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SMR 관련주로 묶이는 두 미국 회사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소형모듈원전이라는 같은 테마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세계 최초로 SMR 설계 인증을 받은 NuScale Power는 2025년 10월 53.43달러였던 주가가 그 뒤 8달러대까지 내려앉았습니다. 반면 SMR에 들어갈 특수 우라늄 연료를 만드는 Centrus Energy는 같은 기간 반대 방향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둘 다 SMR 열풍을 타고 있다는 회사인데 어떻게 이렇게 갈릴 수 있을까요. 흔히 던지는 질문은 SMR이 버블인가 진짜인가입니다. 그런데 이 두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 시장이 틀린 것은 SMR 수요가 얼마나 커질 것인가가 아니라, 그 수요를 누가 가져갈 것인가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경계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 같은 SMR, 극과 극의 주가
두 회사의 최근 흐름을 먼저 확인한 뒤, 왜 이렇게 갈렸는지를 따라가겠습니다.
먼저 SMR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시작하겠습니다. 소형모듈원전(SMR)은 기존 대형 원전을 그대로 축소한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미리 표준화된 모듈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차세대 원전입니다. 대형 원전 하나 짓는 데 십수 년이 걸리는 것과 달리 건설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발전 용량도 작아 전력망이 부족한 지역이나 데이터센터 옆에 놓기에 유리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 NuScale Power 2020년 세계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SMR 설계 인증을 받은 회사입니다. 2022년에는 세계 최초로 상장한 SMR 기술기업이 되며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2025년 10월 53.43달러였던 주가는 그 뒤 8달러대까지 내려앉았습니다. 매출은 오히려 줄었고 실적 컨센서스도 몇 달 사이 계속 하향 조정됐습니다.
- Centrus Energy SMR에 들어가는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을 미국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같은 기간 주가가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정반대 길을 걸었습니다.
- 그리고 한국과의 접점 2025년 8월 Centrus는 한국수력원자력·포스코인터내셔널과 미국 오하이오주 파이크턴 우라늄 농축시설 확장을 지원하는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한국 원전 기업들이 미국의 SMR 연료 공급사와 손을 잡은 셈입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항목이 이 글에 한국 이야기가 들어오는 통로입니다. 한국 원전 기업들이 손잡은 상대가 SMR 설계사가 아니라 연료 공급사였다는 점, 그 선택 자체가 뒤에서 볼 구분과 정확히 맞물립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두 회사가 반대로 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한쪽이 SMR로 돈을 못 벌고 다른 쪽이 SMR로 돈을 벌었다면, 시장은 SMR이 진짜인지 아닌지에 대해 하나의 답을 내리지 못한 셈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시장은 답을 내렸습니다 — 다만 그 답이 SMR 전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SMR 안에서 누가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답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원자로 자체를 파는 회사는 버려졌고, 그 원자로가 무엇이 되든 필요한 것을 파는 회사는 선택됐습니다. 이 구분이 어디서 왔는지가 이 편의 핵심입니다.
2. 왜 이렇게 갈렸나 —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입니다
세 갈래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셋은 나란히 놓인 세 항목이 아닙니다. 하나가 근본 차이이고 나머지 둘은 그 차이가 실적 이력과 정책이라는 다른 형태로 확인된 것입니다. 근본부터 보겠습니다.
먼저 세 갈래가 각각 어느 층위인지 밝혀두겠습니다. 첫 번째는 두 회사가 애초에 무엇을 파는가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그 사업 모델이 지금까지 어떤 실적을 남겼는가에 관한 이야기이며, 세 번째는 그 사업을 정부가 어떻게 다루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층위가 다르므로 세 갈래를 같은 무게로 놓고 보면 원인과 결과가 뒤섞입니다.
① 파는 물건의 성격 — 근본 차이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두 회사가 파는 물건의 성격입니다. NuScale은 자기 회사가 설계한 특정 SMR 원자로가 실제로 채택되고, 지어지고, 가동돼야 돈을 법니다. 아직 세계 어디에도 이 회사의 SMR이 상업 가동 중인 곳은 없습니다.
반면 Centrus가 만드는 농축우라늄은 SMR이든 기존 대형 원전이든, 어떤 원자로 기술이 최종 승자가 되든 관계없이 원전이 하나라도 더 돌아가면 반드시 필요한 소모품입니다. 특정 기술의 성공에 베팅하는 회사와, 그 기술이 무엇이든 원전이 늘어나기만 하면 수요가 생기는 회사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이 차이는 경쟁 구도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원자로 설계 시장에는 미국·영국·중국·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개발사가 뛰어들어 있고, 그중 살아남는 것은 소수입니다. 반면 미국 안에서 HALEU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하나뿐입니다. 같은 산업 안에서 한쪽은 다수 경쟁이고 다른 쪽은 사실상 독점인 셈인데, 시장이 후자에 더 확신을 갖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 쉽게 비유하면 — 금맥을 캐는 사람과 곡괭이를 파는 사람 골드러시 시절 가장 안정적으로 돈을 번 쪽은 금을 캔 사람이 아니라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사람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가 금맥을 찾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금을 캐러 오는 사람이 늘어나면 도구는 반드시 팔리기 때문입니다. NuScale은 금맥을 캐는 쪽입니다. 자기가 고른 자리에서 금이 나와야 하고, 나오지 않으면 그동안 들인 것이 전부 사라집니다. Centrus는 곡괭이를 파는 쪽입니다. 어느 회사의 SMR이 표준이 되든 그 원자로에는 연료가 들어가야 하고, 미국 안에서 그 연료를 만들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이 회사 하나입니다. 그래서 시장이 SMR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확신할수록 곡괭이 쪽은 더 확실해지고, 금맥 쪽은 오히려 경쟁이 늘어납니다. 같은 확신이 두 회사에 정반대로 작용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차이는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갈라놓습니다. 원자로 설계사는 프로젝트가 최종투자결정을 거쳐 착공에 들어가야 본격적인 매출이 생깁니다. 그 전까지는 설계 용역비 정도가 전부이고,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그동안 쌓은 것이 매출로 전환되지 못한 채 사라집니다. 반면 연료 공급사는 원전이 가동되는 동안 반복해서 매출이 발생합니다. 한 번 공급 관계가 맺어지면 그 원전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즉 하나는 프로젝트 단위로 돈을 벌고 다른 하나는 소모품 단위로 돈을 법니다. 프로젝트는 크지만 드물고 무산될 수 있으며, 소모품은 작지만 꾸준하고 끊기지 않습니다. 두 회사의 주가 변동성이 다른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② 이미 실패를 겪어본 적 있는가 — 근본 차이가 실적 이력으로 확인된 형태
NuScale에게는 뼈아픈 전례가 있습니다. 2023년 미국 유타주 지자체들과 함께 추진하던 탄소제로전력프로젝트가 건설비 급증을 이기지 못하고 무산됐습니다. 추정 건설비가 53억 달러에서 92억 달러로 불어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고, SMR 회의론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사례가 바로 이 프로젝트입니다.
이 사례가 특히 상징적인 이유는 세계 최초로 설계 인증까지 받은 가장 준비된 SMR 사업자조차 실제 건설 단계에서는 비용 추정에 실패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새로운 원자로 설계는 표준화된 부품과 시공 경험이 없어 첫 몇 기를 지을 때 비용이 얼마나 들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 학습 이전 비용을 시장이 얼마나 과소평가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사례에는 SMR 산업 전체에 걸리는 교훈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발주처가 지자체 컨소시엄이었다는 점입니다. 첫 기의 비용이 예상보다 커졌을 때 그것을 감수할 여력이 있는 발주처와 없는 발주처는 결과가 다릅니다. 새로운 기술의 첫 상용화에서는 기술만큼이나 그 비용 초과를 견딜 자금력이 중요하다는 뜻이고, 이는 앞으로 어떤 발주처가 나서느냐가 이 산업의 속도를 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반면 우라늄 농축 사업은 이미 수십 년간 전 세계 원전에 연료를 공급해온 검증된 사업 모델입니다. Centrus의 모태인 미국우라늄농축공사는 1992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첫 상용화라는 리스크를 지는 쪽과, 이미 검증된 사업의 확장에 가까운 쪽의 차이가 여기서 실적 이력으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이 차이는 SMR이라는 개념 자체의 역설과 맞물립니다. SMR의 강점으로 늘 꼽히는 것이 표준화와 양산, 즉 반복입니다. 그런데 아직 그 반복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반복해서 지어야 싸지는 물건인데 아무도 반복해본 적이 없으므로, 첫 몇 기는 오히려 대형 원전보다 비쌀 수 있습니다. 이 구간을 누가 어떻게 넘느냐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유타주 프로젝트가 무산됐다는 사실이 SMR이라는 개념 자체가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첫 번째 시도가 비싸다는 것은 새로운 제조 기술에서 늘 있는 일이고, 그 비용이 반복을 통해 내려가는 것이 이 개념의 전제입니다. 문제는 그 첫 번째 구간을 견딜 자금과 인내가 있느냐인데, 지자체가 발주처였던 이 프로젝트에는 그것이 부족했습니다. 앞으로 빅테크처럼 자금 여력이 큰 발주처가 나서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반론도 그래서 가능합니다.
③ 정부가 어디를 더 다급하게 지원하는가 — 근본 차이가 정책으로 확인된 형태
두 회사 모두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 절박함의 결이 다릅니다. SMR 원자로 자체는 아직 언젠가 필요할 미래 기술로 여겨지는 반면, HALEU 농축 능력은 지금 당장 없으면 안 되는 안보 문제로 다뤄집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왜 HALEU가 안보 문제가 됐는가 HALEU 공급망은 사실상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의 자회사가 독점해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조치로 2028년부터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이미 통과시켰습니다. 문제는 이 금지 시점이 다가오는 동안 수요 자체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업계 추정으로 HALEU 수요는 2025년 약 25톤에서 2035년 약 614톤으로 20배 넘게 커질 전망이고, 미국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원전 10기 중 9기가 이 연료를 쓰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즉 러시아산 공급이 끊기는 시점과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이 정확히 겹칩니다. 그리고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미국 내 생산자가 사실상 하나뿐입니다. 이 공급망을 자국 안으로 가져오는 일은 SMR 상용화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반드시 필요하므로, Centrus에 대한 지원은 SMR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어차피 필요한 인프라라는 성격을 갖습니다.
정책 지원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지원이 끊길 위험도 다르다는 뜻입니다. 미래 기술에 대한 지원은 예산 사정이나 정권 방향에 따라 줄어들 수 있지만, 당장의 공급망 공백을 메우는 지원은 그 공백이 메워지기 전까지는 줄이기 어렵습니다. 같은 정부 지원이라도 지속성이 다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두 지원의 시간표도 다릅니다. 미래 기술에 대한 지원은 성과가 나올 때까지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집행되지만, 공급망 공백을 메우는 지원은 시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2028년이라는 날짜가 법에 박혀 있으므로 그 전에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하고, 그래서 예산 집행도 서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정부 지원이라도 속도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세 갈래를 정리하면 — 얼마나와 누가
세 갈래를 정리하면 위계가 보입니다. ①(파는 물건의 성격)이 근본 차이이고, ②(실패 이력)와 ③(정책의 절박함)은 그 차이가 각각 실적과 정책이라는 다른 창구로 확인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에 이름을 붙이면 ‘얼마나와 누가’가 됩니다. 시장이 SMR에 대해 확신한 것은 수요가 얼마나 커질 것인가였고, 그 확신은 지금까지 틀리지 않았습니다 —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실제로 폭증했고 각국이 SMR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틀린 것은 그 수요를 누가 가져갈 것인가였습니다. 설계 인증을 가장 먼저 받은 회사가 자동으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성급히 확신했다가, 첫 프로젝트가 비용 문제로 무산되자 그 확신이 무너진 것입니다.
이 구분이 왜 유용한지는 다른 산업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전기차 초기에도 시장은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맞았지만 어느 회사가 이길지는 여러 번 바꿔 찍었습니다. 그 사이 배터리 소재나 충전 인프라처럼 어느 완성차가 이기든 필요한 영역은 훨씬 안정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새 산업이 열릴 때 반복되는 패턴이고, SMR도 지금 그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SMR이 버블인가 진짜인가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습니다. 얼마나는 진짜였고 누가는 아직 버블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 이름은 이 글 끝까지 따라옵니다.
3. 한국은 이 논쟁에서 어느 줄에 서 있나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은 이 두 갈래 가운데 어디에 서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대체로 곡괭이 쪽입니다. 다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위치는 의도한 것이기도 하고 조건이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대형 원전 설계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SMR 설계에서는 후발주자입니다. 이미 여러 나라가 몇 년 앞서 개발을 시작했고 인허가도 먼저 밟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설계 경쟁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보다, 어느 설계가 이기든 필요한 제작 능력에서 자리를 잡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 누가 이기든 내가 만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특정 SMR 기술 하나에 베팅하지 않습니다. NuScale·X-energy·TerraPower 등 여러 해외 SMR 개발사와 동시에 협력하는 파운드리 전략을 씁니다. 2026년 5월에는 체코·영국에서 SMR 사업을 확장 중인 롤스로이스 SMR의 핵심 기자재 제작 파트너로도 선정되며 협력 명단을 한 곳 더 늘렸습니다.
이 전략의 논리는 반도체 파운드리와 같습니다. 어느 팹리스 기업의 설계도가 이기든 상관없이 위탁생산을 맡아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인데, 두산에너빌리티도 시장에 나온 여러 SMR 설계 가운데 어느 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든 그 제작 물량을 수주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Centrus의 포지션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략이 가능한 근거는 체코 원전 편에서 확인한 것과 같습니다. SMR 설계는 아직 아무도 반복해보지 못했지만, 그 설계를 실제 기자재로 만드는 일에서는 대형 원전에서 쌓은 제작 경험이 그대로 통용됩니다. 설계 경쟁의 승패와 무관하게 제작 물량이 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이 전략에도 전제가 있습니다. 파운드리가 성립하려면 만들 물량이 있어야 하고, 그 물량은 결국 어느 설계사든 프로젝트를 실제 건설로 밀고 가야 생깁니다. 즉 두산에너빌리티는 특정 회사의 성공에는 걸지 않았지만 SMR 산업 전체의 성공에는 여전히 걸려 있습니다. 개별 기술 실패에는 강하지만 산업 자체가 지연되면 함께 지연된다는 뜻입니다.
한전기술 — 내 기술로 승부한다
그런데 한국이 파운드리 전략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전기술은 국내 독자형 SMR인 i-SMR의 표준설계인가 절차를 진행하며, 특정 해외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 노선도 함께 걷고 있습니다. 이쪽은 금맥을 캐는 쪽에 해당합니다.
즉 한국은 누가 이기든 내가 만든다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보험과, 내 기술 자체로 승부한다는 한전기술의 도전을 동시에 갖춘 이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느 한쪽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해도 다른 한쪽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구조입니다.
📌 한국의 SMR 전략, 한 줄로 요약하면 한국 기업들은 NuScale처럼 내가 설계한 특정 원자로가 이겨야 한다는 방식보다, Centrus나 두산에너빌리티처럼 SMR 시장 자체가 커지면 나도 커진다는 방식에 더 가깝게 서 있습니다. 이것이 반드시 더 우월한 전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곡괭이를 파는 쪽은 안정적인 대신 금맥을 찾았을 때의 몫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적어도 NuScale이 겪은 것과 같은 단일 기술 실패 리스크에는 상대적으로 덜 노출돼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전기술의 독자 노선이 함께 있다는 점이 이 구도를 완성합니다. 보험만 들어두면 시장이 커져도 몫이 제한되고, 도전만 하면 실패했을 때 남는 것이 없습니다. 두 축을 함께 가진 상태가 지금 한국의 위치입니다.
다만 이 이중 포트폴리오에도 조건이 붙습니다. 파운드리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협력하는 개발사들의 프로젝트가 실제 건설로 이어져야 하고, 독자 노선이 의미를 가지려면 인허가를 넘어 실제 발주로 연결돼야 합니다. 둘 다 아직 진행 중이며, 어느 쪽도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위치에는 지리적 이점도 하나 얹혀 있습니다. 대형 원전을 반복해서 지어온 제조 기반이 국내에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데이터센터 편에서 확인한 대로 여러 나라가 이런 제조 능력을 정리한 사이 한국은 유지했고, SMR 기자재 제작이라는 새 수요가 왔을 때 그 능력이 그대로 쓰였습니다. 파운드리 전략이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근거가 여기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장이 얼마나는 맞히고 누가는 틀렸다면, 한국은 그 틀린 질문에 답을 걸지 않는 쪽에 주로 서 있습니다. 안전한 자리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몫이 나오는 자리도 아닙니다. 이 위치가 유리한지 아쉬운지는 앞으로 누가가 언제 확정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4. 그래서 지금, SMR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앞서 세운 ‘얼마나와 누가’라는 구분을 기준으로 양쪽 시각을 정리하면 판단에 참고할 틀이 나옵니다.
먼저 한 가지 전제를 짚어두겠습니다. 아래 양쪽 시각은 SMR 수요가 커질 것인가를 두고 갈리는 것이 아닙니다. 2절에서 확인한 대로 얼마나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합의가 있습니다. 갈리는 것은 그 수요가 언제 실제 매출로 바뀌며 그 몫이 누구에게 가느냐입니다.
🔍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시각
첫째, SMR 관련주 가운데 원자로 자체를 개발하고 파는 회사들의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2절에서 본 프로젝트 무산 사례가 보여주듯 설계 인증을 가장 먼저 받은 회사조차 실제 건설 단계에서 비용 추정에 실패했고, 그 이후 매출이 줄고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됐습니다. 아직 세계 어디에도 상업 가동 중인 SMR이 없다는 사실이 이 리스크의 크기를 말해줍니다.
둘째, 곡괭이를 파는 쪽도 무위험은 아닙니다. Centrus의 HALEU 상업 생산 목표는 2029년으로 아직 몇 년이 남아 있습니다. 세 자릿수 주가 상승은 이미 상당한 미래 기대를 반영한 결과라, 실제 상업 생산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조정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실패 전례가 없다는 것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셋째, 얼마나에 대한 확신도 조건부입니다. HALEU 수요 전망이 20배 넘게 커진다는 추정은 차세대 원전 개발 계획이 실제로 진행된다는 전제 위에 있습니다. 그 계획들이 지연되거나 축소되면 수요 곡선 자체가 아래로 이동합니다. 수요가 확실하다는 말은 수요가 예정대로 온다는 뜻과 같지 않습니다.
넷째, 한국의 이중 포트폴리오에도 시간 비용이 붙습니다. 3절에서 본 대로 파운드리 전략은 협력 개발사의 프로젝트가 실제 건설로 이어져야 매출이 되고, 독자 노선은 인허가를 넘어 발주까지 가야 합니다. 두 축 모두 아직 진행 중이라, 지금 시점에서 확정된 실적으로 잡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다섯째, 시간 자체가 비용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상업 가동 사례가 나오는 시점이 뒤로 밀릴수록 그동안 투입된 자금에는 계속 이자가 붙고, 개발사들은 추가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분 희석이나 사업 축소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기다림이 길어진다는 것 자체가 원자로를 파는 쪽에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 낙관론에 무게를 두는 시각
첫째, 얼마나에 대한 방향 자체는 지금까지 틀리지 않았습니다. 전력·원전 밸류체인 총정리와 미국 데이터센터 편에서 확인한 대로 AI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각국이 원전을 다시 검토하고 있고, SMR은 그 흐름의 유력한 선택지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수요 쪽 전제가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둘째, HALEU 공급망 쪽의 수요는 기술 경쟁의 결과와 무관합니다. 어느 회사의 SMR이 표준이 되든 그 원자로에는 연료가 들어가야 하고, 미국 안에서 그 연료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하나입니다. 게다가 2028년 러시아산 수입 금지라는 시한이 이미 법으로 정해져 있어, 그 시점까지 대체 공급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이 정책 지원의 지속성을 뒷받침합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한국의 접점도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국 우라늄 농축시설 확장을 지원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것은, 한국 기업이 곡괭이 쪽 공급망에도 발을 걸쳐두었다는 뜻입니다. 원자로 제작과 연료 공급 양쪽에 접점이 있다면 SMR 시장이 커질 때 받을 수 있는 경로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셋째, 정부 지원이 이중으로 걸려 있다는 점도 유리합니다. SMR은 미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HALEU는 지금 당장 필요한 공급망 자립 차원에서 각각 지원받고 있어 둘 중 하나가 부진해도 다른 한쪽에 대한 정책 지원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넷째, 한국 기업들이 특정 SMR 기술 하나에 몰아서 베팅하지 않는 전략 자체가 일종의 자체 보험 역할을 합니다. NuScale이 겪은 단일 기술 실패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돼 있고, 협력 개발사 명단이 늘어날수록 어느 하나가 성공했을 때 물량을 받을 확률도 함께 올라갑니다.
다섯째, 이 구도에서 한국 기업들이 얻는 몫의 크기도 함께 봐야 합니다. 파운드리 방식은 안정적인 대신 설계사가 가져가는 몫보다 작습니다. 반도체에서도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이익률 구조가 다르듯, SMR에서도 설계와 제작이 나누는 몫은 같지 않습니다. 위험이 적은 자리는 대체로 보상도 적은 자리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면 판별할 수 있는가
신중론과 낙관론이 같은 사실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으므로 이 논쟁을 실제로 가를 기준이 필요합니다. 2절에서 세운 구분이 그 기준을 알려줍니다 — 얼마나는 이미 상당 부분 답이 나왔으므로, 판별해야 할 것은 누가입니다.
그리고 누가가 확정되는 사건은 하나뿐입니다. 세계 어딘가에서 SMR이 실제로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순간까지는 어느 설계가 실제로 지어질 수 있는지, 첫 몇 기의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그 비용이 반복을 통해 정말 내려가는지가 전부 미확인 상태로 남습니다. 지금 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SMR 관련 확신은 이 검증대를 아직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관찰 순서는 이렇게 됩니다. 첫째, 상업 가동 사례가 언제 어디서 나오는지를 보십시오. 둘째, 그 사례의 실제 건설비가 당초 추정과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를 보십시오. 셋째, 같은 설계로 두 번째 세 번째 기를 지을 때 그 비용이 실제로 내려가는지를 보십시오. 세 번째 항목이 확인되는 순간이 SMR이 개념에서 산업으로 넘어가는 지점이고, 그때부터는 얼마나가 아니라 누가에 대한 답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때까지의 전략적 함의도 분명합니다. 누가가 확정되지 않은 구간에서는 특정 설계에 베팅하는 쪽보다 어느 설계가 이기든 필요한 것을 파는 쪽이 위험 대비 보상이 낫습니다. 반대로 누가가 확정되고 나면 그때는 승자에 베팅하는 쪽의 몫이 훨씬 커집니다. 지금이 어느 구간인지를 아는 것이 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입니다.
5. 앞으로 지켜볼 체크포인트
아래 항목에는 각각 그것이 얼마나에 관한 지표인지 누가에 관한 지표인지를 함께 적었습니다.
한 가지 원칙을 함께 적용하시면 좋겠습니다 — 이 시장에서는 계획 발표가 크게 보도되고 실제 건설 진행은 조용히 지나갑니다. 그런데 판별식이 가리키는 것은 후자입니다. 양해각서와 협력 발표는 계속 나올 것이고, 그중 몇 건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지가 이 산업의 진도입니다.
- 세계 최초 SMR 상업 가동이 언제 어디서 나오는가 [누가 · 판별식 직결] 이 사례가 나오는 순간이 시장의 성급한 확신이 처음으로 현실 검증대에 오르는 시점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회사에서 나오는지가 향후 몇 년의 판을 정하며, 그 결과에 따라 지금의 평가가 통째로 재조정될 수 있습니다.
- 첫 상업 가동 프로젝트의 실제 건설비 [누가 · 판별식 직결] 당초 추정과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가 SMR의 경제성 자체를 판정합니다. 유타주 프로젝트가 무산된 이유가 바로 이 항목이었으므로, 같은 일이 반복되는지 아닌지를 봐야 합니다.
- 같은 설계의 두 번째 세 번째 기 건설비 [누가] SMR의 핵심 전제는 반복하면 싸진다는 것입니다. 그 전제가 실제로 확인되는 순간이 이 산업이 개념에서 산업으로 넘어가는 지점입니다. 첫 기의 비용보다 오히려 이 항목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 Centrus의 HALEU 상업 생산 진행 상황 [얼마나] 2029년 목표가 지켜지는지가 관건입니다. 지금까지는 수요에 대한 시장의 확신만 확인된 상태라, 실제 생산이 계획대로 이뤄져야 곡괭이 쪽 논리가 숫자로 완성됩니다.
- 차세대 원전 개발 계획의 진척 [얼마나] HALEU 수요 전망은 이 계획들이 실제로 진행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계획이 지연되거나 축소되면 수요 곡선 자체가 아래로 이동하므로, 얼마나에 대한 확신을 점검하는 항목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은 국내 투자자에게 가장 직접적인 지표입니다. 앞의 다섯이 이 산업 전체의 방향을 보여준다면, 이것은 그 방향이 국내 종목의 실적으로 언제 도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 한국 이중 포트폴리오 양 축의 진전 [양쪽 공통] 두산에너빌리티의 SMR 기자재 수주가 협력사 프로젝트의 진전과 함께 구체적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한전기술의 i-SMR이 인허가를 넘어 발주로 연결되는지를 함께 보시면 됩니다. 두 축의 속도가 다르면 한국의 위치도 달라집니다.
6. 마무리하며
얼마나와 누가. SMR이 버블인가 진짜인가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답이 없습니다. 시장이 SMR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본 것은 지금까지 틀리지 않았지만, 그 수요를 누가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성급히 확신했다가 첫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그 확신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구분이 정확해지면 투자 판단의 질문도 달라집니다. SMR에 투자할 것인가가 아니라, SMR 안에서 어느 층위에 투자할 것인가가 됩니다. 같은 테마 안에서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테마 단위 판단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줍니다.
두 회사를 나란히 놓아야만 보이는 것도 있었습니다. 원자로 설계 자체를 파는 회사와 그 원자로가 무엇이든 필요한 연료를 파는 회사는 완전히 다른 리스크를 지고 있고, 실제로 정반대의 주가로 그 차이를 증명했습니다. 하나만 보면 SMR이 무너졌다거나 SMR이 뜬다는 결론으로 가기 쉽지만, 둘을 맞대면 무너진 것과 뜬 것이 무엇이었는지가 정확해집니다.
그리고 이 구분은 SMR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시장은 두 가지를 동시에 판단해야 하는데, 수요의 크기는 비교적 이르게 알 수 있는 반면 승자는 훨씬 나중에야 드러납니다. 그 시차 동안 시장이 승자를 미리 정해두려 하고, 그 성급한 확정이 무너질 때 테마 전체가 버블이라는 오해를 받습니다. 무너진 것은 테마가 아니라 승자에 대한 예측이었을 뿐인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편에서 남기실 것은 SMR에 대한 판정이 아니라 질문의 위치를 옮기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새로운 기술이 뜬다는 소식을 만나면 그 기술이 진짜인지를 묻기 전에, 시장이 확신하고 있는 것이 수요인지 승자인지를 구분해 보십시오. 수요에 대한 확신은 대체로 맞고, 승자에 대한 확신은 대체로 이릅니다.
그리고 이 판별은 생각보다 실용적입니다. 상업 가동 사례가 나오기 전과 후는 이 시장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분기점이고, 그 시점은 뉴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재무 분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기다리면 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이 서 있는 자리도 이 구분으로 설명됩니다. 대체로 곡괭이 쪽에 서 있고 한쪽 발만 금맥 쪽에 걸쳐 두었습니다. 누가가 확정되지 않은 구간에서는 안전한 위치이지만, 확정되고 나면 가장 큰 몫이 나오는 자리는 아닙니다. 그 확정이 언제 오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이 시장을 따라가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Core Asset Insight(코어에셋인사이트)는 목표주가를 제시하거나 저평가·고평가를 판정하지 않으며, 기업과 산업의 사업구조·기술·밸류체인에서의 위치를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본문의 수치는 작성 시점에 공시·발표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확정된 사실과 회사가 밝힌 계획, 제3자 기관·언론의 추정을 구분해 표기했습니다. 공시와 시장 상황은 이후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자료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본문에 언급된 종목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으며, 글의 발행 전후 일정 기간에는 해당 종목을 매매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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