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일과 7월 6일, 한화오션은 일주일 사이 극과 극의 소식을 받았습니다. 7월 1일에는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런데 닷새 뒤인 7월 6일, 이번엔 최대 60조원 규모로 알려진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서 독일 TKMS에 밀려 차순위에 그쳤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4부에서 이미 다룬 이 캐나다 쇼크 뒤에는, 사실 그보다 며칠 앞서 국내에서 벌어진 또 다른 승부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맞붙은 KDDX 수주전입니다. 두 회사의 격차는 놀랍게도 단 0.5867점. 오늘은 이 숫자 뒤에 숨은 이야기를 들여다보겠습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 0.5867점의 승부
KDDX는 한국 해군이 도입할 차기 구축함 사업으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합쳐 약 7조8,000억원 규모입니다. 이 사업을 둘러싼 두 회사의 승부는 사실 하루아침에 갈린 게 아니라, 10년 넘게 이어진 사건들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였습니다.
- 2012~2015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의 전신)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 자료를 몰래 촬영해 유출
- 2022년 11월·2023년 12월: 유출 관련 직원 9명 중 8명, 이어 나머지 1명까지 순차적으로 유죄 확정
- 2025년 9월: 방위사업청, 애초 2025년 11월까지였던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마지막 피고인 확정일 기준으로 2026년 12월까지 연장 발표
- 2026년 6월 5일: HD현대중공업이 낸 감점 적용 금지 가처분,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 → HD현대중공업 즉시항고
- 2026년 7월 1일: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 선정 — 전체 평가점수 차이는 단 0.5867점
- 2026년 7월 6일: 같은 주,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서는 독일 TKMS에 밀려 차순위 — 국내와 해외에서 정반대의 결과
사실 KDDX에서의 이번 대결은 두 회사의 첫 만남이 아니었습니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한화오션 담당)와 기본설계(HD현대중공업 담당)를 거쳐, 이번에는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을 사업자를 가리는 마지막 단계였습니다. 즉 두 회사 모두 이미 이 프로젝트의 일부를 각자 나눠 맡아온 상태에서, 이번 단계에서 처음으로 정면 대결을 벌인 셈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군함 설계, 왜 한 회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안 맡을까 군함처럼 복잡한 함정을 지을 때는 설계 단계를 여러 조선소가 나눠 맡는 경우가 흔합니다. 개념설계는 ‘이런 배를 만들자’는 큰 그림 — 요구 성능·크기·주요 무장을 정하는 단계이고, 기본설계는 그 그림을 실제로 배를 지을 수 있는 수준의 도면(선체구조·주요 장비 배치)으로 구체화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 상세설계·건조는 용접·배관·배선까지 들어가는 시공도면을 그리고 실제로 배를 짓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단계를 나누면 한 회사가 설계 전 과정을 독점하지 않아 경쟁을 유도할 수 있고, 국가 입장에서는 여러 조선소의 기술력을 검증하며 리스크도 분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KDDX 사례처럼, 앞 단계에서 만들어진 설계도가 유출되면 그 신뢰 문제가 다음 단계 경쟁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는 게 이 방식의 약점이기도 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승부는 기술력에서 갈리지 않았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순수 기술 점수만 놓고 보면 오히려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을 약 0.6점 앞섰습니다. 승부를 뒤집은 건 ‘가·감점’ 항목으로, 이 항목에서 HD현대중공업은 0.1292점에 그친 반면 한화오션은 1.3584점을 받았습니다. 그 격차의 핵심이 바로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된 보안감점 1.2점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이 결과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2. 왜 이런 결과가 나왔나 —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입니다
①②③ 각 갈래를 뜯어보기 전에, 이 승부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 하나를 먼저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0.5867점이라는 숫자는 결국 ‘어느 회사가 배를 더 잘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느 회사를 더 믿을 수 있는가’를 물은 결과에 가깝습니다. 기술 점수만 놓고 보면 HD현대중공업이 앞섰는데도 최종 승부가 뒤집힌 건, 방위사업이라는 영역에서는 ‘얼마나 잘 만드는가’보다 ‘기밀을 지킬 수 있는가’가 더 무거운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신뢰의 문제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는 데 10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을, 이번 KDDX 승부가 정확히 보여줍니다.
① 기술력이 아니라 ‘보안 감점‘이 갈랐다 — 그 뿌리는 2012년
두 회사 모두 조선업 안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분야인 해양방산(4부 참고)에서 오랜 이력을 쌓아온 곳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1976년부터 108척의 특수선을 건조하고 20척을 수출한 원조 강자이고, 한화오션도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함정 건조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승부에서 기술력 자체는 오히려 HD현대중공업이 근소하게 앞섰다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 쉽게 비유하면 — 방위사업 평가의 ‘가·감점’은 채용 면접의 평판조회와 비슷합니다 국가가 발주하는 방위사업 입찰 평가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얼마나 잘 만드는가’를 보는 기술 점수 — 채용 면접으로 치면 실무 역량 테스트에 해당합니다. 다른 하나는 과거 이력을 보고 점수를 더하거나 깎는 가·감점 항목인데, 이건 지원자의 이전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평판조회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실무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도, 평판조회에서 과거 기밀 유출 같은 심각한 결격사유가 나오면 채용 여부 자체가 뒤집힐 수 있습니다. 방위사업이 유독 이 가·감점에 무게를 두는 이유도 같습니다 —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밀을 다루는 사업이다 보니, ‘잘 만드는 능력’만큼이나 ‘그 기밀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가’라는 신뢰가 평가의 핵심 축이 되는 것입니다.
이 보안감점의 뿌리는 10년도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2~2015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 자료를 몰래 촬영해 유출한 사건이 있었고, 이 중 8명은 2022년 11월,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이 사건을 근거로 HD현대중공업에 보안감점을 적용해왔습니다.
쟁점은 ‘언제까지 감점을 적용하느냐’였습니다. 방사청은 애초 최초 유죄 확정일(2022년 11월 19일)로부터 3년, 즉 2025년 11월까지만 감점을 적용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9월, 방사청은 입장을 바꿔 마지막 피고인의 확정일(2023년 12월)을 기준으로 삼아 2026년 12월까지 감점 적용 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정확히 이 ‘연장된 감점’ 구간에 KDDX 상세설계 사업자 선정이 걸려 있었던 셈입니다.
② 법정으로 간 승부
HD현대중공업은 이 감점 연장 조치가 부당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감점 적용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2026년 6월 5일 이를 기각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곧바로 즉시항고에 나섰습니다. 방위사업청은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한 이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 자체의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며, 다음 달 초 한화오션과 본계약 협상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항고 결과에 따라 이 구도가 다시 흔들릴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가처분·즉시항고, 어디까지 왔다는 뜻일까 가처분은 본안 재판(정식 소송)이 끝나기 전에 ‘일단 급한 불부터 꺼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임시 조치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낸 ‘감점 적용 금지 가처분’은 정식으로 감점이 정당한지 다투기 전에, 우선 이번 KDDX 심사에서만이라도 감점을 빼고 평가해달라는 요청이었던 셈입니다.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는 건 ‘지금 단계에서는 감점을 막아줄 만큼 급박하거나 명백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뜻이지, 감점 자체가 정당하다고 최종 결론을 내린 건 아닙니다. 즉시항고는 이 기각 결정에 불복해 한 단계 위 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절차로, 여기서도 진다고 사건이 끝나는 게 아니라 재항고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은 ‘1차 임시 조치 다툼에서 한화오션 쪽에 유리한 결론이 났다’ 정도이지, 법적 다툼 자체가 완전히 끝난 단계는 아직 아닙니다.
③ 같은 주, 정반대의 소식
가장 극적인 지점은 타이밍입니다. 한화오션은 7월 1일 KDDX에서 이겼지만, 불과 닷새 뒤인 7월 6일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는 졌습니다. 국내 무대에서는 승자, 해외 무대에서는 차순위. 이 시리즈 4부에서 다룬 것처럼 캐나다 발표 다음 날 한화오션 주가는 하루 만에 22.83% 급락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셀오프는 한화오션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같은 날 장중 한때 약 5% 하락했는데, 정작 이 회사는 캐나다 사업의 입찰 당사자도 아니었습니다. 조선·방산이라는 테마 전체가 하나로 묶여 움직인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 대조는 앞서 짚은 ‘신뢰의 승부’라는 프레임을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확장해줍니다. 캐나다 CPSP에서 한화오션을 제친 독일 TKMS는 214급·212급 잠수함을 수십 년간 세계 각국에 수출해온 잠수함 명가로, 이 시장에서는 오히려 한화오션이 ‘아직 트랙레코드가 짧은 도전자’ 위치에 있습니다. 즉 같은 한 주 동안 한화오션은 국내에서는 상대방의 신뢰 흠집(보안감점) 덕에 이겼고, 해외에서는 자신의 신뢰(장기 수출 이력) 부족으로 졌습니다. 신뢰라는 잣대가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똑같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고, 이 잣대는 한화오션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두 회사, 한눈에 비교
| 구분 | 한화오션 | HD현대중공업 |
|---|---|---|
| KDDX 결과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2026.7.1) | 탈락, 가처분 기각 후 즉시항고 |
| 승부를 가른 요인 | 기술점수는 근소하게 뒤졌으나 가·감점(1.3584점)에서 크게 앞섬 | 기술점수는 근소 우위(+약 0.6점)였으나 보안감점 1.2점(가·감점 0.1292점)이 결정타 |
| 2025년 실적(확정) | 영업이익 1조1,091억원(+366.2%) | 영업이익 2조427억원(첫 2조 돌파, +190.8%) |
| 특수선(방산) 사업 성격 | 잠수함·함정 + 미 해군 MRO 신사업(4부 참고) | 108척 건조·20척 수출 이력의 원조 강자 |
| 같은 주 다른 소식 | 캐나다 CPSP 차순위(2026.7.6, 4부 참고) | 직접 당사자는 아니었으나 섹터 셀오프 동반 |
표에서 눈에 띄는 건 ‘승부를 가른 요인’ 줄과 ‘2025년 실적’ 줄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KDDX라는 개별 사업에서는 신뢰(보안감점)가 기술을 이겼지만, 한 해 전체 성적표로 눈을 돌리면 두 회사 모두 사상 최대급 실적을 냈습니다. 즉 이번 승부는 ‘누가 더 좋은 회사인가’를 가리는 심판이 아니라, ‘이 특정 사업 하나를 누가 가져가는가’를 가리는 심판이었을 뿐입니다. 특수선(방산) 사업 성격 줄도 마찬가지입니다 — HD현대중공업은 108척이라는 압도적 물량의 ‘원조 강자’이고, 한화오션은 잠수함·함정에 더해 미 해군 MRO라는 새 무대까지 개척하는 ‘확장형’ 강자입니다. 이 승부 하나로 두 회사의 서열이 정해졌다고 보기보다는,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두 회사가 이번엔 신뢰라는 잣대에서 한쪽이 발목을 잡혔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3. 숫자로 보는 지금
KDDX라는 개별 사업의 승부를 넘어, 두 회사가 몸담고 있는 산업 전체의 흐름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부에서 다룬 것처럼 지금 한국 조선업은 상선(LNG선·VLGC 등 고부가가치 선종)과 방산(KDDX·미 해군 MRO 등)이라는 두 엔진이 동시에 돌아가는 슈퍼사이클 한복판에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2분기 실적발표에서 HD현대중공업이 속한 HD한국조선해양 그룹은 상반기에만 163억8,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의 96.2%를 이미 채웠고, HD현대중공업은 상반기 만에 연간 수주 목표를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LNG선·VLGC(초대형 액화석유가스운반선)·탱커 등 고부가가치 선종 발주가 견조하게 이어진 결과입니다. 방산(KDDX 같은 사업)은 이 거대한 상선 엔진 위에 얹힌 ‘보너스 성장동력’에 가깝고, 이번 KDDX 승부의 결과가 두 회사의 본업 자체를 흔드는 사건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 쉽게 비유하면 — MRO는 ‘새 차 판매’가 아니라 ‘단골 정비소’입니다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는 정비·수리·성능개량을 뜻합니다. KDDX처럼 배를 새로 짓는 ‘신조’ 사업이 자동차로 치면 새 차를 파는 일이라면, MRO는 이미 굴러다니는 차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고쳐주는 단골 정비소에 가깝습니다. 미 해군이 자국 조선소 대신 한국 조선소에 함정 정비를 맡기는 건, 미국 내 정비 도크가 이미 포화 상태라 노후 함정을 오래 세워둘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신조 사업은 한 번 수주하면 몇 년에 걸쳐 배 한 척 값을 통째로 버는 대형 계약이지만, MRO는 계약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아도 한 번 거래를 트면 그 함정이 퇴역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정비 물량이 들어오는 ‘단골 장사’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KDDX 승부와는 별개로, 두 회사 모두에게 미 해군 MRO는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어주는 또 다른 성장 축으로 꼽힙니다.
이 슈퍼사이클이 두 회사의 손익계산서에도 그대로 찍혀 있습니다. 앞서 비교표에서 짚었듯 한화오션은 2025년 영업이익 1조1,0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6.2% 급증했고, HD현대중공업은 2조427억원으로 사상 첫 2조원을 돌파하며 190.8% 늘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세 자릿수 증가율을 냈다는 건, KDDX 승부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기 전에 이미 조선업 전체가 함께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 호황의 ‘색깔’은 다릅니다 — HD현대중공업은 108척 건조 이력이라는 규모의 경제 위에서 상선·방산을 함께 늘려온 반면, 한화오션은 상대적으로 작았던 특수선 부문을 KDDX·미 해군 MRO·필리조선소 같은 신사업으로 빠르게 키워가는 중입니다. 규모의 강자와 확장의 강자가 같은 호황 안에서 다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앞서 짚은 ‘신뢰의 승부’라는 프레임에 균형을 잡아줄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KDDX처럼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는 제로섬 게임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26년 들어 미 해군 함정 MRO(정비·보수·정비창) 사업을 각각 2건씩 수주하며 나란히 미국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신뢰라는 잣대가 KDDX라는 국내 단일 사업에서는 한쪽에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미 해군이라는 더 큰 무대에서는 두 회사 모두에게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번 KDDX 승부는 ‘두 회사 중 누가 더 나은가’가 아니라 ‘이 특정 게임의 규칙(신뢰·보안 이력)이 누구에게 유리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정작 KDDX 승부가 벌어진 바로 그 시점의 특수선(방산) 부문 손익만 떼어놓고 보면, 그림이 완전히 뒤집힙니다. 2026년 1분기 한화오션의 특수선 부문은 매출 3,183억원(+5%)에 영업손실 20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잠수함·수상함 건조 매출 자체는 견조했지만, 캐나다 CPSP 등 해외 수주를 추진하는 데 들어간 판관비와 필리조선소·거제 옥포 야드 확장 같은 선제적 설비투자 부담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반면 같은 분기 HD현대중공업 특수선 부문은 매출 2,818억원에 영업이익 343억원(+34%)을 내며 흑자를 지켰고, 영업이익률도 15.2%로 전년 대비 오히려 개선됐습니다. 즉 KDDX에서 진 회사가 그 순간의 방산 수익성에서는 이긴 회사보다 나았던 셈입니다. 이 역설은 결국 승부의 성격을 다시 보여줍니다 — 한화오션이 이번에 확보한 건 ‘지금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앞으로 수년간 들어올 매출 파이프라인’이고, 그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의 수익성을 일부 내주고 있는 중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편을 통해 확인했던 것처럼, 한화 계열사들이 미래 성장동력에 베팅할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 여기서도 그대로 보입니다.
4. 그래서 지금, 두 회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
🔍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시각
- 0.5867점이라는 차이는 그 자체로 두 회사의 실력이 거의 대등하다는 뜻이다 — 기술 점수만 보면 HD현대중공업이 오히려 앞섰던 만큼, 감점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결과가 정반대였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다음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얼마든지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
- 즉시항고 결과에 따라 KDDX 자체도 아직 확정된 미래가 아니다 — 항고심에서 감점 연장 조치가 뒤집히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방위사업청이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도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 국내에서 이긴 승부가 해외 수주로 자동 연결되지 않는다 — 캐나다 CPSP에서 한화오션이 독일 TKMS라는 훨씬 오랜 트랙레코드를 가진 회사에 밀린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신뢰의 승부’라는 잣대는 한화오션에게도 예외가 아니며, 해외 무대에서는 오히려 한화오션이 트랙레코드가 짧은 도전자 위치에 설 수 있다
- ‘신뢰가 기술을 이긴다’는 이번 게임의 규칙 자체가 두 회사 모두에게 잠재적 리스크로 남는다 — 이번엔 한화오션이 수혜를 봤지만, 향후 다른 사업에서 한화오션 쪽에 유사한 보안·신뢰 이슈가 불거진다면 똑같은 논리로 기술력과 무관하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 한화오션이 확보한 건 당장의 수익성이 아니라 미래 파이프라인이다 — 3절에서 짚었듯 승부가 갈린 바로 그 분기(2026년 1분기), 한화오션 특수선 부문은 영업손실 208억원을 낸 반면 HD현대중공업 특수선은 영업이익 343억원 흑자를 지켰다. KDDX 수주가 실제 이익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 낙관론에 무게를 두는 시각
- 이번 KDDX 승부는 ‘이기든 지든 한국 조선업 전체가 해양방산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다 — 두 회사 모두 기술 점수 자체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높은 수준이었고, 이는 국내 조선 양강이 해양방산에서 세계 최상위권 기술력을 갖췄다는 방증이다
- HD현대중공업은 KDDX에서는 아쉬운 결과를 냈지만, 2025년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서는 등(+190.8%) 상선 중심 본업은 여전히 견조하다 — 상반기에 이미 연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처럼, 개별 방산 사업 하나의 결과가 회사 전체 펀더멘털을 흔드는 수준은 아니다
- 한화오션 역시 특수선 부문 자체는 아직 소규모지만, KDDX·미 해군 MRO·필리조선소로 이어지는 해양방산 포트폴리오를 착실히 넓혀가고 있다 — 2025년 영업이익 366.2% 급증이 이 확장이 실제 숫자로 증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KDDX 같은 제로섬 게임만 있는 건 아니다 — 두 회사는 2026년 들어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각각 2건씩 수주하며 나란히 미국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신뢰라는 잣대가 국내 단일 사업에서는 승패를 가르지만, 더 큰 무대(미 해군 MRO)에서는 두 회사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는 뜻으로, 국내 1·2위 조선사가 서로 경쟁하며 실력을 검증받는 과정 자체가 앞으로 이어질 해외 수주전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5. 앞으로 지켜볼 체크포인트
-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즉시항고 결과 —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뒤집힐지 여부. 이번 승부 전체를 관통한 ‘신뢰의 승부’라는 잣대 자체가 법적으로도 정당한지 가려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 KDDX 본계약 체결 시점과 최종 조건 — 방사청이 항고와 무관하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계약이 체결되면 이번 승부가 사실상 최종 확정되는 분기점이 된다
- 차기 잠수함·함정 발주(필리핀·그리스·사우디·이집트·페루 등 4부에서 언급한 잠재 수주국) 시 두 회사의 재대결 여부 — 이번엔 보안감점이라는 국내 특유의 변수가 승부를 갈랐지만, 해외 발주에서는 이 변수가 작동하지 않는 만큼 순수 기술력·트랙레코드 승부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 한화오션의 미 해군 MRO·필리조선소 확장이 HD현대중공업의 대미 협력(필리조선소와의 별도 MOU, 지멘스와의 스마트 조선소 협력)과 어떻게 경쟁 또는 병행되는지 — 3절에서 짚었듯 미 해군 MRO는 두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무대인 만큼, 이 균형이 계속 유지되는지 아니면 한쪽으로 쏠리는지가 관전 포인트
6. 마무리하며
0.5867점. 숫자만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이 차이 하나로 7조8,000억원 규모 사업의 주인이 갈렸습니다. 2절에서 짚었듯 이 승부의 본질은 ‘누가 배를 더 잘 만드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더 믿을 수 있는가’였습니다. 기술 점수는 HD현대중공업이 앞섰지만, 10년도 더 전인 2012년에 시작된 기밀 유출 사건의 그림자가 2026년의 대형 국책사업까지 따라와 승부를 뒤집었습니다. 신뢰는 쌓는 데 오래 걸리고, 무너지면 그보다 더 오래 발목을 잡는다는 걸 이보다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드뭅니다. 그리고 같은 주에 벌어진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희비까지 더하면, 한화오션이라는 한 회사가 일주일 만에 국내에서는 신뢰의 수혜자로, 해외에서는 신뢰의 약자로 정반대의 결과를 맛본 셈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계속 확인해온 것처럼, 조선·방산은 화려한 수주 뉴스 뒤에 이런 자잘한 승부와 반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업입니다. 두 회사 모두 앞으로 각각 조선 히어로즈·해양방산 히어로즈 편에서 더 깊이 다루겠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실적·점유율·목표주가 등은 각 증권사·시장조사기관의 추정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확정된 사실과 전망을 구분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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