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31일, 한화오션이 방위사업청과 8,380억원 규모의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년 넘게 표류하던 7조 8,000억원짜리 사업의 주인이 마침내 정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승부가 갈린 바로 그 시점의 두 회사 방산 부문 손익을 떼어놓고 보면 그림이 정반대입니다 — 이긴 한화오션의 특수선 부문은 영업손실을 냈고, 진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부문은 흑자를 지켰습니다. 이긴 쪽이 적자이고 진 쪽이 흑자인 상태에서 사업의 주인이 바뀐 셈입니다. 이 어긋남은 둘 중 하나가 잘못한 결과가 아닙니다. 방산이라는 사업의 시간표가 원래 그렇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두 회사를 맞대어 그 시간표를 읽어보겠습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 10년 전 사건이 2026년의 승부를 갈랐습니다
먼저 두 회사가 각각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승부가 하루아침에 갈린 것이 아니라 10년 넘게 쌓인 사건들의 결과라는 점이 이 목록에서 드러납니다.
- 2012~2015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의 전신)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 자료를 몰래 촬영해 유출했습니다. 이 중 8명은 2022년 11월,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유출된 자료는 KDDX 사업의 가장 앞단인 개념설계 문서였고, 이 사건이 이후 10년 넘게 두 회사의 관계를 규정하게 됩니다.
- 2025년 9월 방위사업청이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애초에는 최초 유죄 확정일로부터 3년, 즉 2025년 11월까지였는데, 마지막 피고인의 확정일을 기준으로 삼아 2026년 12월까지로 늘렸습니다. KDDX 사업자 선정이 정확히 그 연장 구간 안에 놓였습니다.
- 2026년 3월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자신이 수행한 KDDX 기본설계 자료를 경쟁사인 한화오션에 제공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였습니다.
- 2026년 5월 27일 두 회사가 KDDX 수주를 위한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 참가 등록을 마쳤습니다. 선체와 전투체계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통합전기식추진체계를 적용해야 하는, 기술 난도가 매우 높은 사업입니다.
- 2026년 6월 5일 법원이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보안감점 1.2점이 그대로 적용된 채 제안서 평가가 마감됐고, HD현대중공업은 6월 11일 항고장을 제출했습니다.
- 2026년 7월 2일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습니다. 기술능력 평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약 0.64점 앞섰는데, 보안감점이 반영되면서 최종적으로 한화오션이 약 0.59점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HD현대중공업의 이의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년 넘게 표류하던 사업이 이 공시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 2026년 7월 6일 닷새 뒤 한화오션은 최대 60조원 규모로 알려진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TKMS에 밀려 차순위에 그쳤습니다. 국내에서는 승자, 해외에서는 차순위라는 결과가 일주일 사이에 나란히 나왔습니다.
- 2026년 7월 31일 한화오션이 방위사업청과 8,380억원 규모의 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7조 8,000억원짜리 사업의 첫 계약이 이 금액이라는 점이 이 사업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 2026년 8월 본계약 체결 이후에도 HD현대중공업은 항고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이 시점에서 가처분으로 얻을 실질적 이익이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기본설계 자료를 경쟁사에 제공한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어 절차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목록에서 먼저 보이는 것은 승부를 가른 것이 기술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기술능력 평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앞섰고, 그 우위를 뒤집은 것은 10년도 더 전에 벌어진 사건에서 비롯된 1.2점의 감점이었습니다. 방위사업이라는 영역에서는 얼마나 잘 만드는가보다 기밀을 지킬 수 있는가가 더 무거운 잣대라는 뜻입니다. 두 회사 모두 해양방산에서 오랜 이력을 쌓아온 곳이라 기술 자체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고, 그래서 기술 밖의 항목이 결과를 정할 여지가 컸습니다.
두 번째로 보이는 것은 이 승부가 이미 끝났다는 점입니다. 본계약까지 체결됐고, 항고를 유지하는 쪽도 실질적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뒤집힐 가능성을 걱정하던 국면은 지나갔고, 이제 남은 질문은 이 승리가 언제 돈이 되느냐입니다. 다만 항고 자체는 계속되고 있고, 그 성격이 처음과 달라졌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 지금 다투는 것은 보안감점의 정당성이 아니라 기본설계 자료를 경쟁사에 제공한 것이 부당했는지입니다.
그리고 목록에 나란히 놓인 두 날짜가 이 편의 출발점입니다. 7월 1일의 승리와 7월 6일의 차순위입니다. 같은 회사가 닷새 간격으로 정반대 소식을 받았다는 것은, 이 산업에서 이긴다는 것과 번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일인지를 보여주는 압축된 장면입니다.
2. 두 회사를 가른 변수 —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입니다
두 회사의 결과가 갈린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은 여럿입니다. 보안감점 때문이다, 기술력 차이가 없었다, 운이 갈렸다 — 다 사실의 일부입니다. 다만 이렇게 정리하면 이긴 쪽이 적자이고 진 쪽이 흑자인 상황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근본 변수 하나를 먼저 세우고, 나머지 둘을 그 변수가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난 형태로 정리하겠습니다. 그 닷새 사이에 이 회사의 국내 위상과 해외 위상이 정반대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이 편이 답해야 할 질문은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라, 이긴 것이 언제 돈이 되는가입니다.
① 방산은 이기는 해와 버는 해가 다릅니다 — 근본 변수
이 편의 어긋남을 만든 첫 번째 변수는 감점도 기술력도 아닙니다. 방산 수주가 매출로 바뀌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조선업의 매출은 배가 완성돼 인도되는 시점이 아니라 공정 진행률에 따라 나뉘어 인식됩니다. 구축함처럼 설계부터 완성까지 여러 해가 걸리는 사업이라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해와 그 돈이 손익계산서에 들어오는 해가 몇 년씩 벌어집니다. 조선·방산 밸류체인 총정리 2부에서 진행기준 매출인식을 다루며 분기 실적을 볼 때 몇 척을 팔았는가가 아니라 기존 계약들의 공정이 예정대로 가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정리했는데, 그 원리가 여기서 그대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방산 회사의 한 분기 손익은 그 회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몇 년 전에 무엇을 땄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에 가깝습니다.
숫자가 그 시차를 보여줍니다. KDDX 전체 사업 규모는 약 7조 8,000억원인데 이번에 체결된 본계약은 8,380억원입니다. 전체의 10분의 1을 조금 넘는 금액이고, 그마저 상세설계와 선도함 한 척에 해당합니다. 나머지 후속함 5척은 2028년 말 이후 순차적으로 발주될 예정이라 지금 계약서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7조 8,000억원이라는 숫자가 헤드라인에 붙지만 당장 매출로 잡히는 것은 그중 일부이고, 그 일부도 여러 해에 걸쳐 나뉩니다. 수주 공시의 금액과 그 금액이 손익계산서에 들어오는 속도가 이만큼 다르다는 것이, 이 산업의 뉴스를 읽을 때 가장 먼저 알아둬야 할 사실입니다.
그런데 비용은 시차 없이 먼저 나갑니다. 설계 인력을 투입하고 야드를 준비하고 협력업체를 묶어두는 일은 계약이 확정되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해외 수주전에 들어가는 판매관리비도 마찬가지입니다 —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제안서를 내는 데 든 돈은 그 사업에서 지든 이기든 이미 나간 돈입니다. 그래서 방산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회사일수록 그 시기의 부문 손익은 오히려 나빠 보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방산 수주전은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제안서 하나를 쓰는 데 설계 인력이 몇 달씩 붙고, 해외 사업이면 현지 파트너와 인증 절차까지 따라옵니다. 그 돈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나갑니다.
이 구조를 알고 나면 이 편의 어긋남이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됩니다. 이긴 쪽은 이기기 위해 먼저 썼고, 그 지출은 지금 손익에 잡히는데 그 대가는 몇 년 뒤에 들어옵니다. 진 쪽은 그 지출을 하지 않았거나 이미 회수 단계에 들어간 사업들로 부문 손익을 지켰습니다. 이기는 해와 버는 해가 다르다는 것이 이 산업의 기본 문법이고, 아래 두 갈래는 그 문법이 각 회사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입니다.
② 그래서 이긴 쪽이 먼저 씁니다 — 첫 번째 파생
한화오션의 2026년 1분기 특수선 부문은 매출 3,183억원에 영업손실 20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잠수함과 수상함 건조 매출 자체는 견조했는데도 적자가 났는데, 회사가 밝힌 요인은 둘입니다 — 캐나다 사업 등 해외 수주를 추진하는 데 들어간 판매관리비, 그리고 필리조선소와 거제 옥포 야드 확장 같은 선제적 설비투자 부담입니다. 매출이 늘었는데 적자가 났다는 조합이 이 부문의 상태를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문법은 조선업 안에서도 방산에서 특히 강하게 작동합니다. 상선은 발주부터 인도까지 2~3년이면 끝나지만 구축함은 설계만 몇 년이고 후속함까지 합치면 10년 단위의 사업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두 항목의 공통점은 아직 오지 않은 매출을 위해 지금 나가는 돈이라는 것입니다. 캐나다 제안서에 들어간 비용은 그 사업에서 차순위에 그치면서 회수될 길이 없어졌고, 필리조선소와 야드 확장은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매출을 만들어야 값을 하는 자산입니다. 해양방산 히어로즈 ①편에서 이 회사를 본업에서 번 돈을 새로운 도전에 쏟아붓는 회사로 정리했는데, 그 문장이 부문 손익에 그대로 찍힌 것입니다. 미국 필리조선소는 2024년 12월 한화시스템과 함께 인수한 한국 조선업 최초의 미국 현지 생산기지인데, 인수 자체가 매출을 만들어주지는 않고 그 위에서 일감을 받아야 값을 합니다.
여기에 KDDX 자체의 비용도 얹힙니다. 상세설계는 용접 위치와 배관 경로까지 정하는 단계라 인력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구간이고, 선도함은 후속함과 달리 처음 짓는 배라 시행착오 비용이 큽니다. 조선·방산 총정리 4부에서 선도함과 후속함의 관계를 다루며 첫 배와 그다음 배 사이에 원가 곡선이 크게 달라진다고 정리했는데, 이번 계약은 정확히 그 첫 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이 부문의 적자는 앞으로 몇 분기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가 이 편의 판별식이 묻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한화오션이 이번에 확보한 것은 당장의 수익성이 아니라 파이프라인입니다. 8,380억원은 상세설계와 선도함의 값이고, 그 뒤에 후속함 5척과 여기서 쌓일 이력이 있습니다. 다만 그 파이프라인이 이익으로 바뀌는 시점은 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고, 그것이 이 전략의 위험입니다.
③ 그래서 진 쪽에게는 시간과 선택지가 남습니다 — 두 번째 파생
HD현대중공업의 2026년 1분기 특수선 부문은 영업이익 343억원으로 흑자를 지켰습니다. KDDX를 잃은 회사가 같은 분기 방산에서 돈을 벌고 있었다는 뜻인데, 이 흑자의 성격을 봐야 합니다 — 이 회사는 1976년부터 108척의 특수선을 건조하고 20척을 수출한 이력이 있고, 그 배들 중 상당수가 이미 건조 중이거나 정비 단계에 들어가 있습니다. 새로 딴 사업이 아니라 예전에 딴 사업들이 지금 매출로 들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 회사는 세종대왕급과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울산급 배치Ⅲ 같은 한국 해군의 핵심 전력을 지어왔고 필리핀과 페루에 호위함을 수출한 이력도 있습니다. 파이프라인은 수주잔고라는 이름으로 쌓이고, 그것이 매출로 내려오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이 승리의 크기가 드러납니다.
이것이 ①에서 본 시차의 반대편입니다. 방산에서 한 번 이겨두면 그 성과는 몇 년 뒤부터 들어오기 시작해 한동안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번 한 건을 놓쳤다고 부문 손익이 곧바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의 흑자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 새로 채워 넣지 않으면 몇 년 뒤에 비는 자리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특수선 흑자를 이번 패배와 연결해 읽으면 안 됩니다 — 두 사건은 시간표의 다른 구간에 있습니다.
그리고 진 쪽에게는 자원을 돌릴 선택지가 남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2026년 4월 미국 AEG와 6,271억원 규모로 AI 데이터센터 발전설비 시장에 처음 진출한 뒤, 8월에는 코반에너지그룹과 9,560억원 규모의 역대 최대 계약을 추가로 따냈습니다. 진입 4개월 만에 더 큰 계약이 따라왔다는 것은 첫 계약에서 이미 성능과 신뢰를 증명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국내 방산 한 건에 묶여 있지 않다는 것이 이 회사의 여유입니다. 두 번째 계약 하나가 2025년 매출의 5%를 넘는 규모라는 점에서, 이 시장이 곁가지가 아니라 새 축이 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미 해군 정비 시장에서도 두 회사가 나란히 자리를 넓히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군수지원함 앨런 셰퍼드함 정비를 마친 뒤 세사르 차베즈함 정비를 이어 받았고, 한화오션은 월리 쉬라함을 시작으로 유콘함과 찰스 드류함까지 맡았습니다. 조선·방산 총정리 4부에서 미 해군이 자국 조선소만으로는 정비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한국 조선소를 찾는다고 정리했는데, 그 구조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 않고 둘 다 일감을 받습니다.
세 갈래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로 묶이는 이름이 나옵니다. 방산은 이기는 해와 버는 해가 다르고, 그래서 이긴 쪽이 먼저 쓰며, 진 쪽에게는 시간과 선택지가 남습니다. 이 구조를 이기는 해와 버는 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이름은 이 글 끝까지 따라옵니다 — 3절에서는 두 회사의 숫자를 나란히 놓아 이 시차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고, 4절에서는 그 시차가 언제 끝나는지를 판별식으로 세웁니다. 한화오션은 여기에 더해 미국 필리조선소라는 현지 생산기지를 갖고 있고, HD현대중공업은 첫 정비를 마친 뒤 곧바로 다음 물량을 받았습니다.
두 회사, 한눈에 비교
아래 표는 어느 회사가 더 나은지를 가리는 표가 아닙니다. 같은 항목을 맞대어 이 승부가 각 회사에 무엇을 남겼는지를 보기 위한 표입니다. 특히 마지막 두 줄에서 이긴 쪽과 진 쪽의 위치가 뒤집힙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구분 | 한화오션 | HD현대중공업 |
| KDDX 결과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2026.7.2 공시), 본계약 8,380억원 체결(2026.7.31) | 탈락. 이의신청 불수용, 가처분 기각 후 항고 유지 중 |
| 승부를 가른 것 | 기술능력 평가는 약 0.64점 뒤졌으나 보안감점이 없어 최종 약 0.59점 우위 | 기술능력 평가는 앞섰으나 2012~2015년 기밀 유출 사건에 따른 보안감점 1.2점이 결정타 |
| 2025년 실적(확정) | 매출 12조 6,884억원(YoY +17.7%), 영업이익 1조 1,091억원(YoY +366.2%) | 매출 17조 5,695억원(YoY +21.4%), 영업이익 2조 427억원(YoY +190.8%, 창사 첫 2조원 돌파) |
| 승부가 갈린 분기의 방산 손익 | 2026년 1분기 특수선 매출 3,183억원(+5%), 영업손실 208억원 | 2026년 1분기 특수선 영업이익 343억원 흑자 |
| 한 줄 정체성 | 이겨서 파이프라인을 얻었지만 아직 쓰고 있는 쪽 | 져서 파이프라인은 못 얻었지만 아직 벌고 있는 쪽 |
| 방산 밖의 활로 | 미 해군 정비(월리 쉬라함·유콘함·찰스 드류함), 필리조선소를 통한 미국 현지 생산기지 | 미 해군 정비(앨런 셰퍼드함·세사르 차베즈함), AI 데이터센터 발전설비(2026년 두 건 합산 1조 5,831억원) |
| 이 회사의 최대 변수 | KDDX와 해외 수주에 먼저 나간 돈이 언제 매출로 돌아오는가 | 지금 벌고 있는 특수선 물량이 소진되기 전에 다음 일감을 채우는가 |
이 표가 수렴하는 곳은 마지막 세 줄입니다. 2025년 성적표만 보면 두 회사 모두 사상 최대급이고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승부가 갈린 분기의 방산 손익으로 내려가면 위치가 뒤집히고, 방산 밖의 활로까지 보면 또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같은 두 회사를 어느 층에서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는 뜻이며, 그래서 이 승부를 한 줄로 채점하려는 시도는 대개 틀립니다.
3. 두 회사를 숫자로 검증하면
두 회사를 맞대기 전에 이들이 함께 놓인 국면부터 봐야 합니다. 조선·방산 밸류체인 총정리 1부에서 정리한 대로 지금 한국 조선업은 상선과 방산이라는 두 엔진이 동시에 도는 국면에 있습니다. 고선가 수주 물량이 실적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고, 미 해군 정비라는 새 시장까지 열렸습니다. 이 국면에서는 KDDX 하나를 누가 가져가느냐와 무관하게 두 회사 모두 좋은 숫자를 냅니다. 2025년 이후 인도되는 배들이 대부분 값이 오르기 전에 계약된 물량이 아니라 오른 뒤에 계약된 물량이라, 같은 척수를 지어도 남는 돈이 다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2025년 확정 실적에서 한화오션은 영업이익 1조 1,0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6.2% 늘었고, HD현대중공업은 2조 427억원으로 190.8% 늘며 창사 이래 처음 2조원을 넘겼습니다. 두 회사 모두 세 자릿수 증가율입니다. 승자와 패자를 가르기 전에 이미 산업 전체가 함께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는 뜻이고, 이 사실을 먼저 깔아두지 않으면 KDDX 승부가 회사의 명운을 가른 사건처럼 과장돼 읽힙니다. 한화오션은 순이익도 1조 1,727억원으로 122% 늘었고, HD현대중공업은 1조 4,225억원으로 130.1% 늘었습니다.
2026년 들어서도 흐름은 이어집니다. 한화오션의 2026년 2분기 매출은 5조 4,432억원으로 65.2% 늘었고 영업이익은 7,361억원으로 98.0% 증가했습니다. 특히 상선 부문 영업이익률이 22.7%로 국내 조선사 중 1위인데, 일회성 요인 없이 나온 수치입니다. 2024년 이후 수주한 고선가 물량 비중이 70% 안팎까지 올라온 데다 설계 최적화와 공급망 다변화로 원가를 낮춘 효과가 겹쳤습니다. HD현대중공업도 상선 부문의 고선가 수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상선 수익성이 이 정도로 올라온 것은 총정리 2부에서 다룬 LNG운반선 초격차의 수혜가 실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방산 부문만 떼어내면 그림이 완전히 뒤집힙니다. 승부가 갈린 2026년 1분기, KDDX를 가져간 한화오션의 특수선 부문은 매출 3,183억원에 영업손실 208억원이었고, KDDX를 놓친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부문은 영업이익 343억원 흑자였습니다. 국내 최대 방산 수주전에서 이긴 회사가 그 순간의 방산 수익성에서는 진 회사보다 못했습니다. 전사 실적에서는 두 회사가 나란히 좋았는데 부문으로 내려가니 부호가 갈린 것입니다.
이 역설이 2절에서 세운 시차로 설명됩니다. 한화오션의 적자는 사업이 나빠서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매출을 위해 지금 돈을 쓰고 있어서 생겼고, HD현대중공업의 흑자는 새로 딴 사업이 아니라 예전에 딴 사업들이 지금 들어오고 있어서 유지됩니다. 두 숫자 모두 그 시점의 실력을 재는 잣대가 아니라, 각 회사가 시간표의 어느 구간에 서 있는지를 알려주는 표지입니다. 같은 논리를 뒤집으면, 지금 흑자인 쪽이 앞으로도 흑자라는 보장이 없고 지금 적자인 쪽이 계속 적자일 이유도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겹이 더 있습니다. 한화오션의 상선 부문 영업이익률 22.7%와 특수선 부문의 적자가 같은 회사의 같은 시기 숫자입니다. 본업에서 국내 1위 수익성을 내면서 신사업에서는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 적자를 감당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그 본업입니다. 해양방산 히어로즈 ①편에서 이 회사를 본업으로 번 돈을 새 도전에 쏟아붓는 회사로 정리한 이유가 이 두 숫자의 나란함에 있습니다. 이 구조를 놓치면 특수선 적자만 보고 이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다고 읽게 되는데, 실제로는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두 회사를 지금 시점의 방산 손익으로 채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한쪽은 쓰는 구간에, 다른 쪽은 거두는 구간에 있을 뿐이고 그 구간은 몇 년 단위로 바뀝니다. 채점표가 필요하다면 다른 것을 봐야 하고, 그것이 4절의 판별식입니다.
4. 그래서 지금, 두 회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
2절에서 이기는 해와 버는 해라는 구조를 봤고 3절에서 지금 시점의 방산 손익으로는 채점이 안 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KDDX 수주 이후의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을 어떻게 읽을지 양쪽 시각을 나란히 놓겠습니다. 두 시각이 서로 다른 시간대를 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숫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있는 숫자가 각 회사의 실력이 아니라 위치를 가리키고 있어서입니다.
🔍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시각
한화오션에 대한 신중론은 이번 계약의 크기에서 출발합니다. 7조 8,000억원이라는 사업 규모가 헤드라인에 붙지만 본계약은 8,380억원이고, 후속함 5척의 발주는 2028년 말 이후로 잡혀 있습니다. 그 사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인력과 설비가 묶이는데, 선도함은 처음 짓는 배라 원가가 가장 높은 구간이기도 합니다. 이긴 대가를 먼저 치르는 기간이 몇 년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수주잔고에 7조 8,000억원이 통째로 잡히는 것과 실제 계약이 8,380억원인 것은 다른 사건이고, 뒤쪽이 지금의 손익을 정합니다.
둘째 근거는 밖에서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TKMS에 밀렸고, 그 회사는 214급과 212급 잠수함을 수십 년간 세계 각국에 수출해온 곳입니다. 국내 평가에서 신뢰가 기술을 이겼듯 해외 평가에서도 트랙레코드가 기술을 이길 수 있는데, 그 잣대를 해외에 대면 한화오션이 오히려 이력이 짧은 쪽입니다. 무기가 된 외교 ①편에서 K-잠수함이 기술로 이기고 외교로 밀린 구조를 다뤘는데, 같은 구조가 여기서도 작동합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밀린 비용은 국내에서 이긴 것으로 상쇄되지 않습니다. 캐나다에 들어간 판매관리비는 그대로 손익에 남았습니다.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신중론은 지금의 흑자가 과거 수주의 결과라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2절 ③에서 본 대로 특수선 흑자를 만든 것은 예전에 딴 사업들이고, 새로 채워 넣지 않으면 몇 년 뒤 비는 자리가 생깁니다. 그런데 보안감점은 2026년 12월까지 유효하고, 그 기간에 나오는 국내 대형 발주에서는 같은 논리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 회사가 항고를 유지하는 이유도 이 지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 감점이 유효한 동안에는 국내 대형 발주에서 같은 결과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로 두 회사에 공통으로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승부의 잣대가 된 신뢰라는 기준은 어느 한쪽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한화오션이 수혜를 봤지만, 앞으로 한화오션 쪽에 유사한 보안 문제가 생긴다면 똑같은 논리로 기술력과 무관하게 불리해집니다. 게임의 규칙 자체가 두 회사 모두에게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 낙관론에 무게를 두는 시각
한화오션에 대한 낙관론은 이번 승리가 되돌릴 수 없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본계약까지 체결됐고, 항고를 유지하는 쪽도 실질적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내 무대에서 불확실성이 사실상 정리됐다는 뜻이며, 이제 남은 것은 실행과 시간입니다. 국내 방위사업의 평가 기준이 기술 밖의 요소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은, 어느 회사든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를 안고 입찰에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내 최대 해양방산 수주전에서 승리와 계약 체결이라는 두 단계를 모두 통과한 회사는 지금 이 한 곳뿐입니다. 2년 넘게 표류하던 사업이 계약서로 확정됐다는 것 자체가 이 회사의 방산 이력에 새 항목으로 남습니다.
둘째 근거는 본업이 그 시간을 버텨준다는 점입니다. 3절에서 본 상선 부문 영업이익률 22.7%는 특수선 적자를 감당하고도 남는 규모이고, 회사는 이 수익성이 2028년 3분기까지 20% 안팎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수선이 이익을 내기 시작할 때까지 본업이 다리를 놓아주는 구조라면, 지금의 적자는 감당 가능한 비용입니다. 특수선 적자 208억원은 같은 시기 전사 영업이익과 견주면 감당 가능한 규모이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상선입니다.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낙관론은 국내 방산 한 건에 묶여 있지 않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2025년 영업이익 2조원 돌파는 상선이 만든 숫자이고, 2026년에는 AI 데이터센터 발전설비라는 새 시장에서 두 건 합산 1조 5,831억원 규모를 따냈습니다. 진입 4개월 만에 더 큰 계약이 따라왔다는 것은 그 시장에서 이미 증명이 끝났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조선과 엔진 두 영역에서 이미 세계 1위로 검증된 실력은 이번 승부와 무관하게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넷째로 두 회사에 공통으로 열려 있는 무대가 있습니다. 미 해군 정비 시장입니다. 두 회사 모두 2026년 들어 미 해군 함정 정비를 각각 수주하며 나란히 미국 시장을 넓히고 있고, 이 시장은 KDDX 같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조선·방산 총정리 4부에서 정리한 대로 미 해군이 자국 조선소만으로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열린 자리라, 둘 다 들어갈 수 있고 둘 다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면 판별할 수 있는가
두 회사의 승부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 먼저 나간 돈이 매출로 돌아오는 시점에 그 부문이 흑자로 돌아서는가입니다. 이것이 이 편의 판별식입니다. 돌아선다면 한화오션 쪽이 맞습니다. 지금의 적자는 이기기 위해 치른 비용이었고 그 비용이 회수되는 구간이 시작됐다는 뜻이 되며, 그때부터는 후속함 5척과 여기서 쌓인 이력이 계속 값을 합니다. 돌아서지 않는다면 HD현대중공업 쪽이 맞습니다 — 국내 대형 수주 하나가 회사의 손익을 바꾸지 못한다는 뜻이 되고, 그렇다면 애초에 이 승부에 걸었던 자원을 다른 곳에 쓴 쪽이 나았던 것이 됩니다. 게다가 이 시장에서는 첫 사업을 잘 마치면 다음 사업이 따라오는 구조가 확인되고 있어, 신뢰가 국내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얹을 것이 있습니다. 두 회사는 되돌릴 수 있는 것이 비대칭입니다. 이긴 쪽은 계약서에 묶여 있어 도중에 그만둘 수 없고, 상세설계에 투입한 인력과 야드는 다른 일에 쉽게 돌리지 못합니다. 진 쪽은 그 자원을 어디로든 돌릴 수 있고, 실제로 AI 데이터센터 발전설비라는 전혀 다른 시장으로 옮겨 4개월 만에 더 큰 계약을 따냈습니다. 그래서 이 판별식을 볼 때는 어느 쪽이 맞을 확률보다, 틀렸을 때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를 함께 보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그리고 이 비대칭은 방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 큰 수주를 따냈다는 뉴스를 읽을 때 그 계약이 그 회사를 얼마나 오래 묶어두는지를 함께 물어보시면, 같은 공시가 다르게 읽힙니다.
5. 앞으로 지켜볼 체크포인트
4절의 판별식이 가리키는 관찰 대상을 두 회사별로 나눠 정리합니다. 3절에서 본 대로 두 회사는 시간표의 서로 다른 구간에 있으므로 같은 항목을 똑같이 적용하면 판별이 되지 않습니다. 각 항목이 판별식의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는 신호인지 함께 적었습니다.
- [한화오션] 특수선 부문의 분기 손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시점 [먼저 나간 돈이 돌아오는가] 이 편의 판별식이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되는 자리입니다. 매출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매출이 늘면서 부문 영업이익이 함께 플러스가 되는지를 보셔야 합니다. 판매관리비가 줄어서 흑자가 나는 것과 매출이 늘어서 흑자가 나는 것은 다른 사건이기도 합니다. 분기 보고서의 부문별 정보에서 확인되며, 회사가 그 시점을 미리 밝히는지도 함께 보시면 됩니다. 이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판별식은 반대쪽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 [한화오션] KDDX 후속함 5척의 발주 시점과 조건 [먼저 나간 돈이 돌아오는가] 2028년 말 이후로 예정돼 있는데, 이번 본계약 8,380억원과 후속함 물량이 어떤 비율로 배분되는지가 이 승리의 실제 크기를 정합니다. 선도함에서 쌓은 이력이 후속함 원가를 얼마나 낮추는지도 이 구간에서 드러납니다. 후속함 물량이 크게 배분되면 이번 승리의 값이 지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커집니다.
-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신규 수주로 다음 물량을 채우는가 [지금 벌고 있는 쪽이 옳은가] 지금의 흑자는 과거 수주의 결과이므로, 새로 채워 넣지 못하면 몇 년 뒤 비는 자리가 생깁니다. 국내 발주와 해외 수출 어느 쪽에서든 특수선 수주잔고가 유지되는지를 봅니다. 수주잔고는 집계 기준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회사가 밝히는 기준을 함께 확인하셔야 합니다.
- [HD현대중공업] AI 데이터센터 발전설비의 세 번째 계약 [자원을 돌릴 수 있는가] 두 건까지는 진입이고 세 번째부터가 사업입니다. 이 시장이 방산에서 묶인 자원을 대신 굴릴 만한 규모가 되는지, 아니면 한때의 특수였는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이 사업은 조선이 아니라 엔진기계 쪽 역량에서 나온 것이라, 회사의 두 번째 축이 방산 밖에서 자라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 [공통] 보안감점 만료 이후 첫 대형 국내 발주 [게임의 규칙] 감점은 2026년 12월까지 유효합니다. 그 이후 처음 나오는 대형 사업에서 두 회사가 다시 맞붙으면, 이번 승부가 감점이 만든 결과였는지 실력이 만든 결과였는지가 드러납니다. 감점이 사라진 상태에서 나오는 첫 결과이므로, 이번 승부의 성격을 사후에 판정해주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 [공통] 미 해군 정비 물량의 배분 [두 회사 모두] 두 회사가 함께 커질 수 있는 유일한 무대입니다. 물량이 한쪽으로 쏠리는지 나란히 늘어나는지를 보면, 국내에서 갈린 승부가 해외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별개로 굴러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첫 정비를 마친 뒤 다음 물량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어, 이 시장에서는 신뢰가 국내와 다르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6. 마무리하며
0.59점으로 시작했습니다. 기술능력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앞섰는데 10년도 더 전에 벌어진 사건에서 비롯된 감점 1.2점이 그 우위를 뒤집었고, 7조 8,000억원짜리 사업의 주인이 그렇게 갈렸습니다. 방위사업에서는 얼마나 잘 만드는가보다 기밀을 지킬 수 있는가가 더 무거운 잣대라는 것이 이 승부의 첫 교훈입니다. 숫자만 보면 사소하지만 이 차이 하나로 7조 8,000억원짜리 사업의 주인이 갈렸습니다.
그런데 승부가 갈린 바로 그 분기의 방산 손익을 보면 위치가 뒤집힙니다. 이긴 쪽은 적자였고 진 쪽은 흑자였습니다. 이 어긋남을 만든 것은 방산 수주가 매출로 바뀌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이긴 쪽은 이기기 위해 먼저 썼고 그 대가는 몇 년 뒤에 들어오며, 진 쪽은 예전에 딴 사업들로 지금을 버티면서 자원을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이 구조를 이기는 해와 버는 해라고 불렀습니다. 이 어긋남을 잘못 읽으면 이긴 회사가 손해 보는 계약을 했다는 식의 결론에 닿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두 회사는 같은 잣대로 채점되지 않습니다. 한화오션의 방산이 잘되고 있는지는 지금의 부문 손익으로는 알 수 없고, HD현대중공업의 방산이 안전한지는 지금의 흑자로는 알 수 없습니다. 판별식 하나를 손에 쥐고 보시길 권합니다 — 먼저 나간 돈이 매출로 돌아오는 시점에 그 부문이 흑자로 돌아서는가. 돌아서면 이긴 쪽이 옳았고, 돌아서지 않으면 이 승부에 걸린 것이 애초에 크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한쪽은 쓰는 구간에, 다른 쪽은 거두는 구간에 서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방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큰 수주를 따냈다는 뉴스에서 금액을 먼저 보는 습관이 있는데, 그 금액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그 돈이 언제부터 매출로 잡히는가, 그리고 그 계약이 그 회사를 얼마나 오래 묶어두는가입니다. 수주 공시는 크게 나오지만 그 안에 적힌 기간은 조용히 지나가고, 실제로 회사의 몇 년을 정하는 것은 뒤쪽입니다. 건설 수주도, 플랜트 수주도, 대형 소프트웨어 계약도 같은 구조 위에 있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Core Asset Insight(코어에셋인사이트)는 목표주가를 제시하거나 저평가·고평가를 판정하지 않으며, 기업과 산업의 사업구조·기술·밸류체인에서의 위치를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본문의 수치는 작성 시점에 공시·발표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확정된 사실과 회사가 밝힌 계획, 제3자 기관·언론의 추정을 구분해 표기했습니다. 공시와 시장 상황은 이후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자료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본문에 언급된 종목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으며, 글의 발행 전후 일정 기간에는 해당 종목을 매매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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