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밸류체인 총정리 ②] 부품(액추에이터·감속기·센서), 몸값의 절반이 여기 있다

2026년 4월, LG전자 대표이사 류재철은 로봇 사업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로봇 시장이 커지면서 관심이 로봇 전체 비용의 40~50%를 차지하는 액추에이터로 옮겨가고 있고, 이 부분이 바로 LG전자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만들던 회사가 로봇 관절을 직접 만들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실제로 LG전자는 그해 초 CES에서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을 처음 공개했고, 창원에 파일럿 라인을 깔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현대차그룹은 공식 자료에서 액추에이터를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하는 재료비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부품”이라고 못 박고, 2028년까지 연 35만 개 이상을 만들 제조시설을 짓겠다는 목표를 내놨습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산업용 로봇 감속기의 최대 공급사인 나브테스코가 휴머노이드 수요를 예상해 RV 감속기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두 배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가전 회사도, 완성차 회사도, 60년 넘은 부품 회사도 지금 전부 같은 부품 하나를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1부에서 ‘몸값의 절반은 관절에 있다’고 했던 바로 그 관절입니다. 오늘은 그 관절과, 관절 못지않게 중요한 감각·전원 부품까지, 로봇의 ‘몸’을 이루는 부품 단계를 통째로 들여다보겠습니다.

1. 왜 부품에서 시작하는가 — 원가의 절반이 걸린 자리

1부에서 우리는 BofA가 추정한 2030년 휴머노이드 부품 원가 구조를 봤습니다. 선형 액추에이터 27%, 회전 액추에이터 24%, 정교한 손 19%, 제어 시스템 10%, 비전·센서 4%, 에너지 4%였습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재료비 60%’와 LG전자의 ‘전체 비용 40~50%’가 겹쳐집니다. 추정 기관마다 숫자는 갈리지만, 실제로 로봇을 만들거나 부품을 팔려는 당사자 두 곳이 같은 방향의 숫자를 스스로 내놨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산업에서 부품 단계를 건너뛰고 완성체와 소프트웨어만 보는 것은, 원가의 절반 이상을 보지 않고 산업을 읽겠다는 뜻이 됩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BOM, 제품 하나를 뜯어 적은 부품 명세서 BOM(Bill of Materials, 자재명세서)은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품과 그 값을 전부 적어놓은 목록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BOM의 몇 %’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완성품 값이 아니라 재료비 안에서의 비중이라는 뜻입니다. 증권사와 조사기관이 신제품을 뜯어 부품을 하나씩 확인하고 값을 매기는 ‘분해 분석(teardown)’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완성품 가격은 회사가 마케팅 판단으로 정하지만, BOM은 그 제품이 실제로 어떤 기술 위에 서 있는지를 숨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손을 액추에이터에 포함하느냐, 제어기를 관절에 넣느냐 같은 분류 방식에 따라 같은 제품에서도 비중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은 늘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관절이 이렇게 비쌀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 개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옵티머스에는 액추에이터가 약 40개, 중국산 휴머노이드에는 약 50개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도 한 대당 30개 이상이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1부에서 본 자유도(DOF) 개념을 떠올려보시면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축 하나에는 반드시 그 축을 돌리는 액추에이터 하나가 따라붙고, 그 안에는 모터·감속기·엔코더·제어기가 한 세트로 들어갑니다. 손 하나에 자유도가 16개면 그 손 안에만 액추에이터가 십수 개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구조가 왜 중요한지는 반도체와 나란히 놓고 보면 선명해집니다. 반도체는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더 촘촘히 넣을수록 칩 하나당 원가가 떨어졌습니다. 집적이 곧 원가 절감이었습니다. 로봇 관절은 정반대입니다. 로봇을 더 똑똑하고 정교하게 만들려면 자유도를 늘려야 하고, 자유도를 늘리면 관절 개수가 그만큼 늘어나며, 개수가 늘면 원가도 비례해서 늘어납니다. 성능을 올리는 방향과 원가를 낮추는 방향이 서로 반대로 당기는 셈입니다. 이 산업에서 원가를 떨어뜨릴 방법이 사실상 ‘많이 만드는 것’ 하나뿐인 이유가 여기 있고, 물량이 원가를 만들고 원가가 다시 물량을 부르는 구조입니다.

부품 단계는 다시 다섯 갈래로 나뉩니다. 오늘 이 다섯 갈래를 순서대로 따라가겠습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부품 갈래 이 부품이 하는 일 이 편에서 만날 기업
① 감속기 모터의 빠른 회전을 느리고 강한 회전으로 바꾼다 — 관절 정밀도의 8할이 여기서 결정 에스피지, 에스비비테크 /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 나브테스코, 뤼더셰보
② 모터·액추에이터 모듈 힘을 만들고, 감속기·센서·제어기와 묶어 관절 하나를 통째로 납품한다 로보티즈, 삼현, 하이젠알앤엠, 현대모비스, LG전자 / 유니트리, 삼화지공, 탑박집단
③ 직선운동 부품 회전을 직선 왕복으로 바꾼다 — 다리·허리처럼 큰 힘이 걸리는 곳에 쓰임 THK, NSK, SKF (국내 상장 공급사는 아직 형성 중)
④ 감각 센서 보고(카메라·라이다), 균형 잡고(관성센서), 만진다(힘·촉각센서) LG이노텍, 삼성전기, 에스오에스랩 / 허사이, RoboSense, TDK, Bosch
⑤ 배터리·전력관리 몇 시간을 버틸지, 순간 힘을 얼마나 낼지를 결정한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 CATL, EVE

1부에서 이 산업이 일직선 조립 라인이 아니라 분산형이라고 했는데, 부품 단계 안에서도 같은 성격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이 다섯 갈래는 서로 순서대로 이어지는 공정이 아니라, 각자 다른 기술과 다른 나라가 장악한 독립 시장입니다. 감속기 회사와 배터리 회사는 서로 경쟁하지도 협력하지도 않으며, 오직 완성체 회사의 조립대 위에서만 만납니다.

2. 감속기 — 60년 굳은 자리와 그것을 흔드는 두 나라

1부에서 하모닉 드라이브의 파동기어 원리를 설명했습니다. 딱딱한 고정 링 안에서 톱니가 두 개 적은 말랑한 컵이 타원으로 변형되며 아주 천천히 밀려나는 구조, 그래서 부품 세 개만으로 한 단에 100:1이 넘는 감속비를 내면서도 백래시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RV(사이클로이드) 감속기는 2단 구조로 부하용량과 충격 저항이 강해 베이스·어깨 같은 중하중 축에 쓰이고, 하모닉은 손목과 소형 관절에 쓰인다는 분업 구조도 함께 짚었습니다. 오늘은 그 위에서, 이 시장을 실제로 누가 쥐고 있고 왜 아직 뚫리지 않는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 일본 — 두 회사가 각자의 차선을 나눠 쥐고 있습니다

이 시장의 구조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두 회사가 서로 다른 차선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가 파동기어 쪽을, 나브테스코가 RV 쪽을 각각 쥐고 있고, 둘은 정면으로 부딪히기보다 로봇 한 대 안에서 부위를 나눠 들어갑니다.

  •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 [도쿄 6324] — 파동기어 감속기를 1962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회사입니다. HDIN Research 기준 2023년 파동기어 세그먼트의 약 85%를 계열이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핵심 경쟁력은 1부에서 짚은 플렉스플라인 제조 공정에 있습니다. 벽 두께 1mm 미만의 고강도강을 마이크론 단위로 깎고, 그것이 수억 번 변형돼도 깨지지 않게 만드는 재료·열처리 공정이 지금도 영업비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말 기준 총자산 약 1,114억 엔, 자기자본비율 72.2%로 재무 구조가 매우 보수적인데, 이는 산업용 로봇 수요가 사이클을 크게 타는 업종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한 선택으로 읽힙니다.
  • 나브테스코 [도쿄 6268] — RV 감속기로 관절형 산업용 로봇 시장의 약 35%를 점유하는 단일 최대 공급사이며, 중대형 산업용 로봇 기준으로는 약 60%에 나브테스코 제품이 들어간다는 집계도 있습니다(기준이 다르므로 두 숫자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4년 한 해 공급한 RV 감속기가 160만 개 이상이고, FANUC·ABB·KUKA·야스카와 등 세계 주요 로봇 OEM이 모두 고객입니다. 회사 전체 매출은 FY2024 기준 약 13억 달러 규모입니다. 2023년 슬로바키아의 사이클로이드 감속기 업체 스피네아(Spinea)를 인수했고, 휴머노이드 수요를 내다보고 RV 감속기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두 배로 늘리는 증설을 진행 중입니다.

여기서 자주 인용되는 ‘일본 두 회사가 정밀 감속기의 75%를 쥐고 있다’는 표현은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각자의 차선 안에서 지배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밀 감속기 전체를 놓고 두 회사를 합산하면 시장조사기관 Dataintelo 기준 2025년 매출 점유율이 약 45~50% 수준입니다. 유성감속기처럼 값싼 제품군까지 포함하면 그림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느 세그먼트를 놓고 세느냐에 따라 45%에서 85%까지 벌어지는 숫자라, 이 시리즈에서는 인용할 때마다 기준을 함께 밝히겠습니다.

🇨🇳 중국 — 아래에서 뚫는 쪽은 감속기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 부품 회사입니다

중국의 추격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선두에 선 회사들이 원래 감속기 전문업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동차 기어와 부품을 대량으로 깎아온 회사들이 그 설비와 공정을 로봇 감속기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감속기를 처음부터 배운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설비의 쓰임을 넓힌 것이라, 초기 투자 부담이 훨씬 가볍습니다.

  • 뤼더셰보(綠的諧波) [상하이 STAR 688017] — 중국 하모닉 감속기 1위 업체로, 중국 내 60% 이상, 세계 기준으로도 30%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5년 1분기 기준 로봇용 매출 비중이 30%에 이릅니다. 일본이 40년간 쥐고 있던 파동기어 시장을 정면이 아니라 가격에서 파고드는 대표 사례입니다.
  • 쌍환전동(雙環傳動) [중국] — 원래 자동차용 기어를 만들던 회사인데 RV와 하모닉 양쪽에 진출했고, 테슬라 옵티머스와 유니트리에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2026년 가동 예정인 쑤저우 신공장은 연간 50만 개 규모의 감속기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중대력덕(中大力德) [중국] — 피규어AI의 감속기 공급사 중 하나로 거명되는 업체입니다. 서방의 대표적 휴머노이드 기업조차 중국 감속기 공급망에 이미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이 산업의 공급망 지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중국이 이 구간에서 유리한 배경은 감속기 기술 하나만이 아닙니다. 한 자산운용사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영구자석 가공능력의 약 90%, 정밀 베어링의 약 40%, 모터의 약 35%, 전력 반도체의 약 30%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2024년 한 해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가 29만 5,000대로 세계의 절반을 넘었고, 가동 중인 공장 로봇도 약 203만 대에 이릅니다. 전기차 시대에 쌓아둔 부품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그대로 휴머노이드 쪽으로 돌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 한국 — 국산화는 이뤘고, 지금은 신뢰를 쌓는 구간입니다

  • 에스피지 [코스닥 058610] — 1991년 설립돼 2002년 코스닥에 상장한 정밀 모터·감속기 전문기업입니다. 하모닉형(SH)·RV형(SR)·유성형 세 종류를 모두 양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 기업이라는 점이 핵심 경쟁력입니다. 1부에서 본 대로 로봇 한 대 안에서도 부위마다 필요한 감속기가 다르기 때문에, 세 종류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로봇 제조사 입장에서 설계와 조달을 크게 줄여줍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양팔로봇 RB-Y1에 감속기를 공급하고 있고, 감속기·모터·제어기를 하나로 묶은 SDD(SPG Direct Drive) 액추에이터를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LG사이언스파크와 고효율 액추에이터·감속기 기술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습니다.
  • 에스비비테크 [코스닥 389500] — 베어링 회사에서 출발해 2013년 국내 최초로 하모닉 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입니다(제품명 ‘로보드라이브’). 베어링 회사가 감속기로 넘어온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 하모닉 드라이브의 웨이브 제너레이터 안에는 얇고 유연한 특수 볼베어링이 들어가는데, 이 베어링을 다루는 기술이 곧 감속기 기술의 한 축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감속기 단품을 넘어 모터·제어기를 통합한 액추에이터 구동모듈과 유성기어로 사업을 넓히고 있고, 방산 쪽에서는 K9 자주포에 하모닉 감속기를 납품한 이력을 확보했습니다. 조선·방산 시리즈에서 다룬 K9이 로봇 부품사의 레퍼런스로 다시 등장하는 셈입니다.

국내 두 회사를 볼 때 반드시 함께 봐야 할 것이 실제 매출 규모입니다. 에스피지의 2025년 연간 실적은 매출 3,417억원·영업이익 179억원(확정)인데, 매출의 65%가 냉장고 등에 들어가는 팬모터, 30%가 기어드모터이고 로봇용 정밀감속기 비중은 3% 수준입니다. 팬모터는 소품종 대량생산이라 영업이익률이 2~3%에 그칩니다. 다만 정밀감속기 매출 자체는 2023년 76억원, 2024년 102억원, 2025년 140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고, 2026년 1분기에는 매출이 808억원(YoY -13.4%)으로 줄었는데도 영업이익은 45억원(YoY +9.7%)으로 늘었습니다. 매출이 줄었는데 이익이 늘었다는 것은 마진이 얇은 팬모터 대신 마진이 두꺼운 감속기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 회사를 볼 때 ‘매출이 얼마나 컸는가’보다 ‘무엇을 팔아 이익을 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인 이유입니다.

⚠️ 국산화 소식을 읽을 때 주의할 점 ‘국산화 성공’과 ‘양산 공급’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있습니다. 에스비비테크가 하모닉 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한 것은 2013년인데, 그로부터 10년 넘게 매출은 크지 않았습니다. 감속기는 한 번 고장 나면 로봇 전체가 멈추는 부품이라, 고객사가 ‘수억 번 돌려도 안 깨진다’는 것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하기 전에는 채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한 번 채택되면 오래 갑니다. 이 구간의 기업 뉴스를 볼 때는 개발 성공이나 전시회 출품보다, 어느 고객사의 어느 모델에 실제로 들어갔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3. 모터와 액추에이터 모듈 — 부품 하나에서 관절 통째로

감속기가 힘을 바꾸는 부품이라면, 모터는 애초에 힘을 만드는 부품입니다. 그리고 최근 이 구간에서 벌어지는 가장 큰 변화는 기술 자체보다 ‘파는 단위’에 있습니다 — 감속기 따로, 모터 따로 팔던 회사들이 관절 하나를 통째로 묶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① 로봇 모터는 왜 일반 모터와 다른가

로봇 관절에 쓰이는 모터는 대부분 BLDC(브러시리스 직류) 모터입니다. 이름의 ‘브러시가 없다’는 말부터 풀어보겠습니다. 전통적인 직류 모터는 회전자에 전기를 계속 흘려주기 위해 브러시라는 접점이 축에 붙어 마찰하며 돌아갑니다. 이 방식은 구조가 단순하고 싸지만, 브러시가 계속 닳아 수명이 짧고 마찰로 열과 소음, 전기 불꽃이 생깁니다. BLDC는 이 브러시를 없애고, 대신 회전자에 영구자석을 박은 뒤 바깥쪽 고정자 코일에 전류를 순서대로 흘려 자기장을 회전시켜 자석을 끌고 갑니다. 브러시 대신 전자회로가 순서를 조율하는 것입니다. 닳는 접점이 없으니 수명이 길고, 같은 크기에서 더 큰 힘을 내며, 회전 각도를 훨씬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사람 옆에서 수년간 조용히 일해야 한다는 조건에서 사실상 다른 선택지가 없는 방식입니다.

휴머노이드용 모터에서 특히 중요한 지표가 1부에서 짚은 토크 밀도(무게 1kg당 낼 수 있는 회전력)입니다. 로봇은 짐뿐 아니라 자기 팔의 무게도 스스로 들어야 하므로, 모터가 무거워지면 그걸 드느라 더 큰 모터가 필요해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그래서 이 구간에서는 케이스와 축을 없애고 고정자·회전자만 납품해 로봇 몸체 자체를 케이스로 쓰는 ‘프레임리스 모터’ 같은 방식이 널리 쓰입니다. 모터의 겉껍데기 무게마저 아까운 것이 이 산업의 현실입니다. 여기서 중국이 전 세계 영구자석 가공능력의 약 90%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무게를 갖습니다 — BLDC 모터의 힘은 결국 그 안에 박힌 자석의 세기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② QDD와 SEA — 관절을 설계하는 두 가지 철학

1부에서 용어만 짚고 넘어간 QDD와 SEA를 여기서 풀겠습니다. 이 둘은 부품이 아니라 ‘관절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서로 다른 답입니다.

💡 쉽게 비유하면 — 손목에 힘을 주는 두 가지 방법 무거운 문을 미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방법 하나는 팔을 뻣뻣하게 고정하고 정확히 정해진 각도까지 미는 것입니다. 정밀하지만 문 뒤에 사람이 서 있으면 그대로 밀어버립니다. 다른 하나는 팔에 힘을 조금 빼고 문에 닿는 느낌을 살피며 미는 것입니다.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뭔가 걸리면 곧바로 알아채고 멈출 수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은 오랫동안 앞의 방식이었고, 사람 옆에서 일해야 하는 피지컬 AI는 뒤의 방식을 필요로 합니다. QDD와 SEA는 이 ‘힘을 빼고 느끼는 능력’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해법입니다.

QDD(Quasi-Direct Drive, 준직접구동)는 감속비를 확 낮춘 방식입니다. 100:1 같은 고감속비 대신 1:6~1:9 수준의 낮은 감속비를 쓰고, 대신 애초에 토크가 큰 모터를 씁니다. 왜 이렇게 할까요. 감속비가 높으면 힘은 커지지만 그만큼 반대 방향으로 되돌리기 어려워집니다 — 로봇 팔을 사람이 손으로 밀었을 때 꿈쩍도 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역구동성이 없다고 표현하는데, 역구동성이 없으면 로봇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감지하지 못하고, 감지하지 못하면 부딪혔을 때 멈추지도 못합니다. 감속비를 낮추면 모터 쪽에서 흐르는 전류만 읽어도 관절에 걸린 힘을 짐작할 수 있게 되어, 별도의 힘 센서 없이도 접촉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니트리 같은 중국 업체들이 저가 QDD 모듈로 빠르게 시장을 넓힌 배경에는, 이 방식이 정밀 감속기 의존도를 낮춘다는 점도 있습니다. 연속 토크 밀도는 대체로 7~20Nm/kg 수준입니다.

SEA(Series Elastic Actuator, 직렬탄성 액추에이터)는 접근이 다릅니다. 모터와 관절 사이에 일부러 스프링을 하나 끼워 넣습니다. 언뜻 정밀도를 스스로 깎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스프링이 눌린 정도를 측정하면 관절에 걸린 힘을 곧바로 계산할 수 있고(스프링이 곧 힘 센서가 됩니다), 갑작스러운 충격이 모터와 감속기로 그대로 전달되는 것도 막아줍니다. 이족보행 로봇처럼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충격을 받는 구조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정리하면 QDD는 ‘기어를 줄여 투명하게 만드는 쪽’, SEA는 ‘중간에 완충재를 넣어 부드럽게 만드는 쪽’이며, 어느 쪽을 택하느냐가 그 로봇의 성격을 상당 부분 결정합니다.

③ 왜 지금 ‘모듈’로 파는가

이 구간에서 지금 벌어지는 변화의 핵심은 판매 단위입니다. 예전에는 감속기 회사가 감속기를, 모터 회사가 모터를 팔았고 로봇 제조사가 이를 사서 조립했습니다. 지금은 감속기·모터·엔코더·제어기를 하나로 묶은 ‘액추에이터 모듈’을 통째로 파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양쪽 모두에게 있습니다. 부품사 입장에서는 단품보다 모듈이 판매 단가가 훨씬 높고, 한 번 채택되면 고객사가 쉽게 바꾸지 못합니다. 로봇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품을 따로 사서 맞추는 설계·검증 부담을 통째로 넘길 수 있습니다. 특히 아직 업계 표준이 자리 잡지 않은 지금 국면에서는, 부품을 조합하는 일 자체가 상당한 엔지니어링이라 모듈로 받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 로보티즈 [코스닥 108490] — 액추에이터 모듈 ‘다이나믹셀’로 국내에서 이 흐름을 가장 오래 걸어온 회사입니다. 휴머노이드 전용 Q시리즈를 내놨고, LG전자가 2대 주주로 참여해 우즈베키스탄 생산공장 지분투자 협력까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지점은 이 회사가 부품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자사 로봇이 현장에서 모은 행동 데이터를 팔겠다는 ‘데이터 팩토리’ 사업을 준비 중인데, 이는 밸류체인 ②부(부품)와 ④부(두뇌)를 잇는 흔치 않은 시도입니다.
  • 삼현 [코스닥 437730] — 모터·감속기·제어기를 모두 자체 생산하는 3-in-1 수직통합이 차별점입니다. 400억원을 투입해 창원 제2공장에 연간 액추에이터 50만 개 규모의 자동화 라인을 짓는 계획을 진행 중인데, 이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회사 계획이며 아직 실현된 생산능력이 아닙니다.
  • 하이젠알앤엠 [코스닥 160190] — 국내 범용전동기 3위 업체에서 로봇 액추에이터로 방향을 트는 중입니다. 2025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R&D 과제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개발’ 총괄주관기관으로 선정된 것이 상징적입니다. 다만 서보·로봇 부문 매출 비중은 아직 15% 남짓이고 범용모터가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 현대모비스 [코스피 012330] — 2025년 7월 로보틱스사업실을 신설했고, 2026년 1월 CES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차세대 아틀라스 양산 시점의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기로 하며 로보틱스 첫 고객사를 확보했습니다. 회사가 밝힌 진출 논리가 흥미롭습니다 — 차량용 부품 설계 역량과 축적된 양산 경험에 ‘가장 가까운 시장’이 로봇 액추에이터라는 것입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액추에이터 외에 그리퍼·퍼셉션 모듈·헤드 모듈·제어기·배터리팩까지 양산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 LG전자 [코스피 066570] — 2026년 CES에서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을 공개하고 창원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습니다. 회사는 2030년경 액추에이터 사업을 전사 경영성과에 의미 있게 기여할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계획입니다. LG그룹 전체로 보면 LG전자의 액추에이터, LG이노텍의 센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한 그룹 안에 모여 있다는 점이 이 시리즈에서 눈여겨볼 구조입니다.
  • 유니트리 [상하이 STAR 688836] · 삼화지공(三花智控) · 탑박집단(拓普集團) [중국] — 유니트리는 자사 로봇에 쓰는 QDD 모듈을 외부에도 팔며 저가 시장을 넓혔고, 삼화지공과 탑박집단은 원래 자동차 부품 회사였다가 액추에이터 통합 모듈로 넘어와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고객사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감속기에서 본 것과 똑같은 패턴 — 자동차 부품 회사가 로봇 부품 회사로 갈아타는 흐름 — 이 여기서도 반복됩니다.

④ 잊히기 쉬운 부품 — 회전을 직선으로 바꾸는 스크류

1부에서 인용한 BofA 추정에서 가장 큰 항목은 회전 액추에이터(24%)가 아니라 선형 액추에이터(27%)였습니다. 그런데 로봇 이야기에서 선형 액추에이터는 감속기만큼 자주 언급되지 않습니다. 선형 액추에이터란 회전이 아니라 직선으로 밀고 당기는 관절인데, 사람의 무릎이나 허리처럼 큰 힘이 순간적으로 걸리는 부위에 주로 쓰입니다. 모터는 회전만 할 수 있으므로 이 회전을 직선 왕복으로 바꿔주는 부품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볼스크류와 유성 롤러스크류가 맡습니다.

원리는 나사와 너트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나사를 돌리면 너트가 앞뒤로 움직이는데, 이 나사와 너트 사이에 구슬을 넣어 마찰을 줄인 것이 볼스크류입니다. 유성 롤러스크류는 구슬 대신 나사산이 새겨진 작은 롤러 여러 개를 축 주위에 유성처럼 배치한 구조로, 접촉면이 점이 아니라 선으로 늘어나 같은 크기에서 훨씬 큰 하중을 견디고 수명도 깁니다. 대신 가공 난도가 극도로 높고,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세계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일본 THK [도쿄 6481]와 NSK [도쿄 6471], 스웨덴 SKF [스웨덴] 같은 소수 업체가 이 시장을 쥐고 있고, 리드타임이 길어 휴머노이드 양산의 실질적 제약 중 하나로 꼽힙니다. 국내에는 아직 이 구간을 대표할 상장 공급사가 뚜렷하게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도 함께 봐둘 만합니다.

4. 감각 — 로봇이 세상을 읽는 세 가지 통로

관절이 갖춰져도 로봇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자기 몸이 지금 어떤 자세인지, 손끝에 무엇이 닿았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습니다. 1부에서 카메라와 라이다의 원리를 짚었으니, 여기서는 그 위에 나머지 감각과 실제 기업들을 얹겠습니다.

① 시각 — 카메라와 라이다, 그리고 원가의 진짜 위치

1부에서 설명했듯 카메라는 빛의 세기와 색을 평면에 받아 적고 거리는 신경망이 추론하는 방식이고, 라이다는 레이저를 쏘아 돌아오는 시간을 재서 거리를 직접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한 겹 더 들어가면 라이다 산업의 경제학이 보입니다. 라이다에서 원가의 60~70%를 차지하는 부품은 레이저도 렌즈도 아니라 SPAD(단일광자 애벌란치 다이오드)라는 반도체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SPAD, 광자 한 개를 세는 반도체 라이다가 수십 미터 밖으로 쏜 레이저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올 때, 되돌아오는 빛의 양은 극히 미미합니다. 이 희미한 빛을 감지하려면 광자(빛 알갱이) 하나가 들어와도 그것을 전기 신호로 증폭해낼 수 있는 소자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SPAD입니다. 광자 하나가 만든 아주 작은 전하를 눈사태(애벌란치)처럼 증폭시킨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입니다. 여기에 나노초 단위의 시간을 정확히 재는 회로가 함께 들어갑니다. 즉 라이다 경쟁은 겉보기에는 광학 부품 경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반도체 경쟁에 가깝고, 라이다 값이 8년 만에 99.5% 떨어질 수 있었던 것도 이 반도체가 대량생산 원가곡선을 탔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못하는 업체는 원가의 3분의 2를 남에게 맡긴 채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LG이노텍 [코스피 011070] —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세계 1위 기업입니다. 2026년 2분기 광학솔루션 부문 매출이 4조6,106억원(YoY +11.4%)으로, 이 회사의 본체가 여전히 모바일·차량용 카메라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로봇 쪽 행보는 구체적입니다 —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아틀라스용 비전 센싱 시스템을 공동개발 중이며 고객사 일정에 맞춰 2027~2028년 양산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고, 피규어AI에도 투자했으며, 카카오모빌리티와 자율주행 솔루션 협약을 맺었습니다. 회사는 2030년까지 모빌리티 센싱 솔루션 매출을 2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는 아직 목표 단계입니다.
  • 삼성전기 [코스피 009150] — 광학솔루션과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라는 두 축을 가진 회사입니다. 휴머노이드는 관절마다 모터와 제어회로가 들어가 MLCC를 대량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카메라와 수동부품 양쪽에서 수요가 생기는 이중 접점이 LG이노텍과의 차별점입니다. 2025년 12월에는 노르웨이 전기모터 스타트업 알파 인더스트리즈에 지분을 투자하며 구동 쪽으로도 발을 넓혔습니다.
  • 에스오에스랩 [코스닥 464080] — 현대차 로보틱스랩의 이동형 플랫폼 모베드(MobED)에 라이다를 공급하는 국내 상장 라이다 기업입니다. 다만 규모는 아직 작습니다 — 2025년 매출은 60억 8,600만원, 영업손실은 161억원이었습니다(2025 사업보고서). 회사는 2025년 10월 모베드·플러드 두 플랫폼에 합계 약 200억원 규모의 라이다 공급이 확정됐다고 밝혔는데, 공시의 수주현황 표에는 이 건이 올라 있지 않아 매출로 얼마씩 언제 잡힐지는 아직 공시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 허사이 [나스닥 HSAI · 홍콩 2525] · RoboSense [홍콩 2498] — 중국 라이다 진영의 두 축입니다. 허사이는 Yole 집계 기준 2024년 매출 기준 세계 자동차 라이다 1위이며 로보택시용에서는 60%대를 점유합니다. 라이다 가격을 8년 만에 99.5% 끌어내린 주역이자, 그 하락으로 자기 시장을 스스로 좁힌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② 균형 — 관성센서(IMU)

이족보행 로봇이 넘어지지 않는 비결은 시각이 아니라 관성센서에 있습니다. IMU(관성측정장치)는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를 묶은 부품으로, 가속도계는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속도가 바뀌는지를, 자이로스코프는 얼마나 기울어지고 회전하는지를 잽니다. 사람의 귓속 전정기관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로봇은 이 값을 초당 수백~수천 번 읽어 무게중심이 지지면 밖으로 벗어나기 전에 발을 내딛거나 상체를 기울여 균형을 되찾습니다. 걷는 로봇이 어색해 보이지 않으려면 이 계산이 사람의 반사신경보다 빨라야 합니다. 이 시장은 독일 보쉬 센서텍, 일본 TDK 계열(인벤센스), 미국 아날로그디바이시스 같은 업체가 오래 쥐고 있으며, 국내에는 아직 이 구간을 대표할 만한 상장 기업이 없습니다.

③ 촉각 — 지금 가장 빠르게 열리는 자리

1부에서 힘 제어와 위치 제어의 차이를 짚었는데, 힘 제어를 하려면 힘을 잴 수 있어야 합니다. 손목에 붙어 여섯 방향의 힘과 회전력을 동시에 재는 힘·토크 센서, 그리고 사람 피부처럼 표면 전체에 깔려 접촉과 압력을 감지하는 촉각 센서가 그 역할을 합니다. 촉각 센서는 초정밀·초박형이면서 구부러져야 하고, 로봇 손처럼 계속 움직이는 부위에서 수백만 번 눌려도 성능이 유지돼야 해 개발 난도가 매우 높은 고부가 부품으로 꼽힙니다.

이 자리가 지금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6년 7월 LG이노텍은 일본 TDK와 피지컬 AI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차세대 비전 센싱 모듈과 촉각 센싱 모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LG이노텍의 광학·초정밀 설계 기술과 TDK의 관성·위치·압력·온도 센서 기술을 결합하는 구조로, 촉각 센싱 모듈은 2027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협력의 방향입니다 — 카메라 하나를 잘 만드는 경쟁에서, 여러 센서를 하나의 모듈로 묶어 파는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전 모듈 안에 관성센서를 함께 넣으면 로봇이 움직일 때 생기는 영상 흔들림을 그 자리에서 보정할 수 있고, 로봇 제조사는 센서를 따로 사서 연결하고 보정하는 작업을 통째로 덜 수 있습니다. 3절에서 본 액추에이터의 ‘모듈화’와 정확히 같은 흐름이 감각 쪽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5. 전원 — 두 시간짜리 몸을 하루로 늘리는 문제

1부에서 휴머노이드의 연속 작동 시간이 대체로 두 시간에서 길어야 여덟 시간 수준이라고 짚었습니다. 이 구간이 왜 어려운지는, 로봇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와 요구 조건이 전혀 다르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 쉽게 비유하면 — 마라토너의 심장과 역도선수의 심장 전기차 배터리는 마라토너에 가깝습니다. 몇 시간 동안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에너지를 내주면 되고, 무게는 차체가 감당해주니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반면 휴머노이드 배터리는 역도선수에 가깝습니다. 로봇이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그 순간 관절 수십 개가 동시에 최대 출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아주 큰 힘을 뿜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그 배터리를 로봇이 스스로 등에 지고 다녀야 하니 가벼워야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충전과 방전을 반복해야 하며, 무엇보다 사람 바로 옆에서 작동하므로 불이 나면 안 됩니다. 업계에서 정리하는 로봇용 배터리의 요구 조건은 대체로 네 가지입니다 — 높은 에너지밀도와 급속충전, 순간 피크를 감당하는 고출력, 사람 근접 환경에서의 안전성, 그리고 로봇 몸통의 빈 공간에 맞춰 형상을 바꿀 수 있는 설계 유연성입니다. 이 네 가지가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에너지밀도를 높이면 안전성이 나빠지고, 안전을 위해 보호 구조를 두껍게 하면 무거워집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이 구간에서 내놓는 답이 서로 조금씩 다른 이유입니다.

  • 삼성SDI [코스피 006400] — 로봇 시대의 핵심 전원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고체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방식으로, 불이 붙을 수 있는 액체가 없어 안전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고 에너지밀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회사는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회사 목표), 2026년 인터배터리에서 휴머노이드용 파우치형 전고체 샘플을 공개했습니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과는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 양해각서를 맺고 충·방전 성능과 수명 평가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력·원전 시리즈에서 ESS 기업으로 다뤘던 회사가 로봇 전원 공급자로 다시 등장하는 셈입니다.
  • LG에너지솔루션 [코스피 373220] — 고성능 원통형 배터리를 앞세워 로보틱스와 드론 쪽으로 적용 사례를 넓히고 있습니다. 원통형은 규격이 표준화돼 있어 여러 개를 묶어 원하는 용량을 만들기 쉽고 개별 셀이 견고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로봇처럼 형상 제약이 큰 기기에는 이 조합 자유도가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 SK온 [SK이노베이션 계열 비상장사] — 하이니켈 삼원계(NCM) 배터리를 물류 로봇 등에 적용하며 진입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구간에서도 확정과 목표를 구분해야 합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 로봇용 배터리 시장 규모 전망은 모두 아직 실현되지 않은 숫자입니다.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뿐입니다 — 현재 배터리로는 휴머노이드를 24시간 굴릴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래서 완성체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를 키우는 대신 교체형 팩과 무선충전 같은 우회로를 먼저 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6. 그늘도 있다 — 균형 잡힌 시각

부품 단계는 이 산업에서 가장 실체가 뚜렷한 구간입니다. 실제로 깎아서 파는 물건이 있고, 고객사 이름이 있고, 매출이 잡힙니다. 그럼에도 반대편을 함께 봐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실적과 테마의 거리가 여전히 멉니다. 에스피지의 로봇용 정밀감속기 매출 비중은 3% 수준이고, 하이젠알앤엠의 서보·로봇 부문도 15% 남짓이며,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로봇향 매출은 전체 대비 미미합니다. 이 회사들의 본업은 여전히 가전 모터이고 스마트폰 카메라이고 범용 전동기입니다. 로봇 매출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본업의 업황이 실적을 좌우하며, 로봇 뉴스로 주가가 움직이더라도 그것이 곧 실적 변화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둘째, 중국의 원가 공세가 국산화 진영에게는 양날의 검입니다. 일본 과점이 흔들리는 것은 한국에도 기회지만, 그 균열을 만들고 있는 쪽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입니다. 국내 부품사는 일본과 기술로 겨루기도 전에 아래에서 올라오는 가격 경쟁을 먼저 만나는 구도이며, 이는 반도체 시리즈에서 다룬 소부장 국산화와도, 전력·원전 시리즈의 중전기 국산화와도 결이 다른 어려움입니다.

셋째, 완성체 업체의 내재화가 부품사에게는 기회이자 위협입니다. 현대모비스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첫 고객사를 확보한 것은 그룹 안에서 벌어진 일이고, 테슬라는 액추에이터를 자체 설계합니다. 완성체 회사가 핵심 부품을 직접 만들기로 하면 외부 부품사의 시장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지금 부품사들이 앞다퉈 단품에서 모듈로 올라가려는 것도, 단품만 팔아서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넷째, 이 구간의 성장은 결국 완성체 대수에 종속돼 있습니다. 감속기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휴머노이드가 실제로 몇만 대씩 팔리지 않으면 매출은 늘지 않습니다. 1부에서 본 대로 테슬라도 현대차도 아직 양산 대수를 확정 공개하지 않았고, 이 불확실성은 그대로 부품사에 전이됩니다.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이 편에 나온 숫자 중 확정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에스피지 2025년 매출 3,417억원·영업이익 179억원, 2026년 1분기 매출 808억원·영업이익 45억원, 정밀감속기 매출 추이(2023년 76억원 → 2024년 102억원 → 2025년 140억원), LG이노텍 2026년 2분기 광학솔루션 매출 4조6,106억원, 나브테스코 2024년 RV 감속기 공급 160만 개 이상, 현대모비스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액추에이터 공급 합의. 반면 다음은 회사가 제시한 목표이거나 조사기관의 추정입니다 — 삼현의 연 50만 개 액추에이터 라인(2027년 완공 목표), LG전자의 2030년 액추에이터 사업 규모, LG이노텍의 2030년 모빌리티 센싱 매출 2조원, 삼성SDI의 전고체 2027년 하반기 양산, 나브테스코의 RV 생산능력 2배 증설, 쌍환전동의 쑤저우 연 50만 개 공장, 그리고 모든 점유율 수치. 특히 감속기 점유율은 세그먼트 정의에 따라 45%에서 85%까지 벌어지므로,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7. 이 부품 지도가 말해주는 것 — 다섯 가지 해석

여기까지가 사실입니다. 이 사실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부품 목록 너머로 몇 가지 구조가 드러납니다.

① 이 산업은 반도체와 정반대 방향으로 원가가 움직입니다

반도체 시리즈에서 우리는 미세공정이 곧 경쟁력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다뤘습니다.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더 촘촘히 넣을수록 성능은 오르고 개당 원가는 떨어지는 구조였습니다. 로봇 관절은 이 법칙이 통하지 않습니다. 로봇을 더 정교하게 만들려면 자유도를 늘려야 하고, 자유도 하나는 액추에이터 하나를 뜻하며, 액추에이터는 아무리 작게 만들어도 개수만큼 값이 붙습니다. 손 하나에 자유도 16~22개, 로봇 한 대에 액추에이터 40~50개라는 숫자가 그대로 원가표가 되는 셈입니다. 집적으로 원가를 낮출 길이 막혀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산업에서 원가를 떨어뜨리는 방법은 사실상 하나뿐입니다 — 같은 것을 아주 많이 만드는 것. 테슬라가 관절 액추에이터 시스템 원가를 약 3만8,000달러에서 약 9,000달러로 낮췄다고 밝힌 것도, 새로운 원리를 발명해서가 아니라 설계를 재사용하고 규모를 키운 결과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왜 중국이 이 구간에서 유독 강한지, 왜 완성차 회사가 부품까지 직접 만들려 하는지가 한꺼번에 설명됩니다. 둘 다 ‘많이 만드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가 기술 난도의 게임이었다면, 피지컬 AI 부품은 적어도 지금 국면에서는 양산 규모의 게임입니다.

② 병목 뒤에는 또 하나의 병목이 있습니다 — 감속기를 깎는 기계

1부에서 저는 ‘부품은 돈으로 늘릴 수 있지만 데이터는 시간으로만 쌓인다’고 썼습니다. 이번 편을 취재하며 그 문장에 한 겹을 더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부품도 돈만으로는 늘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부품을 깎는 기계가 또 하나의 병목이기 때문입니다.

하모닉 감속기의 플렉스플라인이나 유성 롤러스크류처럼 마이크론 단위 정밀도가 필요한 부품을 만들려면 고정밀 연삭 공작기계와 전용 절삭 공구가 있어야 하는데, 이 시장은 유럽과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이든 중국이든 감속기를 국산화하려면 그 감속기를 깎을 기계는 여전히 독일이나 일본에서 사 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도체에서 파운드리 경쟁의 승부를 사실상 ASML의 EUV 장비 배정이 갈랐던 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이 시리즈를 읽으며 ‘국산화’라는 단어를 만날 때마다, 그 국산화가 어느 층위의 국산화인지 — 완제품인지, 부품인지, 그 부품을 만드는 장비인지 — 를 한 번 더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보면 에스오에스랩이 라이다 원가의 60~70%인 SPAD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겠다는 것이 왜 단순한 원가 절감 이상의 의미를 갖는지도 함께 보입니다.

③ 부품사는 위로 올라가고, 완성품사는 아래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가장 뚜렷한 움직임은 양방향 침투입니다. 아래에서는 부품사가 올라옵니다 — 에스비비테크가 감속기 단품에서 액추에이터 구동모듈로, 에스피지가 감속기에서 SDD 액추에이터로, 로보티즈가 액추에이터에서 데이터 사업으로, LG이노텍이 카메라 모듈에서 비전·촉각을 묶은 복합 센싱 모듈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위에서는 완성품사가 내려옵니다 — 현대모비스가 차량 부품에서 로봇 액추에이터로, LG전자가 가전에서 액추에이터 브랜드로, 테슬라가 완성체에서 자체 액추에이터 설계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아예 옆에서 밀고 들어왔습니다.

왜 이런 일이 동시에 벌어질까요. 표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설계와 제조가 명확히 분업화될 수 있었는데, 그것은 회로 도면이라는 표준화된 인터페이스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로봇 관절에는 그런 인터페이스가 없습니다. 어떤 규격의 액추에이터를 어디에 몇 개 쓸지가 회사마다 다르고, 부품을 조합하는 일 자체가 상당한 엔지니어링입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각자 자기 영역만 지키는 것보다 통째로 묶어 파는 쪽이 유리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언젠가 액추에이터에 업계 표준이 생기는 순간, 지금의 통합 흐름은 반도체가 그랬듯 다시 분업으로 갈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산업의 다음 국면을 가늠하는 신호 하나로 ‘표준의 등장’을 지켜볼 만한 이유입니다.

④ 이 구간의 진짜 장벽은 가격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국산화 이야기는 보통 가격 경쟁으로 요약됩니다. 그런데 이번 편에서 확인한 사실들은 다른 곳을 가리킵니다. 에스비비테크는 2013년에 하모닉 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했는데도 그 뒤 10년 넘게 매출이 크지 않았습니다. 기술이 없어서도, 값이 비싸서도 아니었습니다. 감속기는 하나가 깨지면 로봇 전체가 멈추는 부품이라, 고객사가 ‘수억 번 돌려도 문제없다’는 것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하기 전에는 채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의 진짜 자산이 만료된 특허가 아니라 60년치 실패 기록이라고 1부에서 말했던 것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 사실은 두 방향으로 읽힙니다. 나쁜 쪽으로는, 국내 부품사들이 지금 좋은 제품을 내놓아도 매출로 잡히기까지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좋은 쪽으로는, 일단 채택되면 그 자리는 오래 간다는 뜻입니다 — 로봇의 설계와 제어 소프트웨어, 정비 재고가 특정 감속기 치수에 맞춰지고 나면 공급사를 바꾸는 것은 로봇을 다시 설계하는 일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이 구간의 기업을 볼 때 지금 분기 매출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 ‘이 회사는 어느 고객사의 어느 모델에, 언제부터 들어가기로 확정됐는가.’ 에스오에스랩이 현대차 모베드에 들어갔다는 사실, 현대모비스가 아틀라스의 첫 고객사가 됐다는 사실, 에스피지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공급 중이라는 사실이 각 회사의 현재 매출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이유입니다. 1부에서 ‘실적이 없는 산업의 지도를 읽는 법’을 이야기했는데, 부품 단계에서 그 답은 고객사 명단입니다.

⑤ 국산화했다는 말과 라인이 돌고 있다는 말은 다릅니다

부품 국산화 소식은 대체로 개발 완료 시점에 나옵니다. 만들 수 있게 됐다는 뜻인데, 그것과 실제로 팔리고 있다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구간이 있습니다.

그 구간이 왜 긴지는 이 부품의 성격에서 나옵니다. 감속기는 한 번 깨지면 로봇이 멈추는 부품이라 고객이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새 공급사를 쓰려면 자기 로봇에 넣어 몇 달을 돌려보고, 그 결과가 괜찮아도 처음에는 일부 모델에만 적용합니다. 기술이 검증됐다는 것과 물량이 배정됐다는 것이 다른 이유입니다.

그래서 부품사의 국산화 소식을 만나면 개발 발표가 아니라 라인을 봐야 합니다. 회사가 사업보고서에 품목별 생산능력과 생산실적을 밝히므로, 그 둘을 나누면 가동률이 나옵니다. 이 숫자가 개발 발표보다 정직합니다 — 만들 수 있게 된 것과 만들고 있는 것을 가르기 때문입니다.

가동률을 읽을 때 한 가지를 더 봐야 합니다. 분자인 생산실적이 늘어 가동률이 오른 것인지, 분모인 생산능력을 줄여 오른 것인지입니다. 앞은 수요가 붙은 것이고 뒤는 설비를 정리한 것인데, 두 경우의 다음 행보가 정반대입니다. 앞이면 능력을 다시 늘려야 하고, 뒤면 물량이 와도 받을 자리가 부족해집니다.

이 관점은 부품사뿐 아니라 이 시리즈 전체에 쓸 수 있습니다. 로봇 산업의 소식은 대부분 「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이고,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공시를 열어야 나옵니다. 앞의 것만 따라가면 산업이 실제보다 훨씬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8. 오늘 배운 내용 한눈에 정리

🔑 핵심 정리

① 부품 단계는 감속기, 모터·액추에이터 모듈, 직선운동 부품, 감각 센서, 배터리·전력관리의 다섯 갈래로 나뉘며, 이 중 관절 관련 부품이 로봇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현대차그룹은 액추에이터를 재료비의 약 60%, LG전자는 전체 비용의 40~50%로 설명합니다.

② 감속기는 일본의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파동기어)와 나브테스코(RV)가 각자의 차선을 나눠 쥐고 있고, 중국의 뤼더셰보·쌍환전동과 한국의 에스피지·에스비비테크가 아래에서 이 자리를 흔들고 있습니다. 점유율은 세그먼트 정의에 따라 45%에서 85%까지 갈립니다.

③ 지금 이 구간의 가장 큰 변화는 판매 단위입니다 — 감속기·모터·제어기를 따로 팔던 회사들이 관절 하나를 통째로 묶은 액추에이터 모듈로 올라가고 있고, 동시에 현대모비스·LG전자·테슬라 같은 완성품 회사가 부품 쪽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④ 감각은 시각(카메라·라이다)·균형(관성센서)·촉각(힘·촉각센서) 세 통로로 나뉘며, 한국은 카메라모듈에서 세계 최상위, 라이다에서는 후발, 관성센서에서는 사실상 부재입니다. 촉각은 지금 막 열리는 자리로 LG이노텍과 TDK가 2027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협력 중입니다.

⑤ 다만 국내 부품사 대부분의 로봇 매출 비중은 아직 한 자릿수 이하이며, 이 구간에서 기업을 볼 때는 분기 매출보다 ‘어느 고객사의 어느 모델에 확정 채택됐는가’가 더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9. 마무리하며

가전 회사가 로봇 관절을 만들겠다고 하고, 자동차 부품 회사가 감속기 공장을 짓고, 60년 된 일본 부품 회사가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중입니다. 이 모든 움직임이 향하는 곳은 결국 하나 — 아직 몇 대 팔리지도 않은 로봇의 관절입니다. 원가의 절반이 그곳에 걸려 있고, 그 절반을 누가 쥐느냐가 이 산업의 이익이 어디로 흘러갈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몸값의 절반은 관절에 있다’는 이번 시리즈의 프레임은, 오늘 살펴본 기업 지도 위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문장이 됩니다 — 관절을 쥔 쪽은 여전히 일본이지만, 그 자리를 흔드는 쪽은 중국의 양산 규모이고, 한국은 고객사 명단을 한 칸씩 채워가며 시간을 사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부품들이 실제로 조립돼 하나의 몸이 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 3부 — 완성체(휴머노이드·자율주행차): 왜 굳이 사람 모양이어야 하는지부터, 같은 부품으로 서로 다른 몸을 만드는 미국·중국·한국 업체들의 전략 차이를 비교합니다. 적자를 감수하며 산업 현장의 고난도 작업을 파고드는 쪽과 저가 대량으로 밀어붙이는 쪽이 중국 안에서도 갈린다는 점, 그리고 자율주행차라는 또 다른 형태의 몸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함께 짚습니다.
  • 4부 — 두뇌(AI 반도체·VLA·데이터): VLA 모델이 어떻게 학습되는지, 온보드 추론칩이 왜 엔비디아 중심으로 굳어졌는지, 그리고 이 단계의 진짜 병목인 로봇 행동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쌓고 있는지를 다룹니다.

다음 편을 읽으실 때는 오늘의 다섯 갈래를 옆에 두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완성체 회사가 어떤 부품을 직접 만들고 어떤 것을 사 오는지가 나오는데, 그 선택 하나하나가 오늘 본 구간 중 어디를 스스로 쥐겠다는 뜻인지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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