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현대모비스, 전동식 조향장치에서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로 갈아타는 자동차 부품사 (관절 히어로즈 ①)

2025년 현대모비스는 매출 61조1,181억원, 영업이익 3조3,575억원을 냈습니다. 둘 다 창사 이래 최대입니다. 그런데 부문별로 갈라보면 이상한 그림이 나옵니다. 매출의 78%를 차지하는 모듈·핵심부품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757억원, 이익률로는 0.2%였습니다. 회사 전체 이익의 97.7%는 매출 비중이 22%밖에 안 되는 A/S 부품에서 나왔습니다. 세계 6위 부품사가 정작 부품을 만들어 파는 일에서는 거의 돈을 벌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 회사가 2025년 8월 로봇 액추에이터 진출을 선언하고 이듬해 1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공급 합의를 맺은 배경에 이 숫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자동차 부품을 만들던 회사가 무엇을 들고 로봇 관절로 넘어가려 하는지를 원리 수준에서 따라가 보겠습니다.

1. 왜 지금 현대모비스인가 — 관절 지도에 올라온 첫 대기업 이름

피지컬 AI 밸류체인 시리즈에서 우리는 이 산업의 원가 절반 이상이 부품 단계, 그것도 관절에 몰려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문장이 ‘몸값의 절반은 관절에 있다’였던 이유입니다. 완성체를 만들겠다는 회사는 빠르게 느는데, 그 관절을 실제로 만들어 납품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열 곳이 되지 않습니다.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를 실제로 만들어 납품하는 그 열 곳 안에 한국 이름은 오래 없었습니다. 감속기는 일본의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와 나브테스코가 40년 넘게 나눠 쥐었고 아래에서는 중국 뤼더셰보가 물량으로 올라왔으며, 국내에서는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가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규모가 작았습니다. 현대모비스가 이 지도에 들어온 것은 2025년 8월입니다.

들어온 방식이 앞선 회사들과 다릅니다. 2부에서 우리는 이 구간에 두 방향의 침투가 벌어진다고 정리했습니다. 아래에서는 부품사가 올라오고 위에서는 완성품사가 내려옵니다. 현대모비스는 세 번째 경로입니다. 옆에서 들어왔습니다 — 연 61조원어치를 만들어본 양산 조직을 통째로 들고 옆 칸으로 건너온 것입니다. 중국의 삼화지공과 탑박집단이 자동차 부품에서 로봇 액추에이터로 넘어온 것과 같은 패턴이며, 이 패턴이 반복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산업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옆에서 들어온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앞선 회사들과 견주면 분명해집니다. 아래에서 올라온 회사들은 기술을 먼저 만들고 고객을 나중에 찾았습니다. 에스비비테크가 2013년에 하모닉 감속기를 국산화하고도 매출이 붙기까지 10년이 걸린 것이 그 순서 때문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순서가 반대입니다 — 로봇 기술을 아직 증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부터 확보했습니다. 기술이 앞서고 고객이 없는 회사와 고객이 앞서고 기술 증명이 남은 회사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이 산업이 어느 국면에 있느냐에 달려 있고, 그 판단이 이 편의 4절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정체성을 통째로 갈아타 본 경험이 이미 한 번 있습니다. 1977년 현대정공으로 출발해 컨테이너를 만들었고, 철도차량과 전차를 만들었으며, 1990년대에는 갤로퍼와 싼타모를 직접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러다 1999년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완성차 사업을 현대자동차로 넘기고, 2000년 사명을 현대모비스로 바꾸며 부품 전문사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이 회사의 두 번째 갈아타기입니다.

그래서 이 글의 질문은 ‘현대모비스가 로봇 테마주인가’가 아닙니다. 자동차 부품 기술이 정말 로봇 관절로 이어지는가, 이어진다면 어디까지 이어지고 어디서부터는 새로 배워야 하는가, 그리고 지금 이 회사에 없는 것은 무엇인가. 로봇 매출이 한 푼도 잡히지 않은 회사를 다루면서 이 세 질문을 빼면 남는 것은 기대감뿐입니다.

현대모비스, 한눈에 보기

📌 기본 정보 티커: 코스피 012330 | 설립: 1977년 현대정공으로 출발해 컨테이너·철도차량·갤로퍼를 만들다, 1999년 완성차 사업을 현대자동차로 넘기고 2000년 현재 사명으로 전환 | 사업 구성: 모듈·핵심부품 약 78%·A/S부품 약 22%(2025년 매출 기준, 로봇 부품 매출은 아직 없음) | 지배구조: 기아(지분 18.1%)가 최대주주이며 기아 및 특수관계인 합산 32.7%, 동시에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 지분 22.4%를 보유한 순환출자 구조 | 시장 내 위치: 오토모티브뉴스 글로벌 100대 부품사 순위 4년 연속 6위 | 한 줄 정체성: 완성차를 내려놓고 부품 전문사가 된 회사가, 전동식 조향·제동에서 쌓은 ‘전기를 힘으로 바꾸는’ 기술을 들고 로봇 관절 시장에 들어서는 중인 기업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현대모비스의 사업은 공시상 모듈·핵심부품과 A/S부품 두 부문입니다. 2025년 기준 앞이 47조8,001억원, 뒤가 13조3,180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줄만 보면 오히려 가려지는 것이 있습니다. 매출의 크기와 회사에 남기는 돈의 크기가 정반대로 놓여 있는데, 그 어긋남은 6절에서 숫자로 확인하겠습니다. 여기서는 한 단계 안으로 들어가 각 사업이 무엇을 파는 일인지부터 보겠습니다.

모듈 조립 — 부품을 덩어리로 만들어 컨베이어 옆에 대주는 일

모듈은 여러 부품을 미리 하나의 덩어리로 조립해 놓은 것입니다. 3대 모듈은 섀시·칵핏·프론트엔드모듈입니다. 섀시모듈은 차 바닥 골격에 조향·제동·현가장치를, 칵핏모듈은 대시보드에 계기판·공조·에어백·디스플레이를, 프론트엔드모듈은 차 앞부분에 라디에이터·헤드램프·범퍼를 미리 붙여놓은 것입니다. 완성차 공장은 부품 수백 개 대신 이 덩어리 셋을 받아 붙이면 됩니다.

돈을 받는 방식이 이 사업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모듈은 재고를 쌓아두고 파는 물건이 아니라, 지금 라인에서 만들고 있는 차의 사양에 맞춰 순서대로 실려 나가는 물건입니다. 이를 직서열 공급이라 부릅니다. 완성차 공장 옆에 모듈 공장을 지어야 하고, 라인이 멈추면 함께 멈추며, 라인이 도는 만큼만 매출이 생깁니다. 그래서 매출이 현대차·기아의 생산 대수에 거의 그대로 연동되고, 설비를 미리 깔아둔 만큼 고정비 부담이 큽니다.

로봇과의 접점은 이 부문에 없습니다. 모듈 조립은 남이 만든 부품을 모아 덩어리로 붙여 완성차 라인에 대주는 일이라, 로봇 관절에 옮겨갈 기술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 사업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 수십만 대 분량의 부품을 순서대로 틀림없이 흘려보내는 물류·공정 관리 능력은, 뒤에서 볼 액추에이터 양산에서 그대로 요구되는 종류의 역량입니다.

핵심부품 — 이 회사가 직접 설계해 만드는 물건들

모듈 안에 들어가는 부품 중 상당수는 현대모비스가 직접 설계해 만듭니다. 제동장치, 조향장치, 에어백, 램프, 그리고 전장부품입니다. 전장부품은 다시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용 레이더·카메라, 차량용 반도체와 제어기로 나뉩니다. 3절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 이 중 제동과 조향입니다. 이 둘이 로봇 액추에이터로 이어지는 다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문은 마진 구조가 다릅니다. 남의 부품을 모아 붙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설계로 만든 물건을 파는 것이라 단가가 높고, 무엇보다 현대차·기아가 아닌 해외 완성차에도 팔 수 있습니다. 그 성적표가 매년 발표되는 비계열 수주입니다. 2025년 현대모비스는 계열사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로부터 91억7,000만 달러(약 13조2,000억원)를 수주해 연초 목표를 123% 달성했고, 2033년까지 비계열 매출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습니다. 다만 이 40%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회사 목표입니다.

이 부문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입니다. 제동장치와 조향장치는 전기 신호를 받아 정해진 크기의 물리적 힘을 만들어내는 장치이고, 그것은 로봇 업계에서 액추에이터라고 부르는 물건과 같은 종류입니다. 현대모비스가 로봇 사업의 진입 지점으로 액추에이터를 고른 근거가 여기 있으며, 3절에서 그 연결을 원리 수준까지 따라가겠습니다.

전동화 — 배터리시스템과 구동시스템, 그리고 지금은 적자인 자리

핵심부품 안에서 따로 떼어볼 축이 전동화입니다. 하나는 배터리시스템(BSA)으로, 셀 묶음에 전장품과 배터리관리시스템을 붙여 차에 바로 얹을 수 있게 만든 완제품입니다. 2023년 폭스바겐 차세대 플랫폼용 BSA를 수주해 계열사 밖 대형 고객을 처음 확보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PE시스템으로, 내연기관의 엔진·변속기에 해당하는 전기차 구동장치이며 모터·인버터·감속기가 한 덩어리로 묶여 있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북미 공장 가동률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 지금은 이익을 내는 자리가 아니지만, 로봇 액추에이터로 이어지는 기술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여기입니다.

겹치는 정도가 어느 만큼인지는 부품 목록을 나란히 놓으면 드러납니다. 밸류체인 2부에서 본 로봇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와 제어기와 엔코더를 한 케이스에 넣은 물건인데, PE시스템은 그중 엔코더 자리에 인버터가 들어간 구성입니다. 부품 종류가 같고 묶는 방식이 같으며, 다만 견뎌야 하는 조건이 다릅니다 — 차는 영하 30도에서 시동이 걸려야 하고 로봇은 실내에서 하루 여덟 시간을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 부문이 적자라는 사실을 로봇 이야기와 곧바로 잇지 않는 편이 정확합니다. 지금의 적자는 전기차가 덜 팔려서 생긴 것이지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고, 반대로 이 부문이 흑자로 돌아선다고 로봇 사업이 앞당겨지지도 않습니다. 두 사업이 같은 기술 위에 서 있을 뿐 같은 시계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A/S부품 — 이 회사 이익의 거의 전부

A/S부품은 이미 팔린 차를 수리할 때 쓰는 순정부품을 전 세계에 유통하는 사업입니다. 국내 22개 사업소와 1,065개 대리점을 운영하고 214개국에 공급합니다. 이 사업이 회사에 남기는 몫은 제조 쪽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큽니다. 얼마나 큰지는 6절에서 부문별로 나란히 놓겠고, 그렇게 되는 이유는 셋이 겹칩니다. 수요가 신차 판매가 아니라 도로 위에 굴러다니는 차의 누적 대수를 따라가고, 순정부품은 대체재가 없어 판매가를 회사가 조정할 수 있으며(2025년 유럽 14.8%·미주 10.9% 인상), 매출 상당 부분이 외화로 발생해 환율이 오르면 그대로 이익이 됩니다.

A/S부품은 로봇과 직접 닿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이 로봇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 매출 0원인 로봇 부품에 미국 공장을 짓겠다는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현금이 전부 여기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관절 히어로즈에서 반복해 확인한 대로 이 구간의 진짜 장벽은 시간이고, 그 시간을 살 돈을 대주는 것이 이 사업입니다.

이 구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현대모비스는 부품을 만들어 버는 회사가 아니라, 부품을 깔아둔 다음 그것을 20년 동안 고쳐 팔며 버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로봇 이야기와 직결됩니다. 이익을 내주는 A/S는 안정적인 대신 성장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제조는 이익을 못 냅니다. 회사가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 영역으로 옮기겠다고 반복하는 이유가 여기 있으며, 2026년 1월 매출 2조원 규모의 램프 사업부를 프랑스 OP모빌리티에 넘기기로 양해각서를 맺은 것이 그 실행 사례입니다. 이 거래는 노조의 반발로 오래 걸렸는데, 2026년 5월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잠정 합의에 이르렀고 인수 측은 그해 말 완료를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시기 해외 범퍼사업도 국내 부품사 세 곳의 컨소시엄에 넘기기로 해, 오랫동안 이 회사의 하드웨어를 대표하던 두 사업이 나란히 정리되는 중입니다. 다만 램프 쪽은 아직 본계약이 남아 있어 종결된 사안은 아닙니다.

⚠️ 현대모비스 로봇 사업의 현재 매출 비중은 0%입니다 이 글에서 가장 먼저 못 박아야 할 숫자입니다. 로봇 부품 매출은 2026년 상반기까지 재무제표에 한 줄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업부문 공시는 여전히 두 개뿐이고 로보틱스는 별도 부문으로 분리돼 있지 않습니다. 회사와 증권가가 공통으로 보는 실제 매출 발생 시점은 2027년 이후이며, 의미 있는 규모가 되는 것은 미국 생산시설이 가동되는 2028년부터입니다. 따라서 이 글의 3~4절에서 다루는 로봇 이야기는 ‘지금 벌고 있는 돈’이 아니라 ‘이 회사가 가진 기술이 그쪽으로 이어지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두 가지를 섞어 읽지 않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3. 핵심 기술 — 본업에서 신사업으로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이 절을 읽는 렌즈를 하나 먼저 드리겠습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20여 년간 만들어온 핵심부품 중 상당수는, 이름만 달랐을 뿐 전부 같은 종류의 물건이었습니다 — 전기 신호를 받아 정해진 크기의 물리적 힘으로 바꾸는 장치. 그것을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동식 조향장치, 전동식 제동장치, 구동시스템이라 부르고, 로봇 업계에서는 액추에이터라고 부릅니다. 아래에서는 그 세 가지를 하나씩 원리까지 뜯어보되, 각각을 설명한 직후에 그것이 로봇 관절에서 무엇이 되는지를 바로 이어 붙이겠습니다. 세 쌍을 다 보고 나면 마지막에 아직 이어지지 않는 지점을 모아서 짚겠습니다.

① 전동식 조향장치 — 이미 20년째 만들어온 액추에이터

운전대를 돌리면 앞바퀴가 돌아갑니다. 예전에는 이 힘을 유압으로 도왔습니다. 엔진이 오일펌프를 돌리고, 그 오일 압력이 조향 기구를 밀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문제는 엔진이 도는 내내 펌프도 함께 돌아 연료를 계속 먹는다는 점이었고, 전기차에는 아예 그 엔진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동식 조향장치(MDPS)입니다.

작동 원리는 네 부품의 합주입니다. 첫째, 운전대 축에 붙은 토크센서가 운전자가 지금 운전대를 얼마나 세게 돌리고 있는지를 읽습니다. 둘째, 제어기가 그 값과 차의 속도·조향각을 함께 계산해 ‘모터가 얼마나 도와야 하는지’를 결정합니다. 셋째, 모터가 그만큼의 회전력을 만듭니다. 넷째, 감속기가 그 회전을 느리고 강하게 바꿔 조향 기구에 전달합니다. 센서로 읽고, 제어기가 판단하고, 모터가 힘을 내고, 감속기가 그 힘을 바꿔주는 이 네 단계 구조를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 쉽게 비유하면 — 모터는 힘센 사람이 아니라 발 빠른 사람입니다 전기 모터는 빠르게 도는 데는 능하지만 강한 힘을 내는 데는 약합니다. 자전거로 치면 가장 가벼운 기어로 페달을 정신없이 돌리는 상태입니다. 평지에서는 잘 나가지만 언덕에서는 꼼짝도 못 합니다. 감속기는 그 자전거의 기어를 무거운 쪽으로 바꿔주는 장치입니다. 회전 수를 100분의 1로 줄이는 대신 힘을 그만큼 키웁니다. 그래서 작고 가벼운 모터로도 무거운 앞바퀴를 돌리거나, 사람 팔 하나를 들어 올릴 수 있게 됩니다. 밸류체인 2부에서 감속기가 ‘몸값의 절반’이 걸린 부품이라고 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모터만으로는 로봇도 자동차도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합니다. 힘을 만드는 부품과 그 힘을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부품은 항상 한 세트입니다.

→ 로봇 관절에서는 : 부품 목록이 그대로 겹칩니다

밸류체인 2부에서 정리한 로봇 액추에이터의 구성은 모터, 감속기, 엔코더, 제어기였습니다. 방금 본 전동식 조향장치의 구성은 모터, 감속기, 센서, 제어기였습니다. 부품 목록이 같습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현대모비스가 로봇 사업의 진입 지점으로 액추에이터를 고른 이유 그 자체입니다. 회사는 2025년 8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이 논리를 처음 공개하며, 차량의 전자식 조향장치가 모터·감속기·제어부로 구성돼 로봇 액추에이터와 구성이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넘어가는 자산은 부품 목록이 아니라 제어 소프트웨어입니다. 토크센서 값을 읽어 모터에 얼마의 전류를 흘릴지 매 밀리초마다 계산하는 논리는, 대상이 앞바퀴든 로봇 팔꿈치든 수학적으로 같은 문제입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가 최근 운전대와 바퀴의 기계적 연결을 아예 끊고 전기 신호만으로 조향하는 방식까지 개발 범위를 넓혔다는 점이 겹칩니다. 기계적 연결이 없다는 것은 안전장치를 전부 전자적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 경험은 사람 옆에서 움직이는 로봇에 그대로 필요한 종류입니다 — 로봇에서 가장 어려운 것도 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고장 났을 때 안전하게 멈추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② 전동식 제동장치 — 유압을 버리고 모터로 차를 세우다

브레이크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전통적인 제동은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힘을 브레이크액을 통해 바퀴로 전달하는 유압 방식입니다. 그런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는 회생제동이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감속할 때 모터를 발전기로 돌려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회수하는 기능인데, 이것이 붙는 순간 브레이크는 훨씬 복잡한 물건이 됩니다. 운전자가 페달을 밟은 만큼의 감속을 만들되, 그중 얼마를 모터의 발전 저항으로 처리하고 얼마를 마찰 제동으로 처리할지를 매 순간 나눠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통합형 전동식 회생제동 시스템(iMEB)은 이 문제를 압력을 만드는 부분과 압력을 나누는 부분을 하나의 전동 장치로 합쳐서 풀었습니다. 페달을 밟는 힘을 직접 전달하는 대신 센서로 읽어 모터가 필요한 압력을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회사는 이 통합으로 원가와 중량을 30% 이상 줄였다고 밝혔으며, 개발 과정에서 해외 20건을 포함해 109건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 개발이었습니다.

→ 로봇 관절에서는 :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산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성입니다

제동에서 중요한 것은 절감 폭이 아니라 이 물건이 무엇을 요구하는가입니다. 제동은 실패가 곧 사고인 부품이라, 밀리초 단위의 응답 속도와 어떤 부품이 죽어도 최소한의 제동은 남아야 한다는 이중 안전 설계가 동시에 요구됩니다. 그리고 그 설계가 영하 40도의 시베리아와 영상 85도의 엔진룸에서, 15년 30만 킬로미터 동안 똑같이 작동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시험할 설비와 시험 조건표는 그 자체로 오래 쌓아야만 생기는 자산입니다.

이것이 로봇 쪽에서 이 회사가 내민 가장 큰 패였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현대모비스를 선택할 때 높이 평가한 것이 설계 역량과 함께 바로 이 신뢰성 기반 평가 체계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틀라스 개발 총괄도 액추에이터를 휴머노이드의 물리적 동작을 구현하는 핵심 부품으로 규정하며, 자동차 산업에서 검증된 현대모비스와의 협력으로 신뢰성 높은 공급망을 구축하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로봇 회사가 부품사에게 기대한 것이 새로운 기술이 아니었다는 뜻이며, 실제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그동안 쓰던 액추에이터는 양산용이 아니라 연구개발용으로 제작된 것이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③ 구동시스템(PE) — 모터·인버터·감속기를 한 덩어리로 묶는 기술

세 번째는 전기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PE시스템입니다. 구성은 모터, 인버터, 감속기입니다. 인버터는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모터가 쓸 수 있는 교류로 바꾸면서 동시에 그 파형을 조절해 모터의 회전 속도와 힘을 제어하는 장치입니다. 모터가 근육이라면 인버터는 그 근육에 얼마만큼의 신호를 보낼지 정하는 신경에 해당합니다.

현대모비스는 오랫동안 완성차가 설계한 PE시스템을 받아 양산만 담당해왔는데, 최근 설계까지 내재화했습니다. 2026년 5월 160kW급 범용 모델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이는 앞서 개발한 고성능 250kW급에 이은 것입니다. 여기에 소형 모빌리티용 120kW급까지 더하면 전 차종을 아우르는 라인업이 완성된다는 계획입니다. 눈여겨볼 지표는 성능 개선 방향입니다 — 기존 자사 제품 대비 부피는 20% 가까이 줄이면서 무게 1kg당 낼 수 있는 출력(비출력)은 16%가량 높였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비출력과 토크 밀도는 같은 이야기입니다 밸류체인 1부와 2부에서 로봇 모터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토크 밀도(무게 1kg당 낼 수 있는 회전력)를 꼽았습니다. 로봇은 짐뿐 아니라 자기 팔의 무게까지 스스로 들어야 하므로, 모터가 무거워지면 그것을 드느라 더 큰 모터가 필요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구동시스템에서 쓰는 ‘비출력’은 이름만 다를 뿐 정확히 같은 개념입니다. 무게 대비 얼마나 큰 힘을 내는가. 전기차 역시 구동장치가 무거워지면 그 무게를 싣고 달려야 해서 주행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두 산업이 같은 방향으로 같은 지표를 밀어 올려왔습니다. 부피를 줄이면서 비출력을 올리는 방법도 겹칩니다. 냉각 구조를 바꿔 같은 크기에서 더 많은 전류를 흘리고, 전력반도체의 손실을 줄여 열 자체를 덜 내며, 부품을 공용화해 케이스와 체결 구조의 낭비를 없애는 식입니다. 현대모비스가 전력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파워모듈로 묶고 이를 인버터에 넣는 수직적 내재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 로봇 관절에서는 : 진짜 자산은 ‘같은 것을 많이 만들어본 경험’입니다

PE시스템에서 넘어오는 것은 개별 기술이 아니라 양산 능력입니다. 밸류체인 2부의 결론 중 하나가 ‘이 산업에서 원가를 떨어뜨리는 방법은 같은 것을 아주 많이 만드는 것 하나뿐’이었습니다. 반도체는 더 작게 만들수록 개당 원가가 떨어지지만, 로봇 관절은 자유도가 늘수록 개수가 늘고 개수만큼 값이 붙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구간에서 진짜 경쟁력은 ‘더 좋은 것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같은 것을 싸게 많이, 그리고 편차 없이 만드는 능력’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현대모비스가 지난 25년간 자동차 부품으로 해온 일 그 자체입니다. 부품을 공용화하고 모듈화해 여러 차종에 같은 설계를 재사용하는 방식, 그 설계를 수십만 대 단위로 찍어내면서 편차를 관리하는 방식이 PE시스템 개발에서 회사가 강조한 지점이었는데, 로봇 액추에이터에서 요구되는 것도 정확히 같은 종류입니다. 밸류체인 2부에서 중국의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로봇 액추에이터로 넘어와 빠르게 자리를 잡은 배경도 이것이었습니다.

④ 지금 어디까지 왔는가

세 갈래가 로봇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봤으니, 실제 진행 상황도 짚어두겠습니다. 2025년 7월 로보틱스 전담 조직(현 로보틱스사업추진실)을 신설했고, 2026년 1월 CES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차세대 아틀라스 양산 시점의 액추에이터 공급에 합의하며 첫 고객사를 확보했습니다. 2026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그해 11월 아틀라스용 바디 액추에이터 시제품을 납품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시제품 생산은 그룹 의왕 기술연구소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룹 차원에서는 미국에 연 35만개 이상 규모의 액추에이터 생산시설을 지어 2028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을 2026년 5월 투자자 설명회에서 공개했습니다.

회사가 스스로 범위를 좁힌 점도 함께 봐둘 만합니다. 2026년 3월 주주총회 직후 이규석 사장은 액추에이터에 더해 기술적 유사성이 높은 그리퍼를 우선 고려한다고 밝히면서, 배터리 모듈이나 인지·제어 모듈까지 모두 확대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본 세 갈래의 기술이 닿는 자리와 닿지 않는 자리를 회사도 구분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⑤ 아직 넘지 못한 세 개의 장벽

여기까지가 이어지는 부분이라면, 이어지지 않는 부분도 같은 무게로 봐야 합니다. 첫 번째 장벽은 감속기입니다. 자동차 조향장치에 들어가는 감속기와 로봇 관절에 들어가는 정밀 감속기는 요구 수준이 다릅니다. 밸류체인 2부에서 본 하모닉 감속기는 부품 세 개로 100:1이 넘는 감속비를 내면서 백래시—기어가 방향을 바꿀 때 생기는 미세한 헛도는 구간—를 거의 없애야 하고, 그 정밀도는 마이크론 단위입니다. 현대모비스가 이 감속기를 자체 설계·생산한다는 공개 자료는 아직 없습니다. 즉 액추에이터를 통째로 납품하더라도, 그 안의 가장 어려운 부품은 외부에서 사 오거나 새로 확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자기 무게를 드는 문제입니다. 자동차 부품은 차체에 단단히 고정된 채로 힘을 냅니다. 조향장치가 조금 무겁다고 해서 조향장치 스스로가 그 무게를 들 필요는 없습니다. 로봇은 정반대입니다. 팔꿈치 액추에이터는 자기 아래쪽 팔과 손, 그리고 손이 든 물건의 무게를 전부 스스로 버텨야 하고, 어깨 액추에이터는 그 팔꿈치까지 함께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로봇 액추에이터에서는 몇 그램의 차이가 설계 전체를 바꿉니다. 앞에서 본 비출력 개선이 자동차에서는 주행거리의 문제였다면, 로봇에서는 설계가 성립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세 번째는 힘을 ‘느끼는’ 능력입니다. 밸류체인 2부에서 QDD와 SEA라는 두 가지 설계 철학을 다뤘습니다. 로봇이 사람 옆에서 일하려면 무언가에 닿았을 때 그것을 알아채고 멈춰야 하는데, 감속비가 높으면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이 모터까지 전달되지 않아 이를 감지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조향은 정해진 궤적을 정확히 따라가는 문제인 반면, 로봇 관절은 예상치 못한 접촉에 부드럽게 반응하는 문제입니다. 정밀함의 방향이 다르며, 이는 부품 사양이 아니라 설계 철학의 문제라 돈으로 사기 어렵습니다.

⚠️ 이 세 장벽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셋은 ‘현대모비스가 못 한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시제품 납품이 2026년 11월로 예정돼 있으므로, 그 결과와 후속 발표가 이 질문들에 대한 첫 번째 답이 됩니다. 다만 밸류체인 2부에서 확인한 대로 이 구간의 진짜 장벽은 가격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에스비비테크가 2013년 하모닉 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하고도 매출이 붙기까지 10년 넘게 걸린 이유는, 고객사가 ‘수억 번 돌려도 안 깨진다’는 것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하기 전에는 채택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시간 장벽이 현대모비스에게는 유리하게 작동할 여지도 있습니다. 첫 고객사가 같은 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라는 것은, 그 검증 시간을 함께 설계 단계에서부터 압축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4. 현대모비스는 그 자리에 갈 수 있는가 — 가진 것과 아직 없는 것

기업분석에서 보통 이 자리에는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이 옵니다. 해자의 정체와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현대모비스의 로봇 사업에는 아직 해자라고 부를 것이 없습니다. 매출이 없고, 양산 실적이 없고, 외부 고객이 없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 지금 가진 것 중 무엇이 로봇 관절 시장에서 자산이 되고, 무엇이 아직 없는가.

가진 것부터 보겠습니다. 첫째는 고객사 명단입니다. 밸류체인 2부에서 우리는 이 구간의 기업을 볼 때 분기 매출보다 중요한 질문이 어느 고객사의 어느 모델에 언제부터 들어가기로 확정됐는가라고 정리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그 답을 갖고 있습니다 —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아틀라스이며, 양산 시점 공급에 합의했고, 시제품 일정까지 공개돼 있습니다. 아직 매출은 0원이지만 이 한 줄은 국내 부품사 대부분이 갖지 못한 것입니다. 관절 히어로즈 앞선 편들에서 본 회사들이 몇 년째 샘플 테스트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과 견주면 그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둘째는 그 고객이 요구할 물량의 크기가 미리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생산 거점에 아틀라스를 2만 5,000대 이상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밝혔고, 그룹 차원의 미국 투자 계획 안에 연 35만 개 이상 규모의 액추에이터 생산시설이 들어가 있습니다. 부품사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기술 개발이 아니라 얼마를 만들지 모르는 상태에서 설비에 투자하는 일인데, 이 회사는 그 불확실성의 상당 부분을 그룹 안에서 미리 해소한 채 출발합니다. 관절 히어로즈에서 본 국내 회사들이 증설을 망설이는 이유가 정확히 그 불확실성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것이 얼마나 큰 이점인지가 보입니다.

셋째는 그 투자를 감당할 돈입니다. 2026년 연구개발 투자 계획이 2조 1,631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넘겼고 상반기에만 9,508억원을 집행했습니다. 본업이 신사업을 먹여 살리는 구조는 관절 히어로즈 앞선 편들과 같지만, 먹여 살리는 본업의 크기가 61조원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삼현이 전환사채 485억원과 쌓아둔 이익잉여금으로 신사업 개발비를 대고 있는 것과 자릿수가 다르며, 이 차이는 시간을 견디는 능력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 로봇 매출이 2년 늦어질 때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넷째는 신뢰성을 증명해본 절차 자체입니다. 3절 ②에서 본 대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 회사를 고를 때 높이 평가한 것이 설계 역량과 함께 신뢰성 기반 평가 체계였습니다. 이것이 왜 자산인지는 반대편을 보면 분명해집니다. 좋은 액추에이터를 설계하는 것은 여러 회사가 할 수 있지만, 그것이 3년 동안 고장 나지 않는다는 것을 데이터로 보여주려면 시험 설비와 조건표와 그것을 읽어본 사람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자동차 부품에서 15년 30만 킬로미터를 증명해온 조직에는 그 셋이 이미 있습니다.

이제 없는 것입니다. 첫째, 3절 ⑤에서 본 대로 감속기를 자체 확보했다는 확인이 없습니다. 액추에이터에서 가장 값이 나가고 만들기 어려운 부품을 외부에 의존한다면 이 회사의 역할은 관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관절을 조립해 납품하는 회사에 가까워집니다. 그 차이는 마진에서 나타납니다 — 조립만 하면 부가가치의 얇은 층만 가져가고, 그 층은 물량이 늘수록 오히려 눌립니다.

둘째, 로봇이 실제로 일하며 쌓는 데이터가 없습니다. 자동차 부품의 신뢰성 데이터는 20년치가 있지만, 로봇 관절이 하루 여덟 시간씩 3년을 돌았을 때 어디가 먼저 닳는지는 지금부터 쌓아야 합니다. 앞에서 신뢰성 절차를 자산으로 꼽았는데, 절차는 있어도 그 절차에 넣을 데이터가 아직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돌아야만 생기므로, 2028년 미국 공장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셋째, 원가를 따라 내려갈 수 있는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7절에서 볼 대로 액추에이터 개당 값은 몇 년에 걸쳐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동차 부품에서 쌓은 원가 절감 방식이 그 곡선을 따라잡을 수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자동차에서는 한 차종에 수십만 대를 깔아 원가를 내렸지만, 로봇은 아직 그 물량이 없습니다.

넷째가 가장 미묘한데, 지금 고객이 사실상 계열사 하나뿐이라는 점입니다. 출발에는 큰 이점이지만 검증으로는 약합니다. 같은 그룹 안에서 이뤄진 선택은 이 부품이 시장에서 이겼다는 증거가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회사가 자동차 부품에서 재평가받기 시작한 계기도 폭스바겐 같은 계열사 밖 고객을 확보한 시점이었습니다. 로봇에서도 같은 순간이 와야 하고, 그것이 다음 박스의 판별식입니다.

📌 그래서 무엇으로 판별할 것인가 — 그룹 밖에서 첫 주문이 오는가 수주 발표의 개수는 이 회사를 판별해주지 못합니다. 그룹 안에서 나오는 물량은 배정이지 수주가 아니고, 배정된 물량은 아무리 커도 이 부품이 시장에서 이겼다는 증거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구개발비 규모도 답이 아닙니다 — 2조원을 쓰는 것과 그 돈이 로봇에 얼마나 갔는지는 다른 이야기이고, 회사는 부문별 연구개발비를 나눠 공시하지 않습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그룹 밖에서 첫 주문이 오는가, 그리고 그것이 분기 실적의 숫자로 나타나는가. 그룹 안의 물량은 규모의 경제를 만들 시간을 벌어줄 뿐이며, 그 시간 안에 원가를 중국 업체 수준까지 떨어뜨리지 못하면 그룹 밖 고객은 끝내 오지 않습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보스턴다이내믹스 외의 로봇 회사 이름이 공급 계약 발표에 등장하는지를 봅니다. 자동차 부품에서 폭스바겐 수주가 그랬듯, 첫 외부 고객이 평가의 분기점이 됩니다. 둘째, 사업부문 공시가 바뀌는지를 봅니다. 지금 두 개인 부문에 로보틱스가 별도로 분리돼 나오는 순간이 곧 그 사업이 회계적으로 의미 있는 크기가 됐다는 신호입니다. 셋째, 감속기를 어떻게 조달하는지를 함께 봅니다. 핵심 부품을 쥐지 못한 채 외부 고객을 받으면 물량은 늘어도 남는 몫은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현대모비스를 둘러싼 큰 그림

한 회사를 이해하려면 누구와 싸우고 누구에게 팔며 누구에게 기대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현대모비스는 지금 이 지도가 두 겹으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자동차 부품 시장의 지도와 로봇 부품 시장의 지도가 서로 다른 이름들로 채워져 있고, 회사는 그 둘 위에 동시에 서 있습니다.

🌏 글로벌 라이벌

  • 보쉬 [독일 비상장]  오토모티브뉴스 집계 기준 매출 543억 달러로 글로벌 부품사 1위입니다. 제동·조향·전장 전 영역에서 정면으로 부딪히며, 로봇 구동장치에서도 오랜 산업용 기술 축적을 갖고 있습니다.
  • 덴소 [도쿄 6902]  매출 479억 달러로 2위입니다. 전기차용 인버터와 열관리에 특히 강해, 현대모비스가 비계열 수주를 늘릴 때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이름입니다.
  • ZF [독일 비상장]  매출 373억 달러로 4위입니다. 변속기에서 출발해 섀시·조향·자율주행으로 넓혀, 현대모비스가 노리는 섀시 통합 솔루션 영역에서 직접 경쟁합니다.
  •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 · 나브테스코 [도쿄 6324 · 6268]  로봇 감속기 시장을 40년간 나눠 쥐어온 두 회사로 관절 히어로즈 ④·⑤편에서 따로 다룹니다. 현대모비스와는 경쟁이자 잠재적 공급 관계라는 이중적 위치에 있습니다 — 감속기를 자체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이들에게 사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 HL만도 [코스피 204320]  국내에서 가장 비슷한 길을 걷는 상대입니다. 제동·조향에서 쌓은 정밀 제어 기술로 로봇 액추에이터와 로보택시 부품을 내재화하고 있으며, 액추에이터 모터에 필수인 희토류 조달망 확보를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 삼화지공 · 탑박집단 [중국]  원래 자동차 부품사였다가 액추에이터 통합 모듈로 넘어와 글로벌 고객사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대모비스와 출발점이 똑같은 회사들이며, 원가에서는 앞서 있습니다.

🤝 핵심 고객사

  • 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차그룹 계열 비상장사]  로봇 사업의 첫 고객사입니다. 2026년 1월 CES에서 차세대 아틀라스 양산 시점의 액추에이터 공급에 합의했고, 그리퍼·센서·제어기·배터리팩까지 협의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 현대자동차 · 기아 [코스피 005380 · 000270]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고객이자 순환출자로 얽힌 관계입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2.4%를 보유하고, 기아가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8.1%를 보유합니다.
  • 폭스바겐 [프랑크푸르트 VOW3]  2023년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용 배터리시스템을 수주하며 계열사 밖 대형 고객의 문을 연 상대입니다. 이 수주를 위해 스페인에 신규 생산 거점을 마련했습니다.

🇰🇷 국내 협력 생태계

  • 에스비비테크 [코스닥 389500]  국내 최초로 하모닉 감속기를 국산화한 기업으로, 현대차 로보틱스랩의 이동형 로봇에 하모닉 타입 감속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현대모비스가 감속기를 외부 조달할 경우 가장 가까운 국내 후보이며, 관절 히어로즈 시리즈의 국내 축과 직접 연결되는 지점입니다.
  • 에스오에스랩 [코스닥 464080]  현대차 로봇 플랫폼에 라이다를 공급하며 그룹 로보틱스 밸류체인에 들어간 국내 라이다 업체입니다. 현대모비스가 센서로 범위를 넓히면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생기는 자리입니다.
  • 현대오토에버 [코스피 307950]  그룹의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담당합니다. 현대모비스가 하드웨어를, 현대오토에버가 소프트웨어를 맡는 분업이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그대로 이어지는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띕니다. 현대모비스의 로봇 사업에서 라이벌 자리에 앉은 이름들이 대부분 로봇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 부품사라는 것입니다. 보쉬도 덴소도 HL만도도 삼화지공도 전부 차를 만들던 회사이고, 지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고객 쪽을 보면 로봇 고객은 계열사 하나뿐입니다. 밸류체인 2부에서 ‘표준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통째로 묶어 팔려 한다’고 했는데, 그 국면이 이 지도에 그대로 찍혀 있습니다 — 경쟁자는 이미 몰려 있고 고객은 아직 형성되는 중입니다. 이런 구도에서는 누가 먼저 대량 납품 실적을 만드느냐가 순위를 정하며, 그래서 계열사 물량을 먼저 확보했다는 사실의 무게가 커집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앞에서 본 구조가 실제 숫자에 어떻게 찍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이 표에서 중요한 것은 매출의 크기가 아니라, 2절에서 설명한 ‘제조는 못 벌고 A/S가 번다’는 구조가 얼마나 선명하게 나타나는가입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분 매출 영업이익 비고
2024년(연간, 확정) 57조 2,370억원(YoY -3.4%) 3조 735억원(YoY +34.0%) 영업이익률 5.4%. 매출이 줄었는데 이익은 3분의 1 넘게 늘었습니다. 전동화 매출 인식 방식이 바뀌고 전기차 수요가 꺾이면서 외형이 줄어든 반면, A/S가 환율과 판가로 이익을 끌어올린 결과입니다. 이 해 모듈·핵심부품 부문 이익률은 -0.1%로 적자였습니다
2025년(연간, 확정) 61조 1,181억원(YoY +6.8%) 3조 3,575억원(YoY +9.2%) 영업이익률 5.5%. 매출·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이자 연매출 첫 60조원 돌파. 부문별로는 모듈·핵심부품 47조 8,001억원에 영업이익 757억원(이익률 0.2%), A/S 13조 3,180억원에 영업이익 3조 2,818억원(이익률 24.6%). 제조가 두 해 만에 적자를 벗어났으나 폭이 얇습니다
2026년 1분기(확정) 15조 5,605억원(YoY +5.5%) 8,026억원(YoY +3.3%) 영업이익률 5.2%. 매출이 5.5% 느는 동안 이익은 3.3% 느는 데 그쳤고, 시장 기대치였던 8,430억원도 밑돌았습니다. 당기순이익은 8,831억원으로 14.4% 감소
2026년 2분기(확정) 16조 3,247억원(YoY +2.4%) 9,752억원(YoY +12.1%) 영업이익률 6.0%로 전년 동기 5.5%에서 개선. 모듈·핵심부품 영업이익은 218억원으로 48.2% 감소했고, 회사는 일부 고객사의 생산 물량 감소와 메모리 반도체 비용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상반기 누적은 매출 31조 8,852억원(YoY +3.9%), 영업이익 1조 7,778억원(YoY +8.0%)입니다. 회사가 공시한 부문별 손익으로는 모듈·부품제조가 1,455억원 적자, A/S가 1조 9,907억원 흑자이며 부문 간 거래 제거로 674억원이 빠집니다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위 네 행은 모두 회사가 공시한 확정 실적이며 금액은 원화이고 연결 기준입니다. 부문별 손익도 회사가 공시한 값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 연간은 사업보고서, 2026년 상반기는 반기보고서의 영업부문 주석에서 가져왔습니다. 다만 분기 단위 부문 손익은 공시되지 않으므로 이 편은 분기로 쪼개지 않고 상반기 누적으로만 적었습니다. 그리고 부문 합계와 연결 합계 사이에는 부문 간 거래를 제거한 금액이 끼어 있어, 두 부문 숫자를 더해도 전사 숫자가 되지 않습니다. 2026년 상반기에는 그 제거액이 674억원이었습니다. 이 표에 로봇 부품 매출이 한 줄도 없는 것은 2절 ⚠️ 박스에서 짚은 대로 아직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몇 년 뒤 이 사업의 매출을 추산한 증권사 리포트들이 나와 있으나 그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아틀라스 한 대당 액추에이터 개수와 개당 단가를 가정해 역산한 값이라 확정 실적과 성격이 전혀 다르고, 그 가정값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가정값 자체도 출처마다 갈립니다. 아틀라스 한 대당 액추에이터 개수는 10여 개, 30개 이상, 31개로 보도가 엇갈리는데 손 부위의 자유도를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당 단가 쪽도 마찬가지여서, 아틀라스 한 대의 공급가를 1억원으로 가정하고 재료비의 60%를 대입해 대당 6,000만원 안팎으로 추산한 분석이 있으나 최종 판매가와 재료비 구조는 다르고 세부 단가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가정 위에 가정을 쌓은 숫자라는 점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현대모비스 로봇 사업을 판단하려면 먼저 이 회사가 지금 어떻게 벌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표에서 먼저 볼 곳은 매출과 이익이 세 해 내내 따로 움직였다는 사실입니다. 2024년에는 매출이 3.4% 줄었는데 영업이익이 34% 늘었고, 2025년에는 매출이 6.8% 늘 때 이익이 9.2% 늘어 나란히 갔으며, 2026년 1분기에는 매출이 5.5% 느는 동안 이익이 3.3% 느는 데 그쳤습니다. 매출과 이익이 같은 방향으로 같은 크기만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 회사의 이익이 파는 양이 아니라 무엇을 파느냐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가 다음 문단에 있습니다.

두 번째로 볼 곳은 부문별 손익입니다. 이 표의 전사 숫자만 보면 이익이 늘고 있지만, 회사가 공시한 부문 손익을 열면 그림이 뒤집힙니다. 2026년 상반기에 모듈·부품제조 사업부문은 30조 4,078억원을 팔아 1,455억원 적자를 냈고, A/S용 부품사업 부문은 9조 3,375억원을 팔아 1조 9,907억원을 벌었습니다. 이익률로는 -0.5%와 21.3%입니다. 매출의 4분의 3을 만드는 부문이 손실을 내고, 4분의 1을 만드는 부문이 회사 전체보다 많이 버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그 적자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1년 전 같은 기간 모듈·부품제조 부문의 적자는 577억원이었으니 한 해 만에 두 배 반이 됐습니다. 2025년 연간으로는 757억원 흑자였던 부문이라, 흑자로 돌아섰다가 다시 내려간 셈입니다. 2절에서 이 회사를 부품을 만들어 버는 회사가 아니라 부품을 깔아둔 다음 그것을 20년 동안 고쳐 팔며 버는 회사라고 했는데, 그 문장이 숫자로 확인되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세 번째로 그 적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봅니다. 표의 마지막 행이 든 두 이유 가운데 뒤의 것이 특히 눈여겨볼 만합니다. 전장부품에 메모리가 대량으로 들어가는데 그 가격이 오르면서 2분기에만 약 6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고, 회사는 컨퍼런스콜에서 인쇄회로기판 등 다른 전장 소재 가격도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 하반기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자동차 부품사의 손익으로 넘어오는 통로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이 통로는 앞으로 더 넓어집니다 — 부품이 전자화될수록 반도체 값에 노출되는 면적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는 그럼에도 전사 이익이 늘었다는 사실입니다. 2분기 영업이익이 12.1% 늘어난 것은 A/S 덕분이고, 상반기 이 부문 영업이익률은 21.3%로 1년 전 21.0%보다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판가 인상과 환율이 겹친 결과입니다. 2절에서 본 구조가 분기 단위로도 그대로 재현된 셈입니다. 로봇 사업에 주는 함의는 둘입니다. 하나는 매출이 나오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리는 신사업을 버텨줄 현금이 이미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현금을 만들어주는 사업이 구조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뒤쪽이 이 회사가 신사업을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표에 없는 것을 봐야 합니다. 로봇 매출이 없는 것은 앞에서 짚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표가 제조 부문의 적자가 구조적인지 일시적인지를 알려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2025년 흑자전환의 상당 부분이 미국 관세 부담을 고객사와 나눠 회수한 결과였고, 2026년 적자에는 메모리 값이라는 외부 변수가 끼어 있습니다. 둘 다 회사가 만든 것이 아니라 밖에서 온 것입니다. 4절 판별식이 그룹 밖 첫 주문을 묻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밖에서 온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이익은 밖에서 딴 물량에서만 나옵니다.

돈이 어디로 가는지도 공시에 있습니다. 회사가 밝힌 2025년 시설·설비 투자는 1조 4,794억원이고, 2026년 계획은 2조 1,913억원으로 48% 늘었습니다. 국내 9,357억원, 해외 1조 2,556억원인데 해외가 더 큽니다. 다만 이 금액에는 연구개발비가 빠져 있고 공장 신·증설과 생산설비 보완이 중심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숫자를 이 편의 이야기와 겹쳐 보면 한 가지가 드러납니다. 2조 원이 넘는 설비 투자가 로봇이 아니라 기존 부품 생산 라인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로봇용 액추에이터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돈이 흘러가는 방향이 아직 겹치지 않습니다. 센서 히어로즈 ②편에서 대기업 계열 부품사를 볼 때 회사가 말하는 빈도보다 지출의 방향을 보라고 했던 이유가 여기서도 확인됩니다.

그래서 확인 방법은 단순합니다. 회사가 매년 사업보고서에 투자 계획을 품목과 투자 효과로 나눠 밝히므로, 거기에 로봇이나 액추에이터 전용 라인이 항목으로 등장하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지금은 공장 신·증설과 가동률 향상뿐입니다. 계획은 바뀌지만 이미 집행된 설비 투자는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이 항목이 바뀌는 해가 이 회사의 로봇 사업이 말에서 실체로 넘어가는 시점이 됩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여기까지가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반대편을 층위별로 봐야 합니다. 단기 뉴스에 나오는 악재가 아니라 이 회사의 구조 자체에서 나오는 위험들입니다.

첫째, 로봇 사업이 계획대로 자라지 않을 가능성입니다. 이 유형의 기업에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위험입니다. 공개된 일정 중 확정된 것은 첫 고객사와의 공급 합의뿐이고 나머지는 계획입니다. 휴머노이드가 산업 현장에서 사람보다 싸게 일한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으면 아틀라스 물량 자체가 뒤로 밀리고, 그러면 현대모비스 액추에이터 수요도 함께 밀립니다. 로봇 사업이 2~3년 지연되더라도 이 회사가 무너지지는 않지만, 지금 이 회사에 붙어 있는 기대의 상당 부분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지연은 실적에 두 번 나타납니다 — 매출이 미뤄지는 것이 한 번이고, 그동안 지은 설비의 감가상각이 먼저 시작되는 것이 또 한 번입니다. 미국 공장이 2028년에 돌기 시작하는데 채울 물량이 없으면 그해부터 제조 부문의 적자가 오히려 깊어집니다.

둘째, 완성차 사이클에 묶인 본업입니다. 모듈 조립은 직서열 공급이라 현대차·기아의 생산 대수를 그대로 따라가고, 그래서 자기 노력만으로 매출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2026년 2분기에 현대차가 부품사 화재로 국내 생산에 차질을 빚자 전동화 매출이 함께 줄었고, 반대로 현대모비스 인도 공장 화재가 현대차 인도 공장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두 회사가 한 몸처럼 묶여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고객 집중입니다. 매출의 절대 다수가 현대차·기아에서 나오고, 로봇에서도 첫 고객이 계열사입니다. 회사가 2033년까지 비계열 비중을 4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건 것 자체가 이 문제를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계열 매출은 안정적이지만 시장에서 이겨 딴 물량이 아니라 그룹 안에서 배정된 물량이라, 외부 평가에서 할인 요인이 됩니다.

넷째, 원가 경쟁입니다. 로봇 사업에서 가장 냉정하게 봐야 할 부분입니다. 액추에이터 개당 값이 앞으로 몇 년에 걸쳐 크게 떨어진다는 데는 증권가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합니다. 구체적인 하락 폭은 기관마다 다르고 아직 오지 않은 해의 값이라 어느 숫자를 외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방향만 붙잡으시면 됩니다 — 물량이 늘어 전체 매출은 커지지만 단가는 계속 깎이는 시장입니다. 밸류체인 2부에서 본 대로 중국은 이미 저가 모듈로 시장을 넓히고 있고 영구자석 가공능력의 약 90%를 쥐고 있어 원재료 단계에서부터 유리합니다. 이 가격 곡선을 따라 내려가지 못하면 계열사 밖 고객은 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원가를 내리는 방식은 자동차에서 배운 것, 곧 같은 설계를 여러 차종에 깔아 물량으로 희석하는 방식입니다. 로봇에서 그 방식이 통하려면 아틀라스 말고도 여러 로봇이 같은 액추에이터를 써야 하는데, 지금은 표준이 없어 로봇마다 관절 규격이 다릅니다. 원가를 내리려면 물량이 필요하고 물량을 받으려면 원가를 내려야 하는 고리가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다섯째, 규제와 지정학입니다. 미국 관세는 이미 손익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고, 그룹이 액추에이터 공장을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짓기로 한 결정에도 이 변수가 깔려 있습니다. 로봇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희토류 영구자석은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 생산 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여섯째, 이 회사 고유의 문제로 지배구조가 있습니다. 순환출자 구조는 오랫동안 개편 논의의 대상이었고, 2018년에는 모듈·A/S 사업을 떼어내 다른 계열사와 합치는 안이 추진되다 주주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개편이 다시 추진되면 회사가 어떤 사업을 갖고 어떤 사업을 넘길지가 바뀔 수 있으므로, 사업 전망과 별개로 늘 열려 있는 변수입니다. 로봇에 걸리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 액추에이터 사업이 어느 법인에 남는지가 개편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러면 지금 이 회사를 보고 세운 판단의 대상 자체가 바뀝니다. 8절 ②에서 사업 재편 능력을 이 회사의 강점으로 꼽는데, 같은 성질이 주주 입장에서는 위험이 되기도 합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세 가지 해석

사실을 정리했으니 이제 해석입니다. 현대모비스라는 회사를 통해 피지컬 AI 산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 세 가지를 짚겠습니다.

① 이 회사는 기술 회사가 아니라 양산 회사로 이해해야 합니다

현대모비스의 로봇 진출을 다룬 기사들은 대체로 ‘자동차 부품사가 로봇 기술을 확보했다’는 틀로 씁니다. 그런데 실제로 벌어진 일은 방향이 반대에 가깝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이족보행 로봇을 만들던 회사이고 아틀라스에 들어가던 액추에이터도 이미 있었습니다. 없었던 것은 그것을 수십만 개 단위로, 같은 품질로, 감당 가능한 값에 만들어내는 능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협력에서 현대모비스가 판 것은 액추에이터라는 물건이 아니라 ‘대량으로 똑같이 만드는 능력’입니다. 이 관점은 이 산업 전체를 볼 때 유용합니다. 로봇을 한 대 잘 만드는 일과 만 대를 똑같이 만드는 일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며, 지금 이 산업이 부딪힌 벽은 앞쪽이 아니라 뒤쪽입니다. 밸류체인 2부에서 ‘이 산업은 지금 국면에서 기술 난도의 게임이 아니라 양산 규모의 게임’이라고 했던 문장이 개별 기업 사례로 확인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 해석에는 성립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대량으로 똑같이 만드는 능력이 값어치를 가지려면 그 대량이 실제로 발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동차에서 이 능력이 통한 것은 한 차종에 수십만 대가 깔렸기 때문인데, 로봇은 아직 그 물량이 없습니다. 물량이 적은 구간에서는 오히려 소량을 유연하게 만드는 쪽이 유리하고, 그 자리는 지금 관절 히어로즈 앞선 편들의 작은 회사들이 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회사의 강점은 지금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커진 뒤에야 발휘되는 종류이며, 그 사이의 시간을 A/S가 대주고 있는 것입니다.

② 정체성을 갈아타 본 경험 자체가 자산이 됩니다

현대모비스는 컨테이너를 만들다 철도차량을 만들었고, 자동차를 만들다 그것을 넘기고 부품사가 됐습니다. 1999년 완성차 사업을 넘길 때 이 회사는 자기 매출의 큰 축을 스스로 잘라냈습니다. 지금 램프 사업부를 매각하려는 것도 같은 종류의 결정입니다 — 매출 2조원짜리 사업을 덜어내고 그 자원을 전장·전동화·로보틱스로 옮기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한 건이 아닙니다. 램프에 앞서 해외 범퍼사업을 국내 부품사 세 곳의 컨소시엄에 넘기기로 했고, 회사는 그 매각으로 확보하는 5,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용 통합 제어기와 자율주행 센서, 차량용 소프트웨어, 그리고 로보틱스에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램프와 범퍼는 둘 다 오랫동안 이 회사의 대표적인 하드웨어 사업이었습니다. 두 건을 나란히 놓으면 방향이 분명해집니다 — 눈에 보이는 덩어리를 팔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옮겨 가는 중입니다.

흔한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라도 매출과 고용 때문에 붙들고 있다가 전환 시기를 놓칩니다. 램프 매각이 노사 갈등으로 여러 차례 미뤄졌고 2026년 5월에야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잠정 합의에 이른 것 자체가 이 결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줍니다. 합의 내용에 국내 연구인력 100% 유지와 생산 인력 100% 고용승계가 들어간 것을 보면, 회사가 사업을 넘기면서도 사람은 지키는 쪽으로 값을 치렀다는 것도 읽힙니다. 그래서 이런 회사를 볼 때는 ‘무엇을 새로 시작했는가’만큼 ‘무엇을 그만두었는가’를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새 사업 발표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기존 사업을 잘라내는 것은 실제로 자원을 옮기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③ 계열사가 첫 고객인 것은 축복이자 함정입니다

밸류체인 2부에서 우리는 이 구간의 부품사를 볼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이 고객사 명단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그 명단을 가장 빠르게 채운 국내 기업입니다. 그런데 그 명단의 유일한 이름이 같은 그룹 안에 있다는 사실은 양날의 검입니다. 좋은 쪽부터 보면 이 구조는 시간을 삽니다. 감속기 하나가 깨지면 로봇 전체가 멈추기 때문에 고객사는 수억 번의 내구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에는 새 공급사를 채택하지 않는데, 그 검증 기간이 국내 부품사들의 매출을 10년씩 지연시켜 왔습니다. 같은 그룹 안에서는 설계 단계부터 함께 개발하며 그 시간을 압축할 수 있습니다.

나쁜 쪽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채택이 경쟁력의 증명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관점은 다른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삼성전자와 레인보우로보틱스, LG전자와 로보티즈처럼 국내 4대 그룹은 저마다 로봇 기업에 말을 심어뒀는데 이 구조들은 전부 같은 양면성을 갖습니다. 어느 회사가 진짜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그룹 안의 채택이 아니라 그룹 밖의 첫 주문에서 갈릴 것이고, 그 시점이 이 섹터 전체의 옥석이 가려지는 순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양면성을 읽을 때 한 가지를 더 봐야 합니다. 그룹 안의 첫 고객이 무엇을 요구했느냐입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 회사를 고를 때 높이 평가한 것이 신뢰성 평가 체계와 양산 경험이었다는 사실은, 그 선택이 그룹 관계 때문만은 아니었을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계열사라서 골랐다면 요구 조건이 느슨해지는데, 실제로는 자동차 수준의 검증 절차를 그대로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채택은 완전한 증명은 아니어도 완전한 배정도 아닙니다. 그 중간 어디쯤인지를 가르는 것이 결국 그룹 밖 첫 주문입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특정 날짜의 이벤트를 나열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 항목은 몇 달이면 낡습니다. 대신 몇 년이 지나도 유효한 질문 네 가지와,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남깁니다.

첫째, 로봇 매출 비중이 실제로 올라가고 있는가. 이 유형의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지표입니다. 확인 방법이 중요한데, 계약 체결이나 수주 발표가 아니라 분기 실적 자료의 부문별 숫자로 보셔야 합니다. 지금은 사업부문이 모듈·핵심부품과 A/S 두 개뿐인데, 어느 시점에 로보틱스가 별도 부문으로 분리돼 공시되기 시작한다면 그것 자체가 이 사업이 유의미한 규모가 됐다는 신호입니다.

둘째, 감속기를 어떻게 조달하는가. 3절에서 짚은 가장 큰 기술 공백입니다. 자체 개발 발표가 나오는지, 국내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는지, 아니면 일본 업체에서 사 오는지에 따라 이 회사가 액추에이터 가치사슬에서 차지하는 몫이 달라집니다. 조립만 한다면 마진이 얇고, 핵심 부품까지 쥐면 두꺼워집니다.

셋째, 계열사 밖에서 주문이 오는가. 4절의 판별식입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외의 로봇 회사가 현대모비스 액추에이터를 채택했다는 소식이 나오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자동차 부품에서 폭스바겐 수주가 그랬듯, 이 사업에서도 첫 외부 고객이 평가의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넷째, 제조 부문이 A/S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서는가. 로봇과 무관해 보이지만 실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모듈·핵심부품의 영업이익률이 1%대, 2%대로 추세적으로 올라오는지, 그 개선이 일회성 비용 회수가 아니라 제품 구성 변화에서 오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이 숫자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 회사는 계속 A/S가 벌어 신사업을 먹여 살리는 구조에 머물게 됩니다.

10. 마무리하며

현대모비스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완성차를 내려놓고 부품 전문사가 된 회사가, 전동식 조향과 제동에서 쌓은 ‘전기를 힘으로 바꾸는’ 기술을 들고 로봇 관절 시장에 들어서는 중인 기업입니다. 2025년 영업이익 3조3,575억원은 그 전환의 결과가 아니라 전환의 재원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볼 때 로봇 뉴스만 좇으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칩니다. 지금의 로봇 사업은 매출이 0원이고, 그 사업을 몇 년간 버텨줄 돈은 도로 위를 굴러다니는 수천만 대의 현대차·기아를 고쳐 팔며 나옵니다. 반대로 A/S 숫자만 보면 이 회사가 왜 지금 램프 사업을 잘라내고 미국에 액추에이터 공장을 지으려 하는지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두 이야기는 한 몸입니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문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몸값의 절반은 관절에 있다.’ 밸류체인 2부에서 이 문장을 기업 지도 위에 올리며, 관절을 쥔 쪽은 여전히 일본이고 그 자리를 흔드는 쪽은 중국의 양산 규모이며 한국은 고객사 명단을 한 칸씩 채워가며 시간을 사는 중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그 명단의 첫 칸을 가장 큰 글씨로 채운 회사입니다. 다만 그 칸에 적힌 고객의 이름이 자기 계열사라는 점, 그리고 관절 안에서 가장 어려운 부품인 감속기가 아직 자기 것이 아니라는 점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이 두 줄이 어떻게 바뀌는지가 앞으로 몇 년간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같은 관절 시장을 정반대 위치에서 바라보는 회사를 다루겠습니다. 에스피지는 하모닉·RV·유성 감속기 세 종류를 모두 양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지만, 로봇용 정밀감속기 매출 비중은 아직 3% 수준이고 회사를 지탱하는 것은 냉장고에 들어가는 팬모터입니다. 61조원짜리 회사가 옆에서 걸어 들어온 자리에 3,400억원짜리 회사는 어떻게 서 있는지를 같은 깊이로 들여다보겠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볼 때 저는 두 가지를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하나는 3절에서 본 연결 구조입니다 — 전기를 힘으로 바꾸는 장치를 20년 만들어왔다는 사실은 로봇 테마가 식어도 그대로 남고, 이 회사가 무엇을 들고 건너가는지를 설명하는 가장 단단한 근거입니다. 다른 하나는 4절의 판별식입니다 — 그룹 밖에서 첫 주문이 오는가. 그룹 안의 물량은 시간을 벌어줄 뿐이고, 그 시간 안에 원가와 신뢰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밖에서 오는 주문은 끝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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