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LS일렉트릭, 발전소부터 콘센트까지 전 구간 기기를 만드는 종합 전력기기 회사 (전력기기 히어로즈 ③)

LS일렉트릭은 전력·자동화·금속·IT 네 부문으로 사업을 나눠 공시합니다. 2026년 상반기 세전손익을 부문별로 펼치면 전력이 2,833억원, 금속이 115억원, 자동화가 82억원, IT가 39억원입니다. 전력 하나가 나머지 셋을 합친 것의 열 배를 넘습니다. 그런데 더 눈에 띄는 것은 자산 쪽입니다. 같은 반기에 전력 부문 자산이 2조 8,254억원에서 3조 9,197억원으로 1조 943억원 늘어난 반면, 나머지 세 부문은 거의 제자리였습니다. 이 회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손익보다 이 자산 이동에 더 분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1. 왜 지금 LS일렉트릭인가

앞선 두 편을 지나오며 확인한 것은, 같은 병목 국면에 서 있어도 회사마다 다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 회사는 만든 물량을 어느 시장에 보낼지를 골랐고, 다른 회사는 변압기와 아파트를 함께 안고 갔습니다.

이 회사의 선택은 또 다릅니다. 네 개의 사업부문을 가진 채로, 그중 하나에 자원을 몰아넣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 2조 9,535억원 가운데 전력 부문이 연결조정 전 3조 2,740억원으로 110.8%를 차지하고, 세전손익에서는 그 비중이 더 커집니다. 여러 사업을 가진 회사가 반드시 여러 사업으로 버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1974년 럭키금성 계열의 전기기기 사업으로 출발해 2008년 LS산전을 거쳐 2020년 현재의 사명으로 바꾼 이 회사는, 발전소에서 나온 전기가 수용가에 닿기까지의 전 구간에 쓰이는 기기와 시스템을 만듭니다. 초고압 변압기와 가스절연개폐장치부터 배전반과 저압 차단기까지 전압대를 넓게 걸치고 있고, 여기에 산업 자동화 기기와 동관·스테인리스관 사업이 붙어 있습니다.

이 편이 붙잡을 구조는 자원 배분입니다. 사업부문이 넷이라는 것은 자원을 넷으로 나눌 수 있다는 뜻이자 어디에 몰아넣을지를 정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매출 비중보다 자산의 이동에 먼저 나타납니다.

이 편에서 답을 찾아볼 질문은 셋입니다. 전압대를 넓게 걸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네 부문이 한 회사에 있는 것이 서로에게 무엇을 해주는가. 그리고 전력에 자원을 몰아넣은 선택은 무엇을 거는 것인가.

📌 기본 정보 티커: 코스피 010120 | 설립: 1974년 전기기기 사업으로 출발, 2008년 LS산전으로 사명 변경 후 2020년 LS일렉트릭으로 재변경 | 사업 구성(2026년 상반기, 연결조정 전 기준): 전력 110.8%, 금속 12.3%, 자동화 9.6%, IT 2.8% | 지배구조: LS그룹 계열 | 주요 생산 거점: 청주(저압·고압기기·계량기), 부산·울산(초고압 변압기·배전 변압기), 중국·베트남 법인 | 시장 내 위치: 초고압부터 저압까지 전압대를 넓게 걸친 국내 종합 전력기기 회사이자, 산업 자동화와 소재 사업을 함께 보유 | 한 줄 정체성: 네 개의 사업부문을 가진 채 전력 하나에 자원을 몰아넣고 있는 종합 전력기기 회사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LS일렉트릭 사업부문은 넷으로 나뉘는데, 넷의 성격이 서로 꽤 다릅니다. 하나씩 짚어야 이 회사의 손익이 어디서 오는지가 보입니다.

첫째가 LS일렉트릭 전력 부문입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가 송전과 배전을 거쳐 공장과 건물에 닿기까지의 전 구간에 쓰이는 기기와 시스템을 만듭니다. 초고압 변압기와 가스절연개폐장치 같은 고압 제품부터 배전반, 중저압 차단기, 계량기까지 전압대가 넓습니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를 짓는 설계·조달·시공 사업과 철도 전력·신호 시스템 구축 사업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둘째가 자동화 부문입니다. 공장의 기계를 제어하는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와 모터의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인버터, 그리고 그것들을 묶는 자동화 시스템을 만듭니다. 고객은 자동차·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설비 업체와 스마트팩토리 구축 업체입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 비중은 9.6%입니다.

셋째가 금속 부문입니다. 에어컨과 공조기에 들어가는 동관, 그리고 조선·플랜트에 쓰이는 스테인리스관을 만듭니다. 전력기기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업인데 매출 비중이 12.3%로 자동화보다 큽니다. 넷째가 IT 부문으로,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 구축과 데이터센터 임대가 중심이고 비중은 2.8%입니다.

돈이 들어오는 방식은 부문마다 다릅니다. 전력 부문의 기기 사업은 주문을 받아 만들어 인도하는 구조라 인도 시점에 매출이 잡히고, 시스템 구축 사업은 공사 진행률에 따라 나눠 인식합니다. 자동화는 표준품 비중이 커서 상대적으로 회수가 빠르고, 금속은 소재 판매라 원자재 시세와 함께 매출이 움직입니다.

원가는 어디로 나가는가. 전력과 자동화는 재료비와 인건비가 중심인데, 전력 쪽은 전기강판과 구리처럼 국제 시세를 따라 움직이는 소재의 비중이 큽니다. 금속 부문은 성격이 더 뚜렷합니다 — 동관은 구리가 원재료 그 자체라 구리 값이 오르면 매출도 원가도 함께 오르고, 남는 몫은 가공비 정도에 가깝습니다. 이 부문의 매출 비중이 12.3%인데 세전손익 비중은 3.8%에 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판매하는 경로도 갈립니다. 전력 부문의 초고압 제품은 전력회사와 대형 고객을 직접 상대하지만, 저압 기기와 배전반은 특약점이라는 대리점망을 통해 나갑니다. 회사가 주요 고객으로 「국내외 전력청, 특약점, 데이터센터 및 전력다소비 산업체」를 함께 적어둔 것이 이 이중 경로를 보여줍니다.

수출과 내수의 비중은 거의 반반입니다. 2026년 상반기 LS ELECTRIC 별도 기준 매출 2조 2,300억원 가운데 수출이 1조 1,002억원, 내수가 1조 1,298억원입니다. 전력기기 히어로즈 ①편의 HD현대일렉트릭이 78%, ④편의 산일전기가 97%인 것과 견주면 이 회사는 국내 기반이 뚜렷하게 남아 있는 쪽입니다.

부문별로 값이 정해지는 방식도 다릅니다. 초고압 제품은 발주처가 사양과 실적을 먼저 보고 값은 그다음 순서라 개별 협상의 여지가 큰 반면, 저압 기기는 표준품에 가까워 시장 가격을 따라갑니다. 회사가 보고서에 제품 가격 추이를 기재하면서 차단기·개폐기 같은 대표 품목만 골라 적어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수주 제품은 사양마다 값이 달라 하나로 적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전압대를 넓게 걸친다는 것 전기가 발전소에서 콘센트에 닿기까지는 여러 번 전압이 바뀝니다. 발전소에서 수십만 볼트로 올려 멀리 보내고, 도시 근처에서 수만 볼트로 낮추며, 건물 앞에서 다시 수백 볼트로 낮춥니다. 각 구간마다 전압을 바꾸는 변압기와 사고 때 회로를 끊는 차단기가 필요하고, 구간이 다르면 그 기기도 전혀 다른 물건이 됩니다. 전력기기 회사들은 대개 이 구간 가운데 일부에 자리를 잡습니다. 초고압에 집중하는 회사가 있고, 배전급 특수 제품에 집중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구간마다 필요한 설비와 시험 장비, 그리고 고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압대를 넓게 걸친다는 것은 그 구간들을 여러 개 동시에 다룬다는 뜻입니다. 한 발주처가 변전소를 지을 때 초고압 기기와 배전반을 함께 요구하면 한 곳에서 받을 수 있고, 한 구간의 수요가 줄어도 다른 구간이 받쳐줍니다. 대신 각 구간에서 그 구간만 하는 전문 회사와 겨뤄야 하므로, 넓다는 것이 곧 각 구간에서 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전력기기 히어로즈 ①편이 초고압 변압기를 만드는 데 왜 몇 년이 걸리는지를, ②편이 높은 전압을 끊는 일이 왜 어려운지를 풀었습니다. 이 편은 그 아래 구간을 봅니다. 전압이 낮아지면 물건은 쉬워지는데 대신 다른 것이 어려워지고, 그 어려움이 이 회사가 왜 여러 부문을 갖게 됐는지까지 설명합니다. 배전 구간이 왜 다른 문제를 갖는지(①), 그것을 다루는 기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②), 왜 그 기기들이 한 상자에 모이는지(③), 거기에 통신과 제어가 얹히면 무엇이 달라지는지(④), 그 기술이 왜 자동화 부문과 이어지는지(⑤), 그리고 네 부문이 지금 어떤 관계에 있는지(⑥)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① 배전 구간의 문제는 전압이 아니라 갈래의 수입니다

송전 구간에서는 전기가 굵은 한 줄로 흐릅니다.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몇 개의 경로를 지날 뿐이고, 다루는 지점이 적은 대신 한 지점의 전압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래서 그 구간의 어려움은 전압 그 자체입니다.

배전 구간은 반대입니다. 변전소를 지난 전기는 도시 안에서 수백, 수천 갈래로 갈라져 건물과 공장으로 들어갑니다. 전압은 낮아졌지만 다뤄야 할 지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 지점 하나하나에서 사고가 날 수 있고, 사고가 나면 그 아래가 통째로 정전됩니다.

그래서 이 구간에서 요구되는 것은 견디는 능력이 아니라 가려내는 능력입니다. 어느 갈래에서 사고가 났는지를 알아내고 그 갈래만 끊어야 하며, 위쪽의 굵은 회로까지 끊어버리면 멀쩡한 수천 가구가 함께 정전됩니다. 배전 구간의 설계가 어려운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보호 협조입니다.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차단기가 먼저 끊고, 그것이 실패했을 때만 그다음 것이 끊도록 시간과 전류의 조건을 계단처럼 설계해 두는 것입니다. 한 대의 성능이 아니라 여러 대의 관계를 설계하는 일이고, 이것이 배전 기기가 「한 대씩 팔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 계단을 짜는 일이 왜 어려운지는 조건이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건물에 설비가 늘어나면 흐르는 전류가 달라지고, 태양광을 얹으면 전기가 반대로 흐르는 구간이 생깁니다. 처음 지을 때 맞춰둔 협조가 몇 년 뒤에는 맞지 않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이 구간에서는 설치로 끝나지 않고 계속 다시 봐야 하는 일이 남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보호 협조란 무엇인가 전기 사고가 났을 때 차단기가 회로를 끊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전력망에는 차단기가 층층이 쌓여 있어서, 어느 것이 끊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사고가 난 지점 바로 위의 차단기가 끊으면 그 아래만 정전되지만, 더 위쪽 것이 끊으면 멀쩡한 구역까지 함께 꺼집니다. 그래서 미리 순서를 정해둡니다. 아래쪽 차단기는 사고 전류를 감지하면 곧바로 끊고, 위쪽 차단기는 잠시 기다렸다가 그래도 전류가 흐르면 그때 끊습니다. 이 기다리는 시간을 층마다 조금씩 다르게 설계해두는 것이 보호 협조입니다. 어려운 점은 이 시간 차이를 마냥 늘릴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위쪽이 너무 오래 기다리면 그동안 사고 전류가 계속 흘러 설비가 손상되고, 너무 짧게 잡으면 아래쪽이 끊기 전에 위쪽이 먼저 끊어버립니다. 층이 많아질수록 그 사이에 끼워 넣을 시간이 부족해지고, 그래서 배전망 설계에서 층의 수 자체가 제약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따라 나옵니다. 배전 기기는 성능 좋은 한 대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대의 관계를 짜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기기를 파는 회사가 계통 설계까지 함께 제공하는 이유이고, 기기를 직접 만드는 회사가 그 설계에서 유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② 그래서 이 구간의 기기가 해야 하는 일

배전 차단기가 해야 하는 일은 셋입니다. 첫째는 정상 전류를 흘리는 것, 둘째는 사고 전류를 끊는 것, 셋째는 그 둘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셋째가 가장 까다롭습니다. 모터를 켜는 순간에도 순간적으로 큰 전류가 흐르는데 그것을 사고로 오인해 끊으면 공장이 멈춥니다.

구분하는 방법은 시간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큰 전류가 아주 짧게 흐르면 기동 전류이고, 계속 흐르면 사고입니다. 그래서 차단기에는 「전류가 이만큼이면 몇 초 뒤에 끊는다」는 곡선이 설계돼 들어가고, 그 곡선의 모양이 제품의 성능을 정합니다.

여기에 물리적 제약이 붙습니다. 전류를 끊으려면 접점을 벌려야 하는데 그 순간 아크가 생기고, 아크가 유지되면 끊긴 것이 아닙니다. 낮은 전압에서는 아크가 짧아 다루기 쉽지만 그만큼 기기가 작아야 하므로 아크를 끄는 공간도 좁습니다. 좁은 상자 안에서 아크를 빠르게 식혀 흩어버리는 구조를 짜는 것이 저압 차단기의 기술입니다.

그리고 이 기기들은 대량으로 만들어집니다. 초고압 변압기가 한 대씩 설계되는 것과 달리 배전 기기는 표준 규격으로 수만 대씩 생산되므로, 여기서는 설계 능력만이 아니라 만드는 능력이 함께 승부를 가릅니다. 이 회사가 청주에 저압·고압 기기와 계량기를 만드는 대규모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것이 그 때문입니다.

💡 쉽게 비유하면 — 두꺼비집과 소방 훈련 집의 두꺼비집을 떠올려 봅시다. 방마다 차단기가 하나씩 붙어 있고 그 위에 전체를 담당하는 큰 차단기가 있습니다. 어느 방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방의 차단기만 내려가야지 집 전체가 꺼지면 곤란합니다. 배전망도 같은 구조인데 규모가 다릅니다. 아파트 단지 하나, 공장 하나, 그 위의 변전소까지 차단기가 층층이 쌓여 있고, 사고가 나면 가장 가까운 것만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아래쪽 차단기가 위쪽보다 더 빨리 반응하도록 미리 시간을 나눠 정해둬야 합니다. 이것이 소방 훈련과 비슷합니다. 불이 났을 때 누가 먼저 움직이고 누가 대기하는지를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모두가 한꺼번에 몰리거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배전 기기를 파는 일이 제품을 파는 일이 아니라 계통을 설계해주는 일에 가까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규격이 겹칩니다. 저압 기기는 나라마다 인증 체계가 다르고 그 인증을 받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국내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라도 해외에 나가려면 그 나라의 시험을 다시 통과해야 하며, 품목 수가 많은 만큼 인증받아야 할 대상도 많습니다. 이 회사가 중국과 베트남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것도 현지 대응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③ 그 기기들이 한 상자에 모입니다

①②에서 본 대로 배전 기기는 여러 대가 관계를 맺고 함께 움직입니다.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는 차단기와 계측기, 보호 계전기, 개폐기를 하나의 금속 상자 안에 배치해 설치합니다. 이것이 배전반이고, 이 회사 전력 부문의 주력 제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배전반을 만든다는 것은 부품을 조립하는 일이 아닙니다. 어느 기기를 어느 순서로 놓을지, 사고가 났을 때 어느 것이 먼저 반응할지, 사람이 점검할 때 어디까지 열어도 안전한지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설계는 그 건물이나 공장의 전기 사용 패턴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서 이 회사가 전압대를 넓게 걸친 이점이 나옵니다. 배전반 안에 들어가는 차단기와 계전기를 직접 만들면 그것들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있으므로 협조 설계가 수월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는 것도 한 회사 안에서 끝납니다. 부품을 사다 조립하는 회사와 갈리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가 배전반을 만든다는 것은 물건과 함께 설계를 파는 일이기도 합니다. 발주처가 요구하는 것은 상자가 아니라 「이 건물의 전기를 안전하게 나눠 달라」는 것이고, 그 요구에 답하려면 그 건물의 부하 구성과 앞으로의 증설 계획까지 물어야 합니다. 제품의 값에 설계 노동이 섞여 있다는 뜻이며, 이 구간이 단순 조립보다 남기는 몫이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④ 거기에 통신과 제어가 얹히면

최근 이 구간에 변화가 하나 생겼습니다. 배전반 안의 기기들이 자기 상태를 보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류가 얼마나 흐르는지, 온도가 몇 도인지, 차단기가 몇 번 동작했는지를 데이터로 내보내고, 그것을 모아 보면 고장이 나기 전에 징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왜 지금 이 변화가 중요해졌는가 하면 전력망에 들어오는 전기가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태양광이 늘면서 전기가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지 않고 아래에서 위로 역류하는 구간이 생겼고, 전기차 충전기와 데이터센터처럼 갑자기 큰 전력을 끌어 쓰는 부하도 늘었습니다. 정해진 방향과 크기를 전제로 짜둔 보호 협조가 흔들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구간의 기기는 정해진 조건에서 정확히 동작하는 것을 넘어, 조건이 바뀌는 것을 감지하고 대응해야 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회사가 전력 부문 안에 「전력 정보 관리 및 제어」 사업을 따로 두고 있는 것이 이 흐름에 대한 답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팔 것을 하나 더 만들어줍니다. 기기를 한 번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기기들이 보내는 데이터를 받아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붙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전력설비 자산관리」를 사업으로 언급하는 것이 이 자리이고, 설비를 판 뒤에도 이어지는 매출이라는 점에서 기존 기기 사업과 성격이 다릅니다.

⑤ 그 기술이 자동화 부문과 만나는 지점

④에서 본 일 — 여러 기기의 상태를 읽고 조건에 따라 제어하는 것 — 은 사실 공장 자동화가 오래 해온 일입니다. 생산 라인의 센서에서 신호를 받아 판단하고 모터와 밸브를 움직이는 것이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의 역할이고, 그것을 만드는 것이 이 회사의 자동화 부문입니다.

두 부문이 같은 기술 뿌리를 쓴다는 뜻입니다. 신호를 받아 논리를 태우고 기기를 제어하는 구조는 배전반이든 생산 라인이든 다르지 않고, 산업용 통신 규격도 겹칩니다. 회사가 스마트팩토리와 빌딩 자동화를 자동화 부문 안에 함께 두고 있는 것도 그 연장입니다.

다만 같은 뿌리를 쓴다는 것이 두 사업이 함께 커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력 부문의 수요는 전력망 투자가 정하고 자동화 부문의 수요는 제조업 설비 투자가 정하는데, 두 사이클이 같은 시점에 오지 않습니다. 2026년 상반기 전력 부문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동안 자동화가 제자리인 것이 그 예입니다.

⑥ 그래서 네 부문은 지금 어떤 관계인가

기술로 보면 전력과 자동화는 이어져 있고, IT는 그 둘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다루는 자리에 있습니다. 금속은 이 셋과 뿌리가 다르지만 동관의 원재료인 구리가 전력기기의 주요 소재이기도 해서 조달 쪽에서 접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손익으로 보면 관계가 전혀 달라집니다. 2026년 상반기 세전손익에서 전력이 2,833억원, 금속이 115억원, 자동화가 82억원, IT가 39억원입니다. 전력 하나가 93%를 냅니다. 기술적으로는 넷이 이어져 있는데 돈은 하나에서 나오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자산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이 상태를 더 분명히 합니다. LS일렉트릭 전력 부문 자산이 2024년 말 2조 4,288억원에서 2025년 말 2조 8,254억원, 2026년 6월 말 3조 9,197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반기 만에 1조 943억원이 늘어난 것이고, 같은 기간 자동화·금속·IT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자원이 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이유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이 회사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넓이입니다. 초고압부터 저압까지 한 회사에서 받을 수 있고, 배전반 안에 들어가는 기기를 직접 만들며, 그것을 제어하는 시스템까지 함께 공급합니다. 발주처가 변전소나 공장의 전기 설비를 통째로 맡길 때 이 조합이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여기에 특약점망이 더해집니다. 저압 기기와 배전반처럼 수량이 많고 값이 낮은 제품은 전국의 대리점을 통해 나가는데, 이 망을 새로 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초고압 제품이 소수의 발주처를 상대하는 것과 달리 이 구간은 수많은 소규모 수요를 받아내는 조직이 필요하고, 그 조직 자체가 진입장벽입니다.

전력기기 히어로즈 ①②④편의 세 회사와 견주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초고압에 무게가 실려 있고 산일전기는 배전급 특수변압기 한 종류에 집중합니다. 세 회사 모두 이 회사보다 좁은 자리에 서 있고, 그 대가로 그 자리에서 더 깊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이익률에 나타납니다. 2026년 상반기 LS일렉트릭 영업이익률은 10.3%인데 HD현대일렉트릭은 25.0%, 산일전기는 37.4%입니다. 넓게 걸친 대가로 각 구간의 전문 회사보다 남기는 몫이 얇다는 뜻이고, 여기에 금속처럼 구조적으로 이익률이 낮은 부문이 섞여 있는 영향도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넓이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그것이 값으로 바뀌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처럼 전력 설비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국면에서는 여러 구간을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실제 강점이 됩니다. 반면 수요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각 구간에서 전문 회사와 값으로 겨뤄야 하고, 그때는 넓이가 오히려 자원을 분산시킨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것은 이 회사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위치입니다. 회사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 간 정보 공유가 제한돼 시장점유율을 기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는 곧 밖에서 그 위치를 숫자로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생산 거점의 규모와 제품군의 폭이며, 청주 한 곳의 반기 생산실적이 6,675억원이라는 것은 저압·고압 기기를 대량으로 만드는 체계가 갖춰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 이 회사를 판별하는 질문 하나 연결 매출 성장률은 이 회사를 판별해주지 못합니다. 네 부문의 매출이 합쳐진 숫자라 어느 쪽이 움직였는지 알 수 없고, 실제로 2026년 상반기에는 전력만 크게 늘고 나머지는 제자리였습니다. 연결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입니다 — 10.3%라는 숫자는 이익률이 높은 전력과 낮은 금속이 섞인 평균이라 어느 사업의 성적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이라는 말도 이 회사에는 절반만 해당합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늘어난 자산이 어느 부문에 들어갔는가.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반기·사업보고서의 사업부문별 재무정보에서 자산 항목을 연도별로 나란히 놓습니다. 매출과 손익은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자산은 앞으로 벌 준비이므로, 자산이 늘어나는 부문이 회사가 걸고 있는 쪽입니다. 둘째, 같은 표에서 부문별 세전손익을 매출로 나눠 각 부문의 이익률을 따로 계산합니다. 연결 숫자 하나로는 보이지 않는 격차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셋째, 부문별 매출 증가율을 서로 견줍니다. 한 부문만 늘고 있다면 그 부문의 업황이 곧 이 회사의 실적이고, 나머지 부문은 실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LS일렉트릭을 둘러싼 큰 그림

이 회사의 관계도는 부문마다 따로 그려야 합니다. 전력에서 만나는 상대와 자동화에서 만나는 상대가 전혀 다르고, 금속은 또 다른 산업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 글로벌 라이벌

  • 슈나이더 일렉트릭 [프랑스, 파리 SU] — 배전 기기와 자동화를 함께 하는 세계적 회사로, 이 회사와 사업 구성이 가장 닮았습니다. 전력 배전과 산업 자동화를 한 회사에서 다루는 구조가 같아 국내외 시장에서 직접 마주칩니다.
  • 미쓰비시전기 [일본, 도쿄 6503] — 저압 기기와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 양쪽에서 강한 회사로, 자동화 부문의 주요 경쟁자입니다. 아시아 시장에서 특히 겹칩니다.
  • HD현대일렉트릭 [코스피 267260]·효성중공업 [코스피 298040] — 전력기기 히어로즈 ①②편의 주인공들입니다. 초고압 구간에서 국내 입찰을 두고 겨루지만 두 회사의 무게중심이 초고압에 있고 이 회사는 중저압까지 넓게 걸쳐 있어, 정면으로 부딪히는 범위는 전체 사업의 일부입니다.

🤝 핵심 고객사

  • 한국전력공사 [코스피 015760] — 국내 송배전망의 발주 주체입니다. 전력·원전 앵커기업 편에서 다룬 대로 이 회사의 재무 상황이 국내 발주 규모를 정하고, 이 회사는 수출과 내수가 거의 반반이라 그 영향을 절반쯤 받습니다.
  •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전력 다소비 산업체 [다수] — 회사가 주요 고객으로 명시한 축입니다. 한 곳에서 수십 메가와트를 쓰는 시설이 늘면서 수전 설비 전체를 새로 짓는 수요가 생겼고, 초고압부터 배전까지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자리에서 강점이 됩니다.
  • 전국 특약점망 [다수] — 저압 기기와 배전반이 나가는 경로입니다. 최종 사용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고 대리점을 통해 유통하는 구조라, 이 망의 규모와 관리가 곧 시장 점유율을 정합니다.

🇰🇷 국내 협력 생태계

  • 산일전기 [코스피 062040] — 전력기기 히어로즈 ④편의 주인공입니다. 같은 배전급 변압기를 만들지만 그 회사가 사실상 수출 전업이라 국내에서 부딪히는 정도는 크지 않고, 제품도 특수 조건용에 집중돼 있습니다.
  • LS전선 [비상장] 등 LS그룹 계열 — 전선과 전력기기가 같은 그룹 안에 있어 전력망 사업에서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IT 부문의 주요 고객이 그룹 계열사라는 점도 이 관계의 일부입니다.
  • LS이모빌리티솔루션·LS파워솔루션 [종속회사] — 전기차용 릴레이와 변압기를 만드는 자회사들입니다. LS파워솔루션은 부산과 울산에서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어, 이 회사의 전력 부문 생산능력의 일부를 담당합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다른 전력기기 회사들이 하나의 지도 위에 서 있다면 이 회사는 서로 겹치지 않는 두 개의 지도에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전력망을 짓는 사업자들의 지도이고 다른 하나는 공장을 짓는 제조업체들의 지도입니다.

두 지도가 만나는 자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처럼 전기를 많이 쓰면서 자동화도 필요한 시설에서는 두 부문이 같은 고객을 봅니다. 다만 그런 접점이 아직 크지 않고, 두 지도의 사이클이 따로 돈다는 것이 3절 ⑤에서 본 지점입니다.

그리고 금속 부문은 아예 세 번째 지도에 있습니다. 에어컨 제조사와 조선소가 고객이므로 앞의 두 지도와 접점이 없고, 구리 시세가 실적을 정합니다. 4절의 판별식이 매출이나 이익률이 아니라 자산의 행선지를 묻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세 개의 지도를 가진 회사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지도에 돈을 넣고 있는가입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LS일렉트릭 영업이익률을 비롯한 연결 숫자 하나로는 이 회사를 읽을 수 없다는 것부터 기억해야 합니다. 네 부문이 합쳐진 값이고 그 넷의 성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분 매출 영업이익 비고
2024년(연간, 확정) 4조 5,518억원(YoY +7.6%) 3,897억원(YoY +19.9%) 영업이익률 8.6%. 2023년은 매출 4조 2,305억원·영업이익 3,249억원(7.7%)
2025년(연간, 확정) 4조 9,658억원(YoY +9.1%) 4,264억원(YoY +9.4%) 영업이익률 8.6%. 전력 부문 매출 5조 234억원(연결조정 전), 세전손익 4,041억원
2026년 1분기(확정) 1조 3,766억원(YoY +33.4%) 1,266억원(YoY +45.0%) 영업이익률 9.2%
2026년 2분기(확정) 1조 5,770억원(YoY +32.2%) 1,785억원(YoY +64.4%) 영업이익률 11.3%. 상반기 누적 매출 2조 9,535억원·영업이익 3,051억원(10.3%). 전력 부문 세전손익 2,833억원으로 전체의 93%, 자산 3조 9,197억원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첫째, 위 네 행은 모두 공시된 확정 실적이며 금액은 원화이고 연결 기준입니다. 이 표에 연간 전망 행이 없는 것은 회사가 연간 매출·영업이익 가이던스를 공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 부문별 매출 비중이 100%를 넘습니다. 2026년 상반기 전력이 110.8%로 기재돼 있는데, 이는 내부거래를 제거하기 전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부문끼리 주고받은 거래가 연결 단계에서 상계되므로 합계가 100%가 되지 않으며, 이 비중을 그대로 매출 구성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셋째, 부문별 손익은 영업이익이 아니라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익으로 공시됩니다. 연결 영업이익과 직접 비교할 수 없고, 부문 간 상대적 크기를 보는 용도로만 써야 합니다. 넷째, 부문별 생산능력의 산출근거가 「월 제작 가능 생산시설 × 평균 수주 제품가격 × 표준가동률」로 금액 기준입니다. 제품 값이 오르면 생산능력 금액도 함께 오르므로, 물량 단위로 공시하는 회사와 가동률을 나란히 비교할 수 없습니다.

표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2026년의 두 분기입니다. 1분기 매출이 33.4%, 2분기가 32.2% 늘었는데, 앞선 두 해의 연간 매출 증가율이 7~9%대였던 것과 견주면 속도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네 부문에 고르게 온 것이 아닙니다.

부문별로 풀면 그 편중이 드러납니다. 2026년 상반기 세전손익은 전력 2,833억원, 금속 115억원, 자동화 82억원, IT 39억원입니다. 전력 하나가 93%를 냅니다. 매출 비중으로는 전력이 110.8%, 금속 12.3%, 자동화 9.6%, IT 2.8%였으니, 매출에서보다 손익에서 편중이 훨씬 심합니다.

이 차이가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금속 부문은 매출의 12.3%를 차지하는데 세전손익 비중은 3.8%에 그칩니다. 2절에서 본 대로 동관은 구리가 원재료 그 자체라 매출은 크게 잡히지만 남는 몫은 가공비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연결 이익률 10.3%가 각 부문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자산 쪽을 보면 회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나옵니다. 전력 부문 자산이 2024년 말 2조 4,288억원에서 2025년 말 2조 8,254억원, 2026년 6월 말 3조 9,197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반기 만에 1조 943억원이 늘어난 것인데, 같은 기간 자동화는 5,142억원에서 5,871억원, 금속은 3,323억원에서 3,672억원, IT는 753억원에서 648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입니다.

4절의 판별식이 자산의 행선지를 묻는 이유가 이 숫자에 있습니다. 매출과 손익은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자산은 앞으로 벌 준비이고, 그 준비가 한 부문에 몰려 있다면 회사가 무엇에 걸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수치로 보면 이 회사는 지금 전력에 걸고 있습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첫 번째 층위는 편중입니다. 세전손익의 93%가 전력에서 나오므로, 전력 부문이 흔들리면 나머지 셋이 받쳐주지 못합니다. 사업이 넷이라는 사실이 위험을 나눠주지 않는 상태이고, 오히려 이익이 나지 않는 부문을 함께 안고 있는 만큼 부담이 됩니다.

두 번째 층위는 그 편중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6절에서 본 대로 자산이 전력 쪽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면에서는 옳은 선택으로 보이지만, 그 자산이 완성돼 가동에 들어갈 즈음 전력 설비 수요가 정상으로 돌아와 있으면 늘려둔 설비가 부담이 됩니다.

세 번째 층위는 이익률의 구조적 한계입니다. 4절에서 본 대로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초고압 전문 회사나 특수변압기 회사보다 낮습니다. 넓게 걸친 대가이면서 동시에 금속처럼 이익률이 낮은 부문을 함께 안고 있는 결과이고, 이 구조는 부문을 정리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습니다.

네 번째 층위는 국내 비중입니다. 수출과 내수가 거의 반반이라 해외 수요가 좋을 때 그 혜택을 절반만 받습니다. 반대로 해외가 식으면 완충이 되지만, 지금처럼 해외 값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다섯 번째 층위는 특약점 경로의 성격입니다. 저압 기기와 배전반이 대리점을 통해 나가므로 최종 수요의 변화를 직접 감지하기 어렵고, 대리점의 재고가 실적에 시차를 만듭니다. 수요가 꺾일 때 대리점 재고가 먼저 쌓이고 그 뒤에 발주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여섯 번째 층위는 자동화 부문의 정체입니다. 3절 ⑤에서 본 대로 이 부문의 수요는 제조업 설비 투자가 정하는데, 그 사이클이 전력과 다르게 움직입니다. 기술적으로 이어져 있어도 실적에서는 함께 오지 않고, 한쪽이 좋을 때 다른 쪽이 조용한 구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 층위는 금속 부문의 성격입니다. 구리 시세가 매출과 원가를 동시에 밀어 올리므로 매출은 커 보이는데 이익은 얇습니다. 그리고 구리 값이 급락하면 재고 평가 손실이 생길 수 있어, 이익에 기여하는 정도에 비해 변동성을 크게 만드는 부문입니다.

여덟 번째 층위는 소재입니다. 전력기기에 쓰는 전기강판과 구리는 세계적으로 공급처가 많지 않고, 전력 설비 수요가 몰리는 국면에서는 이 소재부터 줄을 섭니다. 설비를 늘려도 소재가 따라오지 않으면 생산이 늘지 않습니다.

아홉 번째 층위는 부문 간 자원 경쟁입니다. 자산이 전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뒤집으면 나머지 세 부문에 들어갈 몫이 줄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동화 부문이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려면 지금 개발과 설비에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 시기에 자원이 다른 쪽으로 가면 사이클이 돌아왔을 때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맞게 됩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네 가지 해석

① 사업부문의 수와 이익의 출처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업부문이 넷이라는 사실은 대개 다각화로 읽힙니다. 한쪽이 나빠도 다른 쪽이 받쳐준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세전손익의 93%가 한 부문에서 나옵니다.

이 상태에서 나머지 셋은 위험을 나눠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전력이 나빠졌을 때 이익을 거의 내지 않는 세 부문의 고정비를 함께 안고 가야 하므로, 사업이 넷이라는 사실이 완충이 아니라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판단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지금의 편중이 구조적인 것인지 국면적인 것인지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자동화 부문의 수요는 제조업 설비 투자가 정하는데 그 사이클이 지금 저점에 가깝다면 언젠가 돌아옵니다. 반면 금속처럼 사업 모델 자체가 얇은 이익을 남기는 부문은 사이클과 무관하게 지금 모습이 정상입니다.

그래서 사업부문이 여럿인 회사를 볼 때는 부문의 수를 세는 대신 부문별 손익을 각각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부문에 대해서는 그것이 사이클 때문인지 구조 때문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앞이면 기다릴 만하고 뒤면 정리 여부가 관건입니다.

② 회사가 무엇에 걸고 있는지는 손익보다 자산에 먼저 나타납니다

매출과 이익은 이미 벌어진 일의 결과입니다. 반면 자산은 앞으로 벌기 위해 지금 준비하는 것이고, 그래서 회사의 판단이 손익보다 먼저 드러납니다. 이 회사의 전력 부문 자산은 반기 만에 1조 943억원 늘었고 나머지 셋은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이 이동은 말보다 분명한 신호입니다. 어느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발표는 하기 쉽지만, 실제로 돈을 넣는 것은 다릅니다. 사업부문별 자산 항목을 몇 해에 걸쳐 나란히 놓으면 그 회사가 무엇을 말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했는지가 보입니다.

다만 자산 증가를 모두 투자로 읽으면 안 됩니다. 매출이 늘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함께 늘어나므로 그 몫이 섞여 있고, 인수나 자산 재평가가 반영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산의 증가분이 유형자산에서 온 것인지 운전자본에서 온 것인지를 함께 봐야 하고, 그것은 현금흐름표의 투자활동 항목이 알려줍니다.

그래서 여러 사업을 가진 회사를 볼 때는 사업부문별 자산 추이를 확인하는 습관이 유용합니다. 이 표는 반기·사업보고서에 매번 실리고 자산·매출·손익이 함께 나와 있어, 세 숫자의 방향이 어긋나는 지점을 찾으면 그 회사의 다음 몇 년이 어디로 갈지가 가늠됩니다.

③ 넓게 걸친 것과 깊게 판 것은 서로 다른 조건에서 유리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을 나란히 놓으면 순서가 뚜렷합니다. 산일전기 37.4%, HD현대일렉트릭 25.0%, 효성중공업 13.7%, 그리고 이 회사 10.3%입니다. 좁게 집중한 회사일수록 남기는 몫이 큽니다.

그렇다고 넓이가 늘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발주처가 변전소 하나를 통째로 맡길 때는 여러 구간을 한 회사에서 받는 편이 편하고, 한 구간의 수요가 줄어도 다른 구간이 받쳐줍니다. 넓이의 값은 이익률이 아니라 안정성과 수주 기회의 폭으로 나타납니다.

다만 그 값이 실현되려면 조건이 필요합니다. 각 구간에서 전문 회사와 겨룰 만한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구간들 사이에 실제로 시너지가 있어야 합니다. 구간을 여럿 가졌지만 각각에서 밀리고 시너지도 없다면 넓이는 자원을 나눈 결과일 뿐입니다.

그래서 같은 업종의 회사들을 비교할 때 이익률만 늘어놓으면 잘못 읽습니다. 좁은 회사가 높고 넓은 회사가 낮은 것은 대체로 구조의 차이이지 실력의 차이가 아닙니다. 비교하려면 같은 구간에서 겨루는 회사끼리 견주거나, 부문별 손익을 갈라 해당 부문끼리 비교해야 합니다.

④ LS일렉트릭 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100%를 넘는 표가 알려주는 것

이 회사의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전력 110.8%, 금속 12.3%, 자동화 9.6%, IT 2.8%로 합계가 100%를 크게 넘습니다. 오류가 아니라 내부거래를 제거하기 전 기준이기 때문이고, 회사도 주석에 그 사실을 적어두었습니다.

이 숫자가 알려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부문끼리 주고받는 거래가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IT 부문의 주요 고객이 그룹 계열사라는 점, 그리고 자동화 기술이 전력 제품에 들어간다는 점을 함께 놓으면 그 거래의 성격이 짐작됩니다.

다만 내부거래가 크다는 것을 시너지로만 읽으면 곤란합니다. 부문 간 거래는 그룹 안에서 매출을 만들어 주지만 연결 단계에서 상계되므로 실제 외부 매출은 아닙니다. 그리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부문은 그 거래처가 계열이라 외부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문별 매출 표를 볼 때는 합계가 100%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넘는다면 내부거래 제거 전 기준이고, 그렇다면 각 부문의 숫자를 외부 매출로 읽으면 과대평가가 됩니다. 이런 표기는 이 회사만의 것이 아니라 여러 부문을 가진 회사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앞으로 이 회사에 관한 소식을 접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질문 네 개와,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적어둡니다.

첫째, 늘어난 자산이 어느 부문에 들어갔는가. 반기·사업보고서의 사업부문별 재무정보에서 자산 항목을 연도별로 나란히 놓습니다. 그리고 그 증가분이 유형자산인지 운전자본인지를 현금흐름표의 투자활동 항목으로 갈라 봅니다. 앞이면 설비를 늘린 것이고 뒤면 매출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둘째, 부문별 이익률이 서로 어떻게 움직이는가. 같은 표에서 부문별 세전손익을 매출로 나눠 계산합니다. 전력의 이익률이 계속 오르는지, 그리고 자동화가 손익분기 위로 올라오는지가 이 회사의 다음 국면을 가릅니다.

셋째, 수출과 내수의 비중이 움직이는가. 별도 기준 매출에서 수출액과 내수액이 함께 공시됩니다. 지금은 거의 반반인데 수출 쪽이 늘어난다면 해외 수요에 더 올라타고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국내 발주 둔화의 완충은 얇아집니다.

넷째, 부문 구성 자체가 바뀌는가. 이익 기여가 작은 부문을 정리하거나 분할하는 결정이 나오면 그것이 이 회사의 성격을 바꾸는 가장 큰 사건이 됩니다. 8절 ①에서 본 대로 지금의 편중이 구조적인 것이라면 언젠가 그 결정이 나올 수 있고, 사업부문별 손익 추이가 그 시점을 미리 알려줍니다.

덧붙여 확인해두면 좋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부문별 매출 비중이 100%를 넘는 표기가 계속되는지, 그리고 그 초과분이 커지는지 작아지는지입니다. 8절 ④에서 본 대로 이 초과분이 부문 간 내부거래의 크기를 가늠하게 해주므로, 그 방향이 바뀌면 부문들 사이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10. 마무리하며

LS일렉트릭은 네 개의 사업부문을 가진 채 전력 하나에 자원을 몰아넣고 있는 종합 전력기기 회사입니다. 이 한 줄에 이 회사의 특징과 과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넓게 걸쳐 있어 여러 구간의 수요를 받아낼 수 있고, 그만큼 각 구간의 전문 회사보다 남기는 몫이 얇습니다.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배전 구간의 어려움은 전압이 아니라 갈래의 수에서 나오고, 그래서 이 구간의 기기는 한 대씩 팔리지 않고 여러 대의 관계로 설계됩니다. 그 설계 능력이 배전반으로 이어지고, 거기에 통신과 제어가 얹히면서 자동화 부문과 같은 기술 뿌리를 쓰게 됐습니다. 기술로는 넷이 이어져 있는데 손익으로는 전력 하나가 93%를 내고, 자산은 그 전력 쪽으로 반기 만에 1조 943억원이 이동했습니다.

남는 질문은 두 갈래입니다. 지금의 편중이 국면적인 것인가 구조적인 것인가. 그리고 전력에 걸어둔 자산이 완성될 즈음 그 수요가 남아 있을 것인가. 앞의 질문에는 자동화 부문이 손익분기 위로 올라오는지가 답하고, 뒤의 질문에는 세계 전력기기 회사들의 증설 완공 시점이 답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같은 병목 국면에서 정반대의 선택을 한 회사, 산일전기를 다룹니다. 이 회사가 네 부문을 가진 채 하나에 자원을 몰아넣었다면 그 회사는 제품과 시장과 공장을 하나씩으로 좁혀두었습니다. 넓게 걸친 회사와 좁게 판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조건에서 왜 이익률이 세 배 넘게 벌어지는지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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