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국내 협동로봇 1위 두산로보틱스가 휴머노이드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그리고 있는 그 로봇은 사람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회사 관계자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 휴머노이드는 사람과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하는 것이지, 똑같이 생겼다고 해서 휴머노이드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며,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굳이 인간을 닮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태평양 건너에서는 정반대의 답이 나왔습니다. 테슬라는 자동차 라인을 뜯어낸 자리에 사람 모양 로봇 옵티머스의 전용 라인을 깔았고, 중국 아지봇은 2026년 상반기에만 사람 모양 로봇 약 8,400대를 출하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전혀 다른 형태의 몸이 하나 더 있습니다 — 2026년 7월 3일, 테슬라 로보택시가 미국 마이애미에서 첫날부터 안전요원 없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폭우와 역광이 잦아 카메라만 쓰는 방식이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받아온 바로 그 도시에서였습니다. 1부와 2부에서 본 것처럼 이들이 쓰는 부품과 소프트웨어는 상당 부분 같습니다. 그런데 그 부품을 조립해 만드는 ‘몸’의 형태는 이렇게까지 갈립니다. 3부는 그 갈림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왜 굳이 사람 모양인가 — 형태를 결정하는 논리
완성체 단계에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이것입니다. 물건을 옮기는 데는 바퀴 달린 카트가 더 빠르고, 부품을 조립하는 데는 고정된 로봇 팔이 더 정확합니다. 이족보행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초당 수백 번의 계산을 해야 하고, 손가락 하나마다 액추에이터가 붙어 원가를 밀어 올립니다. 효율만 따지면 사람 모양은 명백히 손해입니다. 그런데도 세계의 자본이 이 형태로 몰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 쉽게 비유하면 — 세상이 이미 사람 몸에 맞춰 지어져 있습니다 공장의 계단 높이, 작업대 높이, 공구 손잡이 굵기, 문손잡이 위치, 나사를 조이는 각도 — 지금 존재하는 거의 모든 산업 설비는 사람의 팔 길이와 키, 손 크기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바퀴 달린 로봇을 들이려면 계단을 없애고 경사로를 깔아야 하고, 로봇 팔을 들이려면 작업대를 로봇에 맞춰 다시 짜야 합니다. 반대로 사람 모양 로봇은 그 공장을 하나도 고치지 않고 그냥 사람 자리에 세우면 됩니다. 즉 휴머노이드의 진짜 경쟁력은 로봇 자체의 성능이 아니라, ‘기존 환경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습니다. 새 소프트웨어를 살 때 기존 문서 형식을 그대로 열 수 있느냐를 따지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폼팩터, 그리고 이 산업에서 형태가 곧 전략인 이유 폼팩터(form factor)는 제품의 물리적 형태와 규격을 뜻하는 말입니다. 반도체 시리즈에서 D램의 폼팩터를 다뤘고 전력·원전 시리즈에서 배터리의 원통형·각형·파우치형을 다뤘는데, 그때 폼팩터는 주로 ‘어디에 끼워 넣을 수 있는가’의 문제였습니다. 피지컬 AI에서는 폼팩터가 훨씬 무거운 의미를 갖습니다. 로봇의 형태를 정하는 순간 그 로봇이 들어갈 수 있는 현장, 필요한 관절 개수와 원가, 학습해야 할 데이터의 종류가 통째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완성체 기업을 볼 때 ‘무슨 기술을 가졌는가’만큼이나 ‘어떤 형태를 골랐는가’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는 지금 세 가지 답이 공존합니다. 첫째는 완전한 사람 형태입니다. 테슬라 옵티머스,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중국 아지봇·유니트리·유비테크의 제품들이 여기에 속하며, 기존 공장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논리에 가장 크게 베팅한 쪽입니다. 둘째는 절충형입니다. 상체는 사람처럼 두 팔을 갖되 하체는 바퀴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RB-Y1이 대표적입니다. 이족보행은 기술 난도와 원가가 가장 높은 부분인데 물류센터처럼 바닥이 평평한 현장에서는 굳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셋째가 두산로보틱스가 택한 길입니다 — 아예 사람 형태를 포기하고, 협동로봇 팔과 자율주행 대차를 결합해 ‘사람이 하던 일’만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판단의 기준은 명확합니다 — 기존 공장을 고치는 비용과 이족보행을 구현하는 비용 중 어느 쪽이 더 싼가입니다. 로봇의 원가가 계속 떨어지면 사람 형태가 이기고, 반대로 이족보행 원가가 좀처럼 안 떨어지면 공장을 고치는 쪽이 이깁니다. 그리고 여기서 2부의 결론이 다시 걸립니다 — 관절 개수만큼 원가가 붙는 구조라면, 자유도가 가장 많은 완전한 사람 형태가 가장 늦게 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사람 모양을 택하면 치러야 할 값이 있습니다. 두 다리로 서는 일 자체가 물리적으로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리가 넷이면 언제나 둘 이상이 땅에 닿아 있어 무게 중심이 발들이 만드는 면적 안에 머뭅니다. 그런데 둘이면 걷는 동안 한 발로 서 있는 순간이 계속 생기고, 그때 그 면적은 발바닥 하나로 줄어듭니다. 사람이 걷는 일을 로봇으로 옮기면 ‘넘어지려는 것을 매 순간 붙잡는 일’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이족보행 로봇은 관절마다 지금 얼마나 기울었는지를 읽고 다음 발을 어디에 디딜지를 초당 수백 번 다시 계산합니다. 계산이 늦으면 넘어지고, 관절이 그 계산을 따라가지 못해도 넘어집니다. 2부에서 본 감속기의 백래시가 문제가 되는 것도 이 지점입니다 — 명령한 각도와 실제 각도 사이에 작은 틈이 있으면 그 틈이 걸음마다 쌓입니다. 그럼에도 사람 모양을 택하는 이유는 앞에서 본 대로 공장을 고치지 않겠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다만 이 판단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사람 모양의 어려움을 감당할 만큼 기존 현장을 그대로 쓰는 값이 커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하던 일을 그대로 넘겨받는 자리에서는 사람 모양이 유리하고, 처음부터 로봇을 전제로 설계한 현장에서는 바퀴 달린 팔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 쉽게 비유하면 — 외발자전거와 세발자전거 세발자전거는 멈춰 서 있어도 넘어지지 않습니다. 바퀴 셋이 만드는 삼각형 안에 무게 중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발자전거는 멈추는 순간 넘어지므로 계속 페달을 밟으며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사족로봇이 세발자전거라면 이족로봇은 외발자전거입니다. 그리고 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타는 법’을 배우는 데 오래 걸리듯, 이족보행도 그 균형 잡는 법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부품을 사 오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2. 부품을 모으는 것과 몸을 만드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2부에서 부품 지도를 그렸으니, 좋은 감속기와 좋은 센서와 좋은 배터리를 사 모으면 좋은 로봇이 나올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완성체 단계에는 부품 단계와 성격이 전혀 다른 세 가지 벽이 있습니다.
① 통합의 벽 — 부품 1만 개가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옵티머스의 초기 생산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든 이유가 ‘1만 개가 넘는 고유 부품’이었습니다. 자동차도 부품이 많지만, 자동차는 100년 넘게 표준화된 공급망과 공정이 쌓여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는 부품 하나하나가 사실상 신규 개발품이고, 그 부품들이 서로 간섭 없이 맞물려야 합니다. 관절 하나의 발열이 옆 관절의 센서 값을 흔들고, 배터리 무게가 무게중심을 바꿔 보행 알고리즘을 다시 짜게 만듭니다. 부품 성능이 각각 100점이어도 통합이 안 되면 로봇은 서지 못합니다. 참고로 테슬라가 모델 3를 처음 양산할 때도 안정적인 생산량에 도달하기까지 1년 반 넘게 걸렸는데, 휴머노이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제품입니다.
② 신뢰성의 벽 — 시연 영상과 8시간 교대는 다른 문제입니다
무대 위에서 3분간 춤추는 것과 공장에서 8시간 내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요구입니다. 후자는 열이 쌓이고, 부품이 닳고, 배터리가 줄어드는 상태에서도 첫 시간과 같은 정밀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2부에서 감속기 국산화의 진짜 장벽이 가격이 아니라 신뢰성 검증 시간이라고 했는데, 완성체에서는 그 문제가 몇 배로 커집니다 — 관절 40개 중 하나만 고장 나도 로봇 전체가 멈추기 때문입니다. 피규어AI의 로봇이 BMW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11개월간 파일럿을 돌린 것, 그리고 그 기간에 3만 대가 넘는 차량 생산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의미를 갖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대수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실제 라인에서’가 이 단계의 성적표입니다.
③ 자율성의 벽 — 지금 움직이는 로봇의 상당수는 사람이 조종합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텔레오퍼레이션, 화려한 시연 뒤의 조종사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은 사람이 VR 장비나 원격 조종기로 로봇을 직접 조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1부에서 이것을 ‘학습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으로 소개했는데, 현실에서는 데이터 수집만이 아니라 실제 작업 수행에도 널리 쓰입니다. 로봇 시연 영상을 볼 때 이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것인지, 사람이 뒤에서 조종하는 것인지, 혹은 미리 짜둔 동작을 재생하는 것인지는 영상만 봐서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산업의 기업을 평가할 때 최근 자주 쓰이는 기준이 ‘텔레오퍼레이션 의존도를 얼마나 줄였는가’, 즉 VLA 모델 기반의 자율 동작으로 얼마나 넘어갔는가입니다. 실제로 해외 조사기관들이 휴머노이드 기업 순위를 매길 때 상업 배치 규모·하드웨어 성숙도와 함께 이 항목을 별도 평가 축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 세 벽 때문에, 완성체 단계에서는 ‘누가 좋은 로봇을 만들 수 있는가’보다 ‘누가 그 로봇을 오래 돌려볼 현장을 갖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통합 문제도, 신뢰성 문제도, 자율성 문제도 결국 현장에서 시간을 쌓아야만 풀리기 때문입니다. 1부에서 ‘부품은 돈으로 늘리지만 데이터는 시간으로만 쌓인다’고 했던 문장이, 완성체 단계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작동합니다.
④ 부품의 벽 — 사고 싶어도 살 데가 없던 시절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완성체를 만들려면 부품을 사와야 하는데, 이 산업이 시작될 무렵에는 살 곳이 없었습니다. 2부에서 본 대로 로봇용 감속기는 일본 두 회사가 쥐고 있었고, 그들의 주 고객은 산업용 로봇 회사였습니다. 몇 대를 만들지 모르는 신생 휴머노이드 회사에게 돌아갈 물량이 아니었고, 설령 받아도 값이 완성품 원가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초기 완성체 회사들이 택한 길이 직접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이족보행 로봇을 처음 만든 팀도, 사족로봇에서 출발해 휴머노이드로 올라온 중국 회사도 같은 경로를 밟았습니다. 관절 구동기와 제어기를 스스로 설계했고, 그 부품을 남에게 팔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선택을 원가 절감으로 읽으면 어긋납니다. 부품을 직접 만들면 개발비가 들고 생산 설비가 필요하며, 몇 천 대 규모에서는 사다 쓰는 것보다 비쌉니다. 그럼에도 만드는 이유는 통합에 있습니다 — 남의 부품을 쓰면 그 부품이 어떤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밖에서 추정해야 하지만, 직접 만들면 그 안을 알고 제어할 수 있습니다. ①에서 본 통합의 벽을 넘는 방법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완성체 회사가 부품을 만든다는 소식을 만나면 물어야 할 것은 원가가 아니라 통합입니다 — 그 부품이 자기 로봇의 어떤 문제를 풀어주는가. 원가만 보면 왜 비싸게 만드는지 설명되지 않고, 통합으로 보면 왜 그 자리를 남에게 맡길 수 없는지가 보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수직 통합의 두 얼굴 부품을 직접 만드는 것을 수직 통합이라 부릅니다. 이 산업에서는 두 가지 뜻이 섞여 있어 구분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안으로만 쓰는 경우입니다. 자기 로봇에만 들어가므로 그것은 원가와 통합의 문제이고, 효과가 자기 매출의 크기 안에서 작동합니다. 다른 하나는 밖에도 파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그것은 조달 창구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이고, 부품 시장의 값 경쟁이 그대로 따라 들어옵니다. 그래서 어떤 완성체 회사가 부품을 내재화했다는 소식을 만나면 한 가지를 더 물어야 합니다 — 자기만 쓰는가, 밖에도 파는가. 앞이면 원가 구조를 본 것이고 뒤면 사업 구성을 본 것입니다.
3. 휴머노이드 — 세 갈래로 갈린 전략 지도
완성체 기업들을 국가별로 늘어놓으면 단순한 나열이 되지만, ‘무엇을 먼저 포기했는가’를 기준으로 묶으면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진영 | 전략 —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포기했나 | 대표 기업 |
| 🇺🇸 미국 | 대수를 포기하고 깊이를 택했다 — 특정 산업 현장의 좁은 작업에 집중해 오래 돌리며 자체 소프트웨어를 키우는 방식 | 테슬라, 보스턴다이내믹스, 피규어AI, 앱트로닉, 어질리티로보틱스, 1X |
| 🇨🇳 중국 | 깊이를 포기하고 대수를 택했다 — 값을 낮춰 많이 팔고, 그 물량으로 원가를 다시 낮추는 방식 | 아지봇, 유니트리, 유비테크, XPeng, BYD |
| 🇰🇷 한국 | 외부 시장을 미루고 그룹 안의 현장부터 택했다 — 대기업 계열의 공장·물류센터를 첫 시험대로 삼는 방식 | 현대차(보스턴다이내믹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
🇺🇸 미국 — 대수는 적지만 실제 라인에서 가장 오래 돌았습니다
미국 진영의 공통점은 특정 고객사의 특정 작업 하나를 붙잡고 오래 검증한다는 것입니다. 출하 대수로는 중국에 크게 밀리지만, ‘실제 생산 라인에서 검증된 기록’으로는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피규어AI [미국 비상장] — 자사 로봇이 BMW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11개월간 파일럿을 수행하며 부품 9만 개 이상을 처리했고, 3만 대가 넘는 차량 생산에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체 VLA 모델 ‘헬릭스’를 인하우스로 개발하고 있으며, 고속 양산을 전제로 설계한 전용 생산시설 BotQ에서 연 1만 2,000대 생산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회사 목표).
- 어질리티로보틱스 [미국 비상장] — 물류 창고라는 좁은 영역에 집중한 대표 사례입니다. 이족보행 로봇 디짓이 아마존과 GXO의 물류 현장에서 상자를 옮기며, 휴머노이드 기업 중 실제 생산적 작업에서 지속적인 매출을 내는 드문 사례로 꼽힙니다.
- 앱트로닉 [미국 비상장] — 아폴로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동차 생산과 GXO의 창고 운영에서 시험되고 있습니다. 유지보수를 전제로 한 모듈형 설계가 특징으로, 고장 났을 때 그 부위만 갈아 끼울 수 있게 만든 것 자체가 앞서 본 ‘신뢰성의 벽’에 대한 하나의 답입니다.
- 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차그룹 계열 비상장사] — 유압식이던 아틀라스를 전기구동으로 새로 만들면서, 순간적인 힘보다 정밀한 전신 동작 계획에 무게를 옮겼습니다. CES 2026에서 구글 딥마인드와 Gemini Robotics 파운데이션 모델을 아틀라스와 스팟에 얹는 협력을 발표했고, 현대차 공장에서의 테스트가 예정돼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자체, 두뇌는 외부에서 가져오는 조합입니다.
- 테슬라 [나스닥 TSLA] — 유일하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 개발하는 완전 수직통합 진영입니다. 1부에서 본 대로 프리몬트 라인 전환이 진행 중이며, 회사는 양산 개시 시점과 대수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널리 인용되는 ‘누적 수만 대’ 같은 수치는 회사가 공시한 숫자가 아니라는 점을 5절에서 다시 짚겠습니다.
🇨🇳 중국 — 출하량으로는 이미 압도적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이 경쟁은 이미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마트 애널리틱스 글로벌 집계 기준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의 97% 이상을 중국 업체가 차지했고, 전 세계 수요의 85% 이상도 중국에서 발생했습니다. 다만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6절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 아지봇(智元機器人, AgiBot) [중국 비상장] — 2023년 2월 설립된 상하이 기업으로, 2025년 한 해 5,100대 이상을 출하해 Omdia 집계 기준 세계 1위에 올랐고, 2026년 상반기에는 약 8,400대를 출하하며 점유율 44%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2025년 12월 5,000번째 로봇을 내보낸 뒤 불과 3개월 만인 2026년 3월 1만 번째에 도달했습니다. 중국 내 첫 로봇 임대 플랫폼을 열어 ‘사는 것’이 아니라 ‘빌리는 것’으로 문턱을 낮추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 유니트리(宇樹科技, 유니트리) [상하이 STAR 688836] — 1부의 후킹으로 등장한 회사입니다. 2026년 8월 19일 상하이 커촹반에 상장하며 중국 본토 첫 휴머노이드 상장사가 됐습니다. 2026년 상반기 출하량은 약 5,900대(점유율 31%)로 아지봇에 이은 2위이며, 보급형 G1이 1만 6,000달러 수준에 팔릴 만큼 가격을 끌어내린 것이 이 회사의 정체성입니다. 다만 2026년 1분기 순이익은 연구개발비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 유비테크(優必選) [홍콩 9880] — 중국 진영 안에서도 결이 다른 회사입니다. 저가 대량 대신 산업용 고난도 영역을 파고들었고,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S2의 누적 출하량이 2025년 말 1,000대를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BYD·지리·FAW폭스바겐·둥펑·아우디FAW·BAIC·폭스콘·SF익스프레스의 공장에 들어가 있고 2026년 1월에는 에어버스와도 계약했습니다. 2026년 생산능력 목표는 1만 대 수준, 연간 수주 금액은 약 14억 위안을 제시했는데 모두 회사 목표입니다. 워커 시리즈 원가는 2024년 대비 25% 낮아졌다고 밝혔습니다.
- XPeng(小鵬) [뉴욕 XPEV · 홍콩 9868] · BYD [선전 002594 · 홍콩 1211] — 완성차 회사가 로봇으로 넘어온 중국판 사례입니다. XPeng의 IRON은 자유도 82개에 자체 AI 칩 3개를 탑재하고 2026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BYD는 유비테크와 아지봇 양쪽에 초기부터 지분을 넣고 자사 공장을 시험대로 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1부에서 ‘완성차 회사가 로봇을 만드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했던 구도가 중국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한국 — 그룹 안의 현장을 첫 시험대로 삼았습니다
한국 진영의 특징은 외부 시장을 먼저 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기업 계열의 공장과 물류센터라는 확보된 현장이 있고, 그곳에서 데이터와 신뢰성을 먼저 쌓는 구조입니다. 앞서 본 ‘현장을 가진 쪽이 유리하다’는 논리에 가장 정직하게 올라탄 접근이기도 합니다.
- 현대차 [코스피 005380] —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조지아주 HMGMA 부지 안에 훈련 전용 시설 RMAC을 열어 아틀라스를 실제 공장과 똑같은 환경에서 검증합니다. 회사가 밝힌 로드맵은 2028년 부품 서열 작업 투입, 2030년 조립 등 복잡 공정 확대이고, 2028년까지 연 3만 대 로봇 생산능력과 현대차·기아 생산거점 내 2만 5,000대 이상의 자체 수요를 제시했습니다(모두 회사 목표). 다만 국내 노조가 노사 합의 없는 로봇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사측은 미국 현지 공장 투입 계획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어, 이 흐름이 기술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 레인보우로보틱스 [코스닥 277810] — 카이스트 휴보 연구팀에서 출발해 국내에서 이족보행 이력을 가진 사실상 유일한 회사이며, 2025년 3월 삼성전자가 콜옵션 행사를 마쳐 지분 35%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삼성전자의 연결 자회사가 됐습니다. 이동형 양팔로봇 RB-Y1이 쿠팡 물류센터 실증에 투입됐고, 제조 환경에 특화한 후속 모델 RB-Y2를 공개하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잡았습니다(회사 목표). 2026년 들어 사업부를 매니퓰레이터·모바일·사족로봇·로봇자동화 네 갈래로 나눴는데, 이는 협동로봇 한 축에 쏠려 있던 구조를 분야별로 키우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90억 6,000만원(YoY +116%)으로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아직 적자 구간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 두산로보틱스 [코스피 454910] — 앞서 본 대로 사람 형태를 따르지 않는 산업용 휴머노이드를 2028년 공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협동로봇 팔과 자율주행 대차를 결합한 ‘스캔앤고’가 그 출발점이고, 미국 지능형 로봇 기업 원엑시아를 인수해 소프트웨어와 자동화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엔비디아와 에이전틱 AI 기반 로봇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회사가 협동로봇 단품 판매를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 자동화 솔루션 매출 비중이 2025년 22%에서 2026년 1분기 38%로 올랐고 연간 46%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인데, 매출 외형보다 사업 구조를 바꾸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153억원(YoY +190%)이었습니다.
- 뉴로메카 [코스닥 348340] — 협동로봇을 만들면서 액추에이터도 자체 개발하는 소형 수직통합 사례입니다. 규모의 두산로보틱스와 대비하면 ‘크게 만드는 협동로봇’과 ‘부품까지 내재화한 협동로봇’이라는 두 갈래가 국내 안에서도 갈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세 진영의 선택이 갈린 근본 이유는 각자가 먼저 확보한 것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로봇을 팔려면 만들 공장과 팔 현장과 가르칠 데이터가 모두 필요한데, 셋을 처음부터 다 가진 곳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미 가진 것을 중심에 놓고 나머지를 채우는 순서가 진영마다 달라졌고, 그 순서가 지금의 전략 차이로 나타납니다.
대수가 아니라 시간을 세야 하는 이유
세 진영의 출하 대수를 나란히 놓으면 순위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만으로 앞섰다고 읽으면 어긋납니다. 팔린 로봇이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지가 그 숫자에 담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봇이 팔리는 이유는 크게 셋입니다. 첫째는 실제로 일을 시키려고 사는 것이고, 둘째는 시험해보려고 사는 것이며, 셋째는 연구나 전시에 쓰려고 사는 것입니다. 앞의 하나만 매출이 이어지는 종류이고 뒤의 둘은 한 번 사면 끝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발표하는 대수에는 셋이 섞여 있고, 어느 쪽이 얼마인지는 대개 밝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계층에서는 대수 대신 시간을 세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 로봇이 현장에서 몇 시간을 일했는가, 그리고 그 시간이 늘고 있는가입니다. 대수는 한 번의 결정으로 만들어지지만 시간은 매일 쌓여야 늘어납니다. 시험해보려고 산 로봇은 몇 주 만에 창고로 들어가고, 일하려고 산 로봇만 시간이 계속 쌓입니다. 시간을 세는 방법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밖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신호가 있습니다. 같은 고객이 두 번째 주문을 했는가입니다. 첫 주문은 기대로 이뤄지지만 재주문은 실제로 써보고 나서 결정됩니다. 한 곳이 스무 대를 다시 샀다는 소식이 백 곳이 한 대씩 사갔다는 소식보다 무거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관점은 로봇의 성능을 읽는 법도 바꿉니다. 사람의 3분의 1 속도로 움직이는 로봇이 쓸모없어 보이지만, 로봇은 쉬지 않고 교대도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여덟 시간 일하는 동안 로봇이 스물네 시간 일한다면 3분의 1 속도로도 같은 양을 해냅니다. 그래서 이 계층에서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빠른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멈추지 않는가’입니다. 느린 것은 시간으로 메울 수 있지만 멈추는 것은 메울 수 없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가동률과 평균 고장 간격 공장에서 설비를 평가할 때 쓰는 두 지표가 로봇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가동률은 전체 시간 가운데 실제로 일한 시간의 비율이고, 평균 고장 간격은 한 번 고장 난 뒤 다음 고장까지의 시간입니다. 이 둘이 중요한 이유는 로봇을 도입하는 쪽의 셈법 때문입니다. 공장은 로봇 한 대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사람 대신 로봇을 놓는 결정을 합니다. 로봇이 자주 멈추면 그 자리를 메울 사람이 여전히 필요하고, 그러면 로봇을 산 값이 그대로 추가 비용이 됩니다. 그래서 완성체 회사의 발표를 읽을 때 성능 수치보다 이 두 지표를 먼저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대체로 밝히지 않는데, 밝히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정보입니다.
4. 또 다른 몸 — 자율주행차는 어디까지 왔나
1부에서 이 시리즈가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을 하나의 섹터로 묶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카메라·라이다·관성센서로 인식하고, 온보드 칩이 그 자리에서 추론하고, 액추에이터가 물리적 동작을 실행하는 구조가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율주행차는 휴머노이드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이미 요금을 받고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① 웨이모 — 17년을 들여 만든 보수적 확장
알파벳 계열 웨이모는 2026년 2월 160억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1,260억 달러를 인정받았습니다. 2026년 중반 기준 미국 10개 안팎 도시에서 주당 약 50만 건의 유료 운행을 소화하고 있고, 연말까지 주 100만 건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회사 목표). 이 회사의 방식은 새 도시에 들어갈 때마다 먼저 정밀 지도를 만들고, 안전요원을 태워 감독 운행을 거친 뒤에야 무인 운행으로 넘어가는 보수적인 절차입니다. 라이다·레이더·카메라를 모두 쓰는 다중 센서 구성도 같은 철학에서 나옵니다 — 하나가 실패해도 다른 하나가 받쳐주게 하는 것입니다.
② 테슬라 — 카메라만으로, 그리고 훨씬 빠르게
테슬라의 접근은 정반대입니다. 2025년 6월 오스틴에서 안전요원을 태우고 시작한 로보택시는 2026년 1월 22일부터 오스틴에서 차량 내 안전요원 없이 운행을 시작했고, 7월 3일 마이애미에서는 감독 운행 기간조차 두지 않고 첫날부터 무인 운행을 기본값으로 삼았습니다. 텍사스·캘리포니아 밖의 첫 사례이자, 연방 승인이 아니라 주 자율주행 규정에 따른 운영이었습니다.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전용 차량 사이버캡도 오스틴 공공도로 시험을 거쳐 서비스 편입을 준비 중입니다.
여기서 1부에서 다룬 카메라 대 라이다 논쟁이 실제 검증대에 오릅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6년 3월 카메라 전용 방식이 강한 햇빛 반사나 폭우처럼 시야가 나빠지는 상황을 제대로 감지·경고하지 못한다는 우려로 조사를 확대했는데, 마이애미는 갑작스러운 폭우와 강한 역광이 잦은 도시입니다. 카메라만 쓰는 방식이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 상업 운행 시험을 받게 된 셈입니다. 한편 테슬라의 실제 무인 운행 차량 규모는 오스틴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을 합쳐 수십 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웨이모와는 아직 규모 차이가 큽니다. 이 노선 대결의 승패는 실험실이 아니라 규제 판단과 사고 통계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③ 이 대결이 휴머노이드에게 던지는 힌트
자율주행이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웨이모의 전신이 구글 자율주행 프로젝트로 출발한 것이 2009년이고, 상업 운행이 여러 도시로 퍼진 것은 2025~2026년입니다. 기술이 되고도 규제·보험·책임 소재·대중 수용성을 통과하는 데 십수 년이 걸렸다는 뜻입니다. 휴머노이드가 사람 옆에서 일하려면 정확히 같은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완성체 기업들이 가정이 아니라 통제된 공장과 물류센터를 첫 시장으로 삼는 것은 소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자율주행이 이미 치른 수업료를 참고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두 회사의 갈림에서 가져올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웨이모는 새 도시에 들어갈 때마다 그 도시를 다시 측량하고 규제 당국의 허가를 다시 받습니다. 확장이 느린 대신 한 도시에서 쌓은 신뢰가 다음 도시에서 근거가 됩니다.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 일반화하는 쪽을 골라 도시를 옮길 때 다시 측량하지 않습니다. 빠른 대신 한 곳에서 생긴 사고가 전체의 방식을 의심받게 만듭니다.
휴머노이드에서도 같은 갈림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공장 하나하나를 측량하듯 그 현장에 맞춰 조정해 넣는 쪽과, 어느 현장에나 그대로 놓을 수 있는 모델을 만들려는 쪽입니다. 앞의 방식은 도입한 현장에서 확실히 돌지만 현장 수만큼 사람이 들어가고, 뒤의 방식은 한 번 되면 빠르게 퍼지지만 되기 전까지는 아무 데서도 돌지 않습니다. 이 갈림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가 4부에서 볼 두뇌 층의 경쟁 구도를 정합니다.
④ 값을 내리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완성체 계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값입니다. 사람 크기 휴머노이드의 값이 몇 해 사이에 크게 내려왔고, 중국 업체들이 그 흐름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값이 내려가는 방식이 둘로 갈립니다. 하나는 원가를 실제로 낮춰서 내리는 것입니다. 부품을 직접 만들고 물량을 늘려 개당 원가를 떨어뜨린 뒤 그만큼 값을 내리는 방식인데, 이 경우 값이 내려가도 남기는 비율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올라갑니다. 다른 하나는 더 싼 제품을 팔아 평균 값이 내려가는 것입니다. 대형 모델 대신 중형이 많이 팔리면 평균 판매가가 떨어지는데, 이것은 원가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 팔리는 물건이 바뀐 것입니다. 둘을 가르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 값이 내려가는 동안 매출총이익률이 어떻게 움직였는가. 함께 내려갔으면 출혈이고, 유지되거나 올라갔으면 원가가 값보다 빨리 떨어진 것입니다. 후자라면 그 회사는 값을 무기로 쓸 수 있고, 전자라면 버티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 구분이 완성체 계층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로봇 한 대의 원가에서 관절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데, 그 관절을 남에게서 사는 회사는 원가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정하지 못합니다. 값 경쟁에 들어가면 부품을 직접 만드는 쪽이 오래 버티고, 사다 쓰는 쪽이 먼저 밀립니다. 2부에서 본 부품값 하락이 완성체 회사에게 늘 좋은 소식만은 아닌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 남이 싸게 사면 나도 싸게 팔아야 합니다.
5. 그늘도 있다 — 균형 잡힌 시각
완성체 단계는 이 시리즈에서 숫자가 가장 화려하게 돌아다니는 구간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가장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첫째, 널리 인용되는 배치 대수 상당수가 회사 공시가 아닙니다. ‘테슬라 누적 옵티머스 5만 대’, ‘피규어AI 파트너 창고 1만 대 배치’, ‘테슬라 생산라인에서 1,000대 이상 가동’ 같은 숫자들이 널리 돌아다니지만, 이 수치들은 해당 회사가 발표한 것이 아닙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 생산 대수를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이 산업에서 숫자를 볼 때는 출처가 회사 공시인지, 조사기관 추정인지, 아니면 기사에서 기사로 옮겨 다닌 것인지를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둘째, 출하 대수와 ‘일하는 로봇 대수’는 다른 숫자입니다. 중국이 세계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니트리의 경우 2025년 1~9월 휴머노이드 매출의 약 4분의 3이 연구·교육용 수요에서 나왔다는 공시가 있습니다. 대학 연구실과 전시장에 들어간 로봇과 자동차 공장에서 8시간 교대로 일하는 로봇은 같은 대수로 세어질 수 없습니다. 반대로 미국 진영은 대수가 적지만 실제 산업 현장 검증 기록이 두텁습니다. 어느 쪽이 앞서 있는지는 어떤 자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셋째, 실적과 밸류에이션의 거리가 부품 단계보다 훨씬 멉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성장률은 세 자릿수지만 아직 적자이고, 유비테크는 산업용 고난도 영역을 파고드느라 연구개발 부담이 커 적자 폭이 큽니다. 유니트리는 흑자를 내고 있지만 상장 첫날 붙은 값을 두고 시장 안에서도 투기적 요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실제로 2026년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넷째, 정책 변수가 이 단계에 직접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026년 7월 미국 정부는 해외에서 생산된 첨단 로봇의 자국 수입을 통제하는 방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조선·방산 시리즈에서 반스-톨레프슨법이나 EU SAFE 규정이 기술력과 무관하게 시장의 크기 자체를 결정했던 것처럼, 완성체 단계에서도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는가가 판매 가능 여부를 가르는 국면이 열리고 있습니다.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이 편에서 확정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유니트리의 2026년 8월 19일 커촹반 상장,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35% 지분 확보, 레인보우로보틱스 2026년 1분기 매출 90억 6,000만원, 두산로보틱스 2026년 1분기 매출 153억원, 테슬라 로보택시의 오스틴 무인 운행 개시(2026년 1월 22일)와 마이애미 서비스 개시(7월 3일), 유비테크의 워커 S2 누적 1,000대 출하 발표, 피규어AI의 BMW 11개월 파일럿. 반면 다음은 회사 목표이거나 조사기관 추정입니다 — 현대차그룹의 2028년 연 3만 대·2만 5,000대 도입, 레인보우로보틱스 RB-Y2 2027년 양산, 두산로보틱스 2028년 산업용 휴머노이드 공개, 유비테크 2026년 1만 대 생산능력, 피규어AI BotQ 연 1만 2,000대, XPeng IRON 2026년 말 양산, 웨이모 주 100만 건, 그리고 모든 출하량 점유율 수치. 특히 출하량 집계는 기관마다 대상 범위(연구용 포함 여부, 사족보행 포함 여부)가 달라 편차가 큽니다.
마지막으로 이 계층에만 있는 위험을 하나 더 짚겠습니다. 완성체 회사는 자기 원가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정하지 못합니다. 로봇 한 대에서 관절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데 그 관절을 남에게서 사 오기 때문이고, 부품값이 오르면 그대로 원가에 실립니다. 그런데 반대 방향도 위험합니다. 부품값이 내려가면 그 부품을 쓰는 모든 완성체 회사의 원가가 함께 내려가므로, 경쟁사도 같은 값에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원가가 좋아진 만큼 값 경쟁이 심해져 이익으로 남지 않는 구간이 생깁니다. 부품값 하락이 완성체 회사에게 늘 호재만은 아닌 이유이고, 2부에서 본 중국발 값 인하를 이 계층에서 다르게 읽어야 하는 까닭입니다.
6. 이 지도가 말해주는 것 — 네 가지 해석
여기까지가 사실입니다. 이 사실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기업 목록 너머로 몇 가지 구조가 보입니다.
① 사람 모양은 기술적 최적해가 아니라 ‘공장을 고치지 않겠다’는 베팅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로봇공학의 정점처럼 소개하는 시선이 많지만, 형태를 정하는 논리는 기술이 아니라 경제입니다. 사람 모양이 이기는 조건은 단 하나 — 로봇 한 대 값이 공장을 로봇에 맞춰 개조하는 비용보다 싸질 때입니다. 두산로보틱스가 인간 형태를 포기한 것은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 계산에서 다른 답을 냈기 때문이고,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상체는 사람 팔이되 하체는 바퀴로 간 것도 ‘물류센터 바닥은 평평하니 이족보행 값을 치를 이유가 없다’는 계산입니다.
그리고 이 계산에는 2부의 결론이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관절 개수만큼 원가가 붙고 집적으로 값을 낮출 길이 없다면, 자유도가 가장 많은 완전한 사람 형태가 가장 늦게 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사람 모양 진영은 ‘부품 원가가 예상보다 빨리 떨어진다’는 데 베팅한 쪽이고, 비인간 형태 진영은 ‘그렇게 빨리는 안 떨어진다’에 베팅한 쪽입니다. 이 시리즈를 읽으며 완성체 기업의 형태 선택을 볼 때마다, 그 회사가 부품 원가 곡선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지를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형태는 취향이 아니라 원가에 대한 견해입니다.
② ‘몇 대 팔렸나’보다 ‘몇 시간 일했나’가 이 단계의 성적표입니다
중국이 세계 출하량의 97%를 차지한다는 숫자는 강력해 보이지만, 그 출하량의 상당 부분이 연구·교육·전시용이라는 사실과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매출의 약 4분의 3이 연구·교육 수요에서 나왔다는 공시가 그 증거입니다. 반대로 피규어AI는 BMW 한 공장에서 11개월, 어질리티는 아마존·GXO 창고에서 지속적인 매출이라는 훨씬 작지만 훨씬 두꺼운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1부에서 다룬 데이터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대학 실험실에 놓인 로봇은 데이터를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반면 공장 라인에서 8시간 돌아가는 로봇은 매일 실패와 성공 사례를 쌓습니다. 출하 대수는 매출을 만들지만, 가동 시간은 다음 세대 모델을 만듭니다. 그래서 이 산업의 경쟁 상황을 볼 때는 ‘몇 대 출하했는가’와 함께 ‘어느 현장에서 몇 개월 돌았는가’를 반드시 같이 봐야 하며, 지금 중국이 대수에서 앞서고 미국이 가동 기록에서 앞서는 구도는 어느 쪽 자산이 더 오래 가는가에 대한 실험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③ 이 단계의 승부는 제조 능력이 아니라 ‘자기 공장을 가졌는가’에서 갈립니다
완성체 기업 목록을 다시 훑어보면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앞서 나가는 쪽 상당수가 로봇을 팔 곳을 이미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자기 공장에, 현대차는 현대차·기아 생산거점에, BYD는 자사 공장에, 삼성은 반도체·가전 현장에 로봇을 넣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쿠팡 물류센터 실증(업계발 보도)과 CJ대한통운과의 물류 휴머노이드 공동 개발 협약으로 국내 물류 현장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순수 로봇 기업인 피규어AI와 앱트로닉조차 BMW·메르세데스라는 특정 대형 고객사에 깊이 붙어 있습니다.
2부에서 우리는 ‘부품사는 위로 올라가고 완성품사는 아래로 내려온다’는 양방향 침투를 봤는데, 완성체 단계에서 그 이유가 완성됩니다. 완성차·전자 대기업이 이 산업에서 유리한 것은 제조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 초기 판로와 검증 현장을 스스로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생 산업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자원이 ‘망해도 되는 첫 고객’인데, 자기 공장은 그 역할을 해줍니다. 반대로 말하면 현장을 갖지 못한 순수 로봇 기업은 대형 고객사 하나에 운명이 걸리는 구조가 되며, 이는 조선·방산 시리즈에서 본 ‘프로젝트 하나의 무게가 지나치게 큰’ 상황과 닮아 있습니다.
④ 자율주행은 휴머노이드의 예고편입니다
이 시리즈가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을 한 섹터로 묶은 실질적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부품이 겹친다는 것은 표면이고, 더 깊은 이유는 자율주행이 휴머노이드보다 십수 년 앞서 같은 관문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웨이모는 기술이 어느 정도 완성된 뒤에도 규제 승인, 보험, 사고 책임 소재, 대중 수용성이라는 관문을 하나씩 넘느라 오랜 시간을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새 도시마다 정밀 지도를 만들고 안전요원을 태우는 절차를 반복합니다.
휴머노이드는 이 관문을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로봇이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책임은 제조사인가 운영사인가, 어떤 안전 인증을 통과해야 사람 옆에 세울 수 있는가, 노조와 지역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 — 현대차 노조가 로봇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힌 사례가 이 문제의 예고편입니다. 그래서 이 산업의 다음 몇 년을 가늠할 때, 기술 발표보다 더 정확한 신호는 규제와 표준의 움직임일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카메라 전용 노선이 마이애미의 폭우 속에서, 그리고 NHTSA의 조사 속에서 판정받고 있는 것처럼 — 이 산업에서 기술 노선의 승패는 결국 실험실이 아니라 규제 판단과 사고 통계에서 갈립니다. 1부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지도’라고 했는데, 완성체 단계에서 그 지도에 반드시 넣어야 할 축이 바로 이 규제라는 좌표입니다.
⑤ 이 계층에 들어오는 경로는 셋입니다 — 그리고 경로가 손익을 정합니다
이 편에서 만난 회사들을 어디서 왔는지로 나눠보면 세 갈래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지금의 손익 구조를 상당 부분 설명합니다. 첫째는 아래에서 올라온 경로입니다. 부품이나 작은 로봇을 만들다가 완성체로 올라온 쪽인데, 부품을 직접 만들 수 있어 원가에서 유리하고 통합 문제도 스스로 풉니다. 다만 팔 곳을 새로 찾아야 합니다. 둘째는 위에서 내려온 경로입니다. 완성차나 대형 제조업에서 로봇으로 들어온 쪽인데, 만들 공장과 로봇을 쓸 현장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다만 부품은 사와야 하고, 본업이 커서 로봇의 절박함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셋째는 처음부터 로봇만 하려고 만들어진 경로입니다. 기술에 집중할 수 있지만 떠받쳐줄 본업이 없어 외부 자금으로 시간을 삽니다. 이 셋 가운데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대신 각 경로가 무엇에서 강하고 무엇에서 약한지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완성체 회사를 볼 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디서 왔는가’입니다. 아래에서 올라온 회사에게는 판로를 묻고, 위에서 내려온 회사에게는 절박함을 묻고, 처음부터 로봇만 한 회사에게는 남은 시간을 묻는 것이 정확합니다. 같은 질문을 모두에게 던지면 그 회사의 진짜 문제를 비껴가게 됩니다.
7. 오늘 배운 내용 한눈에 정리
🔑 핵심 정리
① 사람 모양은 효율의 최적해가 아니라 ‘기존 공장을 고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에 대한 베팅입니다. 그래서 완전한 사람 형태(테슬라·아지봇), 상체만 사람 형태(레인보우로보틱스 RB-Y1), 아예 다른 형태(두산로보틱스)라는 세 가지 답이 공존합니다.
② 완성체 단계에는 부품과 다른 세 개의 벽이 있습니다 — 부품 1만 개를 동시에 맞추는 통합, 8시간 교대를 견디는 신뢰성, 그리고 텔레오퍼레이션에서 벗어나는 자율성입니다. 셋 다 현장에서 시간을 쌓아야만 풀립니다.
③ 전략은 세 갈래입니다 — 미국은 대수를 포기하고 특정 현장에서 깊이 검증하는 쪽, 중국은 값을 낮춰 물량으로 미는 쪽(2026년 상반기 세계 출하량의 97% 이상), 한국은 그룹 계열의 공장·물류센터를 첫 시험대로 삼는 쪽입니다.
④ 자율주행차는 같은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쓰는 또 다른 형태의 몸이며, 이미 요금을 받고 운행 중입니다. 웨이모는 보수적 절차로, 테슬라는 카메라 전용에 무인 운행을 앞세워 정반대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⑤ 이 단계의 숫자는 특히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널리 인용되는 배치 대수 상당수가 회사 공시가 아니며, 출하 대수와 실제로 일하는 로봇 대수는 다른 숫자입니다.
8. 마무리하며
두산로보틱스는 사람 모양을 포기했고, 테슬라는 자동차 라인을 뜯어 사람 모양 로봇을 만들고 있으며, 중국은 그 사이에 수천 대를 내보냈고, 웨이모는 아예 바퀴 넷 달린 몸으로 이미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같은 감속기와 같은 카메라와 같은 VLA 모델 위에서 이렇게 다른 답이 나온다는 것은, 이 산업이 아직 정답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지금이 지도를 그려둘 만한 시점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몸값의 절반은 관절에 있다’는 이번 시리즈의 프레임은 완성체 단계에서 한 문장이 더 붙습니다 — 그 관절을 몇 개 달 것인가를 정하는 순간, 그 회사가 어느 현장에 들어갈 수 있고 언제쯤 값이 맞을지가 함께 정해집니다.
그런데 정답이 없다는 것과 아무 답이나 된다는 것은 다릅니다. 네 회사가 고른 답은 제각각이지만 고른 이유는 같습니다 — 자기가 이미 가진 것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팔을, 테슬라는 자동차 라인과 비전 소프트웨어를, 중국 업체들은 부품 공급망을, 웨이모는 십수 년 쌓은 주행 기록을 각각 밑천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완성체 회사를 볼 때 던질 질문은 어느 형태가 옳은가가 아니라, 그 회사가 고른 형태가 그 회사가 가진 것과 맞는가입니다. 가진 것이 부품이면 부품에서 올라오는 길이 자연스럽고, 가진 것이 현장이면 그 현장을 첫 시험대로 삼는 길이 자연스럽습니다. 맞지 않는 형태를 고른 회사는 그 간극을 돈과 시간으로 메워야 하고, 그 비용이 6절에서 본 값 경쟁의 밑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다음 편은 마지막 편입니다. 지금까지 몸을 만들었으니, 이제 그 몸을 움직이는 쪽으로 갑니다.
- 4부 — 두뇌(AI 반도체·VLA·데이터): 1부에서 개념만 짚은 VLA 모델이 실제로 어떻게 학습되는지, 온보드 추론칩이 왜 엔비디아 중심으로 굳어졌는지, 시뮬레이션과 합성 데이터가 왜 별도의 산업층이 됐는지, 그리고 이 단계의 진짜 병목인 로봇 행동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쌓고 있는지를 다룹니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캡스톤 해석도 이 편에서 함께 정리하겠습니다.
4부에서는 같은 세 진영이 한 번 더 갈라집니다. 이번에는 몸이 아니라 두뇌를 두고서인데, 몸을 직접 만들기로 한 쪽이 두뇌까지 직접 만들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 산업의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Core Asset Insight(코어에셋인사이트)는 목표주가를 제시하거나 저평가·고평가를 판정하지 않으며, 기업과 산업의 사업구조·기술·밸류체인에서의 위치를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본문의 수치는 작성 시점에 공시·발표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확정된 사실과 회사가 밝힌 계획, 제3자 기관·언론의 추정을 구분해 표기했습니다. 공시와 시장 상황은 이후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자료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본문에 언급된 종목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으며, 글의 발행 전후 일정 기간에는 해당 종목을 매매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