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만들려는 회사들이 대부분 부품과 모델을 밖에서 사 오는 쪽을 골랐습니다. 그 편이 빠르기 때문인데, 빠른 만큼 남들도 같은 것을 살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정반대로 갔습니다. 이 회사는 피지컬 AI 밸류체인에서 로봇을 완성하는 자리에 서 있으면서 그 로봇이 세상을 보는 눈과 판단하는 두뇌와 움직이는 손을 모두 직접 설계하는 유일한 회사인데, 자동차에서 20년 동안 쌓은 것이 그대로 그 밑천이 됐습니다. 14년간 모델 S를 찍어내던 라인을 뜯어낸 자리에 옵티머스 라인을 까는 중이기도 합니다. Core Asset Insight는 이 회사가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지, 눈과 두뇌와 손을 직접 만든다는 것이 실제로 어떤 능력인지, 그리고 그 선택이 왜 시간을 대가로 치르는지를 원리부터 따라갑니다.
1. 왜 지금 테슬라인가 — 조합하는 쪽 반대편에 선 회사
피지컬 AI 밸류체인 총정리 3부에서 우리는 완성체 단계를 다루며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차를 “같은 부품 다른 몸”이라고 불렀습니다. 카메라와 관성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몸 안의 칩이 그 자리에서 판단하고, 액추에이터가 물리적 동작을 실행하는 구조가 두 기계에서 똑같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정의를 그대로 적용하면 결론이 하나 따라 나옵니다 — 테슬라의 본업인 자동차는 이미 피지컬 AI 제품입니다. 머스크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자동차는 “바퀴 넷 달린 로봇”이고, 옵티머스는 “팔다리가 달린 로봇”입니다.
그런데 이 논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많고, 자율주행에 뛰어든 회사도 많습니다. 앞 편의 현대차도 완성차이면서 로봇에 들어간 회사였습니다. 테슬라를 두 번째 앵커기업으로 놓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우리가 네 편에 걸쳐 나눠 그린 층 — 2부의 부품(액추에이터·감속기), 3부의 완성체(몸), 4부의 두뇌(온보드 칩·VLA 모델·데이터) — 을 한 회사가 전부 자기 것으로 채운 사실상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4부에서 온보드 반도체가 엔비디아 중심으로 굳어졌다고 정리하면서 “예외가 없지는 않다 — 테슬라는 자체 AI 칩을 설계해 옵티머스와 자율주행에 함께 쓴다”고 짧게 짚었는데, 이 편은 그 예외를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글입니다.
4부를 닫으며 우리는 이 산업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 피지컬 AI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의 산업이 아니라, 무엇을 이미 갖고 있는가의 산업이라고요. 그리고 그 “갖고 있는 것”의 정체는 로봇이 일할 수 있고 그 결과가 데이터로 쌓이는 현장이라고 했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테슬라가 가진 것의 크기는 남다릅니다. 2026년 2분기 기준 누적 인도 차량은 970만 대이고, FSD(Supervised)로 달린 누적 주행거리는 약 120억 마일(190억 km 이상)에 이르며, 유료로 FSD를 쓰는 이용자는 148만 명입니다. 여기에 자기 공장이 있습니다 — 로봇을 시험할 현장을 남에게 빌리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이 글이 정말 묻고 싶은 것은 “테슬라가 로봇을 잘 만드는가”가 아닙니다. 그 질문은 아직 아무도 답할 수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묻겠습니다 — 자동차에서 20년 동안 쌓은 것이 로봇으로 실제로 옮겨지는가. 옮겨진다면 이 회사는 이 산업에서 가장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고, 옮겨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로봇 서사는 값비싼 우회로가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옮겨지는 부분과 옮겨지지 않는 부분이 꽤 뚜렷하게 갈리며, 그 경계를 찾는 것이 3절과 4절의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미리 못박아 두겠습니다. 이 회사의 로봇 매출은 지금 사실상 0입니다. 별도 사업부로 공시되지도 않습니다. 그 사실을 흐리면 이 글은 곧바로 테마주 소개가 됩니다.
테슬라, 한눈에 보기
📌 기본 정보 티커: 나스닥 TSLA | 설립: 2003년 마틴 에버하드·마크 타페닝이 창업하고 2004년 일론 머스크가 초기 투자자로 합류, 2008년 머스크 CEO 취임, 2024년 법인 등록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이전 | 사업 구성: 자동차 약 73%·에너지 발전 및 저장 약 14%·서비스 및 기타 약 13%(2025년 확정 매출 기준) | 지배구조: 일론 머스크(2018년 스톡옵션 행사 반영 후 약 20%, 나머지 지분은 뱅가드·블랙록·스테이트스트리트 등에 분산) | 시장 내 위치: 2025년 순수전기차 판매에서 BYD에 이어 세계 2위, 미국에서 유료 무인 로보택시를 상업 운행하는 소수 사업자 중 하나, 완성체 기업 가운데 비전 소프트웨어·온보드 AI 칩·구동계를 모두 자체 설계하는 유일한 회사 | 한 줄 정체성: 자동차를 만들며 축적한 비전 AI·반도체·구동계 기술을 그대로 휴머노이드로 옮겨 싣고 있는 완전 수직통합 기업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테슬라가 공시하는 사업 부문은 셋입니다. 자동차, 에너지 발전 및 저장, 서비스 및 기타입니다. 2025년 확정 실적 기준으로 각각 695.2억 달러, 128억 달러, 125.3억 달러를 벌었습니다. 목록을 다시 보시면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 로봇이 없습니다. 이 절은 그 세 부문이 각각 무엇을 만들어 누구에게 팔아 어떻게 대금을 받는지, 그리고 로봇이 지금 손익계산서의 어느 칸에 숨어 있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합니다.
자동차 부문 — 매출의 4분의 3을 만드는 칸
가장 큰 칸입니다.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회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팔고, 차를 인도하는 시점에 대금을 한 번에 매출로 인식합니다. 2026년 2분기 인도량 48만 126대 가운데 46만 7,762대가 모델 3와 모델 Y였습니다. 나머지는 사이버트럭과 재고로 남아 있던 모델 S·X인데, 이 두 차종은 2026년 5월 초에 생산이 끝났습니다. 즉 지금 테슬라가 파는 자동차는 사실상 두 차종입니다.
같은 자동차 부문 안에 성격이 전혀 다른 매출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규제 크레딧입니다. 배출 규제를 맞추지 못한 다른 완성차 업체가 테슬라에서 크레딧을 사 가는 구조인데, 원가가 거의 없어 그대로 이익이 됩니다. 문제는 이 매출이 시장이 아니라 정책으로 정해진다는 점입니다. 2026년 2분기 규제 크레딧 매출은 1억 4,600만 달러로, 1년 전 4억 3,900만 달러에서 67% 줄었습니다. 미국의 전기차 관련 제도가 바뀌면서 사실상 사라지는 중인 매출입니다.
세 번째 갈래가 FSD 소프트웨어입니다. 2026년 2월 중순부터 테슬라는 대부분의 시장에서 일시불 판매를 없애고 월 99달러 구독으로 전환했습니다. 2026년 2분기 기준 유료 이용자는 148만 명(1년 전 95만 명)이고, 북미 신차 인도의 55% 이상이 FSD 구독을 켠 상태로 고객에게 전달됐습니다. 여기서 회계상 특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 이미 돈을 받았지만 아직 제공하지 않은 기능에 해당하는 금액은 매출로 잡지 않고 이연매출로 쌓아뒀다가, 그 기능이 실제로 출시될 때 인식합니다. 2026년 6월 말 기준 이연매출 잔액은 40.5억 달러이고, 이 중 약 9.6억 달러를 향후 12개월 안에 매출로 인식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습니다. 즉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매출은 “언제 기능을 내놓느냐”에 따라 인식 시점이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에너지 발전 및 저장 부문 — 조용히 두 번째 다리가 된 사업
메가팩과 파워월을 만듭니다. 메가팩은 컨테이너 크기의 대형 배터리로 전력회사와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팔리고, 파워월은 가정용입니다. 전력·원전 밸류체인 총정리 4부에서 다룬 ESS 구간이 그대로 이 회사의 두 번째 다리인 셈입니다. 계약을 맺고 설치가 완료되는 시점에 매출을 인식하기 때문에, 자동차처럼 분기마다 인도 대수로 흔들리기보다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움직입니다.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2025년 매출 128억 달러로 전년 대비 27% 늘었고, 2026년 2분기 배치량은 13.5GWh로 1년 전보다 41% 증가했습니다. 자동차 한 대에서 남기는 몫이 얇아지는 국면에서 이 부문이 완충 역할을 하고 있고, AI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빨아들이는 구도가 이어지는 한 수요처가 마르기 어렵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른 성장 축입니다.
서비스 및 기타 — 가장 빠르게 자라는 칸
슈퍼차저 충전료, 정비와 부품 판매, 중고차 거래, 보험, 그리고 로보택시 요금이 모두 여기 들어갑니다. 차를 판 뒤에 계속 받는 돈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2026년 2분기 매출은 45.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50% 늘어 세 부문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자동차 대당 매출이 떨어지는 국면에서 이 칸이 커진다는 것은, 이 회사의 수익 구조가 “한 번 팔고 끝”에서 “팔고 나서 계속 받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옵티머스 — 매출이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적으면
옵티머스는 별도 사업부로 공시되지 않고, 매출도 인식되지 않습니다. 2026년 2분기 주주서한에서 회사가 밝힌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 모델 S·X 라인을 해체한 뒤 프리몬트 공장에서 옵티머스 관련 공사를 시작했고, 연내 생산을 예상한다는 것. 생산 대수도, 외부 판매 계획도, 단가도 공시된 적이 없습니다. 3부에서 짚었듯 시중에 도는 “누적 수만 대” 같은 수치는 회사가 발표한 숫자가 아닙니다.
대신 옵티머스는 비용 쪽에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2026년 2분기 연구개발비와 영업비용, 자본지출이 모두 1년 전보다 크게 늘었고 그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이 사업으로 갑니다. 그 지출이 손익에 어떤 자국을 남겼는지는 6절에서 숫자로 보겠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손익계산서에서 로봇은 “매출 0, 비용 상당액”으로만 존재합니다.
이 구조가 이 회사를 읽는 첫 번째 열쇠입니다. 자동차로 번 돈과 에너지·서비스에서 나오는 현금이 아직 매출이 없는 사업의 개발비를 대고 있습니다. 두 사업이 한 회사 안에서 상쇄 관계로 묶여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자동차 판매가 흔들리면 로봇 개발 속도도 함께 흔들립니다. 반대로 로봇이 자리를 잡으면 자동차의 사이클성이 완화됩니다. 이 상호작용은 뒤에서 여러 번 다시 등장하므로, 8절에서 “자동차가 로봇을 먹여 살리는 구조”라는 이름으로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이 회사의 기술을 읽을 때 쥐고 계시면 좋은 렌즈가 하나 있습니다 — “자동차에서 만든 것을 로봇으로 옮긴다”입니다. 오늘 볼 세 기술은 그 옮김이 각각 다른 단계에 있습니다. 비전은 이미 옮겨졌고, 손은 자동차에 아예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야 했으며, 칩은 옮기는 방향이 오히려 거꾸로입니다 — 자동차에 쓰려고 만들었는데 로봇에 먼저 들어갑니다. 이 순서로 보시면 세 기술이 따로 노는 세 항목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읽히실 겁니다.
한 가지 미리 말씀드리면, 앞 절에서 본 에너지 부문의 배터리·전력전자 기술은 이 세 축의 전제로 계속 등장합니다. 관절 수십 개를 하루 종일 돌리려면 팩이 필요하고, 신경망을 학습시킬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먹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기술 자체의 원리는 전력·원전 시리즈에서 이미 다뤘으므로, 여기서는 세 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짚겠습니다.
① 순수 비전 — 왜 라이다를 거부하는가
먼저 원리부터 정리하겠습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쏘고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을 재서 거리를 직접 측정합니다. 거리를 “재는” 장치입니다. 반면 카메라는 거리를 재지 못합니다. 렌즈로 들어온 빛의 밝기와 색 패턴만 받을 뿐입니다. 그래서 카메라만 쓰는 방식은 거리를 재는 대신 추론해야 합니다 — 물체가 화면에서 차지하는 크기, 다른 물체에 가려진 정도, 시간에 따라 움직인 양을 종합해 깊이를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 쉽게 비유하면 — 줄자와 눈대중 라이다가 줄자라면 카메라는 눈대중입니다. 줄자는 정확하지만 비싸고, 비나 먼지 속에서는 잘 안 펴집니다. 눈대중은 부정확할 수 있지만 값이 싸고, 무엇보다 사람은 눈대중만으로도 계단을 내려가고 컵을 집습니다. 테슬라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 사람이 눈 두 개로 운전하는데 기계라고 못 할 이유가 없고, 못 하는 이유는 카메라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영상을 해석하는 두뇌가 부족해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는 센서를 늘리는 대신 두뇌를 키우는 쪽에 자원을 몰아넣었습니다. 다만 눈대중에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 안개가 끼거나 역광이 정면으로 들어오면 눈대중은 아예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약점이 나중에 규제 문제로 돌아오는데, 이 절 끝에서 다시 보겠습니다.
테슬라의 답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첫 번째가 점유 네트워크(Occupancy Network)입니다. 기존 방식은 화면 속 물체에 이름을 붙여 인식했습니다 — 저건 자동차, 저건 사람, 저건 표지판. 문제는 처음 보는 물체가 나타나면 이름표가 없어 인식 자체가 실패한다는 점입니다. 도로에 떨어진 화물, 뒤집힌 카트, 정체를 알 수 없는 잔해가 그런 경우입니다. 점유 네트워크는 이름 붙이기를 포기합니다. 대신 눈앞의 3차원 공간을 작은 격자로 쪼개고, 각 칸이 “차 있는가 비어 있는가”와 “그 칸의 내용물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가”만 예측합니다. 이름은 몰라도 “저기 뭔가 있고 이쪽으로 온다”는 판단은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가 종단간(end-to-end) 전환입니다. 예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인식·계획·제어를 세 모듈로 나누고 그 사이를 사람이 짠 규칙으로 이었습니다. “보행자가 감지되면 감속하라” 같은 규칙을 수만 줄 쌓는 방식입니다. FSD v12부터 테슬라는 이 구조를 버리고, 카메라 영상이 들어가면 조향각과 가감속 명령이 곧바로 나오는 하나의 신경망으로 바꿨습니다. 규칙을 짜는 대신 사람이 운전한 영상을 대량으로 먹이는 방식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종단간 학습, 규칙을 짜는 대신 사례를 먹인다 종단간 학습은 입력에서 출력까지를 하나의 신경망이 통째로 담당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중간에 사람이 손으로 규칙을 넣지 않습니다. 장점은 분명합니다. 사람이 미리 상상하지 못한 상황에도 대응할 여지가 생기고, 규칙을 짜는 사람의 수가 곧 개발 속도의 상한이 되는 문제가 사라집니다. 대신 두 가지 대가를 치릅니다 — 첫째,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규칙이 없으니 “몇 번째 줄이 잘못됐다”고 짚을 수가 없습니다. 둘째, 성능이 데이터의 양과 질에 거의 전적으로 좌우됩니다. 4부에서 본 VLA 모델도 정확히 같은 발상 위에 서 있으며, 그래서 이 산업의 진짜 병목이 모델 구조가 아니라 데이터라는 결론이 나왔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라이다를 붙이지 않을까요.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반복해온 논거는 셋입니다. 첫째는 센서 충돌입니다 — 카메라와 라이다가 서로 다른 답을 내놓을 때 무엇을 믿을지 정해야 하는데, 그 판정 자체가 새로운 실패 지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원가와 확장성입니다. 라이다는 비싸고, 연간 100만 대 넘게 만드는 차량에 전부 붙이면 원가 구조가 감당되지 않습니다.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데이터 규모입니다. 카메라만 쓰면 이미 팔려나간 모든 차가 그대로 학습 데이터 수집기가 됩니다. 웨이모가 새 도시에 들어갈 때마다 정밀지도를 만들고 안전요원 감독 운행을 거치는 절차를 밟는 동안,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범위를 넓히려 합니다.
여기서 로봇과의 연결고리가 나옵니다. 사람 옆에서 일하는 로봇에게는 이 선택이 자동차에서보다 오히려 더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공장 안은 매일 물건 배치가 바뀌어 정밀지도를 만들어둘 수가 없고, 로봇이 다뤄야 할 물체는 대부분 “이름표가 없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점유 네트워크처럼 이름 대신 공간의 점유 여부를 다루는 방식은 이런 환경에 잘 맞습니다. 실제로 옵티머스는 FSD 컴퓨터를 로봇용으로 개조해 얹고, 카메라 영상으로 주변의 3차원 모형을 만든 뒤 종단간 신경망으로 관절 명령을 출력하는 구조를 씁니다. 자동차에서 만든 눈이 로봇에 그대로 옮겨진 가장 선명한 사례입니다.
⚠️ 이 선택이 치르고 있는 대가 — 규제 절차에 올라온 원리적 약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6년 3월 18일, 테슬라 FSD에 대한 예비조사를 공학분석(EA26002)으로 격상했습니다. 대상 차량은 약 320만 대이며, 공학분석은 통상 리콜 요구 직전 단계입니다. 쟁점은 카메라 성능 저하 감지 기능입니다. 역광, 안개, 날리는 먼지처럼 카메라가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됐을 때 시스템이 그 사실을 스스로 알아채고 운전자에게 경고해야 하는데,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규제기관의 문제 제기입니다. 관련 사고는 9건(사망 1건, 부상 2건)이 확인됐고 6건이 추가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별도로 신호위반·중앙선 침범 등 58건에 대한 조사(PE25012)와 사고 보고 관행에 대한 조사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이 문제가 까다로운 이유는 소프트웨어 결함이 아니라 설계 선택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센서가 하나뿐인 구조에서는 그 하나가 가려졌을 때 대신 봐줄 것이 없습니다. 반대편에 선 웨이모 같은 회사가 라이다·레이더·카메라를 함께 쓰는 이유가 정확히 이것입니다. 기술 논쟁의 승패가 실험실이 아니라 규제 판단과 사고 통계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3부에서 짚었는데, 그 판단이 지금 진행 중입니다.
② 옵티머스의 손 — 자유도 22개, 액추에이터 50개
휴머노이드에서 가장 어려운 부위가 손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습니다. 사람 손은 관절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향, 즉 자유도가 27개 안팎입니다. 2부에서 “관절 개수만큼 원가가 붙는다”고 했는데, 손은 그 문제가 가장 극심한 곳입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관절을 넣어야 하고, 계란을 깨지 않을 만큼 힘을 미세하게 조절해야 하며, 그러면서도 열이 쌓이지 않아야 합니다. 머스크가 손이 로봇 전체 엔지니어링 난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반복해 말해온 이유입니다.
테슬라 옵티머스 2세대의 손은 자유도가 11개였습니다. 3세대는 22개로 정확히 두 배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기술에서 진짜 핵심은 개수가 아니라 위치입니다. 관절을 늘리려면 그만큼 구동기(모터)가 더 필요한데, 그 모터를 손 안에 넣으면 손이 무겁고 두껍고 뜨거워집니다. 무거우면 관성 때문에 빨리 못 움직이고, 두꺼우면 좁은 틈에 손을 넣지 못하며, 뜨거우면 오래 쥐고 있지 못합니다. 테슬라의 답은 구동기를 전부 팔뚝으로 옮기고, 케이블로 손가락을 당기는 것이었습니다.
💡 쉽게 비유하면 —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은 손에 없습니다 사람 손을 쥐었다 펴 보시면서 팔뚝을 만져보면, 움직이는 것은 손가락인데 꿈틀거리는 것은 팔뚝이라는 걸 느끼실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굽히는 근육 대부분은 실제로 손이 아니라 팔뚝에 있고, 힘줄이라는 긴 줄이 손목을 지나 손가락뼈까지 그 힘을 전달합니다. 덕분에 사람 손은 가볍고 얇고 시원합니다. 무거운 근육을 몸통 쪽에 두고 줄만 손끝까지 보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3세대 손은 이 구조를 그대로 베꼈습니다 — 구동기 25개를 한쪽 팔뚝에 몰아넣고(양쪽 50개), 케이블이 손목을 통과해 손가락을 당깁니다. 마리오네트 인형의 조종막대를 인형 몸 밖에 두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를 택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손목입니다. 힘줄 방식 로봇 손의 고질적인 실패 지점이 여기입니다. 손목을 좌우로 돌리면서 동시에 위아래로 꺾으면 케이블이 지나가는 경로의 길이가 변하고, 그러면 손가락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입니다. 한 손가락을 당겼는데 옆 손가락이 딸려 오는 간섭(크로스토크)도 같은 이유로 생깁니다. 케이블은 마찰도 받고 늘어나기도 하므로, 반복해서 쓸수록 명령한 각도와 실제 각도의 차이가 벌어집니다.
2026년 4월 공개된 국제특허들이 이 문제에 대한 테슬라의 답을 보여줍니다. 팔뚝에서 가로로 층층이 겹쳐 나온 케이블 다발을 손목의 전환 구간에서 세로 배열로 다시 정렬하고, 곡면으로 깎은 가이드를 따라 통과시켜 길이와 장력의 변화, 그리고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식입니다. 특허가 기술한 구성은 손가락 하나당 자유도 4개에 제어 케이블 3가닥, 손가락 다섯에 손목 자유도 2개를 더해 한 손 22개입니다.
도면에서 더 눈여겨볼 것은 부품의 생김새입니다. 관절 부품이 단순하고 위로 쌓아 올리기 좋은 형태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실험실 시제품이 아니라 대량생산을 전제로 설계했다는 신호입니다. 3부의 “통합의 벽”에서 봤듯 이 산업의 진짜 난관은 한 대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물건을 수천, 수만 개 똑같이 만드는 것입니다. 손가락 하나가 매번 다르게 움직이면 그 로봇은 공장에 세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부위가 해결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머스크는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옵티머스 양산을 두고 “테슬라가 해본 것 중 가장 어려운 제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유로 든 것은 공급망이었습니다 — 고유 부품이 1만 개가 넘는데 그중 상당수를 시중에서 살 수 없어 직접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부에서 감속기·액추에이터 국산화의 진짜 장벽이 가격이 아니라 신뢰성 검증 시간이라고 했는데, 부품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쪽에서는 그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집니다.
손 이야기에 가려지기 쉽지만 몸통 구동계도 같은 원칙 위에 있습니다. 옵티머스 본체는 회전형 14개와 직선형 14개, 총 28개의 구동기로 움직입니다. 회전형은 프레임리스 토크모터에 하모닉 감속기를 물린 조합이고, 직선형은 같은 모터에 유성 롤러 스크류를 물려 회전을 직선 운동으로 바꾸는 조합입니다. 2부에서 부품 지도를 그리며 만났던 바로 그 부품들인데, 테슬라는 이것을 사 오지 않고 전부 자체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이 28개와 손의 50개를 모두 돌리려면 전원이 필요한데, 여기서 앞 절의 에너지 부문에서 쌓은 배터리 기술이 다시 등장합니다. 로봇의 하루를 정하는 것은 결국 팩 용량이기 때문입니다.
③ AI5 칩 — 왜 차량이 아니라 로봇에 먼저 넣는가
사실관계부터 정리하겠습니다. 2026년 4월 15일 테슬라는 차세대 AI 칩 AI5의 설계 테이프아웃을 마쳤다고 발표했습니다. 테이프아웃은 설계를 확정해 파운드리에 넘기는 단계로, 반도체 시리즈 2부에서 다룬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경계선에 해당합니다. 생산은 TSMC 애리조나 공장과 삼성전자 테일러(텍사스) 공장 두 곳에 나눠 맡깁니다. 삼성 파운드리 쪽에서는 2026년 7월에 테일러 팹 기준 테이프아웃 완료를 별도로 알렸고, 2나노급 공정이 적용됩니다.
성능에 대해 회사가 밝힌 숫자는 이렇습니다 — 단일 AI5 칩이 현재 차량에 들어간 듀얼 AI4 구성 대비 실사용 연산 기준 약 5배, 원시 연산 8배, 메모리 9배, 대역폭 5배라는 것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모두 회사 주장이며 독립적으로 검증된 벤치마크가 아니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에서 정작 중요했던 것은 성능 숫자가 아니라 배치 순서였습니다. 머스크는 AI5를 차량이 아니라 옵티머스와 자체 슈퍼컴퓨터 클러스터에 먼저 넣겠다고 밝혔습니다. 차량용 자율주행 연산을 명분으로 개발된 칩이 로봇으로 먼저 가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정형 공간과 비정형 공간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는 사람이 규격을 정해 만든 공간입니다. 차선이 그려져 있고, 신호등이 정해진 순서로 바뀌며, 갈 수 있는 방향이 애초에 제한돼 있습니다. 상황이 무한히 다양해 보여도 그 다양함은 정해진 규칙 위에서 벌어집니다. 반면 로봇이 일하는 공장 바닥, 작업대 위, 선반 사이는 그런 규칙이 없습니다. 어제 있던 상자가 오늘 다른 곳에 있고, 부품은 아무 방향으로나 놓여 있으며, 사람이 옆을 지나갑니다. 같은 “인식하고 판단하고 움직인다”라도, 비정형 공간에서는 매 순간 처음 보는 배치를 새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 차이가 두 기계에 필요한 연산량의 차이를 만듭니다.
첫 번째 이유가 지금 본 공간의 성격 차이입니다. 여기에 4부에서 본 VLA의 구조가 겹칩니다 — 느리게 생각하는 모듈이 초당 여덟 번쯤 돌면서 장면과 지시를 해석하는 동안, 빠르게 움직이는 모듈이 초당 수백 번 돌면서 관절 각도를 미세 조정합니다. 그리고 이 전부가 로봇 몸 안에서 돌아야 합니다. 클라우드에 물어보면 통신 지연 때문에 초당 수백 번이라는 조건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자유도 22개짜리 손 두 개와 28개짜리 몸통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려면, 정해진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보다 더 큰 온보드 연산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훨씬 현실적입니다. 차량에 새 칩을 넣으려면 수십만 장 규모의 보드가 준비돼야 하고, 이미 팔린 차와의 호환·개조 문제까지 따라옵니다. 반면 옵티머스는 아직 대수가 적어 소량 물량으로 먼저 실전 검증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는 차량에는 AI4를 계속 쓰면서 소프트웨어로 성능을 짜내는 쪽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100억 파라미터급 모델을 AI4의 메모리에 넣지 못해 다음 버전으로 미룬 사례도 알려져 있습니다. 즉 AI5의 로봇 우선 배치는 “로봇이 더 중요해서”만이 아니라 “차량에 넣기에는 아직 물량이 부족하고, 로봇에는 지금 넣을 수 있어서”라는 판단이 함께 작동한 결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리고 이 대목이 국내 투자자에게 직접 걸립니다. AI5는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에 지은 신공장의 첫 2나노 대형 고객 물량이 될 전망이고, 머스크가 2025년 7월 직접 공개한 계약 규모는 165억 달러(약 23조원)였습니다. 게다가 머스크가 테이프아웃을 알리며 올린 AI5 패키지 사진에는 SK하이닉스의 LPDDR5X 메모리 모듈이 칩 양옆으로 늘어서 있었습니다. 4부에서 로봇 온보드 반도체가 사실상 엔비디아 하나로 굳어졌다고 정리했는데, 그 표준에서 벗어난 유일한 예외가 한국 반도체 회사 두 곳의 손을 빌려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우위는 어디서 흔들리는가
세 기술을 나란히 놓고 보면 테슬라의 해자가 개별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점유 네트워크도, 힘줄 구동 손도, 자체 칩도 각각 놓고 보면 다른 회사가 못 할 이유는 없습니다. 실제로 중국 XPeng은 자유도 82개짜리 휴머노이드에 자체 AI 칩 세 개를 얹었고, 피규어AI는 자체 VLA 모델을 인하우스로 개발합니다. 테슬라가 다른 지점은 이 셋을 같은 팀이 같은 데이터를 놓고 동시에 설계한다는 구조 자체입니다.
이것이 왜 힘이 되는지는 순환을 따라가 보면 보입니다. 비전 팀이 만든 인식 모델이 로봇에 그대로 얹히고, 그 모델이 요구하는 연산량에 맞춰 칩이 설계되고, 그 칩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손의 자유도와 제어 주기가 정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로봇이 현장에서 모은 데이터가 다시 모델로 돌아옵니다. 남의 칩을 쓰면 이 순환의 한 칸이 끊깁니다 — 4부에서 본 대로 대부분의 로봇 회사는 엔비디아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하고 엔비디아 칩에서 추론하는데, 그 경우 “우리 로봇에 맞는 칩”이 아니라 “있는 칩에 맞는 로봇”을 설계하게 됩니다.
두 번째 해자는 현장의 크기입니다. 누적 970만 대의 차량이 매일 도로를 달리며 영상을 남기고, FSD 누적 주행거리는 약 120억 마일에 이릅니다. 웨이모가 도시 하나를 열기 위해 정밀지도를 만들고 감독 운행 기간을 거치는 동안, 테슬라는 이미 팔린 차들이 데이터를 모아옵니다. 4부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인용하면 — 이 산업에서 살 수 없는 유일한 것은 현장에서 흘러간 시간입니다.
세 번째는 양산 능력입니다. 3부에서 완성체 단계의 첫 번째 벽으로 “부품 1만 개가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통합의 문제를 꼽았습니다. 테슬라는 그 일을 자동차로 20년 해본 회사입니다. 모델 3를 처음 양산할 때 안정적인 생산량에 도달하기까지 1년 반 넘게 걸린 경험 자체가 자산입니다 — 무엇이 어긋나고 어디서 시간이 새는지를 이미 한 번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해자에는 세 군데 균열이 있습니다
첫째, 데이터의 종류가 다릅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균열입니다. 차량이 남기는 것은 “본 것”과 “운전자가 핸들을 어떻게 돌렸는가”인데, 로봇 학습에 필요한 것은 “본 것”과 “그때 관절 22개를 각각 어떤 각도로 움직였는가”입니다. 4부에서 봤듯 이 둘이 한 쌍으로 묶인 데이터는 사람이 로봇을 직접 조종하거나 로봇이 실제로 일을 해봐야만 쌓입니다. 도로 위 차량이 아무리 많아도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테슬라가 자기 공장을 첫 시험대로 삼는 이유가 여기 있고, 동시에 “테슬라는 데이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흔한 문장이 자동차에서는 맞고 로봇에서는 아직 맞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둘째, 비전 전용이라는 선택이 규제 판단대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3절 끝에서 본 대로입니다. 라이다를 쓰지 않는 것은 원가와 확장성 면에서 강력한 이점이지만, 규제기관이 “가려졌을 때 대안이 없다”를 결함으로 판정하는 순간 그 이점이 통째로 뒤집힙니다. 게다가 이 판정은 기술로 반박하기가 까다롭습니다 — 상대편의 논리가 “하나가 실패해도 다른 하나가 받쳐준다”는 구조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인식 성능을 올리는 것과, 센서가 물리적으로 가려졌을 때 대신 볼 것이 있느냐는 다른 질문입니다.
셋째, 시간표가 계속 밀립니다. AI5는 2024년부터 예고됐지만 실제 테이프아웃은 2026년 4월이었고, 대량생산은 2027년 중반 이후로 잡혀 있습니다. 옵티머스 3세대 공개는 2026년 1분기 목표에서 여름으로 밀렸으며, 로보택시의 본격 확장은 FSD 다음 버전 출시 이후로 미뤄져 있습니다. 이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 반도체와 로봇 모두 원래 일정이 밀리는 산업입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밀린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 회사의 현재 가치가 아직 오지 않은 시점의 사건들에 걸려 있다는 구조입니다.
🔑 밸류체인 시리즈의 프레임으로 보면 4부작을 관통하는 프레임은 이 산업에서 무엇은 돈으로 살 수 있고 무엇은 살 수 없는가였습니다. 감속기 공장은 지을 수 있고, 온보드 칩은 살 수 있고, VLA 모델은 상당수가 공개돼 있고, 로봇 몸조차 1만 6,000달러면 살 수 있습니다. 살 수 없는 것은 현장에서 흘러간 시간뿐이었습니다. 이 프레임으로 보면 테슬라의 위치가 선명해집니다. 이 회사는 살 수 있는 것을 굳이 전부 직접 만드는 쪽을 택했습니다 — 칩도, 액추에이터도, 모델도요. 그 대가로 시간표를 잃었습니다. 대신 살 수 없는 것, 곧 자동차라는 형태로 축적한 현장 시간에서는 누구보다 앞서 있습니다. 앞 편의 현대차와 나란히 놓으면 두 앵커의 대비가 완성됩니다. 현대차는 살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사서 시간을 아끼고 그 자원을 자기 공장에 몰았고, 테슬라는 살 수 있는 것까지 직접 만드는 대신 이미 팔린 차 970만 대가 현장이 되게 했습니다. 한쪽은 현장을 소유했고 다른 쪽은 현장을 팔아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 대한 판단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 자동차로 쌓은 시간이 로봇의 시간으로 환산되는가,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는가. 그리고 이 프레임은 앞으로 볼 22개 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 회사가 쥔 것이 남도 살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들여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인지를 물으면 됩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테슬라를 둘러싼 큰 그림
한 회사를 이해하려면 누구와 싸우고 누구에게 팔며 누구에게 기대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테슬라의 경우 이 지도가 유난히 복잡한데, 이유가 있습니다 — 자동차, 로보택시, 휴머노이드라는 세 개의 서로 다른 판에서 각각 다른 상대와 붙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 판을 나눠 보셔야 하는 이유는 각 판에서 이기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팔린 대수가 순위를 정하고, 로보택시는 규제가 허가를 내준 도시의 수가 정하며, 휴머노이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 누구의 방식이 표준이 되는지를 겨룹니다. 같은 회사가 세 판에서 각각 다른 잣대로 평가받는 셈이고, 그래서 한 판의 성적으로 나머지를 짐작하면 어긋납니다.
그래서 아래 명단에는 판이 다른 상대가 섞여 있습니다. 그중 눈여겨보실 자리는 마지막입니다 — 전부 직접 만들겠다고 한 회사인데도 칩을 굽는 일과 메모리를 대는 일은 밖에 맡기고 있습니다. 4절에서 본 균열 중 첫 번째가 정확히 그 자리에서 생깁니다.
🌏 글로벌 라이벌
- 현대차 [코스피 005380] 앞 편에서 다룬 앵커기업 ①이자 정반대 전략의 상대입니다. 로봇의 몸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째로 사서 확보했고, 두뇌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빌려 오며, 온보드 칩은 엔비디아 표준을 그대로 씁니다. 이 회사가 전부 직접 만드는 자리를 그쪽은 거의 전부 밖에서 조달한 셈인데, 그렇게 아낀 자원을 자기 공장에 몰았습니다. 자동차에서는 하이브리드와 순수전기차라는 서로 다른 축으로 경쟁하고, 로봇에서는 같은 시장을 두고 정면으로 붙습니다. 다만 지금 국면에서는 아직 서로의 고객을 빼앗는 단계가 아니라, 어느 방식이 먼저 현장에 닿는지를 겨루는 단계입니다.
- BYD [선전 002594 · 홍콩 1211] 2025년 순수전기차 225만 6,714대를 팔아 테슬라(163만 6,129대)를 처음으로 앞지르며 세계 1위에 올랐고, 2026년 2분기에도 55만 7,090대로 테슬라(48만 126대)를 앞섰습니다. 자동차에서만 부딪히는 상대가 아닙니다 — 3부에서 봤듯 BYD는 UBTech와 아지봇 양쪽에 지분을 넣고 자사 공장을 로봇 시험대로 쓰는 방식을 택해, 테슬라와 정확히 같은 전략을 다른 자본 구조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 웨이모 [알파벳 계열 비상장사] 로보택시에서 정면으로 맞붙는 상대이자 기술 노선의 정반대편입니다. 2026년 2월 160억 달러를 조달해 기업가치 1,260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2026년 중반 기준 주당 약 50만 건의 유료 운행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라이다·레이더·카메라를 모두 쓰는 다중 센서 구성과 도시별 정밀지도라는 보수적 절차가 이 회사의 방식입니다. 네바다에서는 테슬라와 같은 날 최대 1,000대 허가를 함께 받았습니다.
- 피규어AI [미국 비상장] 휴머노이드에서 가장 성격이 비슷한 라이벌입니다. BMW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11개월간 파일럿을 돌리며 실제 라인 검증 기록을 쌓았고, 자체 VLA 모델 헬릭스를 인하우스로 개발합니다.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지만, 온보드 칩만은 외부에서 가져온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입니다.
- 아지봇·유니트리 [중국] 출하 대수에서는 이미 압도적입니다. 3부에서 확인한 대로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의 대부분을 중국 업체가 차지했고, 유니트리는 보급형 모델을 1만 6,000달러 수준까지 끌어내렸습니다. 테슬라가 아직 한 대도 팔지 않은 시장에서 이들은 이미 물량으로 원가를 낮추는 사이클에 들어가 있습니다.
🤝 핵심 고객사
이 회사는 고객 구성이 특이합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대개 딜러망을 통해 팔고 부품사가 완성차에 납품하는 구조인 데 비해, 테슬라의 매출은 개인 소비자와 규제, 그리고 전력 인프라에서 나옵니다. 셋 다 계약서로 묶인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이 회사의 특징입니다 — 개인은 마음이 바뀌면 안 사고, 규제는 정책이 바뀌면 사라지며, 전력 수요는 프로젝트 단위로 들쭉날쭉합니다. 대신 완성차에 납품하는 부품사처럼 한 고객의 생산 일정에 묶이지도 않습니다.
- 개인 소비자 [직판] 대리점을 두지 않고 회사가 직접 팝니다. 자동차 부문 매출 전액이 여기서 나오는데, 딜러망이라는 완충 장치가 없어 브랜드 이미지가 판매에 곧바로 반영됩니다. 2025년 유럽 신규 등록 대수가 1~11월 누계 기준 28% 감소한 것이 그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전력회사·데이터센터 사업자 [메가팩 수요처] 에너지 부문 매출을 만들어주는 쪽입니다. 2026년 2분기 배치량 13.5GWh(YoY +41%)가 이들에게서 나왔습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부하를 주면서 저장장치 수요가 커진 구도는 전력·원전 시리즈에서 다룬 그대로입니다.
- 배출 규제 크레딧 구매 완성차 [다수] 배출 규제를 맞추지 못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크레딧을 사 갑니다. 2절에서 본 대로 이 매출은 빠르게 줄고 있는데, 이 칸이 특이한 것은 고객이 회사를 고른 것이 아니라 규제가 고객을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정책이 바뀌면 협상도 통보도 없이 사라집니다. 관계가 계약 위에 서 있지 않은 유일한 칸입니다.
- 테슬라 자신 [옵티머스 초기 배치처] 회사가 밝힌 옵티머스의 첫 투입처는 외부 고객이 아니라 자사 공장입니다. 초기 물량은 판매가 아니라 학습 데이터 수집과 검증에 쓰인다고 설명했고, 외부 판매 시점과 가격은 공시된 바 없습니다.
🇰🇷 국내 협력 생태계
- 삼성전자 [코스피 005930] 2025년 7월 머스크가 직접 공개한 165억 달러(약 23조원) 규모 파운드리 계약의 상대입니다. AI5를 텍사스 테일러 공장의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예정이며, 2026년 7월 삼성 파운드리 측에서 테일러 팹 기준 테이프아웃 완료를 알렸습니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현재 세대인 AI4는 평택에서 7나노 공정으로 양산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리즈에서 다룬 파운드리 경쟁 구도가 로봇 칩에서 이어지는 지점입니다.
- SK하이닉스 [코스피 000660] 머스크가 공개한 AI5 패키지 사진에 LPDDR5X 메모리 모듈이 칩 양옆으로 배치돼 있었습니다. 반도체 앵커기업 편에서 HBM 절대강자로 다룬 회사가, 로봇과 차량의 온보드 칩 메모리 자리에도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 에스피지 [코스닥 058610] 하모닉·사이클로이드·유성 감속기 세 종류를 모두 양산할 수 있는 국내 감속기 기업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에 감속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2026년 6월 국내 언론 보도 기준으로 테슬라 옵티머스 공급망 진입을 위한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계약 체결이 확인된 사실은 아직 없습니다. 2부에서 감속기 국산화의 장벽으로 짚은 신뢰성 검증 시간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켜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 한국 시장 [FSD 출시 지역] 2026년 2분기 주주서한은 AI3 하드웨어용 FSD v14 lite를 미국과 한국에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한국은 7월). 한국이 미국과 나란히 언급된 첫 사례로,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매출 확대 경로에 국내 이용자가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한 가지 패턴이 보입니다. 라이벌은 판마다 다르고, 고객은 계약이 아니라 개인과 규제이며, 국내 협력 생태계는 부품이 아니라 반도체 쪽에 몰려 있습니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시사적입니다 — 다른 완성체 기업이었다면 국내 연결고리가 감속기·모터 같은 부품 쪽에 생겼을 텐데, 테슬라는 부품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한국과의 접점이 파운드리와 메모리로 옮겨갔습니다. 반도체 시리즈에서 만난 두 회사가 피지컬 AI 편에서 다시 등장한다는 것은, 이 산업이 별도의 새 산업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이제 앞의 이야기가 숫자에 어떻게 찍히는지 볼 차례입니다. 이 표에서 눈이 먼저 가는 곳은 매출이겠지만 읽어야 할 것은 그 아래 줄입니다 — 매출이 사상 최대인데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난 조합이 어디서 나왔는가입니다. 답은 이미 2절에 있습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구분 | 매출 | 수익성 | 비고 |
| 2024년(연간, 확정) | 976.9억 달러(YoY +1.0%) | 영업이익 70.8억 달러(YoY -20.4%) | 영업이익률 7.2%. 뒤의 세 행과 견줄 기준선이 되는 행이며, 이 회사가 로봇과 로보택시에 본격적으로 돈을 붓기 시작하기 직전 해입니다 |
| 2025년(연간, 확정) | 948.2억 달러(YoY -2.9%) | 영업이익 43.5억 달러(YoY -38%) | 영업이익률 4.6%로 한 해 만에 2.6%포인트 하락. 창사 이래 첫 연간 매출 감소. 자동차 695.2억 달러(YoY -10%)·에너지 128억 달러(YoY +27%)·서비스 및 기타 125.3억 달러(YoY +19%). 인도량 163만 6,129대(YoY -8.6%)로 BYD에 순수전기차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해. 자본지출 86억 달러 |
| 2026년 1분기(확정) | 223.9억 달러(YoY +16%) | 영업이익 9.41억 달러(YoY +136%, 영업이익률 4.2%) | 매출총이익률이 21.1%로 1년 전 16.3%에서 크게 올라 이익이 회복된 분기. 다만 생산 40만 8,386대에 인도 35만 8,023대로 5만 대 넘는 격차가 생겨 재고가 27일치까지 쌓였습니다(직전 분기 말 15일치). 에너지 부문 매출은 24.1억 달러로 12% 감소. 자본지출 24.9억 달러(YoY +67%) |
| 2026년 2분기(확정) | 282.4억 달러(YoY +25.5%) | 영업이익 3.98억 달러(YoY -57%, 영업이익률 1.4%) |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이자 2분기 기준 최대 인도량(48만 126대, YoY +25%). 최근 12개월 누적 매출이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어섬. 그런데 한 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1분기의 절반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자본지출 57.9억 달러(YoY +142%)로 잉여현금흐름은 -10.9억 달러. 회사는 연간 자본지출이 2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위 네 행은 모두 회사가 공시한 확정 실적이며 금액은 미국 달러이고 회계연도가 역년과 일치합니다. 다만 2026년 2분기 GAAP 순이익 11.1억 달러에는 테슬라가 보유한 SpaceX 지분의 평가이익 약 10억 달러가 포함돼 있어 영업 성과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영업이익 3.98억 달러 쪽이 본업의 실제 상태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이 편에 나오는 다른 수치 중 다음은 확정 공시가 아니라 회사 주장이거나 보도입니다 — AI5의 성능 배수(회사 발표, 독립 검증 없음), 옵티머스 손의 자유도·구동기 개수(특허 문서와 회사 설명), 프리몬트 라인의 연간 100만 대 목표(회사 목표), 무인 로보택시 실제 운행 대수(언론 보도이며 회사가 공시한 적 없음), 에스피지의 옵티머스 공급망 진입 여부(국내 보도, 계약 미확인).
가장 먼저 보실 곳은 영업이익률이 그린 선입니다. 2024년 7.2%에서 2025년 4.6%로 내려왔고, 2026년에는 1분기 4.2%에서 2분기 1.4%가 됐습니다. 두 해 반 만에 5분의 1 토막입니다. 특히 2026년 2분기 1.4%는 자동차 회사로서도 낮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장사를 못 했다”로 읽으면 절반만 맞습니다. 같은 분기 매출총이익률은 16.8%였고, 매출은 26% 늘었으며, 인도량은 2분기 기준 사상 최대였습니다. 총이익이 아니라 영업이익 단계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이 영업비용 43.5억 달러(YoY +47%)와 연구개발비 23.7억 달러(YoY +49%)입니다.
즉 이 표는 2절에서 설명한 구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 아직 매출이 없는 사업이 이미 매출이 있는 사업의 이익을 쓰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직전 분기와의 대비입니다. 2026년 1분기에는 매출총이익률이 21.1%까지 올라 영업이익이 9.41억 달러였는데, 한 분기 만에 그 절반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두 분기 사이에 사업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지출의 속도가 바뀐 것입니다.
여기에 1분기 표가 단서를 하나 더 줍니다. 그 분기에 이 회사는 40만 8,386대를 만들고 35만 8,023대를 넘겼습니다. 5만 대 넘게 남은 것이고, 재고가 27일치까지 쌓였습니다. 직전 분기 말이 15일치였으니 한 분기 만에 거의 두 배가 된 셈입니다. 만드는 속도가 팔리는 속도를 앞질렀다는 뜻이며, 2분기에 인도량이 사상 최대를 찍은 배경에는 그 재고를 밀어낸 몫도 함께 있습니다. 대수 하나만 보면 놓치는 층이 여기 있습니다.
두 번째로 보실 것은 대당 매출입니다. 2026년 2분기 차량 한 대당 평균 매출은 약 4만 2,730달러로, 1년 전 4만 5,345달러에서 내려왔습니다. 더 싼 사양의 모델 3·Y 비중이 늘고 고가 라인인 모델 S·X가 단종된 결과입니다. 파는 대수는 늘었지만 한 대에서 남기는 몫은 줄었다는 뜻이고, 여기에 규제 크레딧 매출까지 67% 감소하면서 자동차 부문의 완충 장치가 얇아졌습니다.
세 번째는 자본지출입니다. 2026년 2분기 57.9억 달러는 1년 전의 2.4배이며, 회사는 연간 2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앞에서 다 봤습니다 — 프리몬트의 옵티머스 라인, 텍사스의 대형 로봇 공장 준비, 학습용 연산 인프라, 그리고 오스틴에 짓겠다고 밝힌 자체 반도체 팹입니다. 이 회사는 지금 손익계산서를 희생해 대차대조표에 미래를 쌓고 있는 국면이고, 그 판단이 옳았는지는 몇 년 뒤에야 확인됩니다.
마지막으로 주가가 무엇에 반응했는지를 보겠습니다. 네바다에서 로보택시 허가가 나온 다음 날 주가는 하루 만에 5% 넘게 올랐습니다. 반대로 사상 최대 매출을 발표한 날에는 크게 빠졌습니다. 실적이 사상 최대를 찍은 날 주가가 빠지고, 아직 차가 몇 대 굴러다니지도 않는 허가 소식에 5% 넘게 오르는 이 비대칭이야말로 지금 이 종목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 시장은 이 회사의 확정 실적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사업을 보고 값을 매기고 있습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여기까지가 이 회사의 강점과 그 강점이 만들어낸 숫자였습니다. 이제 반대편을 봐야 합니다. 이 회사의 위험은 앞 편과 성격이 정반대입니다 — 그쪽은 빌린 것이라 남도 빌릴 수 있다는 데서 나왔다면, 이쪽은 전부 자기 것이라 하나가 늦어지면 전부가 함께 늦어진다는 데서 나옵니다. 직접 만드는 쪽에서만 생기는 위험을 층위별로 짚겠습니다.
첫째, 본업인 전기차가 사이클과 정책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2025년 인도량은 163만 6,129대로 8.6% 줄었고, 유럽 신규 등록은 1~11월 누계 28% 감소했습니다. 2026년 들어 인도량은 반등했지만 대당 매출은 내려갔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가 종료되면서 수요의 한 축이 사라졌고,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부문이 흔들리면 로봇 개발비를 대는 현금이 함께 흔들린다는 점에서, 이것은 자동차만의 리스크가 아닙니다.
둘째, 제품이 두 차종에 몰려 있습니다. 2026년 2분기 인도량의 97%가 모델 3와 모델 Y였습니다. 모델 S·X 단종으로 라인업은 더 얇아졌고, 사이버트럭의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각화된 완성차라면 한 차종의 부진을 다른 차종이 메우지만, 이 회사는 두 차종의 수요 변화가 곧 회사 전체의 실적이 됩니다.
셋째, 기술 노선 자체가 판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절과 4절에서 본 대로 순수 비전은 원가와 확장성에서 강력한 이점이지만, 센서가 가려졌을 때 대안이 없다는 원리적 약점을 안고 있고 그 약점이 지금 규제 절차에 올라와 있습니다. 공학분석(EA26002)은 리콜 요구 직전 단계이며 대상은 약 320만 대입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과, 센서 구성 자체를 바꿔야 해결되는 부분은 성격이 다릅니다. 후자로 판정이 나면 대응 비용은 리콜 비용에 그치지 않습니다 — 이 회사가 로보택시와 로봇에서 내세우는 확장 논리 전체가 재검토 대상이 됩니다.
넷째, 규제와 지정학이 사업의 속도를 정합니다. 로보택시는 연방 승인이 아니라 주별 허가 체계 위에서 굴러갑니다. 네바다 사례가 이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 5,000대를 신청했는데 7월 말 임시 허가는 10대에 스트립 일부 구간, 시속 45마일 제한, 공항 픽업 금지였고, 8월 20일 정식 허가에서야 상한이 5,000대로 풀렸습니다. 주 하나를 통과하는 데 이 정도 과정이 필요하고, 다른 주에서는 다른 기준이 적용됩니다. 여기에 중국 시장의 경쟁·규제 환경과 관세, 그리고 CEO의 정치적 발언이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까지 겹칩니다.
다섯째, 이 회사 고유의 구조적 약점은 “서사와 손익 사이의 시차”입니다. 주가는 로봇과 로보택시를 보고 매겨지는데 손익계산서는 자동차로 채워져 있고, 그 사이의 간격을 자본지출이 메우고 있습니다. 2025년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CEO 성과보상이 이 구조를 제도로 못박아 놓은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 최대 12개 구간으로 나뉜 이 보상은 시장이 이 회사에 매기는 값이 정해둔 선(최종 8조 5,000억 달러)에 닿는 것과 운영 목표를 짝지어야 지급되는데, 운영 목표에는 차량 2,000만 대 누적 인도, FSD 유료 구독 1,000만 건, 로봇 100만 대 인도, 로보택시 100만 대 상업 운행이 들어 있습니다. 현재 확정된 숫자와의 거리는 이렇습니다 — FSD 유료 이용자 148만 명, 로봇 인도 0대. 이 설계는 이해관계 정렬로도 읽히지만, 동시에 회사의 자원 배분이 그 목표 쪽으로 강하게 기울 유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키맨 리스크를 덧붙여야 합니다. 이 회사의 기술 노선, 자본 배분, 브랜드가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고 그 사람은 동시에 여러 회사를 운영합니다. 2026년 1월 테슬라가 승인받은 20억 달러 규모의 xAI 투자는 그 사이 xAI가 SpaceX에 인수되면서 SpaceX 주식으로 전환됐고, 3월 12일 완료됐습니다. 주주가 승인한 것은 AI 회사에 대한 투자였는데 결과적으로 보유하게 된 것은 로켓 회사의 지분이었습니다. 개별 거래의 유불리와 별개로, 계열 관계가 이런 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회사를 볼 때 감안해야 할 구조입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세 가지 해석
사실을 정리했으니 이제 해석입니다. 테슬라라는 회사를 통해 이 산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 세 가지를 짚겠습니다. 앞 편이 빌려 쓰는 쪽에서 보이는 것들이었다면, 이 편에서 얻는 것은 전부 직접 만드는 쪽에 서야만 보이는 것들입니다.
① 이 회사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기계에 눈과 손을 붙이는 회사”로 이해해야 합니다
테슬라를 전기차 회사로 분류하면 지금 벌어지는 일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전기차 판매에서는 이미 BYD에 1위를 내줬고, 대당 매출도 내려가고 있으며, 라인업은 두 차종으로 줄었습니다. 자동차 회사로만 보면 이 회사는 정점을 지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3절에서 본 세 기술을 나란히 놓으면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이 회사가 20년간 실제로 만들어온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카메라로 세상을 보고, 스스로 판단하고,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였습니다. 자동차는 그 기계가 처음 입은 몸이었을 뿐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옵티머스는 새 사업이 아니라 같은 기술의 두 번째 몸입니다. 회사가 이제 스스로를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피지컬 AI 회사라고 부르는 것도 이 프레임 전환을 반영한 표현입니다.
다만 이 해석을 낙관의 근거로만 쓰면 곤란합니다. 4절에서 봤듯 눈은 옮겨졌지만 손은 새로 만들어야 했고, 데이터는 종류가 달라 다시 쌓아야 합니다. 정확한 문장은 이렇습니다 — 테슬라가 자동차에서 축적한 것은 로봇의 완성품이 아니라 로봇을 만들 때 유리한 출발선입니다. 출발선이 좋다는 것과 결승선에 먼저 닿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② 통제권을 산 쪽에서는 그 값이 시간표로 청구됩니다
앞 편에서 수직통합을 속도가 아니라 시간표를 잃는 대가로 통제권을 사는 선택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테슬라는 그 정의가 가장 극단적으로 적용되는 사례이고, 이 편의 기록이 그것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테슬라는 칩도, 액추에이터도, 모델도 직접 만듭니다. 흔히 이것을 “빠르게 움직이기 위한 선택”으로 설명하지만, 실제 기록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AI5는 2024년부터 예고돼 2026년 4월에야 테이프아웃했고 대량생산은 2027년 이후이며, 옵티머스 3세대 공개는 목표보다 두 분기 넘게 밀렸습니다. 반면 엔비디아 칩을 사서 쓰는 로봇 회사들은 그 기다림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선택이 합리적일 수 있는 이유는 4절에서 본 순환 때문입니다. 모델이 요구하는 연산에 맞춰 칩을 설계하고, 칩이 감당하는 범위에서 관절 수를 정하는 최적화는 부품을 사다 쓰는 회사가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이점은 대수가 많아질수록 커집니다 — 칩을 100만 개 만들면 개당 원가가 떨어지지만, 1,000개 만들면 직접 만드는 쪽이 훨씬 비쌉니다.
이 관찰은 다른 기업을 볼 때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어떤 회사가 “핵심 부품을 내재화했다”고 발표할 때 물어야 할 질문은 “기술이 있는가”가 아니라 “그 부품을 몇 개나 만들 계획인가”입니다. 물량 계획이 없는 내재화는 원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올립니다. 테슬라의 수직통합이 말이 되려면 옵티머스와 로보택시가 실제로 대량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래서 이 회사의 기술 전략과 생산 목표는 따로 평가할 수 없는 하나의 묶음입니다.
③ 아직 매출이 없는 사업이 주가를 정할 때, 확인해야 할 것은 전망이 아니라 라인입니다
이 회사를 둘러싼 정보의 대부분은 전망입니다. 연간 100만 대 생산능력, 로보택시 5,000대 허가, 2,000만 대 인도 목표 — 전부 아직 오지 않은 숫자입니다. 그리고 6절에서 봤듯 시장은 확정 실적보다 이 전망에 반응합니다. 사상 최대 매출을 발표한 날 주가가 빠지고, 아직 차가 굴러다니지도 않는 허가 소식에 5% 오르는 이유입니다.
이런 국면에서 투자자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회사가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14년간 모델 S를 만들던 프리몬트 라인을 뜯어낸 것은 그런 결정입니다. 그 라인은 다시 자동차용으로 되돌리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회사는 그 사실을 알면서 뜯었습니다. 오스틴에 자체 반도체 팹을 짓겠다는 결정도, 250억 달러를 넘어서는 자본지출도 같은 성격입니다. 발표는 되돌릴 수 있어도 뜯어낸 라인과 부어놓은 콘크리트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앞 편에서 만든 필터가 여기서 다시 쓰입니다 — 이 소식은 계획인가, 이미 지출된 돈인가. 4부에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으로 나눠 보라고 했던 필터의 기업 버전이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목표 대수와 시연 영상은 계획 쪽이고, 라인 해체·설비 발주·공정 검증 완료·허가 취득은 지출된 돈 쪽입니다. 뒤쪽 소식이 훨씬 조용하게 지나가지만, 실제로 자리를 바꾸는 것은 뒤쪽입니다.
그리고 이 필터에는 한계도 함께 있습니다. 지출된 돈이 언제나 옳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라인을 뜯어냈다는 것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뜻이지 그 판단이 맞았다는 뜻이 아니고, 이미 큰돈을 넣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잘못된 방향을 더 밀어붙이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출된 돈은 회사의 진심을 알려주지만 성패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순서가 유용한 이유는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입니다. 전망은 회사만 알고 지출은 공시에 남습니다. 신사업이 아직 매출을 못 만드는 회사를 볼 때 발표한 계획과 이미 나간 돈과 접은 사업 셋을 나란히 놓으면 대체로 갈리는데, 이 회사는 그 셋 중 마지막이 특히 선명합니다 — 14년 만든 라인을 접었기 때문입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이 회사만큼 지켜볼 거리가 자주 쏟아지는 곳도 드뭅니다. 그래서 오히려 무엇을 세지 않을지가 중요해집니다 — 시연과 목표와 허가 신청은 지나가고, 남는 것은 그것들이 숫자로 바뀌었는가입니다. 몇 년이 지나도 유효한 질문 네 가지와 각각을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를 남깁니다.
첫째, 로봇이 손익계산서에 나타나기 시작했는가. 이 유형의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지표입니다. 시연 영상이나 생산 목표 발표가 아니라, 분기 실적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 테슬라 옵티머스가 별도 사업부로 분리돼 매출이 공시되는지, 아니면 여전히 연구개발비 쪽에만 나타나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회사가 대수를 공시하기 시작하는 시점 자체가 하나의 신호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공시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순수 비전 노선이 규제 판단을 통과했는가. 3절과 7절에서 짚은 구조적 질문입니다. 진행 중인 공학분석이 리콜 요구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종결되는지가 1차 답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판정이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해결되는 성격인지, 센서 구성 자체를 문제 삼는지입니다. 후자라면 이 회사가 로봇에서 쓰려는 인식 방식에도 같은 질문이 따라옵니다.
셋째, 자체 칩이 실제로 두 몸에 다 들어갔는가. AI5가 로봇에 먼저 들어간다는 계획이 실행되고, 그다음 차량으로 넘어가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로봇에만 들어가고 차량으로 넘어가지 못한다면 수직통합의 규모 효과가 나오지 않고, 8절 ②에서 본 “물량 없는 내재화는 원가를 올린다”는 문제에 그대로 걸립니다. 파운드리 가동 소식과 양산 시점, 그리고 차량 탑재 발표를 함께 보시면 됩니다.
넷째, 자동차가 로봇을 계속 먹여 살릴 수 있는가. 2절에서 본 상쇄 구조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입니다. 대당 매출과 자동차 부문 총이익률이 추세적으로 회복되는지, 에너지와 서비스 부문이 자동차의 빈자리를 얼마나 메우는지, 그리고 자본지출이 영업현금흐름 안에서 감당되는지를 함께 보시면 됩니다. 이 셋이 동시에 나빠지는 국면이 오면, 회사는 로봇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외부에서 돈을 조달하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10. 마무리하며
테슬라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자동차를 만들며 축적한 비전 AI·반도체·구동계 기술을 그대로 휴머노이드로 옮겨 싣고 있는, 눈과 두뇌와 손을 모두 직접 만드는 유일한 완성체 기업입니다. 영업이익률 1.4%는 그 이전 과정에서 치르는 비용이지 이 회사의 실력이 아니며, 동시에 그 이전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볼 때 실적 숫자만 좇으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반대로 로봇 서사만 좇으면 지금 그 서사를 떠받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칩니다.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 자동차가 얼마나 오래 버텨줄 수 있는가, 그리고 그동안 로봇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 이 두 시계가 어긋나는 지점에 이 회사의 진짜 위험이 있습니다. 앞 편의 회사도 같은 두 시계를 갖고 있지만 눈금이 다릅니다 — 그쪽은 빌린 두뇌가 평준화되기 전에 자기 것을 얹어야 하고, 이쪽은 직접 만든 것이 값을 하기 전에 본업이 먼저 마르지 않아야 합니다. 같은 산업에서 정반대 길을 고르면 위험도 정반대 자리에서 나온다는 것이 두 편을 나란히 놓았을 때 가장 분명해지는 대목입니다.
피지컬 AI 4부작을 닫으며 우리는 이 산업을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의 산업이 아니라 무엇을 이미 갖고 있는가의 산업”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테슬라는 그 문장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이 회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은 970만 대의 차량과 120억 마일의 주행 데이터, 그리고 자기 공장입니다.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로봇이 실제로 일하며 남긴 시간입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이 회사가 증명해야 하는 것은 정확히 그 하나입니다 — 앞의 것이 뒤의 것으로 환산되는가.
이것으로 두 앵커기업을 마칩니다. 앞 편의 현대차와 이 편의 테슬라는 같은 산업에 들어가면서 정반대 길을 골랐고, 두 편을 나란히 놓으면 이 산업에서 고를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둘뿐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 살 수 있는 것을 사서 시간을 아끼거나, 직접 만들어 통제권을 쥐거나입니다. 어느 쪽을 골랐든 결국 살 수 없는 것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점도 같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이 두 앵커 아래에 있는 개별 기업들로 내려가겠습니다. 관절을 만드는 회사, 로봇의 눈을 만드는 회사, 완성체를 만드는 회사, 그리고 그 부품을 국산화하려는 회사들입니다. 그때 두 장의 전략 지도가 기준이 됩니다 — 지금 보는 이 회사는 두 앵커 중 어느 쪽 진영에 서 있는가, 그리고 그 회사가 쥔 것은 남이 살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시간을 들여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인가.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Core Asset Insight(코어에셋인사이트)는 목표주가를 제시하거나 저평가·고평가를 판정하지 않으며, 기업과 산업의 사업구조·기술·밸류체인에서의 위치를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본문의 수치는 작성 시점에 공시·발표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확정된 사실과 회사가 밝힌 계획, 제3자 기관·언론의 추정을 구분해 표기했습니다. 공시와 시장 상황은 이후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자료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본문에 언급된 종목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으며, 글의 발행 전후 일정 기간에는 해당 종목을 매매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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