동 시점, 그리고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신청과 출력 증강 계획을 봅니다. 이 회사가 새 발전소를 짓지 않고 파는 양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므로, 여기가 막히면 성장은 인수에 의존하게 됩니다.
덧붙여 하나만 더 확인해두면 좋겠습니다. 규제와 세제가 실적에 얼마나 섞여 있는지입니다. 회사는 분기마다 무탄소 발전 세액공제와 주 단위 인증서 수입이 그 분기 실적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따로 설명합니다. 발전소는 그대로인데 제도가 바뀌면 수익이 달라지는 구조이므로, 좋은 분기가 사업에서 나온 것인지 제도에서 나온 것인지를 그 설명으로 갈라볼 수 있습니다.
10. 마무리하며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원자로를 새로 짓지 않고 이미 있는 것을 멈추지 않게 돌려 전기를 파는, 설비가 도는 시간이 곧 상품인 회사입니다. 이 한 줄에 이 회사의 강점과 제약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십수 년이 걸리는 건설 없이 지금 당장 무탄소 전기를 내놓을 수 있고, 바로 그 이유로 팔 수 있는 양이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원전은 연료 주기가 정한 시점에 반드시 멈추고, 그 시간은 이 회사에 매출이 0인 시간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성장은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멈춘 시간을 줄이고 멈춰 있던 설비를 되살리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최근 변화가 하나 더해졌는데, 값이 정해지는 방식이 도매 시장에서 개별 장기 계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리마일아일랜드 1호기가 크레인 청정에너지센터로 이름을 바꿔 되살아난 것도 설비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20년치 값을 미리 정해준 고객이 나타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남는 질문은 두 갈래입니다. 이 회사가 계약으로 잠근 값이 앞으로도 좋은 값이었다고 판명될 것인가. 그리고 이미 오래된 원자로들이 그 계약 기간만큼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인가. 앞의 질문에는 전력 가격과 새 무탄소 전원의 등장 속도가 답하고, 뒤의 질문에는 분기마다 발표되는 설비이용률이 답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회사가 태우는 연료를 파는 회사, 카메코를 다룹니다. 전기를 파는 쪽에서는 연료비가 원가의 작은 부분이지만, 그 작은 부분을 캐는 쪽에서는 전혀 다른 셈법이 작동합니다. 앞으로 어느 회사를 보든 되풀이해 던져볼 질문은 하나입니다 — 이 회사가 파는 것의 양을 정하는 것은 무엇이고, 값을 정하는 것은 누구인가.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Core Asset Insight(코어에셋인사이트)는 목표주가를 제시하거나 저평가·고평가를 판정하지 않으며, 기업과 산업의 사업구조·기술·밸류체인에서의 위치를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본문의 수치는 작성 시점에 공시·발표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확정된 사실과 회사가 밝힌 계획, 제3자 기관·언론의 추정을 구분해 표기했습니다. 공시와 시장 상황은 이후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자료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본문에 언급된 종목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으며, 글의 발행 전후 일정 기간에는 해당 종목을 매매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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