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482억원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부문으로 나누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배터리를 만드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173억원 적자였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만드는 전자재료 부문이 655억원을 벌었습니다. 매출의 6%를 차지하는 부문이 회사 전체의 이익을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번 반기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자재료는 배터리가 흑자였던 해에도, 1조 8,518억원 적자를 낸 해에도 줄곧 12~16%대의 이익률을 지켜왔습니다.
1. 왜 지금 삼성SDI인가
밸류체인 ④부가 정리한 국면은 앞선 편에서 이미 다뤘습니다. 전기차가 더디게 가는 동안 저장장치 수요가 늘었고, 셀을 만드는 회사들이 그 안에서 무엇을 바꿨는지가 ①편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편은 다른 것을 봅니다. 삼성SDI에는 ①편의 LG에너지솔루션에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배터리가 아닌 사업입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소재를 만드는 전자재료 부문인데, 매출로는 6%에 그치지만 이익에서는 전혀 다른 자리를 차지합니다.
숫자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2025년에 배터리 부문이 1조 8,518억원 적자를 내는 동안 전자재료는 1,295억원을 벌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배터리 173억원 적자에 전자재료 655억원 흑자로, 전사 영업이익 482억원이 사실상 이 부문에서 나왔습니다. 배터리가 흑자였던 2024년에도 전자재료가 전사 이익의 40%를 만들었습니다.
이 편이 붙잡을 구조가 그 관계입니다. 하나는 크고 흔들리는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작고 꾸준한 사업인데, 작은 쪽이 큰 쪽을 몇 년째 받치고 있습니다. 그 받침이 언제까지 유효한지, 그리고 배터리가 스스로 서는 시점이 언제인지가 이 회사를 읽는 질문이 됩니다. 한 회사 안에서 큰 사업이 작은 사업의 도움을 받는 구간입니다.
1970년 삼성-NEC로 출발해 브라운관과 디스플레이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이 편에서 답을 찾아볼 질문은 셋입니다. 두 사업이 왜 한 회사에 있는가. 작은 부문이 어떻게 큰 부문을 받칠 수 있는가. 그리고 배터리가 스스로 서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 기본 정보 티커: 코스피 006400 | 설립: 1970년 삼성-NEC로 출발, 이후 삼성전관을 거쳐 1999년 현재 사명으로 변경 | 사업 구성(2026년 상반기 기준): 에너지솔루션 94%, 전자재료 6% | 지배구조: 삼성전자가 최대주주 | 제품 구성: 에너지솔루션은 중·대형전지(전기차용·ESS용)와 소형전지(무정전 전원장치·전동공구·소형 이동수단용), 전자재료는 반도체 소재와 OLED 소재 | 부문별 이익률(2026년 상반기): 에너지솔루션 -0.3%, 전자재료 13.9% | 한 줄 정체성: 배터리를 만들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로도 버는 회사로서, 매출 6%인 그 소재가 이익에서는 훨씬 큰 자리를 차지하는 구조
2.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는가
삼성SDI의 사업은 둘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에너지솔루션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를 만드는 전자재료입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 7조 3,452억원 가운데 에너지솔루션이 6조 8,734억원으로 94%, 전자재료가 4,718억원으로 6%입니다. 규모로는 배터리가 압도하는데 이익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회사를 읽는 출발점입니다.
배터리 쪽은 다시 둘로 나뉩니다. 중·대형전지와 소형전지입니다. 중·대형에는 전기차용과 저장장치용이 들어가고, 소형에는 무정전 전원장치와 배터리백업유닛, 전동공구, 소형 이동수단용이 들어갑니다. 회사는 최근 이 목록에 로봇과 우주항공용을 더해 적고 있습니다. 같은 배터리라도 요구되는 성질이 달라 만드는 방식과 팔리는 경로가 갈립니다.
삼성SDI 전자재료 부문은 반도체 소재와 OLED 소재로 나뉩니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화학 재료와 디스플레이 패널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소재인데, 회사는 반도체 소재가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량 확대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인공지능용 반도체 등 수요 확대」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공정에 한 번 들어간 소재는 바꾸기 어려워 그 자리가 오래 갑니다.
두 사업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배터리는 완성차 회사나 발전 사업자와 몇 년짜리 계약을 맺고 큰 물량이 한 번에 움직이는 장치산업입니다. 반면 전자재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이 돌아가는 동안 계속 소모되는 재료라, 고객이 생산하는 만큼 꾸준히 나갑니다.
그래서 값이 정해지는 방식도 갈립니다. 배터리는 대형 계약 단위로 협상하므로 한 번의 조건이 몇 년을 갑니다. 소재는 고객의 공정에 맞춰 개발된 것이라 한 번 채택되면 잘 바뀌지 않고, 그만큼 값을 지키기 쉽습니다. 배터리는 계약 시점의 조건에 몇 년이 묶이고 소재는 고객의 공정에 묶이는데, 뒤쪽이 값을 지키기에 유리합니다.
원가 구조도 다릅니다. 배터리는 설비 투자가 크고 그 감가상각이 물량과 무관하게 나갑니다. 2026년 상반기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감가상각비가 1조 1,043억원인데, 같은 기간 전자재료는 300억원입니다. 매출이 열네 배 차이인데 감가상각은 서른일곱 배 차이입니다.
이 차이가 두 부문의 손익을 갈랐습니다. 2026년 상반기 에너지솔루션은 매출 6조 8,734억원에 영업손실 173억원이고, 전자재료는 4,718억원에 영업이익 655억원으로 이익률 13.9%입니다. 배터리 부문의 원재료 매입에서 극판자재가 2조 3,725억원으로 60%를 차지하는데, 그 재료비와 감가상각이 함께 무거운 것입니다.
그리고 이 구도가 이번만이 아닙니다. 2024년에는 에너지솔루션이 2,176억원 흑자였는데 전자재료가 1,456억원을 벌어 전사 이익의 40%를 차지했고, 2025년에는 에너지솔루션이 1조 8,518억원 적자를 내는 동안 전자재료가 1,295억원 흑자를 지켰습니다. 배터리 업황과 무관하게 이 부문의 이익률은 12~16%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개념 — 매출 비중과 이익 비중은 왜 벌어지나 한 회사 안에 사업이 여럿이면 매출 비중과 이익 비중이 어긋나는 일이 흔합니다. 이익률이 다르기 때문인데, 그 차이가 크면 작은 사업이 이익에서는 큰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 회사가 그 극단입니다. 전자재료는 매출의 6%인데 2026년 상반기 전사 영업이익 482억원보다 큰 655억원을 벌었습니다. 배터리가 적자여서 전체 이익이 그보다 작아진 것입니다. 이익률이 갈리는 이유는 대체로 셋입니다. 첫째가 설비 부담입니다. 공장에 큰돈이 들어간 사업은 그 감가상각이 물량과 무관하게 나가므로 이익률이 낮게 나옵니다. 둘째가 값을 정하는 힘입니다. 고객이 바꾸기 어려운 제품은 값을 지키기 쉽습니다. 셋째가 경쟁의 밀도입니다. 그래서 여러 사업을 가진 회사를 볼 때는 매출 비중과 이익 비중을 나란히 놓아야 합니다. 둘이 크게 어긋나는 부문이 있다면 그 부문의 성격이 나머지와 다르다는 뜻이고, 그 차이가 회사의 손익을 읽는 열쇠가 됩니다.
3. 핵심 기술 — 원리로 파고들기
4절의 판별식이 배터리가 스스로 서는 시점을 묻는다면, 그 답을 만들 열쇠가 이 절에 있습니다. 배터리 부문이 지금 이익을 내고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알아야 그 회복이 어디까지 갈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밸류체인 ④부가 충방전 원리를 다뤘고 ①편이 전기차용과 저장장치용의 요구 차이를 풀었다면, 이 편은 세 번째 갈래를 봅니다. 짧은 시간에 큰 힘을 내는 배터리입니다. 많이 담는 것과 빨리 내보내는 것이 왜 다른지(①), 빨리 내보내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②), 그 설계가 왜 전기차에서 다듬어졌는지(③), 데이터센터가 왜 같은 것을 요구하는지(④), 각형과 원통형이라는 형태가 무엇을 정하는지(⑤), 그리고 이 회복이 남기는 한계(⑥)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① 많이 담는 것과 빨리 내보내는 것은 다릅니다
배터리를 물통에 비유하면 두 가지 성질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담느냐와 얼마나 빨리 쏟아내느냐입니다. 앞을 에너지 밀도라 하고 뒤를 출력 밀도라 합니다. 그리고 이 둘은 대체로 서로를 밀어냅니다.
왜 밀어내는가는 배터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나옵니다. 충전과 방전은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면서 일어나는데, 그 이온이 전극 재료 안으로 파고들었다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많이 담으려면 전극을 두껍게 발라야 하는데, 두꺼우면 이온이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는 거리가 길어져 빨리 움직이지 못합니다.
여기에 저항 문제가 겹칩니다. 큰 전류를 흘리면 배터리 내부의 저항 때문에 열이 나고 전압이 떨어집니다. 전극이 두꺼울수록 이온이 지나갈 길이 길어져 저항이 커지므로, 같은 전류를 흘려도 손실이 더 큽니다. 그래서 에너지를 많이 담은 배터리는 대체로 빨리 쏟아내지 못합니다.
이 관계 때문에 배터리 회사들은 용도마다 다른 설계를 씁니다. 오래 쓰는 것이 중요한 자리에는 에너지 밀도를 올린 제품을, 순간의 힘이 중요한 자리에는 출력 밀도를 올린 제품을 넣습니다. 같은 리튬이온 기술인데 안이 전혀 다른 물건이 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오래 쓰는 성질도 이 둘과 얽힙니다. 큰 전류를 자주 흘리면 전극 표면에 무리가 가고 그만큼 수명이 줄어드는데, 출력을 올리려고 전극을 얇게 하면 그 부담이 더 커집니다. 그래서 고출력 배터리는 출력과 수명 사이에서도 균형을 잡아야 하고,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가 용도마다 달라집니다.
💡 쉽게 비유하면 — 물탱크와 소방호스 옥상에 놓인 물탱크를 생각해봅시다. 이 탱크를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은 물을 담느냐입니다. 하루 종일 쓸 물을 담아둬야 하므로 용량이 크면 좋습니다. 소방호스는 다릅니다.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순간에 얼마나 세게 뿜어내느냐가 전부입니다. 물을 많이 담고 있어도 가늘게 나오면 불을 끄지 못하고, 반대로 조금만 담고 있어도 세게 뿜으면 그 순간을 해결합니다. 배터리에도 같은 구분이 있습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배터리는 물탱크 쪽이고, 정전 순간에 서버를 지키는 배터리는 소방호스 쪽입니다. 그리고 물탱크를 크게 만드는 방법과 호스를 굵게 만드는 방법이 서로를 방해하듯, 배터리에서도 두 성질이 서로를 밀어냅니다.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소방호스는 굵기만 바꾸면 되지만 배터리는 전극의 두께와 재료 배합, 극판의 설계를 함께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출력이 높은 배터리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사양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품을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배터리 회사들은 같은 공장 안에서도 용도에 따라 다른 라인을 씁니다. 전극을 바르는 두께가 다르면 코팅 설비의 조건이 달라지고, 셀의 크기와 형태가 다르면 조립 설비의 치구도 달라집니다. ESS 히어로즈 ①편에서 본 라인 전환이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 회사가 라인을 크게 돌리지 않고 기존 소형전지 라인에서 나오는 제품의 판매처를 넓힌 것도 같은 사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② 빨리 내보내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나
출력을 올리는 방법은 이온이 오가는 길을 짧고 넓게 만드는 것입니다. 첫째가 전극을 얇게 바르는 것 입니다. 얇으면 이온이 파고들었다 나오는 거리가 짧아져 빨리 움직입니다. 대신 같은 부피에 담기는 재료가 줄어 에너지 밀도가 내려갑니다.
둘째가 전극의 면적을 넓히는 것입니다. 같은 양의 재료라도 얇게 펴서 넓게 만들면 이온이 드나드는 표면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고출력 셀은 얇은 전극을 여러 겹 감거나 쌓아 면적을 확보하는 구조를 씁니다.
셋째가 전류를 모으는 부분의 설계입니다. 전극에서 만들어진 전류는 결국 한 지점으로 모여 밖으로 나가는데, 그 통로가 좁으면 병목이 생깁니다. 큰 전류를 다루려면 이 부분을 두껍게 하거나 여러 곳에 두어야 하고, 그 설계가 셀의 성능을 크게 좌우합니다.
넷째가 열 관리입니다. 큰 전류를 흘리면 반드시 열이 나고, 그 열이 빠지지 않으면 성능이 떨어지고 수명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고출력 셀은 열이 빠져나갈 경로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며, 이것이 셀의 형태와 이어집니다.
③ 삼성SDI 배터리의 그 설계는 전기차에서 다듬어졌습니다
②에서 본 요구는 사실 전기차가 오랫동안 밀어붙인 것입니다. 전기차가 가속할 때는 짧은 시간에 큰 전류가 필요하고, 급속충전을 하려면 반대 방향으로 큰 전류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열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 십수 년간 배터리 회사들은 에너지 밀도만이 아니라 출력과 충전 속도, 열 관리를 함께 다듬어왔습니다. 전극을 얇게 하면서도 용량을 유지하는 방법, 전류를 모으는 구조를 개선하는 방법, 열이 빠지는 경로를 확보하는 방법이 그 과정에서 쌓였습니다.
이 회사가 특히 각형과 원통형에 강점을 가진 것도 이 맥락에 있습니다. 두 형태 모두 금속 케이스를 쓰는데, 금속은 열을 잘 전달하므로 안에서 난 열을 밖으로 빼기에 유리합니다. 큰 전류를 다루는 자리에 적합한 구조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축적이 지금 삼성SD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값을 하고 있습니다. 그 시장이 요구하는 것이 전기차가 요구해온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소형전지의 적용 영역을 넓히면서 데이터센터용 배터리백업유닛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그 결과입니다.
④ 삼성SDI 데이터센터 시장이 같은 것을 요구합니다
전력기기 히어로즈 편들이 다룬 대로 데이터센터는 전기가 끊기면 안 되는 시설입니다. 그리고 최근 그 요구 수준이 크게 올라갔습니다. 인공지능 학습용 서버가 쓰는 전력이 예전의 열 배를 넘으면서, 그 전력을 순간적으로 받쳐줘야 하는 배터리의 부담도 함께 커졌기 때문입니다.
랙 하나가 100킬로와트를 넘게 쓴다면 그 랙의 전원을 지키는 배터리도 그만큼의 전력을 순간적으로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몇 분만 버티면 되므로 담아두는 양은 크지 않아도 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쏟아내는 힘은 대단히 커야 합니다. ①에서 본 출력 밀도가 결정적인 자리입니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서버 랙 안이나 그 옆에 놓이므로 공간이 제한되고, 무엇보다 발화하면 안 됩니다. 값비싼 장비가 빼곡한 곳이고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안전 요구가 전기차 못지않게 높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는 검증된 공급자가 들어갑니다. 새로 만든 제품을 시험 삼아 넣기 어려운 시장이고, 전기차용으로 오랫동안 안전성을 검증받아온 회사가 유리합니다. 회사가 「고부가 제품」이라 부르는 것이 이 구간이며, 값을 개별로 협상할 여지가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자리에는 값의 논리도 다르게 작동합니다. 데이터센터의 전원 설비는 전체 시설 투자에서 차지하는 몫이 크지 않은데 그것이 실패했을 때의 손실은 대단히 큽니다. 그래서 배터리 값을 몇 퍼센트 깎는 것보다 확실히 동작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값 경쟁의 압력이 전기차 시장보다 덜합니다. 회사가 이 구간을 「고부가 제품」이라 부르는 배경입니다.
⑤ 각형과 원통형이라는 형태
배터리 셀의 형태는 크게 셋입니다. 알루미늄 케이스에 담은 각형, 금속 원통에 담은 원통형, 그리고 비닐 같은 필름으로 감싼 파우치형입니다. 이 회사는 앞의 둘에 무게를 두고 있고, 그 선택이 이 편의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각형은 케이스가 단단해 외부 충격에 강하고, 여러 개를 벽돌처럼 쌓아 공간을 효율적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원통형은 구조가 가장 안정적이어서 내부 압력이 올라가도 잘 견디고, 오랫동안 대량 생산돼온 만큼 만드는 비용이 낮습니다.
두 형태의 공통점은 금속 케이스라는 것입니다. 금속은 열을 잘 전달하므로 셀 안에서 난 열을 밖으로 빼기 좋고, 발화가 일어나도 그 형태를 유지해 옆으로 번지는 것을 늦춥니다. ④에서 본 데이터센터의 안전 요구와 맞아떨어지는 성질입니다.
그리고 원통형은 특히 이 시장에 적합합니다. 크기가 표준화돼 있어 필요한 만큼 개수를 늘려 배치하기 쉽고, 하나가 고장 나도 전체가 멈추지 않습니다. 무정전 전원장치나 배터리백업유닛처럼 신뢰성이 중요한 자리에서 이 구조가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다만 형태가 모든 것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파우치형도 열을 빼는 구조를 따로 설계하면 고출력에 쓸 수 있고, 실제로 여러 회사가 그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형태의 선택은 유리한 출발점을 주는 것이지 결론이 아니며, 결국 그 형태 안에서 얼마나 다듬었느냐가 제품의 성능을 정합니다.
⑥ 그 전환이 남기는 한계
첫째, 규모입니다. 데이터센터용 고출력 배터리는 값을 잘 받는 시장이지만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물량과 비교하면 개별 규모가 작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빈자리를 온전히 메우려면 대단히 많은 수의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부문별 매출과 손익이 반기마다 함께 실립니다.
둘째, 이 수요도 결국 데이터센터 투자에 달려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설 투자가 지금 이례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데, 그 속도가 늦춰지면 이 응용처도 함께 늦춰집니다. 전기차 대신 다른 하나에 기대게 된 것이지 기댈 곳이 여럿이 된 것은 아닙니다. 그 격차가 좁혀지면 배터리가 스스로 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비중이 올라가면 새 시장이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셋째, 경쟁이 곧 따라옵니다. 값을 잘 받는 시장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다른 배터리 회사들도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도 전기차용으로 같은 기술을 다듬어왔으므로 진입 장벽이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전자재료가 받쳐준 기간이 길어질수록 배터리의 회복이 늦다는 뜻입니다.
넷째, 시점의 문제도 있습니다. 지금 데이터센터가 짓고 있는 시설의 전원 설비는 앞으로 몇 년간 정해지는데, 한 번 목록이 확정되면 바꾸기 어렵습니다. 이 회사가 이미 그 목록에 올라 있다는 것이 지금의 이점이지만, 그 이점은 시설이 계속 지어지는 동안에만 유효합니다. 회사가 반기마다 부문별 손익을 밝힙니다.
4. 왜 경쟁사는 따라오지 못하는가 — 그리고 그 이유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이 회사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두 사업에서 각각 다릅니다. 그래서 나눠 봐야 합니다.
배터리 쪽에서는 3절에서 본 고출력 설계의 축적과 전기차용으로 검증받아온 안전성 이력입니다. 앞은 시간이 필요하고 뒤는 실적이 필요한데, 둘 다 돈으로 건너뛸 수 없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전원 설비처럼 새 공급자를 시험해보기 어려운 시장에서 이 이력이 값을 합니다.
전자재료 쪽은 성격이 다릅니다. 반도체 소재는 고객의 공정에 맞춰 개발되고 한 번 채택되면 바꾸기 어렵습니다. 소재 하나를 바꾸려면 공정 전체를 다시 검증해야 하고 그 과정에 수율 손실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은 규모가 작아도 이익률이 높고, 업황이 흔들려도 그 이익률이 잘 내려가지 않습니다.
두 사업이 다른 사이클을 탄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배터리는 전기차와 저장장치 투자를 따라가고 전자재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량을 따라갑니다. 2025년에 배터리가 1조 8,518억원 적자를 낼 때 전자재료가 1,295억원 흑자를 지킨 것이 그 결과입니다.
ESS 히어로즈 ①편의 LG에너지솔루션과 견주면 이 조건의 값어치가 분명해집니다. 그 회사는 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말고 다른 부문이 없습니다. 업황이 나쁘면 그것이 곧바로 전사 손익으로 드러나고 덮어줄 자리가 없습니다. 같은 국면에서 이 회사가 전사 흑자를 지킨 것은 그 차이 때문입니다.
다만 이 받침에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전자재료의 연간 이익이 1,300억원 안팎인데 2025년 배터리 적자는 1조 8,518억원이었습니다. 그해 전사는 1조 7,224억원 적자였습니다. 받쳐준다는 것과 지탱한다는 것은 다르며, 배터리가 크게 무너지면 이 부문의 크기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 이 회사를 판별하는 질문 하나 전사 영업이익은 이 회사를 판별해주지 못합니다. 2026년 상반기 482억원 흑자였는데 그 안에서 배터리는 173억원 적자였습니다. 두 부문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합친 숫자는 어느 쪽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매출 성장률도 답이 아닙니다 — 상반기 매출이 16% 늘었지만 그 대부분이 배터리에서 왔고, 그 배터리는 적자였습니다. 한 분기의 흑자 전환도 마찬가지입니다. 2026년 2분기에 배터리가 흑자로 돌아섰으나 거기에는 미국 현지 생산에 따른 세액공제와 관세 환급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 배터리가 전자재료의 도움 없이 서는 시점은 언제인가. 확인하는 방법은 셋입니다. 첫째, 분기·반기·사업보고서의 영업부문 공시에서 두 부문의 영업손익을 따로 봅니다. 회사가 부문별 매출과 영업손익을 표로 밝히므로 전사 숫자에 가려진 것이 드러납니다. 둘째,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이익률이 어느 수준에서 멈추는지를 봅니다. 2026년 상반기 -0.3%까지 올라왔는데, 이것이 플러스로 돌아서 전자재료의 13%대에 얼마나 다가가는지가 회복의 척도입니다. 셋째, 전자재료의 이익 규모가 배터리 적자를 덮을 수 있는 크기인지를 함께 봅니다. 이 부문의 연간 이익이 1,300억원 안팎이므로, 배터리 적자가 그보다 크면 전사는 적자입니다.
5. 경쟁·협력 지도 — 삼성SDI를 둘러싼 큰 그림
삼성SDI를 둘러싼 관계는 세 겹입니다. 자동차 쪽에서 마주하는 상대, 전력망 쪽에서 마주하는 상대, 그리고 데이터센터 쪽에서 마주하는 상대가 전부 다릅니다.
🌏 글로벌 라이벌
- LG에너지솔루션 [코스피 373220] — ESS 히어로즈 ①편의 주인공입니다. 같은 국면에서 다른 선택을 했고, 그 회사가 설비를 바꾼 반면 이 회사는 판매처를 넓혔습니다. 두 편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조건에서 갈린 두 길이 보입니다.
- CATL [중국, 선전 300750] — 세계 최대 배터리 회사로 리튬인산철과 저장장치 시장에서 앞서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센터 전원 설비처럼 검증 이력이 중요한 구간에서는 조건이 달라집니다.
- 파나소닉 에너지 [일본, 도쿄 6752 파나소닉 홀딩스 계열] — 원통형 배터리에서 오랜 이력을 가진 회사입니다. 이 회사와 같은 형태에 강점을 두고 있어 고출력 응용처에서 겨루는 상대입니다.
🤝 핵심 고객사
- 데이터센터 전원 설비 제조사 [다수] — 무정전 전원장치와 배터리백업유닛을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전력기기 히어로즈 ⑥편의 버티브 홀딩스가 그런 회사이며, 배터리 회사는 그 안에 들어가는 셀을 공급합니다. 최종 수요는 데이터센터이지만 직접 계약하는 상대는 설비 제조사입니다.
- 완성차 제조사 [다수] — 중·대형전지가 나가는 자리입니다. 회사는 개별 고객명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유럽 전기차용 판매가 늘었다는 점을 2026년 2분기 흑자 요인에 포함했습니다. 개별 고객이 공개되지 않으므로 어느 차종의 판매가 이 회사 물량을 정하는지 밖에서 추적하기 어렵습니다.
- 전동공구와 소형 이동수단 제조사 [다수] — 소형전지의 오래된 고객입니다. 고출력 특성이 필요한 자리라 데이터센터용과 기술 뿌리가 같으며, 이 시장에서 쌓은 축적이 새 응용처로 이어졌습니다.
🇰🇷 국내 협력 생태계
- 에코프로이엠 [비상장, 에코프로비엠 계열] — 양극재를 공급합니다. 사업보고서의 극판자재 주요 매입처에 기재돼 있으며, 이 소재가 원재료 매입액의 60%를 차지합니다.
- WCP [코스피 393890]·상신이디피 [코스닥 091580] — 분리막과 캔 등 조립자재를 공급합니다. 각형과 원통형은 금속 케이스를 쓰므로 이 부품의 정밀도가 셀의 안전성과 직결됩니다.
- 삼성전자 [코스피 005930] — 최대주주입니다. 그리고 전자재료 부문이 반도체 소재를 만들므로 그룹 안에 수요가 함께 있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최대주주가 곧 고객이기도 한 구조라 그 거래 조건이 밖에서 검증되기 어렵습니다.
이 지도를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회사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소재를 받아 셀을 만들고 그것을 세 갈래로 내보내는 구조인데, 세 갈래의 사정이 지금 제각각입니다. 자동차 쪽은 더디고 전력망 쪽은 크게 늘며 데이터센터 쪽은 이제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 지도에는 다른 편에 없는 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전자재료입니다. 배터리와 전혀 다른 시장에 있고 규모도 작지만, 반도체 수요를 타므로 배터리가 나쁠 때 함께 나쁘지 않습니다. 2026년 상반기 배터리 부문이 173억원 적자일 때 전자재료가 655억원을 벌어 전사 흑자를 만든 것이 그 예입니다.
4절의 판별식이 고출력 배터리의 기여를 묻는 이유가 이 지도에서도 확인됩니다. 이 회사의 회복이 전자재료가 받쳐준 결과인지 배터리가 스스로 돌아선 결과인지가 갈리고, 두 경우에 앞으로의 모습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6. 숫자로 보는 지금 — 구조가 숫자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삼성SDI 실적표를 볼 때는 두 부문이 섞여 있다는 것부터 알아야 합니다. 배터리가 94%로 압도적이지만 전자재료가 이익에서 차지하는 몫은 그 비중보다 훨씬 큽니다.
표를 좌우로 밀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구분 | 매출 | 영업이익 | 비고 |
| 2024년(연간, 확정) | 16조 5,922억원(YoY -22.6%) | 3,633억원(YoY -76.5%) | 영업이익률 2.2%. 2023년은 매출 21조 4,368억원·영업이익 약 1조 5,460억원(7.2%, 산출값). 4분기부터 영업손실로 전환 |
| 2025년(연간, 확정) | 13조 2,667억원(YoY -20.0%) | 영업손실 1조 7,224억원 | 배터리 부문 매출 12조 3,841억원·영업손실 1조 8,519억원, 전자재료 부문 매출 8,826억원·영업이익 1,295억원. 전자재료가 없었다면 손실이 더 컸을 해 |
| 2026년 1분기(확정) | 3조 5,763억원(YoY +12.6%) | 영업손실 1,555억원 | 일곱 분기 연속 적자의 마지막 분기 |
| 2026년 2분기(확정) | 3조 7,688억원(YoY +18.5%) | 2,038억원 | 영업이익률 5.4%로 일곱 분기 만에 흑자 전환. 배터리 부문 매출 3조 5,190억원·영업이익 1,593억원, 전자재료 부문 매출 2,498억원·영업이익 445억원. 상반기 누적 매출 7조 3,452억원·영업이익 482억원 |
⚠️ 숫자를 볼 때 주의할 점 첫째, 위 네 행은 모두 공시된 확정 실적이며 금액은 원화이고 연결 기준입니다. 이 표에 연간 전망 행이 없는 것은 회사가 연간 매출·영업이익 가이던스를 공시하지 않기 때문이며, 표는 최근 확정 분기까지로 마감했습니다. 둘째, 2024년과 2025년의 연간 영업손익은 회사 연간 실적 발표에서 확인한 값입니다. 2025년에는 편광필름 사업 양도로 중단영업손익이 분리돼 소급 적용됐으므로, 그 이전 자료의 수치와 다를 수 있습니다. 셋째,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에는 미국 현지 생산에 따른 세액공제와 관세 환급이 포함돼 있습니다. 회사가 흑자 요인으로 함께 들고 있으나 금액을 별도로 밝히지는 않아, 사업으로 번 몫과 정책이 준 몫을 나눠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넷째, 부문별 이익률의 차이가 큽니다. 2026년 2분기 배터리 부문이 4.5%인 반면 전자재료는 17.8%입니다. 전사 이익률 5.4%는 이 둘을 매출 비중으로 섞은 값이므로 어느 부문의 성적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삼성SDI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전사 숫자와 부문 숫자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구간입니다. 2026년 상반기 전사 영업이익이 482억원 흑자인데, 그 안에서 배터리는 173억원 적자이고 전자재료가 655억원 흑자입니다.
이 구도를 연도별로 늘어놓으면 관계가 뚜렷해집니다. 2024년에는 배터리 2,176억원, 전자재료 1,456억원으로 두 부문이 함께 흑자였는데 이때도 매출 6%인 전자재료가 이익의 40%를 만들었습니다. 2025년에는 배터리가 1조 8,518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전자재료는 1,295억원 흑자를 지켰습니다.
이익률로 보면 그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전자재료는 2024년 16.2%, 2025년 14.7%, 2026년 상반기 13.9%로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했습니다. 반면 배터리는 같은 기간 1.4%, -15.0%, -0.3%로 크게 흔들렸습니다. 매출이 열네 배 큰 사업이 이익률에서는 훨씬 낮고 진폭도 큽니다.
2절에서 본 비용 구조가 그 차이를 만듭니다. 2026년 상반기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감가상각비가 1조 1,043억원인데 전자재료는 300억원입니다. 매출 차이가 열네 배인데 감가상각 차이는 서른일곱 배이고, 그 고정비가 물량이 줄 때 배터리 부문의 손익을 빠르게 무너뜨립니다.
그리고 삼성SDI 배터리 부문 안에서도 회복이 진행 중입니다. 2026년 1분기에는 이 부문이 적자였는데 2분기에 1,593억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회사가 든 요인이 고출력 배터리와 유럽 전기차용 판매 증가, 그리고 미국 현지 생산에 따른 세액공제와 관세 환급입니다. 다만 그 세액공제 금액을 회사가 별도로 밝히지 않아 사업으로 번 몫을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가동률도 함께 봐야 합니다. 2026년 상반기 소형전지 생산능력 11억 7,800만개에 생산실적 8억 6,000만개로 73%입니다. 데이터센터용 제품이 이 라인에서 나오므로 이 수치가 오르는지가 배터리 부문의 회복 속도를 보여줍니다.
7. 그늘도 있다 — 구조적 리스크
첫 번째 층위는 흑자의 구성입니다. 2026년 2분기 영업이익 2,038억원에 미국 세액공제와 관세 환급이 들어 있는데 회사가 금액을 밝히지 않아 사업으로 번 몫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정책이 바뀌면 이 부분이 먼저 사라집니다. 흑자로 돌아섰다는 소식만으로는 사업이 나아졌는지 제도의 도움을 받았는지 갈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 층위는 응용처의 규모입니다. 3절 ⑥에서 본 대로 데이터센터용 고출력 배터리는 값을 잘 받지만 개별 규모가 작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빈자리를 온전히 메우려면 대단히 많은 프로젝트가 필요하고, 그 속도가 전기차 회복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층위는 이 수요도 한 곳에 걸려 있다는 점입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금 이례적으로 빠른데 그 속도가 늦춰지면 함께 늦춰집니다. 전기차 대신 다른 하나에 기대게 된 것이지 기댈 곳이 여럿이 된 것은 아닙니다.
네 번째 층위는 경쟁의 진입입니다. 값을 잘 받는 시장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다른 배터리 회사들도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들도 전기차용으로 같은 기술을 다듬어왔으므로 진입 장벽이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값이 유지되는 기간이 곧 이 자리의 수명입니다.
다섯 번째 층위는 전기차 쪽의 회복 시점입니다. 이 회사는 라인을 크게 돌리지 않았으므로 전기차 수요가 돌아오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그동안 그 라인의 가동률이 낮은 상태로 유지되며 고정비를 만듭니다. 유연함의 대가입니다. 놀리는 설비의 감가상각은 그 사이에도 계속 나갑니다.
여섯 번째 층위는 전자재료의 규모입니다. 이 부문이 이익률은 높지만 매출 비중이 6%에 그칩니다. 배터리가 크게 나빠지면 덮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며, 2026년 상반기에도 배터리 적자 173억원을 겨우 넘긴 수준이었습니다.
일곱 번째 층위는 소재 조달입니다. 극판자재가 원재료 매입액의 60%를 차지하고 그 안에 리튬과 니켈 같은 금속이 들어 있습니다. 국제 시세를 따라 움직이므로 값이 오르면 원가가 함께 오르고, 그것을 판가에 전가하기까지 시차가 생깁니다. 배터리 값은 고객과 미리 정해두는데 소재는 시세를 따르므로 그 사이가 벌어지면 원가가 눌립니다.
여덟 번째 층위는 차세대 기술의 부담입니다. 회사가 전고체 배터리와 나트륨 배터리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런 개발에는 큰 비용이 들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지금처럼 손익이 빠듯한 국면에서는 그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아홉 번째 층위는 미국 시장의 정책 변화입니다. 회사가 2025년 실적을 설명하면서 국내산 저장장치 제품에 대한 미국 수출 관세를 손실 요인으로 들었고, 2026년에는 반대로 관세 환급이 흑자 요인에 포함됐습니다. 같은 항목이 한 해 만에 손실에서 이익으로 바뀐 것이며, 정책이 실적에 직접 작용하는 정도가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같은 제도가 한 해는 손실 요인이고 다음 해는 이익 요인이 되는 셈이라, 이 회사의 손익을 정하는 큰 변수를 밖에서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8. 이 회사가 말해주는 것 — 네 가지 해석
① 매출 비중과 이익 비중은 크게 어긋날 수 있습니다
이 회사의 전자재료 부문은 매출의 6%입니다. 그런데 2026년 상반기 이 부문이 655억원을 벌어 전사 영업이익 482억원보다 큰 금액을 만들었습니다. 배터리가 173억원 적자여서 합친 숫자가 그보다 작아진 것입니다.
이런 어긋남은 이익률이 다를 때 생깁니다. 전자재료가 13~16%대인 반면 배터리는 1%대이거나 적자였습니다. 매출이 열네 배 큰 사업이 이익에서는 뒤처지는 것이고, 그 차이가 설비 부담과 값을 정하는 힘에서 나옵니다.
다만 이것이 작은 사업이 더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규모가 작으면 그만큼 회사를 지탱하는 힘도 작습니다. 2025년에 배터리가 1조 8,518억원 적자를 냈을 때 전자재료의 1,295억원으로는 막을 수 없었고 전사는 1조 7,224억원 적자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업을 가진 회사를 볼 때는 매출 비중과 이익 비중을 나란히 놓고, 거기에 규모의 차이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익률이 높은 작은 사업은 평시에 회사를 받쳐주지만 큰 사업이 크게 무너지면 그 받침이 소용없습니다. 받친다는 것과 지탱한다는 것은 다릅니다.
② 삼성SDI 전자재료처럼 다른 사이클을 타면 그것이 곧 완충입니다
이 회사의 두 사업은 서로 다른 이유로 움직입니다. 배터리는 전기차와 저장장치 투자를 따라가고, 전자재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량을 따라갑니다. 그래서 한쪽이 나쁠 때 다른 쪽이 반드시 함께 나쁘지는 않습니다.
2025년이 그 예입니다. 전기차 수요가 더뎌 배터리가 크게 흔들리는 동안 반도체 쪽은 인공지능용 수요로 오히려 좋았고, 전자재료의 이익률이 14.7%로 유지됐습니다. 두 사업이 한 회사에 있는 것이 그 국면에서 완충으로 작동한 것입니다.
다만 이 완충이 늘 작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두 사업이 동시에 나빠지는 구간이 올 수 있고, 그때는 나눌 자원만 나눈 결과가 됩니다. 그리고 완충의 크기는 작은 쪽의 규모가 정하므로, 이 회사에서는 연간 1,300억원 안팎이 그 한계입니다.
그래서 여러 사업을 가진 회사를 볼 때는 그 사업들이 같은 이유로 움직이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같은 이유로 움직이면 다각화가 아니라 같은 위험을 여러 번 지는 것이고, 다른 이유로 움직여야 비로소 완충이 됩니다. 그리고 그 완충의 크기는 작은 쪽이 얼마나 버는가로 정해집니다.
③ 회복은 매출이 먼저 돌아서고 손익이 따라옵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26년 1분기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기는 여전히 1,555억원 적자였고, 흑자는 한 분기 뒤에야 왔습니다. 매출이 먼저 돌아서고 손익이 따라온 것입니다.
이 순서는 설비 투자가 큰 사업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감가상각과 유지비가 물량과 무관하게 나가므로, 물량이 늘기 시작해도 그 고정비를 넘어설 만큼 늘어야 비로소 흑자가 됩니다. 손익분기를 넘는 지점까지는 매출이 늘어도 적자가 이어집니다.
다만 이 시차의 길이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고정비가 클수록 시차가 길고, 제품 구성이 바뀌어 이익률이 높은 쪽으로 옮겨가면 짧아집니다. 이 회사에서 그 시차가 한 분기였던 것은 고부가 제품 비중이 함께 올라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적자 기업의 회복을 가늠할 때는 손익보다 매출의 방향을 먼저 봐야 합니다. 매출이 돌아섰다면 손익은 시차를 두고 따라오고, 매출이 여전히 줄고 있는데 비용을 줄여 흑자를 냈다면 그것은 다른 종류의 개선입니다.
④ 업황이 바뀔 때 무엇을 바꾸느냐가 회사를 가릅니다
앞서 본 국면은 이 업계 전체에 같습니다. 그 안에서 ESS 히어로즈 ①편의 LG에너지솔루션은 설비를 바꿨고 이 회사는 판매처를 넓혔습니다. 전자는 전기차용 라인을 저장장치용으로 돌렸고, 후자는 같은 라인에서 만든 제품을 새로운 응용처에 팔았습니다.
두 선택은 성격이 다릅니다. 설비를 바꾸면 큰 물량을 받을 수 있지만 되돌리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 전기차 회복에 늦게 올라탑니다. 판매처를 넓히면 유연하지만 개별 규모가 작아 빈자리를 메우는 속도가 느립니다.
그리고 두 선택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언제 어떻게 돌아오는지, 저장장치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갈립니다. 지금 시점에 어느 쪽이 옳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업종이 같다고 실적을 곧바로 견주면 안 됩니다. 무엇을 바꿨느냐에 따라 반응하는 속도가 다르고, 그 차이가 숫자로 드러나기까지 몇 분기가 걸립니다. 어느 편이 앞서 보이는 것이 전략의 우열이 아니라 시차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덧붙여 하나만 더 짚어두겠습니다. 어떤 회사가 업황이 나쁠 때 새 응용처를 찾았다고 발표하면, 그 응용처가 기존 기술로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니면 새로 개발해야 하는 곳인지를 구분해봐야 합니다. 앞이면 몇 분기 안에 실적으로 나타나지만 뒤면 몇 년이 걸리고, 그 사이 원래 사업이 더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9.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보는 법
앞으로 이 회사에 관한 소식을 접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질문 네 개와, 각각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적어둡니다.
첫째, 배터리가 전자재료의 도움 없이 서는가. 분기·반기·사업보고서의 영업부문 공시에서 두 부문의 영업손익을 따로 봅니다. 에너지솔루션이 스스로 흑자를 유지하기 시작하면 회복이 진행되는 것이고, 전사 흑자인데 이 부문이 계속 적자면 아직 전자재료가 덮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배터리 부문의 이익률이 어디까지 올라오는가. 2026년 상반기 -0.3%인데 이 수치가 플러스로 돌아서 전자재료의 13%대에 얼마나 다가가는지를 봅니다. 두 부문의 이익률 격차가 좁혀지면 이 회사의 성격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 격차가 이 회사의 회복 정도를 재는 자입니다.
셋째, 고출력 배터리의 기여가 이어지는가. 회사가 흑자 요인으로 무정전 전원장치와 배터리백업유닛 등 고출력 제품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이 표현이 분기마다 반복되면 그 응용처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뜻이며, 소형전지 가동률(2026년 상반기 73%)이 함께 오르는지를 봅니다.
넷째, 전자재료의 이익 규모가 커지는가. 이 부문이 연간 1,300억원 안팎을 벌고 있는데, 인공지능용 반도체 수요로 그 규모가 늘어나면 받침의 크기도 커집니다. 다만 매출 비중이 6%에 머무는 한 그 한계도 분명합니다. 받침이 커지는 것과 배터리가 스스로 서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10. 마무리하며
삼성SDI는 배터리를 만들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로도 버는 회사입니다. 매출로는 94%와 6%인데 이익에서는 그 비중이 뒤집히고, 그 구조가 이 회사의 지금을 설명합니다. 큰 사업이 흔들리는 동안 작은 사업이 버텨줬고, 그 덕에 전사는 흑자를 지켰습니다.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두 사업의 이익률이 크게 다릅니다. 전자재료는 2024년 16.2%, 2025년 14.7%, 2026년 상반기 13.9%로 줄곧 두 자릿수인 반면 배터리는 1.4%, -15.0%, -0.3%로 흔들렸습니다. 그 차이가 설비 부담에서 나옵니다 — 2026년 상반기 배터리 부문의 감가상각비가 1조 1,043억원인데 전자재료는 300억원으로, 매출 차이가 열네 배인데 감가상각 차이는 서른일곱 배입니다. 그리고 두 사업이 다른 이유로 움직입니다. 배터리는 전기차와 저장장치 투자를, 전자재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량을 따라가므로 한쪽이 나쁠 때 다른 쪽이 반드시 함께 나쁘지 않습니다. 그것이 2025년에 완충으로 작동했습니다.
배터리 부문도 회복 중입니다. 2026년 2분기에 일곱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회사가 그 요인으로 무정전 전원장치와 배터리백업유닛 같은 고출력 제품을 앞세웠습니다. 전기차용으로 다듬어온 설계가 데이터센터 전원이라는 다른 시장에서 값을 하기 시작한 것인데, 그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는 것이 이 회복의 조건입니다.
남는 질문은 두 갈래입니다. 배터리가 전자재료의 도움 없이 서는 시점은 언제인가. 그리고 그때 이 회사의 이익률은 어느 수준인가. 앞의 질문에는 부문별 영업손익이 답하고, 뒤의 질문에는 두 부문의 이익률 격차가 답할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확인한 것은 같은 조건에서도 회사마다 가진 것이 달랐다는 사실입니다. 앞선 편의 회사가 배터리 하나로만 서 있었다면 이 회사에는 받쳐줄 다른 사업이 있었습니다. 전기를 담았다 쓰는 일이 늘어나는 만큼 다룰 회사도 늘어날 것이며, 어느 회사를 보든 되풀이해 던져볼 질문은 같습니다 — 이 회사가 지금 벌고 있는 돈은 어느 사업에서 나오는가.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Core Asset Insight(코어에셋인사이트)는 목표주가를 제시하거나 저평가·고평가를 판정하지 않으며, 기업과 산업의 사업구조·기술·밸류체인에서의 위치를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본문의 수치는 작성 시점에 공시·발표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확정된 사실과 회사가 밝힌 계획, 제3자 기관·언론의 추정을 구분해 표기했습니다. 공시와 시장 상황은 이후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자료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본문에 언급된 종목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으며, 글의 발행 전후 일정 기간에는 해당 종목을 매매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 ESS 히어로즈 시리즈
- [ESS 히어로즈 ①]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용으로 지은 라인을 ESS로 바꿔 채우는 회사
- [ESS 히어로즈 ②] 삼성SDI, 배터리를 만들면서 반도체 소재로도 버는 회사
- [ESS 히어로즈 ③] 서진시스템, ESS로 불리는데 반도체 장비가 더 커진 금속 가공 회사
- [ESS 히어로즈 ④] 플루언스 에너지, 저장장치 주문이 만드는 속도를 앞질러 간 ESS 시스템 회사
- [ESS 히어로즈 ⑤] 테슬라 에너지, 메가팩은 자기가 만들고 그 안의 셀은 사 오는 에너지 사업
- [ESS 히어로즈 ⑥] AES, 데이터센터와 먼저 계약하고 그 뒤에 발전소를 짓는 재생에너지 사업자